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책 요약'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1.04.05 경제심리학 - 지름신과 행복하게 공존하는 법 2
  2. 2010.04.09 경제위기, 고령화 사회의 '지키는 재테크' - 마법의 돈관리 2
  3. 2010.04.06 스틱!(Made to Stick) - 1초 만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에 숨겨진 6가지 법칙 3
  4. 2010.03.14 위험한 심리학 - 송형석 저
2011. 4. 5. 09:37

경제심리학 - 지름신과 행복하게 공존하는 법

우리나라에서 출간되는 번역서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이 책도 원제나 책 내용보다는 '얼마나 잘 팔릴 것 같냐'는 마케팅적 관점에서 한글 제목을 붙인 듯합니다.
'경제'와 '심리학' 모두 요즘 인기있는 키워드잖아요?
그렇지만 이 책은 경제심리학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학'으로 끝나는 제목을 붙일 만큼 전반적인 분야를 커버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경제학에서는 모든 이론의 기반에 '인간은 항상 경제적으로 최선의 선택을 하는 합리적인 존재'라는 가정이 있지만,
본인이나 주위를 둘러보면 알 수 있듯이 실제 인간은 비이성적이고 완벽하지 않은 존재입니다.
이 책은 이러한 인간의 합리적이지 못한 부분을 어떻게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을 다룬 책입니다.
원제인 'The Upside of Irrationality(비합리성의 긍정적인 면)'는 책 내용을 잘 설명해 주고 있죠.

지름신과의 동행

이 포스트의 제목에 있는 '지름신과 행복하게 공존하는 법'이란 것은 책의 부제가 아니고(진짜 부제는 '경제는 감정으로 움직인다'),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 책의 6장 '적응력과 행복의 비밀' 부분을 저 나름대로 해석한 것입니다.

인간이나 동물은 적응력이 매우 뛰어나죠.
그래서 로또에 당첨된 사람이나 사고로 큰 장애를 갖게 된 사람도 처음에 그 사건을 당했을 때는 엄청난 행복감이나 불행을 느끼지만,
시간이 얼마 흐르고 나면 그 상황에 완전히 적응 돼버려서 행복지수가 일반인들과 별반 차이 없는 상태에 다다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행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이런 우리 몸(두뇌)의 몹쓸 적응력을 다음과 같이 이용하면 됩니다.
"우리 자신이 행복에 잘 적응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며, 불행에는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적응을 방해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행복한 시간 중간중간에 행복을 조금씩 쉬는 겁니다.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모든 불행을 한꺼번에, 급격하게 겪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현대 사회에서 행복의 원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소비', 즉 '지름'에 적용시켜 보죠.
지르기 전의 기대감에서 행복을 얻든, 지름 행위 자체에서 얻든, 지름의 결과물을 사용함으로써 얻든 간에 지름은 행복의 원천입니다.
이런 지름의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원하는 것들을 동시적으로 한꺼번에 확 질러버리는 것보다는
첫번째 작은 지름에 적응되어 쾌감이 잦아들 때쯤 다시 조금 지르고, 두번째 지름에 적응되려 할 때쯤 또 지르는 식으로
조금씩 지속적으로 쉬어가며 지르는 것이 좋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시면 쉬엄쉬엄 질러주는 편이 한꺼번에 지르는 것보다 지름을 통한 행복의 총합이 더 크고 오래간다는 것을 아실 수 있습니다.


건프라에 비유하자면 전세계 모든 레진 킷과 인젝션 킷을 단 한번에 질러버리는 로또 당첨 모델러보다,
매달 나오는 HG 신제품을 손꼽아 기다려 가며 하나씩 하나씩 사는 서민 취미가가 건프라로 인한 쾌감의 총합은 더 크다는 거죠.
그러니까 한번에 팍팍 질러서 재력을 자랑하고픈 욕망이나 고액 결제시 배송료 면제 혜택 같은 것에 현혹되지 말고,
쉬엄쉬엄, 꾸준히, 참아가며, 조금씩 질러가는 것이 지름신과 행복하게 공존하면서도 패가망신을 피할 수 있는 비결입니다.

반대로 불행의 경우 모든 불행을 한꺼번에 겪어버리는 것이 고통의 총량을 줄이는 데 좋습니다.
예를 들어 경제적 타격을 크게 입었을 때 집을 단계적으로 줄여가고, 자동차와 가구 등도 쉬엄쉬엄 하나둘씩 팔아 없애는 것은
상실감에 적응될 때쯤 또다른 상실의 고통이 닥쳐오는 상황이 지속돼서 정신적으로 장기간 힘듭니다.
그냥 과감하게 한번에 사글세 쪽방으로 옮기면서 차와 가구도 한꺼번에 처분하는 편이 처음엔 많이 고통스러울지라도 단기간에 적응이 되죠.

담배나 술을 끊는 것도 단번에 완전히 끊어버리는 게 적응하기 쉬운 겁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지속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보다 일시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쪽에 돈을 쓰는 편이 만족감의 총량이 크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내구재인 소파의 교체와 일시적인 스쿠버다이빙 여행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스쿠버다이빙이 낫다는 거죠.
스쿠버다이빙 여행의 경험은 쉽게 적응이 안 되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겠지만, 소파의 만족감은 적응에 의해 약화되기 때문입니다.


다른 장들의 내용에 대해서도 아래와 같이 요약해봤습니다.
제가 보기에 별로 재미 없고 도움이 안 되는 장 같은 경우 생략했고요.

