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25. 01:15
아웃포커싱의 이론과 실제
2015. 8. 25. 01:15 in 사진/사진 장비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선망하는 장비를 꼽자면 풀프레임(이미지 센서 크기가 36mm x 24mm 필름 크기와 같은) 디카가 단연 1순위일 겁니다.
풀프레임이 좋은 점은 해상도와 감도, 계조, 노이즈 특성 등등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무엇보다 아웃포커싱이 짱이죠ㅎㅎ
아웃포커싱이라는 말은 사실 영어도 아니고 한국말도 아닌 국적불명의 용어인데요.
영미권에서는 이 현상을 지칭할 때 shallow focus라고 하거나 오히려 보케(Bokeh, ボケ)라는 일본어에서 유래된 표현이 통용됩니다.
아웃포커싱이든 shallow focus든 보케든 배경흐림이든 뭐가 됐건 아무튼
번잡스러운 배경들을 다 짓뭉개버리고 초점이 또렷하게 맞은 주 피사체에게만 시선을 집중시키는 이 효과야말로
큰 판형의 카메라들에게 주어진 축복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저도 근지구력과 재력의 한계로 풀프레임은 못 쓰고 절반 크기 센서를 갖는 아담한 마이크로 포서즈(Micro 4/3) 카메라를 사용 중입니다만...
배경흐림의 아쉬움을 종종 느낍니다.
이 글의 목적은 제 특기를 살려서 아웃포커싱을 수학적으로 낱낱이 파헤쳐보고,
그 속에서 마이크로 포서즈 카메라로도 풀프레임 못지 않은 아웃포커싱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함입니다.
1. 이론편
일단 카메라의 원리부터 설명을 해야 하겠는데요.
카메라 렌즈는 광학적으로 피사체의 한 점으로부터 나온 빛을 모아 이미지 센서(또는 필름) 상의 한 점에 모으는 역할을 합니다.
이럴 경우 '초점이 맞았다'고 해서 이미지 센서에 또렷한 피사체의 상(image)이 맺히며,
이렇게 또렷하게 초점이 맞은 공간 상의 점들을 모아보면 임계초점면(Plane of Critical Focus)이라는 평면을 이루게 됩니다.
임계초점면보다 뒤에 있거나 앞에 있는 물체의 한 점에서 나온 빛은 센서 상에 한 점으로 모이지 않고 원형으로 퍼집니다.
배경의 모든 점들이 이미지 센서에서 모두 다 제각각 원으로 퍼져보이는 것이 바로 배경이 흐려지는 아웃포커싱의 원리입니다.
이렇게 초점이 맞지 않고 퍼진 원을 '착란원(Circle of Confusion, CoC)'이라고 부르는데요,
어두운 바탕에 점점이 불빛이 드문드문 있는 배경을 찍어보면 이런 착란원을 직접 관찰할 수 있죠.
이 착란원이 크면 클수록 배경이 더 심하게 흐려지고 뭉개집니다.
미적인 관점에서는 착란원의 크기뿐 아니라 착란원 모양과 착란원 내의 밀도 분포 등의 요소도 중요하겠습니다만...
이런 미적 요소들은 수학적 분석이 용이하지 않은 관계로 착란원의 크기에 대해서만 분석해 보겠습니다.
착란원의 크기는 다음 식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D는 임계초점면의 대각선 길이(Diagonal length)로서, 사진 상에서 피사체가 얼마나 커보일지를 결정합니다.
그림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D가 크면 피사체가 사진에 작게 찍힐 것이고, 반대로 D가 작으면 피사체가 크게 찍히거나 일부분만 찍히게 되겠지요.
o는 렌즈에서 피사체(object)까지의 거리이고, b는 피사체와 배경(background) 사이의 거리입니다.
fe는 렌즈의 초점거리를 풀프레임으로 환산한 환산초점거리(equivalent focal length)로, 서로 다른 판형 간에 비교할 때 편리합니다.
환산초점거리는 실제 초점거리에 크롭 팩터 dr(APS-C의 경우 1.5, 마이크로 포서즈는 2)을 곱하면 나옵니다.
그리고 N은 조리개 수치 f값(f-Number)입니다.
(좀 헷갈리지만 수식에서 조리개 f값을 나타내는 변수는 f가 아닌 N이고, 수식에서 f는 일반적으로 초점거리를 나타냅니다)
43.3이라는 숫자는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의 대각선 길이입니다.
단위가 mm이기 때문에 가급적 다른 모든 길이 변수들도 mm 단위로 계산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 착란원 식을 유도하는 과정은 이 아래에 접어놓았는데요.
수학이랑 별로 안 친하신 분은 머리에 쥐가 나실 수도 있으니^^ 펼쳐보지 않으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착란원 크기의 계산식을 들여다보시면 아웃포커싱이 잘 되기 위한 조건이 한 눈에 보입니다.
이건 아웃포커싱에 관해 검색 좀 해보시면 항상 나오는, 관심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들이죠.
흔해빠진 같은 말을 그냥 반복하면 눈만 아프실 테니, 각 변수들의 관계와 수식을 좀더 심층분석 해보겠습니다.
아웃포커싱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할 때 가장 편한 건 1번의 크롭 팩터 작은 카메라와 2번의 조리개값 낮은 렌즈입니다.
3~6번에서는 구도를 달리 하거나 배경을 정리해야 하는 등 촬영 시에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1, 2번은 촬영 환경을 바꾸지 않고도 같은 조건에서 착란원 크기만 키울 수 있는 방법이거든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크롭 팩터 1인 풀프레임 카메라를 선망하는 것이겠지요.
단, 풀프레임 카메라나 조리개 값 낮은 렌즈는 비싸고 무겁기 때문에 재력과 체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나마 돈이 덜 드는 방법은 줌 렌즈 대신 단초점렌즈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카메라 렌즈 광학 기술로는 줌렌즈의 조리개 f값을 동급의 단렌즈보다 두 배쯤 크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줌렌즈 대신 단초점렌즈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착란원 크기를 2배 정도 키울 수 있습니다.
즉, 풀프레임 카메라에서 줌렌즈로 찍은 사진과 크롭 팩터 2인 마이크로 포서즈에서 단렌즈로 찍은 사진의 아웃포커싱은 거의 비슷합니다.
그리고 이제 3~5번의 D, fe, o 차례인데요. 마음 같아서는 D는 줄이고, fe는 늘리고, o는 줄여서 아웃포커싱을 극대화하고 싶지만,
그러려면 일단 사진의 구도와 화각 등이 많이 바뀌어야 하고, 저들의 관계도 제가 착란원 식과 쌍으로 기억해달라고 했던 임계초점면 배율의 식
굳이 저 셋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을 꼽자면 임계초점면 상에서 피사체가 담기는 크기 D가 제일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상반신 포트레이트를 찍어야 한다든지 피사체가 화면 상에 차지하는 비율이 제약된 (D가 고정된) 촬영상황이 종종 있죠.
