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7. 23:51

어느 오덕 아저씨의 다이어트 성공기

오늘은 전국의 수험생들이 지난 몇 년 간 쌓아온 실력을 평가하는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이었죠.

제게는 지난 4월 21일부터 200일간 덜어온^^ 살을 평가하는 다이어트 결산일이었습니다.

 

4월 20일

11월 7일

체중

96 kg

64 kg

체질량지수 (BMI)

35.3 kg/m2

23.5 kg/m2 

허리둘레

 108 cm

75 cm

체지방률

 38.5 %

10.1 %

골격근량

33.6 kg 

32.1 kg

기초대사량 (BMR)

1652 kcal

1629 kcal


원래 목표는 BMI 23(동양인 정상 체중의 최댓값)까지 빼거나 체지방률을 한자리수까지 낮추는 거였는데, 어느 것 하나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 결과면 감량 성공이라고 보는데요.

체중은 다이어트 시작할 당시의 정확히 2/3로 줄었고, 체지방률은 1/4 근방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체성분 측정 결과지에 체지방이 '부족'하다고 찍혀나오더군요.

제 평생에 지방이 부족하다는 소릴 듣게 될 줄이야... 감격의 눙물이ㅜㅜ

어깨 부상으로 주로 하체운동만 해서 상하체균형이 안 맞는 것과 BMI 기준으로는 여전히 과체중인 것이 옥에 티네요.

처음 5달은 근손실이 없었지만(엄청난 자랑거리였는데!),

일단 체지방률이 정상 범위까지 떨어지고 나니 몸이 지방에서 근육으로 감축 타겟을 옮겼는지 운동을 열심히 해도 근육이 빠지데요.

10월 초까지만 해도 33kg이었던 피같은 골격근량이 한 달 새 1kg이나 빠졌습니다ㅜㅠ

그리고 요즘엔 보는 사람마다 "초췌해졌다." "어디 아프냐?" "살 그만 빼라."는 얘기들을 하도 많이 하셔서...


제반상황을 고려해볼 때, 비록 목표달성은 못 했지만 오늘 다이어트 시작 200일을 기점으로 감량을 마치려고 합니다.

BMI 23과 체지방률 한자리수는 내년 여름에 도전해 보는 걸로^^


이젠 앞으로 관리만 잘 하면 제가 다시 비만인이 될 일은 없겠지요.

이쯤에서 너무 커져버려 못 입게 된 옷장의 옷들을 정리함과 동시에 저의 비만인생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제 경우 다른 어떤 다이어트 자극 사진보다 제 주위에 다이어트 성공하신 분의 실제 존재감이 더 자극이 되었고,

그 어떤 다이어트 어드바이스보다도 인간승리의 다이어트 스토리가 더 동기부여가 되더군요.

저의 '스토리 텔링'도 혹시 다른 어느 누군가의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까 해서 이렇게 다이어트 성공기를 남겨보려 합니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계기는?


블로그 제목만 보셔도 아시겠지만 저는 건담 덕후입니다.

안여돼(안경 여드름 돼지)라고 오덕후 중에 자기 관리 안 되는 사람의 외모를 비하하는 말이 있죠.

거 왜 덕후 하면 바로 연상되는 그런 이미지 있잖아요.

제가 딱 저런 모습의 진성덕후였습니다^^

대략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기동전사 건담'과 '닥터 슬럼프' 등의 해적판 만화를 접하면서 오덕의 꿈을 키워나갔고...

안경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꼈고요.

부모님께서 잘 물려주신 피부 덕에 여드름은 별로 없었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올해 초까지 항상 '비만'이라는 딱지를 달고 살아왔습니다.


결혼적령기를 전후해서는 식욕억제제도 먹어보고 각종 다이어트 방법들도 다 섭렵해봤는데요.

그다지 절박하지는 않아서 그랬는지 다 실패하고 요요 오고 그랬습니다-_-

제 마음의 근저에 대략 다음과 같은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기껏 다이어트하고 운동해서 살을 뺀다고 해봤자 결국은 '정상인'이 될 뿐이다.

죽도록 노력한 결과가 겨우 보통사람이라니 너무 억울하잖아?

좀 통통하더라도 그냥 유유자적하게 먹는 것을 즐기고 편안히 쉬면서 살련다."

뭐 사실 틀린 말은 아니지 않나요^^?


가만히 있어도 신진대사가 잘 되는 젊었을 적에는 그래도 '경도 비만'을 유지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30대 중반 이후로 업무 스트레스가 가중되면서 앉아서 먹기만 하니 살은 점점 더 찌고 건강은 계속 나빠져가는 악순환에 빠졌습니다.

체중은 중등도 비만을 거쳐 고도비만으로, 가장 많이 나갈 때는 97.5kg까지 올라갔었고요.

