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2. 07:58

미러리스 카메라 선택 가이드 (updated)

4월 초에도 ☞동일한 제목의 글☜을 썼었습니다만...
반년이라는 시간 동안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도 꽤 많은 신제품 소식과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 이유뿐이라면 업데이트 글을 새로 쓰지는 않았을 텐데^^ 실은 잡지 '월간 사진'에서 기사 의뢰가 들어와서요.
월간 사진 2012년 10월호에 제 글이 기사로 실렸답니다^O^
제가 쓴 원고 내용을 월간 사진의 허락을 받고 블로그에도 공개해 봅니다.

저의 아래 원고 내용이 편집되어 위 사진의 잡지 기사가 되어 나왔습니다만...
기사 몇몇 부분에서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으나...
역시 글과 책을 업으로 하시는 기자분들인 만큼 제 원고보다 기사 쪽이 표현도 더 맛깔스럽고 타이틀도 주목을 끌도록 잘 편집하셨더군요^^ 



취미 사진가들이 카메라에 바라는 희망사항들 중 베스트 3를 꼽자면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1. 다양한 화각대(초점거리)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로움
  2. 배경이 확 날아가는 얕은 심도 표현
  3. 어디에나 들고 다닐 수 있는 휴대성(크기와 무게)

이 세 가지는 서로 상충 관계에 있기 때문에 세 가지 모두를 동시에 얻기란 예전엔 거의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고배율 줌 컴팩트 카메라는 1번과 3번은 가능한 반면 2번이 어렵습니다.
렌즈 교환식 DSLR 1번과 2번은 가능하지만 3번에는 다소 불만이 남습니다.

DSLR 카메라 바디와 렌즈가 크고 무거운 것은
SLR의 미러와 펜타프리즘 구조로 인해 렌즈 마운트와 촬상면 간의 거리인 플랜지 백(flange back)이 길고,
실제론 작은 센서를 쓰면서도 기존의 35mm 필름 SLR의 마운트에 맞춰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08년부터 SLR 구조를 버리고, 센서 크기에 딱 맞는 새로운 마운트를 정의한
렌즈 교환형 미러리스 카메라(Mirrorless Interchangeable-Lens Camera, MILC)가 등장했습니다.
미러리스 카메라들은 렌즈 교환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1번의 다양한 화각대를 가능하게 했고,
DSLR
과 동등 수준의 이미지 센서 크기로 2번의 얕은 심도 표현도 어느 정도 가능하며,
하이엔드 컴팩트 카메라와 비슷한 무게와 사이즈로 3번의 휴대성도 좋습니다.
초기에는 DSLR과 컴팩트 카메라의 장점을 융합했다는 의미에서 하이브리드 카메라(Hybrid Camera)라고도 불렸었으나,
지금은 '미러리스 카메라'라는 명칭이 업계 표준으로 정착된 듯합니다.

미러리스는 아직 성능이나 화질, 렌즈의 다양성, 그리고 경제성 면에서 DSLR에 비해 뒤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
11년 하반기 제품들부터 기존의 문제점들이 많이 해소되고, NEX-7이나 E-M5 같은 고성능 플래그쉽 미러리스 제품들이 등장하면서
퀄리티가 상당히 상승했고 선택의 폭도 넓어졌습니다.
그리고
12 9월 캐논을 마지막으로(핫셀블라드는... 일단 패스하도록 하죠^^) 실질적으로 모든 카메라 메이커가 미러리스 카메라를 출시함으로써 브랜드 장벽마저 사라져 버렸습니다.
바야흐로 DSLR의 화질과 컴팩트의 휴대성을 두루 갖춘 미러리스 카메라가 DSLR을 제치고 취미 사진계의 '대세'로 자리잡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미러리스 같은 렌즈 교환형 카메라를 구입한다는 것은 약간 과장을 보태면 렌즈군을 포함한 특정 카메라 메이커의 시스템 전체를 사는 것입니다.
그만큼 메이커 선택이 중요하고요, 여기에 도움 되도록 각 메이커 단위로 미러리스 카메라 시스템의 장단점과 특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전체 카메라 시장은 캐논과 니콘이 1,2위를 다투고 있으나 미러리스 카메라만 놓고 보면 캐논과 니콘은 후발주자입니다.
미러리스 카메라 발매 순서를 보면
파나소닉('08)
올림푸스('09) 삼성('10) 소니('10) 펜탁스('11) 니콘('11) 후지필름('12) 캐논('12)의 순서입니다.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겠으나 바디/렌즈 라인업, 성능, 편의성 등도 대략 이 순서대로 먼저 발매한 메이커일수록 좋습니다.
특히 초기 제품들의 결함이 보완된 3세대 이후의 제품을 이미 내놓은 파나소닉, 올림푸스, 삼성, 소니의 4대 메이커와
아직 1~1.5세대 제품만 출시한 다른 후발업체들과의 사이에는 격차가 꽤 있습니다.

