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사진 찍는 방법을 얘기해보도록 하죠.
사진 찍을 때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건프라의 포즈를 잡는 일입니다.
그리고 포징의 기본은 뭐니뭐니 해도 정자세로 선 포즈입니다.
액션 포즈보다 포징도 쉽고, 완성 인증샷이라든지 프로포션의 체크, 디테일의 체크 같은 다양한 용도에서 기본이 되고, 도색이 까지는 것이 두려워 포즈 바꾸기가 걱정 된다든지, 아예 직립 정자세로밖에 못 만들게 되어 있는 개라지 킷의 경우 등등 건프라 포즈 중에 가장 빈도 높게 사용되는 자세입니다.
그럼 이 정자세를 어떻게 잡아야 포즈 잘 잡았다고 소문이 날까요?
지난 번 강좌 '캐릭터 모형 사진 어떻게 찍을까?'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건담 같은 캐릭터 모형은 인간처럼 보이게 다루어야 합니다.
사람의 두뇌는 '인간의 형태'와 '인간의 자세'를 가진 것을 매우 선호하고,
인간형 물체는 무의식적으로 인간처럼 행동해주기를 기대합니다.
건담의 기계적인 측면을 특별히 부각시켜야 하는 연출 사진이 아닌 한, 최대한 인간처럼 느껴지는 포즈를 취하는 게 좋습니다. 포즈 잡을 동안은 건담이 기계라는 사실을 잊어버리시고 인간이라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인간의 형태'는 건담 메카닉 디자이너와 반다이님/원형사님들이 이미 잘 갖추어놓았으니,
이제 '인간의 자세'를 잡는 것은 모델러/촬영자의 몫입니다.
1. 해부학적으로 자연스러운 기본자세
인간의 포즈를 따라하기로 작정했다면, 우선 인간의 골격과 관절의 해부학적인 기본 상태부터 알아봅시다.
뭔가 이건 아닌데... 싶은 어색한 포즈 중 상당수가 건프라 팔의 롤 관절을 인간 관절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돌려놓을 때 생깁니다.
'롤(roll) 관절'이란 그러니까 들어올리거나 구부리는 동작이 아닌 비틀어 돌리는 동작을 하는 관절 말씀입니다.
(혹시 학계나 업계에서 공인된 다른 용어를 아시는 분은 제보 좀 부탁 드립니다)
건프라의 관절은 그 가동범위나 자유도가 인간의 관절에 비해 떨어지는 게 보통이지만,
건프라 쪽이 가동범위가 넓은 유일한 예외가 인간과 달리 360도 자유롭게 회전하는 롤 관절 되겠습니다.
건프라에서 롤 관절은 어깨 바로 밑과 손목, 발목에 있고, 허리나 허벅지에 있는 기종도 있습니다.
(사실 인간 손발목의 관절은 롤 회전이 불가능한 관절입니다.
손의 회전은 손목관절 부위에서 회전이 일어나는 게 아니고 팔꿈치와 손목을 연결하는 두 개의 긴 뼈가 서로 비틀어짐으로써 회전되는 겁니다.
건프라에서는 이런 걸 흉내낼 수가 없어서 손목관절이 돌아가는 것이고요)
<인간의 손목은 누가 비틀지 않는 이상 기본 상태로부터 180도까지 회전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모습은 확실히 어색하죠>
팔의 롤 관절의 기본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한 번 팔에 아무런 힘을 주지 말고 늘어뜨린 상태로 서 보십시오.
팔꿈치는 어느 방향을 향해 있습니까?
그럼 손등은요?
아마 팔꿈치는 완전히 몸 바깥쪽 방향(정측방)도 아니고, 완전히 뒤쪽 방향(직후방)도 아니고 그 둘의 중간 정도 방향을 향해 있을 겁니다.
이것이 어깨 롤 관절의 기본 각도입니다.
손등은 아마도 팔꿈치로부터 거의 90도 돌아간 방향(새끼 손가락 쪽이 팔꿈치 방향)을 향하고 있을 것이고요.
이것이 손목 롤 관절의 기본 각도입니다.
