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17. 09:24

나의 미러리스 선택기

저는 지금까지 10년 넘게 캐논 DSLR 카메라를 써왔지만... 바꿈질의 끝에 지금 갖고 있게 된 기종은 너무 무겁습니다.
카메라 본체만 1.6kg에... 렌즈를 마운트하면 2.5kg쯤 되고, 카메라 가방에 플래시랑 이것저것 넣고 다니면 5kg이 됩니다.
여기에 3kg 가까이 되는 삼각대까지 든다면... 나들이나 출사가 노동이 되어버리죠-_-

그래서 언제부턴가 카메라를 잘 들고 다니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컴팩트 디카나 폰카를 쓰자니... DSLR에 맛들인 손과 눈이 거부하고 말이죠^^

2008년부터 DSLR과 동급의 이미지 퀄리티와 렌즈 교환 시스템을 작은 크기에 구현한 미러리스 카메라라는 게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미러리스 카메라들은 바디 무게가 대략 300g 전후로, 일반적인 DSLR의 반 정도, 제 카메라의 1/5 정도 됩니다-_-
무게나 사이즈 면에서 미러리스 카메라는 DSLR보다 캐논 G12나 파나소닉 LX5 같은 하이엔드 컴팩트 카메라와 비교 수준이 맞죠.

저도 처음부터 미러리스 카메라에 관심은 많았지만...
딱 1년 전만 해도 미러리스는 성능, 화질, 렌즈 구색, 경제성 면에서 아직 멀었다는 느낌이었고...
제가 캐논 색감도 좋아하고 캐논 렌즈도 몇 개 있다보니 캐논에서 미러리스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는 심산이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트위터 친구분의 영향으로 ☞미러리스 카메라 동향 조사☜를 좀 해봤다가, 요즘 미러리스 카메라가 꽤 쓸만하다는 걸 깨달았고...
또 모든 메이커가 너도나도 렌즈교환형 미러리스를 발매하는 이 시국에 캐논에선 G1 X라는 변종 똑딱이나 내는 답답한 짓을 해서리...

바로 캐논에 대한 기대를 접고 타사 미러리스 카메라 하나 질렀습니다^^



그런데... 거의 모든 카메라 메이커에서 내놓고 있는 수많은 미러리스 카메라 중에 어느 것을 골라야 하는가?
카메라 자체도 비쌀뿐더러 나중에 렌즈와 플래시 등의 구입을 생각하면 작은 돈이 아니기에 신중히 선택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미러리스 카메라 구입을 생각하시는 분들 참고 되시라고 제 선택 과정을 정리해봤습니다.

저는 이번에 대안 결정 방법 중에 Must-Want Matrix라는 방식을 따랐습니다.
필수적인 요소들(Musts)을 갖추지 못한 후보들을 1차로 탈락시킨 후,
원하는 사항들(Wants)에 대해 가중치 점수를 매겨서 그 총합 점수가 가장 높은 후보를 2차로 최종 선택하는 방법이죠.

물론 사진이 본업이 아닌 취미인 경우 Musts나 Wants나 모두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기준은 달라집니다.
제 선택 과정은 참고하시되 평가항목과 점수 모두 제 개인적인 특수한 취향을 반영한 주관적 평가라는 걸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주로 찍는 사진은 뛰어댕기는 걸 좋아하는 5세 남아 사진

아니면 건프라 사진이거든요.

일단 1차 후보들은 제가 ☞미러리스 카메라 선택 가이드☜ 글에 지목했듯이 니콘, 후지필름, 펜탁스를 제외한 '11년 후반 이후 모델들이었습니다.
그리고 Must 요소들은 핫슈 유무, 바디 두께(마치 G3를 떨어뜨리려고 일부러 넣은 것 같죠^^;;), 가격, 신형 센서 여부였습니다.

평가기준 DMC-G3 DMC-GX1 PEN E-P3 PEN E-PL3 PEN E-PM1 OM-D E-M5 NX200 NEX-5N NEX-7
핫슈 O O O O O O O X O
바디 두께 4cm 이하 X O O O O X O O O
100만원 이하 O O O O O X O O X
신형 센서 채용 O O X X X O O O O

Must matrix에서 X 표시 있는 후보들을 거르고 보니 딱 두개만 남네요. 파나소닉의 DMC-GX1과 삼성의 NX200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이들 둘 사이에서 최후의 최후 순간까지 선택이 망설여지더군요.
사실은 이미 구입하고 난 지금도 선택을 달리 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살짝 아쉬운 면이 없지 않네요-_-

아래와 같이 want matrix로 저 두 후보의 점수를 매겨봤습니다.
Want matrix 계산 방법을 살짝 설명하자면 평가항목 별로 GX1과 NX200을 각각 점수로 평가하되,
항목에 따라 '중요도'를 두어 그 값을 점수에 곱해서 가중치점수를 계산합니다.
그리고 그 가중치점수들을 모두 더해서 그 총합이 가장 큰 놈을 최종 선택하는 것이죠.