파나소닉

장점 다양한 렌즈군, X 렌즈의 휴대성, AF 성능, 편리한 UI, 동영상 성능
단점 심도 표현, 하이라이트 날아감 현상, 노출부족 현상, 색감
추천 기종 DMC-G3 이후 기종들 (G3, GX1, GF5, G5, GH3)

최초의 미러리스 카메라 규격인 마이크로 포서즈(Micro-4/3)는 올림푸스와 파나소닉이 공유하고 있으며,
이 두 메이커는 서로 호환되는 마이크로 포서즈 렌즈들을 꾸준히 발매해 왔습니다.
타사의 렌즈군들에는 아직도 군데군데 비어있는 화각이 존재하는 반면, 마이크로 포서즈 진영은 모든 영역이 골고루 다 갖춰져 있습니다.


표준 팬케이크(납작한 디자인의 렌즈들을 이렇게 부릅니다) 단렌즈, 광각 팬케이크 단렌즈, 망원 단렌즈, 표준 줌, 표준 팬케이크 줌, 표준 고정 조리개 줌, 광각 줌, 망원 줌, 고배율 줌, 매크로 렌즈, 어안 렌즈에 3D렌즈까지 있습니다.
환산 초점거리로는 14mm부터 600mm까지 폭넓게 커버합니다.

다양성뿐만 아니라 렌즈 크기 면의 이점도 있습니다.
흔히들 바디 사이즈만 비교하지만, 실제로 렌즈를 장착하면 렌즈 크기 때문에 휴대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렌즈 사이즈도 중요합니다.
마이크로 포서즈는 경쟁 규격들 대비 이미지 센서 사이즈가 작아서 렌즈 사이즈 측면에서도 유리한데,
특히 파나소닉 X 14-42mm 팬케이크 표준 줌 렌즈는 전원 끈 상태에서 바디보다 2.5cm 정도밖에 안 튀어나오며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 수준의 작은 크기와 휴대성을 자랑합니다.

파나소닉 미러리스 카메라는 AF 성능 등의 전반적인 카메라 성능과 조작성, 반응성이 우수합니다.

근본적으로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와 동일한 방식인 컨트라스트 AF를 쓰는 기종 중에서는 AF 속도가 가장 빠른 축에 속하고,
터치와 버튼 조작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유저 인터페이스(UI)도 아주 편리합니다.

캠코더 대체용으로 미러리스를 구입하거나 동영상 촬영 빈도가 높은 분들에게는 동영상 성능의 격이 다른 파나소닉 GH 시리즈가 최고입니다.
디지털 카메라는 동영상 해상도보다 화소수가 훨씬 많아서 화소 샘플 데이터를 띄엄띄엄 사용하는 라인 스키핑을 적용하는 것이 보통인데,
GH
시리즈는 전체 화소의 데이터를 모두 사용해서 축소하는 방식으로 동영상을 만들기 때문에 디테일의 차원이 다릅니다.
GH 이외의 G, GX, GF 시리즈는 타사 제품 대비 동영상 성능이 딱히 뛰어나지는 않다는 점 주의하시고요^^

한편, 마이크로 포서즈(17.3mm x 13mm) 센서가 삼성, 소니, 후지필름, 캐논의 APS-C 사이즈(23.5mm x 15.7mm) 센서에 비해 대략 1.3배 작기 때문에 얕은 심도로 뒷배경이 뭉개지는 표현이 약합니다.
다이나믹 레인지, 해상도, 노이즈 등의 화질도 APS-C 센서 기종 대비 뒤졌었으나,
신형 센서가 적용된 DMC-G3 이후로는 해상도와 노이즈 차이는 많이 줄었습니다.
그렇지만 다이나믹 레인지 문제만은 현재까지도 남아 풍경사진 등에서 하이라이트 부분이 하얗게 날아가는 현상이 있습니다.

