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1. 10:30

건프라 사진 강좌 #1 - 정자세 포즈 잡는 법

지난 번 강좌 #0에서는 건프라 사진의 의미에 대해 다소 철학적인 논의를 해보았는데요.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사진 찍는 방법을 얘기해보도록 하죠.
사진 찍을 때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건프라의 포즈를 잡는 일입니다.

그리고 포징의 기본은 뭐니뭐니 해도 정자세로 선 포즈입니다.
액션 포즈보다 포징도 쉽고, 완성 인증샷이라든지 프로포션의 체크, 디테일의 체크 같은 다양한 용도에서 기본이 되고, 도색이 까지는 것이 두려워 포즈 바꾸기가 걱정 된다든지, 아예 직립 정자세로밖에 못 만들게 되어 있는 개라지 킷의 경우 등등 건프라 포즈 중에 가장 빈도 높게 사용되는 자세입니다.


그럼 이 정자세를 어떻게 잡아야 포즈 잘 잡았다고 소문이 날까요?

지난 번 강좌 '캐릭터 모형 사진 어떻게 찍을까?'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건담 같은 캐릭터 모형은 인간처럼 보이게 다루어야 합니다.
사람의 두뇌는 '인간의 형태'와 '인간의 자세'를 가진 것을 매우 선호하고,
인간형 물체는 무의식적으로 인간처럼 행동해주기를 기대합니다.
건담의 기계적인 측면을 특별히 부각시켜야 하는 연출 사진이 아닌 한, 최대한 인간처럼 느껴지는 포즈를 취하는 게 좋습니다.
포즈 잡을 동안은 건담이 기계라는 사실을 잊어버리시고 인간이라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인간의 형태'는 건담 메카닉 디자이너와 반다이님/원형사님들이 이미 잘 갖추어놓았으니,
이제 '인간의 자세'를 잡는 것은 모델러/촬영자의 몫입니다.


건프라 세워놓는 방법 하나 가지고 너무 주저리주저리 길게 늘여서 썼죠?
그냥 '팔은 어떻게 하고, 다리는 어떻게 하고 목은 어떻게 해라' 이런 식으로만 쓰면 두세 줄이면 끝날 얘길 말이죠.

위에 쓴 얘기 중에는 사실 제 맘대로 끼워맞춘 개똥논리 같은 것도 많은데(혹시 내용이 잘못됐다고 생각되시는 분은 제보 부탁 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얕은 밑천 다 드러날 것을 무릅쓰면서까지 이렇게 최대한 제가 아는 세세한 내용을 다 적어보려고 노력한 이유는
두세 줄짜리 어드바이스는 단지 껍데기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읽는 사람은 쉽게 읽힌 만큼 잘못 받아들이거나 잊어버리기도 쉽고, 응용할 수도 없는 획일화된 한 가지 포즈만 남을 것입니다.

반면에 조목조목 들여다 보고,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고, 의미와 이유와 배경을 알아가면서 익힌 지식은 그야말로 몸에 체화돼서
잘 잊혀지지 않고, 상황에 따라 적절히 맞추어갈 수 있고, 스스로 분석을 통해서 자신만의 개성 있는 포즈를 확립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카토키 포즈의 이런 점은 마음에 들지만, 저 부분은 이러저러한 느낌이 들도록 이렇게 바꾼 포즈가 더 멋지겠다'는 식으로 말이죠.
그런 생각에 이것저것 두서 없이 늘어놓다 보니 본의 아니게 글이 상당히 길어져버렸습니다.


이번 강좌가 건프라 작품의 멋을 사진 상에 100% 드러내고 싶으신 모델러 여러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고요.
다음번엔 '액션 포징'에 대해서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강좌는 글 쓰는 데는 별로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예제 이미지 촬영에 의외로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요.
다음 주제가 정자세보다 더 다양하고 복잡한 액션 포즈이다 보니 강좌 완성까지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기약할 수가 없네요.
(사진을 새로 찍지 말고 그냥 다 포토샵 CS5의 Puppet Warp 기능으로 편집해서 만들어 버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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