기왕이면 일생에 한 번 100kg도 찍어볼 걸 그랬습니다^^(참고로 제 키는 165cm입니다)

건강검진에서는 지방간 판정과 고혈압 진단을 받았고, 고혈압 약을 처방 받아서 지난 3년 간 먹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살다가 마흔(한국 나이로요. 만으로는 38세였답니다^^)을 맞은 2013년,

3월과 4월에 두 차례에 걸쳐 넘어지면서 왼쪽 발목의 전방거비인대(anterior talofibular ligament)를 심하게 다쳤습니다.

한 2주일은 반깁스를 하고 다녔는데, 깁스 사진은 찍어놓은 게 없고 발목보호대 사진만 있네요.

맨 위 Before 사진의 옆모습도 자세히 보시면 발목보호대가 살짝 보일 겁니다.


제가 균형능력과 근력이 조금만 더 있었어도 넘어지지 않았을 상황이었고,

체중이 조금만 덜 나갔어도 발목 좀 접질린 걸로 그렇게 크게 두 번이나 다치지는 않았을 겁니다.


0.1톤을 바라보는 체중, 약을 먹어도 좀처럼 정상수치까지 내려가지 않는 고혈압,

거기에다가 이젠 내 근골격계가 물리적으로 내 무게를 지탱하지조차 못하게 됐구나 하는 생각까지...

결국 다음과 같은 생각으로 다이어트를 결심했습니다.

"나는 이미 심각한 비만환자이고, 절박한 상황이며, 보통사람이라도 되지 않으면 큰일 날 것이다.

이제 마흔(한국 나이^^)이고 나만 의지하는 가족들도 있는데 더 이상 내 건강을 이렇게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



다이어트 조력자들


올해 4월 다이어트를 결심한 바로 그 무렵에 때마침 타이밍 좋게 귀한 다이어트 조력자 셋을 만났으니...

첫째는 웹툰 다이어터였고,

둘째는 다이어트 앱인 눔 다이어트 코치였고,

셋째는 희한하게 타이밍 맞추어 선발된 직장 다이어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1) 웹툰 다이어터

다이어트 조력자로서 웹툰 '다이어터'의 탁월한 점은

다이어트를 흔하고 무미건조한 설명문의 형태가 아니라 '스토리 텔링'을 통해 전달해주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잘 되고,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동기부여와 희망과 롤 모델을 동시에 제시해준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다이어터 웹툰의 스토리 작가인 네온비님 본인이 30kg 가까이 감량한 다이어트의 산 증인이더라고요.

첫번째 조력자인 웹툰 다이어터의 키워드는 동기부여 되겠습니다.


같은 다이어트 어드바이스라고 해도 단조롭게 글로 쓴 것과

웹툰에서 주인공이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좌충우돌할 때 멋진 해결사가 홀연히 등장해서 명대사 한 마디 날려주시는 것은...

가슴에 와닿는 감동의 깊이가 다르달까요^^?

다이어트 방법에 대한 어드바이스뿐만 아니라 위로와 격려, 힐링 같은 요소도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혹시 아직 다이어터 웹툰을 못 보신 다이어터라면 ☞이 링크☜를 통해서 한 번 보세요.

그런데 관람기간 한정 유료 웹툰이라서 온라인으로는 두고두고 참고 삼아 꺼내볼 수가 없답니다.

온라인 버전을 보시고 작품이 마음에 드신다면 소장용으로 ☞단행본☜을 구입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별 감흥 없이 넘겼던 부분도 한창 열심히 다이어트하면서 다시 읽어보니 그 진정한 의미가 새록새록 느껴지더라고요.


사실 제가 이 다이어트 수기를 쓰게 된 계기도 웹툰 다이어터의 영향이 컸죠.

블로그에 다이어트 글 몇 개 써봤지만 호응도 신통치 않고 블로그 방문자 수도 줄어들기만 해서 곰곰이 원인을 생각해 보니...

제가 쓴 글엔 역시 인간적인 냄새가 좀 부족하고,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무미건조한 설명문이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의 진솔한 스토리를 고백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감동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2) 눔 다이어트 코치 앱

두번째 조력자인 다이어트 앱 눔(Noom) 다이어트 코치의 키워드는 관리 되겠습니다.


식이, 운동, 생활 관리의 각각에 대해서 보면 눔 다이어트 코치보다 좋은 다른 앱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눔의 식단관리 파트에는 없는 음식도 많고(사과는 있어도 배는 없음), 단위(한국에서 웬 온스-_-)도 이상하고, 칼로리도 틀린 게 좀 있습니다.

그리고 눔의 만보계는 차 타고 다니는 동안에도 걸음 수가 계속 올라가요-_-

하지만 눔의 진정한 강점은 식이 관리, 운동 관리, 생활 관리까지 감량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한 앱에서 원스탑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그 덕분에 폰에다가 다이어트 앱을 이것저것 깔 필요 없이 깔끔하게 딱 하나만 있어도 되더군요.

위 사진은 눔 다이어트 코치의 운동 기록 기능 화면인데요.

