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1. 01:53

RG MSN-04 Sazabi 제작기 #2 - 도색

저의 이번 RG 사자비 도색 작업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사자비 하면 뭐니뭐니 해도 그 온몸을 둘러싼 '붉은 혜성 샤아'의 상징적인 빨간 색인데요.
MS 대도감에 나온 설정 일러스트도 그렇고, 구판 MG나 HG 사자비의 사출색도 두 가지 톤의 진한 붉은 색으로 돼있었습니다.

그런데 MG 사자비 Ver. Ka의 경우 한 눈에도 확연한 쓰리 톤 사출이고, RG도 투 톤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미묘하게 3단계 톤입니다.

바로 옆에 놓고 눈에 힘을 주고 보면 D 런너의 부품들이 F 런너의 색보다 아주 미세하게 약간 더 진한 빨간색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투 톤이든 쓰리 톤이든 적절한 도료를 찾아내기 위해,

갖고 있던 모든 붉은 도료들을 동그란 플라스틱 메모 자석에 시험 삼아서 한 번씩 다 뿌려봤습니다.
제가 이렇게저렇게 사모았던 불그스름한 색깔 도료들이 9가지나 되더군요.
밝은 색부터 어두운 색 순서로 사진 왼쪽부터 GSI 건담 핑크 2, 피니셔즈 새먼 핑크, 루미 레드, 브라이트 레드,

가이아노츠 프리미엄 레드, 피니셔즈 실크 레드, IPP 수퍼 이탈리안 레드 2, 피니셔즈 마룬, GSI 건담 레드 2입니다.

위 사진에서 색상의 밝기를 비교해보면 RG 사자비의 붉은 사출색들은 세 가지가 몽땅 다 실크 레드에 가깝습니다.
RG 사출색은 밝기가 아니라 채도 차이로 레드 톤들이 구분되는 듯하네요.
다른 키트들은 머리 뿔이나 어깨 뽕 부분의 색이 밝은 색이지만,

RG에선 밝기는 거의 같고 대신에 빨강이라기보다는 핑크에 가까운 더 탁하고 연한 색입니다.
저는 탁하고 칙칙한 색깔보다 밝고 채도 높은 색깔을 선호하기에 최종적으로 사출색과는 다르게 아래와 같은 세 색깔을 선택했습니다.
- 밝은 레드: 피니셔즈 루미 레드 + 새먼 핑크

- 중간 레드: 가이아노츠 프리미엄 레드

- 어두운 레드: IPP 수퍼 이탈리안 레드 2


세 톤의 배색은 RG 사자비의 사출색을 기본으로, MG Ver. Ka와 설정 일러스트도 참고해서 살짝 몇 군데 배치를 바꿨습니다.

그런데 이 빨간색들 칠하면서 참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어두운 레드는 처음에는 수퍼 이탈리안 레드 2가 너무 어두운 것 같아서 피니셔즈 실크 레드와 마룬을 혼색해서 칠했으나...
도색 후 건조 중에 두 도료가 분리되면서 부품이 얼룩덜룩해지는ㅜㅜ 현상이 발생해서 신너탕에 담그고 재도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일은 처음 겪어보는데요. 피니셔즈 도료들을 혼색할 때는 충분히 주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이아노츠 프리미엄 레드는 정말 채도가 높고 순수한, 영롱하고 아름다운 빨간색이라서 중간 톤으로 골랐는데요.
단점은 이게 반투명 색이라는 겁니다.
프리미엄 레드뿐 아니라 모든 붉은 도료들은 은폐력이 떨지기 때문에 은폐력이 높은 피니셔즈 파운데이션 핑크를 밑색으로 올려줬습니다.

그런데 밑색 비치는 것만 문제가 아니고, 희석 농도와 어떻게 뿌리냐에 따라 색 밝기가 변하는 것이 골칫거리거든요.
결국... 일부 프리미엄 레드 도색 부품은 밝은 레드와 거의 비슷하거나, 어떨 때는 오히려 더 밝기도 했습니다ㅜㅜ
이 문제는 나중에 데칼 다 올리고 마감제 뿌린 후에 조립하다가 발견한 거라서 어찌할 도리가 없네요.
나름 고심하고 머리 써서 쓰리 톤 색분할을 한 건데 안 한만 못한 결과가...

아무튼 빨강 이외의 다른 색들은 다음과 같은 도료들을 사용했습니다.

- 백팩 및 무기 검정: 가이아노츠 미드나이트 블루

- 버니어 및 파이프 노랑: 피니셔즈 딥 옐로우 + 파운데이션 크림 + 루미 오렌지

빨간색과 마찬가지로 노란색도 은폐력이 낮아서, 밑색으로 피니셔즈 파운데이션 크림을 먼저 깔아줬습니다.
- 프레임 회색: 피니셔즈 파운데이션 그레이 + 퓨어 블랙
프레임 부품들 간에도 톤이 좀 나뉘어 보이도록 혼색 비율을 2가지로 달리 했습니다.

