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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3. 7. 00:18

PG GAT-X105+AQM/E-YM1 퍼펙트 스트라이크 건담 리뷰

한 마디로 평가하자면 '2% 부족한 건프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퍼펙트 그레이드 (PG) 퍼펙트 스트라이크 건담으로 그 명칭 안에 퍼펙트라는 단어가 두 번이나 나옴에도 불구하고, 그 품질은 영 퍼펙트와는 거리가 머네요.
그래도 치명적인 결함은 없고 원판인 PG 스트라이크가 워낙에 명품 킷이다 보니, 기본기는 갖추고 있는 제품입니다.

PG 1/60 퍼펙트 스트라이크 건담은 2004년 발매된 PG 스트라이크 건담과 2005년 발매된 PG 스카이그래스퍼 + 엘 스트라이커 팩 이후 무려 15년 만에 엘/소드/런처 스트라이커 팩을 한꺼번에 장착할 수 있는 멀티 어설트 스트라이커 팩을 스트라이크 건담에 합본해서 발매한 킷입니다.
또 한 가지, 15년 묵은 PG 스트라이크 소체를 그대로 우려먹기에는 미안했는지 소체 장갑 곳곳에 디테일도 추가됐습니다.

 

그런데 저 두 가지 추가 요소 모두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1. 소드/런처 스트라이커 팩

 

이번에 새로 추가된 소드 스트라이커 팩과 런처 스트라이커 팩의 기본적인 프로포션과 조형 디자인은 꽤 좋습니다.
1/100 MG의 확대복사 수준이었던 전작 PG 더블오 세븐소드/G의 무장과는 달리 PG 퍼펙트 스트라이크의 멀티 어설트 스트라이커 팩은 MG와도, 1/144 RG와도 다른 PG만의 설계와 형태로 구성돼 있습니다. 디자인도 잘 빠졌고, 크기가 크기이니 만큼 포스 뿜뿜입니다.

 

그렇지만 골다공증, 색 미분할, 접합선 노출 등 이전 PG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무성의한 부분들이 속속 눈에 띕니다.

 

위 사진에서 보조 손잡이 옆의 홈은 마치 오른손을 고정하기 위한 홈처럼 생겼지만, 실은 순수한 골다공증입니다. 손바닥에 있는 고정 핀을 끼우기에는 홈이 좁습니다.

 

위 사진은 슈베르트 게베어(Schwert Gewehr, 칼)의 백팩 장착 부품인데, 정말 아무런 몰드나 디테일이 없는 뻥 뚫린 파이프라 심히 당황스럽습니다. 제가 조립을 제대로 한 건지 의심스러워서 설명서를 몇 번이나 확인했습니다.

 

소드/런처 팩은 표면의 패널 라인과 몰드가 오밀조밀 많이 들어있어서 디테일의 밀도가 높은 것은 좋지만, 대부분 통짜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어 색분할이 부족한 편입니다. "여기는 부품 분할이 확실히 잘못됐다"라고 콕 찝어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으나, 몰드로만 되어있는 수많은 덕트들을 보고 있으면 "부품 분할 좀 해 주면 좋았을 텐데" 싶은 생각이 듭니다.

 

고정성에 문제가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런처 팩의 어깨 개틀링포는 길이가 연장되는데요. 사진의 1-2번 부품과 3-4번 부품끼리는 서로 고정되어 있고 2번과 3번 부품이 서로 슬라이드되면서 길이가 연장되는 기믹인데, 1-2번과 3-4번 간의 결합력이 2-3번 부품 간의 마찰력보다 약해서 연장할 때마다 자꾸 빠집니다. 그냥 접착해버리는 게 속 편할 듯.

 

아무튼 소드/런처 팩은 밀도감과 퀄리티 면에서 오밀조밀한 본체와는 비교 대상조차 못 되고 나름 내부 프레임까지 구현된 엘 팩보다 한 수 아래로 보입니다.

