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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2. 5. 13:54

PG Unleashed RX-78-2 Gundam 제작기 #2 - 아크릴 도색 공정 준비

원래 두번째 제작기는 도색 작업기에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도색 환경이 워낙 여러가지로 바뀌다 보니 나중에도 참고할 수 있도록 글로 남겨놔야 할 것 같아서, 준비단계인 도색환경의 정비 과정을 정리해 봅니다.

 

한국에서 건담을 도색한다면 어느 도료를 쓸지 제 마음 속에는 이미 아래와 같이 딱 정해져 있는데요.

  • 흰색: Finisher's 파운데이션 화이트
  • 파랑: Finisher's 라벤더
  • 빨강: Finisher's 루미 레드
  • 노랑: Finisher's 딥 옐로우
  • 회색: 가이아노츠 뉴트럴 그레이 I ~ V
  • 금속색: IPP 수퍼파인 실버

얘네들은 전부 래커 도료입니다. 이런 인화성 물질은 미국 통관 시에 걸리면 골치 아파진다고 해서, 갖고 있던 것들을 한국에서 다 처분하고 왔거든요. 그런데 발색과 은폐력이 좋은 저의 최애 래커 도료 Finisher's를 미국에서 다시 구해보려고 했더니, 구입은커녕 검색조차 안 되네요ㅜㅜ 위 도료들 중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건 가이아노츠뿐이고,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미국 모형인들은 주로 아크릴과 에나멜 도료를 사용하고, 래커 도료는 거의 안 쓰는 듯합니다.

그래서 가이아노츠나 GSI크레오스 래커 도료라도 어떻게든 구해서 친숙한 래커 도료 기반의 도색 공정을 꾸역꾸역 이어가느냐, 아니면 아크릴이나 에나멜 도료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아예 전환해버리느냐의 기로에 섰는데요. 결국 아크릴 도색 공정을 선택했고, 여기서 가장 결정적이었던 요인은 환경 문제였습니다. 래커 도료는 냄새만 맡아봐도 톨루엔이나 크실렌 같은 유기용제 냄새가 코를 찌르면서 건강과 환경에 안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확 들거든요. 휘발유 냄새가 나는 에나멜과 비교해도 수용성인 아크릴이 더 저공해 친환경적이죠. 환경이니 뭐니 거창하게 얘기했지만 사실은 아들 공부방으로도 사용하는 방에서 도색을 해야 하는데, 냄새가 심하면 쫓겨날 것 같아서 아크릴 도료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크릴 에어브러시 도색 공정

우선 인터넷에서 아크릴 도료를 사용한 모형 도색 관련 자료를 찾아봤는데, 한국어로 '아크릴 도색'을 검색하면 대부분 붓이나 스펀지 도색에 대한 내용들이고, 에어브러시 도색에 관한 내용은 찾기 힘들더라고요. 한국에서 모형 아크릴 도색은 안 그래도 마이너한데, 그 중에도 에어브러시 도색은 아싸 중에서도 진짜 아싸인가 봅니다. 아크릴 에어브러시 도색 방법에 대해 잘 정리된 한글 자료는 ☞LONDO BELL님의 블로그☜가 거의 유일하고, 많은 참고가 됐습니다.

전에 쓰던 래커 도료에는 도색 공정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장점이 있었습니다.

  • 플라스틱 모형 재질(폴리스티렌, ABS)과 친화성이 우수해서 딱히 서피스 프라이머를 칠하지 않아도 정착력이 좋다.
  • 에나멜이나 아크릴 신너에 녹지 않기 때문에 래커 도색면 위에 바로 에나멜이나 아크릴 도료로 먹선작업이나 워싱을 할 수 있다.

반면에 아크릴 도료는 플라스틱에 정착력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도색 전에 미리 프라이머를 올리는 것이 필수이며, 아크릴 도색면은 모든 종류의 신너에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먹선을 넣거나 워싱을 하려면 미리 유광 마감제를 올리는 것이 안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에는

래커 본도색 → 에나멜 먹선→ 데칼 → 마감제

로 이렇게 심플하던 저의 4단계 건프라 도색 공정이

프라이머 → 아크릴 본도색 → 유광 마감제 → 아크릴 먹선 → 데칼 → 마감제

의 6단계로 늘어나게 됐네요.

 

아크릴 도료의 선택

한 마디로 아크릴 도료라고 해도 종류와 메이커가 엄청 다양하고, 모형용보다 미술용이 더 많은데요. 건담에는 워낙에 원색적인 색들이 사용되는지라, 국방색 같은 칙칙한 색들만 한가득 있는 모형용 도료보다 채도 높은 미술용 물감이 오히려 더 맞기도 합니다(건담 원작 애니메이션을 어떤 물감으로 채색했을지 생각하면 바로 답 나오죠). 미술용 도료가 평균적으로 더 저렴하기도 하고요(진귀한 안료를 쓴 일부 색상은 모형용보다도 훨씬 비쌉니다만). 하지만 미술용을 모형에 적용하려면 안료의 은폐력, 플라스틱 표면에서의 정착력, 표면 강도, 갈라짐, 농도 희석 문제 등 위험요소가 꽤 있습니다. 이 문제점들 모두 해결 방법은 있습니다만, 처음 아크릴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한꺼번에 넘어야 할 산이 좀 너무 많은 것 같죠? 미술용 도료는 일단 아크릴 도색에 익숙해지고 나서 도전해볼까 합니다.

 

모형용으로만 선택의 폭을 좁혀도 Citadel, AK Interactive, Testors 등등 여러 회사의 아크릴 도료들이 많은데요. 그 중에서도 Vallejo(바예호)가 색상도 다양하고, 품질에 대한 평가도 좋고, 무엇보다 Mecha Color라고 건프라를 위한 도료 라인업이 아예 따로 있더군요. 웹사이트에도 이렇게 떡하니 건담 사진이 있고요 (어째 SEED 계열 모델에 우주세기 형식번호와 OO 엠블럼이...)
아크릴 초보 입장에서 이것저것 잡다하게 시도해보는 것보다는 한 종류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일단은 필요한 모든 도료 종류들을 Vallejo 제품으로 싹다 구비했습니다. 그런데 구하기 쉽고 흔하다는 말이 저렴하다는 말과 동격은 아닌가 봅니다. 일본제 래커보다 살짝 비싼 데다가 Vallejo의 에어브러시용 도료는 훨씬 묽습니다. 같은 도색 면적으로 비교하면 가이아노츠나 GSI크레오스 대비 Vallejo가 두 배 이상 비싸게 먹힌다는 계산이 나오네요.

 

 

아크릴 도색 시의 주의사항

농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회사에 따라 좀 다르지만 일본제 래커 도료들은 에어브러싱을 위한 최적의 도료원액 : 신너 희석비가 보통 1 : 1에서 1 : 2 사이의 어딘가에 있습니다. 그래서 도색 시에 도료보다 신너가 더 많이 소모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반면에 에어브러시용 Vallejo 도료는 원액을 희석 안 하고 그냥 에어브러시에 넣고 바로 뿌리면 됩니다. Vallejo 에어브러시 신너 제품 설명서를 봐도 도료 : 신너의 권장 희석 비율은 10 : 1 에서 5 : 1입니다. 그리고 아크릴 도료의 경우 그냥 증류수나 신너만으로 묽게 희석해서는 정착성과 도막 강도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미디엄을 섞어줘야 한다고 하더군요. 제가 구입한 'Vallejo 에어브러시 플로우 임프루버'가 일종의 플로우 미디엄이라고 합니다. 그라데이션 도색처럼 많이 묽게 희석해야 할 경우에는 클리어 미디엄이라는 것도 섞어줘야 된다는 것 같네요.

 

저는 도료 희석 농도를 조절할 때 도료의 점성도를 기준으로 맞추는데요. 투명한 병에 도료를 넣고 기울였다가 세웠을 때, 벽면에 묻은 래커 도료가 흘러내리는 시간이 1초 걸리는 농도가 (적어도 제게는) 에어브러시 래커 도색에 최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아크릴 도료를 동일하게 1초 만에 흘러내리는 점성에 맞추어 희석해서 뿌려봤더니 도색면에 도료가 살짝 뭉치고 얼룩지더라고요. 아크릴 도료의 경우 좀더 진하게 약 1.5초에 흘러내리는 농도여야 래커 도료와 비슷한 느낌으로 도색이 되더군요. 도료 정착성의 차이 또는 래커 신너의 휘발성 때문인 듯한데, 아무튼 아크릴 도료는 래커 대비 좀더 진한 농도라야 비슷한 에어브러시 도색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도료를 균일하게 잘 교반하는(섞는) 문제입니다. 도료병 바닥에 가라앉은 안료와 무거운 성분들을 도료 사용 전에 골고루 다 뒤섞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요, 조색스틱 같은 막대를 도료병에 직접 넣고 바닥까지 긁으며 휘휘 돌려서 저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죠.

 

그런데 Vallejo 도료 용기는 입구가 좁고 조색 스틱을 넣을 수가 없어서, 그 대신으로다가 도료병 안에 이런 쇠구슬을 하나둘씩 넣어줬습니다. 쇠구슬 넣은 도료병을 한 1~2 분쯤 신나게 흔들어주면 그럭저럭 잘 섞이는 것 같습니다.
보니까 서양 모형인들은 고속의 진동과 소용돌이를 일으켜 도료를 병째로 섞어주는 페인트 믹서를 사용하는 것 같더군요. 아래와 같은 기계를 사용하면 조색 스틱이나 쇠구슬 없이도 10초 만에 완벽히 균일하게 잘 섞인 도료를 얻을 수 있다네요.

 


이 물건이 한 10만원 정도 하는데, 이 기계 값의 뽕을 뽑을 정도가 되려면 도료를 한 100 병 이상은 섞어줘야 할 듯합니다. 과연 제 인생에서 앞으로 100 병 이상의 도색을 하게 될 운명일까요, 아닐까요? 일단 이번 Perfect Grade Unleashed (이하 PGU) 건담까지는 열심히 손으로 흔들어 섞어 도색해주고, 다음번 작업 때 페인트 믹서 구입을 고려해보는 걸로 하겠습니다.

아크릴 에어브러시 도색 자료를 찾다보면 단골로 나오는 말로, 에어브러시 청소를 제대로 안 하면 아크릴 도료 찌꺼기가 굳어서 에어브러시가 막혀버린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저는 래커 도료 사용할 때는 보풀 없는 휴지(delicate task wipe)와 싸구려 신너만으로 에어브러시를 대충 닦았었는데요. 이번에는 에어브러시 전용 청소도구 세트도 구입해서, 아크릴 도색이 다 끝난 후에 붓과 물로 한 번, 에어브러시 분해 후 청소도구와 Vallejo 에어브러시 클리너 용액으로 또 두세 번 정성들여 닦아주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의 청소도구들 중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맨 아래 바늘처럼 생긴 도구일 겁니다. 저것을 에어브러시의 노즐에 넣고 돌려서 노즐 안에 쌓인 도료 찌꺼기를 긁어내거든요.

 

이제 처음 접한 아크릴 도료를 곧바로 모형에 칠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위험성이 있으니, 새 도료들의 특성도 파악할 겸 제가 원하는 색상도 찾을 겸 해서, 시험 삼아 각각의 도료들을 플라스틱 메모 자석에 에어브러시로 뿌려봤습니다.

1. 흰색

PGU 건담은 흰 외장 컬러에 백색, 그리고 아주 밝은 회색의 2단계 색상을 사용하게 됩니다. 흰색에 적용할 서피스 프라이머로는 사진 왼쪽의 Premium 화이트 프라이머를 구입했고, 도료로는 Premium 화이트, Mecha Color 퓨어 화이트, Mecha Color 화이트 그레이를 구입했습니다. 사진의 동그란 메모 자석들 위에 우선 프라이머를 에어브러시로 다 깔아주고, 그 위에 도료들을 칠해봤는데요.

 

순백색의 경우 화이트 프라이머, 프리미엄 화이트, 퓨어 화이트의 색감이 대동소이한 것 같습니다. 플라스틱 사출색보다는 훨씬 깨끗한 흰색들이긴 하지만, 하얗게 표백된 종이보다는 덜 흽니다. 사실 흰색은 색감뿐 아니라 은폐력이라든지 다른 색상과 혼색은 잘 되는지 등도 중요한데요, 여건이 안 돼서 테스트를 못 해봤네요. 사실 테스트해봤자 답정너인 것이, 프리미엄 화이트가 다른 도료 대비 3배 이상 용량이 커서 빨리 써버려야 되거든요. 게다가 Vallejo 프리미엄 도료는 순수 아크릴이 아니라 폴리우레탄이 섞여 있어서 다른 도료와의 혼색용으로 쓰기도 곤란할 것 같고요. 아무튼 PGU 건담의 흰색 장갑은 이 프리미엄 화이트로 칠해야 할 듯합니다.
Mecha Color 화이트 그레이는 PGU 건담의 어두운 백색 장갑을 염두에 두고 구입한 색상인데, 이게 뉴트럴한 회색이 아니고 제가 안 좋아하는 누르스름한 색이네요. 사진 오른쪽 끝에 있는 그레이 프라이머 쪽이 더 중성적인 느낌이고 플라스틱 사출색과도 더 비슷합니다. 그렇다고 도색을 프라이머로 하면 좀 찜찜할 것 같고, 화이트 그레이에 보라색이라도 조금 섞어서 좀더 뉴트럴하게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2. 파랑

저는 개인적으로 순수한 파란색보다는 보랏빛이 도는 파란색을 선호하는데요. Finisher's 라벤더 도료가 딱 제가 원하는 건담 가슴 색깔입니다. Vallejo에는 당연히 그 색상이 없고, 다른 기존 색상들을 가지고 조색해서 만들어야 합니다.
신기하게도 Vallejo에는 Ultramarine이라고 파란 프라이머가 존재하더군요. 그래서 사진의 메모 자석들에는 파란 프라이머를 다 깔아줬는데, 막 여기저기 뭉치고 색분리까지 일어나더라고요. 실제 건프라에 도색할 때 주의를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도료는 Game Air 에일리언 퍼플, Model Color 블루 바이올렛, Mecha Color 퍼플, 라이트 블루, 그리고 블루를 구입해서 칠해봤습니다. 저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색상은 에일리언 퍼플입니다. 사진 상에는 '보랏빛을 띠는 파란색'처럼 찍혔지만, 실물 색감은 '파란 빛을 띠는 보라색'이라 그대로 쓸 수는 없을 것 같고요. 플라스틱 사출색에 가장 가까운 것은 Mecha Color 블루였습니다. 에일리언 퍼플과 블루, 라이트 블루를 잘 섞어서 PGU 건담의 2단계의 푸른색을 조색해야겠습니다.

 

3. 빨강

Vallejo에는 파란 프라이머뿐 아니라 빨간 프라이머도 있습니다. 색분리가 일어나는 정도는 아니지만 얘도 파란 프라이머처럼 정착성이 좀 안 좋은 듯, 색이 균일하게 안 먹히고 얼룩덜룩하게 됐습니다. 역시 도색 시에 조심해야 할 것 같네요.

 

저는 채도가 높고 약간 오렌지 빛이 도는 빨강을 좋아하는데, Mecha Color 레드가 딱 그런 빨강이네요. 혹시나 조색에 필요할까 해서 Mecha Color 오렌지도 구입했는데, 빨간색 표현에는 굳이 섞을 필요 없을 듯합니다. SZ 레드는 사자비 용 빨간색인 듯한데(아마 상표권 때문에 '사자비' 대신 SZ로 한 듯), 사진에선 눈에 잘 안 띄지만 색이 좀 탁합니다. Game Air 블러디 레드 역시 색감은 좀 다르지만 탁한 빨강이고요. PGU 건담의 빨간색 2단계 톤은 Mecha Color 레드에 화이트 약간 섞고, 블러디 레드에 블랙을 살짝 섞어서 표현하면 될 것 같습니다.

 

4. 노랑

Vallejo에는 아이보리와 모래색 프라이머도 있는데, 굳이 구입하지 않고 화이트 프라이머를 칠한 위에 노란색 도료들을 올려줬습니다.

 

사출색과 가장 유사한 것은 Mecha Color 옐로우이긴 한데요. 얘는 레몬 옐로우랄까 아주 약간 연두색을 띤 노랑이라서 제 취향이 아니네요. Game Air 골드 옐로우가 제가 좋아하는 개나리색 딥 옐로우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Mecha Color 오렌지를 살짝 섞은 후 화이트로 밝기를 조절해주면 PGU 건담의 2단계 노랑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5. 회색

PGU 건담은 본체 프레임에 3가지, 무기 외장에 2가지 회색이 사용되어 총 5가지의 다른 회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반다이 건프라의 회색 사출색들은 전반적으로 제 생각보다 너무 어둡고요. 제 취향 상으로나 퍼스트 건담 설정화 상으로나 가장 어두운 부분의 색상이 Mecha Color 팬텀 그레이 정도면 맞는 듯합니다. 다른 회색 부품들은 그보다 밝은 회색 도료들을 다단계로 적절하게 혼합해서 칠해줄 계획이었고요.

 

구입한 Vallejo Mecha Color의 그레이 계열 도료들을 직접 칠해보고서야 제 계획에 차질이 생겼음을 알아챘습니다. 제 도료들은 무채색의 뉴트럴 그레이가 아니고 색감들이 상당히 치우쳐 있네요. Mecha Color 화이트 그레이는 누리끼리하고, 그레이는 청록색을 띱니다. 팬텀 그레이도 푸른 빛을 띠기는 하나, 제 기준으로 허용범위 이내고요. 아예 팬텀 그레이에다가 흰색을 여러가지 비율로 섞어서 다단계의 밝은 회색들을 다 조색해줄까 하는 생각도 해봤으나, PG 프레임을 다 칠하기에는 17 ml의 팬텀 그레이와 퓨어 화이트 도료 양이 간당간당할 것 같습니다. 화이트 그레이에 보라색 한 번 살짝 섞어보고, 그레이에는 빨간색을 약간 섞어서 좀더 뉴트럴하게 만들어 사용해볼까 계획 중입니다.

 

6. 메탈릭

아예 금속 도금이 되어 나온 PGU 건담의 런너들은 금속 광택이 너무 훌륭해서 따로 도색이 필요 없는데요. 펄 그레이 플라스틱으로 사출된 T런너의 트러스 프레임 부품들은 메탈릭 컬러로 도색을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그걸 위해서 Vallejo 도료들 중에서도 더욱 비싼 Metal Color 시리즈로 실버와 스틸 색상을 구입해봤네요.

 

그런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얘네들은 자동차 페인트의 메탈릭 실버나 메탈릭 그레이 같은 느낌이고, 리핑(Leafing)이 전혀 없는 메탈릭 도료네요. 제가 애용하던 SMP/IPP의 수퍼파인 계열 메탈릭 도료는 리핑이 훌륭해서 플라스틱 표면이 그대로 금속 표면처럼 변하는 그야말로 연금술 느낌인데요, 그 정도까지 바라는 건 아니지만 리핑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죠. 금속 질감으로 이름난 Alclad나 Spaz Stix 같은 도료들 모두 래커 도료인 걸 보면 아크릴로는 리핑이 불가능한가 봅니다. 금속 박편 입자들이 도색면 위에 촥 펼쳐지는 리핑을 위해서는 금속과 도료 바인더가 서로를 밀쳐내야 하는데, 둘다 극성 입자인 금속과 아크릴 수지는 서로 밀치지 못해 리핑 효과를 못 내는 것은 아닐지 한 번 뇌내망상을 펼쳐봅니다.

 

트러스 프레임이 굳이 실제 금속 느낌이 필요한 부분도 아니고, 비싼 돈 주고 사기도 했으니 이번에는 Vallejo Metal Color를 그냥 쓰려고 합니다. 사출색과 비교해봤을 때 실버는 너무 밝고 스틸은 너무 어두우니, 반반씩 섞어서 칠해줘야겠습니다.
혹시 나중에 백식이라든지 스트라이크 프리덤의 관절 부위처럼 실제 금속 질감의 도색이 필요할 경우에는 환경오염이 좀더 되더라도 다른 리핑 래커 도료를 사서 칠해줘야겠습니다.

 

7. 부품 표면 클리어 코팅

클리어 부품이나 금속 도금 부품 위에 데칼을 붙이게 되면 데칼이 긁히거나 떨어지지 않게 부품 표면에 마감제를 올려줘야 합니다. 그런데 마감제도 역시 아크릴 도료니까 프라이머 없이는 플라스틱 표면에 잘 정착이 안 될 겁니다. 그렇다고 불투명한 프라이머를 깔아주자니 투명한 클리어 플라스틱과 금속 광택이 다 가려질 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래서 프라이머 없이 마감제만 직접 부품 위에 올려보는 테스트를 했습니다. 투명 클리어 부품 런너와 은색 도금 런너에다가 프라이머를 올리지 않고 바로 Vallejo Premium 유광 바니시(아크릴 쪽에서는 마감제를 clear coat보다 varnish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를 에어브러시로 뿌려줘봤습니다. 바로 옆 부분에는 비교용으로 화이트 프라이머를 뿌린 위에 바니시를 올려봤고요(이런 표면검사 용도로는 회색 프라이머가 좋다는 걸 다 칠하고 난 후에야 깨달았습니다-_-). 금속 도금 런너의 결과는 그나마 좀 봐줄만 했지만, 클리어 런너는 마감제가 플라스틱 면에 붙지 않고 방울지고 따로 놀며 난리도 아닙니다ㅜㅜ (사진 상으로는 잘 알아보기 힘드네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느낌으로 메탈릭 컬러용으로 나온 메탈 바니시도 한 번 칠해봤는데요, 얘는 좀 상태가 괜찮은 것 같습니다. 프라이머 위에 올린 것보다는 정착성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봐줄 만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나서 하루 동안 건조시킨 후에 한 번 나이프로 긁어서 정착성을 검증해 봤는데요. 사진으로는 알아보기 힘들지만 프리미엄 바니시를 클리어 플라스틱에 올린 경우는 역시나 도막이 다 들고 일어나고 벗겨졌고요, 메탈 바니시의 경우를 포함, 그 외의 모든 조합에서는 다행히 그런 문제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면 일단 메탈 바니시라는 대안이 있어 안심이긴 한데요, 나중에 실제 도색 때 좀더 주의깊게 테스트를 다시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 안 되면 저공해 도색을 포기하고 가이아노츠의 래커 마감제라도 사서 뿌려주면 되겠지요.

이상으로 에어브러시 아크릴 도색을 위한 만반의 준비는 마쳤습니다. 다음번에는 진짜 도색 작업기로 찾아뵙겠습니다.

2022. 11. 28. 10:30

PG Unleashed RX-78-2 Gundam 제작기 #1 - 조립

저는 미국에 오면 건프라에는 더이상 손을 안 댈 줄 알았습니다. 미국 통관 시 인화성 물질이 걸리면 골치아파진다고 하길래, 아끼던 모형용 래커 도료들을 미리 한국에서 다 처분한 것이 일단 타격이 컸습니다ㅜㅜ. 그리고 미국 반다이에서 건담 프라모델은 공식 수입을 안 하는지 건프라 가격이 거의 한국의 두 배쯤 비싸기도 하고요.
아근데 안 된다고 하니까 왠지 자꾸 더 하고 싶고 마음이 더 쏠리는 이 심리는 뭘까요? 한국 떠나기 직전에 회사 후배님에게 미개봉으로 구매해서 들고 온 Perfect Grade Unleashed (이하 PGU) RX-78-2 퍼스트 건담 박스를 결국 깠습니다.

1/60 스케일의 Perfect Grade (이하 PG)는 반다이 건프라의 최고가 라인이었는데, 2020년말에 새 버전의 퍼스트 건담을 내면서 PG 건담 Ver. 2.0이 아니라 아예 PG Unleashed라고 한층 더 비싸고 특별하며 고급진 등급을 새로 개설했는데요. MGEX라는 고가 라인업이 나온 이후에도 일반 MG 등급 킷은 계속 발매되고 있지만, PG는 최고/완벽이라는 위상을 생각해볼 때 아무래도 앞으로는 모두 PGU로만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아무튼 실제로 PGU 건담을 조립해 보니, 가격 대비 내용물이 좀 적기는 합니다만... 금색도금/은색도금 런너에, 자석에, 빛이 바뀌는 LED 모듈이라든지, 에칭 스티커라든지, 호화로운 재질의 부품들이 많이 들어있어서, 제대로 돈값을 한다는 느낌은 듭니다.

 

네, 일단 이렇게 조립했습니다.
제 취향의 이상적인 비율보다는 하체가 다소 짧긴 합니다만, 전반적인 프로포션과 디테일은 마음에 듭니다. 가동성이 좀 떨어진다고 듣기는 했는데, PG 가지고 과격한 포즈로 갖고놀 일이 뭐 그리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시간에 따라 색이 변하는(색이 변하는 패턴도 4가지 있습니다) LED 모듈 하나로 눈과 가슴에 동시에 빛이 들어오게 돼있고요. 발광 빔 사벨은 이렇게 클리어 빔 부품에 빛이 나게 할 수도 있지만, 백팩에 꽂은 상태로 스위치를 켜면 버니어에 불이 들어오도록 구성돼있습니다.

 

뭔가 unleashed됐다는 느낌적인 느낌으로다가 구석구석 여러 군데 장갑 해치가 열리게 돼있는데요. 열어봤자 내부 기계부품이라기보다는 트러스 프레임 같은 것만 보여서 딱히 해치 오픈의 효과는...

프레임 상태로도 사진을 좀 찍어봤습니다. 기존 PG들도 일부 내부 프레임이 이중으로 돼있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번 PGU 건담의 내부 프레임은 기본이 이중이고 일부는 삼중으로 겹겹이 돼있는 부분도 꽤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프레임 상태로도 상당히 멋집니다.

 

이런 멋지고 아름다운 프레임을 장갑 속에만 숨겨놓는 것이 너무 아쉬워서, 외장 장갑을 클리어 버전 부품들로 교체해주었습니다. 본체 부분의 클리어 부품은 내부 프레임이 보여서 좋지만, 무기류는 딱히 프레임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보니 클리어 외장을 씌워놓을 이유가 별로 없겠더군요.

 

아무튼 그런데 외장 부품을 갈아끼우는 과정에서 여러 군데 부품 파손이 있었는데요ㅜㅜ PGU 건담은 전반적으로 부품들끼리의 결합력이 매우 강하고 빡빡합니다. 문제는 부품 간 결합 강도가 부품 자체 내구성보다도 높은 부품들이 일부 있다는 것인데요. 최대한 조심해서 해체를 한다고 했지만, 여지없이 몇몇 부품의 결합 핀들을 부러뜨리고 말았습니다.

 

사진 위 왼쪽은 발등 부품, 오른쪽은 허리 뒤쪽 부품, 아래쪽은 발바닥 버니어 클리어 부품입니다. 발바닥 버니어는 사진 상으로는 잘 눈에 띄지 않지만 가장자리 두께가 얇아서 분해 시 흡집이 좀 생겼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일지도 모르지만, 분해한 모든 부품들의 결합 핀 길이를 거의 다 1/3쯤 니퍼로 잘라줬습니다. 이 사실을 일찍 알았다면 조립 전에 미리 잘라놨을 텐데 말이죠. 참고로 일부 프레임의 결합 핀 중에는 조립 후 장갑 밖으로 노출되는 것도 많습니다. 도색을 위해 미리 결합핀을 잘라놓을 계획이시라면 주의하셔서 외부로 튀어나오는 핀까지 자르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클리어 플라스틱은 불투명 플라스틱에 비해서 경도는 단단하지만 인장강도가 약해서 더 잘 부러집니다. 클리어 바디 킷의 설명서에도 보면 "재질 특성 상 파손의 우려가 있으므로, 일단 클리어로 조립하고 나면 분해가 불가능하다"는 무시무시한 경고가 써있습니다. 도색하려면 당연히 다 해체해줘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클리어 부품들은 더욱 정성 들여서 결합 핀들을 거의 절반 길이로 잘라줬습니다. 워낙에 결합 핀들이 많고 길어서, 반 정도 자른다고 해도 부품이 막 빠져버리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주의에 주의를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조립조차 하기도 전에 파손돼버린 클리어 부품이 있으니... 발 뒤꿈치의 J7 부품입니다. 런너 구조 상 이 부품을 떼어내려고 하면 부품이 좌우로 밀쳐지는 힘을 받게 되는데, 부품의 정가운데 부분이 깊게 패인 형태라 이곳에 응력이 집중되게 되고, 부러지기 쉬운 클리어 플라스틱 재질과 만나다 보니 엄청 쉽게 부러집니다. 저는 양쪽 클리어 발뒤꿈치 부품 모두 다 런너에서 떼어내는 과정에서 가운데가 똑 부러졌습니다ㅜㅜ PGU가 부품 강도 면에서는 영 perfect하지 못하네요.

 


아무튼 조립기는 이만 마치고 다음번에는 도색 작업기로 찾아뵙겠습니다.
불투명 부품들은 게이트 자국과 눈에 띄는 싱크마크 정도만 안 보이게 사포질하는 간단한 수준의 표면정리만 했고요. 클리어 부품들은 사포를 댔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질 것 같아서, 니퍼와 나이프로 게이트 자국만 다듬는 선에서 자제했습니다.

2022. 8. 13. 12:17

홈 미디어 네트워크 보완 계획 2022 (2023/07 업데이트)

10년만에 저희집 홈 미디어 네트워크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비하게 되어, 정리하는 차원에서 글을 남깁니다. 지금 와서 보니 제가 10년 전에 사용하던 기기는 그야말로 단 하나도 남김 없이 싹다 새것들로 갈아엎어져 버렸던데요.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시간이니, 변화가 빠른 기술 분야에서는 다 뒤엎어지는 것이 당연한 것 같기도 합니다. 갈아엎는 김에 덤으로 각각의 기기들이 한두 등급씩 고급화되기도 했더군요.

지난 10년 간 가장 중요한 변화를 꼽자면 미디어 스트리밍의 발전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해 통신 속도도 빠르고 요금도 저렴해지니, 굳이 미디어 컨텐츠를 내 기기에 저장해놓을 필요 없이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인터넷에서 스트리밍해 받으면서 감상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그로 인해 YouTube와 Netflix, Disney+, Amazon Prime Video, Apple TV+, HBO Max 등등 OTT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계의 폭발적인 성장이 있었고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도 더욱 발전해서 Tidal, Qobuz를 시작으로 Apple Music, Amazon Music, Deezer 등에서 무손실 압축이나 24-bit/96kHz 같은 고음질 포맷으로 스트리밍을 제공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미디어 감상의 대세는 누가 뭐래도 인터넷 스트리밍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스트리밍이 발전했다고는 해도 본격적으로 고화질, 고음질의 컨텐츠를 최적의 상태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UHD Blu-ray 같은 매체 혹은 그것을 저장한 파일을 플레이해야 하는데요. 이런 건 스트리밍에 밀려서 점점 더 마이너 취향 수준으로, 거의 덕후 취급까지 몰리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스트리밍의 발달 덕분에 각종 미디어 플레이어 기기들과 서비스 환경도 이들을 편리하게 잘 누릴 수 있도록 발전해 왔습니다만... 오히려 NAS에 파일 형태로 저장된 미디어를 홈 네트워크를 통해 플레이하는 것은 더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미디어 기기들이 고화질/고음질 홈 네트워크 플레이에 대한 지원을 잘 하지 않아서 애로사항이 꽃피고 있습니다. 되돌아보면 지난 10년 간 '홈 미디어 네트워크 기술' 자체도 거의 발전이 없다시피 합니다. 사실 미디어 파일이라는 것이 '불법 복제'와 깊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2022년 현재 미디어 기기들을 구입하실 때 반드시 중요하게 눈여겨보셔야 할 요소는 HDMI 2.1 입출력 지원입니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표준인 HDMI 2.0에 비해 HDMI 2.1은 48 Gbps까지 더 넓은 대역폭을 지원하기 때문에, 4K HDR 120 fps라든지 8K 60 fps 같은 고화질 전송을 위해서도 필요하며, 지연 시간이 짧은 전송 모드(ALLM)라든가 가변 프레임 레이트(VRR) 같은 비디오 게임에 특화된 기능들 때문에, 게임하시는 분들께도 특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HDMI 2.1이 발표된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로 개발이 늦어진 건지 반도체 부족현상 때문인지, 아직도 HDMI 2.1을 지원하지 않는 제품들과 일부 기능만 지원하는 기기들, 입력단자 중 단 하나만 HDMI 2.1이 가능한 반쪽짜리 제품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이왕 구입하신 기기들을 앞으로도 오래오래 8K 시대까지 잘 쓰시려면 HDMI 2.1을 제대로 빵빵하게 지원하는 똘똘한 놈으로 잘 골라서 구매하시길 바랍니다.

잡설이 길었습니다만 이제부터 정말 제대로 저희집의 2022년도판 홈 네트워크 구성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1. 홈 미디어 네트워크 모델

10년 전에 제가 쓴 글에 DLNA (Digital Living Network Alliance) 2-Box Model과 3-Box Model을 말씀드렸는데요. 2-Box model은 서버 - 플레이어의 두 개의 박스로

  1. 미디어 서버가 컨텐츠를 저장해 놓고 보내주며
  2. 미디어 플레이어가 미디어를 브라우징하고 선택하고 재생하고 재생 컨트롤 역할까지도 맡는

네트워크 구성입니다.

 

그리고 3-box model은 서버 - 컨트롤러 - 렌더러의 세 개의 박스로 이루어져

  1. 미디어 서버가 컨텐츠를 저장해 놓고 보내주며
  2. 스마트폰 등 컨트롤러가 컨텐츠 및 플레이 정보를 확인하고 컨트롤하고 (UI)
  3. 미디어 렌더러가 출력하여 보여주고 들려주는

네트워크 기기 구성입니다.

 

이 2-박스, 3-박스 모델의 개념은 10년 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것 같습니다. 영상의 경우, 플레이어들이 기본적으로 영상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와 컨트롤 UI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2-Box Model이면 충분한 것 같고요. 전문적인 음악 출력장치는 정보를 표시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변변치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별도의 controller가 존재하는 3-Box Model이 적절해 보입니다.

영상 홈 네트워크의 경우 DLNA 기술 자체는 이제 별로 경쟁력이 없는 것 같습니다. 명칭의 'Digital Living Network'가 나타내듯 한 집안에 존재하는 기기들끼리만 연결할 수 있어서, 어디에서나 컨텐츠를 즐기는 요즘 시대에 안 어울리고요. 또 UI 면에서도 DLNA는 10년 전부터 발전이 없이 구식 파일 탐색기 수준에 머물러 있고, 컨텐츠에 대한 정보 표시도 거의 안 되는데요. 점점 더 발전해 가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화려한 UI 화면에 익숙해진 유저들이 DLNA를 점점 떠나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홈 네트워크 동영상 플레이어 중에도 스트리밍 서비스와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Plex, Emby, Jellyfin이나 DS Video 등과 같은 앱이 인기인 것 같고, 그 외에도 많이 쓰이는 Kodi, Infuse, nPlayer, MX Player 등의 앱들도 주로 DLNA 이외의 네트워크 기술을 사용합니다. 현재 DLNA는 TV의 기본 미디어 플레이어 앱 정도에서나 채택하고 있는 것 같네요.

음악 홈 네트워크의 경우도 비슷하게, DLNA는 앰프 제품의 기본 플레이어 앱 정도에나 사용되고 있는데요. 고음질을 추구할 경우엔 그래도 아직 DLNA의 3-Box Model이 가장 나은 대안인 것 같습니다.

음악 전용 출력장치는 동영상 플레이어와 달리 디스플레이가 변변치 못하다 보니 서버 - UI기기(스마트폰 등) - 렌더러 형태의 연결이 필요한데요. 여기 사용되는 기술들은 대부분 3-Box Model이 아니고, 애플 AirPlay나 구글 Chromecast 같은 경우 음악 플레이의 주체가 스마트폰 같은 UI기기입니다. 우리가 NAS(서버)와 Hi-Fi amp(렌더러) 사이를 유선 LAN으로 연결해놨다고 가정해보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Chromecast나 AirPlay는 굳이 NAS의 음악 데이터를 스마트폰으로 Wi-Fi로 보낸 뒤에 스마트폰을 거쳐 음악을 트랜스코딩해서 또다시 Wi-Fi를 통해 출력장치로 보내주기 때문에, 음질 열화의 가능성도 있고 스마트폰의 파워도 잡아먹습니다. 반면에 진정한 3-Box Model에서는 스마트폰은 단지 컨트롤만 할뿐, 서버가 직접 보낸 데이터를 음향 출력기기가 그대로 받아서 플레이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효율성과 음질 측면에서 AirPlay나 Chromecast보다 더 낫습니다.

 

3-Box Model 형태의 기술은 DLNA 이외에도 Roon, DTS Play-Fi 정도를 들 수 있겠는데요. Roon은 아직 지원 기기도 적고 너무 고가라서 엄두가 안 나고, Play-Fi는 기술 자체는 괜찮은 듯한데, 제 AV Receiver의 문제인지 Play-Fi 앱의 문제인지 모든 음악이 0:04에서 멈추는 버그가 있어서 귀찮게 매번 플레이 버튼을 눌러줘야 하더군요. 대부분의 네트워크 오디오 리시버에서 지원되고 안정적인 DLNA가 아직은 가장 나은 것 같습니다.

DLNA의 인터페이스는 파일 탐색기 수준을 못 벗어나는 형태라서 불만이긴 한데요, 그렇다고 딱히 더 나은 기능을 지원하는 다른 앱도 없더군요. 마치 스트리밍 앱들처럼 내 취향에 맞춰 내 미디어 서버의 음악들로 추천 플레이 리스트도 만들어주고, 검색도 똑똑하게 잘 해주고, 앨범 표지와 가사도 인터넷에서 가져와주는 앱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쓰고 싶은데요. 그런 서비스들이 필요한 사람들이 소수라 그런 건지, 불법 복제 문제 때문인지, 그런 음악 파일 플레이어는 아무도 안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Synology NAS에서 제공하는 DS Audio가 나름 인터페이스도 괜찮고 DLNA도 지원하기 때문에 저는 이걸 사용중입니다.

2. 동영상 플레이어 기기

많은 분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노트북 PC 등의 휴대기기로 동영상을 감상하시죠. 그쪽은 앱 생태계가 잘 갖추어져 있으니 굳이 제가 여기서 말을 보탤 필요는 없을 것 같고요.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대화면에서 본격적인 고화질/고음질로 동영상을 감상하는 플레이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요즘 스마트 TV들은 자체 동영상 플레이어 기능도 포함돼있고, OTT 스트리밍 앱들도 종류 별로 설치할 수 있으니, TV만 사면 대화면 디스플레이 기기와 동영상 플레이어까지 한꺼번에 해결이 가능할 걸로 예상이 되죠. 대부분의 경우 그 예상이 맞습니다만, 개인 서버에 저장된 영상을 최고의 음향으로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TV로는 부족하고, 별도의 동영상 플레이어가 필요하더군요.

요즘 고사양 영상 컨텐츠의 입체 음향 트랙은 무손실의 Dolby TrueHD 아니면 DTS-HD MA 코덱으로 저장됩니다. 고화질과 고음질을 추구하는 4K UHD Blu-ray 디스크의 메인 음향 트랙이 이들 형식으로 저장되죠. 반면에 용량과 대역폭을 아끼는 것이 중요한 스트리밍 동영상의 경우, Dolby Digital Plus 손실압축 코덱에 실어서 보냅니다. 요즘 세상의 주류는 스트리밍 서비스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기들 또한 손실압축 코덱만 지원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에 2021년형 77인치 LG OLED C1 TV를 구입했습니다. 2022년 7월 구입 당시 최신형인 C2 모델 대비 $800이나 저렴했기 때문에, 구형 2021년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당연한 결정이었다고 보는데요.
그런데 하필이면 어째서 LG TV를 구입했는가? 2021년형 삼성 TV가 좀더 저렴했지만 4개의 HDMI 입력단자 중 단 하나만 HDMI 2.1을 지원한다는, 제게는 나름 치명적으로 다가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니 TV는 LG TV보다 훨씬 더 비쌌고요. 그리고 기타 듣보잡 업체 TV들보다도 구형 LG TV의 신뢰성과 가성비가 더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LG C1 TV는 웬만한 OTT 스트리밍 서비스는 스마트하게 다 잘 지원하더군요. 별도 플레이어 기기 없이 다 TV에서 플레이할 수 있고, 스트리밍 서비스의 Dolby Atmos 음향도 AV 리시버로 잘 pass through해줍니다.
반면에 NAS 같은 홈 미디어 서버의 동영상을 LG TV에서 플레이하려고 하니 애로사항이 꽃핍니다. Kodi는 LG webOS 스토어에 없기 때문에 설치조차 불가능하고요. 설치 가능한 Plex, Emby, Jellyfin 클라이언트 앱은 영상 코덱 호환성 문제가 많아서 플레이가 안 되는 영상이 많습니다. 그나마 LG TV 내장 미디어 플레이어가 호환성은 낫지만, 얘는 또 엄청 느립니다.
LG TV 상에서 돌아가는 모든 동영상 파일 플레이어 앱의 공통적인 문제는 Dolby TrueHD나 DTS-HD Master Audio 같은 무손실 입체 음향 코덱 데이터를 AV앰프나 사운드 바 같은 오디오 기기로 pass through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직 Dolby Digital (Plus) 손실 코덱만 pass through가 됩니다. 모든 앱들이 하나 같이 지원을 안 하는 것 보면 LG TV 하드웨어 자체가 무손실 코덱의 pass through를 지원하지 못하는 것 같고, 모르긴 몰라도 삼성이나 소니 TV의 미디어 플레이어 또한 Dolby TrueHD의 pass through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스마트 TV만으로는 홈 네트워크 상에서 최고 화질과 최고의 음질로 영화 감상을 할 수 없으니 동영상 플레이어를 추가 구입해야 하는데요, 플레이어 기기 시장도 문제는 마찬가지입니다. Apple TV, Google Chromecast, Amazon Fire TV니, Roku, Tivo, Mibox 등 수많은 쟁쟁한 스트리밍 미디어 플레이어 기기들이 존재하지만, 음성 트랙 데이터를 그대로 음향기기에 보내주는 audio pass through가 아예 지원되지 않거나, 되더라도 OTT 스트리밍 서비스에 사용되는 Dolby Digital Plus 코덱까지만 지원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2023년 현재 Dolby TrueHD나 DTS-HD의 pass through가 가능한 미디어 플레이어는 Nvidia Shield TV, Nvidia Shield TV Pro, 그리고 Amazon Fire TV Cube라는 가장 비싼 축에 속하는 단 세 모델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얘네들도 완벽하지 못하고 각자 나름대로 단점들이 존재합니다.

 

Nvidia Shield TV와 Nvidia Shield TV Pro는 좀 구형입니다. 1세대, 2세대, 3세대 모델이 각각 2015, 2017, 2019년에 나온 것을 봤을 때 2021년에 다음 세대가 나올 차례였는데, 2023년 7월 현재까지 차세대 계획조차 발표된 바 없습니다.
지금 판매중인 2019년형 Shield TV는 연식이 연식이다 보니 HDMI 2.1과 HDR10+를 지원하지 않고, Wi-Fi 6가 아닌 Wi-Fi 5(802.11ac)까지만 지원합니다. 싸기라도 하면 그냥 눈 질끈 감고 지르겠지만, 미디어 플레이어들 중 최고가인 $199나 되고 말이죠. 다른 기능은 90% 이상 스마트TV와 중복되는데, 오로지 Dolby TrueHD와 DTS-HD의 pass through 기능만 바라보고 4년이나 된 구형 기계를 $199나 치르고 사자니 많이 아깝습니다.
한편 Amazon Fire TV Cube는 2022년 발매된 3세대 모델부터 Dolby TrueHD pass through를 지원하게 됐는데요. 요즘 나온 기기답게 Wi-Fi 6E를 지원하고 HDMI 2.1과 HDR10+를 지원하는 것까지는 좋습니다만, Shield TV 대비 전반적으로 성능과 기능이 뒤떨어집니다. 일단 8K 해상도를 지원하지 않고, 유선 LAN 속도도 최대 100 Mbps까지밖에 안 나옵니다. 동영상 호환성과 Fire TV OS의 UI 편의성이 Shield TV보다 떨어진다는 얘기도 종종 들리고요.

그런데 저는 어쩌다 보니 Amazon Prime Day 세일로 Fire TV Cube를 구입하고 말았습니다. 유선 LAN 속도는 정말 느리더군요. 100 Mbps는 그야말로 상한선이고, 실질적으로는 50 Mbps짜리 동영상 감상에도 버벅거립니다. 저는 그래서 랜선은 그냥 뽑아버리고 더 빠른 Wi-Fi로 연결해서 사용하는 중입니다.

처음에는 소문처럼 동영상 호환성이 안 좋을까봐 걱정도 좀 됐는데요. 일단 대다수의 동영상이 Amazon Fire TV 버전의 Plex에서 잘 돌아가고 pass through도 잘 됩니다. Plex에서 문제가 있던 동영상 파일은 Kodi에서 돌리면 또 잘 됩니다. Kodi는 audio pass through 설정을 감춰놓아서 좀 헤맸는데요, 시스템 설정에서 아래 사진과 같이 좌측 하단의 설정 등급을 '고급'이나 '전문가'로 설정해야만 path through 코덱 종류를 지정할 수 있거든요. 여기서 'AC3 트랜스코딩 사용'을 제외한 모든 옵션을 켜줘야 합니다.

 

Kodi는 이렇게 설정만 잘 해놓으면 제 동영상 파일의 99% 정도는 잘 재생해주는 것 같습니다. Kodi와 Plex 양쪽 모두 잘 안 되는 극소수의 영상은 Jellyfin이나 Emby에서 돌려봤더니 재생이 됐고요. Fire TV Cube가 Shield TV에 비해서 동영상 호환성이 좀 떨어지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미디어 플레이어 앱들을 좀 이것저것 동원해 보면 99.9%의 동영상 재생 및 pass through가 다 잘 되는 것 같습니다.

 

미디어 플레이어에 추가 투자를 원하지 않으시거나, 아니면 (Fire TV Cube는 마음에 안 들고) 차세대 Nvidia Shield TV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를 원하시는 분은 그동안 PC를 미디어 플레이어 용으로 사용하시면 무손실 음향 코덱을 pass through해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윈도우즈 PC의 동영상 플레이어 앱들 중에도 Dolby TrueHD와 DTS-HD pass through가 잘 되는 앱이 몇 가지 있는데요. Plex에서 최근에 나온 Plex HTPC(☞설치 페이지☜)가 꽤 괜찮더라고요. 얘 또한 pass through 설정 메뉴를 찾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일단 HDMI 케이블로 오디오기기에 연결한 상태에서만 설정이 가능한데요. 설정 > 오디오 메뉴에서 오디오 장치를 'AV Receiver'로 선택하셔야 하며, 그 아래에 나오는 Dolby Digital, Dolby TrueHD, DTS-HD 등등 모든 항목을 체크하시면 pass through가 활성화됩니다.

 

Plex의 경우 파일 서버 기기에 Plex media server를 설치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데요, Plex 서버 설치가 여의치 않은 분들은 ☞팟 플레이어☜를 사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팟 플레이어 역시 pass through 설정을 찾기 어렵게 돼있습니다. 환경 설정 > 소리 항목에서 화면 중간쯤에 있는 '내장 오디오 코덱 설정'을 클릭하셔야 합니다. 다른 설정 항목들은 모두 그냥 '(권장)'이라고 쓰인 항목에서 바꾸지 않으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그러면 아래 화면과 같이 내장 오디오 코덱 설정창의 우측에 Pass Through 설정이 나오는데, 모두 '기본 Pass Through Muxer'로 선택해놓으시면 됩니다.

 

진정한 영화 팬이시라면 4K Ultra HD Blu-ray를 직접 구입해서 플레이하실 텐데요, PS5(플레이스테이션 5)에 UHD Blu-ray 디스크 플레이 기능이 있습니다. 그런데 PS5의 pass through 설정 옵션 또한 본체 메인 설정 메뉴의 사운드 항목이 아니라 참 찾기 어려운 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PS5에서 pass through 설정에 진입하는 유일한 방법은 Blu-ray 디스크를 플레이하는 도중에 듀얼센스의 옵션 버튼 (三 모양 버튼)을 누르는 것입니다. 그 때 화면 하단에 나오는 메뉴들 중 '⋯' 선택 후 '설정'으로 들어가면 되는데요. 아래 화면과 같이 중간에 오디오 포맷 옵션이 있는데, 여기서 '비트스트림'을 선택해야 AV 앰프나 사운드 바에 코덱 데이터를 그대로 보내줍니다. 그리고 Blu-ray 디스크의 초기메뉴 화면에서도 오디오 트랙을 Dolby Atmos나 DTS:X로 (보통은 1번 트랙입니다) 선택하셨는지 또한 꼭 확인하시는 게 좋겠고요.

 


동영상 플레이어 관련해서 결론을 정리하겠습니다. 굳이 무손실 고음질 음향이 필요하지 않으시다면, 간단하게 스마트 TV의 내장 미디어 플레이어를 그냥 사용하시면 됩니다. Plex, Kodi, Jellyfin, Emby 같은 앱을 설치하실 수 있는 TV이면 더욱 쾌적하게 사용하실 수 있겠고요.

반면에 고음질을 추구하셔서 무손실 오디오 코덱으로 입체 음향을 즐기기 원하신다거나, DTS 계열 오디오 코덱을 플레이하시려면 이들을 passthrough할 수 있는 소수의 동영상 플레이어 기기 중 하나를 구입하시든지, 아니면 차선책으로 PC에서 Plex HTPC나 팟 플레이어 같은 앱을 사용하시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4K UHD Blu-ray 광매체를 직접 Blu-ray player, PS5, 혹은 Xbox Series에서 재생하시는 방법도 있겠고요.

3. 음악 렌더러 기기

음악 역시 많은 분들이 스마트폰에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감상을 하십니다만, 여기서는 좀더 큰 음향기기들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삼성의 Q950A 사운드바가 그렇게 좋다고들 하긴 하던데, 오디오 기기 하나로 음악과 영상을 모두 커버하려고 생각해보니깐 사운드바는 음질 면에서 아무래도 좀 부족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AV 리시버(AV 앰프라고도 하죠)에 스피커들을 달아서 쓰기로 결정했는데요, 여기에서 또 HDMI 2.1이 문제가 됐습니다.


제가 처음에 눈독 들였던 AV 리시버는 데논의 AVR-X3700H였습니다. 그런데 얘가 HDMI 입력 단자 7개 중에 꼴랑 하나만 HDMI 2.1을 지원한다는 거죠. 그래서 아쉽지만 탈락.
그 다음 후보는 야마하 RX-A4A라는 제품이었는데, 얘는 무려 7개의 모든 HDMI 입력 포트가 HDMI 2.1을 지원!... 하도록 향후 펌웨어 업데이트를 해줄 거랍니다. 그런데 발매 후 1년이 넘은 시점까지도 HDMI 2.1의 주요 기능인 ALLM이나 VRR이 동작하지 않는 등 펌웨어가 안정화되지 않았었습니다 (2023년 현재는 모두 지원된다고 하네요).
저 둘과 동급이면서 7개의 HDMI 입력 중 6개에서 HDMI 2.1을 지원, 그 중 3개에서 40Gbps 속도까지 지원하는 AV 앰프 제품으로 Onkyo, Pioneer, Integra라는 브랜드의 제품들이 있는데요. 그 중에는 아무래도 Onkyo가 가장 브랜드 신뢰도가 높죠. 그렇게 제 음악 렌더러/플레이어로 선택한 것이 온쿄 TX-RZ50 AV 앰프였습니다.

 

온쿄 AV 리시버의 강점이라면 Dirac Live Room Corretion 기능이라는, 감상 공간의 소리의 반향으로 인해 왜곡된 임펄스 응답을 보상해주는 일종의 이퀄라이저 기능(딴에는 설명이라고 한 건데 오히려 더 많은 전문용어들을 풀어놓아 죄송합니다)을 들 수 있는데요. 데논의 Audyssey나 야마하의 YPAO처럼 타사에도 유사한 기능이 있기는 합니다. 저는 비교 감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돼서 잘은 모르겠지만, 사람들 평가에 따르면 Dirac Live가 더 뛰어나다고들 하더군요.

그리고 AV 리시버가 구동할 서라운드 스피커들은 ☞Home Cinema Guide☜ 사이트에서 추천하는 스피커들로 5.1.2 채널을 구성해 봤습니다. 저 사이트가 미국에서 구하기에 가성비 괜찮은 중급 스피커들을 잘 찝어주는 것 같고, 딱히 영리 목적으로 특정 브랜드 몰아주기를 하는 것 같지도 않아서 추천되는 품목들을 거의 그대로 구입했네요.

 

  • 프론트: Polk Audio ES60
  • 센터: Klipsch RP-500C
  • 서브우퍼: SVS SB-1000 pro
  • 서라운드: SVS Prime Satellite
  • 업파이어링: Elac Debut 2.0 A4.2


스피커 위치 별로 따로따로 고르다 보니, 브랜드가 다 제각각이라 디자인 및 음색의 통일감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고요.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구입하기에는 별로 가성비가 안 좋을 수 있으니 그냥 참고만 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기존의 2차원 상의 5.1 채널에서 3차원의 공간감을 좀더 느껴보고자 5.1.2 채널로 천장에 소리를 반사시키는 업워드 파이어링 스피커 두 개를 추가하긴 했는데, 위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의 공간감은 음... 딱히 별로 잘 안 느껴지더라고요. 저처럼 소리를 반사시켜 듣는 게 아니라, 천장에 직접 스피커를 단다면 소리의 공간감이 훨씬 잘 느껴질 것 같기는 합니다.

4. 미디어 파일 서버

요즘 제 미디어 소비 패턴의 90%는 스트리밍인 것 같기는 한데요. 그래도 소장하고 싶은 동영상과 음악 파일들은 NAS (Network Attached Storage)에 저장해놓고 있습니다. 저장된 미디어 파일을 재생하는 방법으로는 하드 디스크를 직접 플레이어에 연결하는 방법, 유무선 공유기에 하드 디스크를 다는 방식, PC를 파일 서버로 이용하는 방법 등등 많이 있겠지만, 전용 NAS를 두는 방법이 저장 용량, 소비 전력, 안정성, 편의성, 기능 등등을 다 따져봤을 때 정답인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구입했던 NAS는 Synology의 2013년형 2-bay NAS인 DS213이었는데요. 기능 면에서는 나무랄 데 없지만 용량이 문제가 되더군요. 하드 디스크를 2개밖에 장착하지 못한다는 건 그렇다 치고, 지원하는 하드 디스크 용량이 4 TB가 한계였거든요. 두 개 합쳐 8 TB면 당시에는 작은 용량이 아니었지만, 4K 동영상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필요 저장용량이 폭증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쭉 용량에 허덕이면서 계속 하드 디스크를 지우고 정리하는 것이 일상이 됐던 것 같습니다.

결국 그래서 2020년에 같은 회사의 4-bay NAS인 DS420+를 구매했습니다. 4-bay NAS 중 좀더 저렴한 DS420j나 DS418도 잠시 고민을 하긴 했었지만, x86/x64 기반 CPU를 쓰는 기종만 Plex media server와 Docker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결국 DS420+로 결정했었네요. Plex server는 요즘엔 DS420j나 DS418에도 설치할 수 있게 됐긴 하지만요. Docker는 Jellyfin 서버를 돌리려면 필요하고, VPN을 통한 다운로드 기능이라든지 이런저런 흥미로운 기능들을 깔 수 있어서 요긴하더군요.

반대로 한 등급 더 높고 5-bay 확장 유닛을 연결할 수 있는 DS920+ 모델도 있었는데, 제가 구매하려고 했을 때가 920+ 할인판매는 매진되고 420+만 할인하던 시기라서 어쩔 수 없이 DS420+를 산 느낌이 없지않아 있습니다. 그런데 냉정하게 따져봐도 DS920+를 안 사길 잘 한 것 같습니다. 제게 하드 4개 용량이 부족해질 때가 되려면 앞으로도 몇 년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은 데다가, DX517 확장 유닛 가격 자체가 DS420+와 맞먹는데요. 그 때가 오면 그 시기의 최신형 8-bay NAS로 업그레이드하는 게 낫지, 굳이 구형 확장 유닛을 비싼 돈 주고 달고 싶지는 않을 것 같네요.

 

DS420+는 link aggregation이라고 해서 Ethernet LAN port 두 개를 묶어서 2배의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래서 Wi-Fi 공유기도 link aggregation을 지원하는 제품으로 사서 그렇게 연결은 해놓았습니다만, 딱히 속도 향상을 체감할 만한 일은 없더라고요. 제가 사는 동네는 광케이블이 안 들어와서 인터넷 속도도 600 Mbps 밖에 안 되고, 그렇다고 집에 있는 기기들 여럿이 한꺼번에 NAS에 달려들어서 고속 데이터 전송을 할 일도 거의 없어서 말이죠.
아무튼 종합적으로 DS420+로 선택한 건 잘 한 것 같습니다. 딱히 막 좋다는 느낌도 없는 반면에, 별다른 불편도 없이 지금까지 쾌적하게 잘 쓰고 있네요.

2020년 당시에는 12 TB를 넘는 하드 디스크의 가성비는 매우 안 좋았기 때문에 12 TB 하드로 구성했고요. 세일할 때마다 하나씩 사모아서 4개를 채웠습니다. 12 TB 하드 4개의 용량을 합치면 48 TB이지만 데이터 안정성을 위해 RAID 5로 구성해서 36 TB입니다. 어렸을 적  360 kB짜리 플로피 디스크 쓰던 시절이 아직도 기억에 선한데 36 TB라니... 그 동안에 용량이 1억 배로 늘었네요. 36 TB라고 하면 지금 당장은 어마어마하다 생각되지만, 또 몇 년 지나고 나면 용량에  허덕이며 하드 디스크 정리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미디어 파일 서버에서 지원해야 할 기능이라면 SMB나 WebDAV 같은 기본적인 파일 전송 프로토콜이 있고, DLNA 서비스가 있고, 또 자체 서버 프로그램이 필요한 미디어 앱으로 Plex, Emby, Jellyfin 등이 있고, Synology 자체의 Video Station, Audio Station도 있습니다. 대충 이 정도만 갖춰 놓으면 다양한 종류의 플레이어/렌더러 기기에 맞춰 웬만한 미디어 서버 기능과 역할은 다 할 수 있겠습니다.


Synology NAS (DSM 7)의 경우 SMB는 제어판의 '파일 서비스' 항목에서 설정할 수 있습니다. FTP도 파일 서비스에서 설정해줄 수 있기는 한데, FTP는 보안에 취약하고 WebDAV가 그 역할을 100% 대체해줄 수 있는 관계로 저는 FTP는 막아놨습니다. 그 외의 것들은 패키지 설치를 해줘야 합니다. WebDAV Server와 Video Station, Audio Station은 패키지 센터에서 그 이름 그대로 찾아서 설치할 수 있고, DLNA 서버는 '미디어 서버'라는 이름으로 패키지 센터에 있습니다. Plex Media Server도 패키지 센터에 있긴 합니다만, 저는 최신 버전 SPK 파일을 ☞Plex 사이트☜에서 직접 다운로드 받아서 패키지 센터에서 '수동 설치'로 깔았습니다. Emby 서버도 ☞Emby 사이트☜에서 패키지를 직접 다운로드 받아서 수동설치 하셔야 합니다. Jellyfin의 경우 ☞Docker에다가 설치☜하셔야 하는데요, Emby와 동일한 8096 포트를 쓰기 때문에 저는 Docker의 포트 포워딩 기능으로 다른 포트 (8097)에 연결해놓았습니다. 그 외에 iTunes Server도 패키지 센터에서 설치할 수는 있지만, 몇 년 전 애플 iTunes 관련 정책이 바뀐 후로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플레이할 수 없게 됐고, 그래서 이젠 별 쓸모가 없습니다.

5. 네트워크 인프라

저는 한국에서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ipTIME T3008 Ethernet LAN 유선공유기를 아주 잘 써왔습니다. 지금까지 두 번 정도 죽은 적이 있었는데, T3008 본체가 고장난 게 아니라 전원 어댑터가 사망한 거였고요, 어댑터를 갈아주니 또 쌩쌩 잘 돌아갔죠. 희한하게도 ipTIME 외에는 이런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잘 없고, 이 제품 이후로 T5008이라는 후속 제품도 나오긴 했는데 딱히 T3008보다 나은 점을 모르겠더라고요.

 

벽에 LAN선들이 매설돼 있는 한국 아파트 환경에서는 DHCP (Dynamic Host Configuration Protocol) 서버와 라우터 기능을 내장하고 LAN 포트가 8개쯤 있는 T3008 같은 유선 공유기 제품이 홈 네트워크 구성에 정말 딱입니다. 단자함의 인터넷 모뎀 바로 옆에다가 유선공유기를 놔두고 집안 구석구석으로 연결된 LAN 선들에 연결해놓고요. 이들 LAN 선의 반대쪽 끝에는 붙박이로 쓰는 NAS, 데스크탑 컴퓨터, TV, 게임기, 그리고 저렴한 Wi-Fi 공유기 한두 개 정도를 연결해 놓으면 정말 쾌적한 유무선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단, 무선 Wi-Fi 공유기를 기본 세팅인 '라우터 모드'로 놔두게 되면 무선 공유기가 또 별도의 서브 네트워크를 구성해버리게 되기 때문에 집안의 기기들끼리 서로 통신이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Wi-Fi 공유기 옵션에서 동작 모드 설정을 잘 찾으셔서 'AP 모드'로 바꿔야, 라우터 기능은 유선공유기에 맡기고 전체 홈 네트워크가 하나의 인트라넷으로 동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두 개 이상의 Wi-Fi 공유기를 쓰실 때 SSID와 암호를 서로 동일하게 해놓으시면, Wi-Fi 기기들이 알아서 더 신호가 좋은 AP로 연결되어 편리합니다. 제가 ☞10년 전에 썼던 글☜도 한 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제가 이민 온 미국 동네는 집들이 다들 막 40년씩, 60년씩 돼갖고 벽에 LAN선이 매설돼 있는 집 같은 것은 꿈도 못 꾸겠더라고요. 여기는 유선 연결은 도저히 답이 안 나오고, 모두 무선으로 연결하는 게 맞겠더군요. 완전 무선으로 집 전체를 커버하는 방법이라면 첫째로 강력한 Wi-Fi 공유기 하나를 쓰는 방법과, 둘째로 Wi-Fi AP들 간에 무선으로 중계하는 Wi-Fi Mesh라는 기술을 적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똘똘하고 강력한 Wi-Fi 공유기는 빔포밍(beamforming) 같은 기술을 쓰기 때문에 조금 먼 곳에 있어도 신호가 크게 약해지지 않고 그럭저럭 잘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선 LAN 라우터로서의 성능도 빵빵할 경우가 많죠. 그런데 보통 이런 애들은 크기가 커서 좀 거추장스럽고, 공유기 하나로 집 천체를 커버해야 하기 때문에 집안 한가운데에 배치해야 된다는 제약이 좀 있습니다.
한편 Mesh 네트워크의 경우 집 구석구석에 적절하게 Wi-Fi 중계기 AP를 2, 3개 정도 배치하면 거의 완벽하게 음영지역을 없앨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그 반면에 라우터로서의 성능은 그다지 좋지는 않은 것 같더라고요.

 

제가 선택한 방법은 강력한 Wi-Fi 라우터 하나를 쓰는 방법이었습니다. 자타공인 가장 강력한 ASUS의 AXE11000이나 AX11000 제품은 엄청 비싸지만, TP-Link의 AX11000제품은 동급 spec에다가 꽤나 저렴하더라고요. 거미 다리 같은 8개의 안테나로 빔포밍을 하기 때문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가장 구석진 방에서도 폰의 Wi-Fi 신호 안테나 표시가 2개는 뜹니다. 그리고 유선 LAN port도 8개나 돼서 NAS, TV, AV receiver, PS5처럼 이동할 필요가 없거나 데이터 전송률이 높은 기기들은 다 한 자리에 모아놓고 유선으로 연결해버릴 수 있습니다. TP-Link AX11000은 link aggregation도 지원하는 관계로 NAS를 link aggregation으로 물려줬습니다. 뭐 딱히 NAS의 데이터 전송 속도가 높아진 걸 체감하지는 못하겠지만요^^;;

전반적으로 만족하면서 쓰고 있습니다.

 

Wi-Fi 표준에도 버전이 있는데요. 10년 전의 Wi-Fi는 802.11n, 혹은 요즘 식으로 말하면 Wi-Fi 4 표준이었고요. 5년쯤 전에는 802.11ac (Wi-Fi 5)가 메인스트림이 됐죠. 현재의 주류는 Wi-Fi 6 (802.11ax)입니다. 여기에 더해 Wi-Fi 6와 7의 중간쯤 되는 Wi-Fi 6E도 점점 더 많이 보급되어가는 것 같고요. Wi-Fi 5 이전까지는 한 세대마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막 몇 배씩 빨라졌는데요. Wi-Fi 5에서 6로 올 때는 그 정도로 대폭적이지는 않고 실질적으로 대략 40% 정도의 속도향상이 있습니다. Wi-Fi 7은 이론적으로 6의 두 배 이상의 전송속도를 낼 수 있다지만 실제는 어떨지, 실제품들이 좀 풀려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Wi-Fi 5에서 6로 넘어오면서 가장 발전된 부분은 Wi-Fi 기기가 많을 경우에 채널을 효율적으로 공유하면서 나눠 쓰는 방식인데, 일반 가정에서 그 차이를 느끼기는 쉽지 않겠습니다. 좀더 알기 쉬운 Wi-Fi 6의 장점으로는 2.4 GHz와 5 GHz 주파수 대역을 알아서 자동으로 선택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2.4 GHz는 파장이 길어서 전파가 장애물도 잘 투과하고 좀더 멀리까지 잘 도달하는 장점이 있지만, 이 대역을 쓰는 경쟁자들도 많고 채널도 좁아서 데이터 속도가 잘 안 나오는 단점이 있죠. 반면에 5 GHz는 속도가 훨씬 빠르지만, 거리와 장애물에 의해 안테나 감도가 훅훅 떨어지는 단점이 있고요. Wi-Fi 5는 오직 5 GHz 대역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공유기와 거리가 멀어져 신호가 약해지면 수동으로 2.4 GHz Wi-Fi 4로 연결을 전환해줬어야 합니다.
한편 Wi-Fi 6E의 6 대비 가장 큰 차이점은 6 GHz 주파수 대역의 추가입니다. 아직 거의 아무도 없는 6 GHz 대역의 드넓은 채널을 남 눈치 안 보고 막 쓰는 것만으로도 평균속도는 향상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Wi-Fi 6E를 지원하는 클라이언트 기기들이 별로 없습니다. 삼성, 구글, 샤오미의 최신 flagship 스마트폰 정도만 지원하고 있고, 제가 가진 기기 중에는 Fire TV Cube가 유일하네요. 아이폰 14조차 Wi-Fi 6E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대략 2024년에는 Wi-Fi 7이 대중화된다고 볼 때, 아이폰은 2023년 모델만 Wi-Fi 6E를 지원하거나, 아니면 6E를 아예 건너뛰고 Wi-Fi 6에서 바로 7으로 갈지도 모릅니다.

만약 현재 Wi-Fi 5 (802.11ac) 공유기를 별 불편 없이 잘 쓰고 계신다면 굳이 Wi-Fi 6나 Wi-Fi 6E로 업그레이드하실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현재 아무리 고화질/고음질의 4K HDR Dolby TrueHD 동영상이라고 하더라도 전송속도가 대략 100 Mbps (2시간에 100 GB) 이하일 텐데요, Wi-Fi 5의 스펙으로 충분히 무선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Wi-Fi 공유기에서 멀리 떨어져 있거나 벽 여러 개로 막혀있거나 여러 사람이 동시에 Wi-Fi를 쓰고 있거나 하지만 않다면 말이죠. 막 집 완전 반대편에서도 끊김 없이 감상하기를 원하신다면 Wi-Fi 6나 6E로도 안 될 것이고요, 그냥 유선 연결을 하시는 게 좋지 않을지^^;;

그런데 만약 지금 Wi-Fi 공유기를 새로 장만하시려고 한다면 굳이 구식인 Wi-Fi 5를 사는 것도 그렇고, 비싼 Wi-Fi 6E를 사는 것도 좀 그렇고, Wi-Fi 6 제품으로 구매하시는 게 무난하겠습니다. 2022년 현재 Wi-Fi 6E 무선 공유기 제품은 동급의 Wi-Fi 6 대비 30-50% 정도 더 비쌀 텐데요, 이 정도 가격차를 정당화할 만큼의 성능 이득은 없다고 봅니다. 저도 그래서 Wi-Fi 6 제품으로 구매한 것이고요. 만약 나중에 Wi-Fi 6와 6E 제품의 가격 차이가 10-20% 이내로 좁혀진다면, 향후의 확장성을 위해서라도 6E로 구입하시는 것이 맞겠습니다. 그런데 그런 시기쯤 되면 또 Wi-Fi 6E를 살 것이냐 Wi-Fi 7을 살 것이냐로 고민하게 될 것 같습니다. 

6. HDMI 연결

보통은 AV 리시버가 HDMI 입력단자들이 많으니, 소스 기기들을 AV 리시버에 연결해놓고, 리시버가 소스기기들을 선택해서 영상 신호를 TV로 보내주는 식으로 HDMI 연결을 많이 하시죠. 이 방법은 예전에는 소스 기기 전환을 위해서 매번 AV 앰프를 켜줘야 한다는 귀찮음이 있었습니다.

반면에 HDMI 입력 단자 수가 적은 사운드바나 4K HDR을 잘 지원하지 못하는 구형 AV 리시버를 사용할 경우, 반대로 소스 기기들을 TV에 연결해놓고, TV가 소스기기들을 선택해서 음향 신호를 오디오 출력기기로 보내줘야 하죠. 이 방식의 경우 예전에는 대역폭이 딸려서 Dolby TrueHD나 DTS-HD 같은 고음질 오디오 코덱 신호는 전달하기 곤란하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똑똑한 요즘 HDMI를 못 쓰던 시절에는 HDMI 연결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었는지 ☞제 지난 글☜을 보시면 한 가지 예를 보실 수 있는데요. 지금 와서 보니 어떻게 그렇게 처절하게 살았었나 싶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HDMI의 발전 덕분에 소스 기기를 TV에 연결하든 오디오 기기에 연결하든, 알아서 적절한 최종 목적지에 영상/음향 신호가 도달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우선 HDMI eARC (enhanced Audio Return Channel) 덕택에 오디오 기기 → TV 방향과 TV → 오디오 기기의 두 방향의 신호 전달에 두 개의 케이블이 필요 없이 HDMI 케이블 하나만으로 양방향 연결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존의 ARC는 대역폭이 좁아서 고음질 서라운드 오디오 신호는 보낼 수 없었지만, eARC는 그 한계를 없애고 진정한 쌍방향 인터페이스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요즘 TV와 AV 리시버는 그냥 고민할 것 없이 eARC라고 쓰인 HDMI 단자끼리 케이블을 연결해버리면 끝입니다.

 

또 HDMI CEC(Consumer Electronics Control)도 더욱 발전돼서 소스 기기의 전환을 위해 굳이 중간에 있는 기기를 켜는 귀찮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중간에 있는 AV 리시버 전원이 꺼져있더라도 소스기기의 전원을 켜면 TV가 알아서 해당 기기로 자동으로 연결이 됩니다(물론 귀찮은 부작용도 많습니다. TV만 끄고 싶은데 AV 리시버까지 같이 꺼진다거나, TV를 켜면 필요없는 소스 기기도 함께 켜지거나 등등).

그런데 2022년 현재 HDMI 케이블을 완전히 자유롭게 내 마음대로 연결할 수는 없게 하는 복병이 있으니, TV들이 DTS 계열 오디오 코덱을 pass through하지 않는 문제입니다. 삼성 TV는 2018년부터, LG TV는 2019년부터 DTS사와 관련된 오디오 코덱을 아예 입출력조차 할 수 없도록 바뀌었습니다. TV 내장 미디어 플레이어에서 DTS를 재생해주지 않는 데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스 기기에서 오는 DTS 신호를 TV에서 통과(pass through)시켜서 AV 리시버나 사운드바에 보내주는 것조차 막아버린 건데요.
따라서 DTS 오디오 코덱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소스 기기들은 TV 쪽이 아니라 AV 앰프나 사운드바 쪽에 달아줘야만 DTS, DTS-HD 음향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 PS5에서 영상 Blu-ray 디스크를 재생할 때, 또는 Fire TV Cube에서 동영상 파일 재생 시에 DTS 계열 코덱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들 둘은 AV 리시버 측에 물려줘야 했습니다. 게임기를 중간에 AV 리시버를 거쳐 TV에 연결하면, 기기 조합에 따라서는 게임에서 중요한 VRR (variable refresh rate)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증상이 있을 수 있는데, 저는 다행히 잘 되는 세팅을 찾았습니다 (온쿄 리시버에서 HDMI 입력 신호 포맷을 '8K Enhanced'로 설정). 반면에 닌텐도 스위치는 DTS와 아무 관련이 없고, TV 쪽에 물려주는 편이 조금이라도 더 입력 장치 전환이 편해지는 관계로 TV에 직접 연결해주었습니다.

 



이 정도면 저의 2022년 버전 홈 미디어 네트워크에 대해 구석구석 다 소개한 것 같습니다. 홈 네트워크를 구상하시는 다른 분들께 도움이 좀 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기존 기기들에 대한 업그레이드 개념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가격 대 성능비가 썩 좋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곳저곳에서 비용을 좀 절감하시면, 분명히 저보다 더 적은 투자로도 좋은 홈 미디어 네트워크를 구축하실 수 있을 겁니다.

 

홈 미디어 네트워크 보완 계획 관련 글 바로 가기

 

2021. 1. 29. 21:23

매일 자동으로 아이폰 배경화면 바꾸기 (탈옥 불필요)

저는 안드로이드 폰을 쓰던 지난 몇 년간 계속 마이크로소프트 런처를 써왔는데요. 제게 있어 마이크로소프트 런처의 최대 매력 포인트는 바탕화면을 매일 새로운 예쁜 사진으로 바꿔주는 서비스입니다. 매일 같이 새 폰을 쓰는 듯한 느낌에 마이크로소프트 런처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습니다. 아이폰으로 바꾸고 나니 이 부분이 가장 먼저 허전하게 와닿더군요.

아이폰의 배경화면을 마이크로소프트 런처 스타일로 매일 업데이트하는 방법은 없을까 해서 검색해보니, 정확히 마이크로소프트 런처의 바탕화면과 같은 사진을 가져오는 BingDaily라는 Cydia 트윅이 나오더군요. 이건 탈옥을 해야만 쓸 수 있으니 아쉽지만 패스하고요, 더 열심히 수소문해보니 탈옥을 안 해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바로 '단축어(Shortcut)'를 가지고 배경화면을 변경하는 방법인데요. '단축어'라는 이름만 들어서는 도대체 이게 뭐하는 놈인가 싶습니다만, 폰의 각종 기능들을 사용자 입맛에 맞게 순차적으로 수행하도록 설정해 놓는 스크립트 또는 프로그램 같은 것입니다. 단축어는 내가 짤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만들고 공유해놓은 것을 iCloud에서 다운로드 받아서 쓸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많아서 자신들이 만든 배경화면 변경 단축어들을 많이 공유해놨더군요.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몇 가지 유용한 바탕화면 단축어들과 그 설정 방법에 대해 간략히 소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많은 참고가 됐던 것은 ☞Fast Company의 이 글☜이었습니다.
단축어의 바탕화면 변경 기능은 iOS 13에서 처음 등장했다가 다시 사라졌고, iOS 14.3에서 또다시 돌아왔다고 합니다. 이 아래 나오는 내용들을 따라하고 싶으시다면 우선적으로 본인 아이폰의 iOS 버전이 14.3 이후인지 확인하시고, 그 이전 버전이라면 OS 업데이트를 하시기 바랍니다(참고로 아이폰 6S 이후 모델들만 iOS 14.3 이후의 업데이트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iOS 14.3에도 단축어 배경화면 해상도 버그가 있으므로 iOS 14.3 사용자도 가급적 14.4 이후 버전으로 업데이트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설정 > 단축어 > '신뢰하지 않는 단축어 허용'을 켜놓으셔야 합니다. 여기 있는 단축어들은 폰에 위해를 가한다거나 돈이나 개인정보를 빼간다거나 그런 건 전혀 없으니 안심하시고 허용하시기 바랍니다.

아무래도 단축어는 상용화된 앱이 아니고 유저 스크립트이다 보니, 일반적인 앱보다는 세팅하는 데에 손이 좀 들어갑니다. 이제부터 한 번 직접 첫번째 배경화면 단축어 설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따라와 보시면서 어떻게 매일 자동으로 배경화면을 바꾸는지 익혀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다른 단축어들에도 쉽게 응용하실 수 있습니다.

1. Reddit Nature Wallpapers

매일 새로운 아름다운 배경화면으로 바꿔준다는 목적을 가장 잘 달성할 수 있는 단축어가 아닐까 합니다. Reddit 커뮤니티의 ☞EarthPorn☜ (이름이 참...)이라는 자연풍경 사진 공유 서브레딧에 올라온 가장 핫한 사진들 중 랜덤하게 골라서 배경화면으로 바꾸어줍니다. EarthPorn 레딧의 회원 수는 2천만명이 넘기 때문에 대략 이런 퀄리티의 사진이 하루에 수십 장씩 올라옵니다.

 

 

1) 단축어 다운로드

아이폰에서 ☞Reddit Nature Wallpapers☜를 탭하셔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고 이 장의 제목을 클릭하셔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폰에 '단축어 추가' 창이 뜨는데요, 스크롤을 쭉쭉쭉 아래로 내리시면 맨 아래에 "신뢰하지 않는 단축어 추가"라는 뻘건 버튼이 보일 겁니다. 이걸 눌러주셔야 받아집니다.

 

단, 위 링크의 단축어를 iOS 14.3에서 실행하면, 14.3의 버그로 인해 배경화면이 너무 크다면서 오류가 납니다. 그래도 OS 업데이트를 하지 않고 꿋꿋이 iOS 14.3을 계속 사용하시기 원하시는 분은 ☞이 iOS 14.3 버전용 단축어☜를 다운로드 받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 배경화면 리사이즈 해상도를 설정해주셔야 합니다. 본인 기기의 수직 해상도가 1792가 아닌 분은 설치 시 뜨는 단축어 구성 창의 저 숫자 부분을 탭하시고, 그 아래 표를 보고 본인 기기의 수직 해상도 값에 맞게 바꿔주셔야 별탈 없이 최적의 결과를 얻으실 수 있겠습니다.