심박계와 연동도 가능하며, 나이키+나 Runtastic, RunKeeper 같은 전문 운동기록 앱 못지않게 기능이 우수합니다.


관리 측면에서 원스탑 관리 외에 또 특출나게 훌륭한 것이 뭔가 하면 '목표 설정'부분입니다. 

처음에 제 키와 현재체중, 목표체중을 입력하니 적절한 1일 목표 섭취량 1550kcal를 설정해주더군요.
그런데 딱 그 정도가 제가 배고픔으로 스트레스가 올락말락하는 한계더라고요.

다이어트 처음에 시작할 때는 제 기초대사량도 잘 모르고 어리버리하고 있었는데,

괴롭게 배고프지는 않으면서도 차곡차곡 살이 빠지는 최적의 섭취 칼로리 포인트를 처음부터 눔이 맞춰주니깐 참 고맙더군요.


또 다이어트에 적응해감에 따라 목표섭취량이 점점 줄기도 하고, 운동을 하면 일시적으로 섭취목표도 증가시키는 등 섬세하게 조절을 해줍니다.

머리를 참 잘 썼다고 생각되는 것이... 운동을 하면 운동 칼로리의 딱 절반만큼만 목표섭취량이 증가합니다.

운동으로 생기는 허기도 어느 정도 완화시켜주면서 열심히 운동으로 소모한 칼로리를 완전히 헛되게 하지 않는 점이 딱 좋습니다.

혹시라도 목표량을 초과 섭취한 날에는, 섭취 목표량도 높아지도록 더 열심히 운동하게 유도하는 효과도 있고요.


또 만보계의 목표설정도 처음엔 목표 걸음수를 낮게 잡았다가도 매일 300보씩 늘려서 결국은 10,000보를 걷게 만들어주더군요. 


마지막으로 언급할 만한 눔의 인상적인 부분은 매일같이 다이어트 미션과 읽을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입니다.

시시하고 다 아는 내용이라고 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쨌든 매일같이 다이어트에 대해 상기시켜 주고, 결심을 다시금 다잡게 해주며, 의욕이 솟아나게 하는 면에서 심리적인 도움이 됩니다.

(다이어트 미션과 읽을거리는 이젠 유료버전에서만 지원하도록 바뀌었네요. 좀 아쉽습니다^^;;)


3) 직장 다이어트 프로그램

제가 다이어트를 결심한 것이 4월 20일이었는데, 정확히 5일 후인 4월 25일에 회사에서 주관하는 다이어트 프로그램 모집 메일을 받았습니다.

이건 뭐 거의 운명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경쟁률도 꽤 높았다고 하는데, 운 좋게 뽑혔습니다.

사실 제가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절절한 사연을 써서 보냈거든요^^.


12주간 진행했던 이 직장 다이어트 프로그램의 키워드는 운동이랄까요?

운동에 임하는 올바른 자세를 그곳에서 배웠습니다.

운동 중에 지쳐 쉬고 싶을 때도 '한 번만 더, 10초만 더' 하면서 버티는 끈기와 근성을 익혔는데요.

정말 나라는 인간의 체력의 한계가 무엇인지 극한까지 밀어붙여 주시더군요ㅜㅠ


그런데 사람의 몸이란 그 마지막 한 번, 마지막 10초를 버틴 것 덕분에 점진적으로 체력이 레벨업되어 가는 거죠.
비록 감량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걸 게을리하지 않았더니
지난 200일 간 심폐지구력도 많이 향상되었고, 들 수 있는 무게도 꽤 늘었습니다.
사실은 살쪘을 때 그만큼 저질체력이었다는 뜻입니다ㅎㅎ

그리고 혼자 하는 운동이라 하더라도 누군가 봐주고 피드백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걸을 때 오른발보다 왼발이 더 많이 바깥으로 八자로 벌어진다는 사실은 아마도 직장 다이어트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겁니다.

어쩌면 3, 4월에 발목을 다쳤던 원인도 이것이었을지도...


그런데 저희 회사 감량 프로그램의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식이요법을 전혀 관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저의 ☞이전 글☜에도 썼듯이 감량에서 식이요법은 운동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식사관리을 전적으로 본인 재량에 맡기니... 아무런 통제나 지시도 받지 않은 비만인들이 제대로 할 리 없죠-_-

결국 직장 비만프로그램 참가자 24명 중 감량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았던 사람은 저를 포함해서 2~3명뿐이었습니다.


요즘엔 기업들이 직원의 건강에 신경 쓰는 분위기가 유행인 것 같더군요.

듣기로는 S모 기업에서는 직장 다이어트 프로그램 참가자에게 비싼 잇슬림 다이어트 도시락도 지급했다던데... 부럽데요^^

혹시 본인이 비만인이시고, 다니시는 직장에서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꼭 지원해보시기 바랍니다.