<팔의 기본 자세. 롤 관절들의 기본 각도 상 손등은 몸 바깥쪽과 앞쪽의 중간 방향(측전방)을 향하게 됨>
직립 상태에서 아무 것도 들지 않고 특별히 아무런 동작을 하지 않는 팔의 롤링은 위 사진 같은 기본 자세로 놔두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동작중인 팔이라 하더라도 기본 자세에서 90도 넘게 롤링을 주는 것은 어색하니 가급적 피하도록 하십시오.
지금까지 비틀어 회전하는 롤 관절에 대해서만 얘기했는데, 구부림 관절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보자면...
인체의 대부분의 구부림 관절의 기본 상태는 완전히 쫙 펴지 않고 어느 정도 구부리는 것입니다.
얼핏 생각하기엔 팔을 축 늘어뜨리고 있으면 팔꿈치도 쭉 펴진 상태일 것 같은데,
실제로 축 늘어뜨려 보면 팔꿈치가 어느 정도 구부러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손가락도 마찬가지로 구부러진 것이 자연스럽고, 일반적으로 새끼손가락 쪽으로 갈수록 더 많이 구부러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위 사진과 같이 검지쪽은 많이 펴지고 새끼손가락 쪽은 많이 구부러진 자연스러운 손 모양이 되는 것이죠.
지금까지 얘기한 건 '노는 팔'의 기본자세고요, 무기를 든 팔의 모양은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총기류를 들 경우 총구가 좀더 정면쪽을 향하고 팔꿈치가 뒤쪽을 향하도록 기본 상태에서 어깨 롤관절을 틀어주는 것이 보통이고요.
최대한 피해야 할 자세는 아래 왼쪽 사진과 같이 '손목 힘만으로 라이플을 들고 있는 자세'입니다.
건담은 기계니까 손목힘만으로도 무거운 라이플을 들기도 하고 라이플 발사시의 반동을 제어하는 것도 가능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포징할 때는 건담이 아닌 인간으로 보아달라'고 말씀 드렸죠?
인간의 손목 힘은 격발 반동은 물론이고 라이플 무게만 해도 손목으로 자유자재로 다룰 수 없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건프라도 사람처럼 라이플 이상 사이즈의 총기류는 지지점이 두 곳 이상 되도록 잡는 것이 인간적으로 자연스럽습니다.
어깨에 걸친다든지 양손으로 잡는 포즈 같은 것들 말이죠.
<라이플은 손만으로 드는 것이 아니고 하박 전체로 지지하는 느낌이 들도록 하박부와 평행하게>
정자세의 경우는 한 손으로 잡아야 하는데, 오른쪽 사진처럼 라이플이 아래팔(하박부)과 평행을 이루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인간이라면 총을 양 손으로 잡거나 견착을 할 수 없는 상황일 경우 격발 반동을 손목힘이 아닌 팔힘으로 받아낼 수 있도록 팔 방향을 반동 방향과 같게 유지하려고 할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쥐고 있으면 라이플을 손뿐만 아니고 오른 팔 하박부 전체로 지지한다는 느낌도 들죠.
그리고 실드를 보자면, 인간의 방패 장비자세 상 방패의 표면이 손등 방향을 향하게 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최신 건프라들은 기본자세의 손등 방향, 즉 팔꿈치 방향에서 90도 돌아간 방향에 실드를 장착할 수 있는 것들이 꽤 있습니다.
이 경우 기본자세에서도 실드가 손등 방향이 되고 몸의 전방과 측방을 비스듬히 방어해 주는 형태가 돼서 딱 좋습니다.
그런데 좀 오래됐든지 디자인 상 어쩔 수 없이 실드를 팔꿈치 방향으로밖에 장착할 수 없는 킷들은 기본 자세시에 실드가 측후방을 향합니다.
방패라는 물건의 용도 상 측후방을 향하는 건 조금 이상하죠.
이런 애들은 팔꿈치와 실드가 측후방이 아닌 정측방을 향하도록 어깨의 롤 관절을 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건프라 중엔 두 방향에 선택적으로 실드를 장착할 수 있는 기종도 있는데, 정자세 사진에선 팔꿈치에서 90도 돌아간 방향을 추천합니다.