 

수직 해상도 iPhone 기종
1334 6, 6S, 7, 8, SE2
1792 XR, 11
1920 6 Plus, 6S Plus, 7 Plus, 8 Plus
2340 12 Mini
2436 X, XS, 11 Pro
2532 12, 12 Pro
2688 XS Max, 11 Pro Max
2778 12 Pro Max


iOS 14.4 이후 버전용 단축어에서는 위와 같은 해상도 선택 창 자체가 안 나오고 배경화면 위치 설정으로 바로 넘어갑니다. 아래 사진처럼 잠금화면만 업데이트할지, 홈화면만 할지, 아니면 둘다 할지 물어보는데요. 둘다 바꾸는 것을 원하지 않으신다면 아래 사진의 저 파란 글자 부분을 탭하고서 바꾸시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iOS 14.4부터 단축어에서 배경화면을 세팅할 때 '시점 이동' 설정이 추가되었기 때문에 설치 시에 물어보는데요. 시점 이동을 켜면 화면 각도를 바꿀 때 마치 배경화면이 폰 뒷면에라도 붙어있는 것처럼 미끄러지듯 움직입니다. 이걸 끄면 배경화면이 움직이지 않는 대신에 좀더 넓게 볼 수 있고요. 취향에 따라 선택하시면 되겠습니다. iOS 14.3에서는 아래 화면의 질문이 안 나옵니다.

 

 

2) 단축어 테스트 및 접근 허용 설정

다운로드를 받으시고 나면 일단 잘 되는지 실행을 해보셔야 합니다. 단축어 앱 좌측 하단의 '나의 단축어' 탭을 여시면 방금 받은 Reddit Nature Wallpapers 단축어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단축어를 탭하면 단축어 실행이 될 때도 있고, 아니면 단축어 스크립트 코드가 열리기도 하고, 아니면 아무 일이 안 일어나기도 합니다. 원래 단축어 스크립트는 단축어 오른쪽 위의 '...' 부분을 클릭해야 열리는 것인데, 터치가 좀 복불복이더라고요. 만약 아무런 일도 안 일어난다면 '...' 부분을 탭해서 스크립트 코드 창을 여시고, 코드 창이 열렸다면 우측 하단의 플레이(▶) 버튼을 눌러주시면 단축어가 실행됩니다.

 

단축어가 실행되면 "단축어가 XXX 웹사이트에 접근하려고 합니다." 같은 메시지가 두 번 정도 나오는데 두 번 다 확인을 눌러서 접근을 허용해주시면 됩니다. 한 번은 Reddit 피드를 읽어오는 것이고, 다른 한 번은 그 중에서 무작위로 고른 사진을 다운로드 받는 겁니다.
이 단축어는 배경화면 용으로 적당한 사진을 못 받았을 때만 자기 자신을 다시 실행해도 되는지 허용 여부를 물어봅니다. 만약 첫 실행 도중에 "이 단축어가 다른 단축어를 실행하도록 허락하시겠습니까?" 같은 메시지를 보시고 그걸 허용하신다면 OK인데, 이런 게 안 나왔다면 나중에 자동실행 도중에 뜰 수 있으니 코드를 직접 찾아가서 미리 허용해주시는 게 좋겠습니다.
현재 스크립트 코드 창이 열려있지 않다면 단축어 이름 오른쪽 위의 '...' 아이콘을 클릭해서 단축어 코드 창에 들어가시고요. 아래쪽으로 스크롤하시다 보면 아래 사진처럼 "이 단축어는 다른 단축어를 실행할 수 없습니다"라는 부분이 나옵니다. 그러면 파란 '접근 허용' 글자를 탭하시고 확인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나면 오른쪽 위의 파란 '완료' 글자를 누르시고 단축어 앱을 나가셔서 배경화면을 확인해보세요. 잠금 화면이든 홈 화면이든 지정하신 배경화면이 낯선 풍경 사진으로 정상적으로 바뀌었다면 성공입니다. 인터넷에서 사진을 주워오는 것이기 때문에 첫번째 시도에서는 만에하나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는 다시 한 번 실행해보시고요. 두 번 해도 안 되면 뭔가 제대로 잘못된 것이니 받으신 단축어를 꾹 눌러서 삭제하신 후에, 이 글을 맨 처음부터 다시 읽고 새로 따라해 보시기 바랍니다.

3) 자동화 예약

이렇게 단축어를 수동으로 실행해서 배경화면을 바꾸는 것도 나름 괜찮지만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손을 안 대고 매일 새로운 배경화면으로 알아서 자동으로 바뀌는 것이죠.
단축어를 자동화하시려면 단축어 앱 하단 중앙의 '자동화'를 클릭하셔서 자동화 탭을 여세요. 우측 상단의 +를 눌러서 새로운 자동화 항목을 추가하시면 되는데요. 먼저 이 자동화가 폰용인지 홈용인지 물어보는데, 폰의 배경화면을 바꿀 거니까 당연히 위쪽의 '개인용 자동화 생성'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그 다음으로는 이 자동화 동작을 불러일으킬 트리거 조건을 정하게 돼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배경화면이 바뀌기 원하니까 맨 위에 있는 '특정 시간'을 선택하면 되고요. 그 후 추가 정보로 특정 시간 몇 시일지, 아니면 해 뜰 때나 해 질 때 자동실행을 할지 설정할 수 있습니다. 자정~새벽 3시 정도의 한밤중으로 설정해 놓고 반복 주기는 '매일'로 해놓으면 매일 아침 일어나서 새로 바뀐 화면을 볼 수 있겠지요.

 

 

그 다음으로 넘어가면 자동화 동작을 설정하게 돼있는데, 다운로드 받은 배경화면 변경 단축어를 여기에서 불러오면 됩니다. '동작 추가' 버튼을 탭하시면 여러가지 아이콘들이 뜨는데, 그 중 위쪽의 x자 모양의 '스크립트하기'를 클릭하시면 아주 긴 메뉴 리스트가 뜹니다. 메뉴를 조금 스크롤해서 내리다 보면 '단축어 실행'이 있고, 이걸 탭하고 나면 아래 화면처럼 될 텐데요. 사진에서 하늘색 음영 표시로 돼있는 '단축어' 부분을 탭한 후에 다운로드 받아놓은 'Reddit Nature Wallpapers'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단축어 실행을 자주 하시게 될 테니, 단축어 꼬리표 부분을 오래 꾹 누르셔서 '즐겨찾기'에 등록해놓으시면 편합니다.

 

 

그리고 자동실행할 때마다 배경화면을 바꿀지 말지 매번 나에게 물어본다면 진정한 자동화가 아니잖아요. 마지막으로다가 "실행 전에 묻기"를 비활성화하신 후에 우측 상단의 '완료'를 누르시면 자동화설정이 끝납니다. 이렇게 해두시면 매일 밤마다 Reddit의 새로운 인기 풍경 사진으로 배경화면이 자동으로 바뀌게 됩니다.

 

 

4) 사후 관리

앱 같은 경우는 언제든지 세팅을 바꿀 수 있지만, 단축어는 처음 설치할 때만 구성을 설정하고 땡입니다. 잠금 화면과 홈 화면 중 어느 것을 바꿀지 같은 처음에 결정했던 선택을 나중에 바꾸고 싶어지시면, 단축어 코드를 직접 고치셔야 합니다. 이 글만 해도 단축어를 6가지 소개하고 있는데요. 어떤 하나는 잠금화면 용으로 더 적합하게 느껴지실 수 있고, 다른 어떤 것은 홈 화면 용으로 쓰고싶어지실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나의 단축어'에서 Reddit Nature Wallpapers 단축어 우상단의 '...'을 누르셔서 스크립트 코드를 여세요. 그리고 스크롤을 쭉쭉쭉 내리시면 맨 아래에 어느 배경화면을 바꿀지 정해주는 코드가 나오는데요. 선택을 바꾸기 원하실 때는 아래 사진의 저 파란 글자 부분을 누르시면 잠금 화면과 홈 화면 중 어떤 걸(또는 둘 다) 업데이트할지 변경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iOS 14.4 이후에서는 그 아래 '더 보기' 부분을 탭하시면 '시점 이동' 기능을 켤지 끌지 설정도 변경할 수 있습니다. iOS 14.3 이전 버전의 단축어를 14.4 이후의 아이폰에서 돌리게 되면 시점 이동 기능은 기본적으로 꺼져있게 됩니다. 그럴 경우에 배경화면 시점 이동을 원하신다면 이렇게 스크립트 코드로 들어와서 직접 바꿔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보안 상의 조치인지, 단축어가 자동 실행될 때마다 알림이 뜹니다. 하루에 한 번 뜨는 알림 정도는 별 문제 없겠지만, 어떤 단축어는 하루에 9번 불러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알림이 무지 성가시겠죠? 알림을 끄고 싶다고 설정 > 알림에 가본들 '단축어'나 '자동화' 같은 항목이 안 보이기 때문에 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알림을 끌 수 있는 숨겨진 방법이 있었습니다. 주의하실 점은 이렇게 하면 단축어와 관련된 모든 알림이 다 꺼진다는 것입니다. 배경화면 변경 말고 알림이 필요한 다른 단축어나 자동화 항목을 사용중이시라면 끄지 않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스크린 타임'을 켜놓지 않으신 분은 우선 설정 > 스크린 타임에서 '스크린 타임 켜기'를 실행해 놓으세요. 단축어 알림을 받을 때 스크린 타임이 켜져있는 상태여야만 이 방법이 가능하거든요.

그리고 나서 단축어 알림이 온다면 설정 > 스크린 타임 > '모든 활동 보기'를 탭하세요. 그리고 스크롤을 내려서 가장 아래쪽의 '알림' 항목을 보세요. 혹시 단축어 항목이 안 보일 경우 단축어가 보일 때까지 '자세히 보기'를 탭하시면 됩니다.

 

 

위 사진처럼 단축어가 나타나면 우측의 '>'를 클릭하시고 맨 위에 나오는 '알림 허용'을 비활성화하시면 됩니다. 단축어 옆에 '>'가 안 보일 경우 요일별 막대 그래프도 눌러보고 맨 위 탭에서 주↔일 전환도 하다보면 언젠가 나타납니다. 스크린 타임은 배터리를 야금야금 소모하는 기능이기 때문에, 볼일을 다 보셨으면 '스크린 타임 끄기' 하셔도 괜찮습니다.

이 설정방법은 꼼수라 그런지 폰을 재시작하면 다시 리셋됩니다. 폰 리셋 후에는 또다시 위 작업을 반복해주셔야 돼요.

 

이상, 배경화면 단축어를 다운로드 받고, 초기설정하고, 자동화 등록하고, 관리까지 하는 방법에 대한 개략적인 내용을 예제를 가지고 설명해봤습니다. 이 아래로 나오는 다른 단축어들도 기본적으로는 모두 이런 식으로 사용하시면 됩니다. 그럼 이제 다른 단축어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 번 들여다볼까요?

2. Reddit iPhone Wallpapers

1번 Reddit Nature Wallpapers의 경우 원본 사진들이 문자 그대로 landscape이다 보니 세로로 긴 폰화면 사이즈에 맞게 재단하고 나면 좀 어색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세로로 된 바탕화면만 구할 수 있는 곳은 어디 없을까 수소문하다가 제가 찾은 것이 ☞iphonewallpapers☜ 서브레딧입니다. 이름 그대로 아이폰 배경화면으로 쓸만한 (주로 세로로 된) 사진들을 올리는 커뮤니티입니다.


☞Reddit iPhone Wallpapers☜ 단축어를 다운로드 받으시면 되는데요(iOS 14.3용 버전은 ☞여기서☜ 받으세요), 사실상 1번 Reddit Nature Wallpapers 단축어랑 똑같고 단지 사진을 끌어오는 서브레딧만 다를 뿐입니다. 따라서 설정 및 사용 방법도 똑같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커뮤니티의 규모에 차이가 있다 보니(EarthPorn 회원수 2천만명 vs. iphonewallpapers 10만명) 사진의 퀄리티와 업데이트 속도 면에서 Reddit Nature Wallpapers에 비해 꽤나 뒤떨어지는 편입니다.

 

 

여러분도 저처럼 기존 단축어에서 서브레딧 이름만 바꿔서 다른 Reddit 커뮤니티에서 배경화면을 받아오는 단축어를 만드실 수 있습니다. 단축어 앱의 '나의 단축어' 탭에서 Reddit iPhone Wallpapers 단축어의 우상단 '...'을 클릭하시면 위와 같이 단축어 스크립트 코드가 뜹니다. 첫번째 칸 또는 세번째 칸에 보시면 위 스크린샷과 같이 웹주소에서 Reddit 피드를 읽어오게 돼있는데 주소의 빨간 테두리 친 부분만 다른 Subreddit 이름으로 바꾸시면 됩니다. 그리고 상단 단축어 제목 우측의 '...'을 탭해보시면 단축어 세부사항 창이 나오는데, 여기서 단축어 제목도 바꿀 수 있습니다.

 

제가 찾은 Subreddit 커뮤니티들 중에 바탕화면으로 쓸만한 사진이 많이 올라오는 곳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 번 둘러보시고 사진들이 본인 취향에 맞으면 배경화면 단축어로 설정해보세요.

여기저기 설정해봤지만 솔직히 EarthPorn 만한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딱히 풍경사진에 알레르기라도 있으신 게 아니라면 Reddit 배경화면 단축어는 그냥 1번 Reddit Nature Wallpaper를 쓰시는 게 베스트가 아닐까 합니다.

 

3. Bing Wallpaper

여러 배경화면 단축어들을 써봤지만 여전히 저는 안드로이드용 마이크로소프트 런처의 배경화면에 미련이 남더군요. 그래서 수소문 끝에 Microsoft Bing image of the day 주소를 찾아냈고, 그 주소를 1번 Reddit Nature Wallpaper 단축어에 넣고 버무려서 마이크로소프트 런처의 자동 바탕화면과 최대한 유사한 이 단축어를 만들어봤습니다.

사용법은 1, 2번 단축어와 동일합니다. ☞Bing Wallpaper☜ 단축어를 다운로드 받고(iOS 14.3 용은 ☞여기☜에 있습니다), 수직해상도나 바꿀 배경화면 종류와 시점 이동을 설정하고, 실행해보고,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매일 밤 배경화면을 업데이트하도록 자동화 설정을 해두시면 됩니다.

 

이 단축어는 마이크로소프트 런처의 배경화면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정확히 그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Reddit에서 퍼오는 사진들의 경우 스타일도 제각각이고 퀄리티도 편차가 심한 데 반해, Bing image of the day는 뭔가 일관되고 공통된 스타일과, 어느 정도 '못 해도 중간은 간다'는 느낌으로 기대치에 대한 안정감 같은 게 있습니다.

사진 장면 자체는 마이크로소프트 런처와 같지만, 문제는 결과물의 화질이 썩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풍경사진의 백미는 그 '광활함'과 '쨍함'에 있는데, 마이크로소프트 런처 배경화면을 옆에 놓고 1:1로 비교해 보면 아이폰 단축어 쪽의 결과물이 확연히 화각이 좁고 해상도도 떨어집니다.

 

Bing daily image 다운로드
마이크로소프트 런처 화면

 

아이폰에 맞춘 리사이즈를 하기 전의 웹 다운로드 사진(좌측 사진, 클릭하시면 확대됩니다)을 직접 비교해봐도 차이가 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런처 화면(우측 사진, 클릭하시면 확대됩니다) 쪽이 확연히 보이는 영역도 넓고, 확대해서 봤을 때의 세부 디테일도 더 살아있습니다.
아무래도 원본 고해상도 사진이 따로 있어서 마이크로소프트 런처에는 그것이 사용되었고, 웹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파일은 해상도가 좀 딸리는 버전이 아닐까 추측 됩니다. 뭔가 뒷맛이 씁쓸하네요. 정녕 마이크로소프트 런처와 동일한 화각, 동일한 화질의 아이폰 배경화면은 불가능한 걸까요? 마이크로소프트 런처 사이즈의 원본사진을 웹에서는 구할 수 없는 걸까요?

 

4. Random Wallpaper

1, 2번 Reddit 단축어 같은 경우 근본적으로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사진들을 무작위로 주워오는 것이다 보니 아무래도 복불복이 많겠죠. 아침에 처음 폰을 켰을 때 정말 상상도 못했던 멋진 장면이 펼쳐지는 숨막히는 경험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기괴한 바탕화면이 박혀있는 경우도 가끔 생깁니다. 3번 Bing image 단축어는 화질에 불만이 있으실 수 있겠고요.
그런데 만약에 바탕화면으로 적절하고 본인 취향에 맞는 사진들을 이미 좀 갖고 계신다면, 매일 그 사진들 중에서 하나씩 배경화면으로 골라주는 단축어가 복불복 단축어보다 어쩌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잘 나온 셀카라든지 가족 사진도 배경화면으로 쓰면 좋겠고요. 이참에 당장 인터넷에서 '배경화면', '바탕화면'이나 'Wallpaper' 키워드로 검색해보시면(폰 종횡비에 따라 '1080x2340'이나 '1080x1920'을 검색어에 추가하시면 더욱 좋습니다), 수많은 멋진 무료 사진들을 취향에 맞는 것만 골라서 손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도 있습니다. 바탕화면용 사진을 대략 100장 이상 모아둔다면, 그 안에서만 고른다고 해도 취향에 맞고 싫증 나지 않는 배경화면들을 한동안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바탕화면 업데이트 방식이 솔깃하시다면, 먼저 '사진' 앱 하단의 '앨범' 탭으로 들어가셔서 좌측 상단의 '+'를 누르시고, '새로운 앨범'을 'Wallpaper'라는 이름으로 만드셔야 합니다. 그리고 폰에 있는 사진들 중에서 배경화면으로 쓸 만한 사진들을 골라서 Wallpaper 앨범에 담아 주시면 됩니다.

그 다음은 위의 다른 단축어들에서 했던 것처럼 ☞Random Wallpaper☜ 단축어를 다운로드 받고, 어느 위치의 배경화면을 업데이트할지 설정하고, 실행해보고, 사진 앨범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매일 밤 바탕화면을 업데이트하도록 자동화 예약을 해두시면 됩니다.

 

 

이 단축어의 코드는 아주 간단하게 3단계로 이뤄져 있습니다. 배경화면 자동 변경 단축어를 소개하는 글들은 대부분 얘만 소개하고 있더라고요.

 

5. Dynamic Wallpapers

지금까지는 매일 새로운 배경화면으로 바꾸어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단축어는 매시간 바탕화면을 바꿔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맥북 써보신 분들은 아실 텐데요, 맥북을 보고 있으면 시간에 따라 바탕화면의 햇살 방향이 바뀌고 밤이 되면 어두워집니다.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이런 맥북 바탕화면을 흉내내는 단축어가 바로 이 Dynamic Wallpapers입니다. 이쯤에서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자동화 항목들을 하루에 여러 개 설정해주셔야 합니다.

 

 

흥미가 동하신다면 이 아래의 단축어 두 개를 다운로드 받으시기 바랍니다. 첫번째 단축어가 메인이지만 얘는 자동화 등록하려고 하면 살짝 노가다를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동화에는 그 대신에 두번째 단축어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첫번째 Dynamic Wallpapers를 한 번 실행해 보시면 위 스크린샷과 같은 메뉴가 뜹니다. 처음 실행 시에는 Refresh를 선택하면 됩니다. 그러고 나면 iCloud 접근을 허용할지, 웹 접근을 허용할지, 위치 서비스를 사용할 건지 물어보는데, 다 허락해주시면 됩니다. 내 iCloud에서 기밀 데이터를 빼낸다거나 내 위치를 중국으로 빼돌린다거나 하는 건 아니고,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은 사진들을 iCloud에 저장하고, 해 뜨는 시간과 해 지는 시간을 알기 위해 물어보는 겁니다. 일출과 일몰 시간은 내 위치에 따라서 달라지니까요. 이렇게 하시고 나면 현재 시간의 Big Sur 해안의 모습이 폰 배경화면에 들어와 있을 겁니다. Big Sur는 최신 macOS의 코드네임이기도 하고, 그 바탕화면이 된 해안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 단축어는 자동화로 불러올 때마다 시간에 따른 모습만 달라질뿐, 배경 자체는 유지됩니다. 배경을 바꾸고 싶으시면 실행 시 나오는 메뉴에서 "Skip Current Theme"을 선택하시거나 아니면 정확히 새벽 2시에 실행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macOS의 이전 버전인 Catalina 섬 해안이나 다른 6가지 배경이 로테이션 됩니다. 으음... 그런데 Big Sur 말고 다른 배경화면들은 다들 별로 제 취향에는 안 맞더라고요. 다시 Bir Sur로 돌아오시려면 Skip Current Theme을 6번 수행하시거나, 아니면 그냥 "Reset"을 선택하셔도 됩니다.
두번째 Dynamic Wallpaper Automation 단축어도 실행해보세요. 그러면 다른 단축어를 실행해도 되냐고 물어볼 텐데 허락해주시면 됩니다. 이 두번째 단축어가 하는 일은 첫번째 단축어를 실행시키되, 단지 저 위의 메뉴가 뜨지 않도록 해주는 것뿐입니다.

macOS와 동일하게 실시간으로 변하는 배경을 보고 싶으시면 이 단축어를 하루에 8번 실행해야 합니다. 일출 1시간 전, 일출에, 일출 1시간 후, 일출 2시간 후, 일몰 2시간 전, 일몰 1시간 전, 일몰에, 일몰 1시간 후 이렇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새벽 2시에 얘를 불러오게 되면 배경의 종류를 바꾸는 작업이 수행됩니다. 자동화에 단축어를 등록하실 때는 Dynamic Wallpapers 말고 두번째 Dynamic Wallpaper Automation 단축어를 등록하셔야, 실행할 때마다 옵션을 물어보지 않고 자동으로 돌아갑니다. 총 9개의 자동화 항목을 다 등록하시고 나면 대략 이런 모습이 됩니다.

 

 

배경의 종류를 바꾸고 싶지 않으시다면 새벽 2시 자동화 항목을 지우거나 비활성화해두시면 됩니다. 자동화를 지우는 방법은, 항목을 왼쪽으로 미시면 오른쪽에 삭제 버튼이 나오는데 그걸 누르시면 되고요. 시도때도 없이 울리는 자동화 알림을 끄고 싶으시다면 1장의 ☞4) 사후관리☜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6. Resonance Wallpaper

저는 개인적으로 아이폰 12 Pro의 광고와 박스에 등장하는 라이브 배경화면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뭔가 렌즈 플레어 같기도 하고, 어떤 파문 같기도 한 묘한 느낌이 멋집니다. 아이폰 12 Pro의 배경화면에는 울림, 공명, 공진이라는 뜻을 가진 Resonance라는 이름도 붙어있던데, 이름마저 멋지네요. 

 

비록 아이폰 12 Pro에서처럼 잠금화면을 꾹 눌렀을 때 멋지게 움직이는 라이브 배경화면 기능은 안 되지만, 그냥 위와 같은 정지 사진을 구해서 배경화면으로 설정해두고 다녔습니다. 지문인식도 아닌 잠금화면을 평상시에 굳이 꾹 누를 일이 없다 보니, 저는 라이브 기능보다는 오히려 배경화면 모드 전환이 안 되는 것이 더 아쉽더라고요. 저는 폰의 '디스플레이 및 밝기' 설정을 라이트 모드(흰 바탕에 검정 글씨)와 다크 모드(검정 바탕에 흰 글씨)가 밤낮에 따라 자동 전환되게 해놨는데, 배경화면만은 전환이 안 되고 그대로라서 좀 어색하더군요. 뭐 사실 아이폰 12 Pro의 라이트 모드(위 사진 왼쪽)와 다크 모드(오른쪽 사진) 배경화면은 차이가 별로 크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갑자기 잉여력이 발동해서 5번 Dynamic Wallpapers 단축어를 흉내내서 밤과 낮이 바뀔 때마다 자동으로 다크 모드와 라이트 모드의 아이폰 12 Pro 월페이퍼를 바꿔주는 단축어를 직접 짜봤습니다. 네, 이건 제가 손수 제작한 단축어랍니다. 아쉽게도 라이브 배경화면 기능은 지원하지 않습니다.

 

 

일단 ☞Resonance Wallpaper☜를 아이폰에서 클릭하시고요(iOS 14.3 버전 용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빨간 '신뢰하지 않는 단축어 추가' 버튼을 눌러서 설치해주세요. 그러면 어느 색상의 배경화면으로 설정할지 선택하는 질문이 나옵니다. 기본은 5번 랜덤으로 마구 바뀌는 것인데요, 특별히 선호하시는 색상이 있으시면 저 숫자 5를 탭하셔서 다른 것으로 바꿔주세요. 저는 4번 Graphite가 마음에 들더군요(저 위쪽의 사진들이 Graphite 색상의 배경화면입니다).

 

 

iOS 14.3 용 단축어의 경우 그 다음에는 배경화면의 가로 해상도를 설정하게 돼있습니다. 풍경사진과 달리 아이폰 12 Pro는 9 : 19.5의 세로로 길쭉한 비율이다 보니 아이폰 SE 같은 9 : 16 종횡비 화면에도 들어맞으려면 세로가 아닌 가로 해상도를 맞춰줘야 하겠더라고요. 각 폰 기종 별 가로 해상도는 아래 표를 참고해주시고요, 화면의 숫자 828을 탭하셔서 아래 표의 본인 기기의 수평 해상도와 동일하게 설정하셔야 에러가 안 나고요. iOS 14.4 이후용 단축어에서는 이 해상도 설정 화면이 뜨지 않습니다.

 

수평 해상도 iPhone 기종
750 6, 6S, 7, 8, SE2
828 XR, 11
1080 6 Plus, 6S Plus, 7 Plus, 8 Plus, 12 Mini
1125 X, XS, 11 Pro
1170 12, 12 Pro
1242 XS Max, 11 Pro Max
1284 12 Pro Max

 

그리고 어느 배경화면을 바꿀지, 시점 이동을 켤지 끌지 선택해주시면 설치가 끝납니다. 한 번 실행해보시면 Dynamic Wallpapers와 동일하게 위치 서비스, 아이클라우드 접근, 웹 접근을 허용할지 차례차례 물어보는데요. 일출시간과 일몰시간을 알아내고, 배경화면을 다운로드 받아 저장하기 위함이니 모두 허용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자동화에서는 이 단축어를 일출시간과 일몰시간에 부르도록 설정해주시면 됩니다. 일출 시간과 일몰 시간 근처에 폰을 관찰해보니까, 라이트 모드와 다크 모드 간의 화면 전환이 일어나는 시점은 정확한 일출일몰 시간이 아니고, 일출 전 10분 전후, 일몰 후 15분 근처 정도 되더라고요. 해 뜨기 전, 해 진 후에도 하늘에 새어들어오는 빛(사진 찍으시는 분들은 이런 시간대를 Golden Hour라고 부르죠)을 반영한 것 같은데요, 애플 사람들은 이런 부분에서도 좀 섬세한 것 같네요. 저도 화면 모드 전환에 맞추어 섬세하게 일출 전 15분, 일몰 후 15분에 배경화면이 전환되도록 세팅해두었습니다.

 

혹시라도 아이폰 12 Pro보다 아이폰 12의 공식 배경화면을 더 선호하시는 분이 계실지 몰라서 자매품으로 ☞Orb Wallpaper☜도 만들어봤습니다(iOS 14.3용은 ☞여기☜입니다). 아이폰 12 바탕화면을 보면 반투명한 구슬 같은 게 겹쳐있는 모양이잖아요? 그래서 아이폰 12 기본 배경화면 이름이 둥근 '구체'를 뜻하는 Orb인가 봅니다. 원하시는 분은 위 링크를 클릭해서 다운로드 받으셔요. 단축어 사용법은 Resonance Wallpaper와 동일하고(아이폰 12는 색상이 5종류이기 때문에 Random 색상이 6번이라는 것만 다릅니다), 라이브 배경화면 지원이 안 되는 것도 동일합니다.

 



아이폰의 배경화면을 때에 따라 자동으로 변경해 주는 단축어에 관련된 내용은 대략 이 정도면 어느 정도 다 커버되지 않을까 싶네요. 매일 똑같은 배경화면에 싫증 나신 분은 한 번 시도해보시기 바랍니다. 코딩에 익숙하신 분이라면 여기서 다운로드 받은 단축어들을 개조하시거나 새로 짜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2021. 1. 24. 23:14

중고 아이폰 구입 시 주의점 체크리스트 가이드

이번에 저희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해서 첫 휴대폰을 사주기로 했는데요. 아이의 폰 사용을 컨트롤하는 기능은 iOS의 스크린 타임 쪽이 안드로이드 패밀리 링크보다 좋아보이더라고요.
하지만 아이폰은 그 이름이 무색하게도 아이 폰으로 사주기엔 워낙에 값비싼데요, 요즘은 충전기와 이어팟도 안 넣어주는 주제에 가장 저렴한 보급형 아이폰 SE2 64GB마저 무려 50만원대 중반입니다.
고민고민 끝에 결국 아이폰을 중고 구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이의 첫 스마트폰이자 졸업선물이니까 최대한 후회가 없도록 꼼꼼히 챙기기 위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알아낸 아이폰 중고구매 시의 온갖 주의점과 체크리스트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직접 아이폰을 2대 구입하며(아이 폰의 스크린 타임을 감시하려면 어른 폰도 아이폰이어야 해서 2대 샀습니다) 생생한 경험을 통해 검증된 내용들이니, 중고 아이폰 구매를 고려중이신 다른 분들께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체크리스트 항목들은 직거래와 택배 거래의 경우로 나누어 ☞첨부 링크☜에 표로 정리했습니다. 링크 표를 인쇄하셔서, 펜을 들고 각 항목들 앞에 있는 체크박스□를 하나하나 체크해 가면서 폰을 살펴보시면 좋지 않을까 싶네요.

1. 매물 탐색 단계

스마트폰 중고 시장은 사기가 횡행하는 위험한 동네입니다. 안전거래 사이트로 위장한 가짜 사이트에 돈을 입금하게 한다든지, 폰 보험에 가입하고서 중고 판매 후에 분실 신고로 폰을 새로 지급받는다든지, 고장난 폰을 사다가 저가 짝퉁 부품으로 수리해서 판다든지... 소문만 흉흉한 것이 아니고 실제로 주위에 당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당장 중고 사이트만 뒤져봐도 액정 깨진 아이폰 구매글, 카메라 모듈이 뒷판과 색이 다른 짜집기 아이폰 판매글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은 판매량도 많고 중고가격도 방어가 잘 돼서 그런지 더더욱 사기꾼과 짝퉁 업자들이 판치는 것 같고, 속아서 산 구매자는 애플의 비싼 수리비와 폐쇄적인 서비스 정책 때문에 더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것 같습니다.

판매자(사람)를 사기꾼이라고 유죄추정하고 상대해서는 안 되겠습니다만, 물건에 대해서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는 마음가짐으로 하나하나 제대로 확인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파고들어보면 볼수록 일반인이 사기와 가짜를 100%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은 없더군요.

□ 구세대 모델을 목표로: 위와 같은 제반 리스크를 고려해봤을 때 현세대 아이폰을 중고로 사는 것은 별로 수지가 맞지 않습니다. 일단 가격이 신품가 대비 별로 싸지 않아서 이득은 적은 반면에, 통신사에서 정상해지 되지 않은 물건 등의 위험성은 오히려 더 높기 때문인데요. 현세대 제품의 경우 중고보다는 차라리 휴대폰 성지 같은 쪽에서 싼 신품을 알아보는 편이 낫겠습니다.
중고 구입의 목표는 가격이 대폭 하락한 전전세대 이전 모델 또는 성능은 현세대에 꿀리지 않지만 가격은 한층 합리적인 전세대 모델을 목표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사기 대책이 갖춰진 중고장터 이용: 누구든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중고시장 중에 사기 범죄로부터 자유로운 청정구역 따위는 없겠지요. 방관자적인 입장이나 판매자 친화적인 태도로 운영하는 중고매매 사이트는 이미 무법천지라고 봐도 될 지경이고요. 그런 와중에서도 직거래가 기본인 ☞당근마켓☜과 시스템 차원에서 택배 안전거래(구매대금을 믿을 만한 중개자가 갖고있다가 구매자의 최종 구매결정 후에 판매자에게 송금해주는 방식)를 지원하는 ☞세티즌☜ 같은 중고장터들이 사기에 대한 최소한의 대비책이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그나마 낫다고 봅니다. 아무래도 택배 거래가 사기에 훨씬 더 취약하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당근마켓을 더 선호하지만 지리적으로 제한된 범위의 매물만 보여주다 보니 매물이 적습니다. 촉박한 기간에 깨끗한 제품을 구해야 했던 저희 아들 졸업 선물의 경우에는 결국 세티즌을 이용했습니다.

□ 업자보다는 개인 판매자: 사기와 불법적인 물건 판매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단 폰을 많이 팝니다. 그래서 판매자를 일반 개인과 폰 판매 이력이 수십 건씩 되는 중고폰 업자로 구분하게 되면, 사기꾼들은 업자 쪽 분류에 들어가게 됩니다.
물론 선량한 중고폰 업자들도 많겠고, 개인 판매자처럼 위장한 전문 사기꾼 역시 있을 겁니다. 개인 판매자가 맞다고 해도 구매자를 속이는 사람 역시 있고요, 개중에는 진상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개인 쪽이 속일 확률이 낮고, 일반인의 속임수는 전문업자에 비해 간파하기 쉽다는 점에서 더 안전하다고 봅니다.
이렇게 말하는 저도 개인 판매자와는 자꾸 인연이 엇갈리다 보니 두 번 모두 중고폰 업자에게서 구입하게 됐습니다.

판매자가 일반 개인이 맞는지, 다음과 같은 단서들을 종합해서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지만요.

  • 폰 이외의 물품 판매/구매 이력이 있음
  • 폰 판매 이력이 적음
  • 박스 구성품 및 폰 케이스 등 관련상품을 일괄 판매
  • 생활감 있는 사진 배경
  • 여자 손, 여자 말투 (성차별 죄송하지만, 업자 중엔 남자가 훨씬 많습니다)
  • 폰을 팔게 된 사연을 언급함 
  • 요점이 정리되지 않은 판매글
  • 애플케어플러스 가입


□ 해외직구폰 거르기: 한국 정식 발매 모델이 아닌 해외 직구 아이폰은 한국의 애플 공인 서비스 센터에서 수리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 가급적 구입하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직구 아이폰 중에서도 유럽이나 동남아에서 산 것은 한국과 동일한 글로벌 모델이기 때문에 한국 서비스 센터에서 100% 수리가 됩니다. 반면에 북미, 중국, 일본(글로벌판인 11 시리즈와 SE 2세대 제외)의 해외판 제품은 수리가 안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2020년부터 일부 해외판 모델에 한해 유상수리는 가능해졌습니다만, 구입하실 직구폰이 수리 가능 모델에 포함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일단 서비스 기간 내에 무상 교체가 안 되는 것은 확정이고, 운 나쁘면 액정이 깨지거나 배터리 교체 시 그 모델을 파는 나라로 보내든 아니면 사설 수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애써 이 단점에서 눈을 돌리게 하려고 직구폰이라고 명시하지 않고, '카메라 찰칵 소리 안 나는 모델'이라든지 '듀얼 심 모델'이라고 해외판의 장점만 부각시켜 써놓는 판매자들도 있습니다.

□ 기본은 직거래: 사기는 대부분 택배 거래와 연관돼있기 때문에 세티즌처럼 사이트 자체에서 택배 안전 거래를 지원해주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택배 거래는 피해야 합니다. 커피전문점에서도 테이크아웃만 가능한 코로나 상황이다 보니 직거래 장소 선정이 쉽지 않습니다만, 직거래도 으슥한 곳에서 하면 안 되고, 가급적 밝고 사람 많은 장소에서 해야 합니다. 대금 지불도 현금보다는 계좌이체로 해야 안전하겠고요.

스마트폰처럼 이것저것 따져봐야 하고 체크할 것 많은 물건에 쿨거래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판매자에게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어야 하고 폰도 한참을 붙들고 구석구석 살펴봐야 하거든요.

2. 판매자 연락 단계

□ The Cheat 검색: 직거래나 안전 거래 시에는 ☞더치트 검색☜의 유용성은 많이 떨어지기는 하는데요. 그래도 사기범죄 예방의 기본이니 판매자 전화번호나 계좌번호로 ☞더치트 검색☜은 한 번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 사설 수리 이력 문의: 우선적으로 사설 수리 사실은 없는지 판매자에게 물어서 확인해야 합니다. 자랑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판매글에 안 써놨을 가능성이 많고, 안 물어보면 안 알려줄 겁니다(물론 물어봐도 거짓말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문자로 물어보거나 통화 녹음을 하는 것이 증거가 남아서 좋겠고요.
공인 서비스 센터가 아닌 사설 업체나 자가 수리를 했을 경우, 질 낮은 사제부품으로 교체됐을 확률이 높고, 방수성능도 나빠졌을 것이고, 무엇보다 나중에 고장나거나 배터리 교체할 때 애플 공인 서비스 센터에서 안 받아줍니다.


저도 맨 처음에 상태 대비 가격 조건이 매우 좋은 매물 하나를 덥썩 물어버렸거든요. 그런데 판매자에게 사설수리 여부를 물어보니까 우물쭈물하더니만 액정을 갈았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이런 경우 구매 취소를 하는 것이 맞겠습니다(구매거부 벌점을 먹기는 했지만요).

□ IMEI 물어보기: 그리고 그 다음으로 하실 일은 판매자에게 폰의 IMEI (international mobile equipment identity,국제 단말기 식별번호) 번호를 물어보는 것입니다. IMEI는 폰의 주민등록번호 같은 15자리 숫자인데, 일단 이걸 받으시게 되면 폰에 대한 주요 사항들을 조회해볼 수 있습니다.
아무한테나 내 주민등록번호 안 알려주듯이, IMEI도 거래가 거의 확정될 때쯤에 물어보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IMEI가 뭔지 모르시는 판매자님께는 전화 앱을 열어서 키패드에서

*#06#

을 누르면 볼 수 있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세요(IMEI를 알려준다고 개인정보가 새거나 하는 건 아니고, 폰의 정상해지 조회만 할 것이라고 판매자를 안심시켜주시고요).

□ 분실 폰 조회: 우선 ☞IMEI.kr☜ 사이트에 가셔서요, '분실 도난 단말기 조회' 메뉴에서 IMEI를 넣어보시고 혹시라도 내가 분실 폰/장물을 사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보십시오.
물론 이것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중고 판매 이후에 분실 신고를 하는 사기꾼도 있으니까요.

 

□ 정상해지 조회: 그 다음에 ☞같은 사이트☜의 '요금할인 대상단말기조회' 메뉴에서 IMEI를 넣으시면 정상적으로 해지된 폰은 아래 사진처럼 25% 선택약정 할인이 된다고 나옵니다. 폰이 25% 요금할인 대상이 아니라는 것의 의미는, 통신사 기록 상에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이 폰이 전주인 명의로 등록돼 있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모르는 사람에게서 폰을 살 때 이런 경우는 피하셔야 합니다.

 

 

□ '나의 아이폰 찾기' 끄기: 위 두 가지는 다른 모든 중고 폰에도 적용되지만, 아이폰에서만 특별히 더 챙겨줘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나의 아이폰 찾기'인데요.
한국에서는 정작 '찾기' 기능은 지원되지 않지만, 원 소유자가 언제든지 이 아이폰을 잠그고, 초기화시키는 기능은 지원되거든요. 중고로 팔면서 이 기능을 일부러 켜놓을 사람은 없겠지만 실수로라도 켜놓았다면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일단 ☞iUnlocker☜ 사이트에 IMEI를 넣어보면 해당 IMEI를 가진 아이폰의 '나의 아이폰 찾기'가 켜져있는지 꺼져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켜져있다고 나온다면 판매자에게 반드시 이걸 꺼달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설정 > [사용자 이름] > '나의 찾기' > '나의 아이폰 찾기'에서 끌 수 있습니다.

□ 충전기 + 라이트닝 케이블 구매: 만약 아이폰용 충전기와 라이트닝 커넥터 케이블을 갖고 계시지 않고, 판매자도 충전기와 케이블 없이 폰 단품만 판다고 할 경우, 새 것으로 구매해야 하겠죠. 어차피 살 거라면 구매결정 전에 PC 연결 테스트도 해볼 수 있도록 미리 사놓는 것이 좋습니다.
충전기는 20W 애플 정품 고속충전기 추천 드려요. 가히 애플 제품 중 가장 가성비 좋은 물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가 2.5만원인데, 20W급 USB PD (power delivery) 충전기 치고는 훌륭한 가격입니다. 애플 주변기기는 인터넷 쇼핑몰에 워낙 짝퉁이 많아서 ☞애플 온라인 샵☜(무료 배송)이나 공식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는 게 마음 편합니다.

 

안드로이드 폰에서 주로 사용하는 퀄컴 퀵차지 대신 애플에서는 USB PD라는 고속 충전 표준을 채택했는데요, 위 사진에도 보이듯이 USB-C 단자만 지원합니다. 따라서 20W 고속 충전기와 함께 사용할 케이블은 반드시 USB-C to 라이트닝 케이블로 구매하셔야 합니다. 애플 정품 케이블은 비싼 데다가 내구성 안 좋기로 악명이 높은데요. 그렇다고 다른 아무 케이블이나 사용하면 충전이 고속으로 안 될 수도 있고, 폰의 라이트닝 단자 손상이나 배터리 수명 문제가 생길 수도 있거든요. 적어도 충전용 케이블은 안전하게 Anker, Belkin, 아오키(Aukey) 같은 공신력 있는 메이커 제품을 구입하세요.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은 아이폰을 PC에 유선 연결하기 원하는데 PC에 USB-C 단자가 없을 경우인데요. 구입하시는 아이폰이 SE이거나 7 이전 모델 같은 고속충전을 지원하지 않는 폰이라면 USB-A (일반적인 USB) to 라이트닝 케이블과 12W급 일반 충전기를 사셔도 무방합니다. 반면 고속 충전을 지원하는 다른 아이폰 모델의 경우, 충전 속도와 향후 활용성을 고려해서 20W 충전기와 USB-C to 라이트닝 케이블을 우선 구입하시고요. USB-A to USB-C 변환 젠더나 USB-A to 라이트닝 케이블을 저렴한 놈으로 추가구매하시는 게 낫다고 봅니다(PC 업그레이드라는 방법도 있고요ㅎ).

3. 직거래 준비물 챙기기

택배 거래일 경우 집에서 느긋하게 확인점검하실 수 있겠지만, 판매자를 만나 직거래 예정이라면 현장에서 아이폰의 모든 기능들을 재빨리 다 체크해봐야 안심하고 구입하실 수 있겠죠? 제 경우 이 밑으로 나오는 4~9단계의 모든 항목들을 직거래 장소에서 테스트하니 무려 40분이 걸리더라고요. 그런데 거의 마지막에 USIM 트레이와 본체의 IMEI가 안 맞아서 거래는 결국 성사되지 않았는데, 판매자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아서 미안했습니다.
그 사건 이후에 직거래용 체크리스트는 더욱 간소화했고요, 거래시간 단축을 위해 챙겨서 들고가야 할 준비물들이 좀 있습니다(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해도 여전히 오래 걸리긴 합니다). 대부분은 '있으면 좋은 것'들 수준이고 필수는 아니니, 없다고 너무 걱정하시거나 중고거래 테스트를 위해 새로 장만하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 다른 스마트폰: 판매자와 연락을 하시고, 거래 대금을 이체하시려면 당연히 폰은 필요하겠죠. 그 외에 중고폰의 흠집과 액정 상태를 살펴볼 때 플래시를 비춰주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고, 와이파이 테스트를 위해 모바일 핫스팟 테더링을 해야 할 수도 있고요, 그리고 통신 감도를 비교하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노트북 PC + 라이트닝 케이블: ☞3uTools☜라는 아이폰 관리 프로그램을 PC에서 돌리면 폰 정보 확인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아이폰의 사설 수리 여부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휴대가 편한 노트북(랩탑) PC를 갖고 계시다면, 직거래 장소를 탁자 위에 노트북 PC 올려놓을 정도 공간이 되는(+ 와이파이도 되는) 곳으로 정하시고, 아이폰에 연결해서 테스트해보시는 것을 강력 추천합니다.
또 USB에는 기본적으로 충전 기능이 있기 때문에 노트 PC로도 아이폰 충전 테스트까지 가능합니다.
만약 구매하신 라이트닝 케이블이 직거래 시점까지 배송되지 않아서 없을 경우, 판매자에게 케이블을 잠시 빌려달라고 하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 보조 배터리: 노트북 PC를 가져가기 여의치 않으시다면 폰 충전 테스트를 위해 보조 배터리가 필요할 겁니다. 무선충전 보조배터리를 갖고 계신다면 무선충전 테스트를 위해 꼭 챙기시고요.

□ 라이트닝 이어팟: 노트 PC를 안 가져가실 거고, 라이트닝 이어팟(유선 이어폰)을 갖고 계시다면 라이트닝 단자 테스트를 위해 챙기세요.

□ 블루투스 이어폰: 블루투스가 잘 동작하는지 테스트해보기 위해 필요합니다.

□ 융 (안경 닦는 천): 매끄러운 아이폰의 표면 유리는 지문 자국이 잘 남는데요. 이게 지문 자국인지 흠집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관상의 흠집을 살펴볼 때는 안경닦이로 지문과 기름기를 잘 닦으시면 훨씬 알아보기 쉽습니다.

□ 유심 핀: 폰에서 유심 트레이를 꺼낼 때 쓰는 핀입니다. 풀박스 구매가 아닐 경우 이걸 안 챙겨가시면, 유심 카드를 옮길 수 없어서 모바일 테스트를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폰은 유심 트레이의 핀 구멍이 비교적 커서 페이퍼 클립 같은 걸 펴서 대용으로 쓸 수도 있지만, 본인의 기존 폰에는 안 들어갈 수도 있죠. 안전핀(옷핀)은 뾰족해서 폰 내부 부품에 자국이 남기 때문에 판매자가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집안을 열심히 뒤지거나 휴대폰 대리점에서 사든지 하셔서 미리 준비해 놓으시기 바랍니다.

□ 애플 ID 미리 만들어 놓기: 아직 애플 ID가 없으시다면 짧은 거래시간 안에 폰의 기능을 100% 테스트하기 위해서 애플 ID를 미리 만들어놓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주위에 애플 기기가 있으면 그 기기에서 앱스토어 > 프로필 > '새로운 Apple ID 만들기'에 들어가셔서 애플 ID를 만들 수 있고요. 애플 제품이 없으시면 윈도우즈 PC에 ☞iTunes☜를 설치하신 후, 계정 > 로그인 > '새로운 Apple ID 만들기'에서 만드실 수 있습니다. 이름, 생년월일, 신용카드 등의 개인정보를 차례차례 넣으시고 나면 Apple ID가 생성됩니다.

혹시 이중 인증을 활성화하라고 하면 거절하시거나, 휴대폰 문자로 인증하도록 설정하셔야 합니다. 실수로라도 애플 ID를 작성한 기기로 이중 인증을 설정할 경우, 그 기기로 인증번호가 가버리기 때문에 거래 현장에서 당황할 수 있습니다.

 

4. 외관 확인

우선은 폰을 켜기 전에 외관이 멀쩡한지부터 확인합니다. 밝은 조명 아래에서 또는 플래시를 켜고, 돋보기나 루페 같은 걸 들고 보시면 더욱 좋고요. 판매글 사진 및 설명에 없던 흠집이나 손상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세요.


□ 택배 개봉 장면 촬영: 직거래라면 상관 없겠지만 택배 거래의 경우, 택배 포장을 뜯는 것부터 폰 외관을 확인하는 장면까지 동영상 촬영을 해놓으시기 바랍니다. 배송으로 인한 파손이나 판매글에 명시돼 있지 않은 외관상 흠집이 발견될 경우 분쟁의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 화면 유리 확인: 외관상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무래도 앞면 유리겠죠. 지문자국과 기름때가 흠집과 혼동되지 않도록 안경닦이 등으로 잘 닦으신 후에 화면 부위뿐 아니라 가장자리에도 판매 사진에 안 보였던 깨진 자국 같은 건 없는지 빈틈 없이 보세요. 액정보호필름/유리가 깔끔하게 잘 붙어있다면 그냥 쓰시는 게 낫겠지요. 그렇지만 보호유리가 박살나 있다거나 필름에 상당히 깊어보이는 흠집이 있다면 "거래가 불발되면 보호유리/필름 값은 드리겠습니다" 같은 식으로 판매자와 합의 하에 아예 필름을 떼버리고 그 밑의 표면 상태를 좀더 확실히 확인하는 것이 더 낫겠습니다(택배 거래의 경우 분쟁의 소지가 있으니 동영상도 찍어야 할 듯하고요).
유리가 깨지고 액정이 나간 게 아닌 표면적인 흠집 정도는 거래 결렬 사유라기 보다는 가격 흥정 요소라고 생각하시는 게 맞겠습니다.

□ 프레임 및 기타 외관: 사용 중 떨어뜨려서 폰의 귀퉁이나 모서리가 움푹 찍혔을 수도 있고 프레임이 휘었을 수도 있으니 평평한 유리판 같은 곳 위에 폰을 세워보기도 하고 눕혀보기도 하면서 직선을 이루는지, 뜨지는 않는지 잘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프레임이 휘어진 폰은 미관상 안 좋을 뿐만 아니라 방수 성능 저하와 내부 부품 손상의 가능성도 높아서 구입하지 않으시는 게 낫습니다.
아이폰 12 계열의 경우 폰 옆면 프레임과 앞뒷면 유리 사이에 틈새가 있는 제품이 종종 있다고 합니다. 혹시라도 이런 벌어진 틈은 없는지 세밀하게 확인하세요. 카메라 쪽에도 촬영에 문제가 될 만한 외관 상의 손상은 없는지 확인해보시고요.

5. 시작 세팅 (폰이 초기화되지 않았다면 건너뜀)

판매자가 폰을 초기화해서 들고 나왔다면(보냈다면) 폰을 켤 때 바로 Hello 하면서 뜨는 초기 세팅 화면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만약 켰을 때 초기화 상태가 아니라면, 시간 절약을 위해 이번 단계는 건너뛰고 바로 다음 6단계로 가시기 바랍니다.
일단 초기 시작 세팅에 들어갔다면 여러가지 항목을 설정하게 돼있는데요. 폰 기능 테스트의 일환이기도 하니, '수동 설정'을 선택하시고 어느것 하나도 건너뛰지 마시고 모든 것을 다 세팅해 주세요.


□ 와이파이 설정: 직거래 장소가 와이파이 AP가 없는 환경이라면, 다른 폰의 와이파이 핫스팟 기능을 켜서 테더링을 해서라도 와이파이가 잘 연결되는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 페이스/터치 ID 설정: COVID-19 판데믹 상황의 직거래 시에 페이스 ID 설정을 하려면, 미리 판매자에게 얼굴인식 설정을 할 것이며 그동안은 대화를 하지 않을 거라고 얘기해서 양해를 구하세요. 그 후 가급적 판매자와 대면하지 않는 방향에서 마스크를 벗고 얼굴인식 설정을 하시기 바랍니다.
SE나 예전 모델은 페이스 ID 대신 터치 ID 설정을 하게 되는데, 그냥 폰이 시키는 대로 지문을 찍으시면 되고요.

그리고 나면 숫자 암호를 생성하라고 하는데요, '암호 옵션'을 눌러서 6자리가 아닌 4자리 숫자 코드로 설정하면 나중에 테스트 시간을 조금이나마 단축할 수 있겠지요.

 

 

앱과 데이터를 옮겨올 방법을 묻는 화면이 나오면 '앱 및 데이터를 전송하지 않음'을 선택하세요. 다른 걸 선택하시면 시간이 무지 오래 걸리니까요.

 

  

□ Apple ID 로그인: 미리 만들어놓은 애플 ID로 로그인하시면 됩니다. 이중 인증을 위한 폰은 미리 챙기시고요.


□ Siri 설정: 하라는 대로 말을 따라하시면 됩니다. Siri는 어차피 소프트웨어이고, 실질적으로 이 설정은 마이크 테스트나 다름 없습니다. 직거래 시에는 Siri가 한두 마디 정도 알아들었다면 거기서 중단하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기존에 iOS 기기를 사용하고 계셨다면 애플 ID에 음성 데이터가 이미 등록돼 있어서 초기 세팅에서 Siri 설정이 스킵될 수도 있습니다.

6. 폰 정보 분석

□ 3uTools test: 직거래 시에 노트북 PC를 갖고 나가셨다면 우선적으로 이것부터 시작하시죠.
아이폰 관리 프로그램 중에 ☞3uTools☜라고 있습니다. iOS 앱이 아니고 maxOS나 윈도우 PC용 앱인데요, 미리 PC에 설치해놓으시기 바랍니다. 애플 드라이버도 함께 깔아야 합니다. PC에서 3uTools를 띄우고 아이폰을 라이트닝 케이블로 PC에 연결하면 제품 형식번호, 보증수리 기간, 메모리 용량, IMEI, 배터리 수명을 한꺼번에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정보들 아래에 있는 'View Verification Report' 버튼을 누르시면 내부 부품들의 상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확인하려면 PC에 인터넷이 연결돼 있어야 합니다. 직거래 장소에서 와이파이 지원이 안 되면 스마트폰으로 노트PC에 테더링을 하세요.

 

결과 화면에서 오른쪽에 모두 녹색 글자로 'Normal'이라고 뜨면, 그 부품들은 처음부터 폰에 있던 부품들이 맞고, 잘 동작한다는 뜻입니다. 어떤 부품이 교체됐거나 이상이 있을 경우 빨간 글자로 "~~ may be changed" 같은 식으로 뜬다고 합니다. 사제 수리 여부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죠.
그런데 액정 부품의 경우 'How to judge?'이라고 파란 글자로 뜨는데, 액정의 시리얼 넘버를 읽어올 수 없어 교체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합니다. 비정품이라서 이런 게 아니고 정품 액정도 시리얼 넘버를 읽어올 수 없더군요. 배터리와 함께 사설 수리 빈도가 가장 높은 디스플레이의 이력 확인이 안 된다니 매우 아쉽네요.
참고로 위 스크린샷에 보면 폰 모델명이 이상하다고 나오는데 교체폰으로 받은 거라서 저렇습니다.

 

□ 제품 모델번호 확인: 3uTools를 돌리면 Product Type, Sales Model, Sales Region이 모두 메인 화면에 표시되지만, PC 연결을 못 하는 상황이라면 아이폰에서 직접 설정 > 일반 > 정보 메뉴로 들어가셔서 모델번호를 봅니다. 모델번호가 M으로 시작하면 정상적으로 구입한 폰입니다. F로 시작하면 리퍼(refurbished) 폰이고, 교체용 폰은 N, 이름을 각인한 폰은 P로 시작한다고 합니다. 중고 폰은 사실 리퍼 폰이나 교체 폰이라도 별 상관은 없겠지요. 설마 자기 이름 찍힌 폰을 중고로 팔지는 않겠고요.

 

모델 번호의 앞자리보다 실질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뒷자리입니다. 한국 발매 모델은 KH/A 또는 KH로 끝나게 돼있습니다. 이와 다른 문자로 끝나는 모델번호는 해외직구 폰이라는 뜻이죠. 그럴 경우 모델번호를 손가락으로 탭해보시면 제품 형식번호가 나옵니다. 직구폰이라도 한국 발매 모델과 형식번호가 같다면 공인 서비스 센터에서 수리는 가능하고요, 최근 3년간 한국 공식 발매 아이폰 모델들의 제품 형식 번호는 아래와 같습니다.

 

아이폰 시리즈 한국판 제품 형식 번호
XS A2097
XS Max A2101
XR A2105
11 Pro A2215
11 Pro Max A2218
11 A2221
SE (2nd Gen) A2296
12 Mini A2399
12 A2403
12 Pro A2407
12 Pro Max A2411

 

모델명도 한국 모델이 아니고, 형식 번호도 한국판과 다르면, 고장 시 한국의 애플 공인 서비스 센터에서 수리를 못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직구폰이라는 사실을 판매자가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면 거래를 취소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 보증수리 기간 확인: 보증수리 기간이 남은 중고 폰을 거래하실 경우, 2018년 이후의 아이폰 모델들은 폰 정보 화면의 모델번호 아래쪽에서 '제한 보증' 기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증 기간은 구매일로부터 1년으로, 판매자의 말과 일치하는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2017년 이전 모델들은 ☞애플 고객센터☜ 사이트에서 일련번호(시리얼 넘버)를 입력하면 보증기간을 알 수 있다는데요, 아마도 보증기간이 이미 다 끝났을 겁니다.

□ 메모리 용량 확인: 폰 정보 화면에서 좀 아래쪽에 '전체 공간'이라고 플래시 메모리 용량이 나오는데, 판매글에 올린 용량과 일치하는지 확인하세요(64GB 최저용량 모델을 사셨다면 굳이 확인 안 하셔도^^;;).

□ IMEI 재확인: 정보화면에서 맨 아래로 쭉쭉 내려가보시면 IMEI가 나옵니다. IMEI가 두 개 있는 경우 아래쪽에 있는 '디지털 SIM'이 아니라 그 위에 있는 '물리적인 SIM'의 IMEI를 보셔야 합니다. 판매자가 알려줬던 그 IMEI가 맞는지 확인하시고요. 풀박스로 구매하셨다면 박스에 붙어있는 IMEI와 맞는지도 확인해보십시오.

 

 

□ 배터리 수명 확인: 그리고 마지막으로 설정 > 배터리 > '배터리 성능 상태'에 가시면 '성능 최대치'에서 현재 남은 배터리 수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 판매글에는 이 값을 써주거나 사진으로 올리는 것이 보통인데, 글 내용과 일치하는지 확인하시고요.
사용 패턴에 따라 다르겠지만 성능 최대치는 대략 1년에 10% 가량씩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사용 기간 대비 배터리 성능 최대치가 낮다면 좀 혹사 당한 폰이라는 뜻이겠고요, 반면에 2년 넘은 폰인데 배터리 수명만 막 95%가 넘고 그런다면 배터리를 (사설로?) 교체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배터리 성능이 많이 남아있는 제품일수록 중고 가격이 높은데요, 얼마나 쳐주는 것이 맞을지 한 번 따져보시죠.
보통 배터리 성능 최대치가 대략 70%대 중반까지 떨어지면 배터리 교체를 하는 것 같습니다. 2021년 현재 ☞배터리 교체 비용☜은 고급 모델과 XR 이후 중급기기가 8.8만원, SE와 8 이전 중급기는 6.6만원입니다(정품폰 얘기이고, 사설 수리 이력이 있는 폰이나 직구폰은 공인 센터에서 배터리 교체를 안 해줄 테니 사설로 교체해야겠죠). 대략 배터리 성능 최대치 1% 당 2,500~3,500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보시면 될 듯합니다.
그런데 배터리 수명이 깎였다는 말은 그만큼 폰이 손을 많이 탔고 액정도 오래 켜져있어서 노후화가 더 진행됐다는 의미입니다. 또 배터리 용량이 떨어진 폰을 구입한 입장에서는 배터리가 오래 가지 못하고 더 자주 충전해줘야 하니, 당장 사용 편의성 면에서도 손해를 봅니다.
이들 감가상각을 고려에 넣으면,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할 때, 배터리 성능 최대치 1%의 가치는 3,500~6,000원 정도(폰 가격에 비례해서)로 환산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7. 기능 점검 (수동)

겉보기에는 멀쩡한 폰이라도 안쪽 어딘가에 고장나 있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기능 하나하나 꼼꼼히 동작을 검수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보증기간이 지난 폰이라면 구매결정 전에 더욱 완벽히 점검해야 합니다. 다만 직거래의 경우 꼼꼼히 다 보기에는 시간적인 한계가 있어서, 다음 단계의 자동 점검과 중복되는 항목은 되도록 스킵하도록 합니다.


□ 라이트닝 단자 확인: 노트 PC에 연결해본 김에 연결 테스트부터 먼저 진행하시죠. 노트북은 안 가져갔지만 라이트닝 이어팟이 있다면, 라이트닝 이어팟을 폰에 꼽고서 사파리에서 유튜브를 플레이하며 소리가 잘 들리는지 확인해보세요.
아이폰에 라이트닝 단자를 뒤집어서도 꼽아보고, 단자 연결 부위를 위아래로 조금씩 굽혀봤을 때도 노트북 PC와의 연결이 이어졌다가 끊어졌다가 하지는 않는지, 이어팟에 소리가 끊김 없이 잘 나오는지 체크해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끊어지는 증상이 보인다면 폰의 라이트닝 단자가 헐렁해졌거나 접촉이 불량해진 겁니다. 이런 현상이 심하다면 구매를 다시 생각해 보심이...

□ 충전 테스트: 노트 PC 또는 보조배터리에 라이트닝 케이블로 아이폰을 연결해서 충전이 잘 되는지 확인하시면 됩니다. 무선충전이 잘 되는지도 확인해 보면 좋겠고요. 안드로이드는 고속충전 여부 확인이 가능한데 아이폰은 고속/저속 충전 구분이 한 눈에 안 되는 게 아쉽더군요.
라이트닝 단자를 뒤집어서도 꼽아보고, 라이트닝 단자 연결부를 위아래로 조금씩 흔들어봤을 때도 충전이 잘 되는지 체크해보시기 바랍니다.

□ 화면 검사: 스마트폰에서 사용자와 가장 많이 접하고, 전기도 가장 많이 먹고, 가격도 탑 클래스인 부품이 바로 디스플레이입니다.
표면 유리에 흠집은 없는지, 불량화소는 없는지, LCD 모델이라면 화면 밝기가 불균일하게 멍든 곳은 없는지, OLED 모델이라면 잔상은 안 남았는지, 돋보기라도 들고 플래시 비춰보면서 아주 면밀하게 여러 각도로 들여다봐야 합니다. 이런 검사는 아래와 같은 단색 이미지를 다운로드 받으셔서 전체 화면에 확대해보면 알아보기 쉽습니다. LCD 멍의 경우 흰 화면에서, OLED 잔상은 파란 화면에서 눈에 잘 띈다고 하니, 직거래의 경우 시간 절약을 위해 그 한 색깔만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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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기종의 정품을 옆에 놓고 1:1로 비교하지 않는 이상, 액정화면이 사제 비정품인지 여부는 알아채기 어렵다고 합니다. 이것을 알아볼 수 있는 간접적인 방법 중 하나로, 저가 사설수리 액정은 설정 > '디스플레이 및 밝기' 메뉴에서 밝기 컨트롤 바 아래에 'True Tone' 기능 선택 버튼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한 번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 카메라 테스트: 뒷면 카메라 1~3개와 앞면 셀프카메라 모두 사진 촬영이 잘 되는지 확인해 봅니다. 뒷면 카메라들 사이의 전환은 1x라고 써있는 줌 아이콘을 탭하시면 되고, 전면 카메라로 전환은 빙글빙글 도는 화살표를 탭하세요.

 

밝은 곳에서 흰 종이 같은 것이 전체 화면에 꽉 차도록 사진을 찍어 보고 반점이나 얼룩이 보이지는 않는지(카메라 센서 먼지)도 확인합니다. 아이폰 카메라 앱에 익숙하시다면 플래시 강제발광 모드로 세팅하고 사진을 찍어서 플래시가 잘 켜지는지도 테스트해 봅니다.

각각의 카메라 모두 동영상 촬영은 잘 되는지, 찍은 동영상을 플레이해서 음성은 잘 녹음됐는지도 확인해 봅니다.

 

□ 플래시 발광 테스트: 카메라 테스트할 때 플래시 강제발광 세팅을 못 찾으셨다면, 잠금화면 좌측하단의 손전등 모양 아이콘을 지긋이 눌렀다 떼보시면 플래시가 켜집니다. 불이 잘 들어오는지 확인하시면 돼요.


□ 와이파이: 초기 설정에서 와이파이 연결을 안 했다면 지금이라도 와이파이 AP에 연결해보세요. 연결은 잘 되는지, 와이파이 안테나 수는 잘 뜨는지, 사파리에서 유튜브 같은 곳에 접속해서 동영상은 끊기지 않고 잘 나오는지 확인해보세요.
그런데 와이파이 속도는 폰 성능뿐 아니라 주위 와이파이 환경에도 영향을 받으니, 와이파이 잘 터지는 곳에서 테스트해봐야 합니다. 와이파이가 안 되는 환경이라면 다른 폰의 핫스팟 테더링 기능을 켜서라도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 블루투스: 에어팟이나 다른 블루투스 이어폰과 페어링은 잘 되는지, 방금 카메라로 직접 촬영한 동영상이나 유튜브를 플레이했을 때 이어폰으로 소리가 잘 들리는지 확인합니다.

□ GPS 확인: 지도 앱을 켜서 우측 상단의 커서 모양 현위치 아이콘을 탭했을 때 현재 위치가 지도 상에 제대로 표시되는지 확인합니다.

 

□ 물리 버튼 동작 확인: 볼륨 업/다운 버튼, 잠금 버튼 같은 물리 버튼들의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는지, 적당한 힘으로도 잘 눌리는지, 버튼이 함몰돼있지는 않은지, 버튼 동작 시에 걸리는 부분 같은 건 없는지 체크해 보시고요.
벨소리/무음 전환 스위치도 적절한 힘으로 전환이 잘 되는지, 무음 전환 시 진동은 제대로 오는지도 확인합니다.

□ 조도 센서 확인: 화면 밝기를 자동으로 조절하기 위해 주위의 밝기를 인식하는 센서로, 아이폰의 윗부분, 전면카메라와 수화기 스피커 근처에 있습니다. 잠금 버튼을 눌러 화면을 끈 후 아이폰 앞면 윗부분을 손으로 가립니다. 이 상태에서 잠금 버튼을 다시 눌러 폰을 켰을 때 폰 화면이 매우 어두워야 정상입니다. 그리고 조도 센서를 가리던 손을 뗐을 때 화면이 밝아지면 정상입니다. 

□ 페이스/터치 ID 확인: 초기 세팅에서 페이스 ID (아이폰 SE나 예전 모델의 경우에는 터치 ID)를 등록하시지 않았다면 설정 > Face/Touch ID 및 암호 > Face/Touch ID 설정 메뉴에서 페이스/터치 ID 등록을 새로 해주세요. 코로나 상황에서 직거래 시 마스크 벗기 전에 판매자에게 양해를 구하시고요.

페이스/터치 ID 등록이 문제 없이 된다면 관련 하드웨어는 정상이라는 뜻입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잠금 버튼을 눌러 폰을 잠갔다가 페이스/터치 ID로 잠금해제가 잘 되는지까지 확인해 보시는 것도 좋고요.

□ Siri 확인: 초기 세팅에서 Siri 세팅을 안 하셨다면 설정 > Siri 및 검색 > ''Siri야' 듣기' 메뉴를 활성화하시면(처음부터 활성화돼있었다면 껐다 켜시면 됩니다) 음성인식 설정을 할 수 있습니다. 직거래 시 5가지 예문을 다 녹음하는 건 좀 민폐니까 Siri가 "Siri야, 메시지 보내"까지 알아듣는 정도 선에서 중단해도 됩니다.
택배거래 시에는 음성 등록을 끝까지 완료하시고요. 잠금 버튼(홈 버튼이 있는 모델의 경우 홈 버튼)을 꾹 누르는 방법과, "시리야"라고 부르는 두 가지 방법 양쪽 모두 Siri를 잘 불러낼 수 있는지, "오늘 날씨 어때?" 같은 간단한 질문을 잘 알아듣고 대답하는지까지 체크해보시면 좋습니다.

8. 기능 점검 (자동)

앱스토어에 보시면 ☞Q-Check☜ 자가점검 앱이 있습니다(동일한 이름의 차량 점검 앱도 있으니 혼동하지 마시길). Q-Check 앱을 깔려면 와이파이나 모바일 데이터 연결이 돼야 하고 애플 ID로 앱스토어 로그인도 해야 할 텐데요. 이렇게 해서라도 자동점검 앱을 깔고 테스트하시는 편이 편합니다. 테스트 항목들을 다 수동으로 체크하려고 하면 시간도 더 오래 걸리고 앱만큼 깔끔하게 제대로 확인 못할 가능성이 높아요. 이걸 설치해서 앱에 나오는 대로 따라하시면 다음과 같은 대부분의 폰 기능을 점검해볼 수 있습니다.


□ 와이파이

□ 블루투스

□ GPS

□ 가속센서

□ 자이로센서

□ 자기센서

□ 근접센서

□ 터치 스크린
□ 멀티 터치

□ 물리 버튼들

□ 진동 모터

□ 전후면 카메라

□ 스피커/마이크

다 끝나고 나면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어떤 항목이 패스 됐고, 어떤 항목에 문제가 있는지 볼 수 있습니다.

 

워낙 빠른 시간 안에 테스트하느라 정상인 항목도 FAIL로 잘못 판정될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FAIL이 떴을 경우 그 항목만 탭해서 다시 한 번 테스트해볼 수도 있는데요. 다시 테스트해서 PASS되면 괜찮은 것이고, 여전히 FAIL 난다면 진짜로 문제가 있는 겁니다. 그러면 거래는 안 하시는 게 낫겠지요.

사실 아이폰 테스트 앱은 Q-Check보다는 ☞TestM☜이라는 앱이 더 좋습니다. 하지만 TestM은 한글 번역이 엉망인 것이 문제인데요. 끄라는 말을 켜라고 잘못 번역하는 것은 애교 수준이고, 마치 한글로 표기한 외계어처럼 도대체 뭔 소린지 감도 안 잡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중에 시간 나시면 설정 > 일반 > '언어 및 지역'에서 'iPhone 언어'를 English로 바꾸시고 TestM도 한 번 도전해 보세요.

여기까지 패스했으면 거의 구입확정 직전까지 오셨다고 보면 되겠는데요. 직거래 중이시라면 이쯤에서 판매자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가 됐을 테니, 내 유심 칩을 꼽고 이동통신 성능 테스트를 실시해도 될 겁니다.

9. 이동통신 테스트

□ 기존 폰으로 통신 감도 측정: 유심을 옮겨넣기 전에 먼저 기존 폰으로 전파 강도를 측정해놓으면 좋지만, 이건 필수적인 부분은 아닙니다. 직거래 시에는 건너뛰는 것이 좋겠습니다.
기존 폰에서 전파 신호 강도 측정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와이파이는 방해되지 않도록 꺼놓습니다. 기존 폰도 아이폰이라면

*3001#12345#*

이 번호로 전화를 겁니다. 그러면 실제로 전화가 걸리지는 않고 필드 테스트 모드로 들어가는데요.

 

아래쪽에 보시면 LTE - Serving Cell Meas, Rsrp0 (reference signal received power 0)라는 숫자가 있을 겁니다. 이 숫자가 수시로 바뀌기는 하는데, 한 1분 정도 보시면서 대략적인 평균 값이 얼마 정도 되는지 적어둡니다. 기존 폰이 안드로이드 폰이라면 ☞Network Cell Info Lite☜라는 안드로이드 앱을 깔고 실행해서, 마찬가지로 RSRP 값의 1분간 평균값을 적어둡니다.
참고로 RSRP가 -40 ~ -90 dBm 사이의 값이 나온다면 신호가 아주 좋은 상태(안테나가 풀로 뜸)이고, -110 ~ -140 dBm 정도가 나온다면 통신상태가 열악한(안테나 1개 이하) 상황입니다. 신호가 나쁜 곳에서는 측정치의 편차가 크니, 가급적 신호가 좋은(숫자가 100보다 작게 나오는) 곳으로 이동해서 측정하시는 걸 권장합니다.

□ 유심카드 삽입: 유심카드는 폰이 꺼져있는 상태에서 끼우는 것이 원칙입니다. 나의 원래 폰과 테스트 중인 아이폰을 둘다 끄고, 내 유심카드를 옮겨넣은 후에 아이폰을 다시 켜면 되겠습니다.

 

유심카드 트레이 뒷면에 보면 깨알같이 IMEI가 적혀있습니다. 이 IMEI가 폰 설정의 IMEI와 동일한지도 확인해 보세요. 여러 폰에서 나온 중고 부품들과 사제 부품들을 짜집기해서 폰 하나를 창조해내는 업자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럴 경우 이 IMEI가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 통신 감도 확인: 직거래라면 아이폰 우상단 스테이터스 표시의 통신 안테나 갯수가 다른 폰과 비슷하게 잘 뜨는지 정도만 확인합니다.
택배 거래 상황이라면, 와이파이는 끄신 후에 아이폰 전화 앱에서

*3001#12345#*

이 번호로 전화를 걸어 필드 테스트 모드로 들어가시고, 아래쪽에 LTE - Serving Cell Meas, Rsrp0 값을 기존 폰에서 쟀던 RSRP 평균값과 비교해 봅니다(5G는 아직 필드 테스트 모드에서 측정을 못하고, LTE만 가능합니다). 기존 폰보다 이 수치가 많이 나쁘면(숫자가 10 이상? 더 크게 나오면) 거래는 안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파 세기는 위치와 시간에 따라 왔다갔다 할 수 있고, 기기에 따라 측정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와 아들은 통신사가 같아서 이렇게 두 폰을 나란히 두고 1:1로 비교가 가능했는데요. 같은 장소라도 기기에 따라 5 dBm 정도까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실시간 1:1 비교가 아닌, 다른 기기에서 유심을 갈아끼우면서 하는 시간차 비교의 경우 정상적인 기기라도 10 dBm까지는 차이 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필드 테스트 모드는 앱을 닫은 후에도 배터리를 많이 소모한다고 하니 나중에 모든 테스트가 끝나고 나면 폰을 재시작하시기 바랍니다.

□ 모바일 데이터 테스트: 와이파이를 끈 상태로 사파리에서 유튜브 접속해서 동영상이 끊김없이 잘 재생되는지 확인해 봅니다.

□ 통화 테스트: 스마트폰은 본질적으로 전화기인데도, 어째 전화 기능을 맨 마지막으로 테스트하게 되네요. (미리 얘기해둔)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서 내 목소리가 잘 들리는지 물어보고, 그사람 목소리는 잘 들리는지 통화 품질을 체크해 봅니다.

 

10. 마무리

서류 상으로 하자 없고, 이 정도까지 테스트해서 외관상, 기능상 이상도 없고, 3uTools에서도 눈에 띄는 문제가 없다면 안심하고 구입확정하시고 물품대금을 이체하시면(유심 카드를 기존 폰에 다시 꼽아야 하실 듯) 됩니다.
□ 폰 초기화: 설정 > 일반 > 재설정 > '모든 콘텐츠 및 설정 지우기'를 선택해서 초기화시킨 후에 시작 세팅하시고, 기존 폰의 데이터를 옮겨오시고, 새 폰 샀다는 기분으로 잘 쓰시면 됩니다.

□ 애플케어+ 명의 이전: 애플케어플러스 가입 폰의 경우 여기서 끝이 아니고 반드시 애플케어+ 명의이전 신청을 해야 합니다. 애플케어+를 제대로 양도받지 않을 경우 전 소유자가 해약해버리고 환불 받아가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애플케어+ 이전 신청 방법☜을 읽어보시면 신청에 준비해야 할 자료들이 많아서, 직거래 시에 즉석에서 양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방법은 세 가지 정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애플케어+가 별로 필요 없으시다면, 그냥 폰 판매자에게 ☞해약☜해달라고 하고 폰을 애플케어+ 환불액만큼 싸게 사는 방법이 있습니다. 만약 애플케어+ 지속을 원하신다면 직거래 전에 판매자에게 미리 양도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해오라고 한 뒤에, 현장에서 함께 ☞애플 지원 담당자☜에게 저 복잡한 신청을 접수하고 나서 깔끔하게 거래를 마치는 방법이 있겠고요. 아니면 좀더 지저분하게, 일단 거래 시에는 물품 대금에서 애플케어+ 환불가능액만큼 빼고 지급하신 후에, 명의이전이 성공적으로 끝난 것을 확인 후 잔금을 지불하는 방법도 있겠죠.
참고로 환불 가능액수 = 가입 금액 x 0.9 x 남은 날짜 수 / (2 x 365) 로 계산하시면 됩니다.

11. 서비스 센터 방문 (정상적인 폰의 경우 필요 없음)

만약 6~9 단계 테스트와 3uTools를 본인이 직접 확인해봤더니 별 문제가 없었다면, 굳이 공인 서비스 센터까지 방문할 필요는 없습니다. 센터에서 돌리는 애플 점검 프로그램도 3uTools나 별다를 바 없더라고요.
그런데 반면에 택배 거래로 받아서 테스트하던 중에 이상한 점이 눈에 띈다든가 3uTools에서 뭔가가 걸린다고 했을 때, "집에서 3uTools 돌렸는데 어떤 부품이 이상하다더라"라는 말만으로는 판매자가 납득하고 반품을 받아주지 않을지도 모르겠죠? 그럴 때 이상은 없는지, 사설 수리 흔적은 없는지에 대한 공신력 있는 전문가의 증언으로서 애플 공인 서비스 센터의 평가를 받는 것입니다.
아니면 직거래의 경우(가까운 곳에 서비스 센터가 있다면), 아예 중고 판매자와 센터에서 만나서 깔끔하게 점검 받고 거래를 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겠네요.

애플 공인 서비스 센터는 우선 가로수길 애플 스토어가 있고, 그 외에 U BASE, Antz, TUVA, 위니아에이드 등 여러 위탁 서비스 제공업체가 있는데요. ☞애플 고객지원 사이트☜에서 가까운 서비스 센터가 어디 있는지만 알아보려고 해보려고 해도, 마치 "그게 왜 궁금한 건데?"라는 투로 문제 제품과 증상부터 꼬치꼬치 캐묻고 애플ID 로그인도 하라고 합니다. 증상 선택 시에 딱히 적당한 것이 없으시면 '주제가 목록에 없음'을 선택하시고 대충 '이상 점검' 정도로만 적으셔도 됩니다. 고객지원 사이트에서 방문 예약도 할 수 있지만, 당일 예약은 어렵긴 합니다.
공인 서비스 센터에서 점검 프로그램만 돌려서 체크해주는 것은 무료입니다. 하지만 사제 부품 교체 여부를 정밀 점검하려면 분해를 해야 한다고 하고요, 재료비(방수 테이프?)와 공임을 2만원 받더군요. 그런데 정밀 점검은 정말 주의해서 진행하셔야 합니다.


저는 택배 안전 거래로 받았던 중고폰의 액정 가장자리 부분의 밝기가 어두워서, 혹시 교체된 가품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어 정밀 분해점검을 의뢰했는데요. LCD 외에는 멀쩡했던 폰인데 3개월 된 초짜 서비스 센터 직원이 점검한 후에 벽돌이 돼버렸습니다! 그 이후 수리 판정을 기다리는 3일 동안 살짝 멘붕이 왔었는데요. 다행히 무상으로 폰을 교체받을 수 있었습니다(그말인즉 LCD는 정품이 맞고, 정품 아이폰 LCD 중에도 가장자리 어두운 놈이 있다는 거겠죠).

만일 보증 기간이 끝난 폰이었다든지, 진짜로 LCD가 사제 부품이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폰의 소유권이 전적으로 제게 넘어오지 않은(택배 안전 거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제품 분해를 시도한 것은 도를 넘었던 것 같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또 한 번은 3uTools로 돌려봤더니 후면카메라가 교체됐다고 나와서 서비스 센터에 수리 이력을 확인하러 갔었습니다. 다행히 이 카메라가 공인 센터에서 수리 받은 사실이 맞다는 기록이 나왔고, 그 폰이 지금 제 폰입니다.



이 정도면 중고 아이폰을 구입할 때 알아야 할 모든 것과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ㅎㅎ 상황에 대해 다룬 것 같네요. 참 많은 공부가 됐던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글이 훨씬 더 길어졌네요. 한 번 다 훑어보시고 ☞첨부의 체크리스트☜ 이용하셔서 여러분들도 모두 좋은 아이폰 매물 잘 구입하시기 바랍니다!