2장 일한다는 것의 의미
노동이란 경제학에서 말하듯이 '사람들이 최대한 피하려 하거나 돈벌이를 위해 마지 못해 하는 행위' 이상의 무엇입니다.
'내가 하는 일이 인류에게 이러이러하게 공헌한다'는 거창한 생각뿐만 아니라
일을 통한 작은 성취감, 몰입에서 얻어지는 작은 만족감 등이 일에 대한 동기를 부여합니다.
반면에 나의 일이 쓸모없어진다든가 그 결과물이 폐기될 경우, 그리고 지나치게 고도로 분업화된 일은 근로의욕을 크게 저하시킨다고 합니다.

3장 IKEA 효과
사람은 자신의 노력이 들어간 물건을 과대평가하기 마련입니다.
이것이 완제품이 아닌 노력이 필요한 IKEA의 반제품 가구가 잘 팔리고, 반다이의 조립식 건프라가 잘 팔리는 이유입니다.
이 IKEA 효과에 대해 좀더 자세히 실험해본 결과 다음과 같은 사항이 밝혀졌다고 합니다.

1. 어떤 대상에 대해 더 많은 노력을 투입할수록 그 대상에 대해 더 큰 애착을 갖습니다.
2. 아무리 많은 노력을 들였더라도 완성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그리 애착을 갖지 못합니다.
3. 우리는 자신이 만든 것들에 대해 진심으로 더 높은 가치를 매기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높게 평가하기를 기대합니다.

반다이 MG(마스터 그레이드) 건프라가 바로 1번과 2번의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립이 복잡해서 꽤 노력이 필요하지만, 색분할이 잘 되어 있고 부품도 딱딱 잘 맞기 때문에 누구든지 완성할 수 있습니다.
스케일 모형들이 건프라보다 인기가 적은 이유는 조립은 더 편하지만 완성하려면 필수적으로 도색을 해야 된다는 넘기 힘든 벽 때문 아닐까요?
그리고 3번 효과를 감안하시고, 내 작품의 객관적인 가치는 내 생각보다 (어쩌면 상당히) 낮다는 사실을 인지하시기 바랍니다.
적어도 옆자리 사람에게 자기 아이들 사진을 계속 보여주며 "귀엽죠? 귀엽죠?"하고 고문하는 사람이 되진 마시길...

4장 NIH 신드롬
IKEA 효과의 '아이디어 버전'입니다.
NIH(not invented here) 신드롬이란 자신이 만들어내지 않은 아이디어는 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인데, 누구나 갖고 있습니다.
자신에게도 NIH 성향이 있다는 것을 항상 숙지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사고를 하시기 바랍니다.
NIH 성향이 강한 사람을 설득할 땐 직접 말하는 것보다는 힌트를 줘서 그 사람 본인이 생각해낸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꼼수가 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단어의 나열을 제시하고 그것으로 문장을 만들게 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그것이 자기가 생각해낸 문장이라고 착각한다고 합니다.

5장 복수의 정당화
피해나 배신을 당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복수를 합니다.
인간의 복수심이라는 본능은 '사회적 동물'로의 진화 과정에서 배신에 대한 억제력으로 작용해왔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복수를 해봤자 자기에게 전혀 득 될 것이 없는 상황에서도 비경제적인 복수를 행하기 마련입니다.
복수의 비합리적인 면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 한다'는 속담이 말해주듯이, 복수의 대상이 본인에게 피해를 준 사람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진심이 들어간) 상대방의 사과 한 마디만으로도 복수심은 많이 누그러뜨릴 수 있습니다.

복수심과 분노를 무조건 참는 것은 정신건강 상 안 좋겠습니다만,
상해, 기물파손, 화풀이 같은 파괴적인 방법보다는 복수심을 자기 발전을 기회로 삼는 건설적인 방법이나 '소심한 복수' 등으로 풀기 바랍니다.
그리고 정치판처럼 속임수와 발뺌이 생존에 필수적인 업종이 아니라면, 상대방에게 복수심을 일으킬만한 일을 했을 때는 사과하도록 합시다.

7장 외모와 연애의 상관관계
이 장에서 다룬 내용은 누구나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얘기일 겁니다.

1. 외모의 우열을 평가하는 기준은 모든 사람들이 거의 동일합니다.
2. 외모가 부족한 사람들은 외모 이외의 다른 특성들을 중요하게 여기는 방식으로 현실에 적응합니다.
3.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이성의 외모를 더 따지며, 자신보다 월등한 외모의 이성에게 대쉬할 확률도 높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성을 볼 때 가장 외모를 중시하는 족속은 '꽃미남'이란 겁니다.
꽃미남 좋아하시는 여성분들은 명심하시길^^

8장 시장이 실패할 때
현대사회에선 산업화와 유통혁명을 통해 물건들을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상품들의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지만...
연애 시장은 아직도 낙후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공부하랴, 일하랴 바빠서 연애 상대를 찾기 힘들어하고 있지만 상품시장처럼 구조화되고 효율적이고 안전한 쇼핑은 불가능합니다.
연애라는 것은 데이트처럼 상대방과의 경험 공유를 통해 알아가는 '경험재'임에도 불구하고
'결혼해 듀X'로 대표되는 온라인 미팅 사이트에서는 정량적이고 검색 가능한 키, 재산, 학력 같은 정보만 알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으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연애 사업을 시작한다면 대박 아이템이 될 수도 있을 듯...