이렇게 D가 고정된 제약조건 하에서는 착란원 크기를 키우기가 무지 어렵습니다.
초점거리 fe를 키워서 아웃포커싱 효과를 키우려고 하면, D를 유지하기 위해 피사체로부터의 거리 o도 키워야 합니다.
그러면 착란원 식 에서 (o + b) 분모항이 커져서 초점거리 fe 증가에 의한 아웃포커싱 효과를 깎아먹습니다.
특히 배경이 피사체에 가까워서 b가 작다면 초점거리를 키우더라도 착란원 크기가 거의 안 커집니다.
반면에 재량껏 사진 상의 피사체 크기를 조절해도 되는 상황을 가정해보죠.
전신 대신에 상반신만 찍는다든지, 흉상 대신에 얼굴만 찍는다든지... 아무튼 한 번 D가 반이 되고 피사체가 2배 커보이게 찍어봅시다.
식에서 보시면 사진 상에 피사체가 2배 커지게 하려면 초점 거리를 대략 2배 늘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D는 반으로 줄고, fe는 두 배가 되고... 착란원 식에 대입해 보면 착란원 크기가 무려 4배가 됩니다.
아니면 D를 반으로 줄이기 위해 초점 거리는 그대로 두고 피사체와의 거리 o를 대략 반으로 줄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착란원 식에 대입해 보면 착란원 크기는 4배 가까이 커집니다.
그러니까 D를 안 줄이면 아웃포커싱 효과를 키우는 게 거의 불가능한 반면, D를 일단 줄이기만 하면 그 제곱에 반비례해서 착란원이 커집니다.
D를 줄이기 위해서는 초점거리를 키우거나, 피사체와의 거리를 좁히거나, 아니면 그 둘을 조합해도 됩니다.
그런데 여기 한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D가 줄어듦에 따라 착란원의 크기만 커지는 게 아니라 배경의 패턴과 글씨 같은 디테일도 커지고 굵어집니다.
따라서 착란원의 크기는 비록 D2에 반비례하지만 체감적인 아웃포커싱은 D와 D2의 사이 어딘가에 반비례한다고 봐야겠습니다.
인물 사진에서 D를 줄일 수 있는 가장 간단한 팁은 사진을 가로로 찍는 대신에 세로로 찍는 것입니다.
사람은 직립보행을 하는 동물이다 보니 인물의 일정 영역을 사진에 담는다면 가로 사진보다는 세로 사진에서 더 좁은 화면이 가능합니다.
위 두 사진을 비교해보시면 세로사진 쪽의 배경이 확연히 더 흐려진 것을 알 수 있죠?
같은 원리로 성인보다 아동, 유아를 찍을 때 동일 구도에 대해 D가 작아지기 때문에 훨씬 아웃포커싱이 심해집니다.
D, fe, o는 서로서로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따로 바꿀 수 없는 반면, 피사체와 배경의 거리 b는 독립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비록 b가 착란원 식의 분모와 분자에 모두 있기 때문에 아무리 키워봤자 b/(o+b) 값은 1을 넘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화각이나 구도를 전혀 희생하지 않고도 배경을 더 흐리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웃포커싱을 진정으로 원하신다면 피사체와 배경의 거리 b를 카메라와 피사체의 거리 o와 비슷하거나 더 크게 되도록 신경 씁시다.
사실 피사체 뒤에 있는 물체들보다는 피사체 앞에 있는 물체들이 아웃포커싱은 더 잘 됩니다.
피사체 앞에 있는 물체에 대해서는 b가 음수 값을 가지게 되는데, 같은 거리를 떨어져 있다고 해도 앞쪽에 있는 편이 |b|/(o+b)가 커집니다.
b가 양수일 때 |b|/(o+b)는 아무리 커져봤자 1을 넘을 수 없지만 b가 음수라면 |b|/(o+b)는 무한대로 커질 수 있습니다.
다만 피사체보다 앞에, 그것도 멀리 떨어져서 뭔가가 있다면 사진 상에 그것이 크게 찍힐 테니 활용할 만한 촬영 상황이 많지는 않죠.
그리고 또 아웃포커싱 트릭도 한 가지 있는데요, 초점을 일부러 피사체보다 약간 앞쪽에 잡는 겁니다.
이 방법은 피사체와 배경의 거리가 가까울 때 배경을 좀더 흐리게 하는 효과가 있기는 합니다.
그치만 아웃포커싱이 도대체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피사체의 또렷한 초점을 위태롭게 만들면서까지 추구해야 하는 걸까요?
요건 주객이 전도돼도 한참 전도된 꼼수라서 웬만한 경우엔 절대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위의 분석 내용들을 토대로 작은 판형 카메라로도 풀프레임 못지 않은 아웃포커싱을 얻을 수 있는 실제적인 전략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볼까요?
2. 실전편
수식들을 아무리 들여다보고 글을 아무리 읽어봐도 뭔가 팍하고 감이 안 오시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한 번 실제 렌즈들을 가지고 실습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대체 착란원 크기가 얼마나 되어야 제대로 된 아웃포커싱인가?"하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해 봅시다.
저도 인터넷의 각종 자료를 찾아봤지만 보기 좋은 아웃포커싱에 대한 기준은 못 찾았습니다.
반면에 초점이 제대로 맞은 피사계 심도(Depth of Field)의 착란원 기준은 여러 곳에서 cr < 1/1500 정도의 수치가 언급되고 있었습니다.
즉, "착란원의 크기가 사진 대각선 길이의 1/1500보다 작은 부분은 초점 맞은 걸로 쳐주겠음"이라는 거죠.
그럼 그 반대로 cr > 1/1500이면 무조건 아웃포커싱인가? 그건 아닙니다.
인간의 인지심리는 초점이 샤프하게 맞은 것을 봐도 기분이 좋고, 초점이 완전 뭉그러져 부드럽게 된 보케를 봐도 기분이 좋지만,
초점이 살짝 어중간하게 흐려진 부분을 보면 또 기분이 찜찜해지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초점이 안 맞으면 왠지 불쾌한 이 느낌이 바로 인간의 조상이 본능적으로 눈의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한 원동력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까 위 표에 '?'로 나타낸, 초점이 '그냥 빗나간 것'과 '예쁘게 제대로 뭉개진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어떤 경계가 있지 않을까요?
그 답이 궁금해서 조리개를 조여 착란원 크기를 조절해가면서 제가 한 번 직접 찍어봤습니다.
아래쪽처럼 배경의 형태와 디테일이 자잘할 경우 cr이 대략 1/100만 되어도 '아웃포커싱 좀 먹었네'하는 느낌이 들고,
위쪽의 버스트 샷처럼 배경 패턴이 굵직굵직할 경우 cr이 1/70이나 1/50은 돼줘야 제대로 된 아웃포커싱으로 느껴지지 않나 싶네요.