- 라이플 회색: 피니셔즈 퓨어 블랙 + 파운데이션 그레이
프레임보다 더 어두운 회색으로 조색해줬습니다.
- 프레임 일부 포인트 은색: 피니셔즈 퓨어 블랙 위에 SMP 수퍼 파인 알루미늄

- 카메라 녹색: SMP 수퍼 파인 알루미늄 위에 가이아노츠 형광 그린
지난 번 RG 프리덤에 썼었던 메탈릭 위의 클리어 형광이 은근히 건프라 카메라 표현에 좋길래 또 써봤습니다.

모노아이는 4mm 클리어 돔 디테일 업 제품을 썼고요. 돔 부품의 녹색이 옅어서 형광 그린 도료를 덧입혀줬습니다.
- 빔 사벨, 빔 액스 부품: GSI 화이트, 가이아노츠 형광 그린, GSI 터쿼이즈 그린으로 그라데이션

본격적인 빔 이펙트 부품 그라데이션 도색에는 처음 도전해봤는데, 뭔가 빔이라는 느낌이 잘 안 나는 것이 맘에 좀 안 드네요.
테크닉이 문제인 건지, 센스가 문제인 건지, 아니면 둘 다인지...
다음번에는 뭔가 좀더 손잡이 가까운 쪽에서 그라데이션이 끝나고 투명 부분이 더 많이 남도록 하고,
빔 액스는 그라데이션이 좀더 울퉁불퉁하게 되도록 도색해볼까 합니다.

RG 치고는 마스킹 분할도색이 필요한 부품들이 많습니다.
일단 버니어 쓰러스터와 아포지 모터 종류는 내부 색분할이 안 돼있어서 마스킹 도색 해줬고요.

백팩 작은 버니어의 안쪽 회색 분사구는 타미야 미디엄 그레이 에나멜로 붓도색했습니다.

외장 부품 중에는 반대면에 프레임 색을 칠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어쩌면 반다이에서 나름 의도적으로 저렇게 뽑은 건지도 모르지만 제 취향은 좀 다른지라 일일이 회색으로 칠해줬습니다.

또 킷에 보면 은색 스티커 씰을 붙여서 디테일을 주는 부분들이 있는데, 이 스티커들을 마스킹 테이프 대용으로 써서 분할 도색했습니다.
프레임에는 제 맘대로 은색으로 포인트 도색한 부품도 있는 만큼 스티커 씰 부위를 은색으로 칠했지만,
장갑 도색은 솔리드 무광으로 할 예정이라서 장갑 부분은 스티커 부위를 밝은 회색으로 마스킹 도색했습니다.

그리고 또 그냥 단지 멋있어 보이려고 분할도색한 부품도 몇 개 있고요.

도색 후 먹선 작업은 타미야 패널라인 액센트 컬러로 했습니다.
기존에 블랙, 그레이, 브라운 패널 라인 액센트 컬러를 소유 중이었는데, 제가 모형에 손 놓고 있는 사이에 다크 브라운도 나왔더군요.

사자비의 진한 빨강에는 기존의 브라운보다는 다크 브라운이 어울릴 것 같아서 새로 샀는데, 나름 만족스럽네요.
액체상태일 때는 너무 검은 것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됐었는데, 건조 후 결과물을 보니 꽤 괜찮더군요.
빨간 바탕의 패널 라인은 다크 브라운, 노란 바탕에는 브라운, 그 외 다른  패널에는 블랙 패널 라인 액센트 컬러로 먹선을 넣었습니다.

데칼은 모델링홀릭의 습식 데칼을 사용했고, 거의 매뉴얼대로만 붙였습니다.

그런데 설명서 대로 붙이면 왼쪽 스커트 부분의 CD (Casval Deikun) 퍼스널 마크가 원작 애니와는 크기도, 색상도, 디자인도 달라지는데요.
크기가 좀 작긴 하지만 원작 디자인과 같이 높은 음자리표처럼 생긴 금색 데칼로 바꿔줬습니다.

마감은 가이아노츠 EX 플랫 클리어로 했습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고무 지우개 같은 투박한 무광이 아니라,

플라스틱한 광은 잡지만 윤곽의 은은한 광택은 살리는 매끄럽고 고급진 느낌의 반무광이랄까요?
스케일 모형에는 어떨지 몰라도 건프라 같은 캐릭터 모형의 표면으로는 맘에 쏙 드는 마감제입니다.


이상, RG 사자비 도색을 완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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