9장 동정심의 진화
사람들의 동정심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근접성, 생생함, 의미인식의 세가지가 필요합니다.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한 소녀의 사진을 보여주고(근접성) 딱한 생활고 이야기를 들려주면서(생생함),
천원이면 이 소녀의 하루 식사가 해결된다(의미인식)는 식으로 얘기하면 동정심이 동해서 흔쾌히 천원을 기부할 사람은 많겠지만...
에이즈로 죽어가는 수천만명의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라고 해봤자 그들에 대해서는 근접성과 생생함 없이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데다가,
내가 돈을 기부한다고 죽어가는 에이즈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의미인식도 없기 때문에 기부하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때는 근접성, 생생함, 의미인식을 강조하시고,
반대로 사람을 계산적으로 만드는 통계 숫자나 그래프 같은 것은 제시하지 마시길...

10장 일시적인 감정의 후유증
사람들은 분노 같은 일시적인 감정에 휘말려 충동적으로 행동할 때가 있습니다.
평정심 상태에서는 하지 않을 법한 행동들을 하죠.
문제는 그런 행동들이 우리의 장기적 의사결정, 더 나아가 습관이나 성격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기분이 나쁜 상태로 회의실에 들어갔더니 팀원들끼리 자유롭게 잡담하는 것이 시끄럽게 느껴지더란 말이죠.
그래서 "회의 시간엔 조용히 하라"고 팀원들에게 일장연설을 했다고 합시다.
그러면 기분이 나아진 다음에도 이 사람은 향후 회의에서 지속적으로 자유로운 잡담을 금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현상을 저자는 '자기무리짓기(self-herding)'이라고 이름지었는데요.
어떤 의사결정과 행동을 할 때 자신이 과거에 했던 유사한 행동을 따라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사회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의 일종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것은 행동과 생각 사이에 불일치가 생길 경우 자신이 행한 행동에 맞춰 생각을 바꾸는 인간의 심리적 경향입니다.

아무튼 뜻하지 않는 방향으로 성격이 바뀌고 싶지 않다면,
감정에 휘둘린 상태에서는 의사결정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2010. 4. 9. 10:42

경제위기, 고령화 사회의 '지키는 재테크' - 마법의 돈관리


때는 바야흐로 2010년, 벤처 투자 붐도, 부동산 급등기도 다 지나가고,
이제는 본격적인 불황, 불경기의 시대인 것 같습니다.
지난 10여년 간은 부자아빠 열풍을 비롯해서 주식, 부동산, 경매 등 수많은 공격적인 투자 서적들이 쏟아져나왔는데요.
요즘처럼 경제위기, 고령화가 문제시 되는 시대에는
공격적인 투자보다 '지키는', '방어적인' 투자 방법론의 중요성이 한층 더 커진 것 같습니다.

로또를 맞더라도 돈 관리를 잘 못해서 제대로 지키지를 못하면 몇 년 내로 다 날려 버리듯이
관리하고 지키는 것이 버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고 어렵습니다.

그런 '지키는 재테크' 관련 서적 중에 단연 눈에 띄는 책이 바로 이 '마법의 돈관리'라는 책입니다.
원론적인 면에서는 지금까지 나왔던 수많은 책들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그런 모든 내용을 통합/정리해서 수입 자동 배분 시스템을 통한 5대자산 관리 라는 개념을 제시하는 것이 이 책의 특장점입니다.
결국 이 책이 말하려는 포인트가 바로 이 5대자산별 관리법이고 다른 내용들은 부수적인 요소에 불과합니다.

책 내용은 1. 돈 관리의 원리, 2. 5대자산별 관리법, 3. 투자 어드바이스, 4. 빚 갚기 전략의 대략 4가지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부분 별로 간략히 요점을 정리해 보도록 하지요.
 
1. 돈관리의 원리

  • 수입의 원리 - 돈 관리의 첫 출발이자 지속적인 부의 성장을 위한 기본 축은 생업에서 발생하는 '수입'이 되어야 합니다.
    수입을 소중히 여기고 재테크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자기 계발을 통해 생업에서의 선순환의 흐름을 타야 합니다.
  • 복리의 원리 - 이자 수익을 원금에 붙여 재투자 한다면 그 어떤 투자수단도 복리효과를 냅니다. 복리의 효과는 수익률이 클수록, 장기간일수록 강력합니다. 예를 들어 연복리 10%라면 30년 후에는 17배가 됩니다.
  • 기회비용의 원리 - 마찬가지로 빚도 복리 효과에 의해 이자율이 높을수록, 장기간일수록 개인 재정에 큰 타격을 입힙니다. 지갑 안의 돈은 한 번밖에 쓸 수 없습니다. 복리 자산을 키울 것입니까? 역복리에 파묻혀 평생 빚의 노예로 살 것입니까?
  • 꿈의 원리 - '돈이야 무조건 많으면 좋은 거지' 이런 태도보다 꿈을 돈과 연결하는 편이 훌륭한 재정상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집, 세계여행, 자녀유학, 재정적 자유... 등등의 꿈은 재산 증식의 목표와 동기부여가 됩니다.
  • 필요와 소망의 균형 원리 - 필요한 지출, 재정의 안정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투자가 적합하고, 재정적 자유라는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투자가 적합합니다. 젊고 돈이 많을 때는 소망에 중점을, 중년을 넘어서는 필요에 관심을 두고 관리해야 합니다.
  • 순자산 관리의 원리 - 개인 대차대조표와 현금흐름표를 매월 단위로 업데이트하고, 매년 가계 예산을 계획합니다. 부자지수 = (순자산 x 10 / 나이 / 세전 연수입) 은 재정 성적표 같은 것입니다. 1이 안 된다면 상태가 안 좋은 것, 2 이상이면 우수한 돈 관리라 할 수 있습니다.