저는 cr > 1/70을 제대로 된 보기 좋은 아웃포커싱의 경계로 삼고 싶은데, 동의하시려나요?
저는 이 사진들을 보면서 느낀 점이 또 한 가지 있습니다.
착란원 크기 1.4배 차이가 장난이 아니고 느낌이 확확 달라지네요.
이래서 사람들이 2배 가까이 비싼 풀프레임 카메라와 4배 이상 비싼 밝은 조리개 렌즈를 사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순전히 아웃포커싱 때문에 사는 건 아니겠지만요^^;;)
그런 생각을 잠시 하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제 손에 파나소닉 라이카 42.5mm(환산 85mm) F1.2 렌즈가 들려있더군요.
글을 쓰던 도중에 스스로 셀프 뽐뿌를 당해서 렌즈를 지르다니...ㅜㅠ
(아 저는 오로지 순수하게 아웃포커싱 때문에 이 렌즈를 산 것 맞습니다, 맞고요^^)
제대로 된 아웃포커싱을 얻으려면 피사체를 사진에 얼마만한 크기로 담아야 하며, 피사체에 얼마나 다가가야 할까요?
착란원 식을 다음과 같이 바꿔 보면 주어진 착란원 크기 조건 하에서 D가 가질 수 있는 최댓값을 구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원활한 아웃포커싱을 위해서는 배경과 피사체 간 거리인 b가 피사체와 카메라 거리 o와 같거나 더 크게 잡아달라고 말씀 드렸죠?
그렇게 하면 b/(o+b) = 1/2이 되긴 하는데, 실제 촬영환경 하에서는 그게 여의치 않을 경우가 많습니다.
또 30cm 거리의 피사체 뒤 배경을 30cm 미는 데 드는 노력과 3m 거리의 피사체 뒤 배경을 3m 거리로 치우는 데 드는 노력은 같지 않죠.
생각해봤자 점점 복잡해지기만 하니... 대략적으로 '일반적'인 상황과 '최대한 노력할 경우 가능한' 두 가지 상황 정도를 따로 고려해 보겠습니다.
b = o/2, 즉 피사체와 배경 사이가 피사체와 카메라 사이의 딱 절반 정도 되는 상황을 '일반적'인 상황으로 가정했습니다.
이럴 경우 b/(o+b)는 1/3이 되겠죠.
그리고 최대한 배경 정리를 잘 해서 b가 o보다 훨씬 큰 상황을 '최대한 배경정리' 상황으로 잡겠습니다.
이 경우 b/(o+b)는 1에 가까운 값이 되겠고요.
제 모든 렌즈들에 대해 계산해 보니 아래 표와 같이 나왔습니다.
표의 값들은 아웃포커싱이 가까스로 되긴 되나보다 하고 느끼지려면(cr > 1/70) 피사체가 비치는 화면 크기(D)는 얼마나 작아야 하며,
피사체까지의 거리(o)는 얼마 이하가 돼야 하는가를 나타냅니다.
더 심하게 배경이 날아가는 아웃포커싱을 원하신다면 표의 거리보다 더 다가가서 피사체를 더 크게 찍으셔야 하고, 배경도 좀더 정리해야 합니다.
표에서 D가 30cm라는 것은 사람을 찍을 때 딱 화면 가득 얼굴만 나오는 클로스업으로 찍어야 비로소 쓸만한 배경흐림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환산초점거리 35mm 이하의 광각 렌즈로 얼굴을 한가득 채워서 찍는다면 원근감에 의해 얼굴이 왜곡되게 비칩니다.
결국 그런 렌즈들로 촬영하는 일반적인 경우에는 아웃포커싱이라는 건 잊어버리는 게 속 편할 겁니다.
제 렌즈 중에 일반적인 상황 하에서 아웃포커싱을 노려볼 만한 렌즈는 42.5mm렌즈, 45mm 렌즈, 그리고 35-100mm 렌즈 세 개뿐이군요.
일반적인 상황에서 45mm 렌즈는 인물의 흉상 정도를 찍으면서 배경을 흐릴 수가 있고,
42.5mm 렌즈와 35-100mm 렌즈의 100mm 단에서는 그보다 좀더 넓은 범위를 찍으며 배경을 흐리게 할 정도의 능력은 있습니다.
42.5mm나 100mm에서 배경을 정말 신경 써서 멀리 배치한다면 D = 2.5m까지 가능하니 전신 풀샷 아웃포커싱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네요.
한 가지 아셔야 할 사실은 '조리개 f값이 낮아 아웃포커싱 되는 렌즈'와 '초점거리가 길어서 아웃포커싱 되는 렌즈'의 특성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42.5mm F1.2 렌즈와 35-100mm F2.8 렌즈(100mm 측)는 입사동공 지름 f/N이 거의 같기 때문에
위 표의 D값도 동일하고 아웃포커싱 특성도 비슷할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는데요.
표의 조건은 배경과 피사체의 거리가 카메라와 피사체 거리의 반이라는 가정인데, 두 렌즈의 피사체까지 거리 o 자체가 두 배 이상 차이 납니다.
한 번 배경의 거리를 피사체 거리의 몇 배라는 식이 아니라 실제 mm 단위의 거리로 놓고 착란원의 크기 변화 그래프를 비교해보시죠.
배경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두 렌즈의 착란원 크기 차이는 줄어들어서, 그래프엔 안 나오지만 무한대 근처에서는 거의 같아지게 됩니다.
임계초점면 배율 식 과 착란원 식 에서 D를 고정하고 분석해보면
피사체 근처에서 착란원 크기 그래프의 기울기와 피사계 심도는 초점거리와 거의 상관 없이 온전히 조리개값 N에 의해서만 결정되고요.
무한히 먼 지점의 착란원 크기는 입사동공 지름 f/N으로 결정된다는 사실을 아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진을 찍어 비교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사진에서 먼 배경의 광원에 대해서는 양 쪽 렌즈의 빛망울 크기가 똑같지만
가까이 있는 배경이 흐려지는 것은 42.5mm F1.2 렌즈(조리개 수치가 더 작음)가 더 심하죠.
'더 큰 착란원' + '더 넓은 화각 때문에 배경이 더 작아보이는 효과'의 콤보로 42.5mm쪽 자쿠의 디테일이 훨씬 더 뭉개집니다.
이 예에서는 입사동공 지름이 같은 렌즈들끼리 비교했기 때문에 조리개 수치가 작은 렌즈가 항상 착란원 크기가 컸지만
일반적으로는 초점거리가 긴 렌즈들이 입사동공도 크기 마련이라서 배경이 멀어질수록 초점거리가 긴 렌즈 쪽의 착란원이 더 커집니다.
'사람 왼쪽 눈에는 초점이 맞고 오른쪽 눈은 아웃포커싱 된 사진'을 보셨다면 초점거리가 비교적 짧고 조리개값이 무지 낮은 렌즈의 결과물이고,
'사람은 전체적으로 초점이 맞은 반면 먼 배경은 형체를 알 수 없이 뭉개진 사진'이라면 초점거리가 무지 긴 초망원렌즈로 찍은 사진일 겁니다.
