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25. 09:55

MG RX-0 유니콘 건담 2호기 밴시 철 지난 리뷰

레전드BB 나이트 건담 다음으로 제가 제작할 대상은 MG 밴시 되겠습니다.
발매된 지 넉 달이나 지난 킷이고 해서 리뷰 안 쓰고 그냥 바로 작업 들어가려고 했는데...
나중에 제가 참고하기 위해서라도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 리뷰 글을 남겨 봅니다.

MG RX-0 유니콘 건담 2호기 밴시는 기본적으로 5년 전 발매된 MG 유니콘 건담의 색놀이 배리에이션 킷입니다.

'BANSHEE'라는 이름의 유래는 아일랜드 전설에 나오는... 죽음을 앞둔 사람 근처에 나타나 통곡하는 여성 요정? 요괴? 라고 합니다.
고대 그리스가 기원인 '가능성의 짐승' UNICORN과는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기동전사 건담 UC(유니콘)' 소설에 혹시 설명되어 있으려나요?

한정판 vs. 일반판

소설 상에서 밴시는 유니콘 건담 1호기와 바디 색상, 뿔과 얼굴 형태만 좀 다르고 무장이나 그 외 부분은 동일한 놈이었습니다만,
애니화될 때는 그것만으론 심심했는지, 팔에 결합된 형태의 '암드 아머'라는 신무장들이 기존 유니콘의 빔 매그넘과 실드를 대체했습니다.
오른팔의 무기는 암드 아머 BS(Beam Smart gun)라는 사격 무기, 왼팔의 무기는 암드 아머 VN(Vibration Nail)이라는 격투 무장입니다.

이런 사연 때문에 MG 밴시는 두 가지 다른 버전으로 거의 동시에 발매됐습니다.
한정판은 소설판 디자인을 기준으로 하고, 유니콘과 같은 무장에 녹색 사이코 프레임, 그리고 Ver. Ka 타입의 데칼이 들어간 버전인데요.
한정판의 공식 명칭은 'MG 유니콘 건담 2호기 밴시 Ver. Ka 최종결전사양'입니다. 아 길다.
일반판 MG는 OVA(Original Video Animation)판 디자인을 기준으로 양 팔에 암드아머를 장비하고, 사이코 프레임이 오렌지색인 버전입니다.
차이점을 항목 별로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무장 사이코 프레임 색상 목덜미 형태 뿔과 마스크 재질 동봉 데칼
한정판(소설판, Ver. Ka) MG 밴시 빔 매그넘, 바주카 클리어 형광 그린 유니콘과 동일 금색 도금 부품 Ver. Ka 금색 데칼
일반판(OVA판) MG 밴시 암드 아머 BS, VN 클리어 형광 오렌지 금색, OVA 신규 펄 들어간 플라스틱 심심한 데칼

무장 중 빔 사벨은 한정판과 일반판 모두에 포함되고, OVA판에는 설정 상 실드가 없지만, 남는 부품으로 실드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니콘 1호기에서는 OVA판에만 헤드 발칸이 있었고 Ver. Ka에는 없었지만...
밴시는 양쪽 버전 모두 헤드 발칸이 있습니다.

한정판 밴시의 데칼 타입은 습식 데칼인 반면에 일반판 밴시는 건식 데칼과 스티커 씰이 들어있습니다.
저는 금색 Ver. Ka 데칼이 탐이 나서 한정판에 대해 고민도 좀 해봤지만,
저는 애니판의 새로운 무기가 참 마음에 들고 오렌지색 사이코 프레임도 좋아 보여서 OVA 일반판으로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종결전사양'이면 마리다 크루스가 아닌 리디 마세나스가 파일럿일 텐데... 그건 안 되죠, 마리다 쨔응~~ㅎㅎ
<이미지 출처: ろあの~く雑記帳♪♪>

그래도 금빛 데칼엔 아직도 좀 미련이 남기는 하네요.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MG 밴시 한정판 판매는 이미 종료되어 신품 구입은 불가능하긴 합니다만-_-


사출색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도색 안 하고 조립만으로 끝내시려는 분은 한정판이 훨씬 나아 보입니다(라고는 해도 이미 한정판은 신품 구매 불가-_-).