2020. 12. 19. 23:26

Synology NAS에서 Torrent 사용하는 방법 총정리 (+Docker 활용)

NAS 사용자분들이 가장 흔하게 쓰시는 어플리케이션 중 하나가 BitTorrent, 보통은 토렌트라고 하는 파일 다운로드/공유 서비스일 텐데요.
Synology NAS에서 torrent client를 돌리는 방법은 대략 세 가지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제가 최근 들어 이 세 가지를 모두 경험해봤기에 정리 차원에서 한 번 글을 남겨봅니다.


그런데 요즘 같은 스마트 시대에는 BitTorrent client뿐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직접 torrent client를 원격 제어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앱의 존재도 중요하죠. 스마트폰으로 웹서핑 하다가 토렌트 시드 파일이나 마그넷 주소를 클릭하면 자동으로 뿅하고 떠서 NAS에 다운로드 명령을 내려주고, 파일 전송 상황도 보기 편하게 정리해서 보여주는 앱이 참 편리합니다.

그런 이유로 torrent client와 그 컨트롤/모니터링 UI용 스마트폰 앱을 쌍으로 묶어 소개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애플 앱스토어에는 이런 UI 앱들이 없거나, 있었다가 내려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원격 UI 앱이 없을 경우 스마트폰에서 NAS의 torrent client를 컨트롤하려면 NAS의 torrent 감시 폴더에 seed 파일을 올려서 다운로드를 시작하게 하고, 진행상황은 웹 브라우저로 NAS에 접속해서 모니터링하는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좀 불편하지만요.

이런 감시 폴더 혹은 torrent 자동 추가 폴더 기능은 제가 소개 드릴 모든 torrent client에서 지원하고요. Seed 파일을 손수 올리시는 수고를 더는 방법으로는 Synology Drive를 이용해서 폰의 브라우저 다운로드 폴더를 NAS와 동기화시키고, NAS에서는 이 동기화된 폴더를 torrent 감시 폴더로 설정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1. Download Station / DS Get

Synology NAS에서 torrent를 쓰는 90%의 사용자가 사용하시는 프로그램이 바로 Download Station 아닐까 합니다. Synology 공식 다운로드 앱이고요. Synology NAS 패키지 프로그램들을 받을 수 있는 '패키지 센터'에 들어가시면 뭔가 다운로드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아래쪽 화살표 두 개짜리 아이콘이 있는데, 이걸 클릭하시면 설치되는데요.
Torrent 관련 기본적인 기능들은 다 되고, 성능도 꽤 잘 나오고 안정적입니다. 그래서 웬만한 분들은 얘 말고 딴 애들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실 겁니다.

 

스마트폰 원격 UI 앱으로는 역시 Synology 공식 앱인 DS Get이 있습니다. 토렌트 시드 파일이나 브라우저의 마그넷 링크로 다운로드를 시작하게 할 수 있고, 다운로드하는 파일들의 정보도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본기에 충실합니다.
DS Get은 구글 플레이마켓에는 있습니다만, 앱스토어에서는 내려갔기 때문에 아이폰 사용자는 더이상 새로 설치하실 수 없습니다. 앱 없이 제가 위에서 설명한 감시 폴더와 웹브라우저를 이용한 원격 인터페이스를 쓸 수도 있고, DS Get의 대안으로 SynoDS라는 유료 앱이나 Download Station Mobile이라는 무료 앱도 있던데 쓸만한지 모르겠네요.


Download Station과 DS Get의 설치 및 사용법은 간단한 데다가 검색하시면 얼마든지 나오니 제가 굳이 자세히 설명하진 않겠습니다.

 

다른 torrent client 대비 Download Station의 특출난 장점이라면 torrent 검색 기능이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으로는 백방으로 찾아봐도 도저히 구할 수 없어서 거의 포기했던 자료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Download Station에서 검색했더니 나왔던 경험이 한두 번 있었습니다. DLM 형식의 플러그인을 추가해주면 더 많은 서버의 자료를 검색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Download Station DLM"으로 검색해서 DLM 파일 좀 추가 등록하면 torrent를 정말 잘 찾아줍니다.

그리고 크롬 웹 스토어에 보면 Synology Download Station이라는 확장 프로그램이 있어서 이걸 깔면 크롬에서 마그넷 주소 클릭했을 때 바로 다운로드 스테이션에서 다운로드시킬 수 있고, 크롬 주소창 우측에서 Download Station의 진행상황도 간략히 볼 수 있습니다. PC에서 크롬 브라우저 사용하시는 분들은 편리하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반면에 이 둘의 조합에 대해 개인적으로 답답한 불만 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DS Get의 모니터링 정보가 너무 빈약합니다. 남은 다운로드 시간처럼 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정보가 메인 화면에 표시되지 않습니다. 다른 건 그럭저럭 참을만 한데 다운로드 파일 네임 중간 부분이 안 보입니다. 보통 파일들 보면 파일이름 앞뒤에 뭔가 쓰잘데기 없는 정보들이 많이 붙어서 정작 중요한 내용은 한가운데 있을 경우가 많은데 DS Get은 아래 그림과 같은 식으로 파일명 중간부분을 '...'으로 생략하고 맙니다.

 

저 생략된 부분을 보려면 폰을 가로로 돌리고 생쑈를 하거나 그래도 원하는 부분이 안 보이면 파일을 지워버리겠다고 위협을 해야 오른쪽 그림처럼 풀 네임을 보여줍니다. 그러다가 손가락이라도 미끄러지면 며칠 걸려 90% 받던 도중의 파일을 그냥 날릴 수도 있는 거고요.

DS Get뿐만 아니라 Download Station 자체도 프로그레스 바, 시더/피어 수 같은 중요 정보가 메인 다운로드 모니터 화면에 일목요연하게 표시되지 않는 등, 보기 어렵게 디자인돼있는 편입니다.

 

어찌 보면 아주 사소한 단점이기는 한데, 아무튼 저는 이런 점이 답답하고 마음에 안 들어서 다른 BitTorrent Client를 깔아서 사용해왔습니다.

2. Transmission, Deluge, ruTorrent / Transmission Remote, Transdrone, nzb360

아마도 Download Station을 안 쓰시는 10%의 torrent 사용자 분들은 십중팔구 Transmission이나 Deluge를 쓰실 것 같습니다. 얘들은 Synology 공식 패키지 센터가 아닌 SynoCommunity 같은 서드파티 커뮤니티에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일단 다운로드를 받으시려면 패키지 센터 설정에서 패키지 소스로 http://package.synocommunity.com을 지정해주셔야 합니다. 그러면 패키지 센터에 커뮤니티 탭이 생기고, 아래처럼 Transmission이 보이죠.

 

 

 

SynoCommunity에는 Deluge와 ruTorrent도 있는데 제가 걔네들은 안 써봐서 Transmission 기준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깔면 바로 쓸 수 있는 Download Station과는 달리 몇 가지 만져줘야 할 부분들이 있습니다. 일단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설치할 때 임시 다운로드 파일을 저장할 공유폴더를 물어봅니다. 저는 downloads라는 이름의 공유폴더를 새로 만들어서 거기로 지정해줬습니다. 그리고 NAS 계정의 ID/password와는 별도로 Transmission 용의 ID/password를 설정해줘야 합니다.


설치 후에는 폴더 권한 설정을 해줘야 하는데요. 위에서 만든 downloads 공유 폴더, 그리고 다운로드 파일을 최종적으로 저장하게 될 video 같은 기존 공유 폴더 몇 개에 대해 sc-download 그룹의 읽기/쓰기 권한을 활성화시켜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Transmission은 bit torrent의 기본 송수신 포트인 6881-6890을 쓰지 않고 51413을 씁니다. 유무선 인터넷 공유기에서 51413 포트를 TCP와 UDP 모두에 대해 NAS로 포트 포워딩 설정해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외부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UI용 포트인 9091도 (TCP만) 추가로 포트 포워딩 설정해주셔야 합니다. 이렇게 하시고 나면 웹 브라우저에서 http://(NAS 주소):9091을 치면 Transmission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Transmission은 Download Station과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Download Station이 Transmission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함께 쓸 수 있는 스마트폰 원격 UI 앱은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Transmission 전용으로 Transmission Remote라는 앱도 있고요, 다양한 torrent client를 지원하는 앱들 중 구글 플레이스토어 다운로드 순위 및 리뷰 점수 상위권인 앱으로 Transdrone과 nzb360이라는 앱이 있습니다.
세팅 방식은 DS Get과 유사하긴 한데 몇 가지 다른 점도 있습니다. 일단 nzb360의 경우 torrent보다는 NZB쪽이 전문이다 보니 torrent 서비스를 사용한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세팅해줘야 했습니다.

 

 

 

원격 control을 위해서 NAS 로그인 정보를 입력하는 설정 화면에서는 torrent client 프로그램 이름을 명시해줘야 되고, port 넘버도 넣어줘야 하는 점이 DS Get과는 다른 점입니다. Transdrone의 경우 Synology라는 옵션이 있던데 다운로드 스테이션도 지원해주나 시도해봤지만 안 되더군요. DS Get은 NAS 하나에만 접속할 수 있게 돼있는데, 이들 앱은 여러 대의 NAS도 설정할 수 있는 점도 다르고요.

 

그 외 특이한 옵션으로 집 Wi-Fi에 연결됐을 때는 자동으로 192.168.0.XX 같은 사설 IP로 접속해주는 것도 있습니다.

이들 앱의 메인 화면을 보시면 일단 각 다운로드의 예상 완료 시간, 피어 수 상황 같은 적절하게 중요한 정보들도 한 화면에 보여준다는 점이 너무나도 단출한 DS Get 화면과는 다릅니다. 아래 스크린샷 왼쪽이 Transdrone, 오른쪽이 nzb360입니다.
파일 이름 면에서는 Transdrone은 두 줄이 되든 세 줄이 되든 파일 이름을 생략하지 않고 보여주는 점이 좋고, nzb360은 파일 이름이 생략되기는 하지만 보여주는 글자 수가 많은 데다가 생략되는 부분이 파일 이름 중간이 아닌 끝부분이기 때문에 DS Get보다는 파일 구분하기가 훨씬 더 편합니다.

 

그런데 Transdrone은 왠지 UI가 좀 예쁘지 않고 어딘가 맹하고 허전한 감이 없지 않아 있고요.

nzb360은 UI 컬러가 제 맘에 쏙 들기는 하는데 마그넷 링크 다운로드 기능을 쓰려면 Pro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합니다. 유료 Pro 버전이 한 2000원 하면 쾌척하려고 했는데 무려 9900원이나 합니다. 앱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torrent보다는 NZB에 특화된 앱인데, 제가 쓰지도 않을 NZB 기능 때문에 만원이나 쓰기는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둘 다 깔아놓고 마그넷 링크 다운로드는 Transdrone에 묶어놓고, 모니터링은 nzb360 무료 버전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 용으로는 Transmission Remote도, Transdrone도, nzb360도 없습니다. 앱스토어에서 NZB로 검색해보시면 앱이 많이 나오는데요. 그 중에서 bit torrent도 지원하는 앱을 아마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iOS 앱은 안 써봐서 어느 것이 좋은지 모르겠네요.

 

3. qBittorrent / Transdrone, nzb360

우선 말씀 드리자면 이 방법은 모델명 뒤에 +가 붙은 인텔 CPU 내장 Synology NAS에서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Plus 모델이 아니신 분은 굳이 읽으실 필요 없을 듯하네요.

그냥 Transmission에 만족하고 쓰고있던 중 2020년 12월 셋째주에 Synology DSM 7.0 베타 테스트 메일이 왔고, 저는 DSM 7.0에 추가된다는 Synology Photos라는 사진 관리 패키지에 혹해서 그만 베타 버전을 깔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Transmission을 포함해서 SynoCommunity에서 깔았던 많은 패키지들이 이딴 에러 메시지를 내면서 실행불가 상태가 돼버렸습니다.

 

그냥 몇 주 기다리면 SynoCommunity의 Transmission 패키지도 DSM 7.0을 지원하도록 업데이트되긴 하겠지요(생각해 보니 그렇게 되면 제가 위에 정리한 Transmission 설치법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_-). 그동안은 Download Station을 쓰면 되는 거고요. 그래도 뭔가 또다른 대안이 있을 것 같아서 검색을 해보니 Docker에다가 Transmission을 깔면 된다더라고요. 흠... 하지만 이왕 Docker를 써야 한다면 Transmission보다는 Docker에서만 쓸 수 있다는 qBittorrent에 한 번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요.

Docker라는 이름은 계속 들어왔지만 설명을 들어봐도 도통 어디에 어떻게 쓰는 놈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안 쓰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도전할 동기가 생긴 거죠.
DSM 도움말에 따르면, Docker란 격리된 소프트웨어 컨테이너 내에서 응용 프로그램을 빌드 및 실행하도록 하는 경량형 가상화 환경입니다. 흠... 전문용어를 더 많은 전문용어로 설명해봤자 아무런 이해가 안 되네요.

그래서 좀더 인터넷을 뒤져보고 공부해봤습니다. 그런데 파고들면 들수록 아무리 봐도 Docker란 것은 NAS에서 쓰라고 만든 게 아니라 대규모 데이터베이스 서버들을 계속 유지보수해가면서 쓰려는 용도로 만들어진 것 같더군요.


그런데 이걸 왜 NAS에서 써야 하느냐?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만 원래 용도와는 관계 없이 단순히 NAS에서 Linux 프로그램을 돌리기 위해 Docker가 필요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Synology의 DSM OS는 Linux가 베이스이긴 하지만 NAS 관리에 특화되어 오랜 시간동안 별개로 진화해왔기 때문에 다른 메인스트림 Linux 배포판들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Linux 프로그램을 손쉽게 바로 빌드해서 사용할 수 없고, SynoCommunity 같은 곳에서 DSM 용으로 포팅한 패키지를 만들어주길 손가락 빨며 기다리고 있어야 했던 거죠.
그러다가 Synology에서 x86 CPU 탑재 모델에 한해 Docker를 쓸 수 있게 해준 것을 계기로, 이제 수많은 Linux 프로그램의 최신 버전을 NAS에서도 Docker 위에 올려서 돌릴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 같은 일반 NAS 사용자는 굳이 Docker의 심오한 원리와 전문적인 운용법까지 알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Docker에 프로그램을 깔아서 동작시킬 수 있는 수준 정도의 지식만 있으면 되는 거죠.

적어도 용어는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요. Docker에 보면 레지스트리니 이미지니 컨테이너니 볼륨이니 하는 생소한 용어들이 무지 많이 등장하는데요, 나름 저의 언어로 한 번 정리를 해봤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건 '이미지' 같은데요. 이미지란 qBittorrent 실행 파일뿐만 아니라 그걸 실행하는 데 필요한 다른 프로그램들과 각종 환경들을 스냅샷 같은 걸 찍어서 저장해놓은 거라고 보면 될 듯합니다.
레지스트리란 다른 사람들이 이미 만들어놓은 수많은 이미지들을 모아놓은 저장소 같은 것이고요.
컨테이너란 Docker 상에 이미지를 실체화시켜 놓은 것이고, 얘가 바로 NAS 상에서 돌아가는 Linux 가상 머신입니다. 이미지가 붕어빵틀이라면 컨테이너는 붕어빵인 거죠. qBittorrent 이미지 붕어빵틀 하나로 qBittorrent 컨테이너 붕어빵을 여러 개 찍어내서 한 NAS 안에서 돌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럴 필요성은 별로 없지만요.
볼륨은 NAS의 디스크 볼륨과 같은 단어를 사용해서 좀 헷갈리는 부분인데요. Docker는 일종의 가상 머신이기 때문에 실제 머신과의 접점이 필요합니다. Torrent를 열심히 다운로드 받았는데 그 파일이 가상머신 상에만 존재하다가 그 가상머신을 끌 때 사라져버린다면 아무 의미 없잖아요. 그래서 실제 머신의 특정 폴더를 가상머신에 마운트해서 거기다가 파일을 저장해야 하는데, 이런 폴더를 Docker에서는 볼륨이라고 부릅니다.
참 쉽죠? ㅎㅎ

 

 

잡설이 길었는데요. 이제부터 Docker에 qBittorrent 설치하는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Docker부터 설치해야겠죠. 패키지 센터에 보면 네모난 컨테이너 여러 개를 지고 가는 고래 모양 아이콘의 Docker가 있는데 이걸 설치하세요.
Docker를 열어보면 일반적인 패키지와는 달리 이런 안내문인지 경고문이 뜹니다. 뭔가 범접할 수 없고 어려운 분위기를 내뿜죠.

 

 

 

Docker를 열면 지금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일단 qBittorrent의 이미지를 받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이미지는 어디에서 공유한다고 했죠? 바로 레지스트리입니다.

Docker 왼쪽 메뉴에서 레지스트리를 선택하고 검색 창에 qBittorrent를 입력해서 검색합니다. 그러면 qBittorrent 이미지만 해도 222 개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linuxserver의 qBittorrent 이미지를 받았습니다. 다운로드 받을 때 태그를 물어보는데, 그냥 latest로 놔두시면 됩니다.

 

 

 

붕어빵틀 이미지 다운로드가 끝나고 나면 이번에는 붕어빵 컨테이너를 구울 차례입니다. Docker 왼쪽 메뉴에서 이미지를 선택하고, 오른쪽에서 linuxserver/qbittorrent를 선택한 후 '실행' 버튼을 누릅니다.
그러면 아래 그림과 같은 컨테이너 생성 마법사 창이 뜹니다. 컨테이너 이름은 그냥 qBittorrent로 하시면 됩니다. 붕어빵 여러 개 찍어내실 거 아니라면요.

 

 

 

Torrent는 특성 상 높은 권한이 필요한 어플리케이션은 아니고요. 리소스 제한도 일단은 하지 않고 진행하도록 해보시죠. 쓰시다가 나중에 torrent가 CPU와 RAM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 다른 일을 못할 정도가 된다면 리소스 제한을 활성화하는 게 좋겠습니다. 여기서 '다음' 버튼을 누르고 싶으시겠지만 '고급 설정'에 설정해야 할 내용들이 한가득 있으니 먼저 고급 설정 버튼을 누르셔야 합니다.

 

 

 

'DSM 메인 메뉴 바로 가기 생성'을 해두면 DSM에서 qBittorrent Web UI 창을 바로 띄울 수 있으니 설정해주시면 좋습니다. http://(NAS 주소):8080이라고 해두시면 바로가기 클릭 시 qBittorrent 로그인 창이 뜨고요. Transmission Web UI가 9091 포트를 쓰듯이 qBittorrent Web UI는 8080 포트를 쓰기 때문에 맨 뒤에 붙여줍니다.

 

 

 

볼륨은 Docker container라는 가상 머신이 실제 NAS와 데이터를 주고 받기 위해 설정하는 건데요. qBittorrent 설정을 저장하기 위한 /config 폴더와 다운로드 결과를 저장하기 위한 /downloads의 두 폴더가 필요합니다.

폴더 추가 버튼을 누르셔서 위 그림의 예와 비슷한 폴더를 만들고 설정하시면 됩니다. 왼쪽의 실제 폴더 이름과 경로는 꼭 저처럼 하실 필요 없고 원하시는 아무 폴더나 지정하셔도 됩니다.

 

그 다음은 포트 설정인데요. NAS를 인터넷에 연결시켜주기 위해 유무선 공유기가 포트 포워딩을 해주듯, Docker 컨테이너가 네트워크에 연결되도록 하기 위해 NAS가 포트 포워딩을 해주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로컬 포트(NAS의 포트 넘버)는 절대로 기본 세팅 대로 '자동'으로 놔두시면 안 되고요. 가급적 같은 포트로 연결해주시는 게 좋습니다. 컨테이너 포트 6881은 처음에는 로컬 포트 6881로 연결했었는데 이 포트는 다운로드 스테이션과 충돌 난다고 해서 저는 6890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설정이 바로 환경 변수 설정입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이 컨테이너를 돌리는 사용자가 누구인지 설정하는 겁니다. 변수 '추가' 버튼을 누른 후에 /config와 /downloads에 연결된 폴더들을 읽고쓸 권한이 있는 사용자의 PUID와 PGID를 기입해줘야 합니다. 이걸 세팅 안 하시면 qBittorrent 설정도 저장이 안 되고, 다운로드 파일도 세이브가 안 됩니다.
그런데 이게 NAS 계정의 username이 아니고 숫자를 넣어줘야 하더라고요. 만약 admin ID를 막지 않고 살려두셨다면 admin에 해당하는 PUID와 PGID인 1024, 101를 각각 넣어주시면 됩니다. 만약 해킹 방지를 위해 NAS에서 admin 계정을 비활성화해두셨다면 NAS에 SSH로 접속해서 administrators 그룹 권한을 가진 유저(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겠죠)의 UID와 GID 숫자를 알아내셔야 합니다.

 

 

 

산 너머 산이라고 SSH는 또 뭐냐고요? 이건 ☞제 다른 글☜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아무튼 NAS에 SSH로 접속하시고 나면 해야 할 일은 간단합니다. SSH 커맨드 프롬프트에


id (내 username)

 

라고 치시면 됩니다. 여기서 첫번째 나온 uid 숫자(제 경우 1026)를 PUID에 넣어주시고, PGID에는 101(administrators)을 넣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 보면 LANGUAGE, LANG 설정이 있는데, 이걸 ko_KR.UTF-8로 바꿔주시면 Web UI 언어가 한글로 바뀝니다.
그리고 이제 적용 버튼 누르시고, 다음 버튼을 누르시면 다음과 같은 최종 요약 확인 창이 뜹니다.

 

 

 

세팅 입력을 제대로 했는지 다시 한 번 훑어보시고 완료 버튼을 누르시면 qBittorrent 컨테이너가 만들어지고 바로 실행됩니다.
Docker에서 '컨테이너' 메뉴에 들어가 보시면 이렇게 qBittorrent가 돌아가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마치 패키지 센터에서 패키지 실행을 켜고 끄듯이 맨 오른쪽 버튼을 누르시면 컨테이너 실행을 켜고 끌 수 있습니다. 한동안 torrent 쓸 일 없을 때는 qBittorrent도 끄고 Docker 자체를 꺼둬도 됩니다.

 

 

 

이제 브라우저에서 새 창을 여시고 주소창에 (NAS의 내부 IP 주소):8080을 치시면 이렇게 qBittorrent의 한글 Web UI가 뜹니다.

 

 

 

초기 ID는 admin, password는 adminadmin입니다. 이런 알려진 값이기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막기 위해 내부 IP주소로 접속하라고 말씀 드렸던 것이고, ID/패스워드를 바꾸시기 전까지는 공유기에서 8080 포트를 외부로 포워딩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ID 패스워드 변경은 Web UI의 옵션 설정 메뉴에서 가능합니다. 메인 메뉴의 도구 > 옵션으로 들어가셔도 되고 그보다 오른쪽에 있는 톱니바퀴 모양 아이콘을 클릭하셔도 됩니다. 여러 개의 탭이 있는데 그 중 '웹 UI' 탭에서 암호 변경이 가능합니다. 이 탭의 아래쪽에 보시면 '교차-사이트 요청 위조 (CSRF) 보호 사용'이라는 옵션이 있는데 이걸 꺼야 DSM에서 qBittorrent Web UI를 띄울 수 있더라고요.

 

 

 

이 정도만 세팅해주면 이제부터 qBittorrent를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적화된 사용을 위해 좀더 조정을 해주는 것도 좋은데요. 다운로드 스테이션이나 Transmission과 비교해봤을 때 qBittorrent는 너무 후하게 퍼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운로드 스테이션처럼 짜게 업로드하는 것이 보편적인 건지 qBittorrent처럼 후하게 올려주는 것이 정상적인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qBittorrent는 정말 이렇게 열심히 업로드하면 다운로드가 방해받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심하게, 다운로드보다 더 빨리 10 MB/s 이상의 속도로 업로드를 하더라고요.

아무튼 저희가 torrent 쓰는 목적이 업로드보다는 다운로드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업로드 제한을 걸어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먼저 옵션 창에서 '속도' 탭을 엽니다.

 

 

 

전역 속도 제한의 '올리기'를 대략 1000 KB/s 전후로 제한하면 됩니다. 좀더 인색하게 100 KB/s 이하로 줘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요, 기가빗 인터넷 사용 중이시면 좀더 후하게 5000 정도로 줘도 괜찮을 것 같긴 합니다. 그리고 (특히 올리기 속도 제한을 100 KB/s 이하로 하셨을 경우에는) 맨 아래 '속도 제한 설정' 칸의 선택을 모두 해제해놓는 것이 다운로드 속도에 좋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트 토런트' 탭인데요. 여기서 토런트 대기열과 배포 제한을 설정합니다.

가용성이 매우 낮은 오래된 토렌트를 한꺼번에 몇십 개 걸어놓아야 할 경우가 가끔 있는데요, 이럴 때 토런트 대기열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다운로드 스테이션 같은 경우 동시에 받는 파일 수가 10개로 제한되어 있는데요 (옵션에서 바꿀 수는 있습니다), 10번째를 넘어가는 파일들은 다운로드를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는 대기상태에 남아 있습니다. 재수 없이 처음 다운로드 받기 시작한 파일 10개의 torrent 상태가 거의 죽어있는 경우라면 아무리 그 이후 파일들이 쌩쌩해도 그냥 그 상태로 꼼짝 없이 멈춰 버립니다. 가망 없는 애들을 일일이 수동으로 일시중지시키면 그제서야 다음 파일이 시작되긴 하는데요, 아무튼 불편합니다.

qBittorrent에는 그런 상태가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이 제한에 느린 토런트는 계산하지 않음'이라는 옵션이 있습니다. 속도가 안 나오는 느린 torrent는 10개가 됐든 100개가 됐든 열외로 놓고 대기열 갯수로 안 쳐주기 때문에 그 다음 차례 쌩쌩한 파일에게 기회가 올 수 있는 겁니다. 저는 그래서 이 옵션을 켰고요. '최대 받기'와 '최대 활성 토런트' 갯수도 기본 설정 대비 키워줬습니다.

 

그리고 다운로드 스테이션 써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되게 얌체 같이 내 다운로드 끝나고 나면 업로드를 바로 딱 끊어버립니다. 내 볼 일 끝나면 끊어주는 게 합리적이긴 한 것 같아서 '배포 제한'을 걸어두긴 하려고 합니다만... 내가 받았다고 바로 입 싹 닦는 건 좀 심한 것 같아서 1시간 후에 끊는 걸로 해줬습니다.


이제 진짜 최종단계로 유무선 공유기에서 6890 (TCP + UDP)과 8080 (TCP) port를 NAS로 포워딩해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qBittorrent 컨테이너의 포트가 인터넷으로 연결될 테니까요. 이제부터는 (DDNS 주소):8080로도 qBittorrent Web UI에 접속이 될 겁니다. 또, DSM의 시작 버튼을 눌러보시면 Docker와 동일한 고래 모양으로 qBittorrent 아이콘이 만들어진 것도 보이실 겁니다. 이걸 누르셔도 새 브라우저 창으로 qBittorrent Web UI가 뜹니다.

 

 

 

qBittorrent를 써보니, 다 좋은데 한 가지 Download Station과는 달리 다운로드 받을 폴더를 지정해줄 수 없다는 점이 아쉽네요. 다운로드 완료 후 파일을 직접 옮겨줘야 하는 귀찮음이 존재합니다. 사실 이건 qBittorrent의 문제가 아니고 Docker 상에 설치하는 모든 torrent client들의 공통된 단점일 듯합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다운로드 폴더 downloads/를 파일이 최종적으로 옮겨져야 할 공유 폴더와 동일한 volume 안에 두시면 좋습니다. 그러면 파일을 옮길 때 실제 데이터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파일의 위치 정보만 바꿔써주기 때문에 파일 이동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절약할 수 있거든요.

 

스마트폰 원격 UI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qBittorrent Controller라는 전용 앱이 있습니다.

메인화면에 뭔가 깨알같이 많은 정보들이 보이고, 파일명을 생략하지 않고 다 보여주는 것은 좋습니다. 그런데 너무 많은 정보를 보여주려다 보니 오히려 원하는 정보가 눈에 잘 안 들어오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운로드 진행률을 시각적으로 표시해주는 프로그레스 바가 없어서 직관적으로 알아보기 불편하기도 하고요. 게다가 무료버전은 화면 아래쪽에 광고도 나오네요.

 

다운로드를 시작할 때 저장 폴더를 물어보는데요. 어차피 Docker에서는 폴더를 자유자재로 지정할 수 없어서 이 화면을 좀 안 보고 싶은데, 아무리 '이 대화상자 다시 표시하지 않기'를 선택해도 가볍게 씹고 이 화면을 끈질기게 보여줍니다. 앱이 약간 기본이 엉성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냥 전용 앱 말고 위의 2번 항목에서 소개 드린 Transdrone이나 nzb360을 쓰시면 편합니다. 얘들도 qBittorrent를 지원하거든요.

 

 

 

그런데 Transdrone은 qBittorrent 접속 시에 간간히 이딴 메시지가 나오는 현상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름처럼 Transmission에 최적화된 앱이라 그런지 qBittorrent와는 잘 안 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네요. 이 현상은 qBittorrent 옵션의 웹 UI 탭에서 '클릭 가로채기 방지 사용', '호스트 헤더 유효성 검사 사용' 체크박스를 해제하면 빈도가 크게 줄어듭니다(아주 사라지지는 않는 것 같네요-_-).


애플 앱스토어의 경우 qBittorrent Controller, Transdrone, nzb360은 없고요. NZB로 검색해보시면 나오는 앱들 중에 qBittorrent의 원격 UI를 지원하는 앱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해보지는 않았습니다.

 


 

이상, Synology NAS에서 BitTorrent client를 사용하는 방법 세 가지를 정리해봤습니다.


제 생각에는, plus 모델 NAS를 사용 중이시고 Linux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 되신다면 qBittorrent든 Transmission이든 Docker 상에 설치하는 세번째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면서 안정적일 것 같습니다. DSM이 베타가 되든 뭐가 되든 Docker 이미지는 그 환경 그대로 꿋꿋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테니까요. 다운로드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잘 표시해주는 모바일 앱 지원은 덤이고요.
세팅 같은 거 신경 쓸 필요 없이 torrent client가 알아서 잘 동작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시면 첫번째 다운로드 스테이션 추천 드립니다. Torrent 검색이 필요할 때 쏠쏠하게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다운로드 스테이션에는 뭔가 부족함을 느끼지만 Docker를 지원하지 않는 NAS를 소유하신 분들께는 두번째 옵션의 Transmission이나 Deluge가 좋겠지요.

 

그런데 솔직히 세 방법 모두 기능과 성능은 대동소이합니다. 이미 잘 동작하는 torrent client가 셋업되어 있는 상황에서 굳이 추가로 에너지를 들여서 다른 것으로 바꿔야 할 만큼의 이득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들 설치하기 편한 Download Station을 쓰시는 거겠죠. 호기심 많은 분들이나 Docker 같은 걸 건드려보는 거고요.

2020. 9. 20. 21:02

Synology NAS에 EBS 라디오 어학방송 녹음하기 2022년판

저는 DSM 6.0에서 Debian chroot를 사용해서 ☞이런 방법☜으로 EBS 라디오 어학방속 녹음을 잘 하고 있었는데요. 최신 DSM 7.0에서는 Debian chroot도 사용할 수 없고 그 외 여러가지로 세세하게 달라진 부분들이 많더라고요.

 

요즘은 무제한 통신요금도 보편화돼서 굳이 녹음하지 않고 EBS 반디 앱으로 실시간으로 들어도 되고, 애초에 EBS 방송보다 더 좋은 YouTube 채널이나 스마트폰 앱 등의 영어 공부 컨텐츠도 많이 생겨서 굳이 녹음 안 해도 될 것 같기는 한데요. 사실 저도 EBS 녹음한 걸 마지막으로 들은 게 언제였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포기하는 건 왠지 패배자의 변명처럼 들려서 결국 머리를 굴리고 굴려 DSM 7.0에서도 EBS FM 라디오 어학방송을 녹음하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게다가 기존 방법 대비 몇 단계 더 간단해졌습니다.

 

애초에 Debian chroot를 사용했던 이유는 스트림을 파일로 저장해줄 수 있는 Libav 라이브러리를 DSM 상에 설치할 수 없어서 가상의 Debian 상에 깔고 돌렸던 거였거든요. 그런데 보니까 지금은 Libav과 동일한 기능을 가지는 FFmpeg을 DSM에 바로 설치할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굳이 Debian chroot를 설치하고, 거기 들어가서 녹음하고, 그걸 또 꺼내오고 할 필요 없이 바로 DSM 상에서 녹음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무튼 이제부터 2022년 현재 Synology NAS에서 EBS 라디오 어학방송을 녹음할 수 있는 방법을 차근차근 단계별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1단계. SSH 환경 셋업

사실 Debian chroot를 사용할 게 아니면 SSH도 필요 없을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파일 권한 설정이라든지, 녹음이 잘 되는지 테스트해보는 건 SSH 상에서 하는 것이 훨씬 편하니까 SSH 환경을 셋업해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NAS의 파워유저시라면 SSH 환경 정도는 다 정비돼 있으실 테니 다음 단계로 바로 넘어가셔도 되고요.

 

 

일단 NAS DSM의 제어판 맨 아래의 '터미널 및 SNMP' 메뉴, '터미널' 탭에서 SSH 서비스를 활성화하셔야 합니다. 포트는 일반적으로 22번을 쓰게 되어 있는데요. SSH는 해킹과 공격의 주된 타겟이라서, 저는 집에서만 접속하고 외부에서는 접속이 안 되도록 공유기에서 포트 포워딩을 하지 않았습니다. 피치 못하게 외부에서 접속해야만 한다면 외부에서는 22번이 아닌 10022라든가 22222번 같은 다른 포트로 보이도록 포워딩하는 것이 좋습니다.
SSH는 최초 녹음 세팅 단계에서만 사용합니다. 굳이 SSH를 계속 사용해야 할 다른 용도가 없다면(지금까지 안 쓰셨다면 앞으로도 안 쓰실 듯) 녹음 설정 후 다시 꺼놓으시는 게 보안 상 좋습니다.

이제 SSH 접속을 위해 PC에 SSH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되는데, PuTTY가 가장 널리 쓰입니다. 크롬이나 파이어폭스 웹 브라우저 이용자이시면 FireSSH 플러그인을 깔아서 쓰셔도 됩니다.

자 이제 SSH로 NAS에 한 번 접속해 보시죠.
PC에서 SSH 클라이언트를 띄워서 NAS 주소 넣으시고, SSH 포트 넘버 넣으시고, 사용자 ID와 패스워드를 넣으면 되는데요. SSH 설정화면의 설명에도 나오지만 SSH 접속 ID는 Administrators 그룹에 속한 사용자의 ID만 가능합니다. 맨 처음 접속하시면 무슨 키를 신뢰하겠냐느니, 저장하겠냐느니 물어볼 텐데, 그냥 그렇다고 대답하심 됩니다.

 

DSM 7.0으로 바뀌면서 SSH 접속을 하면 이렇게 root 권한으로 뭘 하지 말라는 경고가 뜨게 되었습니다. 이 아래 단계에서 어차피 root 권한은 필요 없으니 굳이 ☞예전 방법☜처럼 sudo -i를 입력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2단계. FFmpeg package 설치

FFmpeg은 Libav와 같은 뿌리에서 나온 미디어 인코딩/디코딩 라이브러리인데요. 2016년에는 Libav가 좀더 잘 될 것처럼 보였는데(저만의 착각일지도요), 지금은 FFmpeg이 완연히 잘 나가는 것 같습니다. DSM에도 이미 FFmpeg이 깔려져 있기는 한데 정말 옛날 버전이라서 RTSP 스트림 저장을 지원하지 않으니, 최신 버전의 package를 설치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패키지 센터를 아무리 뒤져봐도 FFmpeg이나 Libav 같은 게 없죠? 패키지 소스를 추가해야 됩니다. 패키지 센터의 설정 메뉴 > 패키지 소스 탭의 추가 버튼을 누르시고, 이름은 대충 넣으시고 위치에 http://packages.synocommunity.com을 입력하고 확인 버튼을 누르시면 패키지 소스에 추가됩니다.

 

 

패키지 센터의 설정 옵션 '일반' 탭 맨 아래의 '신뢰 수준'이 'Synology Inc. 및 신뢰할 수 있는 게시자'로 돼있는지도 확인하시고요.

이제 패키지 센터에 '커뮤니티'라는 tab이 추가되고, 그 안에 ffmpeg이 보입니다. 저는 이미 설치했기 때문에 '설치됨'이라고 나오는데, 아직 설치 안 하신 분은 '설치'라고 쓰여있을 테니 그 버튼을 클릭해주세요. 향후 단계를 고려할 때, 설치 볼륨은 볼륨 1으로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3단계. 녹음 shell script 파일 업로드

 

이전에는 rtsp://ebsonairandaod.ebs.co.kr:554/fmradiobandiaod/bandiappaac 라는 URL에서 RTSP protocol로 streaming을 받으면 128 kbps로 음질도 좋고 군더더기도 없이 깔끔하게 EBS FM 라디오를 녹음할 수 있었는데, 2020년 11월 12일 부로 EBS 측에서 스트림을 폐쇄했고요. 그래서 상황이 조금 지저분해졌습니다.

 

이제 EBS FM 라디오 방송을 스트리밍할 수 있는 URL은 rtmp://ebsandroid.ebs.co.kr:1935/fmradiofamilypc/familypc1m 정도 뿐인데요. 대중성이 좀 떨어지는 Adobe Flash Player를 위한 RTMP protocol을 쓰는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audio bit rate는 64 kbps밖에 안 되고, 의미 없는(그냥 EBS FM 로고만 떠있는 정지영상입니다) 동영상이 512 kbps나 붙어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전체 576 kbps 스트림을 받아서 그 중 필요 없는 영상 데이터를 솎아버리는 작업이 필요하죠(직접 하실 필요는 없고 FFmpeg이 해줍니다).

 

저는 저런 것들이 맘에 안 들어서 EBS FM 라디오 대신 rtsp://new_iradio.ebs.co.kr:554/iradio/iradiolive_m4a URL의 '반디 외국어 전문' 채널의 스트림을 녹음하기로 했습니다. 이쪽은 128 kbps의 RTSP 스트리밍이라는 점은 이전과 같아서 좋지만, 문제는 방송 시간이 FM 라디오와 다르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입이 트이는 영어'라는 프로그램은 매일 아침 6:40에 라디오에서 방송하는데, 반디 외국어 전문 채널에서는 9:40, 13:40, 19:40, 그리고 다음날 0:40, 8:40까지 총 5번 재방송을 합니다. 정확한 반디 외국어 채널 편성표는 ☞이곳☜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bs_record.sh
0.00MB

음질에 별로 연연하지 않으시고, 그보다는 EBS FM 방송 시간에 맞춰 실시간으로 녹음하시고 싶으신 분은 EBS FM 라디오를 저음질로 녹음하는 위 첨부 파일을 받으시고요. 음질을 위해서라면 복잡한 방송 시간표를 들여다보고 NAS 타이밍을 세팅하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신 분은 좀더 고음질로 반디 외국어 채널을 녹음하는 아래 첨부파일을 받으세요.

bandi_record.sh
0.00MB

둘 중 한 파일을 골라서 다운로드 받으셨다면 NAS의 아무 폴더에나 업로드하세요. 저는 /volume1/music 밑에 갖다두었습니다. Audio Station 등 음악관련 패키지를 깔면 music 공유 폴더가 자동으로 생기는 건 아시죠? 제 경우 music 공유 폴더를 디스크 볼륨 1에 만들었기 때문에 shell 상에서 경로가 /volume1/music입니다. 볼륨 2에 만드신 분은 /volume2/music이겠지요.

이 파일이 녹음을 하고, 녹음된 file을 NAS의 media indexing library에 등록하는 역할을 하는 shell script입니다. ☞기존 방법☜에도 똑같은 이름의 파일이 있었는데, 예전 것은 Debian chroot를 이용하는 방법이니 혼동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굳이 헷갈리게 동일한 이름을 쓴 이유는 제가 이 아래 5단계에 나올 작업 스케줄러를 수정하기가 귀찮아서였습니다. 한 번 ebs_record.sh 파일 내용을 좀더 설명 드리겠습니다.

#!/bin/sh

PROGRAM_NAME=$1
RECORD_SECS=$2 
DEST_DIR=$3/$1`date +_%y%m`

FFMPEG=/volume1/@appstore/ffmpeg/bin/ffmpeg
RADIO_ADDR="rtmp://ebsandroid.ebs.co.kr:1935/fmradiofamilypc/familypc1m"
TITLE=$PROGRAM_NAME`date "+ %Y.%_m.%_d."`
DEST_FILE=$PROGRAM_NAME`date +_%y%m%d`.m4a

if [ ! -d "$DEST_DIR" ] ; then
  mkdir -p "$DEST_DIR"
  synoindex -A "$3"
fi

$FFMPEG -i $RADIO_ADDR -t $RECORD_SECS -codec:a copy -vn -metadata title="$TITLE" -metadata date=`date +%F` "$DEST_DIR/$DEST_FILE"

synoindex -a "$DEST_DIR/$DEST_FILE"


스크립트 파일의 위쪽 대부분은 단지 아래쪽에서 사용할 변수들과 파일이름 등을 지정하는 부분입니다. 주의를 하셔야 하는 부분이 FFmpeg의 path인데요. 제가 upload한 파일들은 기본적으로 DSM 7.0에서 FFmpeg을 volume 1에 설치한 상황을 가정해서 설정돼 있습니다. 만약 DSM의 버전을 7.0보다 예전 것을 사용 중이시라면 다운로드 받은 파일을 문서 편집기에서 여셔서 7번째 줄을 아래와 같이 수정하셔야 합니다.

  FFMPEG=/usr/local/ffmpeg/bin/ffmpeg

DSM 7.0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만약 FFmpeg을 volume 1이 아닌 다른 볼륨에 설치하셨다면 아래와 같이 수정하셔야 할 것이고요.

  FFMPEG=/volume2/@appstore/ffmpeg/bin/ffmpeg

아무튼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맨 아래에서 두 번째 줄, FFmpeg으로 스트림을 지정된 시간동안 녹음하라는 단 한 줄입니다. EBS 스트림의 오디오 트랙은 AAC (Advanced Audio Coding)라는 방식으로 압축되어 있기 때문에 그에 걸맞는 .m4a라는 확장자로 저장합니다.

bandi_record.sh 파일 내용도 위와 거의 같습니다. RADIO_ADDR 값이 다르고, FFmpeg에 RTSP transport를 지정하는 옵션이 추가됐을 뿐입니다.

그 줄 위아래에 있는 몇 줄의 스크립트는 녹음하는 날짜의 월별로 폴더를 만들고, 녹음된 M4A 파일을 DS Audio 등에서 보이도록 미디어 라이브러리에 등록해줍니다(synoindex).
 
 

4단계. 녹음 테스트

지금까지의 모든 설정이 잘 됐는지 한 번 테스트해봅시다.
우선 SSH 터미널 상에서 ebs_record.sh 파일이 있는 경로로 이동합니다.

  cd /volume1/music

이 폴더는 사람마다 다르겠죠? 위 3단계에서 ebs_record.sh 또는 bandi_record.sh 파일을 넣어준 경로를 잘 써주시고요.
Linux 계열 OS에서 파일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파일에 먼저 실행권한을 줘야 합니다. 이렇게요(반디 외국어 전문 채널을 녹음하시는 분들은 이 아래부터 나오는 모든 ebs_record.sh 대신에 bandi_record.sh를 써주시면 됩니다).

  chmod 777 ebs_record.sh

여기서 777이라는 숫자는 '모든 사람이 읽고 변경하고 실행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ebs_record.sh를 실행할 때는 3개의 매개변수를 써줘야만 하는데요. 첫번째는 방송 프로그램 제목(파일 이름), 두번째는 녹음할 시간(초 단위), 마지막은 저장할 폴더 이름입니다.

  ./ebs_record.sh xxx 30 yyy

라고 한 번 실행해 보시죠.
그러면 녹음을 하고 있다는 뭔가 복잡한 메시지가 30초간 화면에 표시됩니다. 끝난 후 현재 폴더 밑에 yyy/xxx_(4자리 년월)이라는 폴더가 생겼고, 그 속에 xxx_(6자리 날짜).m4a라는 이름의 오디오 파일이 생성됐고, Audio Station이나 DS Audio의 재생목록 중 '최근 추가됨'에서 이들이 확인되고, 플레이했을 때 녹음된 방송이 잘 들리면 성공한 겁니다.

이러면 모든 준비가 완료됐고, 이제 DSM의 작업 스케줄러에서 시간 예약만 걸어주면 끝입니다. 테스트를 하고 나면 NAS의 미디어 라이브러리에 yyy/xxx_(년월)이라는 폴더와 'xxx (날짜)'라는 필요 없는 트랙이 추가돼 있을 텐데요. 모든 테스트가 끝난 후

  synoindex -D yyy
  rm -rf yyy

해주시면 말끔히 정리됩니다.

만약 뭔가가 잘 안 됐다면 ebs_record.sh 실행 시의 오류 메시지를 찬찬히 살펴보시고, 위의 1 ~ 4단계 중 혹시 뭔가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 번 꼼꼼히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5단계. 녹음 시간 예약

이제 마지막으로 방송 시간에 알아서 NAS가 깨서 녹음을 하도록 하는 자동화 작업입니다.

NAS에 웹으로 접속하셔서 제어판을 보시면 아래쪽에 작업 스케줄러라는 것이 있습니다. 작업 스케줄러에서 생성 > 예약된 작업 > 사용자 지정 스크립트 메뉴를 선택하면 새 녹음 작업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작업 이름은 아무렇게나 쓰시면 됩니다. 그런데 한글은 안 되니 영문으로 해주시고요. 사용자 설정 시 주의하실 것은 절대로 사용자를 'root'로 설정하지 마시라는 겁니다. DSM 7.0에서는 사용자가 root 권한을 휘두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녹음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두번째 탭에서 시간을 예약하게 돼있습니다.
제가 녹음하는 4개의 방송은 모두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방송하니까 요일은 그렇게 설정하면 되고, 시간은 하루에 한 번, 방송 시작하는 시간을 써줍니다.

 

 

이제 마지막 탭에서 ebs_record.sh 또는 bandi_record.sh 명령을 써주면 됩니다.
위의 녹음 테스트 때와는 달리 절대경로를 다 써줘야 한다는 것, 주의하세요. 예를 들어 제가 입이 트이는 영어를 녹음할 때는

  /volume1/music/ebs_record.sh "입이 트이는 영어" 1110 "/volume1/music/Language/EBS 입이 트이는 영어"

이렇게 써줬습니다.

 

 

제 경우의 폴더 경로는 저렇지만, 여러분은 여러분만의 경로를 써주셔야 되겠죠. 따옴표를 쳐준 이유는 폴더나 파일 이름 중간에 빈 칸이 있기 때문이고, 빈 칸이 없다면 따옴표를 안 쓰셔도 됩니다.
주의하실 점 중 하나는 ebs_record.sh 또는 bandi_record.sh가 'EBS 입이 트이는 영어'라는 폴더는 만들어주지만, 그 위 경로는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즉, /volume1/music/Language라는 폴더는 원래부터 제 NAS에 있던 폴더입니다.

예전에는 EBS 라디오 프로그램이 거의 20분을 꽉 채워서 방송했다면, 요즘은 한 1분 30초는 광고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18분 30초 녹음하라고 1110이라고 써줬습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녹음할 방송 프로그램 하나마다 작업 하나씩 작업 스케줄러에 등록하시면 됩니다. 저는 예전에는 6개의 방송을 녹음했었는데, 비인기 프로들이 폐지되어 지금은 4개만 녹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드 디스크 절전 모드 대책이 필요합니다.
HDD 를 20분 이상(시간은 제어판 > 하드웨어 및 전원 > HDD 대기 기능에서 변경 가능) 안 쓰면 절전모드에 들어가는데, 제 NAS는 개인용이라 방송 시간에는 사용하는 사람이 없어 절전 모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대로 놔두면 NAS와 HDD가 깨어나는 데 10초가 넘게 걸리기 때문에 앞부분 녹음이 날아가게 됩니다.

 

저는 이 문제를 각각 9시 19분, 15시 19분에 '깨어나는 작업'을 스케줄러에 등록해서 해결했습니다(이건 반디 외국어 채널을 녹음하기 때문에 그렇고, EBS FM 라디오를 녹음할 때는 6시 19분, 7시 19분에 깨웠었습니다).
깨어나는 작업이라고 해서 별건 아니고 위와 같은 사용자 정의 스크립트 작업에 실행 명령으로 ls /volume1 이라고 써줬습니다. 디스크 볼륨 1의 폴더 리스트를 보여달라는 명령인데, 봐줄 사람은 없겠지만 적어도 HDD는 깨어나겠지요.



자 이제 다 됐습니다.
기다리시기만 하면 NAS가 방송을 자동으로 녹음해주고, Audio Station과 DS Audio의 최근 추가됨 리스트에 새로 녹음된 파일이 뜰 겁니다. 혹시 Audio Station에서 파일은 보이지만 폴더가 안 보인다면 File Station 등에서 폴더 이름을 다른 걸로 바꾸셨다가 다시 되돌리시면 될 거고요.

글 서두에도 말씀 드렸듯이 요즘은 다른 좋은 영어 공부 자료들이 많아서 EBS 라디오를 굳이 녹음까지 해서 들으실 분은 별로 안 계실 것 같지만, 그래도 혹시 필요하신 분 계실까 해서 정리해봤습니다.

2020. 8. 15. 16:37

UHD TV와 구형 홈 시어터를 연결해서 최선의 화질과 음질을 뽑아내는 방법

최근 본의 아니게 4K UHD TV를 구입하게 됐습니다.
7년간 잘 봐오던 삼성 Full HD TV가 어느날부터 시청 도중에 30분마다 꺼지더군요. TV 메인보드의 전원부가 손상됐는데 메인보드의 단종으로 수리불가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4K UHD를 지원하는 2020년형 삼성 TV 중 최저가형 KU75UT7000FXKR 모델을 냉큼 샀습니다.

 

계획에 없던 TV 업그레이드지만 그래도 최신형 TV가 들어왔으니, 그 성능을 한 번 최대한으로 활용해 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인지상정이겠죠? 그러려다 보니 새 TV가 기존에 집에 있던 구형 홈 시어터 시스템의 AV 리시버하고 안 맞는 부분들이 많이 눈에 띄더라고요. 하지만 돈을 더 들이기는 싫어서 최대한 추가 비용 없이 세대 차이를 극복했고, 그 과정을 정리해서 글로 남겨봅니다. 제목 대로 최신형 4K UHD TV와 구형 홈 시어터 시스템이 주어졌을 때, 화질과 음질 면에서 손해를 안 보고 최적의 결과물을 끌어낼 수 있도록 기기들을 연결하는 방식에 대한 내용입니다. (저도 2022년에 새 홈 시어터 시스템을 장만했는데요, 요즘 시스템으로 구성하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시면 ☞이 글☜을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기존의 저희집 홈 시어터 시스템 환경은 2013년형 Full HD TV, 2012년형 AV리시버, 그리고 5.1 채널 서라운드 스피커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매트릭스나 다크 나이트, WALL-E 같이 서라운드 음향으로 소문난 영화를 볼 때면 그럭저럭 괜찮게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수준이었습니다. 영상 소스 기기는 처음엔 셋탑박스로 IPTV 시청 및 NAS에 있는 동영상 파일을 플레이하는 형태였다가, 2018년부터는 IPTV를 끊고 대신에 MiBox를 미디어 플레이와 넷플릭스 감상용으로 이용하고 있었고요. PS4와 닌텐도 스위치를 붙여서 게임도 하고, PS4로는 Blu-ray 디스크 영상도 플레이했습니다.

 

 

위 연결도에서 TV만 UHD TV로 바꿔도 동작 자체는 아무 문제 없이 잘 됩니다. 화질에 신경 안 쓴다면요.
하지만 '이왕 최신형 TV를 샀으니 이 TV에서 가능한 최고의 화질로 보자'고 생각한 순간부터 골치 아픈 문제들이 발생하더군요. 문제가 된 건 UHD, HDR, ARC, CEC, 그리고 DTS 이렇게 다섯 가지입니다. 모아놓고 보니 다들 3글자짜리 약자네요. 사실 DTS만 빼면 다들 HDMI 인터페이스의 문제이고, 이 모든 것들은 위 그림에서 AV 리시버만 최신 HDMI 스펙을 지원하는 기종으로 바꿔주면 다 해결됩니다. 다만 돈 아끼겠다고 허리띠 졸라매고 TV 이외에는 안 바꾸려니까 골치가 아파지는 거죠. 

UHD는 Ultra High Definition의 약자이고, 8K UHD 제품도 발매되긴 했지만, 일반적으로 UHD라면 3840×2160 픽셀의 4K 해상도를 지칭합니다. 요즘 UHD 영상 스펙의 대세는 3840×2160 해상도, 초당 60 프레임에 HDR10 정도인데, 제가 산 TV가 딱 이 정도까지 지원합니다.
반면에 저희집 구형 홈 시어터의 2012년형 AV 리시버 야마하 RX-V473은 HDMI 1.4 대역폭 스펙 상 3840×2160 30p의 SDR까지만 지원하더군요. 대역폭보다 더 큰 문제는 HDCP 2.2 복사방지 암호화를 지원하지 못하는 것인데, 이때문에 UHD Blu-ray 플레이어 등을 연결 시 아예 영상이 표시되지 않거나 HD화질로밖에 못 보게 됩니다.


HDR은 High Dynamic Range의 약자로, 영상의 밝기 표현 영역이 기존 SDR (Standard Dynamic Range)보다 더 넓어져서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디테일도 더 살아나고, 색상도 더 선명해지고 그렇습니다. 아무리 신호의 dynamic range가 넓어졌더라도 저가형 TV에 출력하면 그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없긴 합니다만, 그래도 SDR보다는 HDR 영상신호를 넣어주는 게 뭐가 나아도 좀더 낫지 않을까요^^;;
HDR 신호의 규격은 하나로 통일되지 못하고 몇 가지 표준이 난립하는 상황인데요. 그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이 HDR10이고, 각 픽셀 당 밝기와 색상 정보에 10 bit씩의 data를 사용합니다(기존 SDR은 8 bit입니다). HDR10/HDR10+ 계열과 경쟁하는 Dolby Vision이라는 방식도 존재하고, 유럽과 일본 UHD 방송에서 채택한 Hybrid Log-Gamma (HLG)라는 것도 있습니다.
최근의 UHD 블루레이 타이틀들은 거의 100% HDR10 규격으로 수록돼있다고 보시면 되고, 일부가 추가로 Dolby Vision 또는 HDR10+도 지원합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컨텐츠와 일부 영화가 HDR10과 Dolby Vision의 HDR 형식을 지원합니다. YouTube는 HDR10과 HLG 포맷의 HDR 동영상을 지원합니다. PS4 Pro는 HDR10을, Xbox One X/S는 HDR10과 Dolby Vision도 지원합니다. 차세대 PS5와 Xbox Series X도 아마 같겠죠?
HDMI를 통한 HDR 신호의 전송은 공식적으로 HDMI 버전 2.0부터 지원됩니다(HDR10은 HDMI 2.0a, HLG는 2.0b).

결론적으로 UHD HDR 영상 신호를 제대로 전송하려면 보내는 기기와 받는 기기 모두 HDMI 2.0a와 HDCP 2.2 규격을 만족해야 하는데, 이들을 지원하는 제품은 2014년에 발매되기 시작했고, 2015년에 대중화됐습니다.
따라서 2014년 이전의 구형 AV 리시버로 위 구성도처럼 소스기기→리시버→TV의 순서로 연결하게 되면, 아무리 소스와 TV가 UHD HDR을 지원하더라도 중간에 낀 구형 리시버가 전달을 못해주기 때문에 제대로 된 UHD HDR 영상 시청이 불가능합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는 음향 기기인 AV리시버가 영상신호 선택기의 역할까지 맡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입니다. ☞이런 제품☜ 같은 UHD HDR을 지원하는 오디오 분배기 겸 HDMI 셀렉터 장비를 따로 구매하면 되긴 합니다만, 가격은 5만원이 넘는데 믿을 만한 제품인지는 모르겠네요. 결국 돈 안 들고 확실한 해결책은 AV 리시버 대신 TV에게 신호 셀렉터 역할을 맡기는 방법입니다. 소스기기→TV→리시버 순서로 연결을 해서, UHD HDR 영상 신호는 소스 기기와 TV 사이에서 알아서 주고받게 하고, TV는 오디오 신호를 패스스루(Pass-Through)하고, 리시버는 오디오 데이터만 받아서 디코드하고 스피커를 울려주면 되는 것이죠.

그런데 TV를 구매하고 나서야 깨달았는데, 제 새 TV에는 HDMI 단자가 2개뿐이고, DTS 계열의 음향 코덱을 아예 지원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미 글러버렸지만, 새로 UHD TV 구매를 고려중이신 분들 중 구형 AV 리시버를 계속 사용하실 계획이라면 TV에 HDMI 단자는 충분히 많은지, DTS는 지원하는지 꼭 확인하시고 TV를 구매하시기 바랍니다.

 

 

DTS 문제는 나중에 고민하도록 하고, 우선 기기 연결 구조부터 보도록 하시죠. 저는 TV 입력단자 수가 적다 보니 소스 기기 수를 최대한 줄여서 결과적으로 위와 같은 구성도로 연결했습니다(PS5의 경우, 연결할 '예정'입니다).
올해 말에 발매될 PS4의 차세대 기종인 PS5가 게임에서 UHD HDR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UHD 블루레이도 플레이할 수 있다고 하니, 얘는 구형 리시버를 거치지 않고 TV에 직접 연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PS4용 게임이 PS5에서도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하니 PS4는 아예 빼버려도 되겠습니다.


스마트 TV 내장 앱들이 대부분의 셋탑박스의 역할들을 더 잘 대신할 수 있어서 MiBox도 아예 빼버려도 괜찮습니다. TV를 직접 LAN에 연결해서 넷플릭스나 YouTube, NAS의 미디어를 재생하면, TV가 영상의 소스이자 동시에 출력 기기로 동작하니 그냥 TV만 켜고 봐도 됩니다. 서라운드 음향을 듣거나 더 좋은 음질로 듣고 싶을 때만 음성 신호를 TV→AV 리시버 연결로 보내주면 되고요.


닌텐도 스위치는 UHD가 아닌 HD급 영상이니 TV에 직접 연결하든 리시버를 거쳐 연결하든 상관 없습니다만, 저는 후자를 택했습니다. 제 TV에는 HDMI 입력단자가 2개밖에 없는 관계로, 나중에 다른 소스기기를 추가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HDMI 입력단자가 많은 리시버를 중간에 끼워넣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요.

 

보통은 이렇게 AV 리시버에서 TV로 HDMI 연결을 해놓기만 해도, 이 케이블을 통해 HDMI ARC (Audio Return Channel)라는 기능으로 거꾸로 TV의 음향 신호를 리시버로 보내는 것도 가능합니다(TV의 HDMI 단자 중 ARC나 eARC라고 표시된 단자와 리시버의 HDMI out 단자를 연결해야 합니다). HDMI ARC를 통해 서라운드 오디오를 소스기기→TV→리시버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삼성 TV 최근 모델의 경우 설정 > 음향 > 전문가 설정 메뉴로 들어가서, HDMI-eARC 모드: 자동, 디지털 출력 오디오 형식: Pass-Through 옵션을 설정해줘야 합니다(Pass-Through 옵션은 소스기기→TV→리시버 연결로 동작 중인 상태에서만 선택 가능합니다).

소스기기 패스스루 설정은 이렇게 하면 잘 되지만, 제 경우의 문제는 TV 자체 앱으로 넷플릭스나 영상 파일을 플레이할 때는 절대로 HDMI ARC로는 제 구형 리시버로 서라운드 오디오 전달이 안 된다는 겁니다. 디지털 오디오 출력 형식: Pass-Through 옵션은 TV 앱 실행 시에는 아예 선택이 안 되고, 몇 안 되는 다른 TV 설정을 아무리 바꿔봐도, TV와 리시버를 껐다켜고, HDMI 케이블을 뺐다켜보고 무슨 짓을 해봐도 절대로 넷플릭스에서 서라운드 오디오 출력이 안 되더군요.

소스기기 패스스루에서는 서라운드 오디오가 잘 나오는데 TV 앱에서만 안 되는 걸로 보아, 문제의 원인은 아무래도 TV 쪽에 있는 듯합니다. 제 새 TV에는 Dolby TrueHD Atmos나 DTS:X 같은 최신 입체음향 신호도 전송할 수 있는 HDMI eARC (enhanced ARC)라는 ARC 후속 규격이 들어가 있는데요. 어쩌면 TV에서 제 8년 묵은 리시버의 ARC 구버전을 원활하게 인식하지 못해서 호환성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분들의 TV와 리시버는 이런 문제 없이 HDMI ARC 연결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만약 저처럼 스마트 TV 앱의 ARC 출력에 이상이 있으시다면, 위 연결 그림과 같이 TV의 옵티컬 디지털 오디오 출력 단자에서 AV리시버의 옵티컬 입력 단자로 광 케이블을 연결하시면 별도의 안정적인 TV→리시버 경로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광 케이블 연결의 경우 아무런 호환성 문제 없이 홈 시어터 시스템의 서라운드 사운드 출력이 가능하더군요. 위 구성도에서 보시면 스위치를 플레이할 때는 HDMI를 통해 리시버로부터 TV 방향으로 영상 신호가 가고(스위치→리시버→TV), PS5를 플레이하거나 TV에서 넷플릭스를 볼 때는 반대로 TV에서 리시버 쪽으로 광 케이블(PS5의 경우 HDMI ARC도 가능)을 통해서 오디오 신호가 나가게 됩니다(PS5→TV→리시버).

반면에 HDMI ARC가 아무런 문제 없이 동작하고 TV에 HDMI 단자 수가 모자라지 않다면, 광케이블은 연결하지 마시고 HDMI 케이블 하나로 TV와 리시버 간 양방향 연결을 하는 방법을 훨씬 더 추천 드립니다.
HDMI 연결에는 CEC (Consumer Electronics Control, 삼성에서는 Anynet+라고 부릅니다)라는 기능이 있는데, 전원을 켜고 끄는 것도 HDMI 연결 기기들 간에 서로 연동되고, 자동으로 새로 켠 기기 쪽 오디오가 선택된다든지, TV 리모콘으로 리시버 음량도 조절할 수 있는 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광케이블 연결에서는 TV와 리시버를 따로따로 조작해야 해서 좀 거추장스럽습니다. 저처럼 광케이블과 HDMI의 두 경로로 연결해놓을 때는 더 귀찮은 문제가 있는데, HDMI CEC가 제맘대로 오디오 출력 선택을 바꾸는 등 원치 않는 오동작을 할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것 때문에 TV와 리시버 양쪽의 HDMI CEC 기능을 꺼버렸습니다. 삼성 TV 최근 모델에선 설정 > 일반 > 외부기기 설정 > Anynet+(HDMI-CEC) 메뉴에서 켜고 끌 수 있습니다. 주의하실 점은 HDMI ARC가 정상 동작하려면 CEC가 거의 필수이기 때문에, ARC가 아닌 옵티컬 연결을 메인으로 쓰실 분만 Anynet+를 끄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문제가 삼성 TV에서 DTS (Digital Theater System이라는 회사 이름에서 유래된 서라운드 음향 규격)를 지원하지 않는 것인데요. 2018년형 이후의 모든 삼성 TV 모델은 DTS의 재생은 물론이고 패스스루조차 지원을 안 합니다. DTS 계열 오디오 스트림은 아예 TV에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게 원천적으로 막아놓은 듯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Dolby Digital이나 Dolby TrueHD 계열의 DTS 대체재들이 존재하지만, UHD Blu-ray 출시 타이틀 중 대략 10% 좀 넘는 비율로 오직 DTS:X나 DTS-HD 같은 DTS 계열 오디오 트랙만 들어있는 것들이 있거든요. 이런 경우 블루레이 플레이어→삼성 TV→AV 리시버로 연결을 하게 되면 서라운드 음향을 못 듣게 되고, 그렇다고 플레이어→구형 리시버→TV로 연결하면 UHD HDR 영상을 못 보게 되는 진퇴양난에 봉착하게 됩니다.


그런데 UHD Blu-ray 플레이어 기기는 대부분 HDMI 출력단자가 2개 있든지 옵티컬 출력 단자가 있습니다. 블루레이 플레이어의 두 개의 출력단자에 TV←플레이어→리시버와 같은 식으로 케이블을 연결해서 영상은 TV로, 음성은 리시버로 따로따로 보낸다면 DTS UHD 블루레이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제가 UHD 블루레이 재생 용도로 사용할 PS5는 (PS4에는 있었던) 옵티컬 단자도 없고, HDMI 출력도 하나뿐일 거라네요-_- 나중에 꼭 사고 싶은 DTS 블루레이 타이틀이 생긴다면 HDMI 분배기 같은 걸 구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블루레이 외에 또 문제가 되는 것은 DTS 오디오가 담긴 동영상 파일을 볼 경우인데요. 이 때는 재생 자체를 TV에서 해야 해서 블루레이의 경우와는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저는 NAS를 쓰기 때문에 NAS 관련 내용을 주로 검색해봤습니다. Synology NAS에 FFmpeg 코덱을 깔고 DS Video로 스트리밍하면 실시간 트랜스코딩으로 오디오 형식을 변환시켜준다는 얘기가 있던데, 이 방법은 최신 NAS 소프트웨어에서는 막혀 있다고 하고요. 실시간 트랜스코딩을 지원하는 Plex server를 깔자니, 제 NAS DS213의 CPU가 좀 오래된 ARMv5TE 계열이라서 설치 자체가 안 되더군요.

결국 제가 선택한 대책은 실시간 자동 트랜스코딩이 아닌, 사전 수동 트랜스코딩으로 DTS가 포함된 영상 파일 하나하나의 오디오 트랙을 변환해서 저장해놓는 단순무식한 방법이었습니다. 이 방식은 파일 자체를 미리 고쳐놓는 거라서 굳이 NAS가 아니라 PC, USB 드라이브, 외장 하드에서 영상 파일을 플레이할 때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변환에는 ☞샤나인코더☜라는 Windows PC용 프로그램을 사용했고요. 변환 비디오 코덱 세팅을 '스트림 복사'로 선택해 놓으면, 영상은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놔두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안 걸리고 화질도 열화되지 않습니다.

 

 

오디오 코덱은 AC-3 640kbps 옵션 정도로만 변환해도, 저희집 저렴이 5.1 채널 스피커로 들었을 때 고음질 무손실 코덱과 구분하기 어려운 괜찮은 소리가 나오더라고요. 혹시 5.1채널보다 더 많은 스피커를 쓰시거나 더 고음질을 원하신다면 E-AC-3 같은 코덱도 지원되는 다른 변환 프로그램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신형 TV와 구형 홈 시어터를 연결하려니 이렇게 귀찮은 것들이 많습니다. 처음에도 말씀 드렸지만 AV 리시버를 최신 기종으로 개비한다면 이 글에 나오는 모든 고민들은 한 방에 해결이 되고, 그냥 이 글 맨 위에 있는 구성도처럼 연결하면 아무 문제 없이 가장 자연스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리시버 교체를 진지하게 고민해봤습니다만, 아무래도 지금은 시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저처럼 고민 중이신 분들도 웬만하면 HDMI 2.1, HDR10+, eARC 같은 최신 규격을 모두 지원할 내년 이후 제품을 구입하시기 바랍니다.
HDMI 버전 2.1은 8K UHD에 필수이기 때문에 지금 미지원 기기를 샀다가는 또다시 몇 년 후에 퇴물이 된 리시버를 앞에 두고 지금과 똑같은 문제로 고민하게 될 겁니다. HDMI 2.1은 8K뿐만 아니라 4K에서도 짧은 화면 지연시간과 빠른 프레임 등 게이밍에 도움 되는 기능이 많으며, Dolby Vision이나 HDR10+도 풀로 활용할 수 있게 해줍니다.
HDR10+는 삼성에서 밀고 있는 HDR10 후속 규격인데요, 공식적으로는 HDMI 2.1 이상에서만 전송이 됩니다. 삼성 TV를 쓰실 거라면 HDMI 2.1과 함께 리시버의 HDR10+ 지원 여부도 눈여겨 보시고요.
2020년 현재 시중에는 HDMI 2.1 지원 리시버가 거의 없으니, 급한 게 아니시라면 HDMI 2.1이 대중화된 이후에 구입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2023년 현재도 HDMI 2.1을 아예 지원하지 않거나 단 한두 개 HDMI 포트만 2.1 사양인 리시버가 여전히 많습니다).


긴 글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UHD TV를 새로 구매했지만 구형 홈 시어터 시스템은 계속 쓰기 원하신다면 기본적으로 소스→TV→AV리시버의 형태로 UHD 소스기기와 UHD TV를 직접 연결하고 오디오 스트림만 TV에서 리시버로 패스스루해서 플레이하는 방식을 추천합니다. 연결 방법은 위 그림 참고하시고요.

  2. 1번과 같이 하기 위해서는 애초에 TV를 고를 때 HDMI 입력 단자 수도 충분히 많고, 가급적 DTS를 지원하는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3. 대부분의 요즘 TV는 DTS 계열 오디오를 패스스루해주지 않습니다. 출력단자가 2개 이상 있는 UHD Blu-ray 플레이어 기기라면 다행이지만, 아니라면 블루레이는 대책이 없습니다. DTS 동영상 파일은 샤나 인코더 같은 프로그램으로 DTS를 AC-3로 변환해서 저장해 놓으면 그럭저럭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4. 이것저것 다 귀찮고 그냥 신형 AV리시버로 바꿔서 해결하겠다고 결심하셨다면 HDMI 2.1 지원 여부를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지금 HDMI 2.1을 지원하지 않는 리시버를 사시면 몇 년 후에 8K UHD 때문에 또 바꾸고 싶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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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5. 16. 19:09

모여봐요 동물의 숲 파란 장미 교배 레시피

블로그에서 한 동안(6년 동안) 게임 얘기는 안 했었는데, 적어두고 기억해야 할 거리가 생겨서 정리해 봅니다.
다름이 아니고 닌텐도 스위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하 모동숲)의 파란 장미 교배 방법인데요.

모동숲에는 9가지 종류의 꽃이 나오고 각 꽃은 3가지 기본 색상이 있으며, 교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특수 색상이 보통 3~4가지 존재합니다.
하지만 장미만은 특수 색상이 6가지나 되고, 그 중 특히 파란 장미는 극악의 교배 확률을 자랑합니다.
본인의 생일과 게임 시작 날짜에 따라서 기본꽃이 장미로 결정될 수도 있는데, 이런 케이스에 걸린 분은 파란 장미의 축복을 받으신 분입니다.
마일섬 여행만 열심히 하셔도 마일섬 오렌지색 장미를 좀 파와서 교배하시면 파란 장미를 쉽게 얻으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미가 기본꽃이 아닌 (저같은) 사람은 파란 장미를 교배로 얻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그냥 온라인으로 거래하고 말겠다는 분들도 많으시지만 저는 왠지 도전욕구가 불타올라서 파란 장미 교배에 한 번 덤벼들어 봤습니다.

제가 사용한 교배법은 기본적으로 ☞이 링크☜에서 소개된 방법인데요.
무려 7단계나 되는 복잡한 과정이라 따라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단계 수가 적은 다른 방식들은 뒤쪽 단계로 갈수록 교배 확률이 낮아져서 막판에 지치고 텐션이 떨어지는 반면에,
이 방식은 뒤쪽 단계일수록 결과물들을 재활용하고 재투입해서 교배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가속화되는 구조라서 이 방법을 추천합니다.
저 방법을 기반으로 저의 아이디어도 조금 추가 투입해서 나름 최대한 효율적으로 재배했다고 자부하고요.
저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뒤돌아보면서 누구라도 차근차근 따라하기만 하면 파란 장미를 얻으실 수 있도록
필요한 꽃씨의 갯수와 꽃을 심는 배치방법까지 다 정리했습니다.

 

멘델의 법칙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다고 얘기하긴 했지만 파란 장미 교배에 있어서 ☞멘델의 유전법칙☜이 엄청 중요한 역할을 하는 관계로,

일단 이 법칙은 필수적으로 이해하고 넘어가셔야 합니다.


한 개체에서 각각의 유전자는 쌍으로 이루어져 있고, 부모는 자신의 유전자쌍 중 하나씩을 자손에게 물려주게 돼있습니다.
모동숲 장미의 경우 무려 4쌍의 대립 유전자(다른 꽃들은 3쌍)가 합쳐져서 꽃의 색을 결정하는 다인자 유전으로 모델링돼있습니다.
첫번째 쌍은 붉은 색깔(R)에 관여하고, 두번째 쌍은 노란색(Y)에, 세번째 쌍은 흰색(W)에, 네번째 쌍은 밝기(S)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유전학에서는 보통 대립 유전자를 RrYyWwSs 같은 식으로 우성 유전자는 대문자로, 열성 유전자는 소문자로 나타내지만

모동숲 게임 데이터를 분석하신 분들에 따르면 RR->2, rr->0, Rr->1 같은 식으로 숫자로 코딩돼 있다고 하네요.
R, Y, S의 경우 우성 유전자가 1, 열성 유전자가 0이지만, W는 우성 유전자가 0, 열성 유전자가 1입니다.


상점에서 파는 빨간 장미꽃씨의 유전자를 예로 들면 RRyyWWSs이고 이것을 게임 데이터 코드로 나타내면 2001이라고 쓸 수 있습니다.

상점표 장미들의 유전자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종류 유전학적 표기 게임 데이터 코드
상점 빨간 장미 RRyyWWSs 2001
상점 노란 장미 rrYYWWss 0200
상점 하얀 장미 rryyWwss 0010

 

같은 색깔(표현형)의 꽃이라도 여러가지의 서로 다른 유전자형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이제부터 장미의 색깔을 언급할 때는 빨강2001, 노랑0200, 흰색0010과 같은 식으로 유전자형 데이터 코드를 뒤에 붙여서 얘기하겠습니다.

제가 적용한 7단계 교배법은 다 좋은데 큰 문제가 유전자형만 다르고 색깔(표현형)이 같은 꽃이 정말 많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색깔이 같다고 해서 유전자형이 다른 장미들끼리 섞어서 보관하거나 하시면, 다시 분리할 방법도 없고 정말 대책이 없어지니 주의 바랍니다.


저희가 목표로 하는 파란 장미의 유전자형은 RRYYwwss 2220입니다.

네 유전자쌍 모두 순종, 좀더 어려운 용어로 얘기하면 동형접합인데요.
상점 장미들을 무작위로 무한하게 서로 교배시킨다면 수많은 잡종들 사이에서 0.024%라는 극악의 확률로 순종 파란 장미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무한한 시간과 공간이 주어져있지 않기 때문에 선택적 교배를 통해 그 확률을 높여가야 합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저 어려운 걸 해낼 겁니다.
복잡한 얘기는 이만하면 된 것 같고, 아직 잘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실제로 실습을 진행하면서 익혀가도록 하시죠.

 

준비물

  • 하얀 장미 씨앗 50개
  • 노란 장미 씨앗 30개
  • 빨간 장미 씨앗 10개
  • 땅 300칸 가량
  • 삽 수십개
  • 물뿌리개 수십개
  • 쓰레기통(옵션)
  • 2달 정도의 시간

 

모동숲에서 꽃의 교배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고 꽃에 물을 뿌리고 나서 하루가 지나야 (새벽 5시) 비로소 낮은 확률로 일어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 단축을 위해서는 꽃을 많이 심어야 하고, 매일매일 물을 줘야 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한다 해도 꽃이 피고 자라는 절대적인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파란 장미의 교배는 두 달은 족히 걸립니다.


추천드리는 방법은 스위치 본체 시간을 조작해서 비오는 날로 타임 슬립을 하는 것입니다.
비오는 날과 그 다음날을 왕복하는 식으로 타임슬립을 60번 반복하면 두 달의 시간을 보낸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비 내리는 날은 물을 뿌리러 다니는 수고와 시간과 물뿌리개 값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고요.
주의하실 점은 비는 내가 키우는 장미뿐 아니라 섬의 모든 꽃들을 번식시킨다는 점입니다.
섬 전체가 꽃들로 뒤덮이는 것을 원치 않으신다면 다른 꽃들은 울타리나 돌길 등으로 미리 둘러싸주시면 편합니다.

우선은 장미가 기본 꽃이 아닐 테니 준비물을 구하려면 장미 씨앗을 파는 날로 타임슬립을 하셔야 합니다.
너굴상점에서는 5, 6, 7, 10, 11, 12월에 일정 확률로 장미 씨앗을 팝니다.
너굴상점은 기본꽃 2종류의 씨앗/구근은 항상 팔지만, 기본꽃 아닌 꽃은 1종류만 팔고, 어느 꽃인지는 대략 2주일마다 랜덤하게 바뀝니다.
상점에서 장미 씨앗을 안 판다면 앞뒤로 2주일씩 타임슬립하시면서 파는 날짜를 찾으시면 됩니다(같은 날짜를 서로 왕복하셔도 될 겁니다).
늘봉이가 장미씨앗을 팔기도 하는데, 늘봉이는 언제 올지 알 수가 없고요.

이제부터 총 7단계의 교배법 레시피 설명입니다.

전체 단계들 사이의 흐름을 큰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은데요, 딱 그냥 봐도 참 복잡하네요.

그렇지만 한 단계씩 차근차근 따라오다 보시면 예상보다는 어렵지 않습니다.

 

시간을 최대한 절약하기 위해 앞단계의 교배 결과물이 2송이 이상 갖춰지면 바로 다음 단계를 시작합니다.
각 단계를 끝마칠 시점은 단계별 설명에 써놓긴 했는데, 일반적으로 그 다음 단계에 필요한 꽃의 수가 다 갖춰지면 마치게 돼있습니다.
면적을 절약하기 위해 앞단계가 끝나면 그 밭을 바로 갈아엎어서 다음다음 단계의 밭으로 재활용하는 식으로 진행되고요.

여러 단계가 오버랩되며 동시 진행되게 될 텐데요.
주의하실 부분은 서로 다른 단계의 장미꽃들끼리 교배되거나 헷갈리지 않도록

각 단계의 밭들 사이에 돌길을 깔거나 2칸 이상 떨어뜨려서 분리시켜놔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한 칸에 심고 자라는 장미의 단위를 셀 때 '송이'로 지칭하겠습니다.
그래픽 상으로는 한 칸에 장미꽃이 3송이 피지만 그렇다고 x3 해서 세기는 혼란스럽고, 그렇다고 장미를 한 칸 두 칸 단위로 세기도 어색해서요.

1.a단계 보라0020

상점에서 파는 흰색0010 장미 씨앗을 아래 사진과 비슷한 패턴으로 40개 심으세요.

 

꽃은 자기 위치의 전후좌우 그리고 대각선 방향에 있는 다른 꽃들과 교배를 할 수 있는데,

같은 유전자형끼리 교배할 때는 사진과 같은 육각 격자 배치가 효율이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꽃을 40 송이 심으려면 대략 54칸 정도의 꽃밭이 필요하고 그중 대략 3/4에 꽃을 심게 되며, 1/4 정도의 빈 공간에 교배된 꽃이 자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심고 열심히 물을 주시면 대략 3일째부터 평균적으로 하루에 4송이 정도 교배꽃이 자라고, 그 중 1/4 확률로 보라색 장미가 핍니다.
이 보라색 장미의 유전자형이 rryywwss 0020이므로 보라0020이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보라0020은 2.a단계 교배에서 사용되니 2.a단계용 밭에 옮겨심어 주시고요.
나머지 3/4 확률로는 흰 장미가 피는데, 유전자형이 섞여있는 잡종 흰색이니 그냥 상점에 팔거나 쓰레기통에 버리시면 됩니다.