마지막으로 렌즈의 스펙만으로는 알 수 없는 각 렌즈의 착란원 모양, 즉 보케를 비교해보겠습니다.
착란원의 크기뿐만 아니라 모양과 테두리의 부드러움 정도 등이 보케의 미적인 퀄리티를 좌우하거든요.
보케는 보통 어두운 바탕에 있는 점광원들을 초점이 나가게 찍으면 나타나는 빛망울들을 보고 관찰할 수 있습니다.
렌즈 중에는 광원이 임계초점면 앞에 있느냐 뒤에 있느냐에 따라 보케가 달라지는 것도 있지만
배경은 피사체 뒤에 오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초점은 가깝게 잡고 광원은 멀리 있는 사진만 찍어봤습니다.
올림푸스 12-40mm 렌즈는 착란원의 모양이 완전한 원이 아니라 약간 7각형의 모양을 띄네요.
심한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다른 렌즈들과 비교 시 약간 느껴지는 정도인데, 조리개의 7개의 날이 원형을 이루지 않나 봅니다.
다른 렌즈들도 조리개를 조이면 보케에 조리개 날의 각진 모양이 나타나는데, 12-40mm 렌즈는 최대개방에서부터 그것이 보이네요.
파나소닉 X 14-42mm F3.5-5.6 렌즈는 착란원 중앙부보다 테두리가 좀더 뚜렷하게 보이는 특성을 가집니다.
배경이 흐려질 때 엣지 부분에 특유의 테두리 모양 잔상무늬를 남기게 되죠.
별로 예쁘지 않은 보케로 여겨지는 부류지만, 아래 예제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이 정도는 실제 사진에서 크게 눈에 거슬릴 정도는 아닙니다.
우선 이 렌즈로 아웃포커싱을 볼 수 있는 기회도 별로 없겠고요^^
사진 중심부에선 원 모양이지만 주변부로 갈수록 타원 모양으로 찌그러집니다.
이 렌즈들의 구조 상 이미지 센서의 주변부 위치에서는 렌즈의 사출동공(exit pupil) 일부가 가려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인데요.
이 글 맨 위의 예제 사진에서도 비슷한 보케 특성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만...
뭔가 회오리 같은 것이 몰아치는 분위기를 주면서 중심부로 시선을 집중시키는 느낌이 나름 괜찮은 것 같습니다^^
20mm F1.7 렌즈나 12-40mm 렌즈에서도 정도는 심하지 않지만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45mm 렌즈는 착란원 모양이 그냥 보통의 원 모양이고 주변부로 가도 거의 찌그러짐이 없네요.
이상으로 아웃포커싱의 수식을 분석해 보고 실제 사진에서의 효과도 관찰해봤는데요.
이 글을 쓰려고 했던 저 나름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습니다.
수학적 분석을 통해 사진 상의 피사체 크기가 생각보다 배경흐림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과
착란원 크기를 달리 해서 촬영해 보면서 그에 따라 느낌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비록 마이크로 포서즈라고 하더라도 최대한 신경 쓰고 노력을 기울인다면
별로 신경 안 쓴 풀프레임 사진에 필적하는 아웃포커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정도의 깨달음을 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셀프 뽐뿌의 결과로 현존 마이크로 포서즈 AF 렌즈 중 최강의 아웃포커싱 렌즈도 영입해버렸네요ㅎ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배경흐림을 부러워했던 풀프레임 사진이 뭐였는지 다시 한 번 떠올려봤습니다.
그것은 줌렌즈로 대충 찍은 스냅 사진들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배경 정리도 다 된 상태에서 85mm F1.2나 200mm F2 같은 엄청난 단렌즈로 찍은 사진들이었습니다.
풀프레임으로도 작정하고 얕은 심도를 최대한 노리고 찍은 사진이란 말이죠.
거북이가 잠자는 토끼를 추월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전력질주하는 토끼를 어떻게 해볼 도리는 없죠.
그리고 제 경우 토끼 다리를 달아준다고 해도 전력질주는 못 할 겁니다, 아마.
혹시라도 제가 풀프레임 기종으로 기변을 한다고 한들
200mm F2 같은 대포는 물론이고 85mm F1.2 만두 같은 렌즈도 무겁고 불편하고 줌이 안 돼서 안 쓸 것이 불 보듯 뻔하고,
결국 쥐뿔도 없이 눈만 높아진^^;; 제 자신을 만족시킬 만한 아웃포커싱은 제 손으로는 만들지 못할 겁니다.
결론적으로 이 글을 통해 제가 꿈꾸던 배경흐림을 얻을 수 있는 비법을 터득했다거나 무슨 뾰족한 묘수가 생긴 건 아니지만...
실상을 좀더 제대로 직시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젠 PC 앞에서 이렇게 끄적거리고 있을 게 아니라
직접 카메라를 들고 마이크로 포서즈라는 제약조건 안에서 원하는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시도해봐야겠습니다.
풀프레임이 좋은 점은 해상도와 감도, 계조, 노이즈 특성 등등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무엇보다 아웃포커싱이 짱이죠ㅎㅎ
(사진 출처: Wikipedia)
아웃포커싱이라는 말은 사실 영어도 아니고 한국말도 아닌 국적불명의 용어인데요.
영미권에서는 이 현상을 지칭할 때 shallow focus라고 하거나 오히려 보케(Bokeh, ボケ)라는 일본어에서 유래된 표현이 통용됩니다.
아웃포커싱이든 shallow focus든 보케든 배경흐림이든 뭐가 됐건 아무튼
번잡스러운 배경들을 다 짓뭉개버리고 초점이 또렷하게 맞은 주 피사체에게만 시선을 집중시키는 이 효과야말로
큰 판형의 카메라들에게 주어진 축복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저도 근지구력과 재력의 한계로 풀프레임은 못 쓰고 절반 크기 센서를 갖는 아담한 마이크로 포서즈(Micro 4/3) 카메라를 사용 중입니다만...
배경흐림의 아쉬움을 종종 느낍니다.
이 글의 목적은 제 특기를 살려서 아웃포커싱을 수학적으로 낱낱이 파헤쳐보고,
그 속에서 마이크로 포서즈 카메라로도 풀프레임 못지 않은 아웃포커싱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함입니다.
1. 이론편
일단 카메라의 원리부터 설명을 해야 하겠는데요.
카메라 렌즈는 광학적으로 피사체의 한 점으로부터 나온 빛을 모아 이미지 센서(또는 필름) 상의 한 점에 모으는 역할을 합니다.
이럴 경우 '초점이 맞았다'고 해서 이미지 센서에 또렷한 피사체의 상(image)이 맺히며,
이렇게 또렷하게 초점이 맞은 공간 상의 점들을 모아보면 임계초점면(Plane of Critical Focus)이라는 평면을 이루게 됩니다.