2. 5대 자산 별 관리

돈 관리의 핵심은 당신의 수입을 평생 동안 꾸준히 목적대로 배분하여 투자하는 것입니다.
수입의 50% 이상은 따로 떼어 5가지 다른 목적의 5대 핵심자산에 투자하고, 남는 돈 중에서 소비해야 합니다.
즉, '선저축 후지출' 원칙을 지켜야 하고, 수입이 들어오자마자 자동적으로 5대 자산으로 배분되도록 하는 자동 시스템이나 습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5대 자산은 각각 목적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금융상품, 다른 통장으로 분리해서 따로 관리해야 합니다.
소위 포트폴리오 관리라는 것이죠.


- 예비자산
갑작스런 실직으로 소득이 끊기거나 질병, 사고 등으로 돈이 필요할 경우에 대비해서 유지해야 할 비상/응급 자산입니다.
최우선으로 마련해야 하며, 일단 3~6개월치 생활비 정도가 모이고 나면 더 투자할 필요는 없습니다.
수시 입출금(중요) 가능 상품 중 금리가 높은 CMA 같은 상품이 적당합니다.

- 보장자산
다양한 재해, 질병, 사고로부터 가족 재정을 지키기 위한 보험 자산으로, 보험료 전체 합계가 수입의 5~8% 되도록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장자산은 환급금이 없는 소멸형 보험이 보장 대비 훨씬 싸기 때문에 환급형보다 좋습니다.
그리고 주의할 것은 정액형 보험은 중복 지급이 되지만 실손형 보험은 중복 지급이 안 되므로 여러 개 들어봐야 소용 없다는 것입니다.

보장 자산 중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실손형 민영 의료보험입니다.
그리고 암, 뇌졸중, 급성 심근경색의 중요질병에 대한 보장도 중요한데,
이들 질병에 대한 가족력이 없다면 실손형 의료보험 또는 통합보험에 중요질병 특약으로 보완하시고,
가족력이 있다면 CI보험(보험료는 비싼 반면 지급 조건은 까다롭다)에 가입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합니다.

사망보험은 종신보험보다는 3~4배 저렴한 정기보험으로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종신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종신보험을 해약하지 않고 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는 연장정기보험이나 감액 완납 보험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단 주의해야 할 것은 보험 가입 시 특약 사항들은 연장정기보험으로 전환 시에는 확실히 소멸되며,
감액완납보험으로 전환 시에는 특약 소멸 여부가 보험회사마다 다릅니다.

어린이 보험도 가급적 환급금 없는 것으로 가입하시고요. 실손형 의료, 진단비 특약(암, 백혈병, 조혈모세포 이식수술비), 입원 당일부터 보상, 골절, 화상 진단비 보상, 자녀배상책임 등의 요건을 잘 챙겨서 가입하시기 바랍니다.

자동차 보험은 남을 위한 보험이고, 운전자 보험은 나를 위한 보험입니다.
운전자 보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형사합의 지원금 5000만원이고, 그 다음으로는 방어비용 담보(소송 비용), 면허 정지/취소 위로금 등의 요건을 챙기시면 좋습니다.

- 은퇴자산
한국은 2026년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만큼, 지금의 젊은 세대는 은퇴/노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얼핏 생각하기에 노후에는 소비도 줄어들 것 같지만, 지금은 젊기 때문에 간과하고 있는 의료비와 간호비가 늘어납니다.
전체 수입 중 은퇴를 대비한 은퇴저축률은 (나이 - 15)%만큼 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은퇴자산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현금흐름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수십억 짜리 토지를 갖고 있더라도 매달 충분한 돈이 나올 구석이 없다면 노후는 불편한 것입니다.
종신지급형 연금, 수익형 부동산 등의 방법으로 가급적 은퇴전 수입의 70%를 지속적으로 받는 것을 현금흐름의 목표로 합시다.

현재까지 발표된 계획이 추가로 바뀌지만 않는다면 국민연금이야말로 최고의 연금 상품입니다.
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퇴직금을 연금 형태로 지급)을 합하면 대략 은퇴전 수입의 35% 정도는 될 것으로 보입니다.
나머지 35%는 세제적격연금저축이나 연금보험, 또는 중기 운용 상품 투자를 통해 마련해야 합니다.

종신지급형 연금보험은 일찍 가입할수록 유리합니다.
물론 복리의 효과도 있고, 연금보험은 계약 시의 평균 수명에 맞춰 수령액을 정하는데 평균 수명이 계속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같은 금액을 30년에 맞춰 나눠주는 것과 40년에 맞춰 나눠주는 것은 당연히 30년 쪽이 액수가 많겠죠?

이들 은퇴자산의 투자방식은 젊을 때는 공격적인(주식 비중 높은) 포트폴리오를,
은퇴가 가까워지면 위험이 낮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 집 자산
굳이 피터 린치의 "집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면 주식 투자를 하지 마라."는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집은 내 가족의 보금자리로서의 안정함과 인플레이션 대비 자산 가치 보존의 의미로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한국의 부동산 버블과 주택 매수인구(35~54세) 감소 추세로 볼 때 집값하락 가능성은 높습니다.
'00년대처럼 주택에 올인할 만큼 매력적인 대상은 아닙니다.