<확실히 팔꿈치 방향보다는 팔꿈치에서 90도 돌아간 방향이 더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팔꿈치 방향밖에 안 되는 기종은 팔꿈치, 실드, 손등을 모두 정측방으로 맞춰주면 그나마 좀 덜 어색해집니다>
그리고 이번엔 다리 쪽을 보시죠.
대퇴부의 롤 관절은 무릎이 완전 정면이 아닌 약간 바깥쪽을 향해 비틀어져 있는 상태가 기본입니다.
각각 대략 22.5도씩 바깥쪽으로 돌려, 양 발의 안쪽면끼리 45도 정도의 각을 이루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팔과 달리 기본자세에서 발등과 무릎의 롤링 방향은 일치하며, 인간의 발목은 롤링도 별로 안 됩니다.
이건 아마도 다리가 온 몸의 체중을 지탱하기 때문에 발목을 삐끗하여 다치지 않게 하려고 이렇게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건프라 포징할 때 발 방향을 돌려야 할 경우 발목에 롤링을 주지 말고, 대퇴부에 롤링을 주어 다리 전체를 돌리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대퇴부에 롤링 전용의 관절이 없는 건프라들이 많죠.
MG의 경우 골반관절에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2006년 이후 킷에나 있고, HG의 경우는 최신 킷에도 없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롤링 전용 관절이 없는 킷들은 볼관절 하나로 고관절부의 모든 동작을 다 커버해야 하는데,
볼관절의 한계 상 롤링이나 다리를 옆으로 벌리는 동작(요잉yawing이라고 부르도록 합시다)은 많이 제약 받기 마련입니다.
소위 가동성이 좋다는 킷 중에 묘하게 포즈가 잘 안 나오는 킷이 혹가다 있는데요, 주로 고관절의 롤링과 요잉이 잘 안 돼서 그렇습니다.
아무리 고관절이 앞으로 수직에 가깝게 들어올려지고 무릎이 180도 꺾여도
고관절의 롤링과 요잉이 잘 안 되면 액션 포즈는 물론이고 멋지게 서는 것조차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킷들은 고관절 주위에서 가동에 방해되는 부분들을 깎아내는 간단한 개조를 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비슷한 시기의 킷이지만 HGUC 자쿠II F2는 허벅지에 롤 축 관절이 따로있고, 기라줄루는 볼관절 하나로 때웁니다>
그리고 양 발 사이의 간격은 안정적으로 중심이 잡히도록 어느 정도 벌리는 것이 자연스럽고,
무릎은 팔꿈치와는 달리 체중을 지탱해야 하기 때문에 일자로 쫙 펴는 것이 좋습니다.
한쪽 다리로만 체중을 지탱하고 다른쪽 무릎은 구부리고 있는 '짝발'도 자연스러운 자세이긴 하지만
'정자세'라는 이름엔 역시 양 다리 모두 곧게 펴고 있는 것이 어울리겠죠?
그리고 발바닥은 전체가 바닥에 접지되게 합니다. 다리를 벌리면 당연히 벌린 각도만큼 발목을 안쪽으로 꺾어야 완전접지가 되겠죠?
해부학적으로 자연스러운 직립자세의 전신 사진을 보면 아래 사진과 같이 나옵니다.
딱히 '멋지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일단 자연스럽습니다.
우선은 이렇게 자연스러운 자세를 만들어놓고,
이 자세로부터 출발해서 각부 관절들을 조절함으로써 자연스러우면서도 멋진 포즈를 만들어 가도록 합시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자연스러운 척추 상태를 보시죠.
다들 알고 계시듯이 인간의 척추는 옆에서 보면 1자가 아니고 S자처럼 휘어 있습니다.
건프라는 척추 자체를 모델링하지는 않습니다만...
척추의 S자 형태로 인해 나타나는 인간의 외형적인 특성은 모델링하고 있습니다.
무슨 얘긴고 하니, 요추가 앞으로 쑥 들어가 잘록한 형태가 된 인간의 허리를 따라서 허리가 잘록하게 만들어져 있고,
인간은 목이 앞으로 15도 정도 기울어져 있어 머리가 등보다 앞에 위치하게 되는데,
건담은 (목이 앞으로 기울지 않고 똑바른 대신) 목 자체가 등에서 좀 떨어진 앞에 붙어있어서 인간과 비슷한 머리 위치를 갖습니다.