임계초점면보다 뒤에 있거나 앞에 있는 물체의 한 점에서 나온 빛은 센서 상에 한 점으로 모이지 않고 원형으로 퍼집니다.
배경의 모든 점들이 이미지 센서에서 모두 다 제각각 원으로 퍼져보이는 것이 바로 배경이 흐려지는 아웃포커싱의 원리입니다.
이렇게 초점이 맞지 않고 퍼진 원을 '착란원(Circle of Confusion, CoC)'이라고 부르는데요,
어두운 바탕에 점점이 불빛이 드문드문 있는 배경을 찍어보면 이런 착란원을 직접 관찰할 수 있죠.
이 착란원이 크면 클수록 배경이 더 심하게 흐려지고 뭉개집니다.
미적인 관점에서는 착란원의 크기뿐 아니라 착란원 모양과 착란원 내의 밀도 분포 등의 요소도 중요하겠습니다만...
이런 미적 요소들은 수학적 분석이 용이하지 않은 관계로 착란원의 크기에 대해서만 분석해 보겠습니다.
착란원의 크기는 다음 식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식은 아래 임계초점면 배율의 식과 쌍을 이뤄 익혀두시는 게 좋습니다.
cr은 전체 화면의 대각선 길이 대비 착란원(circle of confusion)의 크기 비율(ratio)입니다.
그리고 D는 임계초점면의 대각선 길이(Diagonal length)로서, 사진 상에서 피사체가 얼마나 커보일지를 결정합니다.
그림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D가 크면 피사체가 사진에 작게 찍힐 것이고, 반대로 D가 작으면 피사체가 크게 찍히거나 일부분만 찍히게 되겠지요.
o는 렌즈에서 피사체(object)까지의 거리이고, b는 피사체와 배경(background) 사이의 거리입니다.
fe는 렌즈의 초점거리를 풀프레임으로 환산한 환산초점거리(equivalent focal length)로, 서로 다른 판형 간에 비교할 때 편리합니다.
환산초점거리는 실제 초점거리에 크롭 팩터 dr(APS-C의 경우 1.5, 마이크로 포서즈는 2)을 곱하면 나옵니다.
그리고 N은 조리개 수치 f값(f-Number)입니다.
(좀 헷갈리지만 수식에서 조리개 f값을 나타내는 변수는 f가 아닌 N이고, 수식에서 f는 일반적으로 초점거리를 나타냅니다)
43.3이라는 숫자는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의 대각선 길이입니다.
단위가 mm이기 때문에 가급적 다른 모든 길이 변수들도 mm 단위로 계산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 착란원 식을 유도하는 과정은 이 아래에 접어놓았는데요.
수학이랑 별로 안 친하신 분은 머리에 쥐가 나실 수도 있으니^^ 펼쳐보지 않으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착란원 크기의 계산식을 들여다보시면 아웃포커싱이 잘 되기 위한 조건이 한 눈에 보입니다.
- 크롭 팩터(dr)가 작아야 합니다.
- 조리개 f값(N)이 낮아야(조리개를 개방해야) 합니다.
- 피사체가 더 크게 보이도록 더 좁은 영역을 찍어야 합니다(D가 작게).
- 환산 초점거리(fe)가 커야 합니다.
- 카메라에서 피사체까지의 거리(o)가 가까워야 합니다
- 피사체와 배경 사이의 거리(b)가 멀어야 합니다.
이건 아웃포커싱에 관해 검색 좀 해보시면 항상 나오는, 관심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들이죠.
흔해빠진 같은 말을 그냥 반복하면 눈만 아프실 테니, 각 변수들의 관계와 수식을 좀더 심층분석 해보겠습니다.
아웃포커싱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할 때 가장 편한 건 1번의 크롭 팩터 작은 카메라와 2번의 조리개값 낮은 렌즈입니다.
3~6번에서는 구도를 달리 하거나 배경을 정리해야 하는 등 촬영 시에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1, 2번은 촬영 환경을 바꾸지 않고도 같은 조건에서 착란원 크기만 키울 수 있는 방법이거든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크롭 팩터 1인 풀프레임 카메라를 선망하는 것이겠지요.
단, 풀프레임 카메라나 조리개 값 낮은 렌즈는 비싸고 무겁기 때문에 재력과 체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나마 돈이 덜 드는 방법은 줌 렌즈 대신 단초점렌즈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카메라 렌즈 광학 기술로는 줌렌즈의 조리개 f값을 동급의 단렌즈보다 두 배쯤 크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줌렌즈 대신 단초점렌즈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착란원 크기를 2배 정도 키울 수 있습니다.
즉, 풀프레임 카메라에서 줌렌즈로 찍은 사진과 크롭 팩터 2인 마이크로 포서즈에서 단렌즈로 찍은 사진의 아웃포커싱은 거의 비슷합니다.
그리고 이제 3~5번의 D, fe, o 차례인데요. 마음 같아서는 D는 줄이고, fe는 늘리고, o는 줄여서 아웃포커싱을 극대화하고 싶지만,
그러려면 일단 사진의 구도와 화각 등이 많이 바뀌어야 하고, 저들의 관계도 제가 착란원 식과 쌍으로 기억해달라고 했던 임계초점면 배율의 식
으로 서로서로 엮여있기 때문에 그게 그렇게 녹록치 않습니다.
굳이 저 셋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을 꼽자면 임계초점면 상에서 피사체가 담기는 크기 D가 제일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상반신 포트레이트를 찍어야 한다든지 피사체가 화면 상에 차지하는 비율이 제약된 (D가 고정된) 촬영상황이 종종 있죠.
이렇게 D가 고정된 제약조건 하에서는 착란원 크기를 키우기가 무지 어렵습니다.
초점거리 fe를 키워서 아웃포커싱 효과를 키우려고 하면, D를 유지하기 위해 피사체로부터의 거리 o도 키워야 합니다.
그러면 착란원 식 에서 (o + b) 분모항이 커져서 초점거리 fe 증가에 의한 아웃포커싱 효과를 깎아먹습니다.
특히 배경이 피사체에 가까워서 b가 작다면 초점거리를 키우더라도 착란원 크기가 거의 안 커집니다.
반면에 재량껏 사진 상의 피사체 크기를 조절해도 되는 상황을 가정해보죠.
전신 대신에 상반신만 찍는다든지, 흉상 대신에 얼굴만 찍는다든지... 아무튼 한 번 D가 반이 되고 피사체가 2배 커보이게 찍어봅시다.
식에서 보시면 사진 상에 피사체가 2배 커지게 하려면 초점 거리를 대략 2배 늘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D는 반으로 줄고, fe는 두 배가 되고... 착란원 식에 대입해 보면 착란원 크기가 무려 4배가 됩니다.