엘(Aile, 날개) 팩은 소드/런처 팩 동시 장착을 위해 2005년판 대비 앞뒤로 길어지고 날개 부착 위치도 후퇴됐습니다. 퍼펙트 스트라이크가 아닌 엘 스트라이크로 전시하려고 하면 날개가 너무 뒤쪽에 있고 휑한 중간 부위의 뻥 뚫린 소드/런처 팩 장착 구멍 때문에 어색합니다.

 

MG 1/100 스트라이크 리마스터 버전의 엘 팩은 소드/런처 장비 시에는 길어지지만 평상시에는 컴팩트하게 줄어들고 구멍도 가려지는 식으로 가동되는데, 훨씬 더 비싼 PG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배려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다만 2005년판 엘 스트라이커 팩 부품도 동봉되어 있으니 완벽한 엘 팩을 굳이 원하신다면 분해 후 기존 부품들로 재조립하시면 됩니다.

스트라이크 본체는 이 모든 짐들을 다 들고도 꼿꼿이 잘 설 수 있는 지지력과 고정성이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풀 장착하고 직립시키기엔 15년 전 설계의 폴리캡 관절들이, 특히 발목과 골반 쪽이 불안불안합니다. 그리고 아직은 조립 직후라서 튼튼한 편이지만 폴리캡이 노후되면 어떨지 모르겠고요.
그나마 무기를 손에 들면 앞뒤 무게 균형이 잡혀서 괜찮지만 무기를 전부 등에 짊어질 경우 직립이 꽤 힘듭니다. 다리를 뒤로 쭉 빼고 배를 내민 배사장 포즈를 피할 수 없고, 그렇게 한다 해도 상당히 불안정합니다.

 

아무래도 역시 바닥에 세우는 것보다는 스탠드 위에 올려놓는 게 안전하겠습니다. 그런데 스탠드도 아래 사진의 저 부품이 고정력이 약해서 자꾸 빠집니다. 자칫 잘못하면 스트라이크가 뒤로 훌러덩 넘어갈 수 있으니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저 부품을 받침대에 접착해버리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2. 본체 디테일 업 장갑

PG 스트라이크의 조각조각 분할되고 입체적으로 굴곡진 장갑은 15년 전은 물론이고 지금 다시 봐도 여전히 세련된 디자인입니다만, 현세대의 제품들과 비교하자면 패널 라인 등의 디테일이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죠. 반다이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곳곳에 좀더 디테일이 추가된 장갑으로 교체를 해줬습니다. 그런데 그 디테일이 좀 뭐랄까, 디자인 센스가 약간 호불호가 갈릴 듯합니다.

 

디테일 추가 부위에 번쩍번쩍한 금속 코팅 부품들을 많이 썼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장갑에 금속 재질이 드러나는 건 별로 안 좋아하고요. 무엇보다 금속 코팅 부품들이 언더게이트 사출이 아니라서 게이트 자국들이 훤히 보입니다.

 

반다이는 4200엔짜리 RG 1/144 뉴건담에는 언더게이트를 그렇게 정성스레 때려박아서 뽑아놓고, 6배 비싼 PG를 이렇게 푸대접해도 되는 건가요?

그리고 변경된 종아리 부품이 디테일 밀도는 높아진 반면에 형태가 뚠뚠해져서 PG 스트라이크 특유의 날렵한 프로포션을 잃었습니다. MG 스트라이크도 구판에서 리마스터 버전으로 넘어갈 때 종아리가 뚱뚱해지더니 PG에서도 그렇게 했네요.
뚱뚱한 종아리가 트렌드인지는 몰라도 저는 날렵한 느낌이 좋아서 디테일을 포기하고 예전 부품으로 다시 되돌려 놓기로 했습니다.