일단 그 어떤 항목보다도...
크고 무거운 카메라에 워낙 학을 떼다 보니 줌렌즈를 달고도 공간을 적게 차지하는 파나소닉 X렌즈의 휴대성이 너무나도 절실히 와닿았습니다.

미러리스가 하이엔드 컴팩트 디카만큼 작다고들 얘기하지만 그건 팬케이크 렌즈를 마운트했을 때의 얘기입니다.
팬케이크 렌즈는 (X렌즈 이전에는) 단초점 렌즈에만 국한되어 왔고, 많은 사람들이 단렌즈보다 선호하는 줌렌즈는 대략 6cm 길이로 꽤 큽니다.
6cm라고 하면 DSLR 사용자들은 코웃음칠지도 모르지만, 미러리스에선 카메라 앞뒤 길이가 카메라 폭과 같아지게 만들 정도의 길이이고,
팬케이크 렌즈보다 휴대성이 확실히 떨어져서 카메라 가방이 아닌 일반 가방에는 넣고 다니기 어렵습니다.

삼성 20-50mm 줌 렌즈는 길이가 대략 4cm로 여타 표준 줌 렌즈들에 비해서 컴팩트하긴 하지만...
바디보다 2.5cm밖에 안 튀어나오는 X 14-42mm 팬케이크 줌 렌즈와는 휴대성에서 꽤 차이가 나죠.

세번째 항목 '인물용 준망원'에서 85mm f/1.4라는 걸출한 렌즈를 가진 삼성이 왜 파나소닉에 밀리냐고 물으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85mm의 환산 초점거리 128mm는 제게 익숙한 화각이 아니고, 비싸고, 휴대성이 좋지 않아서요.

삼성에서 55mm f/1.8 렌즈가 아직 나오지 않은 현재로서는 올림푸스 45mm f/1.8 렌즈(환산 초점거리 90mm)가 제게는 더 맞을 듯합니다.

요즘처럼 SNS로 즉석에서 사진을 공유하는 시대에는 JPG 파일을 그냥 쓰는 경우도 많아서 다섯번째 '색감'이 꽤 중요한데요.
RAW 포맷으로 찍으면 카메라의 색감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하실 분도 계시겠죠.
저도 주로 RAW로 찍긴 하지만, 경험상 사진의 기본적인 색 밸런스가 맞느냐 안 맞느냐에 따라 RAW 변환 시의 보정 난이도가 달라지더군요.
일단 화이트 밸런스와 색의 정확도 부분에서 삼성은 정평이 나있고, 파나소닉은 거의 업계 꼴찌 수준인 듯하고요.
이런저런 이유로 색감에 중요도도 상당히 높게 두고 점수 차이도 꽤 두었습니다.

색감 이외의 센서 화질, 그리고 심도표현 부분은 딱 두 카메라의 센서 사이즈 차이만큼 차이 나는 것 같더군요.

노이즈를 얘기할 땐 보통 고감도 노이즈가 중요한데... 샘플 사진을 보니 고감도에선 GX1이나 NX200이나 비슷한 노이즈 수준인 듯하더라고요.
이렇게 둘이 서로 같은 점수로 나온 항목은 편의 상 표에서 뺐습니다.
어쩌면 고감도 노이즈보다 중요할 수도 있는 것이 저감도에서의 노이즈 없는 맑고 깨끗한 이미지인데...
GX1은 최저 감도가 160, NX200은 최저 감도가 100이다 보니 딱 그 차이만큼의 저감도 노이즈 차이가 있어 보이더군요.

평가기준 중요도 DMC-GX1 NX200
그룹 상세 평가 가중치 평가 가중치
렌즈군 다양성 5 10 50 8 40
표준줌 휴대성 8 10 80 7 56
인물용 준망원 8 8 64 5 40
선예도 8 8 64 10 80
센서 화질 색감 8 5 40 9 72
화소수 5 6 30 8 40
다이나믹 레인지 5 6 30 8 40
저감도 노이즈 5 6 30 8 40
성능 AF 성능 10 7 70 5 50
터치 AF 5 7 35 0 0
조작성 5 9 45 7 35
파일 버퍼링 8 10 80 5 40
심도표현 10 6 60 8 80
플래시 시스템 5 9 45 6 30
RAW파일 용량 5 9 45 6 30
가격 10 5 50 9 90
총점 - - 818 - 763