보라0020 꽃이 15송이 정도 나올 때까지 1.a단계의 꽃밭을 운영하시고, 그 후에는 이 밭을 갈아엎어서 다른 단계의 꽃밭으로 이용하시면 됩니다.

1.b단계 흰색0110

상점에서 파는 흰 장미0010 씨앗 10개와 노란 장미0200의 씨앗 10개를 아래 사진과 같은 패턴으로 쌍으로 띄엄띄엄 심습니다.
대략 60칸 정도 크기의 밭이 필요합니다.

 

이런 특이한 배치를 하는 이유는 설명이 좀 필요한데요.
여기서 저희가 얻으려는 교배 결과물, 즉 자손은 흰색0110 장미인데 겉보기로는 부모인 흰색0010과 구분이 안 됩니다.
모동숲의 꽃은 전후좌우대각선 위치에 짝지을 다른 꽃이 없거나 교배 시에 삼각관계?가 형성될 경우 자기복제(무성생식)를 합니다.
실제 장미는 유성생식만 하는 식물이라서 자기복제는 못 하죠(무엇보다 실제 장미는 3일만에 다 크지도 못합니다만).
아무 생각 없이 아래 사진의 체크무늬 같은 패턴으로 심어버리면

낮은 확률이긴 하지만 삼각관계로 인해 복제된 흰색0010 장미가 섞여들어갈 수도 있어서 이후 단계에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간효율은 좀 안 좋지만 위 사진처럼 고립된 쌍으로 배치하면 항상 1:1로 짝을 짓기 때문에 하얀 장미 자손은 반드시 0110 유전형만 나옵니다.

대략 3일째부터 교배꽃이 하루 평균 2송이 꼴로 필 것이고, 확률적으로 그 중 반은 하얀 장미, 반은 노란 장미일 겁니다.
흰색0110 장미는 2.a단계 꽃밭에 옮겨심으시면 되고, 노랑0100 장미는 쓸데가 없으므로 팔거나 버리시면 됩니다.
이 꽃밭도 흰색0110이 15송이 정도 나오고 나면 갈아엎어서 다른 단계용 밭으로 쓰시면 됩니다.
꽃밭을 갈아 엎으실 때 남는 상점 노랑0200 10송이는 3단계에 투입하셔서 재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1.c단계 오렌지1100

상점에서 파는 노란 장미0200 씨앗 10개와 빨간 장미2001 씨앗 10개를 위 사진과 같은 체크 무늬 패턴으로 심습니다.
대략 40칸 정도의 면적이 필요하게 됩니다.
체크무늬 배치에서 중요한 점은 어느 한 꽃을 놓고 보더라도 주위에 그 꽃과 교배할 대상 꽃이 2송이 이상 존재하도록 배치해야 한다는 겁니다.
안 그러면 삼각관계에 의한 자기복제의 확률이 높아집니다.
물론 이 단계에선 자기복제가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하루에 한 송이 될까말까 하는 교배 기회를 자기복제로 날려버리는 건 아깝거든요.
예를 들어 아래 사진처럼 꽃을 배치하시면 네 귀퉁이의 노란 장미는 교배 상대가 하나밖에 없는 반면에

상대 빨간 장미는 네 송이의 노란 장미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 빨간 장미가 다른 노란 장미와 교배해버릴 경우 귀퉁이의 노란 꽃은 자기복제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체크무늬 배치는 태생적으로 자기복제를 완벽히 막을 수는 없지만 가능성을 낮추는 배치법은 존재합니다.

우선 꽃이 귀퉁이에 오는 아래 사진 같은 배치는 피해주시고, x 모양이 아닌 ◇ 형태의 체크무늬를 만든다는 느낌으로 배치해주시면 좋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자연히 위 사진처럼 모든 꽃이 다른 두 송이 이상과 인접하게 배치될 수 있습니다.

 

3일째부터 교배꽃이 대략 하루 두 송이 꼴로 피기 시작할 텐데, 그 중 절반이 우리가 원하는 오렌지1100 장미이니 2.b 단계 꽃밭으로 보내세요.

나머지 절반은 필요 없는 노랑1101이니 교배 결과로 노랑 장미가 나오면 그냥 뽑아서 버리세요.

 

오렌지색1100 장미가 대략 15송이쯤 생기고 나면 1.c 단계의 꽃밭을 정리하심 되고요.
정리하고 남는 상점표 노랑0200 장미 10송이는 3단계에서 재활용하셔도 되고, 빨간 장미2001은 팔든 버리든 텃밭에 심으시든 하면 됩니다.

 

2.a단계 보라0?20

이번 단계의 제목은 오타가 아니고 이 단계의 결과물은 보라0020일 수도, 보라0120일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0?20이라고 썼습니다.
1.a단계 결과물인 보라 0020과 1.b단계 결과물인 흰색 0110을 교배하게 되면 흰색과 보라꽃이 반반의 확률로 나오는데,

이 중 보라꽃의 유전자형이 0020일 확률과 0120일 확률이 또 반반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보라0120이기 때문에 3단계에서 보라0020을 거르고 보라0120을 고르는 테스트를 할 예정입니다.

자손과 부모가 같은 색상인 케이스이긴 하나 꽃 배치는 1.c단계의 첫번째 사진처럼 체크무늬 형태로 하시면 됩니다.
굳이 한 쌍씩 고립시켜놔봤자 어차피 보라0020이 생길 테니까 그럴 바엔 공간 활용 극대화를 위한 체크무늬 배치가 낫습니다.
체크무늬로 흰색 15송이, 보라색 15 송이를 심어야 하니 밭 면적은 60칸 정도가 필요하게 됩니다.

부산물인 하얀 장미는 두 유전자형이 섞여있어서 활용이 애매하니 팔거나 버리시고요.

이 꽃밭을 처분할 시점은 4.a단계의 보라0120 장미가 15 송이 정도 갖춰지는 시점 쯤입니다.

3단계는 테스트를 위해 그냥 거쳐가는 단계이다 보니 3단계가 아닌 4단계 꽃의 수를 보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2.b단계 오렌지2100,1200,2200

오렌지색 장미는 5단계에서 사용하게 될 텐데, 1.c단계에서 얻은 오렌지1100 장미를 그대로 5단계에서 써도 되긴 합니다.
그렇지만 오렌지2100이나 1200, 2200을 사용하게 되면 5단계의 교배 효율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데요.
5단계까지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여기서 오렌지꽃들끼리 여러 세대에 걸쳐 교배를 좀 해놓으시면 좋습니다.

1.c 단계에서 얻은 1세대 오렌지1100끼리 자가교배하면 오렌지1100이 역시 가장 많이 생기지만,

낮은 확률로 오렌지2100, 1200, 2200이나 다른 색의 꽃도 나옵니다.
다른 색의 꽃들은 다 팔든 버리든 하시고 오렌지색 교배종만 남겨서 다시 옆에 심습니다.
꽃을 심는 형태는 1.a단계와 같은 육각격자배치가 좋고요, 40칸 정도의 밭을 마련해놓으면 30송이 정도 심을 수 있습니다.
밭이 가득 차면 처음 15 송이의 1세대 오렌지1100 장미들을 다 뽑아서 갖다 버리고 그 후로 생겨나는 3세대 오렌지색을 그 자리에 심습니다.
다시 번식해서 밭이 가득 차면 2세대 오렌지색을 파버리고 거기에 4세대를 심고, 또 가득 차면 3세대를 파버리고 5세대를 심는 식으로 반복합니다.
그렇게 해서 5단계에 오렌지색 장미를 공급할 때는 가장 마지막 세대의 꽃을 옮겨심도록 합니다.

 

이렇게 세대를 거듭할수록 오렌지2100, 1200, 2200의 비율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집니다.
그 결과로 5단계의 교배속도도 훨씬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5단계에는 오렌지색 꽃이 15 송이 필요한데요, 이들을 모두 공급한 이후에는 2.b단계 꽃밭을 갈아엎으시면 됩니다.

3단계 보라0120 분리

2단계에서 나온 보라0?20의 정체를 파악하는 단계인데, 전체 공정에서 가장 시간과 면적을 많이 잡아먹는 부분입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보라0?20 옆에 상점 노랑0200을 심어놓고 교배종이 뭐가 나오는지를 봅니다.
보라0020이라면 항상 100% 확률로 흰색 0110이 나올 것이고, 보라0120이라면 흰색0110과 노랑 0210이 반반 확률로 나올 겁니다.

이 단계는 무엇보다 꽃의 배치가 관건인데요.
노랑0200과 교배해서 후손 노랑0210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노란 장미의 자기복제는 최대한 피해야 합니다.
그리고 교배종 꽃이 나왔을 때 그 꽃이 어느 보라색의 자손인지도 확실히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위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면서 공간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배치는 아래 사진과 같습니다.

 

제가 나름 머리 엄청 굴려서 설계한 배치인데, 보라색-노란색 장미 한 쌍 당 밭이 7.5칸 필요합니다.
확실한 분리를 위해서 꽃이 자랄 수 없는 돌이나 벽돌길을 깔아서 구획을 구분했고요.
각각의 보라색 꽃이 지금까지 몇개의 흰색 자손을 남겼는지를 마이디자인으로 만든 숫자를 바닥에 깔아서 기록했습니다.
닌텐도 스위치 온라인 되시는 분 중 혹시라도 제가 만든 숫자 그림을 원하시는 분은 아래 코드를 찍으시면 받으실 수 있고요.

 

2달 안에 파란 장미를 얻기 위해서는 이런 구획이 최소 15개 이상 있어야 합니다.
한 구획당 7.5칸이니 대략 110칸 넓이의 밭이 필요하고, 상점 노랑0200 장미도 15 송이 필요한데요.
1.b단계와 1.c 단계의 밭을 정리하고 나면 노랑0200이 20 송이 정도 남을 테니까 재활용하셔도 되긴 하는데, 타이밍이 어긋날 수가 있습니다.
상점에서 미리 여분으로 노랑장미 씨앗을 10개 정도 사놓으셨다가 먼저 사용하시고,

씨앗을 다 쓰신 이후에는 1.b단계와 1.c 단계에서 노랑0200 장미를 하나씩 뽑아와서 쓰세요.

아무튼 교배한 결과로 노랑 자손이 나오면 그 보라꽃은 보라0120이 맞으므로 바로 4.a단계로 넘기면 되고, 후손 노랑0210은 4.b 단계로 넘깁니다.
흰색 자손이 나왔을 경우 한 번 더 기회를 줍니다. 보라0120이라 하더라도 반반 확률로 흰색 자손을 남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두번째 교배에도 역시 흰색 후손이 나온다면 이 보라색은 보라0020일 확률이 높으므로 버리거나 2.a단계에 재투입합니다.
물론 보라0120도 두 번 연달아 흰색 후손을 남길 가능성은 있습니다.
밭에 여유가 많다면 세 번째 기회를 줘도 되지만 테스트를 기다리는 다른 보라꽃이 있다면 두 번 흰색 자손이 나온 보라 장미는 버리는 게 낫습니다.

여기서 버려지는 보라0?20(혹시나 보라0120이라도 괜찮음)과 흰색0110은 2.a단계에 재투입해도 됩니다.
사실 2.a단계 밭이 별로 넓지 않아서 재투입 기회 자체가 없을 가능성이 높겠네요.

4.a단계에 보라0120이 15 송이쯤 쌓이면 슬슬 꽃밭을 줄여가셔도 좋고, 20송이가 되면 3단계 밭을 완전히 갈아엎으셔도 됩니다.

 

4.a단계 흰색0220

3단계에서 유전자 검사를 마친 보라0120끼리 교배를 시키면 1/4 확률로 흰색0220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자가교배니까 배치는 1.a단계의 사진처럼 효율적인 육각격자 형태로 하시면 되고요. 20 송이 정도 키우면 되니까 27칸 정도 면적이 필요합니다.

생성된 흰색0220은 5단계와 6단계에서 사용됩니다.
나머지 3/4 확률로는 보라0?20이 생성되니 3단계 테스트에 재투입해주시면 됩니다.


5단계 꽃밭에 흰색0220 장미 15 송이가 가득 차거나, 6단계 꽃밭의 흰색0200 수가 20 송이를 넘어가면 이 꽃밭을 갈아엎으셔도 됩니다.

4.b단계 흰색0220

이 단계의 결과물은 4.a와 동일한 흰색0220 장미이지만 원료가 다릅니다.

여기서는 3단계에서 보라 장미 검증 시에 부산물로 나온 노랑0210끼리 교배시킵니다.

혹시라도 노랑0210이 보라0120과 교배되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원하는 흰색0220과 구분이 어려운 흰색0110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1.a단계의 육각 격자 배치로 심으시면 되고, 40칸 정도 면적에 30 송이 정도 키우시면 됩니다.

4.a단계보다 더 넓은 꽃밭이 필요한 이유는 5단계와 6단계의 교배 부산물인 노랑0210도 재투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4.a단계와 마찬가지로 1/4 확률로 흰색 0220이, 나머지 3/4 확률로는 노랑 꽃이 나옵니다.
노랑 교배종은 유전자형이 섞인 잡종이므로 버리는 게 좋습니다.
4.a와 마찬가지로 5단계 꽃밭의 흰색0220 장미가 15 송이가 되거나 6단계 밭에 20 송이가 되면 이 꽃밭도 접으시면 됩니다.

5단계 오렌지1210

여기까지 오셨으면 파랑 장미는 이제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조금만 더 화이팅하시기 바라고요.
여기서는 2.b단계에서 나온 오렌지??00 장미 + 4.a나 4.b단계에서 나온 흰색0220을 교배해서 오렌지1210을 얻습니다.
한쪽 부모와 자손의 색깔이 같으니 1.b단계의 사진과 같이 고립된 쌍 형태로 심으셔야 합니다.
면적 효율이 많이 떨어지지만 파란 장미 교배에 매우 중요한 단계니까 자기복제를 예방하기 위해 이 배치를 잘 지켜주셔야 합니다.
오렌지??00과 흰색0220을 각각 최대 15 송이씩 심으려면 90 칸의 밭이 필요합니다.
3단계에 사용한 밭과 비슷한 사이즈를 가진다는 사실을 이용해서 3단계 밭을 야금야금 갈아엎어서 5단계 밭으로 바꿔가시면 좋습니다.

교배에 사용한 오렌지색 장미의 유전자형이 1100이라면 1/4 확률로 자손에 오렌지1210이 나오는데,

오렌지2100이나 1200을 사용한다면 1/2 확률로, 2200이라면 100% 확률로 오렌지1210이 나옵니다.
생성된 오렌지1210 장미는 6단계로 넘겨주시면 됩니다.

2.b단계에서 오렌지 장미 여러 세대를 잘 키워놓으셨다면 6단계 밭의 장미 수가 금방 5단계를 추월할 겁니다.
여기서 발생한 자손 중 노랑 장미는 노랑0210이므로 4.b단계로 재투입해주시면 되고, 그 외에 흰꽃과 빨간 꽃은 버리시면 됩니다.


6단계 꽃밭에 흰색0220 장미가 모자랄 듯한 모습을 보이면 5단계 밭에서 한두 개씩 뽑아주셔도 되고,

6단계 밭에 오렌지1210 장미가 20 송이가 넘어갈 시점쯤 되면 5단계 꽃밭은 갈아엎어주시면 됩니다.

 

6단계 빨강1220

5단계에서 나온 오렌지1210 + 4.a 또는 4.b단계에서 얻은 흰색0220을 교배하시면 1/4 확률로 빨강1220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양쪽 부모와 자식의 색이 모두 다른 케이스이니 간단하게 1.c 단계 사진의 체크무늬 형태로 심으시면 됩니다.
오렌지와 흰색 각각 20송이 정도만 있어도 충분하긴 한데,

앞단계 꽃밭들을 다 갈아엎고 나면 공간은 남아돌 테니 꽃이 생기는 대로 계속 밭을 늘리면서 심어나가도 괜찮습니다.

여기서 교배된 빨강1220은 7단계 꽃밭으로 옮겨심으시면 되고요.
그 외에 각각 1/4 확률로 오렌지1210과 흰색0220, 그리고 노랑0210도 나올 수 있습니다.
흰색0220은 5단계 또는 6단계에, 노랑0210은 4.b 단계에, 오렌지1210은 6단계에 재투입하실 수 있습니다.
버릴 게 없네요.

7단계 파랑2220

빨강1220끼리 자가교배하면 1/4 확률로 2220 파랑이 나옵니다.
배치는 1.a와 같은 육각형 격자 형태로 심으시면 되고요.
6단계와 마찬가지로 꽃밭 넓이에 제한 없이 그만 두고 싶을 때까지 계속 심으면서 넓혀가시면 됩니다.
교배 결과 1/2 확률로 빨강1220이 나올 수 있는데, 7단계에 재투입하시면 됩니다.
1/4 확률로 흰색0220이 나오면 5단계나 6단계에 재투입하셔도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파랑 장미를 일단 7~10 송이 정도만 확보하시면 그 후에는 파랑 장미의 자기복제나 자가교배를 통해 계속 증식시킬 수 있습니다.
참고로 교배보다는 복제가 번식 속도가 좀더 빠릅니다.
아래 사진처럼 한 칸씩 띄어서 고립시켜 배치해주시면 주위에 교배 상대가 없어서 자기복제가 잘 됩니다.

 

이제 지금까지 사용한 모든 단계의 장미 꽃밭들을 싹다 갈아엎어주셔도 됩니다.

저는 대략 50일째 쯤에 첫번째 파란 장미를 봤고, 두 달쯤 됐을 때 파란 장미 7 송이를 확보했습니다.
사용한 밭 면적은 시간에 따라서 늘었다 줄었다 했는데,

100칸씩 되는 거대한 밭이 필요한 3단계와 5단계가 오버랩되던 시점에서 공간의 압박을 가장 많이 받았고, 그때 300칸을 좀 넘겼습니다.
꽃밭을 늘리고 줄이고 옮겨심고 하는 것이 귀찮으신 분은 합계 400~500칸 정도의 땅을 투자하시면 쾌적하게 재배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300칸이라고 하면 엄청 넓은 것 같지만 전체 섬 면적에 비하면 얼마 안 되거든요.
플레이 화면에 한 번에 비치는 땅 넓이가 대략 200칸쯤 됩니다.

아무쪼록 제 글이 여러분의 즐거운 모동숲 생활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2020. 3. 7. 00:18

PG GAT-X105+AQM/E-YM1 퍼펙트 스트라이크 건담 리뷰

한 마디로 평가하자면 '2% 부족한 건프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퍼펙트 그레이드 (PG) 퍼펙트 스트라이크 건담으로 그 명칭 안에 퍼펙트라는 단어가 두 번이나 나옴에도 불구하고, 그 품질은 영 퍼펙트와는 거리가 머네요.
그래도 치명적인 결함은 없고 원판인 PG 스트라이크가 워낙에 명품 킷이다 보니, 기본기는 갖추고 있는 제품입니다.

PG 1/60 퍼펙트 스트라이크 건담은 2004년 발매된 PG 스트라이크 건담과 2005년 발매된 PG 스카이그래스퍼 + 엘 스트라이커 팩 이후 무려 15년 만에 엘/소드/런처 스트라이커 팩을 한꺼번에 장착할 수 있는 멀티 어설트 스트라이커 팩을 스트라이크 건담에 합본해서 발매한 킷입니다.
또 한 가지, 15년 묵은 PG 스트라이크 소체를 그대로 우려먹기에는 미안했는지 소체 장갑 곳곳에 디테일도 추가됐습니다.

 

그런데 저 두 가지 추가 요소 모두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1. 소드/런처 스트라이커 팩

 

이번에 새로 추가된 소드 스트라이커 팩과 런처 스트라이커 팩의 기본적인 프로포션과 조형 디자인은 꽤 좋습니다.
1/100 MG의 확대복사 수준이었던 전작 PG 더블오 세븐소드/G의 무장과는 달리 PG 퍼펙트 스트라이크의 멀티 어설트 스트라이커 팩은 MG와도, 1/144 RG와도 다른 PG만의 설계와 형태로 구성돼 있습니다. 디자인도 잘 빠졌고, 크기가 크기이니 만큼 포스 뿜뿜입니다.

 

그렇지만 골다공증, 색 미분할, 접합선 노출 등 이전 PG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무성의한 부분들이 속속 눈에 띕니다.

 

위 사진에서 보조 손잡이 옆의 홈은 마치 오른손을 고정하기 위한 홈처럼 생겼지만, 실은 순수한 골다공증입니다. 손바닥에 있는 고정 핀을 끼우기에는 홈이 좁습니다.

 

위 사진은 슈베르트 게베어(Schwert Gewehr, 칼)의 백팩 장착 부품인데, 정말 아무런 몰드나 디테일이 없는 뻥 뚫린 파이프라 심히 당황스럽습니다. 제가 조립을 제대로 한 건지 의심스러워서 설명서를 몇 번이나 확인했습니다.

 

소드/런처 팩은 표면의 패널 라인과 몰드가 오밀조밀 많이 들어있어서 디테일의 밀도가 높은 것은 좋지만, 대부분 통짜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어 색분할이 부족한 편입니다. "여기는 부품 분할이 확실히 잘못됐다"라고 콕 찝어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으나, 몰드로만 되어있는 수많은 덕트들을 보고 있으면 "부품 분할 좀 해 주면 좋았을 텐데" 싶은 생각이 듭니다.

 

고정성에 문제가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런처 팩의 어깨 개틀링포는 길이가 연장되는데요. 사진의 1-2번 부품과 3-4번 부품끼리는 서로 고정되어 있고 2번과 3번 부품이 서로 슬라이드되면서 길이가 연장되는 기믹인데, 1-2번과 3-4번 간의 결합력이 2-3번 부품 간의 마찰력보다 약해서 연장할 때마다 자꾸 빠집니다. 그냥 접착해버리는 게 속 편할 듯.

 

아무튼 소드/런처 팩은 밀도감과 퀄리티 면에서 오밀조밀한 본체와는 비교 대상조차 못 되고 나름 내부 프레임까지 구현된 엘 팩보다 한 수 아래로 보입니다.

엘(Aile, 날개) 팩은 소드/런처 팩 동시 장착을 위해 2005년판 대비 앞뒤로 길어지고 날개 부착 위치도 후퇴됐습니다. 퍼펙트 스트라이크가 아닌 엘 스트라이크로 전시하려고 하면 날개가 너무 뒤쪽에 있고 휑한 중간 부위의 뻥 뚫린 소드/런처 팩 장착 구멍 때문에 어색합니다.

 

MG 1/100 스트라이크 리마스터 버전의 엘 팩은 소드/런처 장비 시에는 길어지지만 평상시에는 컴팩트하게 줄어들고 구멍도 가려지는 식으로 가동되는데, 훨씬 더 비싼 PG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배려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다만 2005년판 엘 스트라이커 팩 부품도 동봉되어 있으니 완벽한 엘 팩을 굳이 원하신다면 분해 후 기존 부품들로 재조립하시면 됩니다.

스트라이크 본체는 이 모든 짐들을 다 들고도 꼿꼿이 잘 설 수 있는 지지력과 고정성이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풀 장착하고 직립시키기엔 15년 전 설계의 폴리캡 관절들이, 특히 발목과 골반 쪽이 불안불안합니다. 그리고 아직은 조립 직후라서 튼튼한 편이지만 폴리캡이 노후되면 어떨지 모르겠고요.
그나마 무기를 손에 들면 앞뒤 무게 균형이 잡혀서 괜찮지만 무기를 전부 등에 짊어질 경우 직립이 꽤 힘듭니다. 다리를 뒤로 쭉 빼고 배를 내민 배사장 포즈를 피할 수 없고, 그렇게 한다 해도 상당히 불안정합니다.

 

아무래도 역시 바닥에 세우는 것보다는 스탠드 위에 올려놓는 게 안전하겠습니다. 그런데 스탠드도 아래 사진의 저 부품이 고정력이 약해서 자꾸 빠집니다. 자칫 잘못하면 스트라이크가 뒤로 훌러덩 넘어갈 수 있으니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저 부품을 받침대에 접착해버리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2. 본체 디테일 업 장갑

PG 스트라이크의 조각조각 분할되고 입체적으로 굴곡진 장갑은 15년 전은 물론이고 지금 다시 봐도 여전히 세련된 디자인입니다만, 현세대의 제품들과 비교하자면 패널 라인 등의 디테일이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죠. 반다이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곳곳에 좀더 디테일이 추가된 장갑으로 교체를 해줬습니다. 그런데 그 디테일이 좀 뭐랄까, 디자인 센스가 약간 호불호가 갈릴 듯합니다.

 

디테일 추가 부위에 번쩍번쩍한 금속 코팅 부품들을 많이 썼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장갑에 금속 재질이 드러나는 건 별로 안 좋아하고요. 무엇보다 금속 코팅 부품들이 언더게이트 사출이 아니라서 게이트 자국들이 훤히 보입니다.

 

반다이는 4200엔짜리 RG 1/144 뉴건담에는 언더게이트를 그렇게 정성스레 때려박아서 뽑아놓고, 6배 비싼 PG를 이렇게 푸대접해도 되는 건가요?

그리고 변경된 종아리 부품이 디테일 밀도는 높아진 반면에 형태가 뚠뚠해져서 PG 스트라이크 특유의 날렵한 프로포션을 잃었습니다. MG 스트라이크도 구판에서 리마스터 버전으로 넘어갈 때 종아리가 뚱뚱해지더니 PG에서도 그렇게 했네요.
뚱뚱한 종아리가 트렌드인지는 몰라도 저는 날렵한 느낌이 좋아서 디테일을 포기하고 예전 부품으로 다시 되돌려 놓기로 했습니다.

 

변경된 디테일 업 장갑
기존 구판 종아리 장갑

PG 퍼펙트 스트라이크에는 예전 구판 외장 부품들도 그대로 다 들어있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한 건데요. 기존의 D러너(x2) 같은 경우 전체 부품 13x2개 중에 작은 부품 3x2개만 쓰고 나머지 20개가 정크로 버려지도록 러너 운영이 방만하게 되어 있습니다. 만약 반다이에서 D 러너의 기존 부품 3x2개마저 새 러너에 옮겨 찍고 D 러너를 아예 안 넣어줬다면 종아리를 제 취향에 맞게 바꾸지 못해서 꽤 곤란했을지도 모릅니다.

 

어찌 보면 이게 사용자들 입맛에 맞게 외장 부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준 반다이 나름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생각되기도 합니다(배려는 개뿔, 금형 제작비를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이렇게 했을 가능성이 90%쯤 될 겁니다).

그리고 기존 PG 스트라이크 이마의 흰색 안테나(뿔)는 GP02나 어비스 건담의 것처럼 중간이 잘록하고 끝부분이 볼록한 형태였는데요. 설정화와 다르게 생긴 족보 없는 디자인인 데다가 중간 부분이 얇은 구조적 문제로 잘 부러지기까지 했었죠. 아마도 그런 이유로 PG 퍼펙트 스트라이크에서는 좀더 두껍고, 끝으로 갈수록 뾰족해지는 일반적인 뿔 디자인으로 회귀한 것 같습니다.

 

변경된 이마 안테나
기존 구판 이마 안테나

하지만 저는 100% 개인 취향으로 구판의 GP02 스타일 뿔이 더 마음에 들어서 원래 걸로 바꿔주기로 했습니다. 일단 예전 뿔을 달아서 전시하다가 혹시라도 사고로 부러지면 새 뿔로 교체해주면 되겠죠.

3. 부품 구성 문제

대단한 문제는 아닐 수도 있으나 부품 구성 면에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꽤 있습니다.
슈베르트 게베어(칼)와 아그니(대포)를 잘 지지해주는 고정손들을 추가해준 건 고맙지만 손등 부품은 안 추가해줘서 기존 손등을 뽑아내야 합니다.

 

바로 전 PG였던 더블오 세븐 소드/G의 경우 칼 잡는 고정손용 손등 부품은 당연히 추가로 들어있었고, 사실 이딴 손등 부품 공유는 2천엔짜리 HG에서도 잘 안 하는 짓거리인데 PG 중에서도 최고가에 가까운 2.5만엔짜리 제품에다가 버젓이 해놨네요.
그뿐 아니라 소드 팩의 판처 아이젠(Panzer Eisen, 로켓 앵커)을 팔에 장비하려면 실드의 연결 부품을 뽑아써야 합니다. 실드는 안 쓸 때 스탠드에 꼽아놓으라고 설명서에 나와 있지만 정작 접속 부품이 없어져서 못 끼우고요.

 

그리고 또 하나 아쉬운 것은 스카이그래스퍼(스트라이커 팩 실어나르는 비행기)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PG 스트라이크 루즈에는 넣어줬으면서 퍼펙트 스트라이크에선 왜 굳이 뺐나 싶네요. 러너 2개(+폴리캡)만 더 넣어주면 되는데 치사합니다. 뭐 사실 넣어줬다 해도 저는 안 만들었을 것 같지만요ㅋㅋ

그리고 원래 PG 스트라이크에 들어있던 거대한 대함도인 그랜드 슬램도 빠져 있습니다. 그랜드 슬램은 사실 원작 설정엔 없고 건프라 홍보 영상이라 할 수 있는 Gundam Evolve에만 등장한 무기라서 계속 넣어줄 명분이 없긴 합니다. 슈베르트 게베어와 그랜드 슬램으로 쌍칼 이도류를 갖춰주려고 하셨던 분은 좀 아쉬울 수도 있겠습니다.

4. 가성비

PG 퍼펙트 스트라이크의 정가는 25,000엔(소비세 제외)인데요. 러너 수와 금속 코팅 부품을 고려하면 적절한 가격이라고 생각되지만, 정크 부품이 많은 관계로 가격 대비 최종 완성 결과물의 볼륨은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가격을 분석해보자면 2004년 발매된 PG 스트라이크의 정가가 14,000엔이었고요. 작년말에 웹한정으로 PG 엘/소드/런처의 멀티 어설트 스트라이커 팩을 따로 팔았는데 이게 8000엔입니다. PG 퍼펙트 스트라이크는 저 둘의 합보다 3000엔 비싼데, 이 차액 만큼이 디테일 업 외장부품들의 가격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기존 PG 스트라이크를 갖고 계시고, 걔가 아직도 관절 폴리캡이 짱짱하고, 이번에 추가된 외장 디테일이 별로 마음에 안 드신다면 저렴하게 PG 퍼펙트 스트라이크를 장만하실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웹한정판 'PG 1/60 스트라이크 건담 용 퍼펙트 스트라이크 건담 확장 파츠'를 구입하셔서 기존 스트라이크에 달아주시는 겁니다. 이미 작년 11월말에 클럽G에서 96,000원으로 예약은 끝났지만, 3월 중에 물건이 풀리고 나면 중고나X 같은 곳에서도 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반면 위 경우에 해당 안 되시는 분, 특히 기존 PG 스트라이크를 안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퍼펙트 스트라이크 합본 팩'과 '구판 스트라이크 + 한정판 퍼펙트 스트라이크 확장 파츠'의 두 가지 구매 옵션이 있을 수 있는데요. 전자에는 추가 디테일업 장갑 부품들이 들어가고, 후자에는 그랜드 슬램이 포함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합본으로 된 일반판 PG 퍼펙트 스트라이크를 추천 드립니다. 일반판 합본팩에 포함된 디테일 업 장갑은 호불호가 갈리니 어쩌니 해도 15년 전 디자인보다는 확실히 신상 느낌이 납니다. 예전 장갑 부품도 그대로 들어있으니 저처럼 새 부품 중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다면 예전 부품으로 조립할 수 있는 선택권도 있고요. 또한 일반판 건프라는 인터넷에서 정가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웹한정 PG 퍼펙트 스트라이커 확장 파츠는 96,000원 정가로만 팔았고, 만에하나 한정판 프리미엄이라도 붙는다면 더 비싸질 겁니다. 구판 PG 스트라이크 + 한정판 스트라이커 팩 조합이 가격표 상으로는 3천엔 더 싸지만 한국에서 실구매가 차이는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 됩니다.
거의 같은 값이라면 족보도 약한 그랜드 슬램보다는 신상 느낌 디테일업이 더 낫지 않을까요?

 

결론

다 써놓고 보니 너무 단점 위주로만 부정적으로 쓴 것 같은데요. 제가 애초에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결점들만 부각돼 보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전체적으로 보면 프로포션도 아주 준수하고 15년 묵은 우려먹기 치고는 옛날 티도 별로 안 나고요. 가동성은 원판부터 훌륭하다고 소문난 제품이었고, 고정성도 괜찮아서 저런 잡다한 무장들을 다 달고도 떨어지거나 빠지는 부품 없이 포징을 잘 할 수 있습니다.
위에 얘기한 단점들도 '완전 실망인', '산 게 후회되는' 수준의 치명적 문제점이라기보다는 '아쉬운', '옥에 티' 수준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킷 자체는 종합적으로 괜찮은 제품으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구멍을 뻥뻥 뚫어놓는다든지, 과거 제품보다도 퇴보한 것 같은 부분이 눈에 띄는 것을 보면 건프라 최고의 플래그쉽인 퍼펙트 그레이드의 쇠퇴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최근 PG 라인업을 보면 완전 신규 제품의 발매 주기는 점점 더 길어지고 있고, 우려 먹기 재활용 제품들만 연달아 나오고 있죠.

모쪼록 퍼펙트 스트라이크가 많이 팔려서 그 이익금으로 외계 기술을 갈아넣은 완전 신금형 차기 PG를 개발해주면 좋겠습니다ㅎㅎ

2018. 12. 26. 00:13

SDCS MSZ-006 Zeta Gundam 완성

11월초 생일에 선물로 받았던 SD건담 Cross Silhouette Zeta Gundam을 크리스마스나 되어서야 완성했습니다.

SD 제작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귀여운 모습에 비해서 (제대로 만들려면) 작업량이 꽤 많네요.

제작기가 혹시 궁금하시면 이 글과 이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대부분의 시간 많이 잡아먹은 개수 작업들은 이 뒷면 사진에 있습니다.

등 가운데 스태빌라이저 부품이 원래는 뻥 뚫려있는데, 거기에다가 프라판과 메쉬 플레이트로 버니어 같은 구조를 만들어줬고요.

오른손 하박부의 실드 꼽는 구멍은 갈고 메꾸어서 없앴고,

오른손 뒷면도 원래는 골다공증으로 뻥 뚫려있는데 손가락을 만들어줬고요.

정강이 부위는 접합선 수정 후에 버니어를 새로 달아줬고요.

발바닥도 골다공증으로 뻥뻥 뚫린 것을 에폭시 퍼티와 프라판으로 막아주고 패널라인도 새로 팠습니다.

비포어 애프터 샷으로 가조립 상태와 비교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일단 다리 짧아진 게 보이시나요?

크로스 실루엣 프레임 정강이 길이가 너무 길어서 SD 느낌에 저해되는 것 같아 정강이 프레임을 잘라서 단축시켰습니다.

뒷면 비포어 샷을 안 찍어놓은 게 너무 아쉽네요.

액션 샷도 조금 찍어봤습니다.

SDCS 제타 건담 킷에는 원래 SD 특유의 흰색 플라스틱 몽둥이 빔 사벨이 들어있으나,

RG 제타건담에 들어있는 SB-6 런너의 반투명 빔 부품으로 바꿔줬습니다.

눈과 센서부위, 그리고 빔 사벨은 형광도료로 칠했기 때문에 블랙 라이트를 비추면 빛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눈동자 있는 눈으로 바꿔봤습니다.

저 손들은 HG 1/144 차원 빌드 너클즈 각(KAKU) 타입의 L 사이즈 손들을 사용했습니다.

빔 라이플 손잡이는 빌드 너클즈에는 안 맞아서 빔 라이플은 킷의 원래 손으로 잡습니다.

박스 아트 흉내

이상입니다.

최애캐인 제타건담이 20년 만에 SD로 나왔길래 만들었지, 한동안은 SD에 다시 손대고 싶지 않습니다.

SD가 절대적인 작업량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다들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이 꽤 필요한 귀찮은 작업들뿐이라 골머리 좀 썩였네요.


다음엔 RG 풀 아머 유니콘을 만들어볼까 합니다.

부품 수는 많지만 왠지 아무 생각 없이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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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2. 22. 00:04

SDCS Zeta Gundam 제작기 #2 - 도색

크로스 실루엣이 SD 치고는 색분할이 잘 돼있다고는 하나 SD는 SD일 뿐, MG나 RG와는 차원이 다르고요.
특히 구석구석 알록달록 들어가있는 제타 건담의 경우 마스킹 분할 도색을 아주 열심히 해야 했습니다.

골다공증 시술이나 접합선 수정한 부위도 많고, 사출색과 다른 색을 올릴 부위 또한 많아서 일단 전체적으로 서페이서를 뿌려줬습니다.
서페이서 도포 후 흠집이나 표면이 고르지 않은 부분이 눈에 띄면 래커 퍼티 바르고 사포질 후 다시 서페이서 뿌렸고요.

사벨의 빔 부분을 RG 제타의 투명 폴리에틸렌 빔 부품으로 바꿔줬기 때문에 빔 부품에는 피니셔즈 멀티 프라이머를 뿌려줬습니다.
RG 사자비 MS 조인트 부품에도 같은 멀티 프라이머를 썼는데 도색이 좀 까졌거든요.
폴리에틸렌이나 폴리프로필렌 재질에는 역시 플라스틱 프라이머가 맞겠지만...
집에 놔둔 플라스틱 프라이머가 변질됐는지 에어브러시로 뿌리면 거미줄처럼 돼버려서 어쩔 수 없이 멀티 프라이머 썼습니다ㅜㅜ

본도색에 사용한 도료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 흰색: 피니셔즈 파운데이션 화이트 + 퍼플
- 파란색: 피니셔즈 라벤더
- 검정색: 가이아노츠 미드나이트 블루
- 관절 회색: 피니셔즈 파운데이션 그레이
- 라이플 회색: 피니셔즈 파운데이션 그레이 + 퓨어 블랙 비율을 2가지로 다르게
- 빨간색: 피니셔즈 파운데이션 화이트 > 피니셔즈 루미 레드 + 새먼 핑크
- 노란색: 피니셔즈 파운데이션 화이트 > 피니셔즈 딥 옐로우 + 파운데이션 화이트 + 루미 오렌지
- 눈 녹색: SMP 수퍼 파인 알루미늄 > 가이아노츠 형광 그린

- 센서 파란색: SMP 수퍼 파인 알루미늄 > 가이아노츠 형광 블루

- 빔 부품: GSI 화이트 그라데이션 > 가이아노츠 형광 핑크 그라데이션 > GSI 루비 레드

색깔이 참 많죠?

설정 일러스트를 보면 노란색도 두 가지 다른 색이 적용됐는데, 그냥 통일하는 게 나아보여서 그나마 한 색 줄였습니다.

마스킹 도색도 아주 원 없이 했습니다.
외장 부품들은 마스킹 도색을 안 하는 부품보다 해야 하는 것이 더 많은 건 물론이고, 한 부품에 3가지 색을 올려야 할 경우도 많았습니다.

킷에 포함된 스티커를 마스킹 씰처럼 사용하기도 했지만 그건 정말 일부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은 마스킹 테이프를 잘 재단해서 마스킹해야 됩니다.


언뜻 보기엔 팔 색분할 잘 나왔다고 좋아했지만... 손목 부분 색분할이 미비하여 분할 도색을 또 해줘야 합니다.

가슴도 사출색이 분할 잘 된 것 같죠?
연결부위를 회색으로 칠해줘야 해서 양쪽 부품 다 마스킹 도색해야 됩니다.

CS 프레임에도 마스킹 도색 해줘야 하는 부분들이 꽤 됩니다.

게임 하느라고마스킹 작업 자체에 걸리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건조를 기다리는 시간도 길어서 전체 도색에 시간이 오래 걸렸네요.
부품 수는 많지 않은데도 색색들이 겹치는 관계로 한 색 칠할 때마다 건조되기를 기다렸다가 마스킹하고 다음 색을 칠해야 했거든요.

곳곳에 존재하는 오목하게 들어간 마이너스 몰드 색분할 부위는 에너멜로 도색 후
삐져나온 부분을 에너멜 신너로 닦아내는 방식으로 처리했습니다.
회색은 별 문제가 없지만 노란색과 빨간색은 은폐력이 약해서 파란 바탕이나 회색 바탕에선 쥐약인데요.
흰색 에나멜을 진하게 희석한 후 뿌리고 말리고를 반복해서 밑색을 가린 후에 노란색과 빨간색을 올려줬습니다.


노란색은 타미야 에나멜 옐로우, 화이트와 오렌지를 섞어서 가급적 래커로 조색했던 노란색과 비슷하게 보이도록 했고요.

빨간색도 타미야 레드와 오렌지 에나멜을 섞어 썼습니다.
뒤 스커트 아래쪽에는 원래 빨간 원통형 버니어들이 있어야 하는데 이 킷에는 그냥 네모난 몰드밖에 없네요.
회색은 래커 도료로 마스킹 도색했고, 빨간색은 에나멜 도색 후 닦아주기로 분할도색해서 버니어 느낌을 내줬습니다.

뒷 스커트는 어차피 플라잉 아머에 가려져서 잘 안 보이는 부위인데, 그에 비해 공임을 많이 들였네요.
사실 반다이에선 색분할이 미비한 부분이나 골다공증 같은 걸 가급적 잘 안 보이는 부위에 배치하는데...
모델러는 그걸 기를 쓰고 수정 보완하려고 하다 보니 결국에는 잘 안 보이는 부분일수록 더 공을 많이 들이게 되네요.

SD 제타 건담이 각 부위 개수에다가 마스킹 도색 투성이라 손이 참 많이 간 관계로,
다음 작업은 가급적이면 접합선이나 색분할 별로 없는 유니콘 같은 걸로 해보고 싶습니다.

먹선은 바탕색에 맞게 흰색에는 회색, 노랑과 빨강에는 브라운, 그 외에는 검정 패널 라인 액센트 컬러로 넣어주었습니다.

데칼은 집안에 굴러다니던 데칼들 중에서 특징적인 마킹 몇 가지만 골라서 붙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데칼들 출처가 다 달라서 폰트가 제각각이네요-_-

개수와 도색은 손이 많이 갔지만 먹선이나 데칼 작업은 RG나 Ver. Ka에 비하면 가뿐하네요.

마감은 언제나처럼 무게감과 은은한 광택의 적절한 밸런스를 이루는 가이아노츠 EX 플랫 클리어로 했습니다.

눈과 센서부는 가이아노츠 EX 클리어로 유광 마감했고요.

이상으로 SD 크로스 실루엣 제타 건담 도색 작업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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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19. 02:23

SDCS Zeta Gundam 제작기 #1 - 개수 작업

SD건담 크로스 실루엣은 최신 SD 건프라 시리즈이기는 하나...

반다이는 SD 건프라는 저연령 대상의 저가형 모델이라는 마케팅 정책을 고수하는 건지 SDCS 제타 건담은 손봐야 할 곳이 많았습니다.

우선 프로포션 수정인데요.
가동성을 위해서 크로스 실루엣(CS) 프레임을 적용할 예정이긴 한데, 그러면 발목이 어정쩡하게 떠버립니다.
계속 보면 익숙해지기는 하는데, 그래도 진정한 SD라면 다리가 짧아야 한다는 일념에 정강이 CS 프레임을 잘라서 단축시켰습니다.
2.5mm 정도 잘라내면 발목 비율이 제타건담 킷에 원래 포함된 SD 프레임과 비슷해지는데요.
아래 사진처럼 발목 가동 각도가 15도쯤 줄어들긴 하지만... 역시 가동보다는 프로포션이 우선이죠.

그리고 흰색 어깨 연결부 부품이 왠지 위가 뚫려 있습니다.

액션 가동을 위해서일까요?
하지만 CS 프레임을 적용할 경우 팔을 바깥으로 살짝 빼기만 하면 흰색부품에 가동이 방해받지 않으니까 위를 막아줘도 괜찮습니다.
흰색 부품 위쪽 형상을 보면 딱 2 x 2mm 삼각 플라봉이 정확히 들어맞길래 그걸 잘라서 위를 막아줬습니다.

그리고 팔에 보면 실드 끼우는 구멍이 있는데요. 이게 실드를 끼울 일 없는 오른팔에도 있습니다.
오른팔 실드 접속부의 튀어나온 부분은 잘라내고, 구멍은 퍼티로 메꿔주고 나서 주위 몰드와 어울리도록 깎고 갈아줬습니다.

그리고 빔 사벨이 투명부품이 아닌 것이 영 마음에 안 들었는데요.
생각해 보니 RG 제타건담 킷에 빔 라이플에 꼽으라고 SB-6 러너가 잉여스럽게 들어있습니다.
빔 라이플은 하나인데 빔 부품은 두 개라서 때마침 하나 남고 말이죠.
SDCS 제타의 사벨과 대보면 굵기는 딱 맞는 것 같고 길이만 조금 기네요.
아트나이프와 핀바이스를 이용한 간단한 가공과 SB-6 부품을 사용해서 투명 빔 사벨을 완성했습니다.
1000엔짜리 SDCS 제타건담의 빔 사벨이 마음에 안 드시는 분은 3000엔짜리 RG 제타를 사세요.

그리고 빔 라이플의 총구도 톱과 핀바이스, 그리고 아트 나이프를 이용해서 뚫어주었습니다.
RG 제타 빔 부품은 여기도 꼽을 수 있습니다.


자 이제부터 골다공증 수정을 해야겠는데요.
뿔뒷면, CS 프레임의 어깨와 윗팔, 손뒷면, 발등, 발바닥, 스태빌라이저, 그리고 라이플에 골다공증이 있습니다.

손 뒷면은 SD건담 킷의 대표적인 골다공증 단골 부위인데, 모양이 덜 골다공증스럽게 바뀌긴 했습니다.
그래도 수정 안 하고 그냥 쓰기엔 찜찜한 형태라서 우선 'HG 1/144 차원 빌드 너클즈'로 교체를 시도했습니다.
차원 빌드 너클즈 '각(角, KAKU)' 타입의 L 사이즈가 형태나 크기가 그나마 비슷했는데, 안타깝게도 빔 라이플을 못 쥐네요.
빔 사벨 쥘 때와 주먹손, 그리고 편 손은 빌드 너클즈로 대체했지만, 라이플 장비를 위해 기존 손에 골다공증 시술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존 손에 플라판을 붙이고 이리저리 깎다 보니, 골다공증 시술이라기보단 아예 손을 반 정도 조형한 꼴이 됐네요.
상당히 귀찮은 작업이라 왼손은 안 하고 오른손만 개수했습니다.

킷에 포함된 손과 차원 빌드 너클즈 손은 크기와 형태가 좀 차이 나긴 하지만 그냥 넘어가도록 하죠.
빌드 너클즈의 접속부 볼관절은 약간 작기 때문에 볼 크기를 순간접착 퍼티로 키워주...고 싶었지만

우리집 순접 퍼티 따위 이미 몇 년 전에 다 굳어버렸기 때문에 그냥 순간접착제로 볼 크기를 조금 키웠습니다.

설정 상 등뒤 스태빌라이저의 골다공증은 다 막아버리면 안 되고 일부는 버니어 형태로 뚫어놔야 하는데요.
고토부키야제 메쉬 플레이트 디테일업 부품과 플라판을 조형해서 버니어 구조를 만들어 줬습니다.

발바닥은 골다공증을 메꾸기만 하면 맹숭맹숭하고 심심할 것 같아서 0.5mm 플라판에 패널 라인을 파고 붙여줬습니다.

나머지 골다공증 부위는 그냥 다 퍼티로 채우고 사포질해줬습니다.
폴리 퍼티를 쓰려고 했더니만 6년 정도 방치한 사이에 경화제가 변질됐는지 경화가 안 되더군요.
그래서 대신에 (역시 방치되어 상태가 안 좋긴 하지만 경화가 되긴 하던) 에폭시 퍼티로 때워줬습니다.
에폭시 퍼티에는 환경호르몬 비스페놀-A 등 안 좋은 성분이 들어있으니 작업시에 장갑과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런데 조형이 필요한 발바닥 같은 경우 무른 상태의 폴리 퍼티로는 좀 힘들 수도 있었겠다 싶은 것이, 에폭시로 하길 잘 했네요.
에폭시 퍼티 경화 후 사포질과 래커 퍼티로 다듬어줬습니다.

뿔 뒷면의 골다공증 처리와 함께 뿔을 뾰족하게 디테일업 해줬는데요.
뿔 끝에 플라봉을 붙여서 연장시킬까도 생각해봤지만 이미 뿔이 얼굴 대비 큰 것 같아서 뾰족하게 갈기만 했습니다.

라이플의 경우 골다공증은 채워준다 치고 수축이 또 상당히 심한데요.
하필이면 수축 싱크마크 부위에 몰드가 많아서 사포로 그냥 갈아버리면 몰드가 다 사라질 것 같네요.
수축 부위에 플라봉과 래커 퍼티를 먼저 올려준 후에 사포질을 했습니다.


이제는 접합선 수정 차례인데요, 머리, 어깨와 종아리에 접합선이 있습니다.
머리 접합선 수정이 가장 난이도가 높았습니다.
발칸과 덕트 부품이 분할된 것까지는 좋은데, 도저히 접합선 수정 후에 껴넣을 수 있는 모양이 아닙니다.
이 부품이 투구와 얼굴을 연결시키고 지지해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잘라낼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머리 내부에 플라판과 에폭시 퍼티로 지지대를 만들고 중간 연결부만 절단해서 접착해줬고,
이제 절단된 발칸포 부분은 머리 접합선 처리 후에 끼워넣을 수 있게 됐습니다.

접합선 수정은 무수지 접착제와 래커 퍼티, 그리고 사포질로 했고요.

어깨 부분은 안쪽 프레임의 접속부가 C형 가공을 하기 쉽지 않은 형태인데요.
그래도 뭐 별 수 있나요? 접합선 수정 후 조립할 수 있도록 C형 가공을 해줬습니다.

종아리 부품은 접합선이 발 뒤쪽 버니어 정 중앙으로 지나가고 가동식 발목 커버도 껴야 해서 역시 접합선 수정이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다리 프레임이 접합선 수정 후 끼워넣기 쉽게 생긴 형태라서 다행입니다.
버니어는 접합선 수정을 한다 해도 색분할이 또 문제가 되기 때문에

아예 잘라버린 후 빌더즈 파츠 HD 1/144 MS 버니어 01에 들어있던 디테일업 부품으로 교체했고요.

프레임 결합 핀은 좀 깎아내서 후조립이 가능하게 했고,
어차피 같은 흰색으로 도색할 발목 커버는 그냥 조립한 상태로 접합선 수정을 해버렸습니다.

사실 등의 플라잉 아머에도 눈에 잘 띄는 접합선이 나있기는 한데...
접합선 주위에 몰드도 많고 해서 수정이 귀찮은 관계로 '이건 그냥 패널라인이다'하고 자기최면을 걸고 그냥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이상, SD 크로스 실루엣 Z건담 + CS 프레임의 다리 단축, 디테일업, 골다공증 및 접합선 수정 작업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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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9. 00:34

SD Cross Silhouette Zeta Gundam 리뷰

저는 원래 SD (Super-Deformed) 건담을 좋아했더랬습니다.
건담이라는 캐릭터의 특성을 최대한 심플하고 귀엽게 표현하는 형태가 SD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SD 프로포션으로 출시된 건담 프라모델들을 실제로 만들어 봤더니 타 등급 킷들에 비해 색분할도 안 돼 있고,
부품 곳곳에 구멍을 뚫어 골다공증을 만들어 놓는 등 지나친 원가절감에 환멸을 느껴 SD 건프라를 멀리 하게 됐죠.
특히 3년 전부터 나오는 SD건담 EX-스탠다드라는 시리즈는 가격을 반 정도로 낮추고 극한의 원가절감을 추구하기 때문에 극혐입니다.
SD EX-스탠다드는 정말 팔다리가 빵빵 뚫려있고, 색상의 반 이상을 스티커로 커버하는데, 한 마디로 비추입니다.
건프라 초보분이 EX-스탠다드로 입문했다가 건프라 자체가 싫어질까 걱정되는 수준이에요.

올해 중반 쯤에 SD건담 크로스 실루엣(Cross Silhouette, CS)이라는 새 시리즈가 출시됐지만
저는 그 나물에 그 밥이겠거니 지레짐작하고 눈길도 주지 않았죠.
나중에 알고 보니, SDCS는 프레임 교체를 통해 원하는 프로포션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컨셉의 새로운 SD건담 제품군으로,
EX-스탠다드와는 달리 다시 원가를 좀더 후하게 쓰고 우주세기 기체들 중심으로 대폭 리뉴얼된 시리즈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코드지(CODE-G) 커피 영통점에서 SDCS 제타 건담 완성품을 만났습니다.

(구경만 하고 커피만 얻어먹고 구입하지는 않았네요. 코드지 사장님 죄송)
그 아이는 색분할도 준수하고, 얼굴 등의 조형도 잘 생겼고, 일단 첫눈에는 골다공증도 거의 안 보였습니다.
게다가 나의 애정하는 제타 건담이라니!

SDCS 제타를 본 날이 때마침 제 생일이었기 때문에 저희 아들이 생일선물로 사줬습니다.

사진 오른쪽의 크로스 실루엣 프레임은 제가 돈 주고 샀고요.

직접 조립해 보니 색분할이나 골다공증의 수준은 SD EX-스탠다드 시리즈와는 비교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매우 좋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완벽하지는 않고, 하이뉴 건담이나 레전드 BB 같이 색분할이 훌륭한 BB전사 제품보다 약간만 발전된 수준이네요.
눈 부품, 머리 발칸포, 가슴과 하박부 등 상반신의 색분할에는 신경 많이 쓴 게 역력히 보이는데, 다리는 그냥 허여멀겋게 나왔습니다.

뭐 제타 건담 디자인이 원래부터 워낙 곳곳에 자잘하게 여러 색을 써놔서 분할이 어려운 점도 감안해야겠죠.

실제로 색분할이 완벽하게 돼있는 제타건담 건프라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비싼 PG도, 최신 RG도 분할 안 된 부분이 있다는 말씀...

골다공증도 BB전사 후기 제품보다 약간 적은 수준이긴 하지만 있습니다.
뿔 뒷면, 윗팔, 손뒷면, 발등, 발바닥, 스태빌라이저, 라이플... 이렇게 있을 만한 곳에는 골다공증이 다 있네요.

다만 기존 SD 킷의 손 뒷면 골다공증은 누가 봐도 골다공증 티가 나는 반면,
SDCS의 손 뒷면 모양은 덜 골다공증스럽게 바뀌어서 언뜻 보면 골다공증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결론은 SDCS 또한 그럴 듯한 결과물을 위해선 기존 SD건담 중 가장 잘 나온 것 정도의 골다공증 수술과 부분 도색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보다 2배 정도의 가격으로 완벽에 가까운 색분할에 골다공증 없는 SD 건프라를 내면 살 사람 많을 것 같은데 절대 안 내주네요.

그렇다면 크로스 실루엣(CS)이란 건 그냥 번지르르한 이름뿐이고 결국 이전의 SD BB전사로 다시 회귀한 것인가? 하면 그건 아닙니다.
SDCS만의 특징은 바로 프레임 구조인데요.

제타건담 킷에 동봉된 SD 프레임과 별매의 CS 프레임, 이렇게 두 종류의 프레임을 선택해서 조립할 수 있습니다.

이 프레임 구조가 여러 부분에서 이전의 SD 건프라들 대비 SDCS의 차별성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우선 프레임 교체의 주목적이기도 했던 프로포션의 변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SD 초창기의 2두신이 가장 친근하지만 최근의 BB전사나 EX-스탠다드는 거의 3두신에 가까워졌는데요.
SDCS의 SD 프레임 프로포션은 EX-스탠다드와 거의 유사하고, 별매의 CS 프레임을 적용하면 3두신도 넘어가게 됩니다.

아무래도 프레임 구조를 가져가려니 기럭지가 어느 정도 필요했을 것 같고요.
다른 모델들이나 영상물 등을 봐도 SD도 점점 키가 크고 늘씬해지는 것이 요즘 추세인가 봅니다.
비율만 따지면 BB전사 Z건담 킷이 저한테는 딱이긴 한데, 20세기 유물을 이제 와서 만들 만큼의 용기는 없네요.

사진 출처: 달롱넷


프레임 구조의 채용으로 인한 또다른 반가운 변화는 폴리캡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BB전사의 경우 구조 상 팔꿈치 관절 반쪽이 폴리캡이어야 했고, 곳곳에 폴리캡이 드러나서 보기 흉하고 도색도 곤란했더랬습니다.
그리고 폴리캡 관절은 가동 좀 시키다 보면 헐렁해지고 빠지기 일쑤였죠.
SDCS에서는 폴리캡이 폴리스티렌 재질의 프레임으로 완전히 대체되면서 좀더 짱짱해진 느낌입니다.
하지만 SD 프레임의 고관절은 좀 잘 빠지긴 하더군요.

킷에 기본 포함된 SD 프레임의 치명적인 단점은 팔꿈치 관절이 없다는 것입니다.

팔꿈치 가동을 원한다면 별매 CS 프레임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원가절감의 극한을 달리던 EX-스탠다드에조차도 있었던 팔꿈치를 삭제하다니 반다이가 돈독이 제대로 올랐나 봅니다.
크로스 실루엣 프레임은 박스 안에 떨렁 러너 하나만 있는 주제에 EX-스탠다드 킷과 동일한 600엔씩이나 합니다.
아무튼 CS 프레임으로 교체하면 팔꿈치와 무릎 관절도 생기고, 고관절도 정교하게 바뀌어서 포징의 자유도가 높아집니다.

각 관절의 가동 범위는 90도도 될까말까 하고, 스커트가 고정식이라서 정확히 원하는 포즈를 잡아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가동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의 차이는 큽니다.

SD 프레임의 가동성과 골반 고정성 문제를 생각하면 CS 프레임은 거의 필수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600엔이나 더 주고 산 CS 프레임이라고 단점이 없는 건 아닌데요.
제타 건담에 CS 프레임을 적용하면 발목이 붕 뜹니다.
재작년에 산 바지를 입은 성장기 어린이처럼 발목만 껑충하니 올라가 있는 이런 모습은 짤뚱함이 생명과도 같은 SD와는 상극이라고 봅니다.

정강이 CS 프레임을 좀 잘라서 짧게 맞춰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CS 프레임의 다리 비율이 마음에 안 든다면 아래 사진처럼 상체만 쓰고 하체는 SD 프레임으로 놔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프레임 호환성을 추구한 부작용인지 SDCS 제타 건담은 변형이 안 됩니다.
전 사실 굳이 변형된 웨이브 라이더 형태로 전시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변형을 구현하려다가 프로포션, 가동성, 부품 강도가 망가진 건프라 킷들의 사례를 많이 봐와서 건프라의 변형은 회의적으로 봅니다.
사실 저는 변형보다는 하이퍼 메가 런처가 안 들어 있고 날개가 고정돼서 접을 수 없는 점이 더 아쉽네요.

네, 그렇습니다. 하이퍼 메가 런처가 안 들어있습니다.

위 사진은 HGUC의 하이퍼 메가 런처를 들려준 것인데요. 크긴 하지만 들 수는 있네요.
SDCS 제타 건담 킷의 실제 무장은 빔 라이플, 빔 사벨, 그리고 실드의 단출한 구성입니다.
라이플과 사벨은 색분할 따위 없이 각각 통짜부품 하나로 돼있습니다.
이왕 새 SDCS 시리즈를 낸 만큼 빔 사벨도 투명 부품 써서 내주면 참 좋았겠지만 그냥 SD 전통을 따라 도색이 필요한 통짜로 나왔고요.
참고로 설정 상 제타 건담의 빔 사벨 손잡이는 흰색이 아니고 회색입니다.

빔 라이플은 차라리 접합선이 생기더라도 양쪽 부품으로 좀 나눠줬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빔 라이플에 골다공증은 물론이고 수축 싱크 마크도 확연히 보여서 좀 별로입니다.

아무튼 SDCS 제타 건담은 단점도 없진 않지만 종합적으로 품질이 꽤 우수하고, 품질도 품질이지만 일단 예뻐서 추천할 만한 킷입니다.
주관이 다소 개입된 판단이기는 하나, 지금까지 출시된 SDCS 제품 중에는 제타 건담이 가장 예쁘게 나온 것 같습니다.
액션 포징을 원한다면 크로스 실루엣 프레임 화이트도 함께 구매하시는 걸 추천하는데요.
CS 프레임이 내용물 대비 비싸긴 하지만, 사실 600엔이 요즘 세상에 큰 돈은 아니죠.

결론적으로 SDCS 제타 건담은 한 20년 만에 꽤나 훌륭한 모습으로 돌아온 제타 건담의 SD 건프라로서,
기동전사 Z건담과 SD의 팬이시라면 필구하셔야 할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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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6. 00:35

RG MSN-04 Sazabi 완성

RG 사자비 도색 완료했습니다.
오랜만의 도색이라 간단하게 끝내려고 했는데 신경 쓰이는 부분이 여러 군데 있어서 여기저기 건드리다 보니 일이 좀 커지긴 했습니다.
RG 사자비 킷이 프로포션, 가동성, 디테일은 훌륭하지만 버니어 색분할 안 돼있고, 접합선도 있고,

구조가 약해서 군데군데 부러지기도 하는 등 아쉬운 점도 꽤 있더군요.
제가 여기저기 손 대고 분할도색한 내역들은 저의 지난 작업기들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내공이 부족하여 메탈릭 도색은 하지 않고 솔리드 반무광으로 도색했습니다.
계획은 붉은 장갑 부분을 3단계 톤으로 도색하는 거였는데,
실제로 칠해 보니 1단계와 2단계가 너무 비슷해져서 아주 이상한 색 조합이 돼버렸습니다ㅜㅜ

육덕진 사자비 주제에 팔다리 가동성이 쫙쫙 접혀주는 것은 정말 좋긴 하나, 반대로 팔다리를 일직선으로 쭉 뻗지를 못합니다.

직립 자세의 박력이 2% 정도 감점되네요.
RG 사자비는 살짝 해치 오픈 기능 비슷하게 장갑을 전개할 수 있습니다.

제가 건프라에서 손 놓고 있던 와중에 기존의 반다이 액션 베이스 1과 2를 대체하는 액션 베이스 4와 5가 새로 나왔더군요.

높이와 각도 조절이 번거롭다는 단점 외에는 고정성, 확장성, 액션의 자유도 등 모든 면에서 액션 베이스 1, 2보다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
특히 액션 베이스 2는 바닥 패널 연결부품과 기둥 지지대 고정성이 꽝이고 투명 컬러도 없었기 때문에 이번 업그레이드가 대환영입니다.
RG 사자비는 덩치가 좀 크긴 하지만 1/144 스케일용 액션 베이스 5로도 충분히 커버가 됩니다.

각 부분 디테일입니다.

Funnel은 대부분의 한국 분들이 일본 발음 환네루를 나름 한국식으로 순화해서 판넬이라고 발음하시지만
터널(tunnel, 참고로 일본 발음은 톤네루입니다)과 맨 앞 자음 하나만 다르니까 외래어 표기법 상 퍼널이라고 쓰는 게 맞습니다.
Funnel은 깔대기라는 뜻인데, 큐베레이에 사용된 최초의 퍼널이 깔대기 모양이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붙인 듯합니다.

직립자세만 찍으면 심심하니까 도색 까짐에 주의해가면서 포징을 좀 해보겠습니다(하지만 결국 까졌습니다ㅜㅜ).

빔 부품은 그라데이션 도색을 하긴 했는데 빔 느낌이 안 나고 마음에 안 드네요.
나중에 시간 나면 신너탕에 담궜다가 새로 칠할까 봅니다.

모노아이와 센서 류는 형광 그린으로 칠했기 때문에 블랙 라이트를 비추면 빛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빔 부품은 원래부터 사출색이 형광 그린이라 블랙 라이트에서 빛나고요.

새 액션베이스에는 퍼널 등을 고정할 수 있는 3mm 짜리 구멍도 많이 뚫려있어서 좋습니다.
퍼널 거치에는 3mm 연질 프라봉이 제격인데 사진 한 장 찍자고 새로 사긴 좀 그래서
뉴건담 Ver. Ka에 들어있는 핀 퍼널 거치 부품과 액션 베이스 4에 포함된 보조 지지대를 활용했습니다.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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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1. 01:53

RG MSN-04 Sazabi 제작기 #2 - 도색

저의 이번 RG 사자비 도색 작업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사자비 하면 뭐니뭐니 해도 그 온몸을 둘러싼 '붉은 혜성 샤아'의 상징적인 빨간 색인데요.
MS 대도감에 나온 설정 일러스트도 그렇고, 구판 MG나 HG 사자비의 사출색도 두 가지 톤의 진한 붉은 색으로 돼있었습니다.

그런데 MG 사자비 Ver. Ka의 경우 한 눈에도 확연한 쓰리 톤 사출이고, RG도 투 톤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미묘하게 3단계 톤입니다.

바로 옆에 놓고 눈에 힘을 주고 보면 D 런너의 부품들이 F 런너의 색보다 아주 미세하게 약간 더 진한 빨간색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투 톤이든 쓰리 톤이든 적절한 도료를 찾아내기 위해,

갖고 있던 모든 붉은 도료들을 동그란 플라스틱 메모 자석에 시험 삼아서 한 번씩 다 뿌려봤습니다.
제가 이렇게저렇게 사모았던 불그스름한 색깔 도료들이 9가지나 되더군요.
밝은 색부터 어두운 색 순서로 사진 왼쪽부터 GSI 건담 핑크 2, 피니셔즈 새먼 핑크, 루미 레드, 브라이트 레드,

가이아노츠 프리미엄 레드, 피니셔즈 실크 레드, IPP 수퍼 이탈리안 레드 2, 피니셔즈 마룬, GSI 건담 레드 2입니다.

위 사진에서 색상의 밝기를 비교해보면 RG 사자비의 붉은 사출색들은 세 가지가 몽땅 다 실크 레드에 가깝습니다.
RG 사출색은 밝기가 아니라 채도 차이로 레드 톤들이 구분되는 듯하네요.
다른 키트들은 머리 뿔이나 어깨 뽕 부분의 색이 밝은 색이지만,

RG에선 밝기는 거의 같고 대신에 빨강이라기보다는 핑크에 가까운 더 탁하고 연한 색입니다.
저는 탁하고 칙칙한 색깔보다 밝고 채도 높은 색깔을 선호하기에 최종적으로 사출색과는 다르게 아래와 같은 세 색깔을 선택했습니다.
- 밝은 레드: 피니셔즈 루미 레드 + 새먼 핑크

- 중간 레드: 가이아노츠 프리미엄 레드

- 어두운 레드: IPP 수퍼 이탈리안 레드 2


세 톤의 배색은 RG 사자비의 사출색을 기본으로, MG Ver. Ka와 설정 일러스트도 참고해서 살짝 몇 군데 배치를 바꿨습니다.

그런데 이 빨간색들 칠하면서 참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어두운 레드는 처음에는 수퍼 이탈리안 레드 2가 너무 어두운 것 같아서 피니셔즈 실크 레드와 마룬을 혼색해서 칠했으나...
도색 후 건조 중에 두 도료가 분리되면서 부품이 얼룩덜룩해지는ㅜㅜ 현상이 발생해서 신너탕에 담그고 재도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일은 처음 겪어보는데요. 피니셔즈 도료들을 혼색할 때는 충분히 주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이아노츠 프리미엄 레드는 정말 채도가 높고 순수한, 영롱하고 아름다운 빨간색이라서 중간 톤으로 골랐는데요.
단점은 이게 반투명 색이라는 겁니다.
프리미엄 레드뿐 아니라 모든 붉은 도료들은 은폐력이 떨지기 때문에 은폐력이 높은 피니셔즈 파운데이션 핑크를 밑색으로 올려줬습니다.

그런데 밑색 비치는 것만 문제가 아니고, 희석 농도와 어떻게 뿌리냐에 따라 색 밝기가 변하는 것이 골칫거리거든요.
결국... 일부 프리미엄 레드 도색 부품은 밝은 레드와 거의 비슷하거나, 어떨 때는 오히려 더 밝기도 했습니다ㅜㅜ
이 문제는 나중에 데칼 다 올리고 마감제 뿌린 후에 조립하다가 발견한 거라서 어찌할 도리가 없네요.
나름 고심하고 머리 써서 쓰리 톤 색분할을 한 건데 안 한만 못한 결과가...

아무튼 빨강 이외의 다른 색들은 다음과 같은 도료들을 사용했습니다.

- 백팩 및 무기 검정: 가이아노츠 미드나이트 블루

- 버니어 및 파이프 노랑: 피니셔즈 딥 옐로우 + 파운데이션 크림 + 루미 오렌지

빨간색과 마찬가지로 노란색도 은폐력이 낮아서, 밑색으로 피니셔즈 파운데이션 크림을 먼저 깔아줬습니다.
- 프레임 회색: 피니셔즈 파운데이션 그레이 + 퓨어 블랙
프레임 부품들 간에도 톤이 좀 나뉘어 보이도록 혼색 비율을 2가지로 달리 했습니다.

- 라이플 회색: 피니셔즈 퓨어 블랙 + 파운데이션 그레이
프레임보다 더 어두운 회색으로 조색해줬습니다.
- 프레임 일부 포인트 은색: 피니셔즈 퓨어 블랙 위에 SMP 수퍼 파인 알루미늄

- 카메라 녹색: SMP 수퍼 파인 알루미늄 위에 가이아노츠 형광 그린
지난 번 RG 프리덤에 썼었던 메탈릭 위의 클리어 형광이 은근히 건프라 카메라 표현에 좋길래 또 써봤습니다.

모노아이는 4mm 클리어 돔 디테일 업 제품을 썼고요. 돔 부품의 녹색이 옅어서 형광 그린 도료를 덧입혀줬습니다.
- 빔 사벨, 빔 액스 부품: GSI 화이트, 가이아노츠 형광 그린, GSI 터쿼이즈 그린으로 그라데이션

본격적인 빔 이펙트 부품 그라데이션 도색에는 처음 도전해봤는데, 뭔가 빔이라는 느낌이 잘 안 나는 것이 맘에 좀 안 드네요.
테크닉이 문제인 건지, 센스가 문제인 건지, 아니면 둘 다인지...
다음번에는 뭔가 좀더 손잡이 가까운 쪽에서 그라데이션이 끝나고 투명 부분이 더 많이 남도록 하고,
빔 액스는 그라데이션이 좀더 울퉁불퉁하게 되도록 도색해볼까 합니다.

RG 치고는 마스킹 분할도색이 필요한 부품들이 많습니다.
일단 버니어 쓰러스터와 아포지 모터 종류는 내부 색분할이 안 돼있어서 마스킹 도색 해줬고요.

백팩 작은 버니어의 안쪽 회색 분사구는 타미야 미디엄 그레이 에나멜로 붓도색했습니다.

외장 부품 중에는 반대면에 프레임 색을 칠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어쩌면 반다이에서 나름 의도적으로 저렇게 뽑은 건지도 모르지만 제 취향은 좀 다른지라 일일이 회색으로 칠해줬습니다.

또 킷에 보면 은색 스티커 씰을 붙여서 디테일을 주는 부분들이 있는데, 이 스티커들을 마스킹 테이프 대용으로 써서 분할 도색했습니다.
프레임에는 제 맘대로 은색으로 포인트 도색한 부품도 있는 만큼 스티커 씰 부위를 은색으로 칠했지만,
장갑 도색은 솔리드 무광으로 할 예정이라서 장갑 부분은 스티커 부위를 밝은 회색으로 마스킹 도색했습니다.

그리고 또 그냥 단지 멋있어 보이려고 분할도색한 부품도 몇 개 있고요.

도색 후 먹선 작업은 타미야 패널라인 액센트 컬러로 했습니다.
기존에 블랙, 그레이, 브라운 패널 라인 액센트 컬러를 소유 중이었는데, 제가 모형에 손 놓고 있는 사이에 다크 브라운도 나왔더군요.

사자비의 진한 빨강에는 기존의 브라운보다는 다크 브라운이 어울릴 것 같아서 새로 샀는데, 나름 만족스럽네요.
액체상태일 때는 너무 검은 것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됐었는데, 건조 후 결과물을 보니 꽤 괜찮더군요.
빨간 바탕의 패널 라인은 다크 브라운, 노란 바탕에는 브라운, 그 외 다른  패널에는 블랙 패널 라인 액센트 컬러로 먹선을 넣었습니다.

데칼은 모델링홀릭의 습식 데칼을 사용했고, 거의 매뉴얼대로만 붙였습니다.

그런데 설명서 대로 붙이면 왼쪽 스커트 부분의 CD (Casval Deikun) 퍼스널 마크가 원작 애니와는 크기도, 색상도, 디자인도 달라지는데요.
크기가 좀 작긴 하지만 원작 디자인과 같이 높은 음자리표처럼 생긴 금색 데칼로 바꿔줬습니다.

마감은 가이아노츠 EX 플랫 클리어로 했습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고무 지우개 같은 투박한 무광이 아니라,

플라스틱한 광은 잡지만 윤곽의 은은한 광택은 살리는 매끄럽고 고급진 느낌의 반무광이랄까요?
스케일 모형에는 어떨지 몰라도 건프라 같은 캐릭터 모형의 표면으로는 맘에 쏙 드는 마감제입니다.


이상, RG 사자비 도색을 완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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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16. 23:48

RG MSN-04 Sazabi 제작기 #1 - 개수 및 디테일 업

RG 사자비 킷이 정말 잘 나왔다고 소문 났더군요.
얼핏 봐서는 프로포션이며 디테일이며 가동성이며 뭐 흠 잡을 데가 없는 것 같습니다.

화제성 있는 신상으로 오랜만에 도색작업에 복귀해 보고자 이 녀석을 점찍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무리하지 않고 스트레이트 빌드에 전체 도색만 하려고 했습니다만...
RG 사자비가 완성도가 좋기는 하지만 문제도 꽤 있어서 이곳저곳 손을 댈 수밖에 없더군요.

먼저 '개수'에 해당되는 부분인데요.
개수라고는 해도 팔다리를 늘린다거나 하는 대공사는 아니고 킷의 조립 상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간단 개수 정도입니다.
일단 유튜브 리뷰를 보니 어깻죽지 안쪽 관절이 쉽게 파손되는 문제가 있다더군요.
관절이 너무 빡빡해서 반복되는 가동 중에 관절핀이 비틀려 끊어지는 건데요, 특히 도색한다고 뺐다꼈다 하면 더 파손 위험도가 높습니다.
문제의 G26 부품의 핀을 조립 전에 가공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사포질하기는 어려운 위치라서 아트 나이프로 살살살 돌려깎아줬습니다.

그리고 어깨 앞뒤 장갑 조립 시 잘 맞물리지 않고 빨간 부품과 핑크 부품 사이에 틈이 생기더라고요.
자세히 보니 핑크색 부품들에서 사진의 화살표 위치에 있는 숫핀의 길이가 암핀의 깊이보다 더 길더군요.
그래서 니퍼로 한 0.5mm 정도 잘라줬더니 틈 없이 잘 들어맞았습니다.

또한 실드 연결부품이 문제인데요, 실드가 팔꿈치 방향으로 오는 각도에서만 팔에 꼭 맞게 장착이 됩니다.

실드는 팔꿈치보다는 팔꿈치 바깥 방향으로 오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그쪽으로 돌려주려고 하면 실드 연결부품의 모서리가 팔을 밀쳐내면서 팔에서 살짝 빠집니다.
실드가 아주 빠져버리는 것은 아니지만 애매하게 헐렁하게 팔꿈치에 얹혀있는 듯한 형상이 돼버려서 언제 떨어질까 불안합니다.
그래서 오른쪽 사진과 같이 연결 부품의 꼭짓점 부분을 좀 깎아줬습니다.

사진을 보면 저는 한 1mm 가량 깎았는데 저렇게까지 많이 깎을 필요는 없고요, 살짝만 깎으면 됩니다.
건프라에 칼을 대는 것이 부담스러운 분은 사진 상의 저 두 부품을 살짝만 빼서 조금 간격을 띄워두셔도 효과가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아래 사진 위치처럼 실드를 돌려서 장착해도 팔에 튼튼하게 결합돼서 빠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도색을 하겠다고 마음 먹고 보니 부품 분할 문제들이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하는데...
우선 프로펠런트 탱크에 완전 정직하게 접합선이 나있습니다.
건프라에서 이런 당당한 접합선은 꽤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데요, 어쩌면 RG로서는 최초가 아닐까 싶습니다.
접합선 수정을 해줬죠. 무수지 접착제로 꾹 눌러 접착 후 락카 퍼티 발라서 사포질 해줬습니다.

그리고 RG 사자비에는 자잘하게 색분할이 잘못된 곳이 좀 있습니다.
팔이나 실드 뒷면 붉은 장갑 중간의 까만 부분들, 어깨의 핑크색 부분도 사실은 프레임 회색이나 다른 색이어야 맞을 것 같습니다.
다 마스킹 도색 대상이죠.

이런 것들은 사실 따지고 보면 별로 문제가 안 되고 진짜배기가 따로 있는데, 바로 버니어와 아포지 모터 류의 노즐들입니다.
MG 사자비 Ver. Ka와는 달리 노즐의 색분할이 완벽하지 않아서, 버니어 쪽은 대부분 다 마스킹 도색을 해야겠더군요.
버니어 8개가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그 중에 2개만 색분할해놓는 건 대체 무슨 심보일까요?

사자비는 로켓 노즐 형상의 버니어들이 많은데요.

MG Ver. Ka를 보면 바깥쪽은 회색, 안쪽은 노란색, 그리고 맨 안쪽 분사구 부분은 다시 회색으로 돼있습니다.

※ 이 사진은 RG가 아닌 MG 사자비 Ver. Ka입니다.

일단 버니어 노즐 안쪽이 노란색인 것은 단순히 MG Ver. Ka의 기술력 과시를 위해 넣은 것이 아니고,

MS 대도감을 보면 엄연히 설정화에도 명확히 나오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저도 RG 사자비 버니어 색분할을 Ver. Ka 기준으로 할 예정이고, 처음에는 그냥 마스킹으로 분할도색을 적용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RG 사자비의 팔이나 양 옆 스커트의 노즐은 그나마 최소한의 부품 분할이라도 되어 있지만,

다리와 백팩은 전혀 자비 없는 통짜 부품이더군요.
특히 다리 버니어는 안쪽이 좁은 데다가 중앙 분사구 형태가 복잡해서 안쪽을 분할해서 칠하려면 마스킹 난이도가 상당합니다.
사실 과학적으로 보면 버니어 노즐의 안쪽은 아무 것도 없이 그냥 밋밋하고 throat라는 구멍이 뻥 뚫려있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냥 구멍보다는 뭔가 기계장치 같은 것이 있는 게 멋져 보이니까 분사구 구조물을 만들어놓으려는 건데요.

아무튼 여기부터가 디테일 업 작업이 되겠습니다.
버니어 색분할의 대책으로 우선 생각 나는 것이 메탈 버니어로 교체하는 것인데요.
다리 뒤쪽 버니어들이 난관인데, 버니어 세 개가 한 부품으로 붙어있는 데다가

그 자체가 다른 부품의 연결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버니어 교체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워 보입니다.
버니어 안쪽의 고난이도 마스킹 도색 작업과 까다로운 메탈 버니어 교체 작업 중 제 선택은요... 버니어 교체였습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작업 후반부에 불확실성을 가져가는 것보다는 손은 많이 가더라도 미리 초반에 노가다를 해놓기로 했네요.