직장에 그런 프로그램이 없다면 주위 헬스장에서 진행하는 GX(Group Exercise) 프로그램에라도 참여해 보세요.

요가나 필라테스 같은 칼로리 소모량 적은 GX 말고 바디 펌프나 써킷 트레이닝처럼 좀 빡세게 굴리는^^ 프로그램이 좋습니다.

거기서 본인의 운동자세에 대한 피드백도 좀 받으시고, 자신의 체력 한계에 도전함을 당하는^^ 경험도 해보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제가 다이어트 초기에 이 세 조력자를 만나지 못했다면 200일간 32kg이나 감량하는 쾌거를 이룩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나마 그 반인 16kg이라도 뺐다면 다행일 것이고, 중간에 다이어트가 힘들어지거나 결심이 해이해져서 그만두었든지,

아니면 아직도 "다이어트 해야지~ 운동 해야지~" 타령만 하고 아무 것도 시도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 자리(자리는 무슨 자리^^;;)를 빌어서 웹툰 다이어터의 네온비, 캐러멜 작가님과

눔 다이어트 코치 제작진 분들과

직장 다이어트 프로그램의 신창호 트레이너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감량 과정이 힘들지 않았나요?


제가 "다이어트가 제일 쉬웠어요 잇힝~" 따위의 얘길 해봤자 아무도 안 믿으실 거죠^^?


특별히 힘들었던 기간이 있다면 5월의 다이어트 적응기와 8월의 정체기였습니다.


사람이 방만하게 살다가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글리코겐과 쓸모 없는 근육과 함께 수분이 좍좍 빠져 초기에 극적으로 체중이 줄어듭니다.

저도 다이어트를 시작한 4월 하순엔 살이 2주만에 막 5kg씩 빠지고 완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이런 폭풍감량기가 지나면 감량속도가 주춤해지는데, 아래 그래프를 보시면 5월 한 달 내내 빠진 양이 처음 2주의 감량보다도 적은 3kg입니다.

이 때는 운동 방법도 잘 몰랐고, 다친 발목 때문에 격렬한 운동도 불가능했고, 식이관리에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습니다.

살도 마음대로 안 빠지고,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잘 안 보여서 괴로웠던 시기라고 할 수 있고요.

위 그래프를 보시면 확실히 눈에 띄는 정체기가 보이죠?

바로 8월에 한 3주간 마치 체중계 바늘을 묶어놓기라도 한 듯 78kg에 딱 붙박이로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아무리 운동을 더 강도 높게 하고 더 열심히 식이조절을 해도 체중이 요지부동이어서 정말 고민도 많았고, 실의에 빠져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진짜 정체기가 아니었고, 어깨 석회화건염때문에 복용한 록소프로펜이라는 진통소염제 부작용으로 생긴 부종이었더랬습니다.

(록소프로펜이라는 약이 나쁜 게 아니고 그냥 제 체질이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와 안 맞아서 부종이 생기는 듯합니다)

다이어트로 지방이 빠지는 속도와 부종으로 몸에 수분이 쌓이는 속도가 우연히 똑같아서 살이 안 빠지는 것처럼 보였던 것뿐이죠.

왠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아침에는 눈이 퉁퉁 붓고 저녁에는 발목이 땡땡 붓더라니...

약을 끊으니까 3일만에 3kg이 쑥 빠지더군요. 부종도 사라졌고요.


이렇게 제가 힘들었던 부분은 생각 만큼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서 마음고생을 하느라 힘든 것뿐이었고요.

감량을 위한 식이요법과 운동 그 자체는 여러분들께서 생각하시는 만큼 힘들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공적인 1차 다이어트를 마치는 지금, 지난 200일을 돌아보며 느끼는 감정이

"내가 이딴 힘든 다이어트 다시는 하나 봐라, 퉷퉷!"이 아니고

"내년 여름 되기 전에 한 번 재도전해볼까나?" 같은 느낌인 걸로 봐서요.


지금 와서 돌아보면 감량이 힘들지 않았던 원인이 아래와 같이 몇 가지 있었던 것 같은데요.

다이어트하시는 다른 분들도 참고하시면 좋을 듯하네요.


1) 다이어트에 심취했다.

사실은 이 뒤의 대부분의 것들을 다 포괄하는 원인입니다.

다이어트에 몰입하고 심취했기 때문에 다이어트 이론 공부를 열심히 했고, 그래서 올바른 방법을 선택할 수 있었고, 습관화시킬 수 있었거든요.


논어에 보면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라는 얘기가 있는데요,

즉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를 따라잡을 수 없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말씀입니다.

제가 다이어트를 즐기는 경지까지 이르렀는지 확신은 못하겠으나 확실히 좋아하기는 합니다.

좋아하니까 더 노력할 수 있었고, 더 노력하니 좋은 결과가 나왔고, 결과가 좋으니까 다이어트를 더 좋아하게 되는 포지티브 피드백이 걸린 거죠.