즉, 허리나 목 등을 꺾지 않고 중립적으로 세워놓은 건프라 몸통의 형태가 해부학적으로 자연스러운 인간 몸통의 형태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좀더 절도 있는 자세를 위해 척추를 펴려고 노력하면 어떻게 될까요?
척추가 좀더 일직선에 가까워짐에 따라 앞으로 기울어져 있던 목 부분이 덜 기울어지면서 머리는 좀더 뒤쪽으로 밀리고,
상대적으로 뒤쪽에 있던 가슴과 골반은 좀더 앞으로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위 그림에는 잘 안 나오지만 경추(목뼈)는 평상시 뒤쪽으로 C자로 휘어있어서, 척추를 곧게 펴려고 하면 고개가 숙여지게 됩니다.
참고로 낮은 위치의 컴퓨터 모니터를 오랫동안 쳐다보는 사람에게 발생하기 쉬운 '거북목 증후군'이라는 것도
C자로 휘어 있어야 머리의 하중을 편하게 지지할 수 있는 경추가 고개를 숙여 1자가 된 상태로 오래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증상입니다.
이것이 절도 있고 위엄 있는 정자세를 위해서 건프라의 몸통을 어떤 자세로 잡아줘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가 됩니다.
이에 관해서는 아래쪽에서 좀더 상세히 다루도록 하죠.
2. 남성적, 위협적인 전사의 자세
한 마디로 인간의 포즈를 흉내내라고 해도 사람에 따라 개성에 따라 자세가 다른데, 어떤 인간의 포즈를 따라해야 할까요?
그야 당연히 '전사(戰士)의 자세입니다. '기동전사 건담'이니까요.
창을 들고 몸에 알록달록한 칠을 한 부족 전사나, 갑옷과 검과 방패로 무장한 중세의 기사, 현대의 조폭이나 군인들의 포즈를 상상해 보시죠.
<대략 이런 인간 전사의 포즈를 흉내내자는 겁니다>
전사 포즈의 특징이라면 남성적이고, 당당하고, 상대를 위협한다는 것입니다.
영화나 게임을 보면 여전사라는 캐릭터도 종종 등장하지만 어디까지나 픽션일 뿐, 전통적으로 전사의 역할은 남성이었죠.
'남성적인 포즈'가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서 그 반대가 되는 '여성적인 포즈'가 어떤 것인지부터 알아봅시다.
대표적인 여성적 포즈로는
자신의 신체 부위를 손으로 터치하는 포즈
팔다리를 몸에 밀착시키는 포즈
관절이 몸 바깥쪽을 향해 꺾인 포즈
목을 길게 빼거나 기울인 포즈
등이 있겠습니다.
<여성적인 포즈(건담으로 이런 포즈를 잡고 있자니 조금 민망하더군요-_-)>
이런 포즈들이 여성적인 느낌을 주는 이유는 '위협'의 반대인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킨다는 점, 그리고 여성의 체형을 연상시킨다는 점 같습니다.
체형의 차이를 예를 들어보면 여성과 남성의 팔꿈치 관절은 모양이 좀 다릅니다.
남성은 팔을 쭉 폈을 때 1자가 되지만 여성은 팔을 쭉 편 상태에서도 팔꿈치 관절이 가동방향에서 수직방향으로 약간 꺾여 있습니다.
말로 설명해봤자 이해하기 힘드실 것이고, 아래 사진을 보시죠.
(마땅한 인체 사진이 없어 건프라 사진을 포토샵했습니다. 여담이지만 포토샵 CS5는 정말 외계의 기술이군요.
이전에는 이런 작업하려면 한참 걸렸는데, CS5의 Puppet Warp이라는 툴을 사용하면 1분만에 완료됩니다).
관절을 바깥쪽으로 향하게 굽힐 때 여성스러운 느낌이 나는 것은 아마도 이런 여성의 체형이 연상이 되어 그런 것 아닐까요?
<남성의 팔꿈치 관절 형태와 여성의 팔꿈치 관절 형태>
또한 여성은 골반이 넓고 양쪽 고관절의 사이가 남자보다 더 벌어져 있습니다.