다리 뒤쪽 버니어는 위 사진과 같은 덩어리 부품을 세 조각으로 잘라내고 모델업제 SV 버니어 7mm로 교체해 줬습니다.
다리 옆면 버니어 노즐도 메탈 버니어에 맞게 기존 부품들을 썰고 깎아낸 후 모델업 SV 버니어 11mm로 바꿔 달아줬습니다.
과학적으로는 diverging section 안쪽면에 저렇게 뱅글뱅글 몰드가 파여 있으면 와류 생기고 효율이 나빠지겠지만,

보기에 예쁘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죠.

백팩의 큰 버니어와 형태가 맞는 메탈 버니어는 제가 갖고 있지 않아서 대신에 분사구 부분에만 2.5mm 메탈 비즈 하나 심어줬고요.
잠깐, 그렇다면 다리 버니어도 가운데 메탈 비즈만 심어주면 훨씬 간단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이쯤에서 들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ㅜㅜ
작은 버니어에는 비즈조차 심을 공간이 안 나와서 가운데에 송곳으로 구멍을 콕 찍어줬고, 나중에 붓도색으로 등으로 커버해볼 생각입니다.


팔과 옆스커트 노즐은 중앙부에 부품 분할이 돼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입 닦고 넘어가기는 미안하니 중앙 분사구 핀을 자르고 2mm 메탈 비즈로 교체해줬습니다.
그리고 팔의 버니어는 크기에 비해 너무 두께가 두꺼워 보여서 로터리 툴로 안쪽을 갈아서 넓혀줬습니다.

뒷 스커트 양쪽의 아포지 모터 부분도 사실감을 주기 위해서 구멍을 뽕 뚫어줬습니다.

복부 메가입자포는 색분할도 그렇고 형상 자체가 마치 메탈 비즈를 꼽아 달라고 호소하는 듯한 모양새라서 2mm 메탈 비즈를 심어줬습니다.

디테일 업이라고 하면 뿔 연마를 빼놓을 수 없죠. RG 사자비의 머리 뿔은 처음부터 꽤 뾰족하게 나온 편이라서 조금만 갈아냈습니다.

모노아이도 디테일업 부품으로 교환할까 말까 하던 차에 때마침 킷 부품이 똑 부러지더라고요.

어깻죽지도 그렇고, 모노아이도 그렇고, RG 사자비가 킷이 좀 전반적으로 튼튼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갖고 있는 4mm 클리어 돔 디테일업 부품의 녹색이 좀 옅어서 클리어 도료를 뿌려 좀더 진하게 만들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표면 정리 작업입니다.
RG 사자비의 외장은 둥글넓적한 부분이 많고 부품 안쪽에는 칸막이 같은 구조물이 많아서 눈에 띄는 수축 싱크 마크들이 많습니다.

크고 작은 싱크 마크 부위들을 전부 다 사포로 갈아주었고요.
게이트 자국과 파팅라인도 사포로 밀어주는 정도로 해서 표면정리는 마쳤습니다.

도료가 정착되기 힘든 폴리프로필렌 재질의 MS 조인트에는 피니셔즈 멀티 프라이머를 뿌려줬고,
메탈 버니어 부품과 비즈에는 메탈 프라이머를 올려줬습니다.

일반 폴리스티렌 부품들은 세척만 잘 해준 후에 서페이서를 뿌리지 않고 바로 도료를 칠했습니다.
집에 회색 서페이서밖에 없어서 자칫 잘못하면 빨간색이 칙칙해져 버릴지도 몰라서요(귀찮은 것도 있고ㅋ).

이렇게 해서 간단 개수, 디테일 업, 표면정리를 마치고 RG 사자비를 도색할 준비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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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3. 23:31

RG ZGMF-X10A 프리덤

RG 프리덤을 완성했습니다
MG 2.0도 아니고 HGCE도 아니고 RG맞습니다^^
RG 프리덤이 발매된 게 2011년이니까 나온 지 벌써 7년 됐네요.
7년 전 킷이지만 기술이나 구성 면에서는 최신 킷에 그다지 꿀리지 않습니다.
(손가락이 좀 잘 빠지고 관절이 서서히 낙지가 돼서 문제지-_-)
어쩌면 건프라 기술의 발전은 이미 어느 정도 한계점이나 포화상태에 온 것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오랜만에 건프라 작업을 다시 잡은 관계로 이번 RG 프리덤은 워밍업이란 의미에서 도색은 안 하고 먹선/데칼/마감 작업만으로 끝냈습니다.
실물로 보면 도색 안 한 티가 납니다만, 사진만 봐서는 그럴싸하지 않나요?

구판 MG 프리덤 시절부터 날개에 쓰여있는 DIECI(디에치)는 이탈리아어로 10을 뜻합니다.
형식번호가 ZGMF-X10A이기 때문인데요.
같은 이유로 형식번호가 5로 끝나는 GAT-X105 스트라이크에는 CINQUE(칭퀘, 5)라는 표기가 되어 있고,
ZGMF-X09A 저스티스에는 NOVE(노베, 9), ZGMF-X20A 스트라이크 프리덤에는 VENTI(벤티, 20)라고 써있습니다.
참고로 스타벅스 커피의 벤티 사이즈는 20 fl oz(591 ml)입니다.

ET 표시는 소속함인 이터널(Eternal)을 나타냅니다.

RG 프리덤 킷 설명서를 보면 이터널 사양 데칼과 자프트 사양 데칼을 선택해서 붙일 수 있게 돼있는데요.
개인적으로 ET는 폰트가 별로라서 자프트 엠블럼이 디자인 측면에서 더 예쁘긴 한데...
극중에서 프리덤의 등장 시점이 자프트에서 탈취한 이후부터이다 보니 자프트 엠블럼은 붙이기가 좀 애매합니다.

스트라이크 프리덤의 경우 극중에서 이터널과 아크엔젤(ArchAngel)을 갈아타기 때문에 ET와 AA를 선택해서 붙일 수 있는데요.
스트라이크 프리덤 만들 때는 꼭 AA로 붙일 계획입니다.

반다이에서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1/144 RG 프리덤의 빔 사벨 용으로 1/100 MG 프리덤 용 클리어 부품을 넣어줘서 무지 깁니다.

킷의 빔 사벨이 본체 키보다도 길어서, 사진 찍을 때는 RG 저스티스의 빔 부품을 빌려서 대신 꼽아줬고요.

SEED 시리즈에서는 무기에도 각각 이름을 붙여놓았는데요, 특이하게도 그 이름들은 모두 동물의 학명(学名, scientific name)입니다.

빔 사벨은 '라케르타(Lacerta)' 빔 사벨이라고 하는데, 도마뱀(생물분류학적으로는 모래장지뱀속)의 학명이고,
'루푸스(Lupus)' 빔 라이플은 늑대 종을 뜻하며, 머리에는 '피쿠스(Picus, 딱따구리속)' 발칸포가 있습니다.

날개의 빔 캐논은 발라에나(Balaena, 북극고래속), 허리춤의 레일 건은 크시피아스(Xiphias, 황새치속) 같은 식입니다.

SEED 원작자 중에 누군가 생물학 전공자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라틴어 전공자일지도? (학명은 원래 라틴어 단어를 씁니다)

카메라 아이와 빔 라이플 센서 등은 제가 형광 클리어 색깔로 칠해줬기 때문에 블랙 라이트를 비추면 빛나 보입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플라스틱 특유의 투명감이 느껴진다든지 도색 안 한 티가 약간 나긴 하지만,

사진들만 봐서는 어느 정도 도색작같은 느낌 안 나나요?
먹선/데칼/마감 작업이 노력 대비 결과물의 만족도가 예상보다 꽤 높네요.
앞으로도 RG 킷 중에 색분할이 잘 된 녀석은 도색 생략하고 먹선/데칼/마감 공정을 종종 애용해줘야겠습니다.

그렇지만 RG가 그 조그만 킷에 패널라인도 오밀조밀 많고 데칼도 상당히 많아서 먹선/데칼 작업이 생각보다 시간이 꽤 많이 들었네요.

생각해 보면 도색을 안 해도 전체 작업 시간이 확 줄었다는 느낌은 별로 안 듭니다(실은 작업 중간에 3년 정도 묵히기도 했고요^^).

RG 프리덤의 하늘색 같은 파란색도 나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약간 보라색 끼 도는 파랑이 더 좋은데...
먹선 데칼 마감만으로 끝내려니 사출색에 얽매일 수밖에 없네요.
또 RG는 어드밴스드 MS 조인트 재질의 특성인지 프레임 사출색이 너무 검은 반면, 저는 밝은 회색 프레임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사실 모형 작업 중에 플라스틱 표면에 예쁜 색깔이 입혀져가는 걸 보는 것도 재미와 성취감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말이죠.
이것저것 생각하니 역시 저는 웬만하면 풀 도색을 하는 게 낫겠습니다.
이번 먹선/데칼/마감 작업으로 컴프레서에 시동도 걸어놨으니...
다음 차례로는 신상 킷 하나 전체 도색에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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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1. 23:36

RG ZGMF-X10A 프리덤 먹선 데칼 마감 작업기

최근 5~6년간 이래저래 생업도 바쁘고 다른 취미에 신경 쓰다 보니 건프라 작업에 손을 못 대고 있었습니다.
신상들 나오면 그나마 조립은 틈틈이 하고 있었습니다만... 최근에는 그 조차도 전혀ㅠㅜ
최근 아들내미 학교 과제 때문에 먼지만 쌓이던 컴프레서와 에어브러시를 다시 잡은 관계로 건프라도 다시 해보려고 집어들었습니다.

도색하다가 중단한 킷들도 여럿 있지만, 오랫동안 손 뗐던 도색작업을 다시 시작하기엔 벌여야 할 일의 규모가 커서 엄두가 안 나고...
그냥 도색 없이 먹선/데칼/마감만으로 완성하고 치우려고요.

PG나 MG 같은 비싼 킷들은 풀도색을 안 하면 왠지 킷에게 미안하고...
HG는 색분할도 불완전하고 디테일이 밋밋해서 먹선마감만으로는 허전하고...
가격 부담으로 보나 색분할과 디테일 면으로 보나 RG가 도색 안 하고 먹선/데칼/마감으로 끝내기에 딱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그 첫번째 먹선/데칼/마감 대상 실험체는 RG 프리덤 되겠습니다.

SEED는 제가 두번째로 좋아하는 건담 시리즈인데(첫번째는 제타 건담) 그 주역 기체 중 하나인 프리덤을 아직 완성해본 적이 없네요.
사실은 얘도 작업하다가 한 3년 손 놓고 있었습니다.

정말 먹선 데칼 마감만 하려고 했는데, 눈에 밟히는 부분들이 몇 군데 있어서 가공을 조금 해줬습니다.
일단 뿔은 좀더 뾰족하게 갈았고요.
RG가 워낙 작다보니 너무 갈면 부러질까봐 적당히 뾰족해진 선에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가슴의 기관포? 센서?가 막혀있어서 장난감 티가 좀 나는데, 핀바이스로 좀 더 깊이 파줬습니다.
등짐의 빔 캐논도 막혀 있는데 그렇다고 뚫으면 속이 비쳐보여서 더 장난감 같아지니 뚫지 않고 안쪽을 무광검정으로 도색했습니다.


게이트 자국은 모두 사포질로 정리했고, 유색 부품에서 허옇게 뜬 게이트 자국은 건담 마커를 이용해서 살짝 커버해줬습니다.
어드밴스드 MS 조인트는 공정 상 ABS 재질 부분의 게이트를 사출기에서 힘으로 뜯어내버리나 본데요.
게이트 자국이 깊은 데다가 색상도 검어서 특히 눈에 더 띄더군요.


이 빨간 부품처럼 너무 확연히 수축 싱크마크가 눈에 띄는 부품들은 사포질로 갈아서 평평하게 정리해줬습니다.


그리고 풀도색이었다면 그냥 도료로 덮어버려도 되었을 프라 표면의 물결무늬(웰드 라인)도 사포질로 정리했습니다.


먹선/데칼/마감 작업이라 가급적 에어브러시는 안 잡으려 했는데, 제아무리 색분할이 잘 된 RG라지만 클리어 부품은 어쩔 수가 없죠.
메탈릭 도료 위에 형광 클리어 도료로 부분도색 해줬습니다.

SMP 수퍼 파인 알루미늄을 먼저 칠해줬고요.
눈은 그 위에 가이아노츠 형광 옐로우를 올려줬고, 이마 카메라와 라이플 조준경은 가이아노츠 형광 블루를 썼습니다.

눈 테두리는 무광 검정색으로 에너멜 도색 후 눈알 부분만 에너멜 신너로 닦아냈습니다.

라이플 조준경 중앙의 가로 막대는 렌즈 부위 마스킹 후 저먼 그레이 에너멜을 뿌려줬습니다.

조준경 도색은 좀 실수를 하긴 했지만 오랜만에 이런 작업을 해보니 재밌네요^^

카메라 아이 같은 부분의 표현으로 메탈릭 위에 형광 클리어는 처음 시도해 보는 조합인데 예상보다 효과가 괜찮습니다.

사진으로는 지저분해 보이지만 실물로 보면 꽤나 그럴듯합니다.

이제 먹선을 넣어줄 차례인데 패널 라인이 좀 너무 흐릿하더군요.
그렇다고 패널 라인을 정성스레 다 깊이 파주자니 RG 그 조그만 것이 패널 라인은 또 무지 많잖아요?
도색을 전제로 할 경우 패널 라인 파다가 삐끗 실수하더라도 어떻게든 감출 수 있겠지만
무도색으로 하려니 패널 라인 파주기 작업의 리스크가 너무 커서 생략했습니다.

먹선은 타미야 패널 라인 액센트 컬러로 흘려넣었고요.
흰색 바탕엔 회색 패널 라인 액센트 컬러를, 노란색과 빨간색 바탕에는 갈색, 그 외에는 검정색으로 넣었습니다.
삐져나온 부분은 가이아노츠 피니시 마스터에 에나멜 신너를 찍어서 지워줬습니다.
먹선작업 후 지저분해진 표면을 닦는 데는 연필지우개가 괜찮다는 제보를 받아서 시도해 보니 정말로 좀더 깨끗해지는 느낌이었고요.


RG는 역시 패널 라인이 좀 과한 면이 없지 않네요.
먹선 작업에만 하루에 한두 시간씩 꼬박 일주일 걸렸습니다.
저도 패널 라인 좋아하는 편이지만 RG의 패널 라인 밀도는 제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수준보다도 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데칼은 킷에 동봉된 테트론 재질의 리얼리스틱 데칼 대신에 모델링홀릭 습식데칼을 사용했습니다.


패널 라인이 워낙 많다 보니 크기가 큰 마킹 데칼의 경우 패널 라인에 걸쳐있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데칼에 마크 소프터를 발라 패널 라인의 굴곡에 밀착시킨 후에 패널 라인을 따라 아트 나이프로 데칼을 재단해줬습니다.


마감은 가이아노츠 EX 플랫 클리어로 무광마감했는데요.
어드밴스드 MS 조인트의 폴리 프로필렌 재질 부분은 도료나 마감제가 잘 안 먹습니다.
그래서 피니셔즈 멀티 프라이머를 일단 뿌려준 후에 무광 마감제를 올렸고요.
가조립만 하다가 데칼이 예쁘게 올라간 무광무광한^^ 표면의 느낌을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데, 왠지 뿌듯하면서 각별하더군요.

투자 대비 효율만 놓고 비교하자면 모형 키트를 조립하고 개조하고 도색하는 것보다
중국 아줌마 장인^^의 손으로 완성된 완성품을 구입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죠.
하지만 뭔가 나의 노력을 통해 건프라가 차근차근 완성돼가는 재미와 결과물에 대한 보람? 이런 맛에 모형 제작을 하는 것 같습니다.
풀 도색도 아니고 기본적인 먹선 데칼 마감 작업이었지만, 오랜만에 해보니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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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1. 21:14

어와나 그랑 프리 (Awana Grand Prix) 자동차 제작

아들내미 학교에서 '아빠 캠프'라는 행사의 일환으로 나무를 깎아서 자동차를 만들고 경주하는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속도경쟁만 하는 거라면 스피드에 올인해서 아무렇게나 만들겠지만 디자인 부문에도 시상을 하기 때문에 예쁘게 만들어야 합니다.
프라에서 손 놓은 지 어언 5년이 넘었지만 그래도 나름 모형에 손 대봤다는 인간으로서 허투루 대충 만들 수 없죠.
그렇게 다시 바람붓을 잡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목각 자동차 경주는 어와나(Awana)라는 개신교 아동선교단체에서 많이들 하고요,
인터넷에서도 Awana Grand Prix로 검색하면 많은 자료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재료는 아래 사진과 같이 심플하고요. 저 나무토막을 깎고 다른 재료를 붙이고 해서 자기가 원하는 디자인의 자동차를 만든답니다.

아빠캠프의 테마가 '아빠 냉장고를 부탁해'였기 때문에
저희는 냉장고를 부탁해 프로그램에 나오는 셰프 유니폼을 디자인 모티브로 하기로 했습니다.

아래와 같이 대략적인 스케치와 상세 작업설계도를 그렸습니다.


일단 나무를 깎아야 하는데, 이쪽은 하는 방법도 모르고 공구도 없는 관계로 목공방에 의뢰를 했습니다.

그리고 180번 사포로 갈아내서 좀더 모양을 잡고, 400번 -> 600번 순서로 표면을 정리했습니다.
스카프를 상의에 고정하는 고리는 0.5mm 프라판을 휘어서 만들고 순간접착제로 붙였습니다.

이렇게 목재를 다뤄보니 플라스틱이야말로 정말 최적의 모형 소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됐는데요.

나무에는 나뭇결이라는 골치아픈 성질이 있더군요.
유니폼 옷깃 모양을 나타내는 패널라인을 파려고 해도 나무의 섬유가 결 방향으로만 쪼개지려고 해서 패널라인이 마구 망가집니다.
그리고 나뭇결 무늬 때문에 아무리 고운 사포로 사포질을 해도 표면이 매끈해지지 않고요.
나뭇결에 수직 방향인 표면은 액체를 너무 잘 흡수합니다. 도료를 그냥 쫙쫙 흡수해서 표면에 남아나지 않더군요.

목공의 '목'자도 모르지만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플라스틱 모형의 표면 정리 테크닉과 용품들을 무식하게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피니셔즈 멀티 프라이머를 뿌리고 그 위에 GSI크레오스 프라이머 서페이서를 올려줬습니다.

목재가 액체를 흡수하는 성질 때문인지 비싼 멀티 프라이머를 반 병이나 쏟아붓게 됐는데,

목재에는 액체 프라이머를 쓰면 안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서페이서를 뿌리면 사진과 같이 표면의 적나라한 나뭇결 무늬와 다 깨진 패널라인이 드러나게 되는데요.

피니셔즈 락카 퍼티를 전체적으로 바르고 사포로 다 갈아내고, 다시 프라이머 서페이서를 뿌렸습니다.

결국 다음과 같은 꽤 봐줄만한 매끄러운 표면을 얻기까지 상당한 노가다가 필요했습니다.

도색은 외관은 펄 화이트, 운전석은 검정, 바닥은 은색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펄 화이트는 피니셔즈 파운데이션 화이트 위에 GSI크레오스 문스톤 펄을 올렸는데요.
이 문스톤 펄이 그냥 순수한 하얀 펄이 아니고 약간 아이보리-베이지 느낌을 띄며 바탕의 흰색을 어둡게 톤 다운시키더라고요.
그냥 하얀 펄 느낌을 내려면 문스톤 펄이 아니라 동사의 다이아몬드 크리스털을 올려야 하나 봅니다.

나중에 유니콘 건담 만들 때 참고해야 할 듯...

운전석은 가이아노츠 미드나이트 블루, 바닥은 SMP 수퍼파인 알루미늄으로 칠했습니다.

그리고 차체 왼쪽에 마스킹 테이프 노가다로 셰프들 유니폼 왼팔에 있는 냉장고를 부탁해 엠블렘을 그렸습니다.

실물로 볼 때는 그럭저럭 괜찮아 보였는데, 사진으로 찍어보니 조금 허접하네요, 흐.

아들내미 이름과 번호를 데칼로 붙여주었고, 유광 마감을 해줬습니다.

원래는 GSI크레오스 수퍼클리어 III 마감제를 쓸 계획이었는데, 5년이라는 보관기간 동안 변질이 돼버렸더라고요.
다른 도료 구입 시 증정품으로 받았던 IPP 수퍼클리어가 있길래 그걸 사용했습니다.
차량용 맥과이어 얼티밋 컴파운드와 타미야 컴파운드 Finish로 열심히 문대서 광택을 좀더 내줬습니다.

운전기사 피규어와 스티어링 휠은 레고를 이용했고요.
유니폼의 검정색 스카프 부분은 아이가 갖고 놀던 검정색 플레이도우라는 지점토 같은 재료로 빚어서 붙여줬습니다.

바퀴도 마스킹 도색으로 휠 부분에는 프라이머를 뿌리고 가이아노츠 스타 브라이트 실버를 올려줬는데 좀 망쳤습니다.
타이어의 글자 부분은 플랫 화이트 에나멜을 붓에 묻혀서 강조해줬고요.

바퀴를 생각 없이 꼽으면 바퀴와 차체 간 마찰이 감속 요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플라스틱 파이프를 잘라서 차체와 바퀴 사이에 끼워줬습니다.
그리고 바퀴가 잘 돌아가도록 바퀴축을 전동 드릴에 꽂아서 돌리면서 사포질도 해줬고요.
바퀴와 축 사이에 흑연가루를 뿌리면 윤활제 역할로 좋다고 하여 집에 굴러다니는 2B 연필의 심을 칼로 긁어서 뿌려줬습니다.

그리고 바닥면에는 무게추를 붙여줬습니다.
동력이 없는 자동차이다 보니 비탈길에서 중력으로 가속해서 속도경쟁을 하게 되는데요.
가속과 속도 유지를 위해서 무게는 무거울수록 좋고, 무게 중심도 뒤쪽이고 낮을수록 좋나 봅니다.
하지만 150g이라는 계체량 제한이 있어서 최대한 150g에 가깝도록 무게 추를 붙여줬습니다.
실제 차량의 휠 밸런스 조정에 사용되는 쇳덩어리들을 순간 접착제로 붙여줬네요.

이렇게 해서 완성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아무런 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속도 경쟁은 무게중심과 공기저항을 속도에만 최적화해서 올인한 다른 자동차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고요.
너무 광택에만 집중해서 디자인이 너무 심플했기 때문인지 한 반에 3명씩 주는 디자인 상도 못 받았습니다.

디자인 상 심사위원들은 아마도 냉장고를 부탁해 셰프 유니폼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겠죠.


결국 이번 작업에서 남은 거라곤...

플라스틱이라는 재질의 우수성을 깨닫게 된 것과, 5년 동안 먼지만 쌓여있던 도색 용품들을 다시 꺼내는 계기가 된 정도 뿐이네요.


2016. 12. 5. 10:31

Synology NAS에 EBS 라디오 어학방송 녹음하기 2016년판

이 방법은 현재 DSM 6.1 이상의 OS를 사용하는 Synology NAS에는 적용할 수 없습니다. 현재 가능한 방법이 궁금하시면 ☞Synology NAS에 EBS 라디오 어학방송 녹음하기 2022년판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강대국들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한국 사람들에게 외국어란 평생 따라다니는 숙제 같은 것이죠.
독해, 문법은 한국의 주입식 교육으로도 그나마 좀 커버되는 편이지만...
말하기 듣기는 교습방법의 문제와 인도유럽어와는 전혀 다른 한국어의 특성이 맞물려서, 몇십년을 배워도 여전히 갈 길이 머네요.
말하기와 듣기 공부 삽질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효율적으로 하려면 잘 만들어진 시청각 교재와 강의가 필수적인데,
몇몇 Podcast들도 다운 받아 들어보고, 몇몇 인강도 둘러본 결과, 역시 EBS 교육방송만큼 좋은 강의를 찾기 힘들더군요.

EBS 라디오 어학강좌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20분 단위로 편성되어 있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방송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특히 오전 7시에 방송되는 '입이 트이는 영어' 강추합니다.
전국의 지하철 안내방송 성우를 담당하시는 Jennifer Clyde 씨가 진행하시는데,
지하철 자주 타고 다니시는 분이라면 친숙할 낭랑한 목소리가 귀에 쏙쏙 들어오고 내용도 참 알차답니다.

그런데 본방송은 무료지만 다시듣기는 유료(한 프로그램 당 매달 5천원 또는 모든 어학강좌 매달 2만원)라서,
본방을 놓쳤거나 복습을 위해 다시 들으려면 꽤나 부담됩니다.
어학은 반복학습(과 피드백이지만 피드백은 애초에 불가능하니...)이 생명인데 말이죠.

본방을 듣는 것도 스마트폰에서 스트리밍으로 들으면 20분짜리 방송 하나 당 20MB 정도의 모바일 데이터를 쓰게 되는데요.
무제한요금제 쓰시는 분께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께는 매일 듣기 부담스러울 수 있는 양입니다.
한국에서 파는 스마트폰은 FM 라디오 수신기가 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WiFi, 블루투스, FM이 한 칩에 들어있습니다)
FM 라디오 기능을 막아놔서 라디오 방송을 라디오로 못 듣고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들어야만 하는 뭔가 이상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해결책을 찾아 헤매던 중에 방송 스트리밍 데이터를 녹음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았고,
그 중에서도 제가 쓰는 Synology NAS를 이용해서 자동 녹음이 가능하다고 하는 방법들까지 발견했습니다.

제가 참고한 방법들은 다음 4가지 링크였는데요.


어디까지나 참고만 했을 뿐, 링크 글들을 그대로 따라하려니 여러 군데서 막히더군요.
일단 2016년말 현재 제 NAS의 OS(DSM 6.0)와 Debian chroot 버전에서는 잘 안 동작하는 명령들이 몇 가지 있고요.
링크들을 살펴보면 최초에 포고플러그용 녹음방식을 만든 분이 있었고, 그걸 Synology NAS에 끌어다 맞췄다는 내력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덕지덕지 끼워맞추느라 필요 이상으로 복잡해진 부분도 있고, Synology NAS에는 잘 안 맞는 부분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한동안 매달렸던 mount 문제가 알고보니 그냥 빼먹어도 되는 단계라는 걸 깨달은 순간의 허탈감이란-_-

이것저것 정말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좌절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와 끈기로다가 며칠 동안 연구하고 도전하고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드디어
'2016년말 현재 Synology NAS에 가장 최적화된 EBS 라디오 녹음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이제는 방송 시간만 되면 제 NAS에 자동으로 EBS 어학강좌가 녹음된 오디오 파일이 차곡차곡 쌓입니다.
굳이 정신 없는 출근 시간에 모바일 데이터 펑펑 써가며 들을 필요 없이, WiFi 되는 곳에서 다운로드 받아서 들으면 되고,
몇 달 지난 방송이라도 언제든지 반복해서 복습할 수 있습니다.

자동녹음이 되기 전에는 아침 6시 40분부터 8시까지 4개의 EBS 라디오 프로그램만 들었었는데,
지금은 새벽 5시 50분 강좌와 밤 11시 방송 2가지까지 추가해서 도합 7개의 프로그램을 녹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제가 하루에 2시간 넘게 영어공부를 할 수 있을지는...
뭐 어차피 자동이니까 일단 그냥 녹음만 해둘 뿐이죠^^;;

Synology NAS 사용자분들 중에 저처럼 EBS 라디오 자동 녹음을 원하시는 분들께 도움을 드리고자 제 방식을 공유합니다.
필요한 스크립트 파일도 첨부했습니다.
어떻게 하는지 방법만 단순히 나열한다면 그대로 따라하기는 쉽겠지만, 몇 년 지나 환경이 변하면 또 어디선가 막히는 부분이 생길 텐데요.
그래서 직접적인 실행방법 설명에 앞서 왜 이런 작업들을 하는 건지, 어떤 단계들이 필요한지 배경 설명부터 좀 드리려고 합니다.
이걸 이해하고 숙지하셔야 혹시라도 잘 안 되고 막혔을 때 멘붕되지 않고 잘 해결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배경 설명
 

  1. 제가 아는 EBS 라디오 방송 stream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다른 분들의 참고 링크에서 많이 사용하시는 RTMP(Real Time Messaging Protocol)라는 형식의 stream은 URL이
    rtmp://ebsandroid.ebs.co.kr:1935/fmradiofamilypc/familypc1m 입니다.
    RTMP라는 프로토콜은 널리 사용되는 형식이 아니라 Adobe Flash Player를 위해 만들어진 형식이며,
    EBS 라디오의 RTMP 스트림에는 음성 용량의 네 배나 되는 쓸데없는 영상(강의 장면도 아니고 EBS 로고만 나옵니다)이 함께 들어있어
    오디오 트랙만 추출해서 일반적인 음악 파일 형식으로 저장해 주는 추가 작업이 필수입니다.

    RTMP 이외에 RTSP (Real Time Streaming Protocol) 방식으로도 스트리밍을 하는데,
    URL은 rtsp://ebsonairandaod.ebs.co.kr:554/fmradiobandiaod/bandiappaac 입니다.
    이 스트림에는 원래는 영상이 없었는데, 2017년 7월 24일 이후로 작은 용량의 영상이 추가됐습니다.

    위의 두 스트림은 EBS 공중파 FM 라디오와 동일한 내용의 스트림이고요, 그 외에 다른 RTSP 스트림이 하나 더 있습니다.
    rtsp://new_iradio.ebs.co.kr:554/iradio/iradiolive_m4a 인데요, 공중파 어학강좌의 재방송 위주인 인터넷 방송입니다.
    EBS 홈페이지나 EBS 반디 앱에선 공중파 FM 방송을 '책 읽어주는 라디오', 인터넷 방송을 '외국어 라디오'라고 부르더군요.
    외국어 라디오 스트림에는 영상따위 없이 음성 데이터만 들어있어서 부가적인 오디오 추출 작업 없이 저장만 하면 됩니다.
     
    영상을 받았다가 버리는 것도 귀찮고, 본방 스트림의 경우 2017년 7월 24일부터 음량이 급격히 작아진 관계로,
    저는 인터넷 외국어 라디오 재방 RTSP 스트림을 받습니다.
     
  2. RTSP 스트림을 파일로 저장하는 방법은 프리웨어인 Libav 프로젝트라는 것이 있습니다.
    Libav 프로젝트 도구 중 하나인 avconv가 영상과 음향 관련해서 변환하고 저장하고 이런 쪽 작업에 대해서는 거의 만능인 것 같더군요.
    NAS에 Libav 도구를 설치하시면 avconv 명령으로 RTSP 스트림 데이터를 받아 파일로 저장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말씀 드리면 다른 참조 링크들에서는 ffmpeg을 많이들 쓰시는데, 이 ffmpeg이 2011년 이후로는 avconv로 넘어갔습니다.
     
  3. 그런데 이 Libav 도구들은 Synology NAS용 프로그램들을 받을 수 있는 패키지 센터에는 없고,
    DSM은 Linux를 기반으로 Synology에서 여러가지로 고쳤기 때문에 호환성 문제로 그냥 무작정 설치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Debian chroot라는 패키지입니다.
    이것은 NAS에서 샌드박스를 지정해 놓고, 그 위에서 가상의 Debian Linux OS를 따로 돌리는 것 같은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NAS에 Debian chroot를 깔아서, 그 위에 또다시 Libav 도구들을 설치해서 돌리면 되는 겁니다.
     
  4. Debian chroot와 Libav의 설치, 그리고 그 외 몇가지 작업은 우리에게 친숙한 DSM의 Web GUI 환경만으로는 안 되고,
    NAS에 터미널 접속해서 커맨드 라인 인터페이스로 작업해야 합니다.
    그래서 NAS에서는 SSH(Secure Shell) 서비스를 활성화해놔야 하고, PC에는 SSH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깔아야 됩니다.
     
  5. 위와 같은 프로그램들을 잘 사용해서 방송을 녹음하면 오디오 파일이 생길 텐데요.
    그런데 이렇게만 하면 Synology의 대표적인 음악 플레이어 앱인 Audio Station이나 DS Audio에서는 이 파일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내부적으로 생성된 파일은 NAS의 미디어 색인 라이브러리에 자동으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거든요.
    이왕 NAS에 녹음을 하는 거라면 NAS의 미디어 색인 라이브러리까지 추가인식 시켜줘야 완벽한 해법이 되겠죠.
     
  6. 방송을 녹음해서 오디오 파일로 변환 저장까지 하고 라이브러리에 등록하는 방법까지 알았다 치죠.
    그런데 뭔가 빠진 게 있죠? 우리가 매일 시간 맞춰 NAS에 접속해서 녹음 시작하라고 명령하는 건 너무 귀찮잖아요.
    시간이 되면 알아서 예약 녹음이 되도록 자동화를 해줘야 합니다.
    여기서 첨부의 셸 스크립트 파일과 DSM의 '작업 스케줄러'가 필요하게 됩니다.
     

그럼 이제부터 위의 1~6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단계 별로 차근차근 자세하게 설명해 가겠습니다.
 
 

1단계. SSH 환경 셋업

이 단계의 목표는 위의 4번 항목입니다.
NAS의 파워유저시라면 SSH 환경 정도는 다 정비돼 있으실 테니 다음 단계로 바로 넘어가셔도 되고요.

일단 NAS DSM의 제어판 맨 아래의 '터미널 및 SNMP' 메뉴, '터미널' 탭에서 SSH 서비스를 활성화하셔야 합니다.
포트는 일반적으로 22번을 쓰게 되어 있는데요.
SSH는 해킹과 공격의 주된 타겟이라서, 저는 집에서만 접속하고 외부에서는 접속이 안 되도록 공유기에서 포트 포워딩을 하지 않았습니다.
피치 못하게 외부에서 접속해야만 한다면 외부에서는 22번이 아닌 10022라든가 22222번 같은 다른 포트로 보이도록 포워딩하는 것이 좋습니다.
SSH는 최초 녹음 세팅 단계에서만 사용합니다.
굳이 SSH를 계속 사용해야 할 다른 용도가 없다면(지금까지 안 쓰셨다면 앞으로도 안 쓰실 듯) 녹음 설정 후 다시 꺼놓으시는 게 보안 상 좋습니다.

이제 SSH 접속을 위해 PC에 SSH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되는데, PuTTY가 가장 널리 쓰입니다.
크롬이나 파이어폭스 웹 브라우저 이용자이시고, 한 번 쓰려고 SSH 프로그램을 설치하시는 게 꺼려진다면 FireSSH 플러그인을 쓰셔도 됩니다.
저는 크롬 앱스토어에서 FireSSH를 깔아서 사용했습니다.

자 이제 SSH로 NAS에 한 번 접속해 보시죠.
PC에서 SSH 클라이언트를 띄워서 NAS 주소 넣으시고, SSH 포트 넘버 넣으시고, 사용자 ID와 패스워드를 넣으면 되는데요.
SSH 설정화면의 설명에도 나오지만 SSH 접속 ID는 Administrators 그룹에 속한 사용자의 ID만 가능합니다.
맨 처음 접속하시면 무슨 키를 신뢰하겠냐느니, 저장하겠냐느니 물어볼 텐데, 그냥 그렇다고 대답하심 됩니다.

참조 글에서는 처음부터 root 계정으로 SSH에 접속하라고 했지만, DSM 버전 6.0에서는 그렇게 안 되더군요.
일단은 다른 사용자로 NAS에 SSH 접속 후, 터미널 상에서

  sudo -i

를 입력해서 root 권한과 환경을 얻어야 합니다(패스워드 재입력 필요).
보시면 명령 프롬프트가 root@ 로 시작하는 것으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은 요기까지. 다음은 Debian chroot package를 설치한 후에 진행하시죠.

 

2단계. Debian chroot 및 libav-tools의 설치

이 단계의 목표는 위의 2, 3번 항목입니다.
Debian chroot 패키지를 설치하려고 하는데, 패키지 센터를 아무리 뒤져봐도 그런 게 없죠? 패키지 소스를 추가해야 됩니다.
패키지 센터의 설정 메뉴 > 패키지 소스 탭의 추가 버튼을 누르시고, 이름은 대충 넣으시고
위치에 http://packages.synocommunity.com 을 입력하고 확인 버튼을 누르시면 패키지 소스에 추가됩니다.

Debian chroot를 설치할 디스크 볼륨은 녹음 파일을 저장할 공유 폴더가 있는 볼륨과 동일한 곳으로 정하는 게 약간 더 효율적입니다.
설치 볼륨의 선택은 패키지 센터의 설정 옵션 '일반' 탭 맨 위의 '기본 볼륨'에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일반 탭 맨 아래의 '신뢰 수준'이 'Synology Inc. 및 신뢰할 수 있는 게시자'로 돼있는지도 확인하시고요.

이제 패키지 센터에 '커뮤니티'라는 tab이 추가되고, 그 안에 Debian Chroot가 보입니다.
Debian Chroot의 설치 버튼을 클릭하면 Python 프로그래밍 언어도 설치해야 한다고 나오는데, 그러라고 허락하세요.
다른 Python Module이 이미 설치돼 있더라도 SynoComminity 것을 무조건 설치하더군요.
설치가 끝난 후 혹시라도 Debian Chroot가 '중지됨'으로 표시되어 있으면 작업 메뉴에서 '실행'을 꾹 눌러주세요.
여기까지 하면 패키지 센터에는 더 이상 볼 일이 없고, 이제부터는 SSH 터미널 상에서 작업을 하게 됩니다.

chroot는 관리자 권한으로만 실행 되니 터미널에서 sudo -i 해서 root 권한을 얻는 것 잊지 마시고요.
chroot 모드로 들어가는 command는 다음 둘 중에 아무 거나 입력하시면 됩니다.

  chroot /usr/local/debian-chroot/var/chroottarget /bin/bash
  /var/packages/debian-chroot/scripts/start-stop-status chroot

둘다 복잡하긴 마찬가지지만 shell의 경로 이름 자동 완성 기능을 사용하면 두번째 것을 약간 더 쉽게 입력할 수 있습니다.
Directory path를 다 칠 필요 없이 두어 글자만 치고 키보드의 tab 키를 누르면 자동 완성이 되니 편한 이용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chroot에 들어오셨다면, ☞Debian chroot 홈페이지☜에서는 다음과 같이 초기 setup을 하라고 조언합니다.
뭐, 따라해 주는 게 좋겠죠.

  apt-get update

라고 입력해서 업데이트하고,

  apt-get upgrade

업그레이드하고,

  apt-get install locales   dpkg-reconfigure locales

이렇게 언어/지역설정도 다운로드 받아서 설정합니다.
아래 그림과 같은 창이 뜨는데, en_US.UTF-8 UTF-8 항목에 커서가 있는 상태에서 space 바를 눌러 선택하고 Enter 치면 됩니다.
저는 혹시 몰라서 Enter 치기 전에 ko_KR.EUC-KR EUC-KR과 ko_KR.UTF-8 UTF-8 항목에서도 space를 눌러두었습니다.
그 다음 나타나는 창에서 default locale로 en_US.UTF-8 선택하시고 엔터 치시면 되고요.

 

  dpkg-reconfigure tzdata

이렇게 해서 시간대 설정도 Asia > Seoul로 맞춰두면 나쁠 것 없겠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Libav 도구들을 설치해야죠.

  apt-get install libav-tools

이렇게요. 설치할 때 계속하겠냐고 물어보면 'Y(소문자 y도 됩니다)' 라고 입력하고 엔터 치시면 됩니다.

이러고 나면 Debian chroot setup과 libav-tools 설치는 끝났고, chroot 상에서 볼 일도 다 봤으니

  exit

명령을 입력해서 DSM 환경으로 나옵니다.
exit 명령을 여러 번 입력하면 root 계정에서도 나가버리고, SSH 터미널까지 끝내버리니 exit은 한 번만 하시는 것 주의하시고요.
 

 

3단계. ebs_record.sh 업로드

일단 

ebs_record.sh
다운로드

 첨부파일을 받으셔서 NAS에 업로드하세요. 아무 폴더에나 올려놔도 됩니다.

저는 /volume1/music 밑에 갖다두었습니다.
Audio Station 등 음악관련 패키지를 깔면 music 공유 폴더가 자동으로 생기는 건 아시죠?
제 경우 music 공유 폴더를 디스크 볼륨 1에 만들었기 때문에 shell 상에서 경로가 /volume1/music입니다.
볼륨 2에 만드신 분은 /volume2/music이겠지요.

ebs_record.sh가 저 위쪽에서 얘기한 2번과 5번 항목의 일을 연속으로 실행해주는 바로 그 파일입니다.
Shell script라고 해서 shell 상에서 순차적으로 실행할 명령어들을 주루룩 적어놓은 텍스트 파일이고, 텍스트 편집기로 편집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분들의 참고 링크에도 보면 같은 이름의 파일이 있는데, 얼핏 비슷해보여도 중요한 알맹이가 다르니 혼용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특히 뭐가 다르냐면, 참고 링크의 ebs_record.sh 스크립트는 Debian chroot 상에서 돌아가고, 제 스크립트는 DSM에서 돌아갑니다.

참조 링크 내용들을 보면 DSM 상의 공유 폴더를 chroot 상의 작업 directory에 mount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directory 마운트 작업을 왜 그렇게 중시했는지 알려면 chroot 명령어의 원래 의미부터 이해해야 하는데요.
Debian chroot 상태에서는 /usr/local/debian-chroot/var/chroottarget이라는 복잡한 디렉토리가 루트 디렉토리 / 처럼 보이고,
그 아래의 directory에만 읽고 쓸 수 있지, NAS의 공유 폴더들에는 접근을 할 수가 없습니다.
또 반대로 Debian chroot의 경로도 File Station, Audio Station이나 여타 NAS 서비스에서는 안 보입니다.
그래서 chroot 작업결과를 공유폴더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공유 폴더가 마치 chroot 밑의 폴더인 것처럼 mount해줄 필요가 있었던 것인데요.

일단 mount 명령을 참조 링크에 나온 형식대로 써서는 DSM 6.0에서 안 먹힌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건 제가 나름 고생해서 mount 명령을 그냥 쓰지 말고 mount -o bind 라는 option으로 쓰면 된다는 사실은 알아냈고요.
NAS를 리부팅하면 마운트가 풀리기 때문에 NAS 리부팅 시 자동으로 마운트해주는 방법까지도 배웠습니다.
그런데 저는 chroot 상에서 스크립트를 돌릴 것이 아니라 DSM 상에서 돌릴 거라고 했죠?
생각해 보니 DSM shell에서는 chroot 작업 폴더도, 공유 폴더도 둘다 보이니 애초에 DSM script에는 mount 자체가 필요 없던 겁니다-_-

쓸데없는 잡설이 너무 길었는데요.
누군가 제 방식을 따라하다가 막혔을 때, 혹시라도 해결해보려다가 디렉토리 마운트에 시간을 허비하실까봐 노파심에 말씀 드렸습니다.
잡설을 시작한 김에 ebs_record.sh 파일 내용을 좀더 설명 드리겠습니다.

#!/bin/sh

 

PROGRAM_NAME=$1

RECORD_SECS=$2 

DEST_DIR=$3/$1`date +_%y%m`

 

RADIO_ADDR="rtsp://new_iradio.ebs.co.kr:554/iradio/iradiolive_m4a"

CHROOTTARGET=/usr/local/debian-chroot/var/chroottarget

TITLE=$PROGRAM_NAME`date "+ %Y.%_m.%_d."`

TEMP_AAC=/tmp/`date +%H%M%S%N`.m4a

FINAL_AAC=$PROGRAM_NAME`date +_%y%m%d`.m4a

 

chroot $CHROOTTARGET avconv -rtsp_transport tcp -i $RADIO_ADDR -t $RECORD_SECS -codec:a copy -vn -metadata title="$TITLE" -metadata date=`date +%F` $TEMP_AAC

 

if [ ! -d "$DEST_DIR" ] ; then

  mkdir -p "$DEST_DIR"

  synoindex -A "$3"

fi

mv $CHROOTTARGET$TEMP_AAC "$DEST_DIR/$FINAL_AAC"

synoindex -a "$DEST_DIR/$FINAL_AAC"


스크립트 파일의 위쪽 대부분은 단지 아래쪽에서 사용할 변수들과 파일이름 등을 지정하는 부분입니다.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중간쯤, chroot로 들어가서 avconv로 RTSP 스트림을 지정된 시간동안 녹음하라는 단 한 줄입니다.
EBS 스트림의 오디오 트랙은 AAC(Advanced Audio Coding)라는 방식으로 압축되어 있기 때문에 그에 걸맞는 .m4a라는 확장자로 저장합니다.

마지막 여섯 줄은 생성된 M4A 파일을 지정된 폴더에 지정된 이름으로 옮겨놓고, DS Audio 등에서 보이도록 등록해줍니다.
DS Audio에서 플레이하려면 저 위의 5번 항목에서 언급한 미디어 색인 등록이 필수적인데, synoindex 명령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건 다른 분들 링크의 스크립트에는 아예 없었지만, 제가 정말 열심히 NAS를 공부한 끝에 알아낸 거랍니다.
 
 

4단계. 녹음 테스트

지금까지의 모든 설정이 잘 됐는지 한 번 테스트해봅시다.
ebs_record.sh 안에서 chroot를 부르기 때문에 테스트에도 관리자 권한이 필요합니다.
명령 프롬프트가 root@ 로 시작하는지(sudo -i를 실행한 상태인지) 확인하시고요.
우선 SSH 터미널 상에서 ebs_record.sh 파일이 있는 경로로 이동합니다.

  cd /volume1/music

이 폴더는 사람마다 다르겠죠? 위 3단계에서 ebs_record.sh 파일을 넣어준 경로를 잘 써주시고요.

Linux 계열 OS에서 파일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파일에 먼저 실행권한을 줘야 합니다.

  chmod 777 ebs_record.sh

이렇게요. 여기서 777이라는 숫자는

잭팟

'모든 사람이 읽고 변경하고 실행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ebs_record.sh를 실행할 때는 3개의 매개변수를 써줘야만 하는데요.
첫번째는 방송 프로그램 제목(파일 이름), 두번째는 녹음할 시간(초 단위), 마지막은 저장할 폴더 이름입니다.

  ./ebs_record.sh xxx 30 yyy

라고 한 번 실행해 보시죠.
그러면 녹음을 하고 있다는 뭔가 복잡한 메시지가 30초간 화면에 표시됩니다.
끝난 후 현재 폴더 밑에 yyy/xxx_(4자리 년월)이라는 폴더가 생겼고, 그 속에 xxx_(6자리 날짜).m4a라는 이름의 오디오 파일이 생성됐고,
Audio Station이나 DS Audio의 재생목록 중 '최근 추가됨'에서 이들이 확인되고, 플레이했을 때 녹음된 방송이 잘 들리면 성공한 겁니다.

이러면 모든 준비가 완료됐고, 이제 DSM의 작업 스케줄러에서 시간 예약만 걸어주면 끝입니다.
테스트를 하고 나면 NAS의 미디어 라이브러리에 yyy/xxx_(년월)이라는 폴더와 'xxx (날짜)'라는 필요 없는 트랙이 추가돼 있을 텐데요.
모든 테스트가 끝난 후

  synoindex -D yyy   rm -rf yyy

해주시면 말끔히 정리됩니다.

만약 뭔가가 잘 안 됐다면 ebs_record.sh 실행 시의 오류 메시지를 찬찬히 살펴보시고,
위의 1 ~ 4단계 중 혹시 뭔가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 번 꼼꼼히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5단계. 녹음 시간 예약

이제 마지막으로 저 위 배경 설명 6번의 자동화 작업입니다.
참조 링크들을 보시면 Linux cron(crontab)을 이용하는 예약 녹음 방법이 나오는데요.
cron은 시간 예약 방식이 덜 직관적인 건 둘째 치고, NAS를 리부팅할 때마다 cron daemon을 다시 시작해줘야 한다는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불편하고 복잡한 cron은 그냥 잊어버리시고, DSM의 작업 스케줄러를 이용하시는 방법을 추천 드립니다.

NAS에 웹으로 접속하셔서 제어판을 보시면 아래쪽에 작업 스케줄러라는 것이 있습니다.
작업 스케줄러에서 생성 > 예약된 작업 > 사용자 지정 스크립트 메뉴를 선택하면 새 녹음 작업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작업 이름은 아무렇게나 쓰시면 됩니다. 그런데 한글은 안 되니 영어로 해주시고요.
사용자는 반드시 root여야 합니다. 바꾸지 마세요.

두번째 탭에서 시간을 예약하게 돼있습니다.
제가 녹음하는 7개의 방송은 모두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방송하니까 요일은 그렇게 설정하면 되고,
시간은 하루에 한 번, 방송 시작하는 시간을 써줍니다.

이제 마지막 탭에서 ebs_record.sh 명령을 써주면 됩니다.
위의 녹음 테스트 때와는 달리 절대경로를 다 써줘야 한다는 것, 주의하세요.
예를 들어 제가 입이 트이는 영어를 녹음할 때는

  /volume1/music/ebs_record.sh "입이 트이는 영어" 1200 "/volume1/music/Language/EBS 입이 트이는 영어"

이렇게 써줬습니다.

제 경우의 폴더 경로는 저렇지만, 여러분은 여러분만의 경로를 써주셔야 되겠죠.
따옴표를 쳐준 이유는 폴더나 파일 이름 중간에 빈 칸이 있기 때문이고, 빈 칸이 없다면 따옴표를 안 쓰셔도 됩니다.
주의하실 점 중 하나는 ebs_record.sh가 'EBS 입이 트이는 영어'라는 폴더는 만들어주지만, 그 위 경로는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즉, /volume1/music/Language라는 폴더는 원래부터 제 NAS에 있던 폴더입니다.

입이 트이는 영어의 방송 시간은 20분이라서 20 x 60 = 1200초를 써준 것이고요.
귀가 트이는 영어, POWER ENGLISH 같은 프로그램의 경우엔 길이가 19분 30초라서 1170이라고 써줬고,
포켓 잉글리쉬는 9분 30초짜리 방송이기 때문에 570을 써줬습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녹음할 방송 프로그램 하나마다 작업 하나씩 작업 스케줄러에 등록하시면 됩니다.
저는 6개의 방송을 녹음할 거라서 녹음 작업이 6개 등록되어 있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드 디스크 절전 모드 대책이 필요합니다.
위와 같이 설정하고 며칠 녹음했더니 가장 일찍 시작하는 프로그램 앞부분이 25초 가량 잘려나갔더라고요.
원인을 살펴보니 바로 하드디스크 절전(대기) 세팅 때문이었습니다.
HDD 를 20분간(시간은 제어판 > 하드웨어 및 전원 > HDD 대기 기능에서 변경 가능) 안 쓰면 절전모드에 들어가는데,
제 NAS는 개인용이라 새벽 6시에는 쓰는 사람이 없어 십중팔구 절전 모드인 겁니다.
제 NAS(DS213)와 HDD(WD Green 3TB)가 깨어나는 데 20초가 넘게 걸리기 때문에 앞부분 녹음이 날아갔던 것이죠.

 

저는 이 문제를 각각 5시 49분, 6시 39분, 22시 59분에 '깨어나는 작업'을 스케줄러에 등록해서 해결했습니다.
깨어나는 작업이라고 해서 별건 아니고 위와 같은 사용자 정의 스크립트 작업에 실행 명령으로 ls /volume1 이라고 써줬습니다.
디스크 볼륨 1의 폴더 리스트를 보이라는 명령인데, 봐줄 사람은 없겠지만 적어도 HDD는 깨어나겠지요.
저는 Debian chroot도 녹음 폴더도 볼륨 1에 있지만, 서로 다른 볼륨에 있다면 ls /volume1 /volume2 처럼 써주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 이제 다 됐습니다.
기다리시기만 하면 NAS가 방송을 자동으로 녹음해주고, Audio Station과 DS Audio의 최근 추가됨 리스트에 새로 녹음된 파일이 뜰 겁니다.
혹시 Audio Station에서 파일은 보이지만 폴더가 안 보인다면 File Station 등에서 폴더 이름을 딴 걸로 바꾸셨다가 다시 되돌리시면 될 거고요.

그럼 잘 들으시고 열공하세요~

2016. 4. 26. 17:31

아이폰 5s 쓰다가 갤럭시 S7 엣지로 갈아타고 느낀 점 8가지

저는 한국에 아이폰 3GS가 상륙한 이래 지금까지 계속 2년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사이에서 왔다갔다 해왔습니다.
이번에도 때가 된 관계로 또다시 안드로이드로 돌아왔네요.
넥서스 기기를 한 번 써보고 싶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갤럭시 S7 엣지로 바꿨습니다.

아이폰 탄생 벌써 9년, 안드로이드 탄생도 8년...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의 차이점 따위, 알 만한 분들은 벌써 다 아시는 해묵은 화제 아닐까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서로를 모방하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상향 평준화를 이뤄왔고, 이젠 이미 원숙기에 들어섰다고 보입니다.
예를 들어 '안드로이드 폰이 아이폰보다 크다'든지 '안드로이드는 버추얼 머신이기 때문에 느리고 배터리도 많이 먹는다'든지 하는 얘기는
이제 옛말이 돼버렸습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는 외형과 기능적인 면에서는 점점 서로를 닮아왔고,
이제는 근본적인 설계 사상이랄지 중심 철학만이 진정한 차이점으로 남은 것 같습니다.
안드로이드는 개방성을 추구해서 앱의 자유도가 높고 파일 관리나 꾸미기 기능 같은 것들이 편한 반면에 보안에 매우 취약하다든지,
아이폰은 심플한 아름다움을 중시해서 감각적으로 뛰어나지만
그 폐쇄성으로 인해 음악/동영상/문서 옮기기나 통화 녹음 등이 제약된다는 점 같은 것들 말이죠.
 
이미 저도 둘 사이에서 왔다리갔다리 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이미 여러 번에 걸쳐(☞링크 1☜, ☞링크 2☜, ☞링크 3☜) 써놓기도 해서,
이번에는 굳이 기변 소감 글을 쓸 건덕지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원숙기라고 여겼던 지난 2년 동안에도 변화들이 꽤 많았고, 이번에 제게 다시 새롭게 다가온 부분도 있어서,
또 한 번 느낀 점들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1.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폰을 새로 사면 제일 먼저 해줘야 할 일이 바로 폰 주소록(연락처 혹은 전화번호부) 데이터 옮기기죠.
예전에는 안드로이드 폰에서 아이폰으로 옮길 때나 그 반대일 경우나 모두 구글 주소록과 폰을 동기화 시키면 끝이었는데,
애플의 iCloud 도입 이후로 아이폰에서 안드로이드로 옮기는 방향은 그 방법으로는 안 되더군요.
점점 더 심해져가는 애플의 폐쇄성을 나타내는 단적인 예라고나 할까요?

iCloud 사이트에 접속해서, 주소록을 vCard 포맷으로 다운로드 받아서, 그걸 구글 주소록에 올려서, 안드로이드 폰에서 동기화해야 합니다.
자세한 방법은 ☞여기☜를 참고하시고요.

그런데, 보니까 갤럭시 S7에서는 구글 주소록을 거치지 않고 직접 아이폰에서 주소록은 물론 각종 데이터를 받는 기능이 있더라고요.
☞여기☜를 참고하시면 갤럭시 S7에 딸려온 USB 커넥터와 SmartSwitch 앱으로 데이터를 아이폰에서 갤럭시로 옮기는 방법이 나옵니다.
반대로 안드로이드에서 아이폰으로 옮기는 건 'Move to iOS'라는 전용 앱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안드로이드로 옮기고 난 다음에야 깨달은 사실인데, 크롬, 지메일, 구글 맵, 구글 드라이브, 구글 포토, 구글 나우, 스냅시드, 구글 킵 등등...
구글의 대부분의 앱과 서비스는 아이폰에서도 다 쓸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용으로 먼저 나오고 나서 1~2년 있다가 iOS로 나오기도 하는데,
아무튼 구글의 기본 정책은 자기네 모든 서비스를 iOS에서도 차별 없이 지원하는 것인 듯합니다.
 
반면에 안드로이드에서 쓸 수 있는 애플 앱이나 서비스는 거의 없죠.
갤S7에서 플레이 스토어를 검색해보면 위에 말한 'Move to iOS'와 Beats Pill+ 블루투스 스피커 컨트롤 앱만 나옵니다.
플레이 스토어에 애플 뮤직도 있다던데 이건 미국 스토어에만 있나 보네요.
아무튼 이 문제 때문에 안드로이드에서 아이폰으로 바꾸는 것보다 아이폰에서 안드로이드로 갈아타기가 좀더 힘듭니다.
애플이 하는 짓이 좀 얄밉네요.

 

2. 구글의 인공지능


구글의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알파고를 떠올리실 분들이 많겠지만,
저는 솔직히 이번에 구글 포토(Google Photos)의 인공지능에 더 깜짝 놀랐습니다.

사실 구글 포토가 나온 지 1년도 넘은 이제 와서 얘기하는 제가 시대에 좀 뒤떨어지는 것 같기도 한데요.
아이폰 쓸 때는 구글 포토는 안 써봤고, 그냥 아이폰과 iCloud에서 지원하는 기본 사진첩 기능만 썼더랬습니다.
그런데 ☞위 사이트☜에 나온 대로 아이폰에 있던 사진들을 옮기려는 목적으로 구글 포토를 처음 써봤는데...

사진 옮긴 다음날 완전 깜짝 놀라 자빠질 뻔했습니다.
사람 얼굴을 인식해가지고 사람 별로 앨범을 정리해놓지를 않나, 여행 가서 찍은 사진들을 알아서 날짜 별로 차곡차곡 앨범을 만들어놓고,
연사 사진으로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놓고, 지맘대로 파노라마 사진을 붙여놓습니다.

위의 건프라 앨범은 '로봇'이라는 검색어로 제 사진을 검색해서 만든 앨범이랍니다.
'건프라'라는 검색어는 아직 못 알아먹더라고요. 그래도 이 정도 정확도로 건프라 사진을 인식, 정리해주는 인공지능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사진 정리'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일단 사람이 생각할 만한 모든 것들을 인공지능이 다 알아서 자동으로 해주네요.

굳이 원본 사진 저장을 고집하지 않으면 용량이 무제한 제공되며, 아이폰, PC 등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지원 되니 다들 한 번 써보시기 바랍니다.
한두 가지만 더 욕심을 부린다면 SNS에 올리고 싶을 만한 잘 찍은 사진을 골라 추천해주고,
실수했거나 작품성이 떨어지는^^ 못 찍은 사진은 자동으로 숨겨주는 기능도 추가로 넣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네요.
 
생각해보면 구글 포토뿐 아니라 구글의 각종 인공지능 서비스 때문에 여러가지로 놀랄 만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아이폰 쓸 때 일이지만, 출장 갈 호텔의 예약 메일을 지메일로 받았었는데,
호텔을 구글맵으로 검색했더니 지도 화면의 호텔 자리에 떡하니 내 숙박 기간이 찍혀 있는 겁니다.

그리고 또 꽤 쓸만한 인공지능을 보여주는 구글 서비스로는 구글 나우(Google Now)가 있죠.
현재 위치에서 필요할 법한 정보들을 카드로 보여주는 서비스인데, 예를 들면 내일 비가 올 거라든지 갑자기 추워질 거라든지 미리 알려줍니다.
구글 나우 덕분에 우산을 챙겨서 낭패를 면한 경험이 안드로이드 폰으로 바꾼 한 달 동안에만 두 번이나 있었네요.

그리고 구글 나우에 뜬 뉴스 기사도 몇 개 읽다 보면 곧 제 관심사를 알아차려서 맞춤형 뉴스를 골라주기도 합니다.
제가 구글 계정에 직장 위치를 등록해두었기 때문에 평일 아침에는 회사까지 출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표시됩니다만...
일요일 아침에는 교회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교회 위치는 등록도 하지 않았는데 일요일의 제 위치를 기억해서 분석했다는 말이죠.
게다가 제 이동속도를 분석해서 차를 주차한 위치까지도 스스로 인식해서 기억해주더라고요.

그런데! 구글의 이 모든 인공지능 서비스는 모두 다 iOS용으로도 있습니다.
구글 나우는 앱스토어에서 Google 앱을 받으면 쓸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에서만 쓸 수 있는 구글 서비스라고는 구글 나우 온 탭(Google Now on Tap)이 거의 유일한데요.
아이폰에서 SIRI를 부르듯 안드로이드 폰의 홈 버튼을 꾹 누르면 인공지능이 현재 화면의 텍스트를 분석해서 관련 정보를 검색해주는 기능입니다.
그런데 확실히 아직은 좀 느리고, 머리가 나쁘고, 쓸모가 별로 없습니다.

기사를 읽다가 처음 들어보는 새로운 용어가 궁금해서 구글 나우 온 탭을 실행시켜 보면, 나우 온 탭 역시도 처음 듣는지-_- 인식을 못합니다.
한국어 인식이 서툴어서 그런가 하고 영문 웹 페이지에서 실행해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마도 아직은 장소 정보나 연예 스포츠 등 구글 나우에서 다루는 정보에 국한돼서 검색을 하는 것 같습니다.

구글 나우 온 탭의 검색 범위를 좀더 광범위하게 늘려주고, 인공지능을 좀더 향상시켜 주면 좋겠고,
추가로 텍스트뿐만 아니라 화면의 이미지나 현재 폰에서 플레이 중인 음악도 인식해서 관련 검색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구글 포토나 구글 고글(Google Goggles)의 기술력을 보건대 분명 몇 년 이내로 가능해질 것 같습니다.

결론을 정리하자면 구글 포토의 인공지능은 엄청 놀랍고,
그 외의 구글 서비스에도 가끔 깜짝깜짝하게 만드는 신기하고도 쓸만한 인공지능이 탑재돼 있지만,
그 중 안드로이드 전용 서비스는 별로 신통치 않고 대부분 아이폰에서도 다 누릴 수 있다는 겁니다.


3. 역시 한국 사람은 한국 폰?

☞지난 번 글☜에서 한국에서 점유율이 높은 안드로이드 폰이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유리한 점이 많다고 말씀 드렸죠.
크기가 커진 아이폰 6와 단통법을 계기로 국내 아이폰 보급률이 폭발적으로 증가해서 이 문제는 많이 완화되긴 했습니다.
그래도 아직 점유율은 안드로이드 폰이 더 높고, 국내 제작 앱들은 안드로이드 용이 더 잘 만들어져 있을 경우가 많긴 하죠.
 
그런데 한국에서 안드로이드 폰을 쓰기 좋은 이유가 점유율과 네트워크 효과 뿐만은 아니라는 걸 이제 와서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아 저는 정말 애국심 마케팅 이런 거 정말 극혐이고, 동생이 치킨집을 한다 해도 맛 없으면 다른 치킨을 시켜먹을 사람이라고 자부합니다만...
삼성과 LG도 아주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애플은 정말 한국 소비자들에게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이패드용 블루투스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iOS가 9.0으로 업그레이드 되더니 당황스럽게 블루투스 키보드에서 한/영 전환이 안 되는 겁니다.
기존에는 Command + space로 한/영전환을 했는데, 애플에서 그 입력 조합을 지 맘대로 Ctrl + space로 바꿔버렸다고 합니다.
문제는 비싼 돈 주고 산 제 벨킨 키보드에는 Ctrl 키가 없다는 거죠.

결국 편법으로 '고정키' 기능을 켜고 Alt 두 번 누르는 식으로 한/영 전환은 해결을 봤는데 이번에는 슬래시(/) 키가 안 먹네요.
웹 주소 입력할 때 / 없으면 안 되잖아요.
한/영 전환 키가 바뀔 것도 예상하지 못하고 제대로 호환 키보드를 못 만든 벨킨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일단 애플에 짜증도 나고 배신감도 느껴집니다.

애플이 한국 현지화와 한국 사용자들에게 신경을 별로 쓰지 않는다는 실례들은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아주 오래 전 피처폰 시절부터 전화 걸 연락처를 찾을 때는 키패드로 초성 검색을 하는 게 상식이었죠.
국산 안드로이드 폰은 예를 들어 '홍길동'에게 전화할 때 'ㅎㄱㄷ'에 해당하는 '846'을 키패드에서 누르면 홍길동 전화번호가 뜹니다.
아이폰 기본 전화 앱은 초성 검색을 지원하지 않고, 원칙적으로 전화나 문자 같은 시스템 서비스에는 일반 앱이 접근을 못하기 때문에
예전에는 탈옥을 해서 KuaiDial 같은 탈옥 앱을 깔아야만 했었죠.
그러다가 언제부터인지 앱스토어에도 다이얼+ 같은 초성검색/단축 다이얼 앱이 생겼더군요.

연락처 검색도 국산폰 주소록은 오른쪽에 인덱스가 ㄱㄴㄷㄹㅁㅂㅅ...ㅎ 이렇게 당연히 모든 한글 자음이 표시되는 반면에,
아이폰은 영문 알파벳 표시하느라 ㄱ·ㄹ·ㅅ·ㅊ·ㅍ 이렇게 띄엄띄엄 돼있어서 인덱스 활용도가 떨어집니다.
자음을 일정 간격으로 띄엄띄엄 표시하다 보니 한국인 성씨에 많은 ㅂ,ㅇ은 없고... ㄹ,ㅍ이 웬 말인가요-_-

그리고 애플 코리아의 악명 높은 A/S 정책은 뭐 굳이 제가 얘기하지 않아도 다들 아시겠고요.

또 외국에서는 아이튠즈가 음악 및 모든 미디어 컨텐츠 생태계의 중심이라지만... 한국에서는 단지 PC 동기화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애플 뮤직도 국내에서는 서비스를 하지 않죠.
한국에서 아이튠즈 스토어나 애플 뮤직으로 컨텐츠 장사를 하려면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있어서 안 한다고 들었습니다만...
해결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왜 못하겠습니까?
구글 플레이 스토어는 좀 비싸긴 하지만 한국에서 음원 외의 모든 미디어 컨텐츠를 다 팔고 있고,
법적으로 문제가 더 복잡할 듯한 삼성 밀크뮤직 같은 것도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요.
 
그 외에도 지금 제가 글을 쓰고 있는 티스토리 블로그 웹사이트도 사파리에서는 글을 못 쓰지만 갤럭시 인터넷 브라우저에서는 됩니다.

유저의 경험을 그렇게 중시한다는 애플이라는 회사의 제품에서 유독 한국 유저에 대한 배려는 모자라게 느껴집니다.
폰 제작사가 한국 회사라는 점도 있고 해서 여러 모로 안드로이드 쪽이 한국 현지화와 소비자 배려 측면이 훨씬 낫습니다.

한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진정 스마트폰에 가장 최적화된 한글 입력방식은 단모음 키보드입니다.
시프트키를 없애고 같은 키(key)를 두 번 누르는 방식으로 쌍자음과 ㅑㅕㅛㅠ를 입력할 수 있게 해서
입력 타수를 증가시키지 않으면서도 키 크기를 적당히 키웠습니다.
천지인이나 나랏글은 타수가 두 배 이상 필요하고, 한글 두벌식은 시프트 키를 너무 자주 누르게 되고 키가 작아서 오타가 더 잘 납니다.

이 좋은 단모음 키보드가 예전에는 안드로이드의 전유물이었고 아이폰에서는 못 썼더랬습니다.
예전에는 아이폰에서 단모음 키보드를 쓰려면 탈옥해서 유료 프로그램 YooKey Pro라는 걸 깔아야 했는데,
버그 투성이에 제작자의 유지보수도 개판이라서 저도 돈만 날리고 사용을 포기했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iOS 8.0 이후로는 굳이 탈옥을 하지 않더라도 무료 앱인 '단키'나 유료 앱 YomKey 등에서 단모음 키보드를 쓸 수 있습니다.
단모음 키보드 안 써보신 아이폰 사용자분들은 단키 한 번 깔아서 써보세요.
숫자/기호 입력 시에 자판을 바꾸지 않고도 키를 오래 누르고 있으면 해당 키 오른쪽 위의 숫자나 기호가 찍히는 것도 편리합니다.
 
안드로이드 폰으로 오니깐 단모음 키보드 종류가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하긴 한데요.
그 많은 키보드 중에 제 입맛에 꼭 맞는 완벽한 단모음 키보드는 없었습니다.
기능 면에서는 반츄 키보드가 최고이긴 한데, 업데이트가 안 돼서 최신 안드로이드에서는 키보드 전환 시 오류가 발생합니다.
삼성의 기본 단모음 키보드의 단점은 키를 꾹 눌렀을 때 기호가 입력되는 기능이 없다는 점입니다.
구글한글입력기는 스페이스 두 번에 마침표가 찍히는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고, 한영전환 칸이 추천단어 칸이랑 겹치는 등 버그가 많습니다.

결국 현재 Dynamic 키보드라는 걸 쓰고 있는데,
사전 기반으로 단어를 추천해주는 다른 키보드와는 달리 얘는 터치 위치 기반으로 가까운 글자를 추천해줍니다.
터치 실수로 인한 오타 수정은 잘 되지만, 아예 잘못 쳤거나 한글 키가 아닌 키가 터치됐을 때는 못 고쳐주는 게 아쉽더라고요.


 
4. 보안 문제

제가 막연하게 잘못 알고 있던 사실이 한 가지 있는데, OS의 보안성은 실제로는 안드로이드가 iOS보다 뛰어나다고 합니다.
안드로이드 보안의 문제는 안드로이드 OS 자체가 아니라 개방적인 안드로이드 생태계, 그리고 사용자에게 권한과 책임이 있는 구조 때문입니다.
 
안드로이드가 근본적으로 보안에 취약한 이유는 어딘가에서 주워온 앱도 막 깔 수 있고,
유저가 허락만 하면 앱들이 얼마든지 시스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디컴파일과 리패키징 같은 작업이 수월해서 손쉽게 악성 코드가 삽입된 짝퉁 앱을 제작할 수 있는 건 덤이고요.

반면에 아이폰은 iOS 자체는 안드로이드보다 보안에 취약한 부분이 많을지 몰라도
엄격한 애플의 심사를 통과한 앱만 앱스토어를 통해 설치할 수 있고, 각 앱은 자기에게 허락된 공간(샌드박스)을 벗어날 수 없으며,
설치된 앱은 숨길 수도 없고, 일반 앱이 전화나 문자, 스프링보드 같은 시스템 프로세스는 건드릴 수 없는 폐쇄적인 구조 때문에
보안성이 높다고 하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마트폰 바이러스의 절대다수가 안드로이드인 것도 당연합니다.
악성 코드 제작자를 도둑에 비유하자면 굳이 집안의 모든 문과 창문에 이중삼중 잠금장치가 돼있는 집(아이폰)에 침입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집주인 눈을 속이고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집(안드로이드)을 노리는 게 훨씬 쉽고 투자 대비 효율도 좋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사실 저도 뭐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있었지, 직접 당해보기 전까지는 피부에 잘 와닿지 않았습니다.
폰을 사고서 며칠 동안 이것저것 앱들을 깔아봤죠. 요상한 불법 앱들을 마구 깐 것도 아니고, 모두 구글 플레이 스토어 앱들 뿐입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침저녁으로 하루 두 번씩 폰에 모 게임의 플레이스토어 구매 페이지가 전체화면으로 뜨기 시작했습니다.
광고 앱 탐색 툴을 두 개나 돌려서 의심스러운 앱들은 가차없이 삭제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다음날 아침에도 또 광고가 뜨고...
정확한 범인은 밝혀내지 못했지만 도합 20개 넘는 앱들을 지우고 나서야 광고가 영원히 사라졌습니다.

뭐 이 정도 팝업 광고 쯤이야 큰 보안 위협은 아닙니다만,
2년 전 갤럭시 S3 쓸 때만 해도 이딴 식으로 집요하게 괴롭히는 앱은 없었는데 말이죠.
요즘은 세상도 점점 험악해지고, 악성 코드의 수법들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보안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앱들의 행동범위가 아주 자유롭고, 그것을 오로지 사용자의 선택에 맡기는 안드로이드에게는 보안이야말로 최대의 약점이라고 생각 됩니다.
근본적으로 이런 개방적인 구조가 전문가 집단이 아닌 일반인들의 개인정보를 담고 다니는 스마트폰 OS로 사용되면 안 되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안드로이드 외에 iOS에 필적할 만한 사용성과 생태계를 갖고 있는 스마트폰 OS의 다른 대안이 없죠.

스마트폰의 보안 관련한 지식이 부족한 사용자들은 안드로이드 폰보다는 애플이 보안을 책임지는 아이폰을 선택하시는 게 안전하겠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안드로이드를 선택한 유저라면 본인이 폰의 보안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조심 또 조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튼 자유도가 자랑인 안드로이드인데, 앱의 자유도 때문에 유저는 자유롭게 앱을 설치할 수 없다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네요.

안드로이드의 기본 보안 수칙은 다들 아실 겁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앱' 설치를 꺼놓고, 문자 메시지의 링크는 클릭하지 않으며, 백신을 설치해서 종종 검사해보는 등등 말이죠.
제가 이번에 추가로 뼈저리게 느낀 것은 안드로이드에서 앱을 설치할 때는 권한 확인이 필수라는 점입니다.
플레이스토어에서 앱 설명의 맨 아래에 보면 '권한 정보'를 열어볼 수 있습니다.

SMS 메시지 전송, 전화번호 자동 연결, 주소록 수정, 완전한 네트워크 액세스, 시작할 때 실행, 다른 앱 위에 그리기 같은 위험한 권한들을
그런 권한이 그다지 필요할 것 같지 않은 용도의 앱이 요구하고 있다면 안전을 생각해서 설치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최신 안드로이드에서는 앱 권한의 개별 설정이 가능하나,
의심스러운 권한을 많이 요구하는 앱을 굳이 깔고서 권한을 하나하나 막을 게 아니라 아예 깔지 않는 게 현명하겠죠.

통신 사용량 확인 앱으로 유명한 도*폰이라든지, TV 광고도 했던 중국산 3*0 시큐리티 앱이라든지
앱 용도와는 관계 없을 것 같은 위험한 권한들을 지나치게 많이 요구하길래 꺼림찍해서 안 깔았습니다.


5. 각종 편의 기능

저를 포함해서 휴대폰을 시계 대용으로 쓰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갤럭시 S7에서 처음 도입된 AOD (Always On Display)는 대놓고 폰을 시계로 쓰라는 기능입니다.
꺼진 폰에서 아무런 조작도 할 필요 없이 시간과 달력을 항상 보여주는 게 생각 외로 편했습니다.
배터리가 더 빨리 닳기도 하고, AMOLED 디스플레이가 번인 될까봐 살짝 불안하기도 하지만요.

그리고 갤S7 발매 초기 한정으로 무선 충전기 초특가 이벤트가 있어서 낼름 구매했는데, 편하더라고요.
사무실에서 왔다갔다 할 일이 많은 날, 유선 충전기라면 귀찮게 꼽았다 뺐다 할 상황에서 무선 충전기는 위에 올려놓기만 하면 되니 좋더군요.

예전에는 평상시 다닐 때 왼쪽 주머니에 폰, 오른쪽 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다녔는데, 이제는 삼성 페이 덕분에 지갑을 안 들고 다녀도 됩니다.
거의 모든 카드 결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고, 교통 카드 기능도 집어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 페이 사용 팁이 하나 있는데, 카드를 긁는 정면 방향이 아니라 카드 단말기의 옆면 방향에 폰 뒷면이 닿도록 대어야 인식이 더 잘 됩니다.
이걸 몰라서 제 뒤로 열댓 명이 줄 서 있던 한강둔치 편의점에서 계산할 때 인식이 안 되어 진땀 뺐네요.

그리고 기어 VR도 싼 맛에 구해서 사용해봤는데, 렌즈의 색수차 문제, 도트가 튀는 해상도 문제, 컨텐츠 부족 문제 등이 있긴 하지만,
'버추얼 리얼리티란 이런 것이다' 하는 것을 체험해보기에는 훌륭히 제값을 하는 것 같습니다.

뭔가 음악을 듣고 싶은데 폰에 저장된 음악은 너무 많이 들어 질렸을 때 밀크 뮤직도 꽤 괜찮고,
방수 기능도 평상시에는 별 필요가 없겠지만 워터파크 등에 놀러가서 폰을 들고 다닐 때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멀티 윈도우 기능도 앱 간에 텍스트 복사를 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 등에서는 꽤 편리하더군요. 지원하는 앱이 적어서 그렇지...

이런 자잘한 편의 기능들과 주변기기들은 하나하나 낱개로 따져보면 굳이 '어머 이건 꼭 사야 해' 하는 생각이 들게 하지는 않지만,
있다가 없으면 왠지 아쉬워지는 그런 부류죠.
그런데 이런 부류들이 여러 개가 쌓이고 쌓이면... 나중에 저 기능들이 없는 기기로 갈아탈 때 무지 허전할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 좋은 점만 얘기했는데... 지문 인식 기능은 화면 잠금해제뿐 아니라 삼성 페이, 각종 웹사이트 로그인까지도 지원되는 부분은 좋지만
정작 중요한 지문 인식률이 안 좋습니다.

아이폰은 지문인식 도입 최초 모델인 5s도 (손이 물에 젖지만 않았다면) 백발백중 지문인식에 성공하는데...
갤럭시는 S5 이후로 지금까지 수많은 지문인식 모델을 만들어 왔음에도 손가락 각도가 안 맞거나 피부가 건조하면 지문 인식에 실패합니다.
그래서 처음에 지문을 등록할 때는 지문을 최대한 여러 각도로 돌려가며 찍어줘야 됩니다.
물론 아이폰은 지문 등록할 때 돌려찍어줄 필요도 없으며, 잠금해제 시에 손가락을 180˚ 거꾸로 찍어도 인식에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갤S7은 잠금 해제 시 지문 인식에 다섯 번 실패하면 30초를 기다리게 만들어놨는데요.
지문 인식률 안 좋게 만든 건 삼성의 잘못인데, 왜 유저에게 이런 불편을 전가하는 걸까요?
이 화면을 하루에 한 번 이상 꼭 보는 것 같은데 좀 짜증 납니다.


6. 엣지 디스플레이

제가 갤럭시 S7 일반 모델이 아닌 S7 엣지를 선택한 이유는
더 큰 화면도, 더 큰 배터리도 아니고 단지 엣지 디스플레이가 신기하고 예쁘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후회하고 있습니다.

갤럭시S6 엣지에 비하면 팜 리젝션이 개선됐다고는 하는데, 여전히 불편함이 느껴집니다.
폰을 손에 쥐고만 있어도 갑자기 화면 가장자리의 손바닥 닿는 부분에 있는 앱이나 버튼이 실행될 때도 있고,
스크롤하다 보면 가끔 반대 방향으로 (고속으로-_-) 스크롤돼버리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것도 손바닥 터치 인식 관련 오동작입니다.
그 반면에 오히려 화면 가장자리 쪽에 있는 걸 의도적으로 터치하려고 해도 팜 리젝션 때문에 터치가 씹히는 불편도 있습니다.