그래서 힘든 줄도 몰랐던 것 같습니다.


하여간 지난 200일 동안 밥 먹을 때도 다이어트 생각, 웹 서핑할 때도 감량 생각, 그저 자나깨나 오로지 다이어트 생각뿐이었습니다.

제 블로그를 보셔도 지난 200일 간은 다이어트 글밖엔 없어요^^

그동안은 다이어트가 제 취미였던 거죠.


2) 다이어트 이론을 열심히 공부했다.

제가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고, 나름 과학적인 이해력이 좋다 보니^^;;

운동학이나 영양학, 생리학에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고, 다이어트를 진행하면서 더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이론 공부를 잘 하면, 세상에 만연된 잘못된 다이어트 방법들과 사이비 다이어트 업자들을 걸러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줍니다.

또 올바른 다이어트 방법이라 하더라도 무조건 맹신하는 것이 아니라 원리를 이해하고 융통성 있게 응용할 수 있고요.


식이요법과 운동을 하면서

"오늘은 단백질을 이만큼 먹었으니 근손실은 안 생기겠군"

"격렬한 유산소 운동을 30분이나 했으니 앞으로 몇 시간은 EPOC(운동후초과산소소비)로 칼로리를 소모하겠네"

이런 식으로 제 몸 속에서 일어날 일들을 이해하고 상상하면서 하니깐 더 재미있고 덜 힘들더라고요(이딴 건 저만 재밌을지도^^;;).


참고로 제가 다이어트 공부할 때 가장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은 다음 두 분의 블로그였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몸짱의사님과 수피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네요.


3) 지속가능하면서도 감량이 빠른 다이어트 방법을 선택했다.

제가 블로그에 쓰고 있는 다이어트 글들 전체를 꿰뚫고 있는 주제가 있다면 바로 '지속가능성'인데요.

저도 예전엔 '단기간 다이어트 비법' 류의 신봉자였다가 평생 지속해나가는 다이어트의 개념을 다이어터 웹툰에서 처음 접했는데요.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만... 실제로 실행해가면서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육체 건강과 정신 건강을 해치지 않는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 방법만이 제대로 뺄 수 있고, 감량한 체중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육체적으로 소모시키거나 정신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이 없기 때문에 힘들지 않았고, 그래서 앞으로 평생 지속하는 것도 자신 있습니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범위 안에 있으면서도 최대한 빨리 감량되는 방법을 선택했는데요.

매일의 칼로리 섭취량은 기초대사량의 90% 수준으로 낮췄고,

운동은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섞어서 숨이 턱에 차고 땀이 뻘뻘 날 정도로 강도 높게 매일 1시간씩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건강한 감량 한계에 가까운 속도로 매주 1kg씩 살이 빠지고, 보람도 있고 힘도 나고... 더더욱 힘든 줄 몰랐습니다.


4) 관리를 잘 했다.

사실 지속 가능하면서도 감량 속도가 빠르게 나오려면 섭취 칼로리 관리와 운동 칼로리 관리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제 다이어트 지론의 또다른 화두는 '관리'인 것이고요.


편차를 억제하며 최대한 일정한 수준으로 관리를 잘 하면 덜 힘들다는 사실은 행군에 비유할 수 있겠는데요.

아주 길게 일렬로 행군을 하면 같은 거리를 가더라도 앞줄에 가는 사람보다 뒷줄에 가는 사람이 훨씬 더 힘들고 많이 지칩니다.

앞줄 사람들은 일정한 속도로 걸어가지만, 뒤로 갈수록 속도 편차가 심해져서 맨 뒤에서는 멈췄다가 거의 뛰다시피 하다가의 반복이죠.


저도 초기에는 어쩌다가 목표섭취량을 초과하기도 하고 그걸 만회하기 위해 다음날 굶다가 오히려 폭식하기도 하는 등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전 글☜에 설명했던 방식 대로 섭취 칼로리와 운동 칼로리를 최대한 꾸준히 일정하게 관리했더니, 감량도 일정하게 되면서 덜 힘들었습니다.


5) 빨리 습관화시켰다.

다이어터 웹툰에 나오는 얘기인데요.

의지력은 무한정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지갑의 돈처럼 소모됩니다.

다이어트와 운동의 습관을 들여놓는다면 억지로 빈 지갑을 쥐어짤 필요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몸 컨디션이 별로 안 좋거나 날씨가 매우 안 좋을 때 운동하러 간다는 것은 참 고민 되고 의지력의 결단이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매일 습관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운동을 간다면, 상황이 별로 안 좋더라도 의지력의 소모 없이 그냥 평소 습관대로 운동하러 가게 됩니다.


저는 아침, 점심, 저녁의 섭취 칼로리 배분과 매일 20분 근력운동, 40분 유산소 운동의 습관이 6월부터 확립돼있었던 덕분에

그 이후로는 많은 분들이 고민하시는 식탐과의 전쟁이라든지 귀차니즘과의 사투 같은 걸 별로 경험하지 않았네요.