일반판 MG 밴시의 뿔과 유니콘 모드 얼굴, 목덜미 부품들이 있는 BB 런너는 펄 들어간 오렌지색으로 나왔는데요.
도금이 아닌 사출색으로는 그나마 최선인 것 같긴 합니다.
...만 역시 극중 이미지와는 좀 다른 재질이라 아쉽네요.
한정판은 일반판보다 훨씬 더 극중 이미지에 가까운 고급스러운 금색 도금입니다.
그런데 제 개인적인 느낌엔 색이 좀 연한 것 같습니다. 클리어 오렌지를 한 겹 더 올려주고 싶은...^^
<이미지 출처: ろあの~く雑記帳♪♪>


좀더 문제가 되는 것은 사이코 프레임입니다.
일반판 MG 밴시 사이코 프레임의 클리어 형광 오렌지 색은 따로 놓고 보면 매우 영롱한 아름다운 색입니다만...
조립해놓으면 뒷면의 거무튀튀한 남색과 회색이 비쳐보여서 색이 매우 탁해보인다는 것이 문제죠.
도색을 한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긴 하지만 비도색파들은 어찌하라는...

MG 유니콘 계열의 사이코 프레임은 자외선에 반응하는 형광 재질이기 때문에
한 번 블랙 라이트(라고 하면 뭔가 있어보이지만 정체는 천원짜리 비밀펜^^)도 비춰보았습니다.
뒷면도 안 비치고 훨씬 멋지네요~~
핑크, 초록, 오렌지 삼총사 사이코 프레임 비교 샷!
밴시 바디가 어두운 색이라서 사이코 프레임이 더 돋보이긴 하는데... 개인적으론 풀아머의 영롱한 녹색이 제일 예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헐랭이 삼형제들을 이렇게 일렬로 세워놓는 것만 해도 엄청 힘든 작업입니다. 흐느적거리고 빠지고 넘어지고 완전 휴우-_-
함께 만져보니깐 HD컬러 버전의 뽀도독 소리 나는 탄탄한 관절 고정성이 더더욱 돋보이더군요.
플라스틱 위에 코팅이 한 겹 입혀져 관절이 빡빡한 HD컬러 버전이나 티타늄 피니쉬가 이런 면이 좋네요.

MG 일반판 밴시 사출색 문제의 하이라이트는 BD 런너입니다.
이 런너는 밴시 하반신의 금색 버니어 부품들과 암드 아머 가동부품들이 들어있는 런너인데요.
BD 런너의 초기 계획된 사출색은 BB 런너와 같은 불투명 금색이었다가 도중에 암드 아머 부품들을 클리어 오렌지로 변경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반신 버니어 부품들도 덩달아 클리어 오렌지가 되어버린 건데요.
버니어가 클리어 색상이라니... 설정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도색을 안 하면 좀 흉합니다.
한정판에는 암드 아머가 없는 관계로 BD 런너가 초기 계획대로 클리어가 아닌 불투명 부품으로 나왔습니다.
펄이 안 들어간 싸구려 색깔이긴 하지만 그래도 클리어 색상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네요.
<이미지 출처: ろあの~く雑記帳♪♪>

그리고 암드 아머 말인데요. 대충 설계됐다는 티가 폴폴 납니다.
암드 아머 VN의 관절은 마치 '안녕하십니까, 고갱님? 저는 플라스틱 장난감입니다'라고 말을 거는 듯 관절과 고정핀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아래 사진에서 화살표로 표시한 암드아머 BS의 안쪽면과 둥근 관절부위는 설정 상 본체 프레임과 같은 회색이어야 되는데요.
2012년의 MG에서 이렇게 '색분할 따윈 나몰라라' 식의 통짜 무장이 나올 줄 몰랐네요.
사출색에서 마지막으로 조금 특이한 사항은 BC런너 색상이 다른 남색 부품들과 아주 약간 다르다는 것입니다.
약간 더 밝고 살짝 보라색 끼를 띠는데요.
뭐 큰 의미는 없어 보이고, 다른 남색부품들(PS재질)과 다른 ABS 재질이라서 사출색을 똑같이 맞출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기구 설계 측면

MG 유니콘은 5년이나 된 디자인을 사골 우려먹듯 수많은 버전으로 우려먹은 거라서 지금 관점으로 보면 기구적으로 많이 불만스럽습니다.
그렇게 울궈먹으면서도 유니콘 소체의 치명적인 발목 고정성, 지나친 롱다리 프로포션 등의 문제점은 개선할 생각도 안 하고,
금형 노후화로 인해 사출 불량 같은 문제점들은 오히려 자꾸만 늘어나고 있고요.
제가 구입한 밴시 킷에서는 A런너에 지느러미들이 많았고, H, I런너의 관절 부품들은 너무 헐겁다는 느낌이 들었고,
C런너의 머리 부품에는 사출불량이 있었습니다(C런너 머리 부품은 버려지는 부품이라 큰 문제는 아닙니다만...).