아니 정말로 폰 양쪽 가장자리 모양을 보면 폰을 쥔 손바닥과 모든 손가락들이 다 닿을 수밖에 없게 만들어진 디자인인데,
온갖 경우를 다 고려해서 엄청나게 잘 짜여진 팜 리젝션 알고리즘이 아니고서야 터치 인식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지문인식도 그렇고, 엣지 디스플레이도 그렇고 완벽하게 자신 있는 해결책을 마련하기 전에 일단 넣는 데 급급했다는 인상입니다.
그렇다고 짜증 나서 못 쓸 정도로 형편없는 것은 아니고,
저 두 기능 모두 잊을만 하면 한 번씩 오류가 발생하는 정도로, '만족스럽다'는 수준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랄까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짜증 나는 것이 액정보호필름입니다.
저는 갤7엣지가 발매된 주에 구입했는데 당시에는 선택할 수 있는 액정보호필름 종류가 많지 않더라고요.
'힐링 쉴드'라는 메이커의 우레탄 필름을 붙였는데, 붙인 첫날부터 가장자리 부위가 들뜨고... 딱딱한 물체에 접촉하면 찍힌 자국이 남더군요.
액정이 보호되는지 어떤지는 둘째 치고, 점점 늘어나는 찍힌 자국과 가장자리에 낀 먼지들 때문에 미관상 매우 안 좋습니다.

우레탄 필름은 이런 단점이 있는 반면에, PET 필름 같은 딱딱한 필름들은 기포 없이 곡면에 잘 붙이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더군요.
액정보호필름의 미관과 스크린 유리의 보호를 생각한다면 엣지 디스플레이는 좋은 선택은 아닌 듯합니다.

엣지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고유 기능으로는 가장자리에서 꺼내올 수 있는 엣지 패널이 있는데요.
뭐 잘 쓰기만 하면 괜찮은 기능이기는 한데, 생각해보면 굳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아니라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왜 굳이 평면형 갤럭시 S7에서는 이 기능을 뺐을까요?
그 외에도 엣지 정보 모음, 엣지 라이팅, 그리고 야간 시계 기능이 있는데, 그다지 활용도는 없습니다.

엣지 디스플레이의 장점은 '있으면 괜찮지만 딱히 없어도 크게 아쉽지는 않은' 부류임에 비해,
두 가지 단점은 꽤 불편하거나 어쩌면 치명적일 수도 있습니다(엣지 디스플레이 파손 시 수리비가 40만원이 넘는다나요).
그런데 저보고 또다시 갤럭시 S7과 갤럭시 S7 엣지 사이에서 골라보라고 해도... 또 고민할 것 같습니다.
앞뒤 곡선을 살린 왠지 미래지향적인 엣지 디스플레이 디자인... 요게 제 취향에 딱이라서 포기하기 쉽지 않거든요.


7. 기타

갤럭시 S7 엣지와 안드로이드에는 위에 언급한 것들 외에도 자질구레한 문제점들이 꽤 있긴 합니다.

갤럭시 S7/S7 엣지 출시 초기에 많은 논란이 됐던 카메라 상 왜곡 문제가 있죠.
전문용어를 동원하자면 화면 중심부에서는 핀쿠션 디스토션이, 바깥쪽에서는 배럴 디스토션이 나타나서
화면을 가로지르는 직선 형태가 있을 경우 사진에 구불구불하게 찍히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꽤 거슬립니다.

삼성에서 부랴부랴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왜곡 보정 옵션을 넣어주기는 했는데요.
카메라 설정의 '형태 보정'이 바로 이 현상을 보정하는 옵션입니다.
아래 사진의 왼쪽이 왜곡 보정 옵션을 끄고 찍은 사진이고, 오른쪽이 켜고 찍은 사진입니다.

문제는 보정이 기본 카메라 앱의 정지사진에만 적용되고, 동영상이나 서드파티 카메라 앱에는 여전히 구불구불 왜곡이 남아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뭐 폰 카메라는 자주 안 쓰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지만 폰 카메라를 많이 활용하시는 분들은 구입 시에 반드시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두운 곳에서 촬영할 때의 속도와 화질이 크게 발전 됐다고 하던데, 그 역시도 폰 카메라는 자주 안 써서 잘 모르겠습니다^^;;

갤럭시 S6에서는 쓸 수 없던 외장 MicroSD 카드 슬롯을 추가해준 것은 좋으나... 실사용 시에 약간의 불편 사항이 있는데요.
어떤 앱들은 외장 SD 카드에 접근을 못하거나, 외장 SD 카드에 쓰려고 할 때 권한 설정이 필요하거나, 최근 폴더 위치가 리셋되거나 합니다.
이런 불편 해결을 위해 SD카드를 내장 메모리처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제가 ☞별도의 글☜에 정리해놨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배터리 용량이 3600mAh나 돼서 내심 배터리 사용 시간에 기대를 했습니다만... 확 와닿을 정도로 오래 가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전에 쓰던 아이폰 5s의 1570mAh에 비해서 용량은 두 배 넘게 커졌는데,
제대로 측정한 건 아니지만 배터리 지속시간은 1.5배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하긴 화면 크기만 해도 4인치에서 5.5인치로 1.89배나 더 넓어진 데다가
기본적으로 안드로이드가 iOS보다 이것저것 배터리를 더 먹는 걸 고려하면 1.5배만 돼도 감지덕지죠.
아무튼 아이폰 5s보다는 확실히 길고, 충전 없이 하루는 여유 있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주변기기 관련해서 아이폰에서는 에어플레이 기능으로 거의 모든 음악 앱에서 야마하 AV 리시버로 음악 출력이 가능했는데,
갤럭시는 그런 게 안 되고 야마하제 앱에서만 가능하네요.
역시 주변기기는 아이폰이라는 것 다시 한 번 절감했고요.

안드로이드에 대해 얘기하면서 파편화(fragmentation)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데요.
하드웨어도 천차만별이고 OS 버전도 제각각인 3만 종류쯤 되는 모든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하나의 앱이 완벽하게 동작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죠.
그래서 안드로이드 용 앱은 개발에 인력과 비용도 많이 들고, 어쩔 수 없이 iOS용보다도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건 개발자에겐 엄청난 문제일 것 같은데, 사용자 입장인 저로서는 간간히 마이너한 버그가 보일 뿐, 솔직히 그다지 문제가 와닿지는 않더군요.
어쩌면 제가 파편화 문제를 잘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성능이 많이 필요하고 최적화가 중요한 게임 같은 앱은 안 깔고
대형 앱 개발사들의 유명한 앱들만 사용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한 가지, 갤럭시 S7 엣지는 안드로이드 점유율 1위 스마트폰 회사의 플래그쉽 기종이기 때문에
앱 개발사들이 우선적으로 동작과 호환성 테스트를 이 폰을 가지고 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요.


8. 결론

지금까지 계속 왔다갔다 해봤지만, 역시 제 취향에는 안드로이드가 딱인 것 같습니다.
저는 아름다운 구속(아이폰)보다는 미숙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안드로이드) 쪽이 끌린다는 걸 재차 확인했네요.
안드로이드가 2% 부족한 점이 있긴 하지만 고칠 수 있는 가능성과 개방성이 있잖아요.

아이폰이 아무리 예쁘고, 조작감이 손에 착착 감기며, 어떤 사회적 지위를 상징해준다고 해도 그건 '있으면 좋은' 속성이지,
'필수불가결한' 속성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제약되고 구속되고 금지된 게 많아서 저는 답답할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예전에 아이폰 쓸 때 드랍박스에 저장된 문서를 구글 드라이브로 옮겨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아 근데 아이폰에서 이게 될 것 같은데 안 되더라고요.
결국은 데스크탑 PC에서 옮겼는데요.
안드로이드로 와 보니까 ES 파일 탐색기 앱에서 드랍박스랑 구글 드라이브 등록해 놓고 아주 쉽게 폰 안의 파일 옮기듯이 왔다갔다 할 수 있더군요. 

자유도로 따지자면 탈옥 아이폰이 대안이 될 수도 있겠지만, 탈옥 앱들의 완성도나 안정성은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앱스토어나 플레이스토어에도 완성도 떨어지는 앱은 많지만, 상위권들끼리 비교할 경우 정식 등록 앱과 탈옥 앱은 비교할 차원이 못 되죠.
탈옥 사용자는 iOS 새 버전이 나오더라도 탈옥 툴이 나오고 탈옥 앱들도 안정화될 때까지 기다려야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고, 
제 경우는 이런 모든 관리가 귀찮고 정신적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관계로 포기하고 순정으로 다시 투옥됐더랬습니다.

반면에 갤럭시 S7의 UI 상의 약간의 짜증이나 가끔 한 번씩 리부팅 되는 불안정성 정도는 저로서는 감수할 수 있는 불편입니다.
지문 인식이 잘 안 되면 손가락에 입김 불어가며 정자세로 정성 들여 다시 지문 찍으면 되고 말이죠-_-
보안이 불안하면 종종 백신 돌려보고, 위험한 앱이나 링크는 안 건드리며, 주의하고 조심하면 되고 말이죠.

제가 지난 번에 썼던 갤럭시 S3는 확실히 여러 모로 미숙한 제품이었음에 비해 갤럭시 S7 엣지는 제품 자체도 완성도 있게 잘 나온 것 같습니다.
많이 광고했던 각종 잡다구리한 기능들이 별 쓰잘데기 없었던 갤럭시 S3에 비하면
갤럭시 S7의 편의기능들은 조금이나마 '실제로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고요.
하긴 S3와 S7 사이에 4번이나 세대교체가 있었는데 이 정도는 발전해줘야죠.

결론적으로 이번 갈아타기는 제게는 꽤 성공적이었던 것 같고 만족도가 높습니다.
2년 후에 또 폰을 바꿀 시기가 왔을 때도 아마도 안드로이드 폰을 다시 선택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혹시 모르죠.
다음번에 아이폰 8 쯤에서 엄청나게 획기적인 기술이 도입된다거나 공짜로 풀린다거나 하면 또 어떻게 될는지^^


2016. 4. 25. 08:39

갤럭시 S7에서 SD카드를 내장 메모리처럼 써봅시다.

갤럭시 S6에서는 없어졌던 외장 MicroSD 카드(이하 SD카드) 슬롯을 갤럭시 S7에서 되살려준 것은 좋으나... 실사용 시에 꽤 불편하더군요.
어떤 앱들은 외장 SD 카드에 아예 접근을 못하고, 어떤 앱들은 SD에 쓰려고 할 때 별도의 권한 설정을 요청하고,
또 어떤 앱들은 폴더 위치를 기억해줘야 편한데, 최근 폴더가 SD카드에 있을 경우 폴더 위치가 리셋되는 등 가지가지로 불편합니다.
예를 들어 구글 포토에서는 외장 SD카드의 사진을 수정할 수는 있지만 수정된 사진을 다시 SD카드에 저장하지는 못합니다-_-

제가 갤럭시 S3(젤리빈)를 쓸 때는 외장 SD카드를 내장 메모리와 차별 없이 자유롭게 쓸 수 있었더랬는데,
안드로이드 킷캣 버전부터 제약들이 좀 강화됐다더군요.
안드로이드에서 이렇게 SD카드를 차별하는 이유는 SD카드의 파일 시스템 포맷으로 FAT32를 많이 쓰는데,
상당히 오래된 이 포맷은 파일 권한설정 기능이 미비해서 보안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불편사항에 관한 사용자들의 원성이 컸는지
구글은 마시멜로 버전부터 Adoptable Storage라고 해서 외장 SD카드를 내장 메모리처럼 쓸 수 있는 기능을 넣어줬습니다.
그런데 삼성과 LG가 갤럭시 S7과 G5에서는 이 기능을 숨겨놨네요.
아마도 이 기능으로 인해 골치 아픈 고객 지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갤럭시 S7에서 외장 SD카드를 adoptable storage로 사용하고 싶으시면 ADB(Android Debug Bridge)를 통해서 명령을 넣어주면 됩니다.
이 방법의 최초 출처는 ☞MoDaCo☜라는 사이트입니다.
루팅할 필요도 없고, 본작업 자체는 되게 간단한데, 이게 준비과정이 꽤 복잡하더군요.
제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나 쉽게 따라하실 수 있도록 아래에 정리해 놨으니 원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SD카드를 Adoptable Storage로 변환하면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계셔야 합니다.
어쩌면 원하시는 결과가 아닐 수도 있거든요.

주의 사항 1. SD 카드를 폰에서 분리할 수 없음

SD카드에서 Adoptable Storage로 설정한 부분은 FAT32가 아닌 EXT4 형식으로 포맷되어 버리고, 암호화까지 되기 때문에
다른 기기에서 그 부분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만약 SD카드 전체를 adoptable storage로 할당해버리면
SD 카드를 이동식 디스크 개념으로 갤럭시 S7에 끼웠다가 PC에 끼웠다가, 디카에도 꼈다가 하는 식으로는 쓸 수 없게 됩니다.
이동식 디스크는 둘째 치고 SD카드를 갤S7에서 뽑는 순간 SD카드를 내장 메모리처럼 활용하던 앱들이 죽거나 바보가 될 겁니다.
(그럼 사람들이 다들 삼성 서비스 센터에 달려가거나 전화를 하겠죠? 삼성은 이게 두려워서 이 기능을 숨겼을 것 같습니다)

즉 adoptable storage를 적용하면 외장 SD카드를 갤S7에 그냥 계속 꼽아두고 쓰셔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SD카드의 데이터를 PC로 옮기고 싶다면 폰에 꼽힌 상태 그대로 폰을 USB로 PC에 연결하거나, AirDroid 같은 앱으로 WiFi로 옮겨야 됩니다.


주의 사항 2. 사용자 데이터는 외장 SD 카드에만 저장 가능

Adoptable storage를 적용하면 내맘대로 이 파일은 내장 메모리로, 저 파일은 SD 카드로 지정해서 저장할 수가 없게 되고,
미디어 파일과 사용자 데이터의 저장 위치가 외장 SD카드로 강제 고정돼 버립니다.

좀더 설명하자면 SD카드를 기존의 휴대용 저장공간으로 사용하면 갤S7에서 /storage/****-****(여기서 *는 랜덤한 16진수)라는 폴더로 보입니다.
제 경우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storage/29DD-4099라는 폴더였습니다.
그리고 공용 앱 데이터, 미디어 파일, 사용자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내장 메모리 폴더는 /sdcard(실제로는 /storage/emulated/0)였습니다.

그러니까 사용자 데이터 중 내장 메모리에 저장하고 싶은 것은 /sdcard 아래의 폴더에 넣으면 됐었고,
외장 SD에 저장하고 싶은 것은 /storage/29DD-4099 아래의 폴더에 넣으면 됐었습니다.

그런데 SD카드를 adoptable storage로 만들고 나면 /storage/****-**** 폴더가 사라져 버리고,
대신에 아예 /sdcard 폴더가 통째로 외장 SD카드로 들어옵니다(폴더가 드디어 제 이름을 되찾은 거죠^^).
사용자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위치가 하나로 합쳐져버리고, 내장 메모리에는 사용자 데이터를 저장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Adoptable storage의 이런 저장공간 할당은 게임처럼 용량이 큰 앱을 많이 설치하는 사용자나,
내장 메모리 두 배 이상의 대용량 외장 SD 카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적합합니다.
반대로 외장 SD 카드의 용량이 작은 동시에 사용자 데이터가 많다면 애로사항이 꽃피게 됩니다.
극단적인 경우 내장 메모리는 텅텅 비어있는데 사용자 데이터를 조그만 SD 카드에 쑤셔넣느라 매번 지우고 정리해야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SD카드를 adoptable storage로 사용하지 말고 기존 방식대로 휴대용 저장장치로 사용하는 것이 낫습니다.

위 내용을 인지하셨고, 불편을 감수하고도 외장 SD카드를 내장 메모리처럼 사용하길 원하신다면 아래 내용을 차근차근 따라 하시면 됩니다.
저는 어차피 SD 카드 뺄 일도 없고(갤럭시 S7에서 SD 카드를 빼려면 뾰족한 바늘 같은 게 필요한데, 생각만 해도 귀찮겠더라고요),
SD카드 용량도 128GB로 넉넉해서 adoptable storage를 바로 적용했고, 아직까지는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준비 1. PC에 ADB 설치

작업의 본게임은 명령 프롬프트 창에서 명령어 몇 줄만 쳐넣으면 되는데, 그걸 위한 준비가 좀 복잡합니다.
일단 PC에 ADB를 설치하는 것부터가 간단치가 않더군요.
ADB는 Android Debug Bridge의 약자인데,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안드로이드 폰을 PC에 연결해서 테스트할 때 쓰는 프로그램입니다.
ADB 최신 버전을 설치하시려면 Android 사이트에서 SDK(Software Development Kit)를 다운로드 받아야 합니다.
adbshell.com이란 곳에서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긴 하던데 저 사이트에는 구글 copyright 표시도 없고 왠지 좀 수상쩍어서 안 받았습니다.

일단 ☞구글 공식 Android 개발자 사이트☜에서 SDK Platform-Tools를 사용하시는 운영체제에 맞게 다운로드 받습니다.

예전에는 다운로드 받는 페이지도 다르고 설치 방법도 번거로웠는데,

지금은 그냥 Terms and Conditions에 동의하고 ZIP 압축 파일을 받은 후, 그냥 원하시는 directory에 옮겨놓으면 되더라고요.

그러면 ADB를 포함한 Platform-tools가 설치되며, 이제 1단계 준비 완료입니다.


준비 2. PC에 갤럭시 S7용 USB 드라이버 설치

폰과 PC를 연결하고 파일 전송을 하는 것은 삼성폰 전용 USB 드라이버를 따로 설치하지 않고 범용 USB 드라이버로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ADB 접속을 위해서는 전용 USB 드라이버를 설치하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알고 보면 정말 간단하고 당연한 준비 과정인데, 사실 제가 가장 많이 삽질-_-했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삼성폰 전용 USB 드라이버는 ☞삼성 공식 사이트☜에서 '통합 USB 드라이버'를 받아서 설치하시면 됩니다.
드라이버를 설치하실 때는 폰을 PC에 연결하지 않은 상태로 하는 것이 좋답니다.


준비 3. 갤럭시 S7의 디버그 모드 활성화

PC의 ADB로부터 명령을 받기 위해서는 갤럭시 S7 쪽에서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일반 사용자들이 막 개발자 모드에서 이상한 세팅 건드리고 하면 안 되니까 안드로이드 폰의 개발자 모드는 숨겨져 있는데요.
갤럭시 S7의 설정 맨 아래의 디바이스 정보 > 소프트웨어 정보 메뉴를 열어서 '빌드번호'란을 대여섯 번 탭하면 개발자 모드가 활성화됩니다.

그럼 이제 설정 페이지의 디바이스 정보 바로 위에 '개발자 옵션' 항목이 새로 보일 텐데요, 거기 들어가서 'USB 디버깅' 항목을 켜시면 됩니다.


준비 4. 외장 SD 카드 내용 백업

Adoptable storage로 만드는 과정에서 SD카드는 Linux EXT4 형식으로 다시 포맷되기 때문에 기존 데이터는 모두 날아갑니다.
중요한 데이터라면 작업 이전에 PC나 구글 드라이브 등에 옮겨놓도록 합시다.


자, 이제 준비를 다 하셨으면 본게임에 들어가볼까요?
준비 과정에 비해 본 작업과정은 너무나도 간단해서 좀 허무할 지경입니다.

1. 갤럭시 S7을 USB 케이블로 PC에 연결합니다.
만약 처음 연결한다면 아래와 같이 USB 드라이버 설치 화면이 뜹니다.
SAMSUNG_Android라고 써있는 저것이 ADB용 드라이버입니다.

아마도 폰에는 USB를 통한 디버깅을 허용하겠냐는 질문이 뜰 겁니다.
'확인'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2. ADB를 띄웁니다.
ADB는 윈도우 프로그램이 아니고 커맨드 라인 툴이기 때문에 먼저 윈도우에서 명령 프롬프트를 띄우셔야 합니다.
윈도우 시작 버튼을 누르고 '프로그램 및 파일 검색' 창 혹은 '웹 및 Windows 검색' 창에 'cmd'라고 치시든가,
'보조프로그램 > 명령 프롬프트' 혹은 'Windows 시스템 > 명령 프롬프트'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젠 ADB 설치 폴더로 이동하셔야겠죠?
제 경우 C:\Program Files (x86)\Android\android-sdk\platform-tools 폴더에 깔았기 때문에
  cd "C:\Program Files (x86)\Android\android-sdk\platform-tools"
라고 입력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adb shell
이라고 입력하시면 프롬프트가 바뀌며 갤럭시 S7에 명령을 입력할 수 있는 ADB Shell 모드로 들어갑니다.
프롬프트의 hero2는 갤럭시 S7 엣지의 코드네임이고, ltelgt는 예상하시다시피 LGU+ LTE 모델을 나타냅니다.
adb devices는 폰이 잘 연결됐는지 확인하는 command일 뿐입니다. 굳이 입력하실 필요 없습니다.


3. SD 카드의 ID를 알아냅니다.
SD 카드를 adoptable storage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대상 SD 카드의 ID를 알아내야 합니다. 위에서 언급된 29DD-4099와는 다릅니다.
ADB Shell에서
  sm list-disks
라고 입력하면 됩니다. sm은 Storage Manager의 약자인 것 같습니다.
제 SD카드의 ID는 'disk:179,0'이네요.

4. SD 카드를 파티셔닝합니다.
이것이 바로 갤럭시 S7의 외장 SD카드를 adoptable storage로 만드는 바로 그 단계입니다.
외장 SD카드 전체를 adoptable storage로 만들려면
  sm partition <DISK> private
이라고 입력하면 됩니다.
<DISK> 자리에는 위 3번에서 알아낸 SD카드의 ID를 넣으면 되며, 제 경우
  sm partition disk:179,0 private
이 되네요.

자, 이제 폰 설정화면 아래쪽에서 '저장공간' 메뉴를 열어 보시면
기존에 '휴대용 저장공간'으로 표시되었던 SD 카드가 '디바이스 저장공간' 안에 표시 됩니다.
용량은 좀 잘못 표시됩니다. 너무 놀라지 마시고요.
용량 표시 버그인 듯한데, adoptable storage를 공식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버그를 고치지 않은 것 같습니다.
  sm partition <DISK> mixed <비율>
처럼 입력하면 SD카드 용량의 일부는 휴대용 저장장치로, 일부는 adoptable storage로 쓸 수 있습니다. 제 경우
  sm partition disk:179,0 mixed 10
이라고 한다면 용량의 10%는 일반 SD카드가, 나머지 90%만 adoptable storage가 됩니다.

주의사항 1에서 얘기했듯이 폰에서 adoptable storage를 뽑으면 폰의 몇몇 앱이 오동작을 할 테니 어차피 휴대용으로 쓰기는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 mixed보다는 private을 추천합니다.
만약 adoptable storage를 원래대로 일반적인 휴대용 저장장치로 되돌리고 싶다면
  sm partition <DISK> public
이라고 입력하시면 됩니다.

5. 데이터를 이전합니다.
4단계까지만 했을 경우 SD카드를 adoptable storage로 선언만 한 것이고, 실제로 데이터를 저장하려면 /sdcard 폴더를 옮겨줘야 합니다.
이 작업은 당장 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장 메모리가 외장SD보다 훨씬 빠르니까 일단은 이 상태로 사용하시다가 내장 메모리 용량이 부족해지려 할 때 데이터를 이전하시면 됩니다.

설정 화면의 '저장 공간' 메뉴에서 SD 카드를 선택하고 오른쪽 위의 '더보기'를 탭하면 위 그림과 같이 추가 메뉴가 뜹니다.
여기서 '데이터 이전'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안드로이드가 앱 데이터, 사진, 음악, 동영상, 기타 사용자 데이터가 저장된 /sdcard 폴더를 내장 메모리에서 SD카드로 내보내 줍니다.
이 작업이 몇 분 걸리는데, 이게 끝나고 나면 정말로 외장 SD 카드를 내장 메모리처럼 쓸 수 있게 된 겁니다.


속도 비교

Adoptable storage는 파일을 AES 128bit 표준으로 암호화해서 저장합니다.
파일을 읽을 때마다 암호를 풀어야 하고, 쓸 때마다 암호를 걸어야 하고... 왠지 파일 읽고 쓰기 속도가 저하되지 않을까 걱정 되는데요.
확인을 위해 벤치마크도 돌려보고, 직접 파일 복사 시간도 비교해봤습니다.

A1 SD Bench라는 벤치마크를 돌려봤는데, 결과는 SD카드를 일반 SD카드로 쓸 때나 암호화된 adoptable storage로 쓸 때나 거의 같았습니다.
위 그림 중 왼쪽이 일반적인 휴대용 저장장치로 사용할 때, 오른쪽이 adoptable storage로 사용할 때입니다.
맨 윗 줄이 외장 SD카드의 속도이며, 읽기 속도 38MB/s, 쓰기 속도 18MB/s로 오차범위 수준 내에서 동일합니다.
즉, 암호화로 인한 속도 저하는 없습니다.

제가 사용한 SD카드는 삼성 MicroSD EVO 128GB 제품이었습니다.
현재 시판 중인 삼성 SD 카드는 속도와 내구성에 따라 EVO, EVO+, PRO, PRO+의 네 등급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싼 놈입니다.

어쩌면 싼 놈이라 원체 느려서 암호화에 의한 추가 속도 저하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장 비싼 PRO+라고 한들 EVO보다 읽기 속도 두 배, 쓰기 속도 네 배 빠른 정도입니다.
비싼 SD카드라도 암호화로 인한 속도 차이가 막 느껴지고 그러지는 않을 것 같네요.

그런데 실제로 파일 복사를 해보니 갤럭시 기본 파일 탐색기에서는 속도가 같았지만 ES 파일 탐색기에서는 adoptable storage 쪽이 느렸습니다.
큰 파일 하나를 옮길 때보다 작은 파일 여러 개를 옮길 때 차이가 더 확연했습니다.
파일 137개가 들어있는 1GB짜리 폴더 하나 복사하는 데 adoptable storage 적용 전에는 1분 37초, 적용 후에는 정확히 2분이 걸리더군요.
파일 암호화 자체는 문제 없는데, 앱에 따라서 ES 파일 탐색기처럼 adoptable storage에서 파일 열기 시간이 느려지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뭐, 이 정도 차이는 참아줄 만하네요.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 한 가지 있습니다.
위 벤치마크 결과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내장 메모리가 외장 SD카드 대비 8배쯤 빠릅니다.
Adoptable storage를 적용한 순간 내장 메모리의 /sdcard에 들어있던 파일들의 읽기쓰기 속도가 8배쯤 느려지는 겁니다.
/sdcard 폴더의 파일을 빈번하게 사용하는 앱이라면 adoptable storage 적용으로 성능저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내장/외장 용량 분배


주의사항 2에서도 언급했지만 adoptable storage를 사용하면 사용자 데이터는 무조건 외장 SD카드에 저장이 되고,
사용자가 내장 메모리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제한됩니다.
그래서 adoptable storage를 쓰다 보면 내장 메모리가 부족할 일은 별로 없습니다.


내장 메모리와 외장 SD카드 중 어디에 저장할지 사용자의 선택권이 있는 부분은 오로지 앱 설치 위치밖에 없는데요.
앱 실행속도 향상을 위해 앱 설치는 가급적이면 고성능의 내장 메모리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Clean Master는 새로 앱을 설치할 때 SD카드로 옮기라고 부추기던데, 내장 메모리가 가득 찬 게 아닌 이상 SD카드 설치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고성능의 내장 메모리는 팽팽 놀리면서 앱 실행속도까지 손해 보는 바보짓이죠.


그래도 게임 등 고용량 앱들을 많이 깔다 보면 내장 메모리가 가득 차버릴 수도 있겠죠.
그럴 경우 용량이 크고 속도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앱부터 외장 SD로 옮기시면 됩니다.
앱 설치 위치를 SD 카드로 옮기는 방법은 설정의 저장공간 메뉴에서 디바이스 저장공간 > 애플리케이션을 선택하셔서 앱 이름을 탭하시면
아래 그림처럼 저장 위치 변경 메뉴가 있습니다.

한 번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저장 위치 변경은 모든 앱이 가능한 것은 아니고,
시스템과 관련성이 적고 앱 제작사에서 SD카드 설치를 허용한 앱들만 가능합니다.
Adoptable storage 사용 시 내장 메모리와 외장 SD 카드 간에 저장 용량을 배분할 수 있는 방법은 이정도가 고작입니다.


원상 복구

위의 주의 사항에도 썼지만 adoptable storage가 모든 사람에게 맞는 방법은 아닙니다.
SD 카드를 이 기기 저 기기로 옮겨가면서 써야 하신다든지, 쓰다 보니 내장 메모리는 용량이 남아도는데 SD카드만 용량에 허덕인다든지,
아니면 SD 카드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거나 할 때는 adoptable storage를 원 상태로, 즉 휴대용 저장장치로 되돌려야 할 필요가 있겠죠.

원상 복구 시에도 외장 SD카드를 다시 포맷하기 때문에 데이터가 안 날아가게 주의하셔야 합니다.
다음 순서대로 따라하시면 무리 없이 원상복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1. 폰을 USB로 PC에 연결하든지 해서 /sdcard 폴더를 백업해 둡니다.
  2. SD 카드로 저장 위치를 변경했던 앱들을 모두 다시 내장 메모리로 복귀시킵니다. 내장 메모리 공간이 모자랄 경우 어쩔 수 없이 용량 크고 활용도 떨어지는 앱은 삭제하셔야 합니다.
  3. 디바이스 저장공간 사용량 + SD 카드 사용량이 디바이스 저장공간의 총 용량을 넘지 않도록 /sdcard의 사용자 데이터들을 지웁니다.
  4. 설정 화면의 저장공간 > 디바이스 저장공간 > 오른쪽 위의 '더보기' > 데이터 이전을 선택해서 /sdcard 폴더를 원래대로 내장 메모리로 옮깁니다. 사실 이 과정이 원상복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이것을 생략할 경우 /sdcard에 데이터를 저장해 놓은 일부 앱이 바보가 될 수 있습니다.
  5. 설정의 저장공간 > SD 카드 > 오른쪽 위의 '더보기' > '휴대용 저장공간으로 포맷'을 선택합니다.
  6. SD카드 포맷이 끝나면 1번 과정에서 백업했던 데이터 중 필요한 사용자 데이터를 SD카드로 다시 옮겨옵니다.



이상입니다.
갤럭시S7의 외장 SD 카드를 내장 메모리처럼 써보시기를 원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좀 되면 좋겠습니다.
LG G5 등 마시멜로가 적용됐으면서 adoptable storage를 지원하지 않는 다른 폰들도 유사한 방법으로 적용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2015. 12. 2. 18:34

헤드라이트 워셔 커버 DIY기

차의 헤드라이트 워셔 커버를 하나 분실했습니다.
그게 뭔가 하면 이겁니다.

차 앞유리(윈드실드)에 이물질이 묻었을 때 와이퍼 레버를 당기면 유리창에 워셔액이 분사되면서 와이퍼가 동작해서 닦아주잖아요?
독일제 차는 헤드라이트가 켜진 상태에서 와이퍼 레버를 당기면 헤드라이트 앞에 워셔 노즐이 튀어나와서 헤드라이트에도 워셔액을 뿌려줍니다.
다른 차에도 있나 하고 살펴봤더니만 신기하게도 독일 차에만 있더라고요.

얼마 전 유리창이 더러워서 어두운 데서 워셔액을 작동시켰더니만,
헤드라이트 워셔 노즐이 분사 후 원위치될 때 커버가 살짝 빠졌다가 운행 중에 떨어져 나간 것 같습니다ㅜㅠ

혹시라도 주차장 바닥에 떨어졌을까 싶어 주차장 바닥을 돌아봤지만 헛수고였고...
그날 운행했던 길을 되짚어 가며 뒤져 보는 것은 그야말로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일 듯, 일찌감치 포기했습니다.

서비스 센터에 문의해 보니 도색이 되지 않은 상태의 이 플라스틱 쪼가리 부품 가격만 35,000원이고,
차체색으로 도색하고 장착하는 데 도색비와 공임으로 112,000원을 더 달라고 합니다.
워셔 커버를 끼우려면 앞 범퍼 전체를 탈착해야 한다나 어쩐다나 하면서 말이죠.
도색도 안 된 손가락 두 개 만한 플라스틱 쪼가리가 35,000원이라니...
게다가 요따만한 거 칠하고 끼워 주는 데 11만원이나 받아먹다니...
안 그래도 폴크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태로 뒤숭숭한데 고객한테 이딴 폭리까지 취하다니... 영 맘에 안 듭니다.

그래도 제가 공대 출신에다가 나름 모델러^^;;잖아요?
왠지 괜한 객기가 동해서 부품만 사다가 에어브러시로 직접 페인트를 칠하고 조립해보겠노라고 결심했습니다.
지난 번에 범퍼에 흠집 생겼을 때 까진 부분 덮으려고 터치업 페인트를 이미 사놓았거든요.


그래서 일단은 서비스 센터에 부품만 사러 갔죠.
구입 당시의 부품은 회색 프라이머 서페이서가 뽀샤시하게 입혀져 있어서,
그 위에 바로 색조 페인트와 클리어 코트를 칠할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아쉽지만 그 상태에서 찍어놓은 사진은 없네요

그렇게 AS센터에서 그것만 사고 돌아나오려는데 부품실 직원님이 공짜로 도색을 해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은색 차량 도색 작업 때 제 워셔 커버도 슬쩍 끼워서 도색해주겠다고 말이죠.
저야 마다할 이유가 없죠. 도색 퀄리티 면에서나 광택 면에서나 강도 면에서나 터치업 페인트보다는 전문 도색작업용 페인트가 훨씬 낫고...
행여라도 실제로 도색해주는 것이 아니라 은색 자동차에서 떼어낸 중고부품을 대신 빼돌려 주기라도 한다면 제 입장에서는 더욱 좋습니다.
AS센터의 도색보다는 생산공장의 열처리 공정 등이 훨씬 확실하니 중고품의 도막 강도가 더 우월할 테니까요.

제목에는 DIY라고 적었지만 정작 가장 어려운 도색 부분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버렸네요^^;;
아무튼 부품실 직원님 덕분에 한 시름 덜었습니다.
만약 집에 들고 와서 스스로 도색했다가 실수라도 한다면...ㄷㄷㄷ

이제 장착 공정만 남았는데요.
센터 어드바이저의 말이 완전 거짓말은 아닌 것이, 워셔 커버를 범퍼 위에서 그대로 아래로 끼우면 정확히 장착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폴크스바겐 6세대 제타 차량의 경우 헤드라이트 워셔 노즐 양쪽에 각각 2개 씩 총 4개의 플라스틱 핀이 있고, 워셔 커버에는 그것들을 끼우는 구멍들이 있는데,
이게 차 방향 기준으로 앞에서 뒤로 워셔 커버를 밀면서 끼워야 '딸깍'하고 들어맞게 되어있어서
위에서 아래로 끼우면 제대로 안 끼워짐은 물론이고... 까딱 잘못하다가는 비싼 돈 주고 산 워셔 커버가 파손될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그렇다고 가내수공업 주제에 범퍼 탈착은 말도 안 되는 일이고요.

결국 와이프님을 시켜서 운전석에서 워셔를 작동시키게 하고,
제가 헤드라이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튀어나온 워셔 노즐에 워셔 커버를 끼우는 작전을 세웠습니다.

근데 이것도 말처럼 간단하지가 않답니다.
앞유리 워셔액은 와이퍼 레버를 당기는 동안 지속적으로 뿌려지는 반면에,
헤드라이트에는 '찍'하고 한 번만 뿌리고 바로 워셔 노즐이 다시 들어가버립니다.
느긋하게 워셔 커버를 끼우고 있을 시간적인 여유가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한 번 실패 후에 또다시 헤드라이트 워셔가 튀어나오게 하려면 일단 차 시동을 껐다 켠 후에 다시 와이퍼 레버를 작동시켜야만 하죠.

예닐곱 번 실패한 후에야 겨우겨우 성공했습니다.
한 사람을 더 동원할 수 있다면, 한 사람은 와이퍼 레버를 조작하고, 힘센 사람이 튀어나온 헤드라이트 워셔 노즐을 잡고 버티고,
다른 한 사람이 커버를 끼우는 식으로 3인1조로 작업하면 훨씬 수월할 것 같습니다.
서비스 센터에서도 말로는 범퍼를 탈착하네 어쩌네 하지만
혹시 실제로는 이런 식으로 3인1조로 다른 사람에게 워셔 작동시켜 놓고 붙잡고 끼우는 것 아닐까요?

이것이 최종 결과입니다.
만족스럽네요^0^

앞으로는 워셔액 뿌릴 때는 반드시 주차된 상태에서 하고, 그리고 나서 헤드라이트 워셔 커버가 제대로 닫힌 것까지 확인하려고 합니다.
부득이하게 주행 중에 워셔액을 뿌려야 할 경우에는 잠시 헤드라이트를 끄고 하고요.
밤에 앞차가 흙탕물을 튀겨서 헤드라이트 불빛이 가려지거나 폭설로 한치 앞이 안 보이는 극한의 상황이 아닌 이상
주행 중 헤드라이트 워셔는 안 쓰렵니다.
편리하고 안전하라고 있는 기능이 사람을 오히려 불편하게 하고 안전을 위협하고 있네요ㅎㅎ

그리고 앞으로도 혹시 서비스 센터에서 차량 외장부품을 구입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도색이 안 된 상태의 부품만 구입하고,
부품실 앞에서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짓고 기다려봐야겠습니다^^
국내 메이커였다면 부품 수급이나 장착이 이보다 훨씬 싸고 수월했을 것 같기도 하네요.
2015. 8. 25. 01:15

아웃포커싱의 이론과 실제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선망하는 장비를 꼽자면 풀프레임(이미지 센서 크기가 36mm x 24mm 필름 크기와 같은) 디카가 단연 1순위일 겁니다.
풀프레임이 좋은 점은 해상도와 감도, 계조, 노이즈 특성 등등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무엇보다 아웃포커싱이 짱이죠ㅎㅎ


(사진 출처: Wikipedia)


아웃포커싱이라는 말은 사실 영어도 아니고 한국말도 아닌 국적불명의 용어인데요.
영미권에서는 이 현상을 지칭할 때 shallow focus라고 하거나 오히려 보케(Bokeh, ボケ)라는 일본어에서 유래된 표현이 통용됩니다.
아웃포커싱이든 shallow focus든 보케든 배경흐림이든 뭐가 됐건 아무튼
번잡스러운 배경들을 다 짓뭉개버리고 초점이 또렷하게 맞은 주 피사체에게만 시선을 집중시키는 이 효과야말로
큰 판형의 카메라들에게 주어진 축복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저도 근지구력과 재력의 한계로 풀프레임은 못 쓰고 절반 크기 센서를 갖는 아담한 마이크로 포서즈(Micro 4/3) 카메라를 사용 중입니다만...
배경흐림의 아쉬움을 종종 느낍니다.

이 글의 목적은 제 특기를 살려서 아웃포커싱을 수학적으로 낱낱이 파헤쳐보고,
그 속에서 마이크로 포서즈 카메라로도 풀프레임 못지 않은 아웃포커싱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함입니다.



1. 이론편

일단 카메라의 원리부터 설명을 해야 하겠는데요.
카메라 렌즈는 광학적으로 피사체의 한 점으로부터 나온 빛을 모아 이미지 센서(또는 필름) 상의 한 점에 모으는 역할을 합니다.
이럴 경우 '초점이 맞았다'고 해서 이미지 센서에 또렷한 피사체의 상(image)이 맺히며,
이렇게 또렷하게 초점이 맞은 공간 상의 점들을 모아보면 임계초점면(Plane of Critical Focus)이라는 평면을 이루게 됩니다.

임계초점면보다 뒤에 있거나 앞에 있는 물체의 한 점에서 나온 빛은 센서 상에 한 점으로 모이지 않고 원형으로 퍼집니다.
배경의 모든 점들이 이미지 센서에서 모두 다 제각각 원으로 퍼져보이는 것이 바로 배경이 흐려지는 아웃포커싱의 원리입니다.
이렇게 초점이 맞지 않고 퍼진 원을 '착란원(Circle of Confusion, CoC)'이라고 부르는데요,
어두운 바탕에 점점이 불빛이 드문드문 있는 배경을 찍어보면 이런 착란원을 직접 관찰할 수 있죠.

이 착란원이 크면 클수록 배경이 더 심하게 흐려지고 뭉개집니다.
미적인 관점에서는 착란원의 크기뿐 아니라 착란원 모양과 착란원 내의 밀도 분포 등의 요소도 중요하겠습니다만...
이런 미적 요소들은 수학적 분석이 용이하지 않은 관계로 착란원의 크기에 대해서만 분석해 보겠습니다.


착란원의 크기는 다음 식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식은 아래 임계초점면 배율의 식과 쌍을 이뤄 익혀두시는 게 좋습니다.

cr은 전체 화면의 대각선 길이 대비 착란원(circle of confusion)의 크기 비율(ratio)입니다.
그리고 D는 임계초점면의 대각선 길이(Diagonal length)로서, 사진 상에서 피사체가 얼마나 커보일지를 결정합니다.
그림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D가 크면 피사체가 사진에 작게 찍힐 것이고, 반대로 D가 작으면 피사체가 크게 찍히거나 일부분만 찍히게 되겠지요.
o는 렌즈에서 피사체(object)까지의 거리이고, b는 피사체와 배경(background) 사이의 거리입니다.

fe는 렌즈의 초점거리를 풀프레임으로 환산한 환산초점거리(equivalent focal length)로, 서로 다른 판형 간에 비교할 때 편리합니다.
환산초점거리는 실제 초점거리에 크롭 팩터 dr(APS-C의 경우 1.5, 마이크로 포서즈는 2)을 곱하면 나옵니다.
그리고 N은 조리개 수치 f값(f-Number)입니다.
(좀 헷갈리지만 수식에서 조리개 f값을 나타내는 변수는 f가 아닌 N이고, 수식에서 f는 일반적으로 초점거리를 나타냅니다)
43.3이라는 숫자는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의 대각선 길이입니다.
단위가 mm이기 때문에 가급적 다른 모든 길이 변수들도 mm 단위로 계산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 착란원 식을 유도하는 과정은 이 아래에 접어놓았는데요.
수학이랑 별로 안 친하신 분은 머리에 쥐가 나실 수도 있으니^^ 펼쳐보지 않으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착란원 크기의 계산식을 들여다보시면 아웃포커싱이 잘 되기 위한 조건이 한 눈에 보입니다.

  1. 크롭 팩터(dr)가 작아야 합니다.
  2. 조리개 f값(N)이 낮아야(조리개를 개방해야) 합니다.
  3. 피사체가 더 크게 보이도록 더 좁은 영역을 찍어야 합니다(D가 작게).
  4. 환산 초점거리(fe)가 커야 합니다.
  5. 카메라에서 피사체까지의 거리(o)가 가까워야 합니다
  6. 피사체와 배경 사이의 거리(b)가 멀어야 합니다.

이건 아웃포커싱에 관해 검색 좀 해보시면 항상 나오는, 관심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들이죠.
흔해빠진 같은 말을 그냥 반복하면 눈만 아프실 테니, 각 변수들의 관계와 수식을 좀더 심층분석 해보겠습니다.

아웃포커싱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할 때 가장 편한 건 1번의 크롭 팩터 작은 카메라와 2번의 조리개값 낮은 렌즈입니다.
3~6번에서는 구도를 달리 하거나 배경을 정리해야 하는 등 촬영 시에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1, 2번은 촬영 환경을 바꾸지 않고도 같은 조건에서 착란원 크기만 키울 수 있는 방법이거든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크롭 팩터 1인 풀프레임 카메라를 선망하는 것이겠지요.
단, 풀프레임 카메라나 조리개 값 낮은 렌즈는 비싸고 무겁기 때문에 재력과 체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나마 돈이 덜 드는 방법은 줌 렌즈 대신 단초점렌즈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카메라 렌즈 광학 기술로는 줌렌즈의 조리개 f값을 동급의 단렌즈보다 두 배쯤 크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줌렌즈 대신 단초점렌즈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착란원 크기를 2배 정도 키울 수 있습니다.
즉, 풀프레임 카메라에서 줌렌즈로 찍은 사진과 크롭 팩터 2인 마이크로 포서즈에서 단렌즈로 찍은 사진의 아웃포커싱은 거의 비슷합니다.

그리고 이제 3~5번의 D, fe, o 차례인데요. 마음 같아서는 D는 줄이고, fe는 늘리고, o는 줄여서 아웃포커싱을 극대화하고 싶지만,
그러려면 일단 사진의 구도와 화각 등이 많이 바뀌어야 하고, 저들의 관계도 제가 착란원 식과 쌍으로 기억해달라고 했던 임계초점면 배율의 식

으로 서로서로 엮여있기 때문에 그게 그렇게 녹록치 않습니다.
굳이 저 셋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을 꼽자면 임계초점면 상에서 피사체가 담기는 크기 D가 제일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상반신 포트레이트를 찍어야 한다든지 피사체가 화면 상에 차지하는 비율이 제약된 (D가 고정된) 촬영상황이 종종 있죠.
이렇게 D가 고정된 제약조건 하에서는 착란원 크기를 키우기가 무지 어렵습니다.
초점거리 fe를 키워서 아웃포커싱 효과를 키우려고 하면, D를 유지하기 위해 피사체로부터의 거리 o도 키워야 합니다.
그러면 착란원 식 에서 (o + b) 분모항이 커져서 초점거리 fe 증가에 의한 아웃포커싱 효과를 깎아먹습니다.
특히 배경이 피사체에 가까워서 b가 작다면 초점거리를 키우더라도 착란원 크기가 거의 안 커집니다.

반면에 재량껏 사진 상의 피사체 크기를 조절해도 되는 상황을 가정해보죠.
전신 대신에 상반신만 찍는다든지, 흉상 대신에 얼굴만 찍는다든지... 아무튼 한 번 D가 반이 되고 피사체가 2배 커보이게 찍어봅시다.
식에서 보시면 사진 상에 피사체가 2배 커지게 하려면 초점 거리를 대략 2배 늘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D는 반으로 줄고, fe는 두 배가 되고... 착란원 식에 대입해 보면 착란원 크기가 무려 4배가 됩니다.
아니면 D를 반으로 줄이기 위해 초점 거리는 그대로 두고 피사체와의 거리 o를 대략 반으로 줄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착란원 식에 대입해 보면 착란원 크기는 4배 가까이 커집니다.
그러니까 D를 안 줄이면 아웃포커싱 효과를 키우는 게 거의 불가능한 반면, D를 일단 줄이기만 하면 그 제곱에 반비례해서 착란원이 커집니다.
D를 줄이기 위해서는 초점거리를 키우거나, 피사체와의 거리를 좁히거나, 아니면 그 둘을 조합해도 됩니다.

그런데 여기 한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D가 줄어듦에 따라 착란원의 크기만 커지는 게 아니라 배경의 패턴과 글씨 같은 디테일도 커지고 굵어집니다.
따라서 착란원의 크기는 비록 D2에 반비례하지만 체감적인 아웃포커싱은 D와 D2의 사이 어딘가에 반비례한다고 봐야겠습니다.

인물 사진에서 D를 줄일 수 있는 가장 간단한 팁은 사진을 가로로 찍는 대신에 세로로 찍는 것입니다.
사람은 직립보행을 하는 동물이다 보니 인물의 일정 영역을 사진에 담는다면 가로 사진보다는 세로 사진에서 더 좁은 화면이 가능합니다.
위 두 사진을 비교해보시면 세로사진 쪽의 배경이 확연히 더 흐려진 것을 알 수 있죠?
같은 원리로 성인보다 아동, 유아를 찍을 때 동일 구도에 대해 D가 작아지기 때문에 훨씬 아웃포커싱이 심해집니다.

D, fe, o는 서로서로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따로 바꿀 수 없는 반면, 피사체와 배경의 거리 b는 독립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비록 b가 착란원 식의 분모와 분자에 모두 있기 때문에 아무리 키워봤자 b/(o+b) 값은 1을 넘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화각이나 구도를 전혀 희생하지 않고도 배경을 더 흐리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웃포커싱을 진정으로 원하신다면 피사체와 배경의 거리 b를 카메라와 피사체의 거리 o와 비슷하거나 더 크게 되도록 신경 씁시다.

사실 피사체 뒤에 있는 물체들보다는 피사체 앞에 있는 물체들이 아웃포커싱은 더 잘 됩니다.
피사체 앞에 있는 물체에 대해서는 b가 음수 값을 가지게 되는데, 같은 거리를 떨어져 있다고 해도 앞쪽에 있는 편이 |b|/(o+b)가 커집니다.
b가 양수일 때 |b|/(o+b)는 아무리 커져봤자 1을 넘을 수 없지만 b가 음수라면 |b|/(o+b)는 무한대로 커질 수 있습니다.
다만 피사체보다 앞에, 그것도 멀리 떨어져서 뭔가가 있다면 사진 상에 그것이 크게 찍힐 테니 활용할 만한 촬영 상황이 많지는 않죠.

그리고 또 아웃포커싱 트릭도 한 가지 있는데요, 초점을 일부러 피사체보다 약간 앞쪽에 잡는 겁니다.
이 방법은 피사체와 배경의 거리가 가까울 때 배경을 좀더 흐리게 하는 효과가 있기는 합니다.
그치만 아웃포커싱이 도대체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피사체의 또렷한 초점을 위태롭게 만들면서까지 추구해야 하는 걸까요?
요건 주객이 전도돼도 한참 전도된 꼼수라서 웬만한 경우엔 절대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위의 분석 내용들을 토대로 작은 판형 카메라로도 풀프레임 못지 않은 아웃포커싱을 얻을 수 있는 실제적인 전략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볼까요?

  1. 초점거리가 길고(환산초점거리 80mm 이상의 망원렌즈가 바람직) 조리개 f값이 낮은 단렌즈를 최대 개방으로 사용합니다.
  2. 구도를 망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피사체에 다가가도록(인물 사진은 세로로 찍는 등, 찍히는 영역이 좁아지도록) 노력합니다.
  3. 가급적 피사체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배경을 피합니다(치웁니다).



2. 실전편

수식들을 아무리 들여다보고 글을 아무리 읽어봐도 뭔가 팍하고 감이 안 오시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한 번 실제 렌즈들을 가지고 실습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대체 착란원 크기가 얼마나 되어야 제대로 된 아웃포커싱인가?"하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해 봅시다.
저도 인터넷의 각종 자료를 찾아봤지만 보기 좋은 아웃포커싱에 대한 기준은 못 찾았습니다.
반면에 초점이 제대로 맞은 피사계 심도(Depth of Field)의 착란원 기준은 여러 곳에서 cr < 1/1500 정도의 수치가 언급되고 있었습니다.
즉, "착란원의 크기가 사진 대각선 길이의 1/1500보다 작은 부분은 초점 맞은 걸로 쳐주겠음"이라는 거죠.

그럼 그 반대로 cr > 1/1500이면 무조건 아웃포커싱인가? 그건 아닙니다.
인간의 인지심리는 초점이 샤프하게 맞은 것을 봐도 기분이 좋고, 초점이 완전 뭉그러져 부드럽게 된 보케를 봐도 기분이 좋지만,
초점이 살짝 어중간하게 흐려진 부분을 보면 또 기분이 찜찜해지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초점이 안 맞으면 왠지 불쾌한 이 느낌이 바로 인간의 조상이 본능적으로 눈의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한 원동력 아닐까 합니다.

cr < 1/1500

1/1500 < cr < ?

cr > ?

속이 후련할 정도로 또렷한 초점

기분 찜찜하게 어긋난 초점

예쁘게 퍼진 보케


그러니까 위 표에 '?'로 나타낸, 초점이 '그냥 빗나간 것'과 '예쁘게 제대로 뭉개진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어떤 경계가 있지 않을까요?
그 답이 궁금해서 조리개를 조여 착란원 크기를 조절해가면서 제가 한 번 직접 찍어봤습니다.

cr = 1/200cr = 1/140

cr = 1/100cr = 1/70

cr = 1/50cr = 1/35



cr = 1/280cr = 1/200

cr = 1/140cr = 1/100

cr = 1/70cr = 1/50


아래쪽처럼 배경의 형태와 디테일이 자잘할 경우 cr이 대략 1/100만 되어도 '아웃포커싱 좀 먹었네'하는 느낌이 들고,
위쪽의 버스트 샷처럼 배경 패턴이 굵직굵직할 경우 cr이 1/70이나 1/50은 돼줘야 제대로 된 아웃포커싱으로 느껴지지 않나 싶네요.
저는 cr > 1/70을 제대로 된 보기 좋은 아웃포커싱의 경계로 삼고 싶은데, 동의하시려나요?

저는 이 사진들을 보면서 느낀 점이 또 한 가지 있습니다.
착란원 크기 1.4배 차이가 장난이 아니고 느낌이 확확 달라지네요.
이래서 사람들이 2배 가까이 비싼 풀프레임 카메라와 4배 이상 비싼 밝은 조리개 렌즈를 사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순전히 아웃포커싱 때문에 사는 건 아니겠지만요^^;;)
그런 생각을 잠시 하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제 손에 파나소닉 라이카 42.5mm(환산 85mm) F1.2 렌즈가 들려있더군요.
글을 쓰던 도중에 스스로 셀프 뽐뿌를 당해서 렌즈를 지르다니...ㅜㅠ
(아 저는 오로지 순수하게 아웃포커싱 때문에 이 렌즈를 산 것 맞습니다, 맞고요^^)

아무튼 그럼 이제 제 렌즈들 각각에 대해서 cr > 1/70 조건을 만족하려면 어떻게 찍어야 할지를 알아보겠습니다.
제대로 된 아웃포커싱을 얻으려면 피사체를 사진에 얼마만한 크기로 담아야 하며, 피사체에 얼마나 다가가야 할까요?
착란원 식을 다음과 같이 바꿔 보면 주어진 착란원 크기 조건 하에서 D가 가질 수 있는 최댓값을 구할 수 있습니다.

렌즈마다 초점거리와 최대 개방 조리개는 정해진 것이고요, 문제는 b/(o+b) 이 부분인데요.
위에서 원활한 아웃포커싱을 위해서는 배경과 피사체 간 거리인 b가 피사체와 카메라 거리 o와 같거나 더 크게 잡아달라고 말씀 드렸죠?
그렇게 하면 b/(o+b) = 1/2이 되긴 하는데, 실제 촬영환경 하에서는 그게 여의치 않을 경우가 많습니다.
또 30cm 거리의 피사체 뒤 배경을 30cm 미는 데 드는 노력과 3m 거리의 피사체 뒤 배경을 3m 거리로 치우는 데 드는 노력은 같지 않죠.

생각해봤자 점점 복잡해지기만 하니... 대략적으로 '일반적'인 상황과 '최대한 노력할 경우 가능한' 두 가지 상황 정도를 따로 고려해 보겠습니다.
b = o/2, 즉 피사체와 배경 사이가 피사체와 카메라 사이의 딱 절반 정도 되는 상황을 '일반적'인 상황으로 가정했습니다.
이럴 경우 b/(o+b)는 1/3이 되겠죠.
그리고 최대한 배경 정리를 잘 해서 b가 o보다 훨씬 큰 상황을 '최대한 배경정리' 상황으로 잡겠습니다.
이 경우 b/(o+b)는 1에 가까운 값이 되겠고요.

제 모든 렌즈들에 대해 계산해 보니 아래 표와 같이 나왔습니다.
표의 값들은 아웃포커싱이 가까스로 되긴 되나보다 하고 느끼지려면(cr > 1/70) 피사체가 비치는 화면 크기(D)는 얼마나 작아야 하며,
피사체까지의 거리(o)는 얼마 이하가 돼야 하는가를 나타냅니다.
더 심하게 배경이 날아가는 아웃포커싱을 원하신다면 표의 거리보다 더 다가가서 피사체를 더 크게 찍으셔야 하고, 배경도 좀더 정리해야 합니다.

렌즈

초점거리

일반적인 경우

최대한 배경정리

크기(D)

거리(o)

크기(D)

거리(o)

올림푸스 12-40mm F2.8 PRO

12mm (환산 24mm)

10cm

7cm

30cm

18cm

40mm (환산 80mm)

33cm

66cm

1m

2m

파나소닉 X 14-42mm F3.5-5.6

14mm (환산 28mm)

9cm

7cm

30cm

20cm

42mm (환산 84mm)

18cm

40cm

50cm

1m

파나소닉 20mm F1.7

20mm (환산 40mm)

30cm

30cm

80cm

80cm

파나소닉 라이카 42.5mm F1.2

42.5mm (환산 85mm)

80cm

1.7m

2.5m

5m

올림푸스 45mm F1.8

45mm (환산 90mm)

60cm

1.3m

1.8m

3.5m

파나소닉 X 35-100mm F2.8

35mm (환산 70mm)

30cm

50cm

90cm

1.5m

100mm (환산 200mm)

80cm

4m

2.5m

12m


표에서 D가 30cm라는 것은 사람을 찍을 때 딱 화면 가득 얼굴만 나오는 클로스업으로 찍어야 비로소 쓸만한 배경흐림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환산초점거리 35mm 이하의 광각 렌즈로 얼굴을 한가득 채워서 찍는다면 원근감에 의해 얼굴이 왜곡되게 비칩니다.
결국 그런 렌즈들로 촬영하는 일반적인 경우에는 아웃포커싱이라는 건 잊어버리는 게 속 편할 겁니다.

제 렌즈 중에 일반적인 상황 하에서 아웃포커싱을 노려볼 만한 렌즈는 42.5mm렌즈, 45mm 렌즈, 그리고 35-100mm 렌즈 세 개뿐이군요.
일반적인 상황에서 45mm 렌즈는 인물의 흉상 정도를 찍으면서 배경을 흐릴 수가 있고,
42.5mm 렌즈와 35-100mm 렌즈의 100mm 단에서는 그보다 좀더 넓은 범위를 찍으며 배경을 흐리게 할 정도의 능력은 있습니다.
42.5mm나 100mm에서 배경을 정말 신경 써서 멀리 배치한다면 D = 2.5m까지 가능하니 전신 풀샷 아웃포커싱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네요.

한 가지 아셔야 할 사실은 '조리개 f값이 낮아 아웃포커싱 되는 렌즈'와 '초점거리가 길어서 아웃포커싱 되는 렌즈'의 특성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42.5mm F1.2 렌즈와 35-100mm F2.8 렌즈(100mm 측)는 입사동공 지름 f/N이 거의 같기 때문에
위 표의 D값도 동일하고 아웃포커싱 특성도 비슷할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는데요.
표의 조건은 배경과 피사체의 거리가 카메라와 피사체 거리의 반이라는 가정인데, 두 렌즈의 피사체까지 거리 o 자체가 두 배 이상 차이 납니다.
한 번 배경의 거리를 피사체 거리의 몇 배라는 식이 아니라 실제 mm 단위의 거리로 놓고 착란원의 크기 변화 그래프를 비교해보시죠.

그래프에서 보이듯, 피사체와 가까운 배경에 대해서는 조리개 수치가 작은 42.5mm 렌즈 쪽이 두 배 이상 착란원이 큽니다.
배경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두 렌즈의 착란원 크기 차이는 줄어들어서, 그래프엔 안 나오지만 무한대 근처에서는 거의 같아지게 됩니다.
임계초점면 배율 식 과 착란원 식 에서 D를 고정하고 분석해보면
피사체 근처에서 착란원 크기 그래프의 기울기와 피사계 심도는 초점거리와 거의 상관 없이 온전히 조리개값 N에 의해서만 결정되고요.
무한히 먼 지점의 착란원 크기는 입사동공 지름 f/N으로 결정된다는 사실을 아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진을 찍어 비교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사진에서 먼 배경의 광원에 대해서는 양 쪽 렌즈의 빛망울 크기가 똑같지만
가까이 있는 배경이 흐려지는 것은 42.5mm F1.2 렌즈(조리개 수치가 더 작음)가 더 심하죠.
'더 큰 착란원' + '더 넓은 화각 때문에 배경이 더 작아보이는 효과'의 콤보로 42.5mm쪽 자쿠의 디테일이 훨씬 더 뭉개집니다.

42.5mm (환산 85mm) f/1.2100mm (환산 200mm) f/2.8


이 예에서는 입사동공 지름이 같은 렌즈들끼리 비교했기 때문에 조리개 수치가 작은 렌즈가 항상 착란원 크기가 컸지만
일반적으로는 초점거리가 긴 렌즈들이 입사동공도 크기 마련이라서 배경이 멀어질수록 초점거리가 긴 렌즈 쪽의 착란원이 더 커집니다.
'사람 왼쪽 눈에는 초점이 맞고 오른쪽 눈은 아웃포커싱 된 사진'을 보셨다면 초점거리가 비교적 짧고 조리개값이 무지 낮은 렌즈의 결과물이고,
'사람은 전체적으로 초점이 맞은 반면 먼 배경은 형체를 알 수 없이 뭉개진 사진'이라면 초점거리가 무지 긴 초망원렌즈로 찍은 사진일 겁니다.

마지막으로 렌즈의 스펙만으로는 알 수 없는 각 렌즈의 착란원 모양, 즉 보케를 비교해보겠습니다.
착란원의 크기뿐만 아니라 모양과 테두리의 부드러움 정도 등이 보케의 미적인 퀄리티를 좌우하거든요.
보케는 보통 어두운 바탕에 있는 점광원들을 초점이 나가게 찍으면 나타나는 빛망울들을 보고 관찰할 수 있습니다.
렌즈 중에는 광원이 임계초점면 앞에 있느냐 뒤에 있느냐에 따라 보케가 달라지는 것도 있지만
배경은 피사체 뒤에 오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초점은 가깝게 잡고 광원은 멀리 있는 사진만 찍어봤습니다.

올림푸스 12-40mm F2.8 PRO파나소닉 X 14-42mm F3.5-5.6

파나소닉 20mm F1.7파나소닉 라이카 42.5mm F1.2

올림푸스 45mm F1.8파나소닉 X 35-100mm F2.8 HD

올림푸스 12-40mm 렌즈는 착란원의 모양이 완전한 원이 아니라 약간 7각형의 모양을 띄네요.
심한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다른 렌즈들과 비교 시 약간 느껴지는 정도인데, 조리개의 7개의 날이 원형을 이루지 않나 봅니다.
다른 렌즈들도 조리개를 조이면 보케에 조리개 날의 각진 모양이 나타나는데, 12-40mm 렌즈는 최대개방에서부터 그것이 보이네요.

파나소닉 X 14-42mm F3.5-5.6 렌즈는 착란원 중앙부보다 테두리가 좀더 뚜렷하게 보이는 특성을 가집니다.
배경이 흐려질 때 엣지 부분에 특유의 테두리 모양 잔상무늬를 남기게 되죠.
별로 예쁘지 않은 보케로 여겨지는 부류지만, 아래 예제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이 정도는 실제 사진에서 크게 눈에 거슬릴 정도는 아닙니다.
우선 이 렌즈로 아웃포커싱을 볼 수 있는 기회도 별로 없겠고요^^

파나소닉 라이카 42.5mm 렌즈와 파나소닉 X 35-100mm 렌즈의 착란원은
사진 중심부에선 원 모양이지만 주변부로 갈수록 타원 모양으로 찌그러집니다.
이 렌즈들의 구조 상 이미지 센서의 주변부 위치에서는 렌즈의 사출동공(exit pupil) 일부가 가려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인데요.
이 글 맨 위의 예제 사진에서도 비슷한 보케 특성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만...
뭔가 회오리 같은 것이 몰아치는 분위기를 주면서 중심부로 시선을 집중시키는 느낌이 나름 괜찮은 것 같습니다^^

20mm F1.7 렌즈나 12-40mm 렌즈에서도 정도는 심하지 않지만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45mm 렌즈는 착란원 모양이 그냥 보통의 원 모양이고 주변부로 가도 거의 찌그러짐이 없네요.



이상으로 아웃포커싱의 수식을 분석해 보고 실제 사진에서의 효과도 관찰해봤는데요.
이 글을 쓰려고 했던 저 나름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습니다.

수학적 분석을 통해 사진 상의 피사체 크기가 생각보다 배경흐림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과
착란원 크기를 달리 해서 촬영해 보면서 그에 따라 느낌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비록 마이크로 포서즈라고 하더라도 최대한 신경 쓰고 노력을 기울인다면
별로 신경 안 쓴 풀프레임 사진에 필적하는 아웃포커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정도의 깨달음을 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셀프 뽐뿌의 결과로 현존 마이크로 포서즈 AF 렌즈 중 최강의 아웃포커싱 렌즈도 영입해버렸네요ㅎ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배경흐림을 부러워했던 풀프레임 사진이 뭐였는지 다시 한 번 떠올려봤습니다.
그것은 줌렌즈로 대충 찍은 스냅 사진들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배경 정리도 다 된 상태에서 85mm F1.2나 200mm F2 같은 엄청난 단렌즈로 찍은 사진들이었습니다.
풀프레임으로도 작정하고 얕은 심도를 최대한 노리고 찍은 사진이란 말이죠.

거북이가 잠자는 토끼를 추월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전력질주하는 토끼를 어떻게 해볼 도리는 없죠.
그리고 제 경우 토끼 다리를 달아준다고 해도 전력질주는 못 할 겁니다, 아마.
혹시라도 제가 풀프레임 기종으로 기변을 한다고 한들
200mm F2 같은 대포는 물론이고 85mm F1.2 만두 같은 렌즈도 무겁고 불편하고 줌이 안 돼서 안 쓸 것이 불 보듯 뻔하고,
결국 쥐뿔도 없이 눈만 높아진^^;; 제 자신을 만족시킬 만한 아웃포커싱은 제 손으로는 만들지 못할 겁니다.

결론적으로 이 글을 통해 제가 꿈꾸던 배경흐림을 얻을 수 있는 비법을 터득했다거나 무슨 뾰족한 묘수가 생긴 건 아니지만...
실상을 좀더 제대로 직시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젠 PC 앞에서 이렇게 끄적거리고 있을 게 아니라
직접 카메라를 들고 마이크로 포서즈라는 제약조건 안에서 원하는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시도해봐야겠습니다.



2015. 8. 2. 17:34

나의 미러리스 업그레이드기

오래간만입니다~~
한 2년간 회사 일도 바쁘고 취미에 신경 쓸 정신적인 여력도 없어서 블로그를 거의 방치해뒀는데요.
그러다 보니 워낙에 쓰고 싶은 글들이 많이 쌓여서...
일 바쁜 건 여전하지만 이제부터는 가끔이라도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블로그 재개장의 첫 포스팅 주제는 카메라 업그레이드입니다.
최신 기종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은 아니고 발매한 지 벌써 2년이 되어가는 모델이다 보니 정보로서의 가치는 별로 없으리라고 여겨집니다.
그냥 저 개인의 기록으로서, 어떤 기준과 의사결정방법으로 카메라 기기변경을 했는지 정리해 보고,
앞으로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방향성을 잡는 계기로 삼아 보려고요.

그동안은 파나소닉 LUMIX DMC-GX1이라는 카메라와 몇 개의 마이크로 포서즈(Micro 4/3) 렌즈들을 써왔는데
같은 마운트의 올림푸스 OM-D E-M1카메라와 12-40mm F2.8 PRO 표준 줌 렌즈,

그리고 파나소닉 X 35-100mm F2.8 OIS 망원 줌 렌즈를 추가로 영입해버렸습니다.
2012년에 GX1을 사면서 7년 쓰겠노라고 호언장담했는데...
결국은 딱 그 반 정도까지만 쓰고 말았네요.




사실 GX1도 그냥 대충 충동구매한 게 아니었고, 나름 주도면밀한 조사와 검토와 선발 과정를 거쳐서 구입한 기기였습니다.
☞제 블로그☜에 보시면 그때의 많은 고민의 흔적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만...
장고 끝에 악수 둔다고, 결론적으로 제가 그때 GX1을 선택한 것은 실수였습니다.
결정적인 실수의 원인을 생각해 보면 '남의 떡이 더 커보였고', '떠나보내기 전에는 익숙했던 것의 소중함을 몰랐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GX1보다 더 이전에 사용했던 카메라는 EOS-1D Mark II라고, 10년도 더 된 구형이지만 나름 캐논의 플래그쉽 DSLR 기종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아이를 '원두막'이라고 불렀고, 이렇게 생겼더랬답니다.

 

모든 것이 빵빵하게 지원되기 때문에 부족한 것이 없었죠.
단 한 가지 불편이라면 너무 무겁고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첫번째 실수는 무거운 게 너무나도 싫었던 나머지, 소형화와 경량화에 너무 집착했다는 점입니다.
☞제 GX1 구입기 글☜에서 제일 어이 없는 게 뭐냐면 "바디 두께는 반드시 40mm 이하여야 한다"라고 쓰인 부분입니다.
이건 뭔가요ㅜㅠ 40mm라는 수치는 대체 어디서 무슨 근거로 나왔던 건지...
결국 두께 39mm짜리 GX1 사놓고는 80mm 두께의 1D Mark II 들어가던 바로 그 가방에 담아 다녔습니다.

그 때 40mm 따위 어처구니 없는 잣대를 들이대지만 않았어도 진짜로 7년 쓸 만한 사진기를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죠.
그냥 1D Mark II의 반 정도 크기와 무게만 됐어도 충분히 홀가분하게 들고 다닐 수 있었을 텐데,
원두막 무게의 1/5밖에 안 나가는 당대 최경량 GX1에 꽂혀서... 제가 중력에 영혼까지 묶여있었나 봅니다.

두번째 실수는 몇 년 동안 EOS-1D Mark II의 부족함 없는 조작성과 편의성, 신뢰성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그것들의 중요성에 대해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여러 모로 불편하고 답답한 GX1으로 다운그레이드를 하고 나서야 조작성과 편의성의 소중함에 대해 깨달은 거죠.
제가 쓸 카메라에는 반드시 뷰파인더와 두 개 이상의 노출 조절 다이얼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도 뼈아픈 상실의 체험 후에야 알게 됐습니다.

뷰파인더가 없는 GX1으로 햇빛 비치는 곳에서 촬영하면 LCD 광량이 약하고 햇빛의 반사가 심해서 피사체와 촬영 세팅이 거의 안 보입니다-_-

그럴 때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들여다보며 찍는다면, 외부 잡광이 못 들어오니 피사체만 명확히 보고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GX1 뒷면의 LCD 창만 보면서 촬영을 하니 팔꿈치도 몸에서 뜨고 영 안정적인 좋은 촬영 자세가 안 나왔지만,
뷰파인더를 보면서 찍는다면 팔이 전체적으로 몸에 밀착되면서 흔들림 없이 훨씬 안정된 자세가 될 수 있다는 말이죠.

GX1의 조작 면에서 가장 짜증났던 점은 토글 다이얼이었습니다.
조리개, 셔터속도, 노출보정을 오로지 우측 상단의 다이얼 하나로만 조절하게 되어 있는데,
조절항목들 사이에서 전환하려면 다이얼을 꾹 눌러야 합니다.
생각 없이 조리개 조절하려고 다이얼을 돌리면 셔터 스피드가 바뀌거나 노출보정값이 바뀌기도 해서 아주 혼란스럽습니다.
또 GX1은 버튼들도 오밀조밀 몰려있어서 어느 버튼이 뭐하는 버튼인지 기억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제가 GX1 구입할 때쯤 쓴 글☜을 보면 2012년부터 미러리스 카메라가 쓸만해졌다고 했는데요.
맞긴 맞는 말입니다.
그 이전까지는 좀 문제가 많았던 미러리스가 당시 장족의 발전을 보이면서 보급기 DSLR에 맞먹을 만한 수준까지 도달했거든요.
하지만 2012년에는 미러리스 카메라가 여전히 개발 도상에 있었고,
DSLR 고급기에 익숙한 사람이 갈아타기엔 아직 시기상조였던 겁니다.

2012년 당시 GX1은 미러리스 카메라 중 가격 면에서 나름 중급 이상이었고,
GH2는 파나소닉의 최상급 기종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노출은 토글 다이얼 하나로 조절했습니다.
그 당시 뷰파인더와 다이얼 2개가 있는 미러리스는 올림푸스와 소니의 최상위 기종이었던 OM-D E-M5와 NEX-7 정도뿐이었던 듯하네요.
1년만 더 기다렸다가 E-M5 가격이 많이 떨어진 후에 샀으면 좋았을지도...
참고로 요즘 중급기 이상의 미러리스는 뷰파인더 기본 장착에, 다이얼도 두 개 이상 있어서 조리개와 셔터 속도를 따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지난 3년간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한 가지는 업그레이드는 쉬워도 다운그레이드는 절대 쉽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뷰파인더와 다이얼 외에도 고급기의 조작성과 신뢰성, 그리고 세세한 커스텀 세팅이 시간이 갈수록 아쉬워지더라고요.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겠다고 제일 작고 가벼운 카메라를 샀건만...
조작성과 편의성이 떨어지다 보니 사진 찍기가 귀찮아지고 의욕도 떨어지고,
그래서 오히려 사진도 덜 찍게 됐습니다.

그리고 렌즈 말씀인데요.
GX1 살 때 번들로 따라온 X 14-42mm F3.5-5.6 표준 줌과 20mm F1.7 표준 단렌즈, 45mm F1.8 준망원 단렌즈 소유중이었습니다.
마이크로 포서즈는 센서 사이즈가 35mm 판형 SLR의 반이기 때문에, 초점거리가 두 배인 SLR 렌즈와 동일한 화각을 갖습니다.
즉, 제 렌즈의 초점거리를 환산하면 SLR 렌즈로는 28-84mm 표준 줌, 40mm 단렌즈, 90mm 단렌즈와 같은 장면을 찍을 수 있는 셈이죠.
(비록 사진의 심도는 두 배 더 깊습니다만;;)

초기에는 줌 렌즈가 저렇게 작다는 사실이 신기해서 번들 줌 렌즈도 좀 써봤지만...
역시 번들은 번들이라 사진이 밋밋하게 나와서, 어느 시점 이후로는 단초점렌즈들만 쓰게 되더라고요.
아 근데 시시때때로 단초점렌즈들 갈아끼우는 게 어찌나 귀찮던지...
귀찮기도 귀찮지만 제가 주로 찍는 사진은 일상 스냅인데, 발줌을 해야 하는 단렌즈로는 아무래도 빠른 순간포착의 대처가 어렵습니다.

1D Mark II 쓰던 시절을 다시 뒤돌아 보면 대략 제 사진의 80%는 EF 24-70mm f/2.8 L 표준 줌 렌즈로 찍었더랬습니다.
1D Mark II에는 35mm 판형 대비 1.3배 작은 센서가 들어있기 때문에 환산 초점거리로는 31-91mm 정도가 되는데요.
말하자면 저는 표준-준망원을 선호하고, 웬만하면 렌즈 안 갈아끼우고 '괜찮은' 줌 렌즈 하나로 다 커버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사용 빈도가 높았던 렌즈는 EF 70-200mm f/2.8 L 망원 줌 렌즈였습니다(환산 초점거리 91-260mm).

제 버릇 개 못 주며,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줌 렌즈 성향인 제가 단렌즈 갈아끼우며 찍으려니 익숙해지지는 않고 짜증만 나더군요.
이게 무슨 취미인지 극기훈련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렇다고 번들 줌 렌즈를 쓰자니 성에 안 차고... 성능 좋고 조리개 밝은 줌 렌즈가 아쉬웠던 적이 많았습니다.

2012년만 해도 미러리스 진영에는 F2.8 정도의 밝은 고정조리개 줌 렌즈가 없었죠(정말로 2012년에 미러리스를 사는 건 시기상조였던 겝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메이커에서 F2.8 고정조리개를 가진 괜찮은 줌 렌즈들이 출시돼 있습니다.
이젠 미러리스 시장에도 쓸만한 바디와 렌즈들이 갖춰졌으니 다시 한 번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해볼까요?


 



지난 번 GX1 구입결정 시에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판단을 위해 Must-Want matrix라는 대안결정 도구를 사용했는데요,
비록 잘못된 결과를 내긴 했으나 그건 도구 자체의 문제가 아니었고 그 입력 내용이 문제였습니다.
저는 Must-Want matrix라는 이름으로 배웠지만 KT 결정 분석(Kepner-Tregoe decision analysis)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더라고요.
지난 번에 Must-Want matrix를 적용할 때는 제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한두 가지 평가항목에 목숨 걸었던 반면에 중요한 몇 가지를 빼먹었었죠.

이번에도 Must-Want matrix를 사용하기는 하되, GX1 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입력 내용을 대폭 개편했습니다.
지난번에는 선택 대상 후보가 카메라 바디였지만,
이번엔 제 사용 스타일을 고려해서 바디 + F2.8급 표준 줌 + F2.8급 망원 줌 세트를 대상으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구색 맞출라고 좀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 미러리스뿐만 아니라 DSLR도 후보에 포함시켰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니 후보군들의 경우의 수가 너무 다양해지더군요.
그래서 미러리스는 '각 브랜드 별 2년 내 발매된 고급기 중 가장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기종'으로 간추렸습니다.
DSLR은 '각 판형 별 2년 내 발매된 중급기 중 가장 가성비 좋은 기종'으로 한정했고요.
좀 이중잣대처럼 보일 수 있지만 성능이나 가격 면에서 미러리스 고급기의 경쟁상대가 되는 DSLR은 중급기가 맞습니다.
그리고 DSLR의 경우 어차피 구색맞추기니깐 요즘 니콘 계열이 캐논이나 소니에 비해 가격 대 성능 비가 훌륭하기 때문에 니콘만 넣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음과 같은 여덟 가지 후보군이 나왔습니다(알파벳 순).

 

바디

표준 줌

망원 줌

DSLR (APS-C, 1.5배 크롭)

Nikon D7200

Sigma 17-50mm F2.8 DC OS

Sigma 50-150mm F2.8 DC OS

DSLR (full frame)

Nikon D750

Tamron 24-70mm F2.8 VC

Tamron 70-200mm F2.8 VC

Fujifilm X mount

X-T1

XF 16-55mm F2.8R

XF 50-140mm F2.8R OIS

Olympus micro 4/3

OM-D E-M1

M.Zuiko 12-40mm F2.8 PRO

Lumix G X 35-100mm F2.8 OIS

Panasonic micro 4/3

DMC-GH4

Lumix G X 12-35mm F2.8 OIS

Lumix G X 35-100mm F2.8 OIS

Samsung NX

NX1

NX 16-50mm F2-2.8 S OIS

NX 50-150mm F2.8 S OIS

Sony E mount (1.5배 크롭)

α6000

Vario-Tessar E 16-70mm F4 OSS

FE 70-200mm F4 G OSS

Sony FE mount (full frame)

α7

Vario-Tessar FE 24-70mm F4 OSS

FE 70-200mm F4 G OSS

 

DSLR의 바디-렌즈 조합은 DXOMark의 추천 리뷰(☞Crop 표준 줌☜, ☞Crop 망원 줌☜, ☞FF 표준 줌☜, ☞FF망원 줌☜)를 참조했습니다.


파나소닉 GH4는 바디에 손떨림 방지 기능이 없기 때문에 표준 줌으로 X 12-35mm OIS(Optical Image Stabilization) 렌즈를 짝지어줬고요.
(참고로 렌즈 이름 뒤에 IS, OIS, OS, OSS, VC라고 쓰여있는 것들은 모두 손떨림 방지 기능을 의미합니다)
올림푸스 E-M1은 바디 내장 손떨방이 있으니까 망원측에 5mm라도 더 있는 12-40mm PRO 렌즈를 조합했습니다.
그리고 또 가격 면에서도 요즘 E-M1 바디 + 12-40mm F2.8 렌즈의 세트 상품 가격이 많이 떨어져서 유리하고요.
망원 줌에서 M.Zuiko 40-150mm F2.8 PRO 렌즈는 가격과 크기가 아무래도 부담되는 관계로 양쪽 모두 X 35-100mm OIS로 했습니다.