적절한 집값은 세후 연봉의 4.6배(모기지 대출 이자율이 9%일 때) ~ 5.8배(대출 이자율이 6%일 때)입니다.
이자 부담 상 DTI(소득 대비 대출상환 비율) 20%, LTV(집값 대비 부채 비율) 40%를 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월소득 400만원, 모기지 대출 이자율 7%라면 1억 5천의 자기 자본에
20년 원리금 균등분할상환 모기지로 1억을 대출 받아 2억 5천짜리 집을 구입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합니다.

- 투자 자산
다른 4가지 자산은 재정의 안정 플랜(우선순위 높음)이라 할 수 있는데, 투자 자산은 재정의 자유 플랜(우선순위 낮음)입니다.
목적(자녀 교육비, 주택대출 조기상환, 주택 확장, 창업, 조기 은퇴, 세계여행)이 명확해야 자산을 제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
단기운용은 예금과 채권이, 장기 운용은 주식형 펀드가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투자 어드바이스

주식형 펀드
저자는 투자 수단 중 주식(형 펀드)을 가장 좋은 것으로 보고 있고(최소한 2015년까지는 좋다고 예상),
전체 투자 자산 중 주식 비중은 (100 - 나이)% 정도로 가져가라고 합니다.

주식은 20% 기간에 전체 수익의 80%가 납니다. 진득하니 기다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반면에 또 다른 20%의 기간에 전체 손실의 80%가 발생한다고도 하지요)
이론적으로 인덱스 펀드가 액티브 펀드보다 수익률이 높아야 하는데,
희한하게도 일부 한국 액티브 펀드의 경우 꾸준히 인덱스 펀드 몇 배의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펀드 선택은 과거 운용 성과가 좋았고, 오랜 기간 운용됐고, 자금규모가 큰(최소 100억 이상) 운용사의 대표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미래에셋 디스커버리 주식형 1호 같은 것이죠.
모르는 펀드는 쳐다보지도 말고, 운용 성과나 나쁜 펀드는 과감히 버리라고 합니다.
펀드 운용비용 면에서는 단기일 경우 후취보수 펀드, 장기일 경우 선취판매수수료 펀드가 낫습니다.

변액보험
선취 수수료가 매우 높은 펀드라고 생각하면 되므로 원하는 금액의 일부만 가입하고, 나머지는 추가납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30만원짜리 변액보험을 가입하지 말고, 15만원짜리 변액보험에 가입해서 15만원을 추가납입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변액보험은 10년 이상 유지하면 소득세가 비과세 되므로 꼭 10년 이상 꾸준히 유지해야 됩니다.
계좌 내에 포함된 하위 펀드 상품들 중에서 이익과 손실이 발생할 경우 서로 상쇄되어 세금이 없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경기 변동

자산 중 주식 비중은 (100 - 나이)%라고 했는데, 이를 중심으로 경기변동에 따라 비중을 ±20% 내에서 조정하라고 합니다.
위 그래프에서 보이듯이 경기는 돌고 도는 것이고, 경기에 따라 더 유리한 상품 비중을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주식 비중을 줄여 예금으로,
경기 하락 진행중에 금리가 내려가기 시작하면 국공채로,
불황국면 근처에서는 주식을 매입하고,
바닥에서 회복국면으로 돌아서면 부동산, 실물 펀드, 하이일드 채권 펀드 등으로 갈아타는 것이죠.

좀 복잡한데 간단히 말하면 경기가 좋으면 금리형 상품 위주로, 나쁘면 주식 같은 공격적 상품 위주로 포트 폴리오 구성을 꾀하라고 합니다.


4. 빚 갚기 전략

1) 빚과 연동된 자산(예금 담보 대출, 자동차 등)을 처분합니다.
2) 미리 지출 예산을 정하고, 집행합니다
   지출을 줄여 예산 범위 내에서만 지출하고, 은퇴자산과 보장자산은 빚 갚는 것보다 우선하여 지출 예산에 포함시킵니다.
3) 70 : 30 원칙으로 빚을 줄이십시오.
  지출하고 남은 여유돈의 70%로 빚을 상환합니다.
  100% 가까이 상환할 경우 지치고 허탈해지며, 긴급 사태에 대한 예비자산이 없어 또 다른 빚을 지게 되는 위험성도 있습니다.


주저리주저리 많이 늘어놓았는데, 결국 핵심은 수입 자동 배분 시스템을 통한 5대자산별 관리, 이게 다입니다.
참으로 외우기 쉽고 구체적인 방법이지요.

제가 이 책의 방법론이 특히 마음에 드는 이유는 제가 상당 부분 이 책에서 말하는 대로 생각하고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마치 저를 칭찬하는 듯한 내용이라서...^^
예비자산은 CMA에 넣어놓고 있었고, 보장성 보험은 환급금 없는 것 위주로 들어놓았고, 연금보험료도 대략 수입의 15%쯤 내고 있습니다.

뭐, 아무튼 30대,40대 분들이라면 꼭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을 다룬 개인 재정관리 관련서로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은 한 때 투자/경영 분야 베스트셀러였지만, 이 저자가 지은 다른 책들은 별 내용도 없고 재미 없다는 평판입니다.
듣자 하니 이 책도 출판사에서 책을 사재기해서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합니다만... 아무튼 내용은 괜찮습니다.
책 고르실 때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2010. 4. 6. 15:57

스틱!(Made to Stick) - 1초 만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에 숨겨진 6가지 법칙


회사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인데, 읽고 나니 너무 내용이 좋아서 소장하려고 구입했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상대방의 뇌리에 스티커처럼 착착 붙는 메시지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선거운동 문구, 프레젠테이션, 광고, 회사의 비전, 신문 기사 등등... 듣는 이의 마음 속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가 필요한 분야는 많죠.
하다 못해 이렇게 블로그나 카페에 올리는 글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끝까지 읽고 싶어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게 글쓴 이의 인지상정입니다.