아니면 D를 반으로 줄이기 위해 초점 거리는 그대로 두고 피사체와의 거리 o를 대략 반으로 줄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착란원 식에 대입해 보면 착란원 크기는 4배 가까이 커집니다.
그러니까 D를 안 줄이면 아웃포커싱 효과를 키우는 게 거의 불가능한 반면, D를 일단 줄이기만 하면 그 제곱에 반비례해서 착란원이 커집니다.
D를 줄이기 위해서는 초점거리를 키우거나, 피사체와의 거리를 좁히거나, 아니면 그 둘을 조합해도 됩니다.
그런데 여기 한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D가 줄어듦에 따라 착란원의 크기만 커지는 게 아니라 배경의 패턴과 글씨 같은 디테일도 커지고 굵어집니다.
따라서 착란원의 크기는 비록 D2에 반비례하지만 체감적인 아웃포커싱은 D와 D2의 사이 어딘가에 반비례한다고 봐야겠습니다.
사람은 직립보행을 하는 동물이다 보니 인물의 일정 영역을 사진에 담는다면 가로 사진보다는 세로 사진에서 더 좁은 화면이 가능합니다.
위 두 사진을 비교해보시면 세로사진 쪽의 배경이 확연히 더 흐려진 것을 알 수 있죠?
같은 원리로 성인보다 아동, 유아를 찍을 때 동일 구도에 대해 D가 작아지기 때문에 훨씬 아웃포커싱이 심해집니다.
D, fe, o는 서로서로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따로 바꿀 수 없는 반면, 피사체와 배경의 거리 b는 독립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비록 b가 착란원 식의 분모와 분자에 모두 있기 때문에 아무리 키워봤자 b/(o+b) 값은 1을 넘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화각이나 구도를 전혀 희생하지 않고도 배경을 더 흐리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웃포커싱을 진정으로 원하신다면 피사체와 배경의 거리 b를 카메라와 피사체의 거리 o와 비슷하거나 더 크게 되도록 신경 씁시다.
사실 피사체 뒤에 있는 물체들보다는 피사체 앞에 있는 물체들이 아웃포커싱은 더 잘 됩니다.
피사체 앞에 있는 물체에 대해서는 b가 음수 값을 가지게 되는데, 같은 거리를 떨어져 있다고 해도 앞쪽에 있는 편이 |b|/(o+b)가 커집니다.
b가 양수일 때 |b|/(o+b)는 아무리 커져봤자 1을 넘을 수 없지만 b가 음수라면 |b|/(o+b)는 무한대로 커질 수 있습니다.
다만 피사체보다 앞에, 그것도 멀리 떨어져서 뭔가가 있다면 사진 상에 그것이 크게 찍힐 테니 활용할 만한 촬영 상황이 많지는 않죠.
그리고 또 아웃포커싱 트릭도 한 가지 있는데요, 초점을 일부러 피사체보다 약간 앞쪽에 잡는 겁니다.
이 방법은 피사체와 배경의 거리가 가까울 때 배경을 좀더 흐리게 하는 효과가 있기는 합니다.
그치만 아웃포커싱이 도대체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피사체의 또렷한 초점을 위태롭게 만들면서까지 추구해야 하는 걸까요?
요건 주객이 전도돼도 한참 전도된 꼼수라서 웬만한 경우엔 절대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위의 분석 내용들을 토대로 작은 판형 카메라로도 풀프레임 못지 않은 아웃포커싱을 얻을 수 있는 실제적인 전략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볼까요?
- 초점거리가 길고(환산초점거리 80mm 이상의 망원렌즈가 바람직) 조리개 f값이 낮은 단렌즈를 최대 개방으로 사용합니다.
- 구도를 망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피사체에 다가가도록(인물 사진은 세로로 찍는 등, 찍히는 영역이 좁아지도록) 노력합니다.
- 가급적 피사체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배경을 피합니다(치웁니다).
2. 실전편
수식들을 아무리 들여다보고 글을 아무리 읽어봐도 뭔가 팍하고 감이 안 오시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한 번 실제 렌즈들을 가지고 실습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대체 착란원 크기가 얼마나 되어야 제대로 된 아웃포커싱인가?"하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해 봅시다.
저도 인터넷의 각종 자료를 찾아봤지만 보기 좋은 아웃포커싱에 대한 기준은 못 찾았습니다.
반면에 초점이 제대로 맞은 피사계 심도(Depth of Field)의 착란원 기준은 여러 곳에서 cr < 1/1500 정도의 수치가 언급되고 있었습니다.
즉, "착란원의 크기가 사진 대각선 길이의 1/1500보다 작은 부분은 초점 맞은 걸로 쳐주겠음"이라는 거죠.
그럼 그 반대로 cr > 1/1500이면 무조건 아웃포커싱인가? 그건 아닙니다.
인간의 인지심리는 초점이 샤프하게 맞은 것을 봐도 기분이 좋고, 초점이 완전 뭉그러져 부드럽게 된 보케를 봐도 기분이 좋지만,
초점이 살짝 어중간하게 흐려진 부분을 보면 또 기분이 찜찜해지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초점이 안 맞으면 왠지 불쾌한 이 느낌이 바로 인간의 조상이 본능적으로 눈의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한 원동력 아닐까 합니다.
cr < 1/1500 | 1/1500 < cr < ? | cr > ? |
속이 후련할 정도로 또렷한 초점 | 기분 찜찜하게 어긋난 초점 | 예쁘게 퍼진 보케 |
그러니까 위 표에 '?'로 나타낸, 초점이 '그냥 빗나간 것'과 '예쁘게 제대로 뭉개진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어떤 경계가 있지 않을까요?
그 답이 궁금해서 조리개를 조여 착란원 크기를 조절해가면서 제가 한 번 직접 찍어봤습니다.
cr = 1/200 | cr = 1/140 |
cr = 1/100 | cr = 1/70 |
cr = 1/50 | cr = 1/35 |
cr = 1/280 | cr = 1/200 |
cr = 1/140 | cr = 1/100 |
cr = 1/70 | cr = 1/50 |
아래쪽처럼 배경의 형태와 디테일이 자잘할 경우 cr이 대략 1/100만 되어도 '아웃포커싱 좀 먹었네'하는 느낌이 들고,
위쪽의 버스트 샷처럼 배경 패턴이 굵직굵직할 경우 cr이 1/70이나 1/50은 돼줘야 제대로 된 아웃포커싱으로 느껴지지 않나 싶네요.
저는 cr > 1/70을 제대로 된 보기 좋은 아웃포커싱의 경계로 삼고 싶은데, 동의하시려나요?
저는 이 사진들을 보면서 느낀 점이 또 한 가지 있습니다.
착란원 크기 1.4배 차이가 장난이 아니고 느낌이 확확 달라지네요.