삼성은 표준 줌 조리개 수치가 F2.8 고정이 아니고 무려 F2-2.8이군요ㄷㄷㄷ
반면에 소니 미러리스는 고정조리개 줌 렌즈의 최대개방 조리개가 F2.8이 아니고 F4입니다.
그럼 F3.5-5.6짜리 번들 렌즈와 비슷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망원 측의 배경날림을 고려하면 F4가 더 낫긴 합니다.
문제는 F4이면서도 타사 F2.8렌즈와 유사한 가격대라는 거죠.
또 한 가지 1.5배 크롭의 E마운트 전용 고정조리개 망원 줌이 없어서 풀프레임 FE 렌즈를 써야 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중상급 기종들로만 후보군을 짜놓으니 Must matrix의 의미가 없어지더군요.
Must 조건 중 두께 40mm 같은 쓸 데 없는 것들 빼고 뷰파인더와 다이얼 두 개 등 정말 필요한 것들만 넣었더니...
후보군들 전원 Must matrix를 통과했습니다.
WiFi를 Must로 넣을까 말까도 고민했는데... 후보 기종 모두 WiFi가 들어있어서 고민할 필요가 없더군요.
이런 게 상향평준화라는 거겠죠.
따라서 변별력 없이 전원 합격한 Must matrix 결과는 생략합니다.

Want 항목들도 대대적으로 교체했습니다.
상향평준화로 인해 변별력이 떨어진 항목들과 별로 안 중요한 것들은 다 뺐고,
정말 제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크기, 무게, 가격, 심도표현만 남겨놓았습니다.

가격에 있어서는 대부분 단품 신품가 기준 인터넷 최저가를 합산했습니다만,
위에 언급했듯이 요즘 가격이 많이 인하된 E-M1 바디 + 12-40mm F2.8 렌즈는 예외적으로 세트 가격으로 산정했습니다.
그리고 삼성 카메라와 렌즈 가격은 임직원 할인가 기준으로 했고요.

'심도표현'이라는 정체불명의 항목은 사진이 얼마나 얕은 심도로 찍히고 배경이 확 날아가느냐의 척도를 나타내려고 사용했습니다.
같은 화각을 찍는다고 가정할 때(환산 초점거리 동일) 이미지 센서 사이즈가 클수록, 조리개 수치가 낮을수록 심도가 얕습니다.
그래서 마이크로 포서즈는 풀프레임의 절반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고, APS-C는 풀프레임의 2/3배입니다.
소니의 경우 줌 렌즈 조리개값이 타사 대비 뒤떨어져서 점수를 좀더 깎았습니다ㅎㅎ

그리고 한 마디로 성능이라고 해도 AF성능, 연사 성능, 동영상 성능 등등 여러 세부 항목이 있는데...
귀찮아서 제가 써보지도 않은 카메라를 이러쿵저러쿵 평가하는 것은 공정성이 떨어지는 관계로,

공신력 있는 리뷰 사이트의 평점으로 대체했습니다.
DPReview☜는 전반적인 성능/기능/화질을, DXOMark☜는 오로지 화질만을 보기 때문에 DPReview 측의 가중치를 더 높게 줬습니다.

Want matrix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총점은 각 개별 점수에 왼쪽의 가중치를 곱해서 모두 합친 것입니다.

 

항목

가중치

DSLR APS

DSLR FF

Fujifilm

Olympus

Panasonic

Samsung

Sony E

Sony FE

크기

18%

59

54

64

97

100

66

77

67

무게

18%

48

40

59

99

100

59

82

70

가격

10%

85

62

55

100

75

64

81

63

심도표현

27%

67

100

67

50

50

67

57

80

성능 (DPReview 평점)

18%

84

90

84

84

85

87

80

80

화질 (DXOMark 평점)

9%

87

93

88*

73

74

83

82

90

총점

100%

69

75

69

80

79

70

74

75

* 사실 후지필름 X-T1은 DXOMark에서 평점을 매기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픽셀 패턴이 일반 센서와는 다르기 때문인 듯...
그냥 제가 후지의 색감을 좋아하기 때문에 제 맘대로 좀 높게 쳐준 겁니다(그래봤자 대세에 영향 없음-_-).


이 중에서 올림푸스 E-M1이 최고점을 획득한 최대 원인은 E-M1 + 표준줌 렌즈 세트의 파격적인 가격 덕분일 듯합니다.
괜히 별명이 내림푸스가 아니에요.
결국 저렇게 세트로 구입했습니다. 비록 신품이 아닌 중고지만...

 

그리고 얼마 후에 파나소닉 X 35-100mm F2.8 OIS 렌즈도 중고로 들여놨습니다.

아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있었으니... 올림푸스와 파나소닉은 줌 링 방향이 다릅니다.

올림푸스는 줌 링을 반시계방향으로 돌리는 것이 줌인, 파나소닉은 시계방향이 줌인인 겁니다ㅎㅎ

저는 3년 전까지 캐논 유저였기 때문에 올림푸스 쪽이 손에 익네요.

파나소닉 망원렌즈를 쓸 때는 줌인해야 할 때 줌아웃하고 줌아웃해야 할 때 줌인하는 실수가 잦습니다.

차차 적응되겠죠 뭐.


줌렌즈 구입하실 때 줌 링 방향에 유의하셔서 가급적이면 익숙한 쪽으로 통일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반시계방향으로 줌 인(캐논 방향)하는 메이커는 캐논, 올림푸스, 펜탁스, 삼성, 시그마, 토키나, 라이카 S 마운트이고,

시계방향으로 줌 인(니콘 방향)하는 메이커는 니콘, 파나소닉, 소니, 후지, 마미야, 탐론, 라이카 T, 라이카 M 마운트네요.


탐론이 풀프레임용 줌 렌즈를 꽤 잘 만드는 것 같은데 캐논과는 줌 링 방향이 반대니...

캐논 풀프레임 유저시라면 탐론보다는 캐논 순정이나 차선책으로 시그마를 택하시는 게 낫겠어요.

반대로 니콘 크롭 DSLR 유저시라면 시그마보다는 탐론이 낫겠네요(크롭 기종 용 니콘 순정 렌즈는 평이 그다지 좋지 않더군요).

그건 그렇고 풀프레임 DSLR이 제 취향에도 어느 정도 맞고(Want matrix라는 게 결국은 취향 점수지요),

서드파티 렌즈군으로 구성하니 가격 경쟁력도 있네요.
후지필름 미러리스 + 줌 렌즈군보다도 오히려 값이 싸게 먹히는걸요.
다음번 사진기는 풀프레임 DSLR로...?
흠흠, 이런 생각은 일단 E-M1으로 사진부터 좀 찍고 나서 하는 게 맞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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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3. 2. 01:04

갤럭시 S3 쓰다가 아이폰 5S로 기변하고 느낀 점 10가지

1년 반 전 제가 갤럭시 S3를 비싸게 구입하고 바로 2주일 후 갤럭시 S3 17만원 대란이 터진... 슬픈 트라우마가 제겐 남아 있습니다ㅜㅜ

다행히 이번에는 2·11 소란?에 무사 탑승하여 다시 아이폰 5S로 저렴한 가격에 갈아탔답니다(사실 씁쓸한 뒷이야기도 있긴 합니다만-_-).

제목에는 기변이라고 썼습니다만 업계 용어로는 기변 아니고 번이가 맞고요.

 

이런 보조금 대란 사태는 숫자놀음에 불과한 점유율 싸움에 엄청난 거액을 쏟아붓는 기형적 마케팅의 산물입니다.

요즘 TV 광고의 반쯤은 통신업체 광고인데... 대체 저 광고비와 보조금이 다 어디서 왔을까요?

통신요금은 요금대로 비싸고, 그 수익이 서비스 품질 개선과 기술/설비 투자에 들어가지 않고 온통 마케팅에만 들어가고 있으니,

결국 선의의 소비자들만 손해를 입을뿐입니다.

보조금 대란에 편승한 제가 이런 말 하긴 뭐합니다만, 아무튼 한국의 통신 시장, 뭔가 대수술이 필요합니다.

 

지난 번에 두 번에 걸쳐(☞링크 1☜, ☞링크 2☜) 아이폰에서 갤럭시로 기변하고 느낀 점을 썼는데요.

반대로 갤럭시에서 아이폰으로 기변한 느낌은... 예전 생각 그대로인 부분도 있는 반면, 새롭게 느끼게 된 사실도 있습니다.

1년 반 동안 스마트폰 업계의 변화도 작지 않았고요.

 

 

1. Look & Feel과 User eXperience

 

아이폰의 좋은 점부터 꼽아가자면 우선 '느낌'이 좋습니다.

심플하고 군더더기가 없으면서도 단단하고 우아하고 부드럽고 깔끔하고 귀엽고 말이죠.

 

故 잡스 옹이 추구하던 철학이기도 하고, User eXperience에 수많은 인력과 정성을 투입하다 보니 확실히 예쁘면서도 사용성이 좋습니다.

iOS 7에서 기존 iOS의 스큐어모피즘(skeuomorphism)을 버리고 미니멀리즘 디자인으로 바뀌었을 때 처음엔 적응이 잘 안 됐지만,

적응 되고 나니 iOS 6가 구닥다리로 느껴질 정도로 iOS 7은 감각적이고 세련됐습니다. 

iOS 7에서 바뀐 요소 중에 저는 특히 리스트 선택 시 나타나는 이 휠 느낌이 좋더라고요.

유저 편의를 위해 선택 아이템이 확대되게 만들어놨는데 아 이게 마치 진짜 휠 위에 확대경이 놓여있는 것 같은 모습을 잘 흉내냈습니다.

잠금 해제 시 아이콘들이 사방에서 날아와 박히는 것도 재미 있고, 폰을 기울일 때마다 배경화면이 아이콘 뒤에서 움직이는 효과도 재밌고,

UX의 애니메이션 효과 등이 전반적으로 참 부드럽고 우아해요.

 

아이폰 UX의 또다른 장점은 일체감, 통일감입니다.

안드로이드의 자유분방한 모양과 크기의 아이콘도 나름 괜찮지만,

역시 아이폰의 통일된 모양과 크기의 아이콘이 질서정연한 느낌도 들고, 아이콘과 여백의 황금비율이랄까 미적으로도 좋습니다.

 

그리고 안드로이드 갔다가 아이폰으로 돌아와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폰에서는 애플 앱 이외의 앱들도 UX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습니다.

왼쪽 화면 가장자리부터 오른쪽으로 스와이프하면 이전 페이지, 반대로 스와이프하면 다음 페이지가 나온다든지,

리스트 아이템을 왼쪽으로 스와이프하면 삭제를 할 수 있다든지 하는 iOS 특유의 UX가 서드 파티 앱에서도 어느 정도 먹힙니다.

반면에 안드로이드 앱들은 UX가 좀더 제각각이라 앱마다 조작법에 익숙해지려면 다소의 시행착오가 필요하고요.

 

또 요즘 안드로이드 폰들은 기능 경쟁이라도 하는 것인지 정말 아무도 쓰지 않을 듯한 기능들이 한가득 들어가는 것이 보통인데요.

아이폰은 기능 하나를 구현하더라도 더 아름답게, 더 사용성 좋게 만드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생각되네요.

물론 안드로이드에서 베껴간 요소들도 더러 있긴 합니다만^^

iOS 7의 제어센터 따위 안드로이드의 짝퉁이라고 생각했지만... 만져보니 '역시 애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어센터를 열어서 와이파이나 블루투스를 껐다켰다 하려고 해보죠.

갤럭시 S3의 경우 커다란 폰의 맨 위에 버튼들이 위치돼서 한 손 조작이 불편하지만

아이폰은 폰도 작은 데다가 버튼이 화면 중간 쯤에 위치하기 때문에 폰을 쥔 손의 엄지로 쉽게 탭할 수 있습니다.

 

정말 아이폰의 다른 모든 것이 안드로이드 폰보다 뒤떨어진다 하더라도(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만^^;;)

look & feel과 UX의 우월성만으로도 아이폰을 선택하겠다는 사람들이 꽤 되며, 어느 정도 수긍할 만하다고 생각됩니다.

 

 

2. 작은 화면의 딜레마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폰을 쓸 때라든지... 실생활에서 폰을 한 손으로 조작할 수밖에 없는 경우는 의외로 많습니다.

저는 손가락도 짧은 편이고-_-, 한 손으로 조작해야 할 경우도 많습니다.

작은 폰이 아담하고, 들고 다니기도 편하고, 셔츠 가슴 주머니에도 들어가고, 암튼 저는 큰 폰보다는 작은 화면의 작은 폰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안드로이드 폰 중에는 아이폰처럼 작은 폰이 정말 없어요. 기껏 찾아도 동세대 다른 폰보다 스펙이 많이 떨어지든지 하죠.

갤럭시 S3는 한 손 조작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한 손으로 쥐고 위쪽 귀퉁이를 터치하려면 파지가 불안정해져 폰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습니다.

아이폰은 화면 사이즈뿐만 아니라 설계 철학 자체부터 한 손 조작을 목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위에 얘기한 제어센터의 예처럼요.

 

저는 "작은 화면은 문제가 없다. 해상도만 충분히 높다면 그냥 가까이서 보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있었습니다.

실제로 동영상 감상 같은 건 그냥 좀더 가까이 들여다 보면 작은 화면이라고 감흥이 덜한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갤럭시 S3에서 아이폰 5S로 바꿔 들자마자 바로 작은 화면의 단점 한 가지를 발견했는데요.

오타가 잘 난다는 겁니다.

오타가 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겠지만 그 첫번째가 바로 화면 사이즈죠.

사진을 보시면 한 눈에도 키보드 크기가 확연히 차이 납니다.

설상가상으로 제가 갤럭시 S3에서 사용하던 구글 단모음 키보드는 키 간격이 일반 2벌식 키보드보다 더 넓거든요.

어느 정도는 적응의 문제이긴 하지만 물리적으로 이렇게 대놓고 크기 차이가 나다 보니 오타율에 어떤 물리적 하한선 같은 게 생긴 느낌입니다.

뭐... 셔츠 주머니에도 쏙 들어가는 아담한 사이즈와 한 손 조작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희생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3. 터치감이 다르다, 달라

 

1년 반 전에 아이폰 3GS 쓰다가 갤럭시 S3로 바꿨을 때는 조작감 적응이 어렵긴 했지만 타자 자체에서 오타가 생기는 일은 거의 없었거든요.

아이폰으로 다시 돌아와서는 거의 1주일이 오타와의 전쟁이었고, 결국 오타의 원인 세 가지를 밝혀냈습니다.

한 가지 이유는 위에 설명한 화면 크기이고요, 나머지 두 가지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의 터치 인식 차이 때문이었습니다.

아이폰에서 갤럭시로 넘어갈 때는 화면이 더 커진 관계로, 터치 인식 방식이 달라도 폰이 대충 알아먹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나봅니다.

이번에 작은 화면으로 돌아오니 터치 인식 차이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왜 이리 원하는 부분이 터치되지 않는지 정말 오래 고생했습니다.

 

터치 인식 차이 중 한 가지는, 아이폰이 실제 물리적으로 터치된 지점보다 좀더 위쪽이 터치된 것으로 인식한다는 사실입니다.

원래 사람은 '손끝이 가리키는 곳'에 심리적으로 집중하게 돼있습니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폰을 터치하게 되면 손 끝보다 꽤 아래쪽의 손가락 불룩한 부분이 스크린에 닿게 되죠.

안드로이드 폰은 그래도 곧이 곧대로 정직하게 스크린에 닿은 위치를 인식하는데,

아이폰은 실제 터치지점보다 좀더 위쪽을, 즉 위 그림처럼 좀더 손끝 위치에 가까운 지점을 터치한 것처럼 인식합니다.

아이폰에서 뭔가 인간의 심리를 잘 이해해서 인체공학적으로 배려해주긴 했는데...

안드로이드의 곧이곧대로 터치에 적응된 사람이 아이폰을 쓰려면, 의식적으로 좀더 아래쪽을 탭하는 식으로 재적응 훈련이 필요합니다.

 

원하는 대로 터치되지 않는 또 한 가지 이유는 팜 리젝션(palm rejection) 때문입니다.

요즘 아이폰과 아이패드 모든 제품에는 팜 리젝션, 즉 폰을 쥔 손바닥의 터치를 무시하는 기능이 들어있습니다.

솔직히 갤럭시 S3는 팜 리젝션이 안 되기 때문에 폰을 잘못 건드려 원치 않는 동작을 해버릴 경우가 많았는데요.

반대로 아이폰은 팜 리젝션을 너무 잘 해서... 손바닥이 아닌 손가락으로 터치를 해도 터치가 스크린의 가장자리에 닿으면 무시해버립니다.

 

키보드에서 'ㅂ'이나 'ㅔ' 같은 가장자리에 있는 글자를 칠 때나, 앱에서 화면 좌우 양쪽의 화살표를 탭해야 하는 경우,

터치가 털끝만큼이라도 화면 가장자리에 닿으면 묵묵부답 무반응인 겁니다ㅜㅜ

아이폰에서 화면 가장자리에 가까운 곳을 터치해야 할 때는 꾹 누르지 말고 살짝, 약간 화면 가운데 쪽으로 치우쳐 터치하는 것이 비결이더군요.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그런지, 이런 터치감의 차이는 뭐 1~2주 지나니까 익숙해져서 얼추 원하는 대로 조작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화면이 큰 폰으로 갈아탈 경우에는 대충 터치해도 폰이 대충 잘 알아먹으니까 더 단기간에 익숙해질 것 같고요.

반대로 노트 사이즈의 커다란 폰을 쓰다가 아이폰으로 넘어오실 경우는 어쩌면 2주 이상 고생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4. 이젠 아이폰에서도 멀티태스킹이 되네

 

1년반 전 제가 아이폰을 떠나갈 때만 해도 아이폰은 멀티태스킹을 흉내만 낸 수준이었고, 진정한 멀티태스킹이 아니었습니다.

은행 앱에서 송금할 때 보안카드 앱으로 전환했다가 다시 은행 앱으로 돌아가면, 은행 앱 세션이 종료돼서 송금이 불가능했습니다.

또 아이폰을 만보계로 쓰려면 하루 종일 만보계 앱을 메인화면에 띄워놓은 상태로 써야 했고요(이건 뭐... 쓰지 말란 얘기죠-_-).

 

이번에 아이폰으로 돌아오면서 그런 불편은 어느 정도 감수하겠노라 각오를 했는데...

아니 iOS7에선 진짜 멀티 태스킹이 되는 겁니다.

지금은 은행 앱과 보안카드 앱 간에 왔다갔다 하면서 스마트폰 뱅킹이 가능하고.

만보계를 메인으로 띄워놓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백그라운드 실행으로 만보계의 뱃지에 표시된 걸음 수가 늘어나요.

애초부터 멀티태스킹이 제대로 되는 안드로이드 폰 사용자는 "그게 뭐가 신기한데?"할지도 모르지만

예전 아이폰에선 꿈도 못 꾸던 혁명적인 일이거든요^^

멀티 태스킹을 비롯해서 기존 아이폰에서 불편했던 것들이 하나씩하나씩 개선되어 가는 느낌입니다.

반대로 안드로이드에서 불편했던 요소들도 버전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좋아지고 있고요.

사용의 편의성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들은 궁극적으로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가 거의 같아지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5. 역시 주변기기는 아이폰

 

제가 뭐 주변기기를 그렇게 많이 쓰는 것은 아닙니다만...

제가 써본 HDMI 변환 케이블과 블루투스 이어폰만 보아도 퀄리티와 편의성의 차이가 느껴집니다.

 

HDMI 변환 케이블은 폰의 화면을 TV 등에 표시하기 위해 폰의 포트를 HDMI 단자로 연결시켜 주는 변환 케이블인데요.

아이폰 용 HDMI 변환 케이블은 그냥 꽂으면 되지만, 갤럭시 S3 용은 별도의 전원 어댑터를 연결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폰용 케이블에도 전원 어댑터를 꼽을 수는 있지만 그건 폰 충전용 옵션인데 비해, 갤3용은 어댑터를 안 꽂으면 화면이 아예 안 나옵니다.

그래서 선 연결이 참 복잡해지죠.

 

그리고 블루투스 이어폰도 아이폰 쪽이 사용성이 좀더 좋습니다.

갤럭시 S3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연결하면 폰의 소리 볼륨 조절이 따로 되고, 이어폰의 볼륨 조절이 따로 됩니다.

IPTV 셋탑박스를 TV에 연결해서 보실 때 셋탑박스 볼륨 조절이 따로 있고, TV 볼륨 조절이 따로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최종적인 소리 크기 = 폰 볼륨 + 이어폰 볼륨이 되죠.

하지만 아이폰에 연결하니 볼륨조절이 일원화되어,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볼륨 조절 버튼을 누르면 그냥 아이폰의 볼륨이 조절되더군요.

당연히 이 방식이 덜 번거롭고 이해하기도 쉽습니다. 

그리고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음악 감상 도중에 전화가 오면 갤3에서는 일단 무조건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통화를 시작하게 되어 있는데,

사실 제 블루투스 이어폰은 운동 모드로 세팅해놓으면 마이크 위치 때문에 통화하기가 좀 안 좋거든요.

그래서 매번 전화가 올 때마다 번거롭게 꼭 폰에서 블루투스 아이콘을 탭해서 폰으로 통화하도록 바꿔줘야 합니다.

그런데 아이폰에서는 한 번 그런 식으로 폰 통화 모드로 바꿔주면 다음부터는 음악 감상 중 전화가 올 때 처음부터 폰으로 통화가 돼서 편합니다.

 

그리고 갤3에서는 음악을 듣다가 일시 정지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블루투스 이어폰 버튼으로는 다시 플레이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반드시 폰에서 음악 앱을 열어 플레이를 시켜야만 음악이 다시 재생되죠.

반면에 아이폰은 일시 정지 후 아무리 한참 지난 후라도 블루투스 이어폰의 플레이 버튼으로 음악을 다시 플레이시킬 수 있더군요.

또 아이폰에는 스테이터스 바에 블루투스 이어폰의 배터리 상황도 표시되는 등 좀더 세심한 배려가 돋보입니다.


스마트폰 주변기기는 이런 것들 외에도 독, 스피커, 키보드나 그 외의 각종 신기한 것들도 많은데요.

전반적으로 아이폰 용 주변기기가 종류도 많고 퀄리티가 더 낫습니다.

결국은 '파편화'가 문제인데, 안드로이드는 폰이 참 각양각색인 반면에 아이폰은 종류가 훨씬 적죠.

아이폰 5S는 사이즈도 모양도 아이폰 5와 똑같이 생겼을 정도고요.

안드로이드 vs. iOS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안드로이드의 우세이지만 단일 하드웨어 모델 단위로는 아이폰 쪽이 훨씬 점유율이 높습니다.


안드로이드 폰은 워낙 다양하다보니 주변기기를 각각의 폰에 딱 안성맞춤으로 만들기도, 모든 폰에 대해 충분한 동작 검증을 하기도 어렵죠.

그래서 안드로이드 주변기기는 주로 폰 회사에서 만든 순정 제품이 주류이고, 대상 시장 자체가 좁다 보니 가격 대비 퀄리티도 그다지^^;;

하지만 아이폰 주변기기는 하나 잘 만들면 팔 수 있는 시장이 크기 때문에 주변기기 전문 서드파티 회사에서 경쟁적으로 더 많이 더 잘 만듭니다.

동작 테스트도 단지 몇 종류의 폰/패드에 대해서만 하면 되니까 검증도 좀더 잘 돼있고요.

스마트폰 주변기기 쪽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역시 안드로이드보다는 아이폰이 답일 듯합니다.

 

 

6. 역시 배터리도 아이폰?

 

확실히 아이폰 5S는 갤럭시 S3에 비하면 배터리 줄어드는 속도가 반밖에 안 됩니다.

동일한 LTE 조건이었고, 비교에 사용한 갤럭시 S3의 배터리는 최근에 교체한 신품이라서 나름 공정한 비교였습니다.

아이폰은 크기도 작은 것이 참 대단하지요.

탈옥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갤럭시 S3보다 배터리 지속시간이 2배나 오래 가다니요.

 

그러나... 광탈의 갤3보다 두 배 오래 간다고 해봤자 고작 8~12시간입니다.

중요한 타이밍에 꺼지지 않고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아이폰 5S 역시 집과 직장, 양쪽에 충전기를 비치해야만 합니다.

요즘 폰들은 LTE 모뎀이 워낙 파워 소모가 크고, 프로세싱 파워도 높아지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인가 봅니다.

아이폰 3GS 때는 배터리가 거의 하루 가까이 지속됐기 때문에 충전기를 집에만 둬도 충분했는데 말이죠.

 

평상시 외근을 많이 다니시고, 전화 쓸 일이 많으신 분들은 아이폰이 배터리 교체가 안 되는 것이 문제가 되겠지만...

그런 분들을 제외하면 1년반쯤 전만 해도 배터리 교체는 안 돼도 지속시간 자체가 더 긴 아이폰이 월등히 좋았더랬는데 말씀이죠.

현세대 아이폰은 비록 '동급 최강' 배터리 지속시간이긴 하나, 어차피 하루를 못 버티기 때문에 절대적 우위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하루 이상 버티는 큼지막한 배터리가 들어가는 더 상위 체급의 노트 기종이 배터리 계의 챔피언이죠.

 

유출 사진에 따르면 이젠 애플에서도 대형 폰이 나올 것 같기도 합니다만...

그러면 다시 챔피언을 탈환할 수 있을까요?

 

 

7. 용량 용량 용량

 

제가 구입한 아이폰 5S는 '대란용' 16GB 모델이기 때문에 용량이 부족합니다.

지금 보면 눈이 침침해질 정도로 화면 해상도 낮은 아이폰 3GS에서도 32GB를 썼고, 갤3에선 내장 32GB, 외장 32GB로 도합 64GB를 썼는데

아이폰 5S가 16GB라니 그야말로 쪼그라든 거죠.

게다가 OS와 필수 데이터가 이미 3GB 정도를 잡아먹고 있기 때문에 실제 사용자 용량은 13GB가 채 안 됩니다.


지금까지 32GB나 64GB를 쓸 때도 거의 메모리를 꽉꽉 채우고 다녔거든요.

제 사용량 패턴을 보면 음악, 동영상, 사진 같은 멀티미디어 데이터가 대부분이었고, 앱도 참 가지가지 깔아서 앱 용량도 무시 못했습니다.

 

이제 앞으로 한 2년간은 16GB짜리 5S를 사용할 수밖에 없으니 사용 패턴에 변화가 필요합니다.

당분간 쓸 일이 없는 앱들은 바로바로 지워서 용량을 확보해야 할 듯합니다.

Pages나 Numbers는 아이폰/아이패드 신규 구입자에게 무료라고 해서 받아놓긴 했지만, 용량에 위기가 닥칠 경우 정리 대상 1순위입니다^^

그리고 게임도 용량을 많이 차지하니, 현재 플레이 중인 게임 한두 개만 남기고 다 지우려고요.

 

음악, 동영상 같은 멀티미디어 데이터는 최대한 클라우드 서비스 같은 것을 이용해서 폰이 아닌 서버에 올려놓고 필요할 때만 받아 쓰려 합니다.

지금은 KT와의 계약 상 무지막지한 LTE 데이터 요금제를 유지해야 하니 이런 사용 패턴도 가능합니다만... 석 달 후엔 어찌 될지-_-

앞으로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대세니까 단말기 용량이 그다지 필요 없는 시대가 오겠지요.

아마도 아이폰 5S는 그 이전에 수명을 다하겠지만^^;;

 

아무튼 살다살다 참 오랜만에 이런 코딱지 만한 용량에 데이터 구겨넣느라 생쑈를 부리게 됐네요.

외부 메모리 증설이 불가능하고, 내부 용량 기껏 16GB 늘리면서 10만원이나 더 받아처먹는 애플의 상술은 분명히 비난 받아 마땅합니다.

 

 

8. 탈옥이 능사는 아니구나

 

☞지난 번 글☜에도 썼지만, 순정 아이폰은 안드로이드에 비해 미디어 코덱, 파일 전송, 화면 꾸미기, 키보드 변경 등이 불가능하거나 불편해서

아이폰으로 오게 되면 반드시 탈옥을 하리라고 마음먹었고, 실제로 바로 아이폰 5S 구입 다음날 탈옥을 했습니다^^

 

1년 반 전에 비하면 탈옥 환경도 좋아졌습니다.

그냥 PC에 연결하고 탈옥 툴을 클릭하기만 하면 되고 말이죠.

예전엔 탈옥하면 금융 앱은 못 쓰는 줄 알았는데, tsProtector P라는 유료 Cydia 트윅(탈옥 폰 전용 앱)을 설치하니 금융 앱도 잘 되더군요. 

하지만 탈옥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곧바로 깨닫게 된 한 사건이 있었으니...

제가 나름 구글 단모음 키보드 예찬론자이다 보니(☞참고☜) 아이폰에서도 구글 단모음 키보드를 쓰고 싶었습니다.

제가 탈옥한 다음날 구글 단모음 키보드를 지원하는 Cydia 트윅 'Yookey Pro for iOS 7'이 출시되어 옳다꾸나 하고 거금 $4를 주고 깔았습니다.

 

아 진짜 욕 나오더군요. 살다 살다 이렇게 버그 많은 유료 프로그램은 처음 봤습니다. 홈페이지에 문의를 올려도 묵묵부답이고 말이죠.

1주일 만에 버그는 해결되긴 했지만, 동작도 안 하는 물건을 돈 받고 팔며 일언반구 사과도 없는 것은 최소한의 상도덕도 없는 거죠.

게다가 이 Yookey Pro는 유료인데도 안드로이드의 무료 앱 '반츄 키보드'보다 안 좋아요.

 

OS도 iOS 7으로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가 CPU도 아이폰 5S에서 64bit 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탈옥 앱들이 불안정합니다.

앞으로도 OS나 하드웨어에 변화가 올 때마다 한 차례씩 이런 사태를 치르고 가겠죠.

Cydia는 어쨌든 블랙 마켓입니다. 공식 앱스토어나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앱보다는 책임과 지원이 미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뭐 그렇다고 순정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은 아니고요^^ 탈옥할 때는 자신이 위험과 책임을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거죠. 

또 아이폰에서 가장 아쉬운 것 중 한 가지가 위젯인데, 위젯은 탈옥을 해도 별로 신통치 않더군요.

탈옥 아이폰용 위젯은 기껏해야 시계, 날씨, 달력 같은 것들 뿐이고 안드로이드의 각종 다양한 기능의 위젯들은 거의 없어요.

위 화면은 제가 갤3에서 애용하던 통신 사용량 위젯, 만보계 위젯, 사진액자 위젯인데요. 아이폰에선 탈옥해도 이런 위젯은 없습니다.


아이폰에서 사용량 확인은 위젯이 아닌 통신사 고객센터 앱으로 봐야 하는데,

사용량의 실시간 업데이트도 안 되고, 올레 고객센터는 버그 투성이라 5S에서는 로그인조차 안 되고 말이죠.

 

 

 

9. 한국에서 아이폰을 쓴다는 것

 

 

스마트폰 같은 유형의 제품은 네트워크 효과라는 것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네트워크 효과 혹은 네트워크 외부성(network externality)이란 어떤 재화가 홀로 존재할 때는 거의 아무런 가치를 가지지 않으나,

같은 재화를 소비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네트워크 연결을 통해 그 재화로부터 얻는 효용이 증가하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지난 1년반 동안에 한국의 안드로이드 : iOS 점유율 격차는 더더욱 벌어져서 이제는 9 : 1쯤 되는데요, 점유율이 높을수록 많은 면이 유리합니다.

한국에서 나온 앱이나 서비스는 이제 확연히 안드로이드 쪽을 더 발빠르게 잘 지원해줍니다.

예를 들어 위 화면은 카카오톡 무료 이벤트 이모티콘 페이지인데요. iOS에 비해 안드로이드 쪽이 훨씬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또 제가 기변 당시 애니팡2라는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안드로이드에서 쏠쏠하게 뿌려주던 무료 아이템들이 아이폰에선 뚝 끊겼고요.

그리고 안드로이드에서 애용하던 앱 중에 Noom 다이어트 코치라는 앱이 있는데, iOS 판은 완전 다른 앱이던데요.

제가 Noom에서 가장 즐겨 사용하던 기능이 실시간 운동 트래킹 및 기록 기능인데 iOS 판에서는 껍데기뿐이고, 전반적으로 미흡하더군요.

 

어느 한 쪽 OS에 특별한 애착이 있다거나, 뭔가 부득이한 이유가 있다거나, 저처럼 양쪽 모두 번갈아 가며 한 번씩 쓰고 싶으신 게 아니라면...

그냥 주위 사람들이 많이 쓰는 폰을 구입하시는 것이 속 편합니다.

 

 

10. 결론: iOS와 안드로이드

 

결론은 ☞지난 번 글☜과 비슷합니다.

개인에 따라 어느 한쪽이 좀더 취향에 맞을 수는 있지만, iOS와 안드로이드 모두 저마다의 장점이 있고, 체계가 잡혀 있습니다.

어느 쪽도 쓰레기 취급을 받으며 가루가 되도록 까여야 할 수준은 분명 아닙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전세계의 몇억명이나 되는 iOS 또는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이 전부 바보라서 그걸 쓰는 걸까요?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서 어느 한쪽 제품에 익숙해지면 실제로는 불편사항이 존재하는데도 불편을 못 느끼게 되며,

다른쪽 제품을 만져보면 단지 낯설고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안 좋다, 불편하다' 느끼기 마련인 것입니다.

반대 진영 제품도 실제로 써보고 익숙해지면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장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나 iOS를 까고 욕하는 사람들은 욕하는 진영의 최신기기를 진득하게 한 달이라도 써보고 욕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먹어보지도 않고 편식하는 건 안 좋아요. 인생의 일부를 손해보는 일입니다.

 

저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2년 정도 아이폰 잘 쓰고서, 그 후에는 또다시 안드로이드로 갈아타볼까 합니다.

다음번에는 삼성폰 말고 구글 레퍼런스 폰 영입을 고려 중입니다. 물론 싸게 나올 경우에^^

 

아, 그리고 OS 갈아타기를 고려중이신 분은 주소록에 사람 이름 저장할 때 성 따로 이름 따로 넣지 마시고 '이름'에만 세글자를 모두 넣으세요.

안 그러면 아이폰에서 안드로이드로 가실 때 성과 이름이 뒤집힙니다.

 

간혹 보면 다른 제품을 써보고 싶지만 앱스토어나 플레이 스토어에 유료 앱 구입한 것이 너무 많아서 못 가겠다는 분도 계신데요.

저도 1년 반 전에 아이폰을 떠나며, 10만원 어치 이상 사서 쟁여놨던 앱스토어 유료 앱이 아까워 하염없이 눈물 흘렸던 기억이 생생한데...

1년 반만에 돌아와 보니 구입했던 유료 앱 중에 아직도 쓸 만한 건 거의 없더군요-_-

게임 같은 것들은 뭐 이미 유행 다 지났고,

당시 특이한 기능으로 눈길을 끌었던 신기한 유료 앱들은 이미 더 뛰어난 다른 (게다가 무료) 앱들에 잠식당한 경우도 많고 말이죠.

 

앱의 수명이란 게... 고작 1년 남짓밖에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막 100만원 이상 질러놓으신 게 아니라면 미련 없이 떠나셔도 무방합니다.

 

 



 

이상,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를 왔다갔다하면서 느꼈던 여러가지 생각들을 또 한 번 정리해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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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 13. 21:19

라이트닝 리턴즈: FF13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을 위한 약간의 팁

파이널 판타지 XIII의 세번째이자 마지막 사골 우려먹기 작품이 파이널 판타지 XIII-3가 아닌

'라이트닝 리턴즈: 파이널 판타지 XIII(이하 LRFF13)'이라는 이름으로 2013년 11월 21일에 발매가 됐습니다.

그것도 웬걸, 한글(자막)판 동시발매라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해주면서 말이죠.


저도 한글판을 예약구매하긴 했지만... 그래도 별 기대는 안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영상이라든가 스토리라든가 게임 시스템이라든가 6년이나 된 파이널 판타지 XIII(이하 FF13)에 비해 딸리는 면이 없지 않네요.

엔딩 무비에서 라이트닝의 모델링은 눈 사이가 바다처럼 먼 볼빵빵 아줌씨가 돼버렸고, 다른 캐릭터들도 대략 '누구세요?' 수준이더군요-_-

뭐 그래도 팬으로서는 라이트닝 언니의 이야기를 또 플레이할 수 있어서 그냥 감지덕지할 따름이죠^^


저는 이번에도 대략 120시간이 넘는 플레이를 통해 플래티넘 트로피까지 땄고요.

제가 PS3 게임을 통틀어 플래티넘 트로피를 딱 3개 땄는데, 그게 FF13, 파이널 판타지 XIII-2(이하 FF13-2), 그리고 LRFF13입니다.

가족들 잘 때만 게임을 할 수 있는 데다가ㅜㅜ, 게임할 때 구석구석 다 뒤지며 다니는 성미이다 보니 좀 늦게 플래티넘 트로피를 딴 편이고요.

이미 저보다 빨리 플래티넘 트로피 따신 분들이 훨씬 많으시고, 벌써 인기가 시들시들해진 분위기인 듯한데요.

그래도 혹시 지금 LRFF13을 새로 시작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과 팁을 좀 드리고 싶습니다.

스토리 관련된 스포일러성 내용은 없으니 안심하셔도 되고요.



시작은 EASY 난이도로


일단 게임을 처음 켜고 'NEW GAME'을 선택하면 EASY MODE와 NORMAL MODE의 두 난이도 중에서 선택하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남자와 EASY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아" 이딴 생각으로 망설임 없이 NORMAL 난이도를 선택했지만... 무지 후회했습니다.


전투에 리얼타임 액션성이 대거 도입되어 컨트롤이 상당히 어려워졌고, 관련 시스템이 완전히 쇄신되어 적응에 시간이 꽤 필요하더군요.
그리고 전투 어빌리티에는 회복마법이 없고, 회복 아이템도 6개밖에 못 들고 다니며,

전투 참가 캐릭터가 라이트닝 한 명뿐이라 (중간에 일시적으로 NPC 동료와 함께 싸우기도 합니다만) 더 어렵다고 느껴집니다.


원래 파이널 판타지라면 웬만한 잔챙이들은 한두 방만 때리면 죽는 것이 상식이었지만 NORMAL에는 그렇게 쉬운 적은 일단 없고요.

중대형의 적들은 힘으로 밀어붙여 이기는 것은 불가능한 수준이고, 착실히 가드를 해가면서 약점을 찔러 녹아웃 시켜야만 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보스 캐릭터들은 무지 강해서... 2 ~ 3회 전멸과 재도전은 기본으로 각오하고 들어가야 할 정도고요.

NORMAL은 기존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난이도 기준으로 볼 때 무척 어려운 편이고, 2회차 HARD보다 1회차 NORMAL이 훨씬 힘들었습니다.


EASY와 NORMAL의 차이점은


  • EASY보다 NORMAL이 전투 난이도가 어려움
  • EASY는 필드에서 서서히 HP 회복, NORMAL은 그런 것 없음
  • NORMAL은 전투에서 도망치면 페널티로 1시간 경과, EASY는 그런 것 없음


의 세 가지인데요.

결정적으로 EASY가 아닌 NORMAL로 한다고 엔딩이 달라지거나 무슨 아이템이나 트로피를 추가로 얻는다거나 하는 메리트는 전혀 없습니다.

같은 값이면 다홍 치마라고^^ 처음 게임을 시작하실 때는 NORMAL보다는 EASY를 추천합니다.

EASY가 체감적으로 좀더 '기존 파이널 판타지스러운' 난이도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가 처음이신 분은 EASY로 시작하는 것이 좋겠고요, 파이널 판타지에 익숙하신 분도 EASY로 시작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NORMAL이 무슨 지옥의 난이도는 아닙니다^^
어려워졌다고 해봤자 파이널 판타지이고, HARD가 아닌 NORMAL이고요.
이미 NORMAL로 플레이를 꽤 진행한 분이라면 일부러 리셋하고 EASY로 재시작해야 할 정도는 아니에요.


퀘스트 순서 추천


LRFF13에서는 주인공 캐릭터의 레벨이라는 개념이 없고, 전투에서 경험치를 얻지도 못합니다.

전투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돈과 GP(글로리 포인트, FF13의 TP와 비슷)이며, 때때로 어빌리티와 아이템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 라이트닝의 HP, 공격력 같은 스테이터스는 어떻게 키우느냐?

게임 상에서 주어진 과제, 즉 퀘스트를 클리어해야만 그 보수로 스테이터스가 상승됩니다.


기존 FF13은 자유도가 전혀 없는 외길진행이었지만, FF13-2에서 좀더 자유로워졌고

LRFF13은 더욱 자유도가 높아져서 스토리 진행의 순서, 즉 퀘스트 수행 순서를 내 마음대로 선택해갈 수 있습니다.

스토리 진행에 주축이 되는 과제를 메인 퀘스트라고 하고, 메인 퀘스트와 관계가 적은 퀘스트들은 사이드 퀘스트라고 합니다.

메인 퀘스트가 사이드 퀘스트보다 클리어 보상과 스테이터스 상승치가 더 많고, 사이드 퀘스트 중에서는 난이도가 높을수록 보상이 많습니다.

그리고 기차역 게시판마다 초코리나의 기도의 캔버스 퀘스트가 있는데, 이들 퀘스트는 스테이터스 상승과 보상이 적고요.

메인 퀘스트는 지역 별로 룩세리온에 하나(1번), 유스난에 하나(2번), 윌더니스에 둘(3, 5번), 데드 듄에 하나(4번)가 있습니다.

메인 퀘스트 수행 순서에서 제일 중요한 점은 쾌적한 플레이를 위해 3번 윌더니스 여신의 신전 퀘스트는 맨 마지막에 클리어하라는 겁니다.

단, 윌더니스를 제대로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3-2 메인 퀘스트가 필수이므로, 3-2까지는 미리 진행해놓으시고 보스만 마지막에 잡으세요.

또 한 가지, 1번 룩세리온과 4번 데드 듄 메인 퀘스트는 가급적 6일 이내에, 2번 유스난 퀘스트는 5일 이내에 클리어하시는 게 좋습니다.

5번 윌더니스의 추락한 비공정 메인 퀘스트는 뭐 중간중간에 아무 때나 다른 퀘스트와 병행으로 진행하셔도 됩니다.


왜 저 순서를 추천하냐면... 메인 퀘스트 보스의 난이도를 따졌을 때 룩세리온 < 유스난 ≒ 데드 듄 < 윌더니스 여신의 신전 요렇게 됩니다.

그리고 룩세리온과 데드 듄의 보스들은 7일차에 업그레이드돼서 한층 더 강해지며, 유스난의 보스는 6일차, 10일차에 두 번 업그레이드 됩니다.

강해진 보스들은 2회차 플레이 때나 잡으시고, 1회차에서는 쾌적한 플레이를 위해 강화되기 전에 잡는 것을 추천합니다.

3번 여신의 신전 퀘스트 보스는 확실히 다른 보스들보다 강하지만 날짜에 따라 강화되지는 않기 때문에, 여유 있게 마지막에 잡는 것이 좋고요.

5번 추락한 비공정 메인 퀘스트는 보스가 따로 없고 전세계를 무대로 하는 심부름 퀘스트라서 근처 지날 때 들러가는 식으로 진행하시면 됩니다.


어떤 메인 퀘스트는 진행하다 보면 오후 6시에 오라는둥 자정이 되기 전에는 못 들어간다는둥 하는 시간의 제약이 있는데,

그 시간까지 손 빼물고 기다리느니 그 근처의 사이드 퀘스트를 풀면서 다니거나 다른 메인 퀘스트를 병행해서 진행하셔도 됩니다.

다만 룩세리온과 유스난의 메인 퀘스트는 시간이 제한된 데다가 시간대가 서로 꽤 겹치기 때문에 이 둘끼리 병행 진행하는 건 좀 곤란할 겁니다.


메인 퀘스트가 사이드 퀘스트보다 클리어 보수와 스테이터스 상승치가 더 짭짤하다고는 하나,

사이드 퀘스트 대여섯 개의 보수를 합치면 대략 메인 퀘스트 하나와 맞먹습니다.

메인 퀘스트 중심으로 플레이하시되 곁다리로 사이드 퀘스트 알바 좀 뛰면, 라이트닝도 더 강해지고 메인 퀘스트 진행도 수월해집니다.

알바라는 말이 딱 적당한 것이, 사이드 퀘스트의 대부분은 어디 가서 뭐 좀 주워오라는둥 누구를 만나라는둥 하는 잔심부름이 많거든요.


잔심부름 다니기는 귀찮고, 최소한의 퀘스트만 깨서 빨리빨리 엔딩만 보길 원하는 분이더라도

FF13의 팬이라면 짚고 넘어가야 할 FF13의 추억을 자극하는 사이드 퀘스트가 몇 가지 있습니다.


룩세리온의 메인 퀘스트 클리어 후 성묘 구역의 아리미야에게 수주받을 수 있는 성녀의 휘석 퀘스트와

윌더니스 여신의 신전 메인 퀘스트 클리어 후 칸파스 팜에 발생하는 혼돈에 둥지를 트는 것 퀘스트,

그리고 유스난의 기적의 트럼펫과 가희의 우울 퀘스트인데요.

뭐 어찌 보면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FF13 캐릭터의 스토리와 관련된 퀘스트들입니다.



시간 제한에 대해


세계멸망이 7일 남은 상태에서 게임은 시작됩니다. 뭔가 있어보이지 않나요^^?


게임의 전체적인 시간 흐름에 대해 개략적인 설명을 드리자면,

최초에는 세계 멸망이 7일 남아있지만 퀘스트를 클리어해갈수록 멸망까지 남은 기간이 연장됩니다.

대략 메인 퀘스트 하나 클리어하면 하루씩 늘어나는 꼴이고, 사이드 퀘스트들을 클리어함에 따라서도 늘어납니다.

세계의 수명을 13일까지 연장시키지 못하고 세계 멸망을 맞는다면 배드 엔딩으로 끝나게 됩니다.

아래 화면처럼 성수에 열매 5개가 열리고 꽃도 만개되면 13일까지 연장되는데, 마지막 날 마지막 보스를 클리어하면 굿 엔딩이 됩니다.

클리어한 사이드 퀘스트 개수에 따라서 하루가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메인 퀘스트는 모두 클리어했지만 사이드 퀘스트는 대략 45개 이하로 클리어했다면 13일째에 바로 마지막 날 퀘스트가 주어지지만,

더 많이 클리어했다면 13일째에는 종극의 명궁이라는 라스트 원 사냥 던전이 열리고, 하루 더 지난 14일차가 마지막 날이 됩니다.


그런데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외길 진행 스토리가 아니라서 무슨 일을 어디부터 손 대야 하는지 감이 안 오는 얼떨떨한 상태일 텐데 말이죠.

시간은 무려 현실 세계의 24배 속도로 지나갑니다. 즉, 게임 상의 하루가 실제 시간으로 1시간인 꼴인데요.

기존의 시간 제한 없는 일본식 RPG에만 익숙한 분들께는 처음에 제한시간의 압박감이 장난이 아닐 겁니다.


그렇지만 게임을 해보시고 익숙해지면 아시겠지만, 게임 상의 전체 시간이 제한되었다는 건 사실 별로 문제가 안 됩니다.

시간 활용에 익숙해지시면 나중에는 할 일 다 해놓고 빈둥거리는 상황도 옵니다.

다행히 지도나 메뉴 윈도우, 세이브 창 등을 열어놓은 상태에서는 시간이 안 갑니다.

그리고 전투 중에도 시간이 가지 않습니다(종극의 명궁은 예외입니다).

'6시까지 보스를 잡으러 가야 되는데 잔챙이들이 왜 자꾸 발목을 잡냐'며 조바심 낼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크로노스태시스라는 GP 어빌리티를 사용하면 시계가 일정 시간 멈춥니다(종극의 명궁에서는 크로노스태시스도 못 씁니다).

대형 몬스터에게 승리하면 2GP(HARD에서는 1GP), 혼돈의 결계 내에서 전투에 승리하면 보너스 1GP를 받는 식으로 GP는 꽤 후하기 때문에

적들이 어슬렁거리는 필드에서는 크로노스태시스를 마구마구 연발하며 다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적이 나타나지 않는 평화로운 도시에서 퀘스트 심부름하느라 왔다갔다 거릴 때 시간이 빨리 가죠.

시간을 효율적으로 쪼개 쓰고 크로노스태시스를 잘 활용하면 시간이 모자라서 세계멸망을 당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오히려 시간을 너무 효율적으로 쓰면 저처럼 후반부가 심심해집니다.

저는 최선을 다해 퀘스트들을 병행진행해서 메인 퀘스트를 7일차에 모두 끝냈거든요.

8~10일차에는 거의 모든 사이드 퀘스트와 기도의 캔버스까지 싹쓸이했고, 어빌리티와 트로피를 위한 노가다까지 했는데 정말 지루하더군요-_-

결국 11~12일차에는 만사 귀찮고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서 13일차 종극의 명궁 열릴 때까지 여관에서 그냥 잤네요ㅎㅎ

아무튼 너무 일찍 끝내도 그 뒤가 지루해지니 서두르지 말고 이틀에 메인 퀘스트 하나 완료하는 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하시라는 겁니다.


LRFF13의 시간 제한에 대해 제가 불만인 부분은 시간의 총합의 제한이 아니라 통금시간의 존재입니다.

어떤 지역에는 심야에만 들어갈 수 있다든지, 어떤 사람은 몇 시에만 볼 수 있다든지, 어디로 몇 시까지 집합해야 된다든지 요런 부분인데요.

뭔가 스릴 넘치고 재미 있다기보다는 솔직히 귀찮고 짜증 납니다.



스타일 커스터마이즈의 기초


FF13-2의 전투 시스템은 오리지널 FF13을 약간 개선한 정도였습니다만... LRFF13은 리얼타임 요소가 크게 늘어 완전 액션 배틀이 돼버렸습니다.

그리고 일단 전투에 참가하는 우리편 캐릭터가 라이트닝 혼자이다 보니

FF13에서 AI 캐릭터를 간접적으로 조작하기 위해 존재했던 롤(Role)이라는 요소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기존 FF13 전투 시스템의 옵티마 혹은 패러다임(Paradigm)이라는 개념 대신에 스타일(Style)이라는 유사한 개념이 도입됐습니다.

라이트닝의 옷과 장비, 어빌리티의 조합을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이런 스타일을 세 개 만들어놓고 전투 중에 전환해가면서 싸웁니다.


스타일을 구성해서 만드는 것을 '스타일 커스터마이즈'라고 하는데요.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는 스타일은 총 9개의 칸이 있으나, 전투 중에 사용할 스타일 3개 + 추가 스타일 0~2개 정도만 만드시면 됩니다.

한 번 해보면 아시겠지만, 아래쪽 스타일 컬렉션 6칸은 비워놓는 게 훨씬 편합니다.

스타일 커스터마이즈에서 전투의 승패가 반쯤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긴 합니다만,

게임 시작하자마자 마음대로 스타일을 만들라는데... 아무런 기초지식이나 사전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하려면 좀 당황스럽죠.


우선 전투에 사용할 3가지 스타일을 각각 어떻게 특성화시키는 것이 좋은지가 문제인데요.

진리나 정답은 없는 것 같고, 게임을 진행해 나가면서 본인 플레이 스타일에 맞게 맞춰가는 것이 최선이겠지요.

적 공략에 필요한 특정한 어빌리티에 맞춰 스타일 조합을 꾸며야 할 경우도 있고요.


일단 평상시에 안정적으로 사용할 만한 조합이 물리공격 중시 스타일 + 마법공격 중시 스타일 + 방어 중시 스타일의 조합인 것 같습니다.

가드(방어)의 중요성이 LRFF13의 또다른 특징 중 하나라서, 방어에 특화된 스타일을 하나 만들어두는 게 안전하더라고요.

저도 가드하지 않고 생각 없이 공격에만 전념하다가 강력한 적의 공격 한두 방에 죽은 적 많습니다.


그런데 스타일들을 각각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치게 특화되도록 커스터마이즈해 놓으면

특정 공격만 통하는 적을 만났다든지 할 때 한 스타일만 쓰고 나머지 두 스타일은 놀고있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너무 특화시키는 것보다는 '물리공격 + 약체화 마법'이라든지 '방어 중시 + 녹아웃 특화' 같은 식의 좀 복합적인 스타일이 바람직합니다.

저는 물리공격 중시(복합), 마법공격 중시, 방어 중시(복합), 밸런스 중시의 네 스타일을 만들어 놓고, 상황에 따라 세 개를 골라 썼습니다.



웨어 추천


스타일 커스터마이즈에서 가장 중요하고 베이스가 되는 요소는 웨어(옷)입니다.

웨어에는 ATB(행동력) 초기치와 최대치가 설정돼 있고, ○×□△ 버튼에 어빌리티 한두 개 고정돼있고, 오토 어빌리티도 한두 개 달려있습니다.

무기나 방패, 어빌리티는 같은 종류를 여러 개 소지할 수 있지만 웨어는 딱 1개씩만 가질 수 있으며,

웨어의 이름이 바로 스타일의 이름이 됩니다 (스타일 이름은 바꿀 수도 있지만... 뭐 귀찮게 일부러 그럴 필요까지는^^).


물리공격 중시 웨어 중에 초반에 쓸만한 것으로는 초회한정 특전인 솔저 1st꺼지지 않는 바운서가 있습니다.

중반 이후라면 솔저 1st의 흉베기보다 좀더 유용한 기술인 아르테미스 피어스를 가진 밀림의 사냥꾼이 좋은데요,

윌더니스 '숲의 숙소 야쿠트'에서 수렵단장에게서 수주 받는 '단장의 도전장'이라는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얻을 수 있습니다.

밀림의 사냥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초기 ATB 게이지가 0%라는 점인데요(두번째 문제점은 고정 어빌리티가 쓸모없다는^^;;).

적과 떨어진 상태에서 다른 스타일로 전력베기 입력 후 밀림의 사냥꾼으로 재빨리 스타일 전환하는 꼼수를 잘 이용하든지,

일찍 핀 코사지(초기ATB 50% up), 팔콘 참(ATB속도 70 up) 액세서리나 ATB 차지 어빌리티를 잘 활용하면 최강의 파이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종극의 명궁 보스 엘렉슈갈('에레슈키갈'은 오역임)에겐 밀림의 사냥꾼의 아르테미스 피어스나 솔저 1st의 흉베기가 발동하지 않습니다.

엘렉슈갈에게 대항할 만한 효과적인 물리공격 어빌리티로는 다크나이트 웨어의 아수라라는 것이 있지만...

다크나이트에는 사용시 자기 HP를 엄청 깎아먹는 공격 어빌리티가 두 개나 박혀있어서, 엘렉슈갈 전 외에는 거의 쓸모가 없습니다.

그래도 다크나이트를 정 원하신다면 룩세리온의 메인 퀘스트 → 묻혀진 정열 & 과거의 일기를 읽는 남자 → 죄없는 영혼을 구하기 위해서 등

여러 퀘스트를 클리어해야 하고, 시간적으로도 최소한 7일 이상 소요됩니다.

무엇보다도 잊지 마셔야 할 것은, 반드시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만행을 저질러야만 얻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마법 중시 웨어 중 쓸만한 것은 윌더니스 칸파스 팜에서 파는 웨어들입니다.

불, 얼음, 번개, 바람의 4속성 별로 네 가지 웨어가 있는데, 저는 그 중 코랄 머메이드를 애용합니다. 무엇보다 노출도가 높아서^^;;

위 사진의 웨어는 기본색과 다르다는 걸 눈치 채셨을 수도 있는데요, 웨어 색깔은 자기 마음대로 편집할 수 있습니다(편집하면 트로피도 줘요).

혹시라도 아래 사진처럼 빨간 글램록 해트를 쓰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레어 상점 아저씨를 만날 수 있다면
그 아저씨가 파는 스트리트 위치론 레인저 웨어도 괜찮습니다.

가드 중시 웨어는 유스난 갑옷 거리에서 파는 고요한 가디언과 윌더니스의 '발할라의 신기' 퀘스트 보수인 세이크리드 나이트가 좋습니다.

고요한 가디언과 사이버 아바타는 특정 액세서리들과 조합하면 물리내성 또는 마법내성의 총합을 100%로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렇게 세팅한 스타일은 전투 시에 가드 버튼을 안 눌러도 막 자동 가드가 되는데, 대신에 공격력이 급락합니다.


그 외에 전투를 유리하게 해주는 특수한 오토 어빌리티가 장착된 웨어들도 쓸만한 것들이 여러가지 있는데요.

벤전스(윌더니스 숲의 숙소 야쿠트에서 판매)나 섀도 트루퍼(레어 상점에서 판매)처럼 비트 다운이 장착된 녹아웃 특화형 웨어도 있고,

체인저 브레이브가 장착된 현란한 애드미럴이나 체인저 페이스가 장착된 스트라이더(둘 다 유스난 미식의 구역에서 판매)도 꽤 유용합니다.

HP 회복수단이 여의치 않은 LRFF13인 만큼, 용검으로 공격할 때마다 HP가 회복되는 용기사(유스난의 '데스 게임' 퀘스트 보수)도 쓸만하고요.

상태이상 공격을 많이 해오는 보스와 싸울 때는 '가드 시간으로 에스나' 기능이 있는 미콧테의 옷(초코보 걸들에게서 입수)도 좋습니다.

공격력 2.0짜리 싸우기 Lv.4 장착에, ATB 빵빵하고 다른 스타일 ATB도 빨리 올려주는 앰비벌런스II(13일차 입수 가능)도 빼놓으면 섭섭하죠.



어빌리티 세팅


LRFF13은 각 스타일마다 ○×△□의 각 버튼에 어빌리티(행동 커맨드)를 세팅하게 되어 있습니다.

전투 중에 사용할 수 있는 스타일이 3개니까 총 12가지 행동이 가능한 것인데요.

그 안에 물리공격, 마법공격, 방어, 약체화 마법, 녹아웃 특화 어빌리티 등을 밸런스 맞춰 전략적으로 잘 배치해야 합니다.


12가지 중에 웨어 고정 어빌리티가 서너 개 될 것이고, 가드도 몇 개 넣어줘야 하고, 4가지 속성 공격 챙겨주고 하다 보면

실질적으로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어빌리티는 몇 개 안 남습니다.

필요한 건 많고, 어빌리티 슬롯 수는 절대적으로 적다 보니 필드나 적에 따라서 어빌리티 세팅을 빈번하게 바꿔줘야만 합니다.


LRFF13에는 불, 얼음, 번개, 바람의 4개 속성이 존재하는데,

유스난의 몬스터들은 대부분 불 속성에 약하며, 데드 듄의 적들은 거의 바람 속성에 약해서 대충 한 속성만으로도 보스전까지 다 커버됩니다.

유스난에서는 화룡의 브레이슬릿, 데드듄이라면 풍마의 브레이슬릿을 착용하고 다니면 해당 속성이 물리공격에 부가돼서 편하죠.


그런데 룩세리온에는 번개 속성에 약한 적이 많긴 하나 다른 속성의 적들도 꽤 있고,

윌더니스엔 각 속성의 다양한 적들이 나오는 데다가 약점 속성이 마구 바뀌는 놈도 있어서 네 가지 속성 공격이 모두 필요합니다.

네 속성 중 한 속성을 빼고 스타일을 편성해놨는데 바로 그 빠진 속성의 공격만 통하는 적을 딱 마주치게 되면 완전 속수무책이거든요.

윌더니스에서 다닐 때는 마법 또는 물리공격의 조합으로 4속성이 모두 구비되도록 해놓으시고, 브레이슬릿 류는 착용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잔챙이들이 여럿 나오는 단체전의 경우에는 블래스트 계열 물리공격이나 ~가 계열 마법공격(파이가 등) 같은 범위공격이 유리하고요.

대형 적이나 보스전의 경우는 빨리 녹아웃을 시킬 수 있는 비트 다운이나 ~라 계열 마법공격(파이라 등),

녹아웃 상태일 때 큰 대미지를 줄 수 있는 전력베기, ATB를 빨리 회복하는 ATB 차지,

그리고 장기전에서 빛을 발하는 약체화 마법(디프로테, 디셸, 위크, 슬로우, 바이오)이 유용합니다.

대형 몬스터는 HP 자체가 높기 때문에 HP를 일정 비율로 깎아나가는 바이오가 의외로 쏠쏠해요.


가드 어빌리티 중에서 연타로 저스트 가드를 노리기에는 ATB 소비가 적은 일반 가드 어빌리티가 낫지만, 방어 성능은 헤비 가드가 더 좋고요.

방어중시 스타일의 ATB가 다될 수도 있고, 적의 공격이 너무 빨라서 스타일 체인지 후 가드가 어려울 수도 있으므로,

보스전에서는 둘 이상의 스타일에 헤비 가드 또는 가드를 장착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각 웨어에 미리 고정된 어빌리티들의 버튼 배치에는 대략적인 규칙이 있습니다.

웨어를 바꿀 때마다 충돌과 혼란이 생기지 않기 위해서는 유저가 선택한 어빌리티도 그 기준에 따라 버튼 배치하는 게 편합니다.


  • △ 버튼 : 강력한 공격
  • □ 버튼 : 가드 종류
  • ○ 버튼 : 기본적인 공격
  • × 버튼 : 별 규칙 없는 듯(고정 어빌리티가 2개일 경우 △× 조합이 종종 있음)


만약 웨어 고정 어빌리티의 위치가 정 맘에 안 든다면 원하는 다른 버튼으로 위치를 이동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어빌리티의 합성과 레벨 업


어빌리티는 적과의 전투에서 승리했을 때 일정 확률로 얻을 수 있는데요.

어빌리티의 능력과 특성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합성과 레벨 업을 통해 키워갈 수 있습니다.

같은 이름, 같은 레벨의 어빌리티끼리는 합성을 해서 공격력을 성장시킬 수 있고,

합성을 통한 성장의 한계에 다다른 어빌리티는 주보라는 아이템을 사용하여 레벨을 한 단계 올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해보지 않고 말만 들어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딱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만 말씀드리자면 물리공격 어빌리티와 마법공격 어빌리티는 절대로 팔거나 버리지 말라는 겁니다.

(유일한 예외는 '마그네'인데, 마그네는 얼마든지 팔아버리셔도 돼요^^;;)


물리공격과 마법공격 어빌리티를 레벨업해서 키우는 방식은 방어 및 약체화마법 어빌리티와 크게 다릅니다.

방어 계열과 약체화 마법 계열의 어빌리티는 모든 어빌리티가 합성 성장 한계 상태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합성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들 어빌리티는 Lv.1 어빌리티가 하나 있으면 그냥 레벨 업 시켜서 끝까지 키울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 좋은 오토 어빌리티 달린 고레벨 어빌리티와 합성해주면 그걸로 OK입니다.

그래서 아래 화면처럼 막 남아도는 게 보통이고, 남아도는 중간 레벨의 방어 및 약체화 어빌리티는 그냥 다 팔아버려도 됩니다.

반면에 물리공격과 마법공격 어빌리티는 같은 레벨의 어빌리티끼리 합성을 10번쯤 해야 그 레벨의 성장 한계에 다다릅니다.

그래서 공격 어빌리티를 Lv.1부터 Lv.★(= 성장한계에 다다른 Lv.5)까지 다 키우려면 엄청난 개수의 어빌리티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고요.


한편, 7일차와 10일차 두 차례에 걸쳐 몬스터들이 강화되는데, 이 때 드랍하는 어빌리티의 레벨도 높아집니다.

그렇다면 저레벨 어빌리티를 그렇게 힘들여 키울 필요 없이 그냥 날짜 지난 후에 몬스터에게서 고레벨 어빌리티를 받으면 되는 거 아닐까요?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긴 합니다만, 그냥 그렇게 넘어가버릴 수 없는 요소가 한 가지 있습니다.


레벨업할 때마다 어빌리티의 소비 ATB가 줄어들기 때문에 저레벨부터 키운 어빌리티가 ATB 코스트(소비량)가 낮습니다.

같은 '싸우기 Lv.3'라도 몬스터가 바로 드랍한 싸우기 Lv.3는 ATB 코스트가 10이고, Lv.1부터 키운 싸우기 Lv.3는 ATB 코스트가 8입니다.

1회차에서는 Lv.3까지밖에 못 키우니까 큰 차이가 아닐 수도 있지만, HARD 모드에서 Lv.5까지 키우면 ATB 코스트가 5까지 줄어듭니다.


공격 어빌리티를 ATB 소모량 낮추겠다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Lv.1부터 Lv.5까지 키운다는 게 사실상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몬스터 개체수에 조금 신경을 쓰고, 공격 어빌리티는 팔지 않는다는 규칙을 지키면 잘 키운 어빌리티 몇 개를 보며 흐뭇해할 수 있습니다.



몬스터의 멸종에 대해


LRFF13에는 등장 몬스터의 종류도 적을 뿐더러, 특이하게도 멸종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아누비스와 세토, 그리고 중형 인조병기들 외의 몬스터는 일정 수 이상 잡으면 이름 뒤에 Ω(오메가)가 달린 핫핑크 색 라스트 원이 나오는데요.

보통 놈들보다 강한, 그리고 더 높은 레벨의 어빌리티와 꽤 좋은 아이템을 떨궈주는 라스트 원을 잡으면 그 몬스터 종류는 절멸, 즉 멸종됩니다.

라스트 원을 잡은 후에는 꼭 바닥에 떨어진 아이템을 주우세요. 저 이거 깜빡 잊고 두 개나 놓쳤어요ㅜㅠ


아무튼 이 멸종이란 요소가 어빌리티 합성 시스템과 맞물려서 공격 어빌리티를 키우기 힘들게 만듭니다.

위에서 말씀 드렸듯이 몬스터들이 떨어뜨리는 어빌리티의 레벨은 7일차와 10일차, 두 차례에 걸쳐 상승합니다.

그리고 공격 어빌리티를 꾸준히 레벨업시키기 위해서는 각 레벨 별로 10개쯤 되는 어빌리티를 모아서 합성해야 되는데요.


최선의 경우는 뭐냐면 6일차까지는 1단계 공격 어빌리티들을 모아 성장한계까지 합성해서 딱 하나만 2단계로 레벨 업할 만큼만 몬스터들을 잡고,

7 ~ 9일에는 기존 어빌리티에 2단계 어빌리티들을 합성해서 3단계로 딱 하나 레벨업할 정도만 잡고,

10일차 이후에 3단계 어빌리티를 모아 최대한 성장시키며, 마지막으로 라스트 원을 잡아 4단계 어빌리티 하나를 받는 겁니다

(1회차 플레이에서 4단계 어빌리티는 레벨업으로는 만들 수 없고, 10일차 이후의 라스트 원에게 받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근데 문제는 위 설명처럼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타이밍을 아주 잘 맞춰서 대략 30개의 어빌리티를 얻어내야 하는데, 몬스터 한 종류가 멸종될 때까지 주는 어빌리티 총합이 30개가 안 됩니다.

그래서 몬스터 두 종류 이상이 드랍하는 공격 어빌리티만 위 설명처럼 키우는 것이 가능하고,

한 몬스터만 드랍하는 공격 어빌리티는 1회차 플레이에서 Lv.1부터 Lv.3 성장한계까지 키우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런 경우 Lv.1, 2는 포기하고 10일차 이후에만 열심히 잡아서 Lv.3라도 최대한 키우는 게 정답일지도 모릅니다.


제 경험담을 말씀 드리자면 7일차 이전에 아판다와 마스라오를 그냥 멸종시켜버렸는데,

각각 에어리어 블래스트와 선더라 어빌리티를 주는 놈들이 걔들밖에 없는 겁니다.

그래서 에어리어 블래스트 Lv.1과 선더라 Lv.1만 꽤 많이 얻었지만... 다 모아모아 합성해봤자 Lv.2 어빌리티 꼴랑 한두 개 나오더군요-_-

특히 선더라가 심각한데, 마시라를 잡아도 마스라오의 멸종 카운트가 올라가기 때문에 마스라오는 몇 번 못 만나고 멸종돼버립니다.

~라 계열 마법 중 파이라나 에어로라는 키우기가 쉽고, 블리자라는 조금 어렵고, 선더라는 무지 어렵다는 점, 미리 알아두시면 좋을 듯합니다.


전투 후에 돈을 받지 못하는 대신 아이템과 어빌리티 드랍률을 높여주는 탁발 염주('탁발의 수주'는 발번역임)라는 액세서리가 있습니다.

선더라를 얻기 위해 멸종 위기종인 마스라오를 사냥할 때라든지, 비트 다운을 목적으로 드랍률 지지리 낮은 데스데모나를 사냥할 때 유용하죠.

반대로 돈을 많이 주는 사보텐더 사냥할 때는 당연히 탁발 염주를 끼면 안 되겠죠?

탁발 염주는 윌더니스 여신의 신전 입구 바로 앞에서 오른쪽으로 빠지면 얻을 수 있는데요.

그러려면 우선 여신의 신전 메인 퀘스트의 3-2까지는 클리어해서 초코보가 활공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놔야만 합니다.

그리고 또 특정 공격 어빌리티의 유일한 공급원이 되는 몬스터는 초반에 너무 잡지 않도록 피해다닌다든지,

한 지역에 너무 오래 머물지 않도록 의식하며 골고루 돌아다닌다든지 하는 식으로 어빌리티와 멸종에 대해 어느 정도 고려하며 플레이한다면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것보다는 더 많은 공격 어빌리티들을 체계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겁니다.


한편, 가드 어빌리티와 약체화 마법 어빌리티를 주는 몬스터는 일단 초반에 중점적으로 많이 잡으시고요.

나머지는 종반에 잡으면 좋은 오토 어빌리티도 붙고, 라스트 원에게 4단계 어빌리티도 받아서 좋습니다.

그런데 뭐... 그냥 중간에 아무 때나 멸종시켜버려도 별 상관 없습니다^^ 2회차 HARD 모드에서 더욱 좋은 오토 어빌리티가 달려나올 거거든요.

오히려 조금 일찍 멸종시켜버리는 것이 플레이에 도움 되는 몬스터들도 몇 종류 있습니다.

1) 사보텐더

데드듄의 오아시스 대등대에 자주 출몰하는 사보텐더는 돈을 많이 줍니다.

어떤 무기나 웨어가 사고 싶은데 돈이 모자라다면 오아시스 대등대에서(낮에 가는 게 좋아요) 사보텐더 사냥으로 돈을 좀 모으는 것도 좋습니다.

메인 퀘스트 한두 개 클리어한 스테이터스라면 사보텐더 정도는 수월하게 잡을 수 있을 테고, 파이가가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사보텐더가 주는 어빌리티는 ATB 차지라든지 카운터 매직 같은 방어 어빌리티라서 멸종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참고로 7일차와 10일차에는 주는 돈이 늘어나며, 사보텐더Ω는 아마도 10일차 이후에 잡으셔야 ATB 차지 Lv.4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2) 고르고놉스

룩세리온 순례의 다리나 데드듄에서 만날 수 있는 고르고놉스를 멸종시키면 일찍 핀 코사지라는 액세서리를 줍니다.

일찍 핀 코사지는 초기 ATB 50% 업이라는... 밀림의 사냥꾼 웨어에 꼭 필요한 효능을 가진 액세서리죠.

고르고놉스는 '싸우기'와 '전력베기'라는 물리공격 어빌리티를 드랍하는데요. 싸우기는 라플레시아, 전력베기는 아누비스도 줍니다.

고르고놉스를 일찍 멸종시켰다면 라플레시아는 되도록 오랫동안 살려두셨다가(느려서 피해다니기도 쉬워요) 10일 이후에 멸종시키시고,

아누비스는 멸종되지 않으니까 유스난 궁전에서 사냥해도 되고, 아니면 오후 4 ~ 6시에는 전세계 어디서나 잡을 수 있습니다.


3) 트리피드 또는 데저트 사하긴

트리피드Ω를 잡으면 '강화 이터 + 물리공격 15% up', 데저트 사하긴Ω는 '강화 이터 + ATB 속도 10 up' 액세서리를 주는데요.

강화 이터를 장착하고 전력베기를 하면 적에게 걸린 강화마법을 빼앗아올 수 있어 대형 몬스터전과 보스전이 한층 수월해집니다.

쟤들이 드랍하는 어빌리티는 약체화 마법 류라서 좀 일찍 멸종시켜도 별 문제 없습니다만...

'디브레이'를 주는 몬스터는 데저트 사하긴이 유일한데, 그것도 7일째 이후부터만 드랍하기 때문에 디브레이 애용하시는 분은 주의하시길요.


슈레딩거Ω는 '강화 이터 + 마법공격 15% up' 액세서리를 주는데, 전력베기와 마법공격은 별로 어울리지가 않죠.

또 초코보 이터나 어스 이터를 멸종시키면 '방어 이터' 달린 액세서리를 받을 수 있는데,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일단 쟤들은 멸종시키기 쉽지 않은 강적들이고, 방어 이터는 강화 이터보다 유용성이 좀 떨어지거든요.

정 방어 이터를 원한다면 방어 이터 달린 신도의 쇠낫이라는 무기를 쓰세요(성도의 전투도끼라고 강화 이터 달린 무기도 있습니다).



녹아웃의 대책과 활용


LRFF13의 전투에서는 적을 녹아웃(Knock Out = K.O.)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FF13이나 FF13-2를 해보신 분이라면 거기서 나왔던 '브레이크'라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시면 맞습니다.

뷁스럽던 용어가 좀더 영어스럽게 바뀌었네요.


앞에서도 설명드렸지만 LRFF13에 나오는 적들 중 대형 몬스터나 보스는 녹아웃시키지 못하면 못 죽인다고 봐야 합니다.

잔챙이들 중에도 그런 녀석이 종종 있고요.

대형 몬스터 같은 경우는 녹아웃도 다단계라서 녹아웃 상태에서 한두 번 더 녹아웃을 시켜야 진정한 녹아웃이 됩니다.

적이 녹아웃됐지만 여전히 때릴 때 녹아웃 웨이브가 튄다면 초기 단계의 녹아웃입니다. 제대로 녹아웃되면 녹아웃 웨이브가 안 나타납니다. 


그런데 녹아웃 조건이 몬스터마다 제각각이라서 골치가 아픕니다.

녹아웃 조건은 대략

  • 물리 공격을 한다
  • 마법 공격을 한다
  • 불, 얼음, 번개, 바람 중 특정 속성의 공격을 한다
  • 적 공격의 허점에 맞춰 반격한다
  • 적의 공격을 타이밍 맞춰 가드한다(저스트 가드)
  • 특정 부위를 공격한다(대형 몬스터의 경우)

이런 것들의 조합입니다.

정보상에게서 몬스터의 '비록'을 사거나 전투 중에 녹아웃 조건에 해당하는 공격을 하면 적 정보에서 녹아웃 조건을 볼 수 있습니다.


적마다 녹아웃 웨이브라는 것이 있어서, 녹아웃 조건에 맞는 공격을 할수록 그 웨이브가 차오르고, 시간이 흐르면 웨이브가 다시 잠잠해지는데,

웨이브가 내려가는 속도보다 빠르게 조건에 맞는 공격을 계속 이어가서 웨이브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적이 녹아웃되는 거거든요.

FF13과 FF13-2에서는 이것이 체인 게이지라는 그래프와 숫자로 명확히 표시됐는데, LRFF13은 웨이브 형태라서 알아보기가 다소 어렵습니다.


LRFF13에서는 녹아웃이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만큼

중대형 몬스터와의 전투는 빨리 녹아웃 시키려는 단계녹아웃 중 신나게 두드려 패는 단계로 분리해서 행동 전략을 달리 해야 합니다.

전투 준비를 위한 스타일 커스터마이즈 때부터 녹아웃 요소를 고려에 넣어야 함은 물론이고요.


마법공격 중시 스타일은 ~라 계열 마법이 녹아웃 시키기에 유리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녹아웃 이전의 공격에 비중이 많고,

물리공격 중시 스타일은 전력베기 류의 강력한 물리공격이 녹아웃 후의 대미지 뽑기에 유리하기 때문에 녹아웃 이후에 활약할 일이 많죠.

공격력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방어 중시 스타일은 녹아웃에 특화됐지만 공격력이 떨어지는 무기나 어빌리티를 장착하기에 좋습니다.


공격 어빌리티의 설명을 보면 녹아웃 파괴력이 있고, 녹아웃 지속시간이 표시되는데요.

예를 들어 녹아웃 파괴력이 A고, 녹아웃 지속시간이 E면 그 공격을 했을 때 녹아웃 웨이브가 크게 오르지만 시간에 따라 빨리 떨어지는 것이고,

반대로 녹아웃 파괴력이 E이고 녹아웃 지속시간이 A라면 웨이브가 많이 오르지는 않지만 오래 유지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리공격 중에는 비트 다운이라는 녹아웃에 특화된 기술이 있고, 전력베기도 녹아웃 파괴력과 지속시간 모두 B라서 쓸만합니다.

허점을 반격하는 것이 녹아웃 조건인 몬스터의 경우 적 공격 전후의 허점에 비트 다운을 넣으면 거의 백발백중 녹아웃 됩니다.

특정 속성의 공격으로 녹아웃되는 적의 경우, ~ 블로우 같은 속성 물리 공격도 녹아웃을 뺏기 좋습니다.

마법 중에는 ~라 계열 마법들이 녹아웃 용으로 가장 적합하고요.


저스트 가드로 녹아웃되는 적이 공격해올 때는 가드를 연타하거나 가드 버튼을 누른 상태로 스타일 전환을 반복하면 저스트 가드가 잘 됩니다.

가드 버튼 누른 채 스타일 바꾸기 신공을 펼치려면 세 스타일 모두 같은 버튼(□ 버튼 추천)에 가드 계열 어빌리티를 할당해놓아야겠죠.


무기 중에는 초회한정 DLC인 버스터 소드와 데드 듄의 무법가 라피안에서 판매하는 창 종류의 무기에 녹아웃 파괴력 상승 효과가 있고,

윌더니스 여신의 신전 퀘스트 클리어 보상 무기에는 녹아웃 웨이브가 75%만 차도 녹아웃 되는 '퀵 녹아웃' 오토 어빌리티가 달려있습니다.

전력을 다해 녹아웃시켜야 하는 궁극수 아이로네트와 싸울 때는 퀵 녹아웃 무기 하나 + 창 하나 + 녹아웃 후처리용 무기 하나 조합을 추천합니다.


일단 제대로 녹아웃(대형 몬스터와 보스는 두세번째 녹아웃, 아이로네트는 네번째-_- 녹아웃)이 되고 나면 적들은 그야말로 녹습니다^^

그래서 녹아웃된 적이 다시 정신 차리기 전에 최대한 두들겨 패서 최대한의 대미지를 뽑아내야 합니다.


초회한정 DLC인 솔저 1st 웨어를 착용하면 녹아웃된 적에게는 전력베기 어빌리티가 흉 베기라는 기술로 바뀌는데,

다른 기술들과는 대미지의 자릿수 자체가 다른 흉칙한^^ 기술입니다.

밀림의 사냥꾼의 아르테미스 피어스가 흉 베기와 유사하면서 녹아웃되지 않은 적에게도 통해서 더 좋긴 한데...