하이라이트가 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러 어둡게 측광하는지 타사 대비 0.5~1 스탑 정도 어둡게 찍히며, 측광이 조금 들쑥날쑥합니다.
측광이 어두울 뿐만 아니라 컨트라스트와 채도도 다소 높게 나오고, 화이트 밸런스가 약간 푸른 보라색 쪽으로 치우치는 편이라서
풍경에는 좋지만 인물 색감은 별로 안 좋은 편입니다.

 

올림푸스

장점 다양한 렌즈군, 바디 내장 손떨림 방지 기능, 감성적 디자인, 인물 색감
단점 심도 표현, 고감도 노이즈, 동영상 성능
추천 기종 PEN E-P3, E-PL3, E-PM1, OM-D E-M5, PEN E-PL5, E-PM2

올림푸스도 마이크로 포서즈 규격을 공유하기 때문에 렌즈군이 다양하다는 장점과 얕은 심도 표현이 어렵다는 단점은 파나소닉과 동일합니다.

올림푸스는 손떨림 방지 기능이 바디에 기본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그 어떤 렌즈를 써도 손떨림 방지가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카메라의 디자인이라든지 따뜻한 인물 색감이라든지 감성적인 측면이 좋습니다.
미러리스 4대 메이커 중 유일하게 카메라만 만드는 전문 메이커라서 그런지 노출 정확도 같은 카메라로서의 기본기도 우수합니다.

그렇지만 올림푸스의 미러리스 카메라들은 한동안 동시대의 타사 제품 대비 전자기술 면의 성능들이 전반적으로 조금씩 뒤처져 왔습니다.
초기
 기종들은 AF 속도도 무척 느리고 동영상 성능이 매우 안 좋았었는데, PEN E-P3부터 AF와 동영상은 상당히 개선됐습니다.
하지만 현행 PEN 시리즈(E-P3, E-PL3, E-PM1)에 와서도 
해상도와 고감도 노이즈 성능 등이 여전히 타사 대비 안 좋고,
망원 측에서 동영상 촬영 시 화면이 울렁거린다든지 하는 문제점도 계속 남아 있습니다.

그러다가 12년에 OM-D E-M5라는 올림푸스의 플래그쉽 카메라가 발매됐습니다.
방진방적, 5축 손떨림 방지 같은 E-M5의 신기능들도 대단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이전의 올림푸스 마이크로 포서즈 제품들의 모든 문제점들이 E-M5에서 일거에 해결됐다는 부분입니다.
신규 센서의 채용으로 해상도와 고감도 노이즈 문제를 해결했고,
AF
성능도 미러리스 카메라 전체를 통틀어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울렁거리는 동영상 문제나 동영상 포맷 문제 등이 완전히 다 해결됐습니다.
E-M5
는 정말로 단점을 찾기 힘든 카메라가 되어버렸습니다.

E-M5는 고가의 플래그쉽 기종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제품은 아니지만,
후 E-PL5나 E-PM2 같은 보급형 PEN 시리즈가 E-M5의 신기술을 물려받아 나온다면 대박^^이 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삼성

장점 고화질 렌즈들, 깨끗한 저감도 화질, 정확한 화이트 밸런스, Wi-Fi
단점 플래시(스피드라이트) 시스템 미흡, RAW 파일 크기와 저장 속도터치 스크린 미지원
추천 기종 NX200 이후 기종들 (NX200, NX20, NX1000, NX210)