뭐 결국 다이어트 성공 비결은 '지속가능성, 관리, 습관화'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6) 실패와 시행착오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웹툰 다이어터에 보면 성공적으로 잘 진행되는 상황은 물론이고 각종 실수와 시행착오를 딛고 일어서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실제로 제 다이어트에 더 도움이 되었던 것은 후자인 것 같습니다.

다이어트 도중에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올바른 대처방법은 어떤 것인지, 미리 마음속으로 훈련을 시켜준 것이죠.


실수로 폭식했을 때, 정체기가 찾아왔을 때(비록 가짜였지만^^)도 '아하, 이건 다이어터에 나왔던 상황이군'하고 마음의 준비가 돼있었습니다.

덕분에 우왕좌왕 힘들어 하거나 다이어트를 포기하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해서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7) 뭐든지 잘 먹는다.

이건 제 체질 얘기입니다만...

저는 음식에 집착이 없고, 편식 안 하고, 역겨운 냄새가 나거나 혐오스러운 모습만 아니라면 무슨 음식이든 잘 먹습니다.

사람들 맛 없다는 회사식당 밥도 잘 먹고요^^, 계속 같은 음식만 먹으라고 해도 일주일은 버틸 자신이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천부적인 잡식성'이고, 나쁘게 말하면 '입이 싸구려^^'라서, 음식 맛을 즐긴다기보다는 그냥 살기 위해 배를 채울 뿐입니다.

이런 '뭐든 잘 먹는 체질'이 저의 '보이는 음식은 뭐든 입으로 가져가는 습관'과 만나서 고도비만이라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았습니다만...

주위에 물병 이외의 음식들을 싹 다 치우고 다이어트를 시작하니 이게 강점으로 돌변하더군요^^

저칼로리 음식이 맛 없어서 못 먹겠다는 분들도 계시고, 단조로운 식단에 질려서 다이어트를 지속하지 못하겠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저칼로리 다이어트 음식도 아주 맛나게 잘 먹으면서 편하게 다이어트를 했습니다.


8) 남자니까

위의 모든 조건을 다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만약 제가 여자였다면 육체적, 사회적으로 훨씬 힘들었을 겁니다.

감량에 있어서 모든 측면의 조건이 다 남자가 더 유리하거든요.

남자가 기본적으로 대사량이 더 높으니까 같은 양을 먹어도 더 빠지고, 근력도 더 세기 때문에 같은 운동을 해도 더 칼로리 소모가 높고요,

또 지방을 태우고 근육을 키우는 남성호르몬의 작용 이거 무시 못합니다.


그리고 외모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남자보다 여자에 대해서 훨씬 심하기 때문에

여자였다면 하체 굵어질까 두려워 마음 놓고 하체운동도 못했을 것 같고,

감히 표준 초과의 BMI 수치로 다이어트를 끝내겠다는 건 꿈도 꾸지 못 했겠죠?

한밤 중에 운동하러 나가기도 위험했을 거고요.


뭐 아무튼... 이런 다양한 원인들로 인해 저의 지난 200일 간의 다이어트는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았습니다.

제가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많으신데, 정말이에요~ 믿어주세요.



다이어트를 통해 좋아진 점


저의 경우, 성공적인 다이어트의 결과로 얻게된 것은 스타일, 건강, 체력, 자신감의 네 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1) 스타일

일단 가장 먼저 피부로 느껴지는 건 옷맵시가 살아난다는 거죠.

실은 그냥 '옷 맵시가 살아난다'는 정도가 아니고...

저는 철 들고 나서 올해 초까지 거의 30년간 언제나 항상 뚱뚱한 상태였다가 살을 뺀 것이기 때문에

일생 동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차원들을 경험하고 있고, 그냥 감격의 연속입니다^^


200일 만에 급격하게 XL에서 S 또는 M으로, 바지는 38인치에서 30인치로 줄어드니 사이즈에 대한 제 감각에 혼란이 올 정도더군요.

바지나 티셔츠를 입으려고 하는데 6개월 전의 감각으로는 도저히 이런 조그만 구멍에 내 몸을 넣으라는 게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은데

일단 입으면 신기하게도 쏙 들어가는 거 있죠.

아무튼 급격한 몸의 부피 감소 때문에 예전 옷이 하나도 안 맞아서 의복비가 많이 깨지고 있는데ㅜㅜ

다행히 유*클* 같은 저가 브랜드와 해외 직구 덕분에 재정파탄은 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살던 세상에선 허리에 맞춰 바지를 사면 바지단은 다리보다 훨씬 길어서 당연히 세탁소에서 수선해서 입는 것이 상식이었는데...

살을 빼고 나니까 이게 기성복 바지를 그냥 입어도 다리 길이가 그냥 맞는 겁니다.

읽는 분들은 우스울지 모르지만, 저는 정말 이런 기분 처음 느껴봐요.