이 책의 저자들이 발견해 낸 '스티커 메시지'의 특성은 다음의 6가지였습니다.
이 6가지 요소만 갖춰주면 아무리 창의성이나 말재주가 없는 사람이라도 강력하게 전달되는 메시지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1. 단순성(Simple) : 메시지의 핵심을 찾는 원칙
2. 의외성(Unexpected) : 사람들이 메시지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원칙
3. 구체성(Concrete) : 메시지를 이해하고 기억하게 만드는 원칙
4. 신뢰성(Credible) : 메시지에 동의하고 신뢰하게 만드는 원칙
5. 감성(Emotional) : 메시지에 상대방이 마음을 쓰도록 자극하는 원칙
6. 스토리(Stories) : 상대방의 행동을 유발하는 원칙

신기하게도 머릿글자를 따면 SUCCESs(성공)가 됩니다.
6가지 특성에 대해 좀더 설명해보도록 하죠.

단순성

여기서 단순하다는 것은 그냥 긴 메시지를 짧게 요약한다는 것이 아니고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찔러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간결하면서 핵심이 되는 내용은 메시지의 첫 문장(lead)으로 놓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학교신문의 기자에게 다음과 같은 정보가 들어왔다고 칩시다.

'오늘 베벌리 힐즈 고등학교의 교장은 다음주 목요일 전교직원이 새크라멘토에서 열리는 새로운 교수법 세미나에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세미나에는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 시카고 대학 학장,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이 강연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

여기서 lead로 뽑아야 하는 내용은 위 정보의 요약문이 아닙니다.
'다음주 목요일 휴교!'라는 사실이죠.

이렇듯 단순한 메시지는 '간결하면서도 동시에 심오한' 속담과 같은 것입니다.
짧은 메시지 안에 심오하고 다양한 의미를 압축하여 채워 넣는 방법으로는 도식(schema)이라고 해서 이미 존재하는 것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헐리우드에서 어떤 영화를 제작할 때는 제작자, 감독, 작가, 배우 등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해서 엇박자가 나지 않도록
그 영화에 대해 통일된 하이컨셉트(high concept)라는 것을 공유합니다.
예를 들면  SPEED의 하이 컨셉트는 '버스 버전 다이 하드', 에일리언은 '우주선 버전 조스' 이런 식입니다.
다들 다이 하드나 조스가 어떤 영화인지 도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의견 충돌의 여지가 없어지게 되죠.


의외성

관심을 끄는 스티커 메시지는
1) 사람들의 상식, 도식이라는 추측 기제를 충격적이고 반 직관적인 방법으로 깨뜨린 후
2) 새로운 추측 기제를 구축할 수 있게 해줍니다.
 
백화점을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상식적인 '친절한 백화점 점원들'에 대한 추측 기제는
"웃는 얼굴로 대하지만, 살 사람에게만, 물건을 구매하기 전에만 친절하다"는 것일 겁니다.
그렇지만 노드스트롬이 말하는 '친절한 백화점 점원들'은
"다른 백화점에서 구입한 선물도 포장해 주고, 고객의 차에 히터를 틀어놓고 기다려 주고, 노드스트롬에서는 취급하지도 않는 타이어 체인을 환불해달라는 고객에게 환불도 해주는 점원들"로 상식을 깨고 있습니다.

메시지 자체에 이런 상식을 깨는 의외성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인간의 본성을 이용한 '지식의 공백' 활용 방법이 있습니다.
'당신이 아는 것은 이것이다. 자, 그리고 여기 당신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라는 식으로 처음에 지식의 공백을 만들고
추리소설 형식으로 맨 마지막에 그 해답을 제시하면 보통의 사람들은 끝까지 읽게(듣게)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태양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체라 일컬어지는 토성의 고리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각국 과학자들이 궁지에 몰렸다가 단서를 발견하고 추리소설처럼 한꺼풀 한꺼풀 벗겨나가는 식으로 마지막에 밝혀낸다면
비록 그 결론이 단순히 '우주의 먼지로 이루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독자가 충분히 흥미롭게 읽게 만들 수 있습니다.


구체성

이솝 우화의 여우와 신 포도 얘기는 수천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이해하고 기억합니다.
신 포도 얘기의 강점은 '여우'와 '포도'라는 구체적인 사물이 등장하는 것으로,
만약 '실패를 합리화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같은 추상적 단어들로 이루어졌다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것입니다.

추상적인 개념은 메시지를 이해하거나 기억하기 힘들게 만들고, 사람마다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개발도상국 아이들 수백만 명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은 설사병에 의한 탈수증인데,
탈수증에 효과적인 것은 ORS(Oral Rehydration Solution, 경구용 수분보충액)입니다.

UNICEF 사무총장 그랜트 씨는 소금 1스푼과 설탕 6스푼을 섞어 봉지에 넣고 다녔는데, 이것을 물 1리터에 녹이면 간이 ORS가 됩니다.
그랜트 씨는 개발도상국 정상들을 만날 때면 그 봉지를 보여주면서 "차 한 잔 가격도 안 되는 이것이 당신 나라 수천 수백의 어린이 생명을 살린다"는 구체적이면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답니다.
소금, 설탕, 물, 차 한 잔 같은 것들은 다소 추상적으로 보이는 ORS라는 약자에 비해 훨씬 구체적이죠.