이래서 사람들이 2배 가까이 비싼 풀프레임 카메라와 4배 이상 비싼 밝은 조리개 렌즈를 사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순전히 아웃포커싱 때문에 사는 건 아니겠지만요^^;;)
그런 생각을 잠시 하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제 손에 파나소닉 라이카 42.5mm(환산 85mm) F1.2 렌즈가 들려있더군요.
글을 쓰던 도중에 스스로 셀프 뽐뿌를 당해서 렌즈를 지르다니...ㅜㅠ
(아 저는 오로지 순수하게 아웃포커싱 때문에 이 렌즈를 산 것 맞습니다, 맞고요^^)
아무튼 그럼 이제 제 렌즈들 각각에 대해서 cr > 1/70 조건을 만족하려면 어떻게 찍어야 할지를 알아보겠습니다.
제대로 된 아웃포커싱을 얻으려면 피사체를 사진에 얼마만한 크기로 담아야 하며, 피사체에 얼마나 다가가야 할까요?
착란원 식을 다음과 같이 바꿔 보면 주어진 착란원 크기 조건 하에서 D가 가질 수 있는 최댓값을 구할 수 있습니다.
렌즈마다 초점거리와 최대 개방 조리개는 정해진 것이고요, 문제는 b/(o+b) 이 부분인데요.
위에서 원활한 아웃포커싱을 위해서는 배경과 피사체 간 거리인 b가 피사체와 카메라 거리 o와 같거나 더 크게 잡아달라고 말씀 드렸죠?
그렇게 하면 b/(o+b) = 1/2이 되긴 하는데, 실제 촬영환경 하에서는 그게 여의치 않을 경우가 많습니다.
또 30cm 거리의 피사체 뒤 배경을 30cm 미는 데 드는 노력과 3m 거리의 피사체 뒤 배경을 3m 거리로 치우는 데 드는 노력은 같지 않죠.
생각해봤자 점점 복잡해지기만 하니... 대략적으로 '일반적'인 상황과 '최대한 노력할 경우 가능한' 두 가지 상황 정도를 따로 고려해 보겠습니다.
b = o/2, 즉 피사체와 배경 사이가 피사체와 카메라 사이의 딱 절반 정도 되는 상황을 '일반적'인 상황으로 가정했습니다.
이럴 경우 b/(o+b)는 1/3이 되겠죠.
그리고 최대한 배경 정리를 잘 해서 b가 o보다 훨씬 큰 상황을 '최대한 배경정리' 상황으로 잡겠습니다.
이 경우 b/(o+b)는 1에 가까운 값이 되겠고요.
제 모든 렌즈들에 대해 계산해 보니 아래 표와 같이 나왔습니다.
표의 값들은 아웃포커싱이 가까스로 되긴 되나보다 하고 느끼지려면(cr > 1/70) 피사체가 비치는 화면 크기(D)는 얼마나 작아야 하며,
피사체까지의 거리(o)는 얼마 이하가 돼야 하는가를 나타냅니다.
더 심하게 배경이 날아가는 아웃포커싱을 원하신다면 표의 거리보다 더 다가가서 피사체를 더 크게 찍으셔야 하고, 배경도 좀더 정리해야 합니다.
렌즈 | 초점거리 | 일반적인 경우 | 최대한 배경정리 | ||
크기(D) | 거리(o) | 크기(D) | 거리(o) | ||
올림푸스 12-40mm F2.8 PRO | 12mm (환산 24mm) | 10cm | 7cm | 30cm | 18cm |
40mm (환산 80mm) | 33cm | 66cm | 1m | 2m | |
파나소닉 X 14-42mm F3.5-5.6 | 14mm (환산 28mm) | 9cm | 7cm | 30cm | 20cm |
42mm (환산 84mm) | 18cm | 40cm | 50cm | 1m | |
파나소닉 20mm F1.7 | 20mm (환산 40mm) | 30cm | 30cm | 80cm | 80cm |
파나소닉 라이카 42.5mm F1.2 | 42.5mm (환산 85mm) | 80cm | 1.7m | 2.5m | 5m |
올림푸스 45mm F1.8 | 45mm (환산 90mm) | 60cm | 1.3m | 1.8m | 3.5m |
파나소닉 X 35-100mm F2.8 | 35mm (환산 70mm) | 30cm | 50cm | 90cm | 1.5m |
100mm (환산 200mm) | 80cm | 4m | 2.5m | 12m |
표에서 D가 30cm라는 것은 사람을 찍을 때 딱 화면 가득 얼굴만 나오는 클로스업으로 찍어야 비로소 쓸만한 배경흐림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환산초점거리 35mm 이하의 광각 렌즈로 얼굴을 한가득 채워서 찍는다면 원근감에 의해 얼굴이 왜곡되게 비칩니다.
결국 그런 렌즈들로 촬영하는 일반적인 경우에는 아웃포커싱이라는 건 잊어버리는 게 속 편할 겁니다.
제 렌즈 중에 일반적인 상황 하에서 아웃포커싱을 노려볼 만한 렌즈는 42.5mm렌즈, 45mm 렌즈, 그리고 35-100mm 렌즈 세 개뿐이군요.
일반적인 상황에서 45mm 렌즈는 인물의 흉상 정도를 찍으면서 배경을 흐릴 수가 있고,
42.5mm 렌즈와 35-100mm 렌즈의 100mm 단에서는 그보다 좀더 넓은 범위를 찍으며 배경을 흐리게 할 정도의 능력은 있습니다.
42.5mm나 100mm에서 배경을 정말 신경 써서 멀리 배치한다면 D = 2.5m까지 가능하니 전신 풀샷 아웃포커싱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네요.
한 가지 아셔야 할 사실은 '조리개 f값이 낮아 아웃포커싱 되는 렌즈'와 '초점거리가 길어서 아웃포커싱 되는 렌즈'의 특성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42.5mm F1.2 렌즈와 35-100mm F2.8 렌즈(100mm 측)는 입사동공 지름 f/N이 거의 같기 때문에
위 표의 D값도 동일하고 아웃포커싱 특성도 비슷할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는데요.
표의 조건은 배경과 피사체의 거리가 카메라와 피사체 거리의 반이라는 가정인데, 두 렌즈의 피사체까지 거리 o 자체가 두 배 이상 차이 납니다.
한 번 배경의 거리를 피사체 거리의 몇 배라는 식이 아니라 실제 mm 단위의 거리로 놓고 착란원의 크기 변화 그래프를 비교해보시죠.
그래프에서 보이듯, 피사체와 가까운 배경에 대해서는 조리개 수치가 작은 42.5mm 렌즈 쪽이 두 배 이상 착란원이 큽니다.
배경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두 렌즈의 착란원 크기 차이는 줄어들어서, 그래프엔 안 나오지만 무한대 근처에서는 거의 같아지게 됩니다.
임계초점면 배율 식 과 착란원 식 에서 D를 고정하고 분석해보면
피사체 근처에서 착란원 크기 그래프의 기울기와 피사계 심도는 초점거리와 거의 상관 없이 온전히 조리개값 N에 의해서만 결정되고요.