지금까지의 인생에선 연예인들이 입는 옷과 옷가게의 마네킹이 입은 옷은 저와는 아무 상관 없는 물건들이었습니다.

기껏 예쁜 옷 골라봤자 살찐 내가 입으면 안 예뻐보이고... 옷 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고 싫었습니다.

그런데 살 빼고서 보니깐 마네킹이 입은 옷을 입어도 (아 물론 똑같이는 아니지만;;) 얼추 핏이 맞고 어울리는 겁니다.


"아 이게 정상인들의 세계라는 거구나. 보통사람이란 것도 꽤 좋은걸^^;;" 이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10대 청소년들이 다이어트하려는 동기 1위가 스타일과 옷맵시를 위해서라고 하던데,

예전에는 "쯧쯧 철없는 것들..."하고 지나쳤지만 이제는 저도 막 이해가 되려고 합니다^^


2) 건강

건강 면에서도 큰 개선이 있었습니다.

살 빼기 전에는 고혈압이었는데, 약을 먹더라도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아서 140/90mmHg의 고혈압 영역에 머물렀더랬습니다.

그런데 다이어트 시작한 지 석 달도 안 되어 여전히 비만이던 7월에 혈압은 이미 정상수준까지 내려오더군요.

그 상태로 고혈압약을 먹으니 혈압이 낮아서 막 어지럽기까지(다른 이유 때문이었을지도요^^;;) 한 관계로 고혈압약도 끊었습니다.

7월부터 현재까지 제 혈압은 120/70mmHg로 지극히 정상입니다.


다이어트 기간 동안 제 몸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수치가 뭐냐면 안정시 심박수입니다.

살 빼기 전에는 75회/분 정도였는데 지금은 45회/분 정도 나옵니다.

안정심박수가 낮을수록 꼭 더 건강한 건 아니지만, 심장이 덜 뛰어도 생명유지가 된다는 건 적어도 심혈관계의 효율은 향상됐다는 의미거든요.

"모든 포유동물이 수명이 다할 때까지 심장이 뛰는 회수는 동일하다"는 속설이 있는데...

그 속설에 따르면 살 뺀 이후로 제 심장의 남은 수명은 대략 1.7배로 늘어난 거네요^^


다이어트 이전에 제 건강검진 항목 중 문제가 있었던 부분은 혈압과 요산 수치, 지방간이었는데, 모두 비만과 연관된 수치들입니다.

살 뺀 이후로 아직 건강검진은 해보지 못했는데, 내년 건강검진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막 기대가 되네요, 두근두근^^


3) 체력

감량을 위한 운동이 체력 향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서 다이어트 초기와 최근, 이렇게 두 번 체력 측정을 해보았습니다.


그동안 유산소운동을 열심히 했더니만 심폐지구력이 33%나 향상됐더군요.

체력측정 결과 VO2Max 수치가 5월 30일에 27.1ml/kg/분이던 것이 11월 6일 36.1ml/kg/분이 되었습니다.

많이 향상됐지만 그래도 평균 이하라는군요-_-


그리고 일상생활 가운데서 걷는 대신 달리는 제 모습을 자주 발견하게 됩니다.

운동하러 갈 때라든지, 내리막길이라든지, 약속시간에 늦었든지, 날씨가 추워 열을 내고 싶을 때, 멀리서 횡단보도 신호가 들어왔을 때 등등...

몸이 가벼워지고 심폐 능력이 향상되다 보니 평소에도 더 자주, 더 오래 달리게 되더라고요.


평형성도 많이 향상됐습니다(그렇지만 여전히 평균보다는 한참 아래입니다ㅜㅜ)

살 빼기 전에는 균형을 잃거나 (특히 왼쪽) 발목을 삐끗하는 일이 많았지만...

요즘은 도로 턱 같은 곳에 가끔 발이 걸리더라도 재빨리 균형을 잘 잡고 절대로 넘어지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균형능력도 떨어지고 몸이 무거워서 외발로 서서 양말도 신지 못했는데, 요즘은 그 정도는 장난이고요^^;;


좀 실망스러운 사실은... 체력측정 항목 8가지 가운데 심폐지구력과 평형성 이외의 6가지는 거의 향상되지 않았더라는...ㅜㅜ

분명히 다이어트 초기에 비해서 현재 더 무거운 웨이트를 들 수 있는데... 그것은 근력이 아니고 요령과 기술이 늘었던 것인가 봅니다.

근력은 다이어트 끝내고 이제부터 키워야겠죠.


4) 자신감

전에는 외모에 자신이 없어 사진 찍히는 것도 기피하고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싫어했는데,

요즘엔 살 빠진 거 자랑하려고^^ 일부러 여기저기 얼굴 비추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제는 제 자신의 몸뚱이가 더 이상 부끄러움의 대상, 자기관리 실패의 상징이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도 기쁩니다.