* 스티커 메시지의 적 - 지식의 저주
효과적인 메시지를 방해하는 악당 중 가장 악명 높은 것이 지식의 저주입니다.
바로 '다른 사람들 모두 내가 아는 것을 안다'고 착각하는 현상이죠.

사람은 일단 뭔가를 알게 되면 알기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고, 모른다는 느낌을 까먹습니다.
스티커 메시지를 만들기 위해선 배경지식이 전무한 상대방을 상상해야 하고,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에 대해 '왜? 왜? 왜?'하고 질문하고 대답을 찾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인간의 본성 상 뭔가를 아는 사람, 전문가들은 추상적인 언어와 개념을 사용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공통언어는 결국 구체적인 것이니 구체적인 언어를 쓰도록 합시다.


신뢰성

권위자(유명 인사, FDI, 안전보장이사회)의 말이나 실화(폐기종으로 사망한 흡연자 팸 라핀,
위궤양 원인을 밝히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를 직접 마신 배리 마셜)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처럼
'메시지 외적 신뢰성'이 있을 경우는 그것으로 OK입니다.

그런데 이런 메시지 외적 신뢰성의 지원이 없을 경우에도 다음과 같은 '메시지 내적 신뢰성'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1. 세부사항 - 포괄적인 메시지보다 세부사항 묘사가 들어간 메시지가 더 신뢰성 있게 느껴집니다.
2. 통계 - 요즘처럼 통계를 이용한 속임수가 횡행하는 시대에서는 오히려 역효과일 수도 있습니다.
3. 시내트라 테스트(뉴욕에서 성공할 수 있다면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다) - 택배사의 보안성과 안전성을 논할 때 '수능시험지와 답안지를 운송한 택배사'라는 사실은 큰 신뢰성을 주겠죠?
4. 검증가능한 신용(testable credential) - '웬디스에서 여러분은 더 작은 빵과 더 많은 고기를 드실 수 있습니다'라는 광고는 실제로 소비자 스스로가 검증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감성

상대방이 내 메시지를 신경 쓰고 소중히 여기게 하는 방법은 감성에 호소하는 것입니다.
일반론을 내세우기보다는 특정 개인에 감정적인 연합을 느끼게 하고, 상대방의 욕구를 파악하여 동기부여를 시키고, 그들의 정체성을 자극하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마더 테레사의 "대중을 위해서라면 행동하지 않겠지만 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발 벗고 나설 것이다."라는 말처럼
실제로 우리는 대중보다는 특정 개인에게 감정적인 자극을 느끼기 쉽고,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험에 따르면 '아프리카 빈민 실태 통계자료'를 보여주었을 경우와 '말라위 소녀 로키아의 불쌍한 삶 이야기'를 보여주었을 경우
사람들이 내는 성금 금액이 크게 차이가 났다고 합니다.

감성적 자극을 직접 불러일으키는 방법은 상대방에게 주어지는 개인적인 이익을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는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 중 직접적인 하부 단계(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에서 벗어나
위쪽 단계(미적 욕구, 자아실현 욕구, 초월 욕구 등)로 올라가는 것이 좋습니다.
"나는 단순히 병사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들의 사기를 책임지고 있다"라고 자랑스러워하는 이라크 바그다드의 페가서스 군사식당 주인처럼 말이죠.

그리고 그들의 정체성에 호소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텍사스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텍사스를 더럽히지 마시오"라고 말하는 캠페인으로 텍사스인들이 고속도로에 쓰레기를 버리는 빈도가 다른 주보다 반으로 줄어든 예처럼 말입니다.



스토리

메시지가 스토리 형태를 하고 있으면
듣는 이에게 시뮬레이션(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에 대한 지식)과 동시에 영감(행동에 대한 동기)를 주는 작용을 통해 행동을 고취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일례로 샌드위치점 서브웨이의 가장 성공적이었던 광고는
아침저녁으로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고 110kg 감량한 재레드라는 대학생의 스토리였습니다.

그런데 스토리라는 건 스스로 지어내기는 어렵고, 주위에 돌아다니는 스토리 중 좋은 것을 잘 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력한 메시지를 주는 스토리의 플롯은 대체로 다음 3 종류의 플롯 중 하나로 되어 있습니다.

  • 도전 플롯 - 다윗과 골리앗처럼 도전에 직면하지만 장애를 넘어 성공을 성취하는 스토리.
    끈기와 용기, 장애 극복을 격려하므로 새로운 프로젝트 오프닝 등에 적합
  • 관계 플롯 - 선한 사마리아인의 얘기처럼 인종, 계급, 종교, 문화, 민족 같은 간극을 메우는 관계를 발전시키는 이들에 관한 스토리. 파티 연설 등에 적합
  • 창의성 플롯 - 뉴턴의 사과와 만유인력의 법칙, 잉거솔 란트의 개발자들이 테스트 기간을 줄이기 위해 공구를 차에 매달고 달리기한 스토리처럼 듣는 이의 창의력을 불러일으키고 싶을 때 적합


이 정도가 책 내용의 요약입니다.


그런데 돈 주고 구입한 책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의 '개정증보판'이네요. 표지 디자인도 다르고...
내용 면에선 뒤쪽에 부록 비슷하게 6가지 법칙의 실생활 활용법 정도만 추가됐구요,
책 안의 모든 소제목들을 구판의 평이한 번역체에서 낚시성^^ 제목으로 바꿔놨군요.
한 편으로는 재미있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살짝 눈에 거슬리기도 합니다.