밀림의 사냥꾼은 1회차 후반쯤 돼야 ATB 초기치 0%에 대한 대책도 구비되고 전력베기 공격력도 높아져서 솔저 1st보다 좋아집니다.

전투 중에 L2 버튼을 누르거나 스타트 버튼 메뉴에서 선택하면 오버 클록이라는 GP 어빌리티를 발동할 수 있는데,

시간을 거의 멈춰놓고 ATB 게이지 상관 없이 무조건 때려줄 수 있고, 오버 클록이 끝난 후에는 ATB가 풀로 찹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신 드라이브라는 GP 어빌리티가 추가되는데,

오버 클록 발동 중에 L2 버튼을 한 번 더 눌러주면 막 신 들린 듯 두드려패주는^^ 기술이랍니다.

대형 적이나 보스전은 승리 후 최소 2GP는 받을 수 있으니까 녹아웃 되면 GP를 아끼지 말고 오버 클록과 신 드라이브를 애용하시기 바랍니다.


적이 녹아웃되면 ATB 게이지 다 될 때까지 흉 베기(또는 아르테미스 피어스) 연타 → 오버 클록을 발동하고 계속 흉 베기 →
오버 클록 게이지가 다 될 때쯤 신 드라이브 발동 → 또다시 흉 베기 연타 이런 식으로 하면 보스 이외의 적들은 거의 끝장난다고 보면 됩니다.
보스급의 경우는 신 드라이브도 빼고 무조건 오버 클록만 연발하면서 두드려 패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끝판왕보다 강한 엘렉슈갈이나 아이로네트는 한 번 제대로 녹아웃 되면 죽을 때까지 에텔 써가면서 오버 클록질하는 것이 정답 같더군요.
데드 듄 유적 깊은 곳에서 얻을 수 있는 여명의 건틀렛이라는 액세서리를 장비하면 오버 클록 4번 할 만큼의 GP로 5번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HP 회복 대책


이 항목은 NORMAL 모드로 시작하신 분에게나 해당되는 내용으로, EASY인 분은 스킵하셔도 됩니다.


LRFF13에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전통인 케알이나 케알라 같은 HP 회복마법이 없어요.

케알가가 있기는 한데 초기에 5칸밖에 없는 GP를 2칸이나 소비해야 쓸 수 있는 겁니다.

그러면 포션류라도 많이 들고 다닐 수 있게 해주면 좋은데, 위에 말했듯이 초기에 소지할 수 있는 회복아이템 수는 6개가 한계입니다.

포션 6개, 만능약 6개, 피닉스의 꼬리 6개가 아니고 그냥 모든 회복 아이템 수를 다 합쳐서 6개가 한계라고요ㅜㅜ


후반에 가면 GP 최대치도 높아지고 회복 아이템 소지수도 늘어나서 상황이 좀 나아지긴 하나

NORMAL 모드로 시작하면 초반부터 당장 시급하게 다가오는 것이 안정적인 HP 회복수단의 확보 문제더라고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은 대략 서너 가지가 있습니다.


1) 리제네 가드

입수가 쉽고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아마도 LRFF13에서 가장 보편적인 HP 회복 수단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가드와 동시에 HP가 조금씩 회복되는 어빌리티입니다.

리제네 가드는 유스난의 푸딩 위생병이나 데드 듄의 그란 갓치를 잡으면 떨궈주고요.

웨어 중에는 유스난의 초코보걸 4명 모두에게 암호를 말해서 얻는 미콧테의 옷과 데드 듄 역에서 파는 데자부에 달려있습니다.


2) 용검

유스난의 메인퀘스트 2-2 클리어 후 공업지대에서 갓브루 소탕 대작전 → 데스 게임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용기사라는 웨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데스 게임은 클리어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면서 소울 씨드 수집이나 전력베기 어빌리티 수집용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 퀘스트인데,

용기사를 얻기 위해 클리어해 버리기엔 살짝 아까울지도 모르겠네요.


용기사의 고정 어빌리티인 용검은 적에게 공격이 히트할 때마다 HP가 조금씩 회복됩니다.

용검은 한 번에 2대씩 때리면서 HP 회복량도 2배 되는 더블 세이버 류 무기와 궁합이 좋은데, 6일째 이후 윌더니스의 조사대 캠프에서 팝니다.


3) 깨부수기 식칼

윌더니스에 출몰하는 베히모스처럼 생긴 아판다를 잡으면 간혹 떨어뜨려주는, 이름처럼 생긴 것도 무식한 무기입니다.

아판다는 대형 몬스터 중에는 쉬운 편으로, 적 공격의 허점에 비트 다운이나 전력베기를 하거나 저스트 가드를 하면 쉽게 녹아웃됩니다.

깨부수기 식칼에는 오토리제네 효과가 붙어있어서 전투에 들어가면 15초간 야금야금 HP를 회복시켜 줍니다.

사실 오토리제네의 HP 회복효과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초반부 입수가능 무기 중 물리공격력과 마법공격력이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좋습니다.

아판다Ω를 잡으시면 깨부수기 식칼의 강화판인 호도 머슬 초퍼를 얻을 수 있고요.


4) 녹아웃 드레인, 킬러 드레인, 재머 드레인

녹아웃 드레인은 적을 녹아웃시키면, 킬러 드레인은 죽이면, 재머 드레인은 상태이상인 적을 공격하면 HP가 회복되는 오토 어빌리티입니다.

모두 웨어 전용이고, 각각 벤전스(윌더니스 숲의 숙소 야쿠트), 황야의 탐색가(야쿠트), 디버전스(데드 듄 무법가 라피안)에 달려있습니다.

그런데 해당 스타일로 적을 녹아웃시키거나 죽여야만 HP가 회복되는 거라서, HP 공급원으로는 다소 불안정한 부분이 있습니다.

벤전스로 녹아웃 특화 스타일을 꾸민다든가 하는 식으로 주목적은 다른 데 두고, HP 회복은 그냥 덤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겠지요^^



엘릭서와 에텔 터보 입수법


상점에서 팔지 않는 회복 아이템 중, 입수하는 것만으로도 실버 트로피 하나를 따는 엘릭서라는 중요 아이템이 있습니다.

플래티넘 트로피를 노리신다면 꼭 필요한데, 입수조건이 소울 씨드를 도합 100개 팔아야 하는 거라서 무지막지 어렵습니다.

에텔 터보라고, 2~3개만 있으면 끝판왕보다 쎈 엘렉슈갈이나 아이로네트를 1회차 플레이에서 잡을 수 있는 GP 회복 아이템이 있습니다.

이들 아이템을 좀더 수월하게 얻는 방법이 바로 물품의 감정아웃월드 서비스인데요.


데드 듄에서 지나가는 도마뱀을 죽이거나 유적의 해골을 부수면 미감정 물품이라는 아이템을 많이 얻게 됩니다.

데드 듄 무법가 라피안 2층에서 수주 받는 '따분해 하는 감정사'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이 미감정 물품들을 감정할 수 있게 되는데요.

감정 결과로 간혹 에텔 터보나 엘릭서가 나올 때가 있습니다.

미감정 물품을 수십 개 정도 모아놓고 세이브한 후에 '감정 → 대박 아이템이 안 나오면 리셋' 반복 노가다도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머리 위에 푸른 i자 표시가 있는 '아웃월드 캐릭터'에게 말을 걸면 온라인으로 다른 LRFF13 사용자들이 올린 선물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위 화면처럼 설정에서 아웃월드 커뮤니케이션 - 네트워크 접속 ON, 아웃월드 캐릭터 - 모두 등장으로 설정하심 됩니다.

혹시 아웃월드 서비스를 통해 스토리가 누설되는 것이 싫으시다면 아웃월드 캐릭터 옵션에서 스포일러 방지를 선택하시면 되고요.

아직은 LRFF13을 플레이하는 분이 많아서 아웃월드에서 엘릭서나 에텔 터보 구하기가 쉬운데, 몇 달 후에는 상황이 어찌 바뀔지 모르겠네요.


에텔 터보는 단돈 5,600길밖에 안 되니 그냥 사면 되지만, 360,000길이나 하는 엘릭서는 아이템으로서의 효과는 솔직히 돈 값 못하는데요.

'36만길 모아놓고 → 엘릭서 파는 아웃월드 캐릭터를 발견하면 세이브 → 엘릭서 구입 → 트로피 입수 후 리셋'하시면 돈과 트로피만 남습니다^^

서로 돕는 명랑사회 구현을 위해, 리셋하기 전에 아웃월드 서비스에 엘릭서를 다시 선물로 올리는 센스도 발휘하심이...




이상 '라이트닝 리턴즈: 파이널 판타지 XIII'을 시작하는 분께서 주의하시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점들을 모아모아 정리해봤습니다.

어찌어찌 얘기가 흘러가다 보니 극후반에나 필요한 얘기까지도 나와버리긴 했습니다만^^;;


영상 퀄리티가 6년 전 게임보다 딸리든 어떻든, 이야기가 완전 산으로 가버리든 어쩌든, 군데군데 오역이 눈에 거슬리든 어떻든...

개인적으로는 그냥 재밌고 만족스럽게 플레이했고, FF13 시리즈가 이걸로 완결이라고 생각하니 좀 시원섭섭하군요.


'파이널 판타지 XIII 베르서스' 이름으로 개발중이던 타이틀이 파이널 판타지 XV으로 이름을 바꾸어 PS4 / Xbox One 용으로 발매 예정이라죠.

저는 솔직히 FF15이 FF13보다 나을 거라고는 별로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아마도 FF15이 발매될 때 FF15 동봉 에디션 PS4를 구입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ㅎㅎ



파이널 판타지 13 관련 글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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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1. 7. 23:51

어느 오덕 아저씨의 다이어트 성공기

오늘은 전국의 수험생들이 지난 몇 년 간 쌓아온 실력을 평가하는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이었죠.

제게는 지난 4월 21일부터 200일간 덜어온^^ 살을 평가하는 다이어트 결산일이었습니다.

 

4월 20일

11월 7일

체중

96 kg

64 kg

체질량지수 (BMI)

35.3 kg/m2

23.5 kg/m2 

허리둘레

 108 cm

75 cm

체지방률

 38.5 %

10.1 %

골격근량

33.6 kg 

32.1 kg

기초대사량 (BMR)

1652 kcal

1629 kcal


원래 목표는 BMI 23(동양인 정상 체중의 최댓값)까지 빼거나 체지방률을 한자리수까지 낮추는 거였는데, 어느 것 하나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 결과면 감량 성공이라고 보는데요.

체중은 다이어트 시작할 당시의 정확히 2/3로 줄었고, 체지방률은 1/4 근방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체성분 측정 결과지에 체지방이 '부족'하다고 찍혀나오더군요.

제 평생에 지방이 부족하다는 소릴 듣게 될 줄이야... 감격의 눙물이ㅜㅜ

어깨 부상으로 주로 하체운동만 해서 상하체균형이 안 맞는 것과 BMI 기준으로는 여전히 과체중인 것이 옥에 티네요.

처음 5달은 근손실이 없었지만(엄청난 자랑거리였는데!),

일단 체지방률이 정상 범위까지 떨어지고 나니 몸이 지방에서 근육으로 감축 타겟을 옮겼는지 운동을 열심히 해도 근육이 빠지데요.

10월 초까지만 해도 33kg이었던 피같은 골격근량이 한 달 새 1kg이나 빠졌습니다ㅜㅠ

그리고 요즘엔 보는 사람마다 "초췌해졌다." "어디 아프냐?" "살 그만 빼라."는 얘기들을 하도 많이 하셔서...


제반상황을 고려해볼 때, 비록 목표달성은 못 했지만 오늘 다이어트 시작 200일을 기점으로 감량을 마치려고 합니다.

BMI 23과 체지방률 한자리수는 내년 여름에 도전해 보는 걸로^^


이젠 앞으로 관리만 잘 하면 제가 다시 비만인이 될 일은 없겠지요.

이쯤에서 너무 커져버려 못 입게 된 옷장의 옷들을 정리함과 동시에 저의 비만인생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제 경우 다른 어떤 다이어트 자극 사진보다 제 주위에 다이어트 성공하신 분의 실제 존재감이 더 자극이 되었고,

그 어떤 다이어트 어드바이스보다도 인간승리의 다이어트 스토리가 더 동기부여가 되더군요.

저의 '스토리 텔링'도 혹시 다른 어느 누군가의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까 해서 이렇게 다이어트 성공기를 남겨보려 합니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계기는?


블로그 제목만 보셔도 아시겠지만 저는 건담 덕후입니다.

안여돼(안경 여드름 돼지)라고 오덕후 중에 자기 관리 안 되는 사람의 외모를 비하하는 말이 있죠.

거 왜 덕후 하면 바로 연상되는 그런 이미지 있잖아요.

제가 딱 저런 모습의 진성덕후였습니다^^

대략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기동전사 건담'과 '닥터 슬럼프' 등의 해적판 만화를 접하면서 오덕의 꿈을 키워나갔고...

안경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꼈고요.

부모님께서 잘 물려주신 피부 덕에 여드름은 별로 없었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올해 초까지 항상 '비만'이라는 딱지를 달고 살아왔습니다.


결혼적령기를 전후해서는 식욕억제제도 먹어보고 각종 다이어트 방법들도 다 섭렵해봤는데요.

그다지 절박하지는 않아서 그랬는지 다 실패하고 요요 오고 그랬습니다-_-

제 마음의 근저에 대략 다음과 같은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기껏 다이어트하고 운동해서 살을 뺀다고 해봤자 결국은 '정상인'이 될 뿐이다.

죽도록 노력한 결과가 겨우 보통사람이라니 너무 억울하잖아?

좀 통통하더라도 그냥 유유자적하게 먹는 것을 즐기고 편안히 쉬면서 살련다."

뭐 사실 틀린 말은 아니지 않나요^^?


가만히 있어도 신진대사가 잘 되는 젊었을 적에는 그래도 '경도 비만'을 유지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30대 중반 이후로 업무 스트레스가 가중되면서 앉아서 먹기만 하니 살은 점점 더 찌고 건강은 계속 나빠져가는 악순환에 빠졌습니다.

체중은 중등도 비만을 거쳐 고도비만으로, 가장 많이 나갈 때는 97.5kg까지 올라갔었고요.

기왕이면 일생에 한 번 100kg도 찍어볼 걸 그랬습니다^^(참고로 제 키는 165cm입니다)

건강검진에서는 지방간 판정과 고혈압 진단을 받았고, 고혈압 약을 처방 받아서 지난 3년 간 먹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살다가 마흔(한국 나이로요. 만으로는 38세였답니다^^)을 맞은 2013년,

3월과 4월에 두 차례에 걸쳐 넘어지면서 왼쪽 발목의 전방거비인대(anterior talofibular ligament)를 심하게 다쳤습니다.

한 2주일은 반깁스를 하고 다녔는데, 깁스 사진은 찍어놓은 게 없고 발목보호대 사진만 있네요.

맨 위 Before 사진의 옆모습도 자세히 보시면 발목보호대가 살짝 보일 겁니다.


제가 균형능력과 근력이 조금만 더 있었어도 넘어지지 않았을 상황이었고,

체중이 조금만 덜 나갔어도 발목 좀 접질린 걸로 그렇게 크게 두 번이나 다치지는 않았을 겁니다.


0.1톤을 바라보는 체중, 약을 먹어도 좀처럼 정상수치까지 내려가지 않는 고혈압,

거기에다가 이젠 내 근골격계가 물리적으로 내 무게를 지탱하지조차 못하게 됐구나 하는 생각까지...

결국 다음과 같은 생각으로 다이어트를 결심했습니다.

"나는 이미 심각한 비만환자이고, 절박한 상황이며, 보통사람이라도 되지 않으면 큰일 날 것이다.

이제 마흔(한국 나이^^)이고 나만 의지하는 가족들도 있는데 더 이상 내 건강을 이렇게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



다이어트 조력자들


올해 4월 다이어트를 결심한 바로 그 무렵에 때마침 타이밍 좋게 귀한 다이어트 조력자 셋을 만났으니...

첫째는 웹툰 다이어터였고,

둘째는 다이어트 앱인 눔 다이어트 코치였고,

셋째는 희한하게 타이밍 맞추어 선발된 직장 다이어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1) 웹툰 다이어터

다이어트 조력자로서 웹툰 '다이어터'의 탁월한 점은

다이어트를 흔하고 무미건조한 설명문의 형태가 아니라 '스토리 텔링'을 통해 전달해주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잘 되고,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동기부여와 희망과 롤 모델을 동시에 제시해준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다이어터 웹툰의 스토리 작가인 네온비님 본인이 30kg 가까이 감량한 다이어트의 산 증인이더라고요.

첫번째 조력자인 웹툰 다이어터의 키워드는 동기부여 되겠습니다.


같은 다이어트 어드바이스라고 해도 단조롭게 글로 쓴 것과

웹툰에서 주인공이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좌충우돌할 때 멋진 해결사가 홀연히 등장해서 명대사 한 마디 날려주시는 것은...

가슴에 와닿는 감동의 깊이가 다르달까요^^?

다이어트 방법에 대한 어드바이스뿐만 아니라 위로와 격려, 힐링 같은 요소도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혹시 아직 다이어터 웹툰을 못 보신 다이어터라면 ☞이 링크☜를 통해서 한 번 보세요.

그런데 관람기간 한정 유료 웹툰이라서 온라인으로는 두고두고 참고 삼아 꺼내볼 수가 없답니다.

온라인 버전을 보시고 작품이 마음에 드신다면 소장용으로 ☞단행본☜을 구입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별 감흥 없이 넘겼던 부분도 한창 열심히 다이어트하면서 다시 읽어보니 그 진정한 의미가 새록새록 느껴지더라고요.


사실 제가 이 다이어트 수기를 쓰게 된 계기도 웹툰 다이어터의 영향이 컸죠.

블로그에 다이어트 글 몇 개 써봤지만 호응도 신통치 않고 블로그 방문자 수도 줄어들기만 해서 곰곰이 원인을 생각해 보니...

제가 쓴 글엔 역시 인간적인 냄새가 좀 부족하고,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무미건조한 설명문이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의 진솔한 스토리를 고백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감동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2) 눔 다이어트 코치 앱

두번째 조력자인 다이어트 앱 눔(Noom) 다이어트 코치의 키워드는 관리 되겠습니다.


식이, 운동, 생활 관리의 각각에 대해서 보면 눔 다이어트 코치보다 좋은 다른 앱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눔의 식단관리 파트에는 없는 음식도 많고(사과는 있어도 배는 없음), 단위(한국에서 웬 온스-_-)도 이상하고, 칼로리도 틀린 게 좀 있습니다.

그리고 눔의 만보계는 차 타고 다니는 동안에도 걸음 수가 계속 올라가요-_-

하지만 눔의 진정한 강점은 식이 관리, 운동 관리, 생활 관리까지 감량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한 앱에서 원스탑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그 덕분에 폰에다가 다이어트 앱을 이것저것 깔 필요 없이 깔끔하게 딱 하나만 있어도 되더군요.

위 사진은 눔 다이어트 코치의 운동 기록 기능 화면인데요.

심박계와 연동도 가능하며, 나이키+나 Runtastic, RunKeeper 같은 전문 운동기록 앱 못지않게 기능이 우수합니다.


관리 측면에서 원스탑 관리 외에 또 특출나게 훌륭한 것이 뭔가 하면 '목표 설정'부분입니다. 

처음에 제 키와 현재체중, 목표체중을 입력하니 적절한 1일 목표 섭취량 1550kcal를 설정해주더군요.
그런데 딱 그 정도가 제가 배고픔으로 스트레스가 올락말락하는 한계더라고요.

다이어트 처음에 시작할 때는 제 기초대사량도 잘 모르고 어리버리하고 있었는데,

괴롭게 배고프지는 않으면서도 차곡차곡 살이 빠지는 최적의 섭취 칼로리 포인트를 처음부터 눔이 맞춰주니깐 참 고맙더군요.


또 다이어트에 적응해감에 따라 목표섭취량이 점점 줄기도 하고, 운동을 하면 일시적으로 섭취목표도 증가시키는 등 섬세하게 조절을 해줍니다.

머리를 참 잘 썼다고 생각되는 것이... 운동을 하면 운동 칼로리의 딱 절반만큼만 목표섭취량이 증가합니다.

운동으로 생기는 허기도 어느 정도 완화시켜주면서 열심히 운동으로 소모한 칼로리를 완전히 헛되게 하지 않는 점이 딱 좋습니다.

혹시라도 목표량을 초과 섭취한 날에는, 섭취 목표량도 높아지도록 더 열심히 운동하게 유도하는 효과도 있고요.


또 만보계의 목표설정도 처음엔 목표 걸음수를 낮게 잡았다가도 매일 300보씩 늘려서 결국은 10,000보를 걷게 만들어주더군요. 


마지막으로 언급할 만한 눔의 인상적인 부분은 매일같이 다이어트 미션과 읽을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입니다.

시시하고 다 아는 내용이라고 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쨌든 매일같이 다이어트에 대해 상기시켜 주고, 결심을 다시금 다잡게 해주며, 의욕이 솟아나게 하는 면에서 심리적인 도움이 됩니다.

(다이어트 미션과 읽을거리는 이젠 유료버전에서만 지원하도록 바뀌었네요. 좀 아쉽습니다^^;;)


3) 직장 다이어트 프로그램

제가 다이어트를 결심한 것이 4월 20일이었는데, 정확히 5일 후인 4월 25일에 회사에서 주관하는 다이어트 프로그램 모집 메일을 받았습니다.

이건 뭐 거의 운명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경쟁률도 꽤 높았다고 하는데, 운 좋게 뽑혔습니다.

사실 제가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절절한 사연을 써서 보냈거든요^^.


12주간 진행했던 이 직장 다이어트 프로그램의 키워드는 운동이랄까요?

운동에 임하는 올바른 자세를 그곳에서 배웠습니다.

운동 중에 지쳐 쉬고 싶을 때도 '한 번만 더, 10초만 더' 하면서 버티는 끈기와 근성을 익혔는데요.

정말 나라는 인간의 체력의 한계가 무엇인지 극한까지 밀어붙여 주시더군요ㅜㅠ


그런데 사람의 몸이란 그 마지막 한 번, 마지막 10초를 버틴 것 덕분에 점진적으로 체력이 레벨업되어 가는 거죠.
비록 감량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걸 게을리하지 않았더니
지난 200일 간 심폐지구력도 많이 향상되었고, 들 수 있는 무게도 꽤 늘었습니다.
사실은 살쪘을 때 그만큼 저질체력이었다는 뜻입니다ㅎㅎ

그리고 혼자 하는 운동이라 하더라도 누군가 봐주고 피드백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걸을 때 오른발보다 왼발이 더 많이 바깥으로 八자로 벌어진다는 사실은 아마도 직장 다이어트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겁니다.

어쩌면 3, 4월에 발목을 다쳤던 원인도 이것이었을지도...


그런데 저희 회사 감량 프로그램의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식이요법을 전혀 관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저의 ☞이전 글☜에도 썼듯이 감량에서 식이요법은 운동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식사관리을 전적으로 본인 재량에 맡기니... 아무런 통제나 지시도 받지 않은 비만인들이 제대로 할 리 없죠-_-

결국 직장 비만프로그램 참가자 24명 중 감량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았던 사람은 저를 포함해서 2~3명뿐이었습니다.


요즘엔 기업들이 직원의 건강에 신경 쓰는 분위기가 유행인 것 같더군요.

듣기로는 S모 기업에서는 직장 다이어트 프로그램 참가자에게 비싼 잇슬림 다이어트 도시락도 지급했다던데... 부럽데요^^

혹시 본인이 비만인이시고, 다니시는 직장에서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꼭 지원해보시기 바랍니다.


직장에 그런 프로그램이 없다면 주위 헬스장에서 진행하는 GX(Group Exercise) 프로그램에라도 참여해 보세요.

요가나 필라테스 같은 칼로리 소모량 적은 GX 말고 바디 펌프나 써킷 트레이닝처럼 좀 빡세게 굴리는^^ 프로그램이 좋습니다.

거기서 본인의 운동자세에 대한 피드백도 좀 받으시고, 자신의 체력 한계에 도전함을 당하는^^ 경험도 해보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제가 다이어트 초기에 이 세 조력자를 만나지 못했다면 200일간 32kg이나 감량하는 쾌거를 이룩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나마 그 반인 16kg이라도 뺐다면 다행일 것이고, 중간에 다이어트가 힘들어지거나 결심이 해이해져서 그만두었든지,

아니면 아직도 "다이어트 해야지~ 운동 해야지~" 타령만 하고 아무 것도 시도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 자리(자리는 무슨 자리^^;;)를 빌어서 웹툰 다이어터의 네온비, 캐러멜 작가님과

눔 다이어트 코치 제작진 분들과

직장 다이어트 프로그램의 신창호 트레이너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감량 과정이 힘들지 않았나요?


제가 "다이어트가 제일 쉬웠어요 잇힝~" 따위의 얘길 해봤자 아무도 안 믿으실 거죠^^?


특별히 힘들었던 기간이 있다면 5월의 다이어트 적응기와 8월의 정체기였습니다.


사람이 방만하게 살다가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글리코겐과 쓸모 없는 근육과 함께 수분이 좍좍 빠져 초기에 극적으로 체중이 줄어듭니다.

저도 다이어트를 시작한 4월 하순엔 살이 2주만에 막 5kg씩 빠지고 완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이런 폭풍감량기가 지나면 감량속도가 주춤해지는데, 아래 그래프를 보시면 5월 한 달 내내 빠진 양이 처음 2주의 감량보다도 적은 3kg입니다.

이 때는 운동 방법도 잘 몰랐고, 다친 발목 때문에 격렬한 운동도 불가능했고, 식이관리에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습니다.

살도 마음대로 안 빠지고,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잘 안 보여서 괴로웠던 시기라고 할 수 있고요.

위 그래프를 보시면 확실히 눈에 띄는 정체기가 보이죠?

바로 8월에 한 3주간 마치 체중계 바늘을 묶어놓기라도 한 듯 78kg에 딱 붙박이로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아무리 운동을 더 강도 높게 하고 더 열심히 식이조절을 해도 체중이 요지부동이어서 정말 고민도 많았고, 실의에 빠져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진짜 정체기가 아니었고, 어깨 석회화건염때문에 복용한 록소프로펜이라는 진통소염제 부작용으로 생긴 부종이었더랬습니다.

(록소프로펜이라는 약이 나쁜 게 아니고 그냥 제 체질이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와 안 맞아서 부종이 생기는 듯합니다)

다이어트로 지방이 빠지는 속도와 부종으로 몸에 수분이 쌓이는 속도가 우연히 똑같아서 살이 안 빠지는 것처럼 보였던 것뿐이죠.

왠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아침에는 눈이 퉁퉁 붓고 저녁에는 발목이 땡땡 붓더라니...

약을 끊으니까 3일만에 3kg이 쑥 빠지더군요. 부종도 사라졌고요.


이렇게 제가 힘들었던 부분은 생각 만큼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서 마음고생을 하느라 힘든 것뿐이었고요.

감량을 위한 식이요법과 운동 그 자체는 여러분들께서 생각하시는 만큼 힘들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공적인 1차 다이어트를 마치는 지금, 지난 200일을 돌아보며 느끼는 감정이

"내가 이딴 힘든 다이어트 다시는 하나 봐라, 퉷퉷!"이 아니고

"내년 여름 되기 전에 한 번 재도전해볼까나?" 같은 느낌인 걸로 봐서요.


지금 와서 돌아보면 감량이 힘들지 않았던 원인이 아래와 같이 몇 가지 있었던 것 같은데요.

다이어트하시는 다른 분들도 참고하시면 좋을 듯하네요.


1) 다이어트에 심취했다.

사실은 이 뒤의 대부분의 것들을 다 포괄하는 원인입니다.

다이어트에 몰입하고 심취했기 때문에 다이어트 이론 공부를 열심히 했고, 그래서 올바른 방법을 선택할 수 있었고, 습관화시킬 수 있었거든요.


논어에 보면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라는 얘기가 있는데요,

즉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를 따라잡을 수 없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말씀입니다.

제가 다이어트를 즐기는 경지까지 이르렀는지 확신은 못하겠으나 확실히 좋아하기는 합니다.

좋아하니까 더 노력할 수 있었고, 더 노력하니 좋은 결과가 나왔고, 결과가 좋으니까 다이어트를 더 좋아하게 되는 포지티브 피드백이 걸린 거죠.

그래서 힘든 줄도 몰랐던 것 같습니다.


하여간 지난 200일 동안 밥 먹을 때도 다이어트 생각, 웹 서핑할 때도 감량 생각, 그저 자나깨나 오로지 다이어트 생각뿐이었습니다.

제 블로그를 보셔도 지난 200일 간은 다이어트 글밖엔 없어요^^

그동안은 다이어트가 제 취미였던 거죠.


2) 다이어트 이론을 열심히 공부했다.

제가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고, 나름 과학적인 이해력이 좋다 보니^^;;

운동학이나 영양학, 생리학에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고, 다이어트를 진행하면서 더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이론 공부를 잘 하면, 세상에 만연된 잘못된 다이어트 방법들과 사이비 다이어트 업자들을 걸러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줍니다.

또 올바른 다이어트 방법이라 하더라도 무조건 맹신하는 것이 아니라 원리를 이해하고 융통성 있게 응용할 수 있고요.


식이요법과 운동을 하면서

"오늘은 단백질을 이만큼 먹었으니 근손실은 안 생기겠군"

"격렬한 유산소 운동을 30분이나 했으니 앞으로 몇 시간은 EPOC(운동후초과산소소비)로 칼로리를 소모하겠네"

이런 식으로 제 몸 속에서 일어날 일들을 이해하고 상상하면서 하니깐 더 재미있고 덜 힘들더라고요(이딴 건 저만 재밌을지도^^;;).


참고로 제가 다이어트 공부할 때 가장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은 다음 두 분의 블로그였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몸짱의사님과 수피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네요.


3) 지속가능하면서도 감량이 빠른 다이어트 방법을 선택했다.

제가 블로그에 쓰고 있는 다이어트 글들 전체를 꿰뚫고 있는 주제가 있다면 바로 '지속가능성'인데요.

저도 예전엔 '단기간 다이어트 비법' 류의 신봉자였다가 평생 지속해나가는 다이어트의 개념을 다이어터 웹툰에서 처음 접했는데요.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만... 실제로 실행해가면서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육체 건강과 정신 건강을 해치지 않는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 방법만이 제대로 뺄 수 있고, 감량한 체중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육체적으로 소모시키거나 정신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이 없기 때문에 힘들지 않았고, 그래서 앞으로 평생 지속하는 것도 자신 있습니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범위 안에 있으면서도 최대한 빨리 감량되는 방법을 선택했는데요.

매일의 칼로리 섭취량은 기초대사량의 90% 수준으로 낮췄고,

운동은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섞어서 숨이 턱에 차고 땀이 뻘뻘 날 정도로 강도 높게 매일 1시간씩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건강한 감량 한계에 가까운 속도로 매주 1kg씩 살이 빠지고, 보람도 있고 힘도 나고... 더더욱 힘든 줄 몰랐습니다.


4) 관리를 잘 했다.

사실 지속 가능하면서도 감량 속도가 빠르게 나오려면 섭취 칼로리 관리와 운동 칼로리 관리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제 다이어트 지론의 또다른 화두는 '관리'인 것이고요.


편차를 억제하며 최대한 일정한 수준으로 관리를 잘 하면 덜 힘들다는 사실은 행군에 비유할 수 있겠는데요.

아주 길게 일렬로 행군을 하면 같은 거리를 가더라도 앞줄에 가는 사람보다 뒷줄에 가는 사람이 훨씬 더 힘들고 많이 지칩니다.

앞줄 사람들은 일정한 속도로 걸어가지만, 뒤로 갈수록 속도 편차가 심해져서 맨 뒤에서는 멈췄다가 거의 뛰다시피 하다가의 반복이죠.


저도 초기에는 어쩌다가 목표섭취량을 초과하기도 하고 그걸 만회하기 위해 다음날 굶다가 오히려 폭식하기도 하는 등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전 글☜에 설명했던 방식 대로 섭취 칼로리와 운동 칼로리를 최대한 꾸준히 일정하게 관리했더니, 감량도 일정하게 되면서 덜 힘들었습니다.


5) 빨리 습관화시켰다.

다이어터 웹툰에 나오는 얘기인데요.

의지력은 무한정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지갑의 돈처럼 소모됩니다.

다이어트와 운동의 습관을 들여놓는다면 억지로 빈 지갑을 쥐어짤 필요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몸 컨디션이 별로 안 좋거나 날씨가 매우 안 좋을 때 운동하러 간다는 것은 참 고민 되고 의지력의 결단이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매일 습관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운동을 간다면, 상황이 별로 안 좋더라도 의지력의 소모 없이 그냥 평소 습관대로 운동하러 가게 됩니다.


저는 아침, 점심, 저녁의 섭취 칼로리 배분과 매일 20분 근력운동, 40분 유산소 운동의 습관이 6월부터 확립돼있었던 덕분에

그 이후로는 많은 분들이 고민하시는 식탐과의 전쟁이라든지 귀차니즘과의 사투 같은 걸 별로 경험하지 않았네요.

뭐 결국 다이어트 성공 비결은 '지속가능성, 관리, 습관화'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6) 실패와 시행착오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웹툰 다이어터에 보면 성공적으로 잘 진행되는 상황은 물론이고 각종 실수와 시행착오를 딛고 일어서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실제로 제 다이어트에 더 도움이 되었던 것은 후자인 것 같습니다.

다이어트 도중에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올바른 대처방법은 어떤 것인지, 미리 마음속으로 훈련을 시켜준 것이죠.


실수로 폭식했을 때, 정체기가 찾아왔을 때(비록 가짜였지만^^)도 '아하, 이건 다이어터에 나왔던 상황이군'하고 마음의 준비가 돼있었습니다.

덕분에 우왕좌왕 힘들어 하거나 다이어트를 포기하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해서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7) 뭐든지 잘 먹는다.

이건 제 체질 얘기입니다만...

저는 음식에 집착이 없고, 편식 안 하고, 역겨운 냄새가 나거나 혐오스러운 모습만 아니라면 무슨 음식이든 잘 먹습니다.

사람들 맛 없다는 회사식당 밥도 잘 먹고요^^, 계속 같은 음식만 먹으라고 해도 일주일은 버틸 자신이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천부적인 잡식성'이고, 나쁘게 말하면 '입이 싸구려^^'라서, 음식 맛을 즐긴다기보다는 그냥 살기 위해 배를 채울 뿐입니다.

이런 '뭐든 잘 먹는 체질'이 저의 '보이는 음식은 뭐든 입으로 가져가는 습관'과 만나서 고도비만이라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았습니다만...

주위에 물병 이외의 음식들을 싹 다 치우고 다이어트를 시작하니 이게 강점으로 돌변하더군요^^

저칼로리 음식이 맛 없어서 못 먹겠다는 분들도 계시고, 단조로운 식단에 질려서 다이어트를 지속하지 못하겠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저칼로리 다이어트 음식도 아주 맛나게 잘 먹으면서 편하게 다이어트를 했습니다.


8) 남자니까

위의 모든 조건을 다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만약 제가 여자였다면 육체적, 사회적으로 훨씬 힘들었을 겁니다.

감량에 있어서 모든 측면의 조건이 다 남자가 더 유리하거든요.

남자가 기본적으로 대사량이 더 높으니까 같은 양을 먹어도 더 빠지고, 근력도 더 세기 때문에 같은 운동을 해도 더 칼로리 소모가 높고요,

또 지방을 태우고 근육을 키우는 남성호르몬의 작용 이거 무시 못합니다.


그리고 외모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남자보다 여자에 대해서 훨씬 심하기 때문에

여자였다면 하체 굵어질까 두려워 마음 놓고 하체운동도 못했을 것 같고,

감히 표준 초과의 BMI 수치로 다이어트를 끝내겠다는 건 꿈도 꾸지 못 했겠죠?

한밤 중에 운동하러 나가기도 위험했을 거고요.


뭐 아무튼... 이런 다양한 원인들로 인해 저의 지난 200일 간의 다이어트는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았습니다.

제가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많으신데, 정말이에요~ 믿어주세요.



다이어트를 통해 좋아진 점


저의 경우, 성공적인 다이어트의 결과로 얻게된 것은 스타일, 건강, 체력, 자신감의 네 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1) 스타일

일단 가장 먼저 피부로 느껴지는 건 옷맵시가 살아난다는 거죠.

실은 그냥 '옷 맵시가 살아난다'는 정도가 아니고...

저는 철 들고 나서 올해 초까지 거의 30년간 언제나 항상 뚱뚱한 상태였다가 살을 뺀 것이기 때문에

일생 동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차원들을 경험하고 있고, 그냥 감격의 연속입니다^^


200일 만에 급격하게 XL에서 S 또는 M으로, 바지는 38인치에서 30인치로 줄어드니 사이즈에 대한 제 감각에 혼란이 올 정도더군요.

바지나 티셔츠를 입으려고 하는데 6개월 전의 감각으로는 도저히 이런 조그만 구멍에 내 몸을 넣으라는 게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은데

일단 입으면 신기하게도 쏙 들어가는 거 있죠.

아무튼 급격한 몸의 부피 감소 때문에 예전 옷이 하나도 안 맞아서 의복비가 많이 깨지고 있는데ㅜㅜ

다행히 유*클* 같은 저가 브랜드와 해외 직구 덕분에 재정파탄은 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살던 세상에선 허리에 맞춰 바지를 사면 바지단은 다리보다 훨씬 길어서 당연히 세탁소에서 수선해서 입는 것이 상식이었는데...

살을 빼고 나니까 이게 기성복 바지를 그냥 입어도 다리 길이가 그냥 맞는 겁니다.

읽는 분들은 우스울지 모르지만, 저는 정말 이런 기분 처음 느껴봐요.


지금까지의 인생에선 연예인들이 입는 옷과 옷가게의 마네킹이 입은 옷은 저와는 아무 상관 없는 물건들이었습니다.

기껏 예쁜 옷 골라봤자 살찐 내가 입으면 안 예뻐보이고... 옷 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고 싫었습니다.

그런데 살 빼고서 보니깐 마네킹이 입은 옷을 입어도 (아 물론 똑같이는 아니지만;;) 얼추 핏이 맞고 어울리는 겁니다.


"아 이게 정상인들의 세계라는 거구나. 보통사람이란 것도 꽤 좋은걸^^;;" 이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10대 청소년들이 다이어트하려는 동기 1위가 스타일과 옷맵시를 위해서라고 하던데,

예전에는 "쯧쯧 철없는 것들..."하고 지나쳤지만 이제는 저도 막 이해가 되려고 합니다^^


2) 건강

건강 면에서도 큰 개선이 있었습니다.

살 빼기 전에는 고혈압이었는데, 약을 먹더라도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아서 140/90mmHg의 고혈압 영역에 머물렀더랬습니다.

그런데 다이어트 시작한 지 석 달도 안 되어 여전히 비만이던 7월에 혈압은 이미 정상수준까지 내려오더군요.

그 상태로 고혈압약을 먹으니 혈압이 낮아서 막 어지럽기까지(다른 이유 때문이었을지도요^^;;) 한 관계로 고혈압약도 끊었습니다.

7월부터 현재까지 제 혈압은 120/70mmHg로 지극히 정상입니다.


다이어트 기간 동안 제 몸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수치가 뭐냐면 안정시 심박수입니다.

살 빼기 전에는 75회/분 정도였는데 지금은 45회/분 정도 나옵니다.

안정심박수가 낮을수록 꼭 더 건강한 건 아니지만, 심장이 덜 뛰어도 생명유지가 된다는 건 적어도 심혈관계의 효율은 향상됐다는 의미거든요.

"모든 포유동물이 수명이 다할 때까지 심장이 뛰는 회수는 동일하다"는 속설이 있는데...

그 속설에 따르면 살 뺀 이후로 제 심장의 남은 수명은 대략 1.7배로 늘어난 거네요^^


다이어트 이전에 제 건강검진 항목 중 문제가 있었던 부분은 혈압과 요산 수치, 지방간이었는데, 모두 비만과 연관된 수치들입니다.

살 뺀 이후로 아직 건강검진은 해보지 못했는데, 내년 건강검진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막 기대가 되네요, 두근두근^^


3) 체력

감량을 위한 운동이 체력 향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서 다이어트 초기와 최근, 이렇게 두 번 체력 측정을 해보았습니다.


그동안 유산소운동을 열심히 했더니만 심폐지구력이 33%나 향상됐더군요.

체력측정 결과 VO2Max 수치가 5월 30일에 27.1ml/kg/분이던 것이 11월 6일 36.1ml/kg/분이 되었습니다.

많이 향상됐지만 그래도 평균 이하라는군요-_-


그리고 일상생활 가운데서 걷는 대신 달리는 제 모습을 자주 발견하게 됩니다.

운동하러 갈 때라든지, 내리막길이라든지, 약속시간에 늦었든지, 날씨가 추워 열을 내고 싶을 때, 멀리서 횡단보도 신호가 들어왔을 때 등등...

몸이 가벼워지고 심폐 능력이 향상되다 보니 평소에도 더 자주, 더 오래 달리게 되더라고요.


평형성도 많이 향상됐습니다(그렇지만 여전히 평균보다는 한참 아래입니다ㅜㅜ)

살 빼기 전에는 균형을 잃거나 (특히 왼쪽) 발목을 삐끗하는 일이 많았지만...

요즘은 도로 턱 같은 곳에 가끔 발이 걸리더라도 재빨리 균형을 잘 잡고 절대로 넘어지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균형능력도 떨어지고 몸이 무거워서 외발로 서서 양말도 신지 못했는데, 요즘은 그 정도는 장난이고요^^;;


좀 실망스러운 사실은... 체력측정 항목 8가지 가운데 심폐지구력과 평형성 이외의 6가지는 거의 향상되지 않았더라는...ㅜㅜ

분명히 다이어트 초기에 비해서 현재 더 무거운 웨이트를 들 수 있는데... 그것은 근력이 아니고 요령과 기술이 늘었던 것인가 봅니다.

근력은 다이어트 끝내고 이제부터 키워야겠죠.


4) 자신감

전에는 외모에 자신이 없어 사진 찍히는 것도 기피하고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싫어했는데,

요즘엔 살 빠진 거 자랑하려고^^ 일부러 여기저기 얼굴 비추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제는 제 자신의 몸뚱이가 더 이상 부끄러움의 대상, 자기관리 실패의 상징이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도 기쁩니다.


친구라고 부르기도 싫은 동창 중에 K모 군이라고

'살찐 인간은 자기관리도 못하는 형편없는 쓰레기이며, 뚱땡이를 놀리는 건 내게 주어진 사명이다'는 식으로 언동을 하는 녀석이 하나 있는데,

이젠 그딴 놈의 불합리한(나 살 찌는 데 밥 한 번 사준 적 없습니다. 내가 사면 샀지) 조롱과 이죽거림을 더이상 듣지 않아도 돼서 좋네요.

뭐 안 그래도 앞으로 상종 안 하려고 했지만요^^

그런 인간은 나중에 만나면 "내가 그 때 다 너 잘되라고 자극한 덕에 네가 오기로 이렇게 살을 뺀 거 아니냐" 이딴 뻘소리 할 확률이 97%입니다.

참고로 뚱뚱하다고 놀리는 건 비만인에게 전혀 감량의 동기부여가 안 된다는거,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폭행사건의 동기부여는 될지도 모르죠^^


외모 측면의 자신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실패하는 다이어트에서의 성공 경험으로 인해

앞으로 무슨 일을 하더라도 어떻게든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붙었습니다.



다이어트를 통해 나빠진 점


다이어트를 통해 나빠진 점이라면 오직 한 가지, 주름입니다.

살 빼기 전에는 터질 듯 탱탱하던 피부 덕분에 '나름 동안'이라고 자타가 암묵적으로 공인하고 있었는데...

다이어트하면서 주름이 많아지고 깊어져서 이젠 그딴 타이틀은 곱게 접어 하늘 위로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ㅜㅜ


그런데 이건 다이어트 때문에 피부가 노화된 것은 아닙니다.

안 하던 운동을 열심히 하면 체내에 활성산소가 많이 발생돼서 피부노화를 일으킨다고들 하는데요.

제가 사실 유산소운동을 한다고 해봤자 하루에 40분밖에 안 했고,

비타민C, 비타민E, CoQ10, 아사이베리, 레스베라트롤 등등... 좋다는 항산화제는 다 챙겨먹었거든요^^;;


실제로 사진을 봐도 이건 단지 피부면적은 그대로인데 피하지방이 줄어들어서 물리적으로 쭈그러진 것뿐이지

피부가 푸석푸석하다든지 늘어졌다든지 하는 노화현상은 아닌 걸로 보입니다(목주름은 좀 노화의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_-).

사실 제 몸에서 목이나 얼굴보다 훨씬 심각한 주름은 배와 엉덩이에 있습니다-_-

Before 사진의 저 빵빵했던 배와 엉덩이가 거의 사라지는 동안 피부 면적은 그대로라서 축 늘어지고 주름이 자글자글 생겼습니다ㅠㅜ

설상가상으로 배꼽 근처에는 한창 살찔 때 생겼던 튼살들도 있는데...

세로줄 튼살과 가로줄 주름이 서로 교차하면서 아주 흉칙하고 기괴한 모습을 이루고 있습니다ㅜㅠ


읽는 분들의 안구건강을 위해 복부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다이어트와 운동을 열심히 해서 나름 복근 비스무레한 것도 생겼는데, 자랑질을 못해서 가슴이 아프네요.

폭풍감량을 하고 나면 피부가 어떻게 늘어지는지 정 궁금하신 분은 구글에서 'David Smith skin'으로 사진 검색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튼살 크림과 흉터 크림 같은 것도 사다가 열심히 바르고는 있지만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효과는 별로 기대하지 말라는-_-

그렇다고 주름 없애겠다고 이전의 살쪘던 모습으로 다시 되돌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주름 완화 한 가지와 건강, 자신감, 스타일을 맞바꾸는 건 아무래도 수지가 맞지 않거든요.


아무튼 주름과 튼살 문제는 다이어트가 원인이 아니라 애초에 피부가 늘어나고 터지도록 살찐 것이 문제였죠.

비만인 여러분들~ 튼살 생길 정도까지 살찌지 않도록 조심하시고요.

다이어트 후에 늙어보이지 않으려면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다이어트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상으로 제 200일간의 다이어트 결산과 그간 겪고 느꼈던 경험들을 정리해봤습니다.

돌아보면 건담 프라모델이 아닌 제 자신의 몸을 깎아나가는 이 다이어트라는 것이 참 재미도 있고, 유익했습니다.

다이어트도 올바른 방법과 절차를 따르지 않으면 프로포션과 디테일이 망가지거나 내구성이 나빠진다는 면에서 건프라 개수와 비슷하더군요^^

정말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이젠 그 동안 손 놓고 있던 건프라들이나 다시 만져줘야겠습니다.


제 경험담 스토리가 다이어트를 하고 계시거나 계획 중이신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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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1. 1. 09:06

건강한 다이어트 성공을 위해선 이렇게 드시지 마세요!

지금까지 ☞이 글☜☞요 글☜의 두 번에 걸쳐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 식단 관리의 방법들을 정리해봤습니다.

나름 열심히 애써서 쓴 글이니^^;; 다이어트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씩 읽어봐주시면 감사하겠고요.

이번에는 잘못된 다이어트 방법과 틀린 속설들을 지적해보겠습니다.


세상에는 온갖 다이어트 관련 정보들이 많지만... 그 속에는 맞는 얘기가 있는가 하면 잘못된 정보들도 많습니다.

잘못된 다이어트 어드바이스라고 해도 감량에 별로 득 될 것도 없는가 하면 해 될 것 또한 없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만...

감량과 건강에 오히려 독이 되고 해가 되는 잘못된 정보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렇게 따로 정리해봤습니다.

될 수 있으면 피하시라는 의미에서요.



1. 살 빼는 약 드시지 마세요


한 마디로 '살 빼는 약'이라고 해도 그 작용에 따라 종류가 꽤 여러가지입니다.


  • 식욕억제제
  • 지방 소화 억제제
  • 탄수화물 흡수 차단제
  • 탄수화물→지방 합성 저해제
  • 지방 연소 촉진제
  • 에너지 소비를 촉진하는 부스터
  • 이뇨제

그리고 또 위험성과 효과의 확실성에 따라서 '의약품'으로 분류될 수가 있고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될 수가 있습니다.
한국 식약청에서 비만치료제 의약품으로 허가된 것은 식욕억제제와 지방 소화 억제제뿐입니다.
그리고 이뇨제는 감량이 아닌 엄연히 다른 증상 치료 목적의 의약품입니다.
그 외 다른 효능의 성분들은 대부분 건강기능식품에 속하며, 커팅제, 팻 버너 등의 명칭으로도 불리기도 하죠.

한국에서 처방전 없이 합법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팻*운 같은 건강기능식품 류는 저도 두루두루 먹어봤는데요.
다들 별 효과 없습니다-_-
이런 류에는 '감량을 위해서는 이 제품의 복용과 함께 건강한 식이요법과 운동이 필요합니다' 같은 주의사항이 쓰여있기 마련인데
건강한 식이요법과 운동을 하면... 제 몸에 실험을 해봐도 그 제품을 먹으나 안 먹으나 똑같이 살이 빠지더군요^^

살 빼는 약 중에 건강기능식품 류를 비추천하는 이유는 '돈이 아까우니까'입니다^^
만약 살 빼는 건강기능식품을 저렴하게 구입하실 수 있고,
그런 것 하나라도 드셔야 좀 마음이 놓이신다면(뭘 감추겠습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드셔도 해가 될 건 없습니다.

좀더 위험한 살 빼는 약의 부류는 요즘 미국에서 수입이나 해외 직접구매(직구)로 들여오는 건강기능식품들입니다.
미국은 의료보험 시스템에서 소외받는 인구 비율이 많아서 그런지 웬만큼 전문적인 의약성분도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됩니다.
안 그러면 보험이 없는 미국인들은 병에 걸려도 치료할 방도가 없을 테니까요.

미국의 살 빼는 건강기능식품은 상당히 의약품스러운 성분이 많이 들어가는데도 임상실험이라든지 위해성 검증이 완전 느슨합니다.
미국 다이어트 보조제에 많이 사용되는 요힘빈 같은 성분은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수입금지 되는 성분이고,
에페드린이나 디메틸아밀아민(DMAA) 같은 성분은 확실한 검증 없이 일단 팔리다가 사망사고 발생 후 판매금지조치가 내려진 역사가 있습니다.

천연 추출물이나 생약 성분이라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니, 혹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마약도 천연에서 추출된 물질에서 유래됐고, 세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독극물도 생약 성분이거든요.
위에 언급한 요힘빈도 요힘베라는 식물의 추출물이고 에페드린도 마황이라는 생약제의 추출물입니다.
제가 한약 쪽은 잘 모르지만 '살 빼는 한약'에는 아마도 마황이 들어가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그럼 건강기능식품 말고 의약품은 안전하냐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의사의 진료와 처방이 있어야만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만든 이유는 (다른 이유도 있지만) 건강기능식품보다 더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얘기죠.
미국 FDA에서 승인돼서 잘 사용하던 식욕억제제인 시부트라민('리덕틸'이나 '슬리머' 같은 제품명이 더 친숙하실지도)도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의 위험성이 뒤늦게 발견되어 3년 전에 시장에서 퇴출당했습니다.

현재 효과 좋다는 살 빼는 의약품이나 다이어트 보조제 성분도 언제 사고가 발생하고 언제 위해성이 발견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살 빼는 약 드셨는데 "거기서 독성이 발견됐고, 한 번 먹었다면 평생 후유장해에 시달릴 것"이라는 뉴스가 나온다면 기분이 어떠실까요?

살 빼는 약의 부작용 중 현기증이나 구토, 설사 같은 건 귀여운 축^^에 속하고요.
식욕억제제나 부스터 류의 대다수는 향정신성약물이라서 의존성(= 중독성, 습관성)이 꽤 있고 남용의 위험성이 있습니다.
대사 관련이나 호르몬 관련 제제는 간과 신장의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살 빼는 약의 공통적인 부작용은 감량 후 다시 체중이 원래대로, 혹은 그 이상으로 증가하는 요요현상-_-입니다.
어쩌면 살 빼는 약으로 눈에 띄는 감량 효과를 보실 수도 있겠지만, 약을 끊고 예전과 동일한 생활로 돌아가면 체중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밖에요.
살 빼는 약을 평생 먹고 살 수는 없을 테니까 아예 처음부터 드시지 마시길 바래요.
식이조절과 운동만으론 감량이 안 되는 150kg 이상 초고도비만 같은 경우라면 부득이하게 의사의 처방을 통해 비만치료제를 복용해야겠지만요.

살 빼는 약에 괜히 헛돈 쓰시거나 건강을 담보로 내맡기지 마시고,
정 그래도 보조제를 원하신다면... 몇백년 간 전세계 인류를 대상으로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된 커피를 드세요.
커피의 카페인에는 에너지 부스터 효과가 있고, 부수적으로 약간의 이뇨 효과와 지방 연소 촉진 효과도 있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커팅제, 팻 버너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성분도 바로 카페인입니다.

커피는 아무 때나 드시는 것보다는 운동하기 30분~1시간 전에 맞추어, 아메리카노 한 잔이나 믹스 커피 2잔 정도의 양을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좀더 힘이 나서 운동 강도를 더 높일 수 있고, 같은 운동량에도 좀더 많은 칼로리가 소모되기 때문에 감량에 도움 됩니다.
제 경우는 커피 마시고 운동하면 문자 그대로 땀이 비오듯 하더군요.
일시적 수분 배출로 체중이 줄어드는 착시효과까지 덤으로^^;;
참고로 레*불이니 핫*스 같은 것들은 에너지 드링크라는 멋진 명칭에도 불구하고 보통 아메리카노 커피보다 카페인이 적게 들어있습니다.


2. 원 푸드 다이어트 하지 마세요


자몽 다이어트, 바나나 다이어트, 토마토 다이어트, 검은콩 다이어트, 두부 다이어트, 해독주스 다이어트 등등...

음식 이름이 붙은 다이어트는 오로지 그 음식만 먹거나 하루 두 끼 이상 그 음식을 먹는 원 푸드 다이어트인데요.


원 푸드 다이어트가 쉽고 간편하긴 하죠.

뭐 딴 것 신경 쓸 필요 없이 그냥 한 종류의 음식만 사다놓고 냅다 먹으면 되고...

조리법도 그다지 어렵지 않고...

한 가지만 계속 먹다 보니 질려서 섭취량도 자동적으로 줄어들고...


토마토니 검은콩이니 바나나니 레몬디톡스니 마녀수프니 해독주스니... 원 푸드 다이어트의 대상은 사실 대부분 건강에 좋은 식품들입니다.

토마토는 칼로리도 낮고 비타민도 많이 들어있고, 라이코펜이라는 항산화 피토케미컬도 들어있고 말이죠.

검은콩은 단백질도 많이 들어있고, 항산화제인 안토시아닌도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제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 해도 하루에 두 끼 이상 그 음식만 먹는 원 푸드 다이어트로는 섭취 영양이 불균형해집니다.

다른 음식보다 몸에 좋은 특정 영양소가 풍부하다는 것은 당연히 다른 몇몇 특정 영양소는 부족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토마토에는 단백질과 지방, 칼슘 등이 부족하며, 검은콩은 많이 먹으면 요오드와 칼슘이 배출된다는 얘기도 있네요.


☞지난 번 글☜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인간이 잡식동물이라는 사실은

'아무거나 먹어도 죽지 않고 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나 '다양하게 먹어야만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원 푸드 다이어트로 영양이 불균형해지면 탈모, 피부노화, 위장장애, 변비, 부종, 빈혈, 생리불순, 골다공증 등의 위험성이 있으며,

면역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높아서 감기나 각종 감염증에도 잘 걸리게 됩니다.

일부 증상은 젊었을 때는 문제를 잘 못 느끼지만 나이가 들면 심각한 상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단백질 적은 식품의 원 푸드 다이어트라면 줄어든 체중의 상당부분은 지방이 아닌 근육의 단백질일 가능성이 큽니다.


원 푸드 다이어트는 영양적으로 나쁠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문제가 됩니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던 음식만 질려버릴 정도로 먹고, 먹고 싶은 다른 음식은 안 먹고 참다 보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고, 다른 음식에 대한 갈망이 눈덩이처럼 커지며, 시간이 갈수록 다이어트 포기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원 푸드 다이어트는 다른 정상적인 감량 다이어트에 비해서 요요현상의 확률이 높습니다.

다이어트 기간 중에 영양이 불균형하다 보니 근육도 손실되고 기초대사량이 낮아져서 체지방이 쉽게 축적되는 몸이 됩니다.

그리고 다이어트식과 유지기의 식단이 너무나도 급격히 달라지니 살도 급격히 다시 찝니다.


아무튼 여러모로 원 푸드 다이어트는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몸의 건강도 잃고, 정신적인 건강도 잃고, 그러고 나서 남은 거라곤 다시 원래 이상으로 찐 살뿐이라면... 너무 비참하잖아요ㅜㅜ 

원 푸드 다이어트는 안 좋으니 다이어트 하실 때는 다양한 음식을 드세요.



3.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하지 마세요

아시다시피 탄수화물과 지방은 비만의 주범이기는 합니다만,

그렇다고 탄수화물과 지방을 식단에서 극단적으로 제한해서는 안 됩니다.


지방을 제한하는 다이어트로 유명한 것은 오니시(Ornish) 다이어트 같은 것이 있는데,

기름진 음식을 사랑하는^^ 비만인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어서 그런지 크게 유행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반면 앳킨스(Atkins) 다이어트나 사우스 비치(South Beach) 다이어트, 그리고 (덴마크 사람은 모른다는^^) 덴마크 다이어트처럼

탄수화물만 제한하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꾸준히 인기가 있는데요.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 '고기 등 기름진 음식을 먹어도 된다'는 점 때문인 것 같고, 그 때문에 '황제 다이어트'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탄수화물은 극도로 제한하는 반면에 총섭취열량과 지방은 꽤 허용을 하거든요.

단백질과 지방은 반드시 섭취해야만 하는 필수 영양소인 반면에 탄수화물은 필수 영양소는 아닙니다.

탄수화물을 전혀 안 먹더라도 인체는 단백질과 지방을 전환해서 탄수화물이나 그 대용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북극권의 에스키모/이누이트인들이 근대 이전에는 탄수화물을 섭취할 기회가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온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탄수화물이 필수 영양소가 아니라고 해서... 안 먹어도 괜찮다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여러분은 유전적으로 에스키모인과 다르고요.

탄수화물은 에너지 대사도 빠르고 대사과정에서 깨끗하게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기 때문에 몸의 중요한 에너지원입니다.

또한 몸 전체 칼로리 소모량의 20%나 소비하는 두뇌는 오로지 탄수화물(포도당)만을 연료로 사용합니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로 포도당이 부족해지면 몸은 두뇌의 에너지 공급과 혈당치 유지를 위해 단백질과 지방을 분해해서 포도당을 만드는데,
이것을 포도당신생합성(gluconeogenesis, 에반게리온과는 관계 없어요^^)이라고 합니다.
뭔가 어감은 멋지지만^^ 이게 그다지 건강한 대사과정은 아니고, 실은 체내 비상사태에 가깝습니다.
이 과정에서 근육이 손실되고, 몸 속에 질소화합물과 케톤체 같은 지저분한 노폐물도 많이 생깁니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란 이를 테면 몸을 괴롭혀서 신진대사가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다 보니 부수적으로 살도 빠지는 것입니다.

1등급 청정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이 우리 몸에 부족하게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고 쉽게 지치는데,
설상가상으로 지방산 대사 사이클에 필요한 옥살아세트산이라는 물질도 포도당신생합성으로 고갈돼버려 지방 에너지 대사도 막힙니다.
그로 인해 기초대사량도 떨어지고, 만성적인 피로감이 들고, 운동할 힘도 안 나고, 결국 지방도 잘 안 타게 되는 것이죠.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두뇌의 에너지원 부족으로 인해 두통,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인지장애, 우울증 등을 유발할 수 있고,
변비, 입냄새, 탈모 등의 부작용도 있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 탄수화물 식품인 밥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에게 저탄수화물식을 고집하기란 환경적으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저탄수화물식을 계속 하다보면 탄수화물이 거의 유일한 에너지원인 두뇌가 가만 있을 것 같나요?
두뇌가 단 음식과 밥, 빵 등 탄수화물을 점점 더 갈구하게 되어 까딱 잘못하면 폭식과 다이어트 실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요요현상의 위험성도 높습니다.

여러 모로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건강에도 안 좋고, 실천하기도 어려우며, '지속가능한 다이어트'가 아닙니다.
아무튼지 간에 뭔가 하나만 먹거나, 중요한 영양소 뭔가를 안 먹거나 하는 다이어트는 다 안 좋습니다.

건강의 기본은 균형인데, 균형을 무너뜨려서 살을 빼겠다는 것은 감량의 대가로 건강을 지불하겠다는 뜻으로밖에는 받아들여지지 않네요.

젊을 땐 자각증상 없이 괜찮을지 몰라도 서서히 망가진 건강으로 인해 나이 들어 괴로워집니다.



4. 무염식/저염식 하지 마세요


한식엔 김치, 찌개, 국, 젓갈, 자반 등 염분 많은 음식이 많다 보니 보통 한국인은 일일 권장 섭취량(2g)의 두 배 이상 나트륨을 먹는다고 합니다.

지속적으로 염분을 초과섭취하면 건강에 별로 안 좋고, 특히 고혈압이 있는 분은 짜게 드시면 위험합니다.


그런데 이건 단지 일상식단에서 찌개와 국의 국물은 안 먹고 건더기만 건져먹고,

짠 음식을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만 해도 충분히 권장량 수준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 중에는 음식 자체를 적게 먹으니까 자동적으로^^ 나트륨을 하루 권장량인 2g(소금으로는 5g) 이하로 섭취하게 될 경우가 많고요.

그리고 여름철에 운동을 열심히 하신다면 염분이 땀으로 많이 배출되기 때문에 소금을 일부러 권장량 이상 챙겨먹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고혈압으로 약을 3년째 복용하고 있었음에도 다이어트 중에 딱히 저염식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한창 열심히 운동하고 다이어트하던 때가 여름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다이어트와 운동을 시작한 지 두 달만에 복부 지방이 빠지면서 그냥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오더라고요.

물론 그때부터 고혈압약도 끊었습니다.

네, 뭐 아무튼... 소금을 권장량보다 훨씬 적게 먹는 저염식이나 아예 안 먹는 무염식이 목표로 하는 것은 뭐냐면

몸에서 염분을 줄이고, 그 결과로 몸에서 수분도 빼는 것입니다.

전해질 균형이라고 해서 우리 몸은 스스로 체내 염분 농도의 균형을 맞추려고 하기 때문에, 염분이 줄면 농도를 유지하기 위해 물도 빠집니다.

저염식을 하면 혈액의 부피가 줄어드니까 혈압도 낮아져서 고혈압 환자에게 좋은 것이고요.

바디 빌더들이 대회 출전 직전에 몸의 수분을 빼고 근육 데피니션 좋게 하려고 먹는 게 무염식입니다.


짜게 먹던 사람이 저염식을 시작하면 수분이 빠져서 며칠 새 막 1, 2kg씩 드라마틱하게 체중이 줄어드는데요.

수분 감소로 인한 이런 감량은 한계가 있습니다.

체수분이 10% 이상 손실되면 생명활동에 지장이 올 정도라고 하죠.

그리고 근육은 수분 함량이 높은 조직이라서 체성분 측정을 해보면 근육량은 줄어든 것처럼 나오고,

체지방 양이 동일한 상태로 체중이 줄어드니 체지방률은 높아진 것처럼 나옵니다. 바람직하지 않죠.

무엇보다 이런 일시적인 수분 감량 착시효과는 소금 들어간 정상식단을 딱 하루 세 끼만 먹으면 몸이 수분을 다시 머금고 원래대로 늘어납니다.


우리 다이어터들의 목표는 일시적으로 몸에서 수분을 빼는 게 아니잖아요.

출전해야 할 표준체중 대회 이런 거 없잖아요-_-

우리의 목적은 지속적인 지방 감량이죠.


지방을 태우고 빼는 지방 대사 자체만 보면 저염식은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전혀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저염식이 다이어트에 부수적으로 약간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만...

싱거운 음식은 입맛이 돌지 않아서 수저를 일찍 놓게 된다는 측면에서 말이죠^^;;


무염식/저염식의 이런 일시적인 감량 착시효과와 부수적인 경미한 식욕억제 효과에 비해서 단점과 위험성은 더 큽니다.

우선은 다이어트로 적게 먹는 것도 서러운데 간까지 안 맞는 맛없는 음식만 먹다보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다이어트 지속이 힘듭니다.

염분을 너무 적게 섭취하면 체내 전해질 불균형으로 신진대사와 체온조절에 문제가 생기고, 사람이 무기력해지고, 신경도 예민해집니다.

이런 컨디션으로는 운동도 제대로 못 한다는 측면에서 감량에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특히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는 전해질불균형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저염식 하지 마시고요.

오랜 기간 염분 섭취를 제한한 상태에서 급격히 땀을 많이 흘리고 물을 많이 마시거나 하면 뇌부종이 발생할 수 있는데

두통, 오심, 구토, 흥분 등의 증상에서부터 심하면 의식장애, 정신이상, 간질발작 등이 나타나고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한 순간의 감량 착시효과를 보겠다고 내 몸을 이런 위험에 내맡기고 싶으신가요?

아니죠^^?



5. 치팅 데이따위는 잊어버리세요


식이요법을 타이트하게 하느라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주말에 하루 동안 먹고 싶은 음식을 막 먹는 것을 일컬어 치팅 데이,

혹은 정크 푸드를 마음껏 먹는다는 의미에서 정크 데이라고 부릅니다.


치팅 데이는 바디 빌더들이 식단을 엄격히 조절하는 시즌기에 글리코겐을 비축하려는 목적으로 가끔 많이 먹는 식사에서 유래된 듯한데요.

바디 빌딩에서 일반인들을 위한 다이어트 분야로 넘어오고, 물을 건너오면서 좀 변질되었습니다.

영어로는 치트 데이(cheat day), 치트 밀(cheat meal)이라고 하는 단어조차 우리나라에서는 치팅 데이라고 미묘하게 변질됐고요^^;;

빌더들은 운동이 업이고, 근육 키우는 것이 목적이니 근육과 간에 글리코겐을 로딩하는 편이 운동도 잘 되고 근육 키우는 데 도움이 되겠지요.

하지만 일반적인 감량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글리코겐을 덜 비축하는 편이 지방을 태우기에 유리합니다.

치트 또는 치팅은 속임수라는 뜻으로, 다이어트 업계엔 우리 몸을 뭔가 속인다는 치팅 데이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학설(?)이 있습니다.

첫째로 적은 칼로리를 지속적으로 섭취하다 보면 몸의 신진대사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가끔 많이 먹어줌으로써 몸이 깜빡 속아서 저칼로리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대사량이 높아진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두번째로는 갑자기 다량의 고칼로리 음식이 들어오더라도 지속적인 저칼로리 식단에 적응해버린 우리 몸이 속아서

체지방으로 잘 축적되지 않는다는 가설입니다.


둘다 매우 흥미로운 학설입니다만... 어느 것도 과학적으로 검증된 연구 결과는 전혀 없습니다.


차라리 귀신을 속이세요^^

인체는 생존기계이고, 지방을 비축하는 데 있어서는 머리보다도 몸이 훨씬 똑똑하다는 걸 인정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소화기관은 언제라도 다량의 고칼로리 식품을 충분히 소화흡수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으며,

우리 몸은 가뭄에 단비처럼 들어온 고칼로리 영양을 절대 허투루 낭비하지 않고, 아주 효율적으로 신속하게 지방세포에 지방으로 축적합니다.


사람은 마음만 먹으면 앉은 자리에서 3000kcal까지도 섭취할 수 있습니다.

자칫하면 일주일 내내 운동으로 소모한 칼로리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치팅 데이는 우리 몸이 아니라 단지 자신의 마음을 속이는 겁니다.

다이어트가 힘드니까 스트레스 쌓이지 않도록 폭식하는 것이고,

주중에 힘든 다이어트를 이겨내면서 바라볼 '당근'의 역할로 작은 희망을 주는 것이죠.


그런데 과연 우리가 살을 빼겠다고 '속임수'까지 동원해야만 하는 걸까요?

애초부터 치팅 데이가 필요할 만큼 너무 엄격하게 평소 식단을 제한하지 마시고,

간절히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기면 주말까지 기다리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그날그날 드세요.

단, '마음껏' 먹으면 안 되고 일일 칼로리 할당량을 넘기지 않도록 먹어야 합니다.

실수로 칼로리 할당량을 넘겨버린 경우에는 그 초과량만큼 운동을 더 해서 빼면 되는 거고요^^;;



6. TV 다이어트 프로그램 따라하지 마세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TV는 올바른 다이어트 정보를 접하기에 적합한 매체가 아닌 것 같습니다.

시청률과 광고주의 압력에 매여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올바른 정보 전달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진리에 가까운 다이어트 정보는 빤합니다.

먹는 열량보다 더 많은 열량을 소모하면 살이 빠지는 것이고, 이런 생활을 습관화하고 지속해야 요요현상이 안 오고 감량에 성공한다는 거죠.

그치만 이런 뻔한 내용은 공익광고에나 어울리지, 정규 TV 프로그램에서 하면 시청률이 안 나올 겁니다.

그래서 TV 프로그램에서는 대중이 현혹될 만한 자극적이고 상식을 벗어난 (위험한) 다이어트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프로그램 내용에 불리한 사실은 철저히 외면하고 가리고, 자기 입맛에 맞는 사실만 편집해서 내보냅니다.


한 번 예를 들어볼까요?

제가 싫어하는 케이블TV 프로그램 중에 절X남X라고 있는데요.

한 번은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단점은 하나도 얘기하지 않고 장점만 소개하더군요.

그리고는 한 남자를 데려다놓고 매일 1800kcal의 저탄수화물식을 먹이고 딱 일주일 후에 살이 빠진 걸 보여주더군요.


이건 매우 불공정한 건데... 꼭 저탄수화물식이 아니더라도 정상적인 남자라면 매일 1800kcal만 섭취할 경우 원래 살이 빠지게 돼있습니다.

모든 다이어트는 첫째주에 드라마틱하게 빠지고 부작용은 그 이후부터 두드러지는데, 딱 첫째주의 변화만 보여줬고요.

그리고 실험이란 개인 편차를 상쇄하기 위해 실험군과 대조군을 나누어 몇십명 단위로 해야 하는 거지, 한 사람만 갖고 하면 안 되는 겁니다.

이같이 올바르지 않은 방식으로 자극적이고 편파적인 내용을 내보내는 것이 TV 다이어트 프로그램의 현실입니다.


감량 다이어트를 위해 필요한 지식과 정보의 분량 측면에서 보자면, 다 긁어모아봤자 사실 TV 프로그램 몇 회 분량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이걸 정규 TV 프로그램으로 편성해서 매주 계속 방영하려니 소재가 부족한 겁니다.

그렇다 보니 무슨 말도 안 되는 해괴한 식이요법을 소개한다든지,

누구나 아는 기본운동에서 손동작 약간 다르게 하고 발동작 약간 다르게 바꾼 요상한 것을 새로운 운동법처럼 거창하게 소개하기도 하고요.

절X남X의 예를 또 들어보자면, 저는 이 내용 나올 때 진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버렸는데요.

서너가지 맨손운동에 손짓발짓 살짝 바꾸고 짐승 이름을 갖다붙여 새로운 3배 빠른(그분 전용?) 체지방 연소 운동법이라고 소개하는데요.

웃긴 게 뭐냐면 다리 운동인 런지엔 다리 없는 돌고래 이름을 붙이고 팔 운동인 푸쉬업엔 물개 푸쉬업이라고 팔 없는 동물을 갖다붙인 겁니다-0-


그리고 TV 다이어트 프로그램의 스폰서는 건강산업과 관련된 기업들일 경우가 많습니다.

명확한 증거를 콕 찝어 얘기할 순 없지만, TV 프로그램 제작 비용을 대주는 것이 광고주인데...

광고주에 유리한 내용과 스폰서의 제품/서비스에 편향된 내용이 프로그램에 들어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순진한 거겠죠?

좋게 얘기하면 건강 서비스의 홍보이고, 나쁘게 얘기하면 약 파는 방송...이랄까요^^


아무튼 TV의 다이어트 관련 프로그램은 별로 안 좋습니다.

TV 프로그램에서 다이어트 동기부여의 자극은 받으셔도 됩니다. TV란 게 원래 자극적이니까요.

그렇지만 착한 어른이라면 무작정 따라하지는 마세요.

TV에서는 자극만 받으시고, 실천은 옥석을 잘 가리셔서 올바른 방법을 찾아 실행하시기 바랍니다.



7. 유행하는 다이어트에 휩쓸리지 마세요


올해 초에는 SBS 스페셜(이것도 TV 프로그램이네요)에 방영되었던 간헐적 단식이 다이어트 방법으로 유행했었죠.

그리고 무슨 디톡스니 해독 뭐시기니 하면서 허울 좋게 치장됐지만 실상은 원 푸드 다이어트인 방법들이 해마다 새롭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또 깜짝 놀랄 정도로 살 빠진 모습으로 컴백하는 연예인들이 얘기하는 다이어트 방법이 유행이 되기도 하고요.


유행하는 다이어트에는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실행 방법이 좀 극단적이다.
  • 단기간에 눈에 띄는 효과가 있다.
  • 설명 내용 중에 '마음껏' 또는 '쉽게', '편하게' 같은 말이 들어간다.


일단 실행방법이 독특하고 극단적이어야 "어, 정말로?" 하면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겠죠.

여기에 일주일 이내로 체중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효과를 보여야 성질 급한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게 됩니다.

그리고 선풍적인 유행이 되기 위한 마지막 인기 비결은 '마음껏'이나 '간편한' 같은 달콤한 문구인 듯합니다.

간헐적 단식에 사람들이 혹하는 이유는 굶을 때 굶더라도 다른 때는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에 혹하는 이유는 탄수화물은 못 먹더라도 고기나 기름진 음식은 먹어도 되기 때문입니다.


유행 다이어트의 특징들은 하나하나 모두 어쩜 이렇게 몸 건강에 안 좋고, 오래 지속할 수 없고, 요요현상을 부르는 것들뿐인지요.


유행 다이어트는 대부분 특정 음식만 먹거나, 특정 영양소는 안 먹거나, 극단적으로 적은 칼로리만 섭취하라고 합니다.

변비, 구토, 두통, 탈모, 피로감, 빈혈, 골다공증 등 윗 글에 열거한 모든 나쁜 다이어트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지방보다 근육이 더 많이 빠질 수도 있고요.

단식은 대사량을 떨어뜨려 시간이 갈수록 감량속도가 느려지며, 거식증이나 폭식증 등 섭식장애로 발전하게 될 위험성이 큽니다.


단기간에 눈에 띄는 효과가 있는 다이어트는 실질적으로 단기간밖에 실시할 수 없습니다.

장기적으로 그렇게 먹고 사는 것을 지속할 수 없는 수준의 혹독한 방법이기 때문이죠.

☞이전 글☜에서도 자세히 얘기했지만 근본적으로 장기간 지속이 가능한 다이어트 방법만이 평생의 체중유지를 가능하게 하며,

그렇지 못한 다이어트라는 건 중간에 포기하고 때려치우게 되거나 곧바로 요요현상을 부릅니다.


'마음껏'이나 '편하게'라는 말에도 현혹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전 글☜에서도 구구절절이 얘기했지만 2013년 현재 편하고 영리하고 요요 없는 다이어트 비법이란 건 세상에 없습니다.

마음껏 무절제하게 뭔가 즐긴다는 건 다른 쪽에 더 큰 희생이 있을 것이고, 다이어트 이후엔 무절제의 습관이 폭풍요요를 불러올지 모릅니다.
복잡기기묘묘한 우리 몸에다가 간편한 방식으로 영양을 통제하면 반드시 탈이 납니다.


다이어트는 그냥 배고프게, 계속 우직하게(Stay Hungry. Stay Foolish.) 나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섭취 칼로리의 총량을 기초대사량 + α 수준에서 관리를 하고,

적게 먹되 다양한 음식을 통해 균형잡힌 영양을 섭취하고,

칼로리 소모와 식욕 억제와 근손실 방지의 효과가 있는 운동을 하고,

이 모든 것을 관리하고 습관화해서 지속하는...

이런 우직하고 수수하고 평범한 정공법이 장기적으로 최선의 다이어트 방법입니다.

그래야 근육량과 대사량을 지켜낼 수 있고, 감량이 끝난 이후에도 이전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낮습니다.


참고로 연예인들이 살 빠진 모습으로 특정 다이어트 비법을 들고 컴백한다고 해서 그 비법만으로 뺀 게 아니라는 것쯤은 다들 아시죠?

그들은 전담 영양사와 요리사, 개인 트레이너가 식단과 운동을 관리해줍니다.

저런 전문가들의 관리가 메인이고, 다이어트 비법은 곁다리지요.


아무튼 제발 유행하는 다이어트에 혹하지 마시고, 지속가능한 올바른 방법으로 다이어트 하세요.




이것도 나쁘다, 저것도 안 좋다, 이거 하다 보면 못 참아서 빨리 포기한다, 저거 하고 나면 요요 온다...

이런 내용만 내내 쓰다 보니 마치 제가 "다른 모든 것은 틀리고 나만 맞으니 나를 따르라~"고 얘기하는 사이비 교주라도 된 느낌인데요^^

제가 실천한 다이어트 방식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고,

개인과 상황에 따라서 여러가지 다른 다이어트 방법과 도구들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는 것은 인정하고 존중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위에 모아놓은 것들은 정말 확실히 잘못됐고, 감량과 건강에 해가 되고, 누구에게도 적합하지 않은 방법들입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 정보 과잉의 시대에 넘쳐나는 온갖 다이어트 정보의 홍수 속에 거짓되고 잘못된 것들이 워낙에 많다는 것입니다.

다이어트 방법의 장기적인 건강에 대한 영향까지 검증하기는 어려운 데다가

돈벌이 목적으로 일부러 옳지 않은 속설을 유포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다이어트 정보들 중에는 특히 쓰레기가 많습니다.


마지막에 '이 약 한 번 잡숴봐~'라든지 '어디 가입하시라~'고 쓰여있는 정보 글이 쓰레기라는 건 쉽게 아실 수 있겠죠^^?

'먹는 열량보다 더 많은 열량을 소모해야 지방이 분해되고 살이 빠진다'는 만고 불변의 기본 진리를 부정하거나 거기에 어긋나는

너무 편하고 환상적인 다이어트 방법과 너무나도 신기한 비법도 100% 거짓입니다.


이렇게 한눈에도 보이는 쓰레기 정보들은 그렇다 치고, 더 고도의 거짓 다이어트 정보를 구분해내는 능력을 가지려면 공부를 좀 하셔야 합니다.

공부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에 쥐 나는 분도 계실지 모르나^^ 생리학과 운동학, 심리학 등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시면 감량에 분명히 도움 돼요.

다이어트 성공을 위해서는 정보를 수용하는 다이어터 본인에게 올바른 정보와 쓰레기 정보의 옥석을 가릴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통찰력을 익히시는 데 제 글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다이어트하시는 분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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