삼성 NX 시리즈의 장점은 고성능 렌즈군과 ISO 100 저감도의 깨끗한 화질, 정확한 화이트 밸런스 등 주로 이미지 퀄리티 쪽이 좋습니다.
'
광학의 삼성'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삼성 NX 렌즈들의 성능은 정말 뛰어납니다.
20-50mm
렌즈는 줌 렌즈임에도 선예도가 웬만한 타사 단렌즈 수준이고, 단렌즈들은 DSLR 렌즈도 능가하는 선예도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 발표한 12-24mm 광각 줌 렌즈의 추가로 전 영역을 커버하는 렌즈군이 구비될 예정이며팬케이크 단렌즈도 3종이나 있습니다.

미러리스 최초로 APS-C 사이즈(23.5mm x 15.7mm) 이미지 센서를 채용하여 더 작은 센서를 사용한 카메라들 대비 심도 표현도 유리하며,
NX200
이후 기종들에 적용된 2천만 화소 이미지 센서는 해상도와 저감도 노이즈 성능이 상당히 좋습니다.
또한 화이트 밸런스가 매우 정확하고 색감도 실제 색깔을 정확하게 잘 잡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러리스 카메라들 중 최초로 전기종에 Wi-Fi를 넣어주고 있습니다.
사진을 찍고 바로 페이스북 등에 공유할 수도 있고, 무선으로 PC나 스마트폰, 클라우드 서비스 등에 손쉽게 사진을 옮길 수도 있으며,
스마트폰을 리모트 뷰파인더로 사용하는 등의 응용이 가능합니다. 

삼성의 가장 큰 약점은 플래시 시스템입니다.
삼성 NX 전용의 가장 좋은 외장 플래시도 헤드가 좌우로 돌아가지 않고, 고속동조도 지원하지 않으며,
삼성 TTL 방식을 지원하는 서드파티 플래시 제품도 없습니다.
그리고 RAW 파일 저장 중에 다른 조작을 하려고 하면 '처리중' 메시지가 뜨면서 조작을 못하는 부분 같은 것도
NX 시리즈를 프로페셔널한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치명적인 단점들입니다.

요즘은 대부분의 카메라들이 터치스크린을 채용해서 터치로 AF를 잡거나 촬영, 메뉴 조작을 하는 등 편리한데,
삼성 미러리스에는 터치 스크린 기종이 아직 없습니다.
터치 스크린이 없다 보니 Wi-Fi 업로드 관련 인터페이스도 좀 불편합니다.

 

소니

장점 세련된 디자인, 깨끗한 고감도 화질, 전반적 하드웨어 성능
단점 렌즈의 화질과 크기, 복잡한 UI, 색감
추천 기종 NEX-5N 이후 기종들 (NEX-5N, NEX-7, NEX-F3, NEX-5R, NEX-6)

소니의 NEX 시리즈는 바디가 아주 얇고 세련된 형태이며, 렌즈들도 마치 마운트와 한 몸처럼 딱맞는 원통 모양으로 되어 있는 등,
디자인에 많이 신경을 썼습니다.
NEX-F3
부터는 180도 플립되는 틸트 LCD 모니터를 적용해서 셀프 카메라 찍기도 좋아졌습니다.

전세계 이미지 센서 점유율 1위 업체답게 이미지 센서의 성능도 소니가 가장 좋습니다.
APS-C
사이즈로 크기도 크고, 다이나믹 레인지도 넓고, 이면조사(BSI) 방식이라 고감도 성능도 탁월합니다.
주로 실내에서나 야간에 사진을 찍으시는 분은 고감도 화질이 좋은 소니 제품이 좋습니다.

그리고 셔터 랙이나 고속 연사, 동영상 등 하드웨어 성능이 전반적으로 우수합니다.
최초로 플래그쉽 클래스의 미러리스 제품인 NEX-7을 출시한 것도 소니입니다.
NEX-7
LA-EA2 어댑터를 달고 소니의 기존 DSLR/DSLT용 렌즈를 사용하면 DSLR과 동일한 AF 성능도 가능합니다.
NEX-5R
부터 위상차 AF와 Wi-Fi를 도입하는 것이나 얇은 팬케이크 줌 렌즈의 개발 등,
타사의 장점이나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신속하게 도입하는 것도 소니의 장점입니다.

