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25. 22:13

SPEED - 어쩌면 한국 걸그룹들의 미래 모습?


SPEED가 2010년 4월 21일에 재결성 후 3번째 싱글곡 ヒマワリ -Growing Sunflower-를 발매했습니다.
ヒマワリ(히마와리)는 해바라기라는 뜻입니다.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지난 번 S.P.D.에 비하면 훨씬 낫지만,
재작년에 재결성하면서 들고 나왔던 あしたの空(내일의 하늘)보다는 좀 평범한 곡이네요.
당연하게도 해체 이전의 White Love처럼 주옥 같은 명곡들에는 못 미치는 퀄리티입니다.

이번 신곡의 프로모션 비디오(PV)도 인터넷 상에 돌아다니고 있습니다만,
한국 걸그룹들의 파워풀한 댄스에 익숙하신 팬들이라면 차마 눈 뜨고 봐주기 힘든 민망한 감이 없지 않아서 일부러 안 퍼왔습니다.
(혹시 그래도 보고 싶으신 분은 http://www.youtube.com/watch?v=PGywxM9H_5E 요기로 가 보시길...)



이렇게 많이 망가져버린 SPEED입니다만, 90년대 후반 일본 최고의 걸 그룹이었습니다.

96년 데뷔 당시 초6, 중1, 중2, 중3이었던 멤버들의 나이에 걸맞지 않게
가사 내용도 참 성숙한 이미지에, 파워풀한 댄스를 선보였고요.
저도 "아니 중딩들이 이렇게 멋지다니!!" 하며 깜딱 놀라 팬이 됐습니다.

98년 전성기 때의 SPEED는 발표하는 곡마다 오리콘 차트 1위를 차지하고 밀리언 셀러를 기록했었죠.
지금의 소녀시대보다 훨씬 더 대단한 인기를 구가했더랬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에 전격 해체를 하고 멤버 각자 솔로 활동을 시작했으나...
지지부진함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에 다시 재결성을 해서 기대를 모았지만
"아니 중딩 시절에 비해 발전한 게 이렇게 하나도 없다니!!"하고 깜놀중입니다.
참 암울하고 안타깝네요.



요즘은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 2NE1, 포미닛, 티아라, 브아걸, 애프터스쿨, f(x)... 헥헥...
한국의 걸그룹들의 인기가 정말 맹위를 떨치고 있는데요.
그들의 10년 후, 아니 5년 후의 모습이 바로 지금의 SPEED와 같은 모습이 아닐지... 예상해 봅니다.

바다 건너 SPEED까지 갈 것 없이 한국의 S.E.S, 핑클, H.O.T 등등 예전의 아이돌 그룹들만 봐도 그렇습니다.
그룹 활동 전성기가 지나면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그룹이 해체되고,
멤버들 각자 솔로활동하다가 슬럼프에 빠지고,
서서히 팬들로부터 잊혀져가는 것이 마치 정해진 수순처럼 진행되죠.



잘 나가던 걸그룹들이 해체된 이후 다들 부진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SPEED의 구성을 예를 들어보죠.
가창력 있는 메인 보컬 시마부쿠로 히로코(島袋寛子, 위 사진 앞 가운데), 서브 보컬이자 얼굴마담이라고 할 수 있는 이마이 에리코(今井絵理子, 왼쪽), 댄스/코러스/랩 담당의 우에하라 타카코(上原多香子, 뒤 가운데)와 아라카키 히토에(新垣仁絵, 오른쪽)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멤버들 각자의 역할분담이 확실히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분업화(?)가 확실히 되어 있었기 때문에
뭉쳐놓으면 각자의 장점이 최대한 부각되어 매우 완성도 높고 매력적인 걸그룹이 구성되지만...
흩어져서 솔로 활동을 하려면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룹에서 다른 사람이 맡았던 역할을 일정 부분 소화할 수 있어야 되는데,
그게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없겠죠.

그리고 매니지먼트 사의 입장에서 봐도 기존에 그룹 활동 하던 때 집중되었던 예산과 노력을 분산시키려니
멤버 각자에게는 SPEED에 지원되던 수준의 1/4씩밖에 지원이 안 될 테고...
그것으로는 치열한 경쟁의 연예계에서 SPEED가 누렸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게 당연하겠죠.

SPEED의 경우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속도위반 결혼 후 이혼이라든가 매니지먼트사 사장의 구속 같은 악재들이 사태를 더 악화시켰고요.



아무튼 한국의 걸그룹들은 SPEED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의 정신으로
괜히 인기 좀 있다고 혼자서 잘 나가보겠다고 해체 같은 거 생각 하지 말고, 더 이상 인간적으로 안될 때까지 그룹활동 하라 이겁니다.
괜히 해체했다가 다시 재결성한다고 해봤자 안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한국의 걸 그룹들도 SPEED처럼 두부 자르듯 한 역할 분담은 아니더라도
소위 비주얼 라인, 보컬 라인, 이런 식으로 어느 정도 역할이 나뉘어져 있습니다.
멤버들의 자기개발에 있어서 각자의 장점과 개성을 살리는 것이 물론 가장 중요하겠지만,
언젠가 그룹이 해체되어 솔로 활동을 하게 될 때를 대비해서
다른 멤버들이 맡았던 역할까지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도 게을리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됩니다.
해체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시적으로 솔로활동을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겠지요.



그런 면에서 이효리 씨는 참 예외적으로 대단한 듯...

그리고 SPEED도 아직 젊으니 앞으로 더 좋은 활동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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