 

변경된 디테일 업 장갑
기존 구판 종아리 장갑

PG 퍼펙트 스트라이크에는 예전 구판 외장 부품들도 그대로 다 들어있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한 건데요. 기존의 D러너(x2) 같은 경우 전체 부품 13x2개 중에 작은 부품 3x2개만 쓰고 나머지 20개가 정크로 버려지도록 러너 운영이 방만하게 되어 있습니다. 만약 반다이에서 D 러너의 기존 부품 3x2개마저 새 러너에 옮겨 찍고 D 러너를 아예 안 넣어줬다면 종아리를 제 취향에 맞게 바꾸지 못해서 꽤 곤란했을지도 모릅니다.

 

어찌 보면 이게 사용자들 입맛에 맞게 외장 부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준 반다이 나름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생각되기도 합니다(배려는 개뿔, 금형 제작비를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이렇게 했을 가능성이 90%쯤 될 겁니다).

그리고 기존 PG 스트라이크 이마의 흰색 안테나(뿔)는 GP02나 어비스 건담의 것처럼 중간이 잘록하고 끝부분이 볼록한 형태였는데요. 설정화와 다르게 생긴 족보 없는 디자인인 데다가 중간 부분이 얇은 구조적 문제로 잘 부러지기까지 했었죠. 아마도 그런 이유로 PG 퍼펙트 스트라이크에서는 좀더 두껍고, 끝으로 갈수록 뾰족해지는 일반적인 뿔 디자인으로 회귀한 것 같습니다.

 

변경된 이마 안테나
기존 구판 이마 안테나

하지만 저는 100% 개인 취향으로 구판의 GP02 스타일 뿔이 더 마음에 들어서 원래 걸로 바꿔주기로 했습니다. 일단 예전 뿔을 달아서 전시하다가 혹시라도 사고로 부러지면 새 뿔로 교체해주면 되겠죠.

3. 부품 구성 문제

대단한 문제는 아닐 수도 있으나 부품 구성 면에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꽤 있습니다.
슈베르트 게베어(칼)와 아그니(대포)를 잘 지지해주는 고정손들을 추가해준 건 고맙지만 손등 부품은 안 추가해줘서 기존 손등을 뽑아내야 합니다.

 

바로 전 PG였던 더블오 세븐 소드/G의 경우 칼 잡는 고정손용 손등 부품은 당연히 추가로 들어있었고, 사실 이딴 손등 부품 공유는 2천엔짜리 HG에서도 잘 안 하는 짓거리인데 PG 중에서도 최고가에 가까운 2.5만엔짜리 제품에다가 버젓이 해놨네요.
그뿐 아니라 소드 팩의 판처 아이젠(Panzer Eisen, 로켓 앵커)을 팔에 장비하려면 실드의 연결 부품을 뽑아써야 합니다. 실드는 안 쓸 때 스탠드에 꼽아놓으라고 설명서에 나와 있지만 정작 접속 부품이 없어져서 못 끼우고요.

 

그리고 또 하나 아쉬운 것은 스카이그래스퍼(스트라이커 팩 실어나르는 비행기)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PG 스트라이크 루즈에는 넣어줬으면서 퍼펙트 스트라이크에선 왜 굳이 뺐나 싶네요. 러너 2개(+폴리캡)만 더 넣어주면 되는데 치사합니다. 뭐 사실 넣어줬다 해도 저는 안 만들었을 것 같지만요ㅋㅋ

그리고 원래 PG 스트라이크에 들어있던 거대한 대함도인 그랜드 슬램도 빠져 있습니다. 그랜드 슬램은 사실 원작 설정엔 없고 건프라 홍보 영상이라 할 수 있는 Gundam Evolve에만 등장한 무기라서 계속 넣어줄 명분이 없긴 합니다. 슈베르트 게베어와 그랜드 슬램으로 쌍칼 이도류를 갖춰주려고 하셨던 분은 좀 아쉬울 수도 있겠습니다.