MG 유니콘이 이렇게 많은 배리에이션 버전을 거쳐오면서 가동성이나 편의성 관련한 수정 사항들이 전혀 없었던 건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제대로 서기도 힘든 헐렁 발목, 전후/상하 가동 안 되는 어깨, 황당하게 긴 다리 등등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들은 무지 많지만...
수정된 문제는 무릎과 허리 회전 가동성 정도밖에 없는 데다가
세대를 거듭할수록 점점 나아지는 게 아니고 이미 수정된 사항들조차 다시 슬그머니 빼버리기나 하고... 참 맘에 안 듭니다.
역대 유니콘들의 수정 사항을 발매일 순서대로 표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은데요.

  60˚ 접히는 종아리 부품 90˚ 접히는 종아리 부품 허리 회전 엉덩이 부품 디스트로이 모드 고정뿔
유니콘 Ver. Ka, 티타늄 피니쉬 O X X X
OVA판 유니콘 O O O O
풀아머 유니콘 Ver. Ka X O X X
밴시 (OVA판, Ver. Ka 공통) X O X O

현존하는 MG 유니콘 중에서는 ☞OVA판 유니콘☜이 기구적인 면에서 가장 진보되어 있습니다(그래봤자 엄청나게 개선된 건 아니지만^^).

허리가 회전되는 엉덩이 부품 이거 좋은데 왜 그 이후 버전에서는 안 넣어주는지 모르겠네요.
밴시는 왠지 역동적인 박스아트 느낌부터 유니콘 1호기보다 허리가 더 잘 돌아가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요번에 밴시 제작하면서 OVA판 유니콘의 엉덩이 부품을 훔쳐다 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무릎이 90˚까지 접히는 종아리 부품들은 가동성은 향상되는 대신 무릎 안쪽이 휑하니 들여다 보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문제점도  ☞요기☜ 내용처럼 종아리 양 옆 부품은 90˚ 부품을 쓰고, 종아리 뒤쪽 부품은 60˚짜리를 쓰면 간단히 가릴 수 있습니다.
비록 유니콘 모드일 때 무릎 접히는 각도가 85˚ 정도로 다소 줄어들기는 하지만요.
그래서 요번 밴시에는 OVA판 유니콘에 들어있는 60˚ 뒷종아리 부품을 갖다 쓰기로 했습니다^^


결론

일반판 MG 밴시는 사출색이 잘못된 하반신 버니어, 색분할 덜 된 무장, 뒷면이 비쳐 탁한 색이 되는 사이코 프레임, 볼품 없는 펄 재질 뿔 등...
도색 작업이 거의 필수인 킷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신에 잘만 도색한다면 꽤 예쁘게 나올 것 같습니다. 특히 클리어 사이코 프레임의 특성을 잘 살린다면...
 
비도색파 분들께는 금도금 뿔과 불투명한 하반신 버니어가 들어가 있는 한정판 밴시가 더 나을 듯하고요.

MG 유니콘은 2007년 발매 당시에는 그 정교한 변신 기믹이 매우 놀라운 킷이었습니다만...
정교한 변신을 위해 희생된 가동성, 고정성, 프로포션 등의 단점까지 고스란히 2012년의 MG 밴시에 이어지고 있는 건 좀 아쉽습니다.

제가 HD컬러 유니콘과 비교해 보니 관절 강도에 현격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흐느적거리는 관절 고정성 문제는 코팅판 밴시가 나오면 꽤 해결될 것 같은데요.
비도색파 분들은 티타늄 피니쉬 밴시(아직 발매예정 없습니다만)를 기다려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완성품에 거부감이 없으시고 금전적인 여유가 되시는 분이라면 GFFMC 밴시(역시 기약 없습니다만)를 기다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건프라 킷으로서의 MG 밴시는 쉽게 개발할 수 있는 유니콘의 색놀이 배리에이션이고, 때가 됐으니 나왔다는 것 이외에 딱히 내세울 건 없습니다.
새로 추가된 암드 아머라는 무장의 디테일도 좀 별로고요.
그렇지만 어찌됐든 밴시에겐 킷의 그런 문제점들을 다 가려버리는 외모와 매력과 카리스마가 있죠.
역시 건프라는 품질보다는 캐릭터성이 중요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