소니의 가장 큰 단점은 미러리스 E마운트 렌즈들이 선예도, 조리개 수치, 사이즈, 경제성 등의 면에서 타사 대비 전반적으로 뒤떨어지는 점입니다.
NEX-7
2400만 화소의 탁월한 센서의 능력을 100% 발휘할 만한 선예도를 내줄 수 있는 E 마운트 렌즈가 거의 없고,
렌즈들이 다들 타사 렌즈 대비 조금씩 커서 얇은 NEX 바디의 휴대성을 깎아먹습니다.
렌즈군 구성 면에서는 밝은 조리개의 표준화각 단렌즈가 아직 없고 팬케이크 렌즈가 단 한 종류뿐이라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래도 50mm F1.8 렌즈나 칼 짜이스 24mm F1.8 렌즈, 앞으로 발매될 16-50mm 팬케이크 줌 렌즈 등,
화질이나 휴대성 면에서 점점 향상되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합니다.

그리고 NEX-7 3개의 다이얼로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지만,
그 이외의 기종들은 다이얼도 하나뿐이고 UI가 매우 복잡해서 세팅 하나 바꾸려면 꽤 오래 걸립니다.
NEX-5R
NEX-6에서 다이얼 개수는 2개로 늘어나지만 촬영시에는 둘 중 하나만 사용할 수 있게 만들 예정이라고 하니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소니의 색감은 예전부터 채도가 높고 컨트라스트가 강해서 호불호가 갈립니다.
NEX 기종들은 화이트 밸런스가 전반적으로 주황색 톤의 따뜻한 쪽으로 치우치며, 약간 노출 부족으로 사진이 어둡게 찍히는 편입니다.

 

펜탁스

장점 작은 사이즈, 마크 뉴슨의 디자인, 펜탁스 K 마운트용 렌즈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점
단점 애매한 제품 포지션

위 표의 장점만 보면 작은 사이즈에 SLR용 렌즈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환상의 카메라가 나왔구나라고 잘못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저 두 가지는 사실 각각 다른 두 카메라의 장점이라는 점이 함정입니다.
전자는 펜탁스 Q 시리즈, 후자는 펜탁스 K-01의 장점입니다.

펜탁스는 미러리스 구매자들이 기대하는 ‘컴팩트 카메라 수준의 휴대성’과 ‘DSLR 급의 화질’ 중
한 쪽만 추구하고, 다른 한 쪽은 포기한 2 종류의 카메라를 발매한다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펜탁스 Q 시리즈는 휴대성만 추구하고 화질을 포기하여 소위 ‘똑딱이’ 카메라에 사용되는 1/2.3” 사이즈(6.2mm x 4.6mm) 센서를 사용했습니다.
이런 작은 센서로는 심도 표현, 선예도, 노이즈, 다이나믹 레인지 등 화질이 크게 희생됩니다.
반면에 K-01
DSLR급 화질을 추구하기 위해 펜탁스 SLR의 K 마운트를 그대로 사용합니다.
결과적으로 SLR 카메라와 같은 사이즈가 되기 때문에 다른 미러리스 카메라 대비 훨씬 커서 휴대성이 많이 희생됩니다.

그렇다고 포기하지 않은 반대쪽이 파격적으로 특출난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펜탁스 Q는 화질을 잃은 대가로 휴대성이 아주 약간 좋아졌을 뿐이고,
K-01은 휴대성을 잃었지만 타사 미러리스 카메라나 DSLR 대비 화질이나 성능이 특별히 뛰어난 점은 없습니다.
제품들의 포지션이 정말 애매합니다.