무한히 먼 지점의 착란원 크기는 입사동공 지름 f/N으로 결정된다는 사실을 아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진을 찍어 비교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사진에서 먼 배경의 광원에 대해서는 양 쪽 렌즈의 빛망울 크기가 똑같지만
가까이 있는 배경이 흐려지는 것은 42.5mm F1.2 렌즈(조리개 수치가 더 작음)가 더 심하죠.
'더 큰 착란원' + '더 넓은 화각 때문에 배경이 더 작아보이는 효과'의 콤보로 42.5mm쪽 자쿠의 디테일이 훨씬 더 뭉개집니다.
42.5mm (환산 85mm) f/1.2 | 100mm (환산 200mm) f/2.8 |
이 예에서는 입사동공 지름이 같은 렌즈들끼리 비교했기 때문에 조리개 수치가 작은 렌즈가 항상 착란원 크기가 컸지만
일반적으로는 초점거리가 긴 렌즈들이 입사동공도 크기 마련이라서 배경이 멀어질수록 초점거리가 긴 렌즈 쪽의 착란원이 더 커집니다.
'사람 왼쪽 눈에는 초점이 맞고 오른쪽 눈은 아웃포커싱 된 사진'을 보셨다면 초점거리가 비교적 짧고 조리개값이 무지 낮은 렌즈의 결과물이고,
'사람은 전체적으로 초점이 맞은 반면 먼 배경은 형체를 알 수 없이 뭉개진 사진'이라면 초점거리가 무지 긴 초망원렌즈로 찍은 사진일 겁니다.
마지막으로 렌즈의 스펙만으로는 알 수 없는 각 렌즈의 착란원 모양, 즉 보케를 비교해보겠습니다.
착란원의 크기뿐만 아니라 모양과 테두리의 부드러움 정도 등이 보케의 미적인 퀄리티를 좌우하거든요.
보케는 보통 어두운 바탕에 있는 점광원들을 초점이 나가게 찍으면 나타나는 빛망울들을 보고 관찰할 수 있습니다.
렌즈 중에는 광원이 임계초점면 앞에 있느냐 뒤에 있느냐에 따라 보케가 달라지는 것도 있지만
배경은 피사체 뒤에 오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초점은 가깝게 잡고 광원은 멀리 있는 사진만 찍어봤습니다.
올림푸스 12-40mm F2.8 PRO | 파나소닉 X 14-42mm F3.5-5.6 |
파나소닉 20mm F1.7 | 파나소닉 라이카 42.5mm F1.2 |
올림푸스 45mm F1.8 | 파나소닉 X 35-100mm F2.8 HD |
올림푸스 12-40mm 렌즈는 착란원의 모양이 완전한 원이 아니라 약간 7각형의 모양을 띄네요.
심한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다른 렌즈들과 비교 시 약간 느껴지는 정도인데, 조리개의 7개의 날이 원형을 이루지 않나 봅니다.
다른 렌즈들도 조리개를 조이면 보케에 조리개 날의 각진 모양이 나타나는데, 12-40mm 렌즈는 최대개방에서부터 그것이 보이네요.
파나소닉 X 14-42mm F3.5-5.6 렌즈는 착란원 중앙부보다 테두리가 좀더 뚜렷하게 보이는 특성을 가집니다.
배경이 흐려질 때 엣지 부분에 특유의 테두리 모양 잔상무늬를 남기게 되죠.
별로 예쁘지 않은 보케로 여겨지는 부류지만, 아래 예제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이 정도는 실제 사진에서 크게 눈에 거슬릴 정도는 아닙니다.
우선 이 렌즈로 아웃포커싱을 볼 수 있는 기회도 별로 없겠고요^^
파나소닉 라이카 42.5mm 렌즈와 파나소닉 X 35-100mm 렌즈의 착란원은
사진 중심부에선 원 모양이지만 주변부로 갈수록 타원 모양으로 찌그러집니다.
이 렌즈들의 구조 상 이미지 센서의 주변부 위치에서는 렌즈의 사출동공(exit pupil) 일부가 가려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인데요.
이 글 맨 위의 예제 사진에서도 비슷한 보케 특성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만...
뭔가 회오리 같은 것이 몰아치는 분위기를 주면서 중심부로 시선을 집중시키는 느낌이 나름 괜찮은 것 같습니다^^
20mm F1.7 렌즈나 12-40mm 렌즈에서도 정도는 심하지 않지만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45mm 렌즈는 착란원 모양이 그냥 보통의 원 모양이고 주변부로 가도 거의 찌그러짐이 없네요.
이상으로 아웃포커싱의 수식을 분석해 보고 실제 사진에서의 효과도 관찰해봤는데요.
이 글을 쓰려고 했던 저 나름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습니다.
수학적 분석을 통해 사진 상의 피사체 크기가 생각보다 배경흐림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과
착란원 크기를 달리 해서 촬영해 보면서 그에 따라 느낌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비록 마이크로 포서즈라고 하더라도 최대한 신경 쓰고 노력을 기울인다면
별로 신경 안 쓴 풀프레임 사진에 필적하는 아웃포커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정도의 깨달음을 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셀프 뽐뿌의 결과로 현존 마이크로 포서즈 AF 렌즈 중 최강의 아웃포커싱 렌즈도 영입해버렸네요ㅎ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배경흐림을 부러워했던 풀프레임 사진이 뭐였는지 다시 한 번 떠올려봤습니다.
그것은 줌렌즈로 대충 찍은 스냅 사진들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배경 정리도 다 된 상태에서 85mm F1.2나 200mm F2 같은 엄청난 단렌즈로 찍은 사진들이었습니다.
풀프레임으로도 작정하고 얕은 심도를 최대한 노리고 찍은 사진이란 말이죠.
거북이가 잠자는 토끼를 추월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전력질주하는 토끼를 어떻게 해볼 도리는 없죠.
그리고 제 경우 토끼 다리를 달아준다고 해도 전력질주는 못 할 겁니다, 아마.
혹시라도 제가 풀프레임 기종으로 기변을 한다고 한들
200mm F2 같은 대포는 물론이고 85mm F1.2 만두 같은 렌즈도 무겁고 불편하고 줌이 안 돼서 안 쓸 것이 불 보듯 뻔하고,
결국 쥐뿔도 없이 눈만 높아진^^;; 제 자신을 만족시킬 만한 아웃포커싱은 제 손으로는 만들지 못할 겁니다.
결론적으로 이 글을 통해 제가 꿈꾸던 배경흐림을 얻을 수 있는 비법을 터득했다거나 무슨 뾰족한 묘수가 생긴 건 아니지만...
실상을 좀더 제대로 직시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젠 PC 앞에서 이렇게 끄적거리고 있을 게 아니라
직접 카메라를 들고 마이크로 포서즈라는 제약조건 안에서 원하는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시도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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