두 다리를 꼬거나 모으는 포즈는 이런 여성적인 골반 형태를 강조하기 때문에 여성적인 포즈가 되겠지요.
그리고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평균적으로 목이 길기 때문에 길게 빼고 기울어진 목은 여성적인 느낌을 줍니다.
여자분들이 기린처럼 경추(목뼈) 길이가 실제로 긴 것은 아니고
남성들의 쇄골(빗장뼈), 늑골(갈비뼈), 견갑골(어깨뼈)들이 전체적으로 더 위로 올라와 있기 때문에 외관상 목이 짧아보이는 것입니다.
팔다리를 몸에 밀착시키거나 신체 부위를 손으로 터치하는 것은 또한 몸을 더 왜소하게 보이게 하고 공격 의사가 없다는 느낌도 줍니다.
그러니까 남성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서는
팔다리를 좀 벌리고, 관절이 몸 안쪽을 향해 꺾이도록 하고, 목을 길게 빼지 않아야 합니다.
위협 포즈는 동물계에서 세력다툼 등을 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나는 너보다 강하니 한 대 맞기 전에 꺼져라'는 무언의 표현인데요.
동물들이 위협하는 것을 보면 날개를 활짝 펴거나, 두 발로 일어서거나, 등을 솟아오르게 하고 털을 곧추세워 실제보다 더 커보이게 합니다.
전사로서의 인간도 상대를 위협하기 위해 덩치가 더 커 보이도록
다리도 쭉 펴고, 등을 똑바로 세우고, 어깨를 위로 올리고, 팔다리를 벌리는 것 아닐까 합니다.
이런 포즈는 위협적인 동시에 남성적이기도 하고, 당당하게 보이기도 하지요.
<덩치가 커보이게 해서 위협하는 자세>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척추가 S자로 굽어 있는 인간이 덩치가 커 보이도록 등을 똑바로 펴서 척추가 좀더 직선에 가까워지게 만들면
고개는 숙여지고, 머리는 뒤쪽으로 이동되고, 가슴이 앞으로 나오고, 배는 들어가고, 골반부가 앞으로 나오게 됩니다.
이를 건프라에 적용하자면, 일단 등을 똑바로 세운 포즈니까 허리는 앞이나 뒤로 꺾지 않은 중립 상태로 둡니다.
대신에 몸통 주위에 붙은 사지의 관절들을 최대한 이용하여 척추를 편 상태의 흉내를 낼 수 있을 텐데요.
가슴이 앞으로 나오는 것은 위 사진처럼 어깨와 목을 뒤로 밀어줌으로써 흉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대를 위협할 때 어깨는 위로 올려야 한다고 했으니 어깨는 후상방 대각선 방향으로 밀어줍니다.
그리고 고관절부에서 다리를 뒤쪽으로 살짝 밀어 골반부를 앞으로 내민 상태를 만듭니다.
그리고 턱은 당기고 얼굴을 숙여줍니다.
위에서 얘기한 대로 사람은 평상시에 C자형으로 뒤로 휘어 있는 경추를 펴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숙여집니다.
또 긴 목은 여성적이니까 고개를 숙여 목이 짧아보이게 함으로써 좀더 남성적으로 보이는 효과도 있겠고요.
결국 머리는 뒤로 밀면서 고개는 숙이라는 얘긴데,
목 위아래 두 부분에 관절이 있는 건프라에서는 아래 오른쪽 사진처럼 목 아래 관절은 뒤로, 목 위 관절은 앞으로 꺾어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건프라를 찍으실 때 아래 왼쪽 사진처럼 목 위아래 관절 모두를 앞으로 구부리시는데요.
이것은 척추를 쫙 펴는 자세와는 좀 거리가 있고, 개인적인 느낌은 왠지 비굴하게 고개를 숙인 것처럼 보입니다.
반면에 오른쪽 사진은 뭔가 건방지게 내려다 보는 느낌이랄까요^^?
<이해를 돕기 위해 머리, 목, 몸통의 중심선을 파란 점선으로 나타냈습니다. 이해가 가시나요?>
그리고 어깨 전체를 후상방으로 꺾어주면 팔은 자연히 기본자세보다 좀더 벌어지는 형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