 

니콘

장점 빠른 하이브리드 AF, 60fps 고속 연사
단점 심도 표현, 화질

아직은 DSLR보다 동체추적 AF 성능이 뒤떨어지는 미러리스 카메라이지만 그 중에서 가장 뛰어난 기종을 꼽으라면 니콘 1 시리즈입니다.
니콘은 이미지 센서 상에 초점을 앞뒤 어느 방향으로 옮겨야 하는지 감지할 수 있는 위상차 센서를 두어 기존의 컨트라스트 AF를 돕는
하이브리드 AF를 미러리스 최초로 구현했습니다.
AF
속도도 빠르며 특히 동체추적 성능에서 타사 제품들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또한 타사의 고속연사는 작은 이미지 사이즈의 JPEG만 저장할 수 있다든지 하는 제약이 있지만
니콘 1 시리즈는 그런 제약도 없이 JPEG+RAW 포맷으로 초당 60장 속도의 고속 연사가 가능합니다.
아마도 니콘의 플래그쉽 DSLR D4와 동일한 고성능 프로세서를 1 시리즈에도 탑재했기 때문인 듯한데,
덕분에 니콘 1 시리즈는 AF나 연사 속도도 빠르고 메뉴 조작이나 리뷰 시에도 빠릿빠릿하게 반응하는 등 '속도'가 인상적인 카메라가 됐습니다.

니콘 1 시리즈는 CX 포맷이라는 이름의 1 사이즈(13.2mm x 8.8mm) 이미지 센서를 사용합니다.
마이크로 포서즈도 작은 이미지 센서 때문에 얕은 심도 표현이 잘 안 되고 화질이 떨어진다고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CX
포맷은 그 마이크로 포서즈보다도 1.35배 더 작습니다.
다이나믹 레인지는 양호한 편이지만 심도 표현과 노이즈 등의 화질은 딱 센서 사이즈에 비례한 만큼 안 좋습니다.

현재까지 발매된 니콘 1 시리즈는 모두 엔트리 레벨 모델이며,
올해의 신모델 니콘 1 J2는 기존의 J1 LCD 모니터만 고해상도로 바꾸고 이미지 필터 효과 같은 것만 추가한 마이너 체인지 모델입니다.
니콘 1 시리즈의 타겟은 어디까지나 컴팩트 카메라 사용자들이고,
니콘은 DSLR
사용자들이 미러리스로 유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후지필름

장점 해상도, 색감, 하이브리드 뷰파인더, 레트로 스타일 디자인
단점 가격, 사이즈

후지필름의 미러리스 카메라는 필름회사 제품답게 최고의 이미지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일반적인 디지털 카메라 사진은 100% 확대해 보면 모아레 방지를 위한 로우패스 필터 때문에 마치 블러 처리된 듯이 보이지만,
후지필름의 미러리스 카메라에 사용된 X-Trans CMOS 이미지 센서에는 로우패스 필터가 없어서
100% 확대해도 픽셀 단위의 디테일이 살아 있습니다.
센서도 비교적 큰 APS-C 사이즈이고, 후지논 XF 렌즈들의 선예도도 대단하기 때문에 해상도가 엄청납니다.
그리고 DSLR 시절부터 정평이 나 있던 화사하고 뛰어난 색감은 물론이고, 측광이나 화이트 밸런스의 정확도도 무척 우수합니다.

X-Pro1의 하이브리드 뷰파인더는 그 실용성은 차치하고서라도^^ 광학 뷰파인더 상에 정보들이 오버레이되는 모습이 매우 신기합니다.
그리고 광학 뷰파인더를 비롯한 레트로 스타일의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 디자인은 올드 카메라 팬들의 마음을 뒤흔들 만합니다.

후지필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가격입니다.
X-Pro1
은 촬영 성능 면에서 E-M5 NEX-7 같은 타사 플래그쉽 바디 대비 많이 뒤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더 비쌉니다.
그리고 렌즈 가격도 모두 타사 최고급 렌즈들 수준으로 비쌉니다.
이런 고가에도 불구하고 초기에는 저조도 AF 성능이 매우 안 좋았기 때문에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
바디 사이즈도 다른 미러리스 카메라들보다 꽤 큰 편입니다.