친구라고 부르기도 싫은 동창 중에 K모 군이라고

'살찐 인간은 자기관리도 못하는 형편없는 쓰레기이며, 뚱땡이를 놀리는 건 내게 주어진 사명이다'는 식으로 언동을 하는 녀석이 하나 있는데,

이젠 그딴 놈의 불합리한(나 살 찌는 데 밥 한 번 사준 적 없습니다. 내가 사면 샀지) 조롱과 이죽거림을 더이상 듣지 않아도 돼서 좋네요.

뭐 안 그래도 앞으로 상종 안 하려고 했지만요^^

그런 인간은 나중에 만나면 "내가 그 때 다 너 잘되라고 자극한 덕에 네가 오기로 이렇게 살을 뺀 거 아니냐" 이딴 뻘소리 할 확률이 97%입니다.

참고로 뚱뚱하다고 놀리는 건 비만인에게 전혀 감량의 동기부여가 안 된다는거,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폭행사건의 동기부여는 될지도 모르죠^^


외모 측면의 자신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실패하는 다이어트에서의 성공 경험으로 인해

앞으로 무슨 일을 하더라도 어떻게든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붙었습니다.



다이어트를 통해 나빠진 점


다이어트를 통해 나빠진 점이라면 오직 한 가지, 주름입니다.

살 빼기 전에는 터질 듯 탱탱하던 피부 덕분에 '나름 동안'이라고 자타가 암묵적으로 공인하고 있었는데...

다이어트하면서 주름이 많아지고 깊어져서 이젠 그딴 타이틀은 곱게 접어 하늘 위로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ㅜㅜ


그런데 이건 다이어트 때문에 피부가 노화된 것은 아닙니다.

안 하던 운동을 열심히 하면 체내에 활성산소가 많이 발생돼서 피부노화를 일으킨다고들 하는데요.

제가 사실 유산소운동을 한다고 해봤자 하루에 40분밖에 안 했고,

비타민C, 비타민E, CoQ10, 아사이베리, 레스베라트롤 등등... 좋다는 항산화제는 다 챙겨먹었거든요^^;;


실제로 사진을 봐도 이건 단지 피부면적은 그대로인데 피하지방이 줄어들어서 물리적으로 쭈그러진 것뿐이지

피부가 푸석푸석하다든지 늘어졌다든지 하는 노화현상은 아닌 걸로 보입니다(목주름은 좀 노화의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_-).

사실 제 몸에서 목이나 얼굴보다 훨씬 심각한 주름은 배와 엉덩이에 있습니다-_-

Before 사진의 저 빵빵했던 배와 엉덩이가 거의 사라지는 동안 피부 면적은 그대로라서 축 늘어지고 주름이 자글자글 생겼습니다ㅠㅜ

설상가상으로 배꼽 근처에는 한창 살찔 때 생겼던 튼살들도 있는데...

세로줄 튼살과 가로줄 주름이 서로 교차하면서 아주 흉칙하고 기괴한 모습을 이루고 있습니다ㅜㅠ


읽는 분들의 안구건강을 위해 복부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다이어트와 운동을 열심히 해서 나름 복근 비스무레한 것도 생겼는데, 자랑질을 못해서 가슴이 아프네요.

폭풍감량을 하고 나면 피부가 어떻게 늘어지는지 정 궁금하신 분은 구글에서 'David Smith skin'으로 사진 검색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튼살 크림과 흉터 크림 같은 것도 사다가 열심히 바르고는 있지만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효과는 별로 기대하지 말라는-_-

그렇다고 주름 없애겠다고 이전의 살쪘던 모습으로 다시 되돌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주름 완화 한 가지와 건강, 자신감, 스타일을 맞바꾸는 건 아무래도 수지가 맞지 않거든요.


아무튼 주름과 튼살 문제는 다이어트가 원인이 아니라 애초에 피부가 늘어나고 터지도록 살찐 것이 문제였죠.

비만인 여러분들~ 튼살 생길 정도까지 살찌지 않도록 조심하시고요.

다이어트 후에 늙어보이지 않으려면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다이어트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상으로 제 200일간의 다이어트 결산과 그간 겪고 느꼈던 경험들을 정리해봤습니다.

돌아보면 건담 프라모델이 아닌 제 자신의 몸을 깎아나가는 이 다이어트라는 것이 참 재미도 있고, 유익했습니다.

다이어트도 올바른 방법과 절차를 따르지 않으면 프로포션과 디테일이 망가지거나 내구성이 나빠진다는 면에서 건프라 개수와 비슷하더군요^^

정말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이젠 그 동안 손 놓고 있던 건프라들이나 다시 만져줘야겠습니다.


제 경험담 스토리가 다이어트를 하고 계시거나 계획 중이신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다이어트 관련 글 바로 가기

 

여러분의 추천이 제겐 힘이 됩니다. 내용이 도움 되셨다면 아래 추천 버튼 한 방 꾹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