제가 DSLR에서 미러리스로 옮겨가면서 가장 걱정되는 것이 AF였는데요.
초점이 틀릴 경우 얼마나 더 멀리 맞았는지 혹은 더 가깝게 맞았는지까지 감지할 수 있는 SLR의 위상차 AF 시스템과는 달리
미러리스의 AF는 태생적으로 똑딱이와 원리가 동일해서, 초점이 맞았는지 아닌지 정도만 판별하는 수준이라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더욱이 DSLR 중에서도 거의 최고의 AF 성능을 가진 기종을 써왔기에,
(예를 들어 거리가 들쭉날쭉한 장면 상황에서 반셔터 상태의 카메라로 쓱 훑어보면 거리가 바뀔 때마다 팍팍팍 AF 맞춰가는 게 느껴집니다)
미러리스로 바꾸면 AF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까봐 그나마 미러리스 중 최고 수준의 AF 성능을 자랑하는 GX1으로 좀더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GX1 사고 보니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DSLR 대비 크게 AF의 불편함을 못 느낄 정도더군요.
그치만 애 뛰어다닐 때나 동영상 찍을 때 필요한 동체추적 AF 성능은 완전 OTL... 요건 사용자 내공을 키워야 할 것 같습니다ㅜㅜ
위에 DSLR의 예로 든 들쭉날쭉한 장면 따위... 언감생심이지요-_-)

그리고 터치 AF/터치 슈팅 기능도 순간 포착에 꽤 편리하더라고요.
DSLR 쓸 때는 성능이 가장 좋은 중앙 AF 센서로 초점을 맞추고 그 다음에 각도를 틀어 원하는 구도를 잡고 촬영하는 습관이 들었었는데,
AF 센서가 따로 없고 터치 스크린이 있는 미러리스는 그럴 필요 없이 원하는 위치를 터치해서 초점도 맞추고 바로바로 찍는 게 가능하더군요.
(실제로 써보니 GX1의 터치스크린은 감압식이라 손톱으로 터치하지 않으면 인식이 잘 안 되고, 터치 슈팅 셔터 랙이 꽤 있네요.
그래도 아예 불가능한 삼성보단 훨씬 낫죠^^ 여기서 NX200이 0점을 맞는 바람에 대세가 GX1으로 기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 RAW 파일 버퍼링의 '처리중' 문제와 파일 사이즈가 꽤 걱정이 되더군요.
여기저기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아이 사진을 찍기 위해선 좋은 AF 성능뿐만 아니라,
사진을 여러 장 연속으로 찍어도 문제 없이 잘 저장되는 버퍼링 성능의 뒷받침도 필요합니다.
전 몇 년간 계속 RAW로만 찍어왔고, 아이 사진 찍다 보면 1분에 수십 장씩 찍을 때도 있습니다만...

NX200은 RAW 파일 버퍼링 중에 셔터 버튼 이외의 뭔가를 조작하려고 하면 '처리중' 메시지가 뜨면서 아무 것도 못하는 반면,
GX1은 버퍼링 중에도 조작이 자유롭고 빠른 후속 촬영도 가능하더군요.
만약 NX200 쓰다가 RAW 파일 '처리중'에 최고의 셔터찬스를 놓치는 일이 발생한다면 엄청 열 받지 않을까요?
 
그리고 NX200은 최근 펌웨어 업그레이드로 RAW 파일 사이즈가 30MB대 중반으로 줄었지만 예전에는 40MB대 중반이었습니다.
반면에 GX1은 18MB 근방이네요.
2000만화소 vs. 1600만 화소의 화소수 차이보다 파일 사이즈 차이가 큽니다.
용량이 작은 편이 메모리 카드와 하드디스크에 담을 수 있는 사진 수도 많고, 촬영 시 버퍼링 시간도 적어 유리하겠죠.

마지막으로 중요한 부분은 플래시 관련 시스템인데요.
삼성 NX 카메라 용으로는 TTL도 지원되고 헤드 좌우회전(도리도리)도 되는 플래시가 없네요.
건프라 찍을 땐 세로 촬영이나 벽 바운스 촬영이 많기 때문에 도리도리가 필수인데 말씀이죠.
그리고 삼성 NX용 플래시 중 가장 좋은 제품조차도 고속동조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대낮에 필 플래시 용도로 쓰기는 힘들다는 거죠.
반면에 마이크로 포서즈 진영의 플래시들은 예전부터 도리도리도 되고, 고속동조도 지원됐었죠.
특히 미러리스와 어울리는 컴팩트 사이즈에, 충전시간도 개선되고, 동영상 조명으로도 사용 가능한 신상 FL-600R 이거 정말 제 맘에 쏙 드네요^^

가격 면에서는 저희 회사에서 삼성 카메라와 렌즈를 직원 특가로 상당히 싸게 팔기 때문에 삼성 NX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만...

결국 이것저것 다 고려하여 합산해 보니 근소한 차이로 GX1이 앞섰습니다.
그래서 전 약간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결국 이 과학적이고 정량적인^^ Must-Want Matrix의 의사결정을 따랐고요.

이마트몰 생일쿠폰이랑 카드 청구할인이랑 해서 DMC-GX1 + X 14-42mm 줌렌즈, 그리고 올림푸스 45mm f/1.8 렌즈로 구입했답니다^^



이상 저의 미러리스 카메라 구입기를 정리해봤는데요.
미러리스 카메라를 새로 구입하시려는 분들의 선택에 도움이 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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