그렇지만 이번 펌웨어 2.0 업데이트로 AF 성능도 크게 개선되었고,
앞으로 X-E1이나 좀더 저렴하고 컴팩트한 보급형 바디와 보급형 렌즈가 발매된다면
더 많은 유저들을 후지필름 미러리스 카메라의 매력에 빠뜨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캐논

드디어 캐논에서도 EOS M이라는 미러리스 카메라가 발매되었습니다.
기사 작성 시점에는 아직 발매되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만져보지는 못했습니다만, 해외 리뷰에 나타난 EOS M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l  버튼과 다이얼이 적은 엔트리 레벨 지향의 카메라

l  동시발매 렌즈는 번들 표준 줌 렌즈와 22mm 팬케이크 단렌즈뿐임

l  이미지 센서 상의 위상차 센서를 이용한 하이브리드 AF를 적용하였으나 AF 속도는 느림

l  정전식 터치 스크린을 사용한 멀티 터치 인터페이스가 우수함

캐논 역시 니콘과 마찬가지로 DSLR 시장이 큰 수익원이기 때문에
DSLR 사용자가 미러리스 쪽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컴팩트 카메라 유저들을 주 타겟으로 하는 것 같습니다.

니콘처럼 이미지 센서 상의 위상차 센서를 채용했지만
AF 속도는 니콘 1 시리즈만큼 빠르지는 않고, EOS 650D의 라이브 뷰 AF 정도의 상당히 느린 속도를 보입니다.
터치스크린은 파나소닉 같은 감압식이 아닌 스마트 폰과 같은 정전식 멀티 터치 방식이라서
터치감도 좋고 두 손가락으로 핀치 줌 같은 조작이 가능하며, 메뉴 시스템 또한 터치 인터페이스와 적절하게 잘 어울린다고 합니다.
직접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측광이나 색감, 화질 같은 부분은 EOS 650D처럼 충분히 훌륭한 특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맺으며

이상 각각의 브랜드 별 미러리스 카메라 시스템의 장단점을 정리해봤습니다.
이미 상당히 완성된 시스템을 갖춘 메이커가 있는가 하면 그런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 중인 메이커도 있고,
미러리스는 그냥 구색 맞추기 정도로 내겠다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메이커도 있습니다.
미러리스 시장을 선점한 4대 메이커와 DSLR 계의 거두들 사이의 대결은 앞으로 어떻게 지각 변동을 일으키게 될지 기대 됩니다.
제조사들끼리의 경쟁이 심화될수록 더 좋은 제품을 더 싼 값에 살 수 있으니 소비자로서는 반길 만한 일이죠^^

DSLR 사용자 중에 미러리스로 전향을 고려하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현재 DSLR에 사용중인 렌즈를 미러리스에도 계속 사용하겠다'는 것은 별로 좋지 않은 생각이라는 것입니다.
미러리스에 DSLR 렌즈를 주력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DSLR 대비 미러리스의 유일한 장점인 휴대성을 포기하는 일입니다.
만약 현재 원하는 브랜드에 미러리스 렌즈군이 구비되어 있지 않다면,
DSLR
바디를 좀더 사용하다가 원하는 미러리스 렌즈가 발매된 후에 기기변경을 하거나
아니면 이미 렌즈군이 충실한 다른 브랜드의 미러리스 시스템으로 전향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기술 트렌드를 보건대
이미지 센서 상의 위상차 AF 센서를 이용한 하이브리드 AF, 멀티 터치 스크린, 그리고 Wi-Fi는 조만간 전 기종에 기본장착될 것으로 보입니다.
180도 플립 모니터도 더 많은 기종에 들어갈 것 같긴 한데, 비용과 부피 문제 상 전 기종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 같고요.
특히 DSLR 대비 최대의 약점인 동체추적 AF 성능을 보완해줄 하이브리드 AF 기술은 아직 제대로 구현한 곳이 니콘밖에 없으나
이 기술이 좀더 숙성되고 모든 미러리스 카메라에 탑재됨으로써 DSLR의 성능과 똑딱이의 휴대성의 궁극적인 융합을 이룩하는 바로 그 때가
미러리스가 카메라 시장의 진정한 대세로 등극하는 시점이 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이 기사가 미러리스 카메라 구입을 고려중인 분들이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시스템을 고르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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