4. 가성비

PG 퍼펙트 스트라이크의 정가는 25,000엔(소비세 제외)인데요. 러너 수와 금속 코팅 부품을 고려하면 적절한 가격이라고 생각되지만, 정크 부품이 많은 관계로 가격 대비 최종 완성 결과물의 볼륨은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가격을 분석해보자면 2004년 발매된 PG 스트라이크의 정가가 14,000엔이었고요. 작년말에 웹한정으로 PG 엘/소드/런처의 멀티 어설트 스트라이커 팩을 따로 팔았는데 이게 8000엔입니다. PG 퍼펙트 스트라이크는 저 둘의 합보다 3000엔 비싼데, 이 차액 만큼이 디테일 업 외장부품들의 가격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기존 PG 스트라이크를 갖고 계시고, 걔가 아직도 관절 폴리캡이 짱짱하고, 이번에 추가된 외장 디테일이 별로 마음에 안 드신다면 저렴하게 PG 퍼펙트 스트라이크를 장만하실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웹한정판 'PG 1/60 스트라이크 건담 용 퍼펙트 스트라이크 건담 확장 파츠'를 구입하셔서 기존 스트라이크에 달아주시는 겁니다. 이미 작년 11월말에 클럽G에서 96,000원으로 예약은 끝났지만, 3월 중에 물건이 풀리고 나면 중고나X 같은 곳에서도 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반면 위 경우에 해당 안 되시는 분, 특히 기존 PG 스트라이크를 안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퍼펙트 스트라이크 합본 팩'과 '구판 스트라이크 + 한정판 퍼펙트 스트라이크 확장 파츠'의 두 가지 구매 옵션이 있을 수 있는데요. 전자에는 추가 디테일업 장갑 부품들이 들어가고, 후자에는 그랜드 슬램이 포함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합본으로 된 일반판 PG 퍼펙트 스트라이크를 추천 드립니다. 일반판 합본팩에 포함된 디테일 업 장갑은 호불호가 갈리니 어쩌니 해도 15년 전 디자인보다는 확실히 신상 느낌이 납니다. 예전 장갑 부품도 그대로 들어있으니 저처럼 새 부품 중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다면 예전 부품으로 조립할 수 있는 선택권도 있고요. 또한 일반판 건프라는 인터넷에서 정가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웹한정 PG 퍼펙트 스트라이커 확장 파츠는 96,000원 정가로만 팔았고, 만에하나 한정판 프리미엄이라도 붙는다면 더 비싸질 겁니다. 구판 PG 스트라이크 + 한정판 스트라이커 팩 조합이 가격표 상으로는 3천엔 더 싸지만 한국에서 실구매가 차이는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 됩니다.
거의 같은 값이라면 족보도 약한 그랜드 슬램보다는 신상 느낌 디테일업이 더 낫지 않을까요?

 

결론

다 써놓고 보니 너무 단점 위주로만 부정적으로 쓴 것 같은데요. 제가 애초에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결점들만 부각돼 보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전체적으로 보면 프로포션도 아주 준수하고 15년 묵은 우려먹기 치고는 옛날 티도 별로 안 나고요. 가동성은 원판부터 훌륭하다고 소문난 제품이었고, 고정성도 괜찮아서 저런 잡다한 무장들을 다 달고도 떨어지거나 빠지는 부품 없이 포징을 잘 할 수 있습니다.
위에 얘기한 단점들도 '완전 실망인', '산 게 후회되는' 수준의 치명적 문제점이라기보다는 '아쉬운', '옥에 티' 수준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킷 자체는 종합적으로 괜찮은 제품으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구멍을 뻥뻥 뚫어놓는다든지, 과거 제품보다도 퇴보한 것 같은 부분이 눈에 띄는 것을 보면 건프라 최고의 플래그쉽인 퍼펙트 그레이드의 쇠퇴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최근 PG 라인업을 보면 완전 신규 제품의 발매 주기는 점점 더 길어지고 있고, 우려 먹기 재활용 제품들만 연달아 나오고 있죠.

모쪼록 퍼펙트 스트라이크가 많이 팔려서 그 이익금으로 외계 기술을 갈아넣은 완전 신금형 차기 PG를 개발해주면 좋겠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