가격적으로 구판이 훨씬 싸니깐 구판을 구하실 수 있으면 구판을 사시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2010. 3. 14. 02:07

위험한 심리학 - 송형석 저


갑자기 블로그에 웬 독후감을...^^ 

딱히 책이 감동적이거나 재미있어서가 아니고, 회사 도서관에서 빌린 책인데 돈 주고 사기는 좀 아깝지만
잊어버리지 않도록 어디 적어놓으면 좋을 것 같은 내용들이 있어서
블로그에 메모해두는 것이 이 글의 목적입니다.

우선 이 책의 실제 내용은 제목이나 광고카피에서 바로 연상되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제 경우 '위험한 심리학'이라고 해서 '뭔가 다른 사람의 심리를 간파하고 조종할 수 있는 기술'을 기대했는데(동기가 불순하다는...^^)
실제 내용은 '각종 인격장애의 특징과 대처법'입니다.

로버트 치알디니 씨의 명저 '설득의 심리학(influence)' 같은 '행동주의 심리학' 분야의 책일 줄 알았는데,
사실은 '임상 심리학' 또는 '정신의학' 도서였단 말이죠.
저자가 정신과 의사니까 당연한 거였는데... 그만 광고 카피에 속아서-_- 읽게 되었습니다.
카피쟁이들이 참 대단해요^^

정신의학 쪽은 별로 제 취향은 아니지만
나름 심심풀이로 읽으면 재미 있는 책입니다.

지금까지 사람들을 대하면서 이유를 모르게 유독 껄끄러운 사람들이 몇 있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그런 사람들은 '인격 장애'를 갖고 있는 거였더군요.
책에 나오는 여러가지 인격 장애의 증상과 이들을 상대하는 대처법을 알고 있으면
앞으로는 그런 힘든 사람들을 좀더 지혜롭게 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 되네요.

모든 성격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 저자가 최우선하는 공통적인 대처법은 '가급적 피하라'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예를 들면 직장 상사라든지... 피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 사람들의 경우 차선책으로 아래 표의 내용과 같이 대처하라고 합니다.

분류 명칭 특징 대처법
관심에 목마름 자기애성 인격장애 오만하고 건방지며 과도한 자부심을 가진다.
타인의 느낌이나 요구를 인식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목적달성을 위해 타인을 이용한다.
온화하고 자상하게 자존심을 세워준다.
약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강하고 당당하게 대한다.
연극성 인격장애 자신이 관심 받지 않는 상황을 불편해한다.
유혹적, 자극적 태도로 타인을 대한다.
감정 변화가 심하고 피상적인 표현을 한다.
감정 표현을 잘 받아준다.
관심 없는 척 한다.
경계성 인격 친한 척 하다가 금세 멀어진다.
자신이 버림받는다는 것을 매우 두려워 한다.
기분이 들쭉날쭉하며 충동적이다.
웬만한 실수나 짜증도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원리원칙을 지킨다.
집중력 장애(ADHD) 생각의 주제가 시시각각 바뀌며 4차원적이다.
상대의 말에 집중하지 못하고 동문서답한다.
자신의 관심사 외에는 말을 잘 못한다.
상대방의 비약되는 생각의 맥락을 파악한다.
무시하거나 비웃지 않는다.
반사회성 인격 개념이 안드로메다에 가 있다.
사회규범을 지키려는 생각 자체가 결여되어 있다.
무책임하게 행동하며 자책감이 없다.
극단적 예가 강호순 같은 연쇄살인범이다.
최대한 피한다.
타인에게 무관심 분열성 인격장애 친밀한 관계를 바라지도 즐기지도 않는다.
혼자서 하는 활동을 선택한다.
감정상태가 단조롭고 감정표현이 적다.
상대가 감정 자체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항상 웃으며 편하게 대한다.
분열형 인격장애 괴이하고 신비스러운 생각과 행동을 한다.
망상적일 정도로 사물을 연결시키려고 한다.
의심을 하거나 감정이 부족하다.
막연한 동경심을 갖지 않는다.
무시하거나 비웃지 않는다.
편집성 인격장애 근거 없이 남이 자신에게 해를 입힌다고 의심한다.
사소한 말이나 사건에도 숨은 의도를 의심한다.
오랫동안 원한을 풀지 않는다.
의심 사지 않을만큼 적당히 거리를 유지한다.
원칙을 지키고 관대하게 대한다.
자신을 감추려 함 회피성 인격장애 의미 있는 대인관계를 갖지 못하고 사람을 피한다.
거절당하거나 비판 받는 상황을 두려워한다.
타인에 비해 자신이 열등하다고 생각한다.
조금씩 천천히 접근한다.
'상대의 모든 것을 온전하게 받아들인다'는 느낌으로 대하고, 칭찬을 많이 한다.
강박성 인격 융통성이 없고, 원리원칙을 고집한다.
세세한 부분에 집착하고, 완벽주의적이다.
여가생활 없이 일에 지나치게 헌신한다.
감정 표현을 많이 해서 상대가 감정을 열게 한다.
의존성 인격장애 마마보이, 파파걸
스스로 판단하고 일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타인이 돌봐주고 지지, 칭찬, 책임져 주기를 원한다.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활동적인 일을 맡긴다.
부모를 대체하는 '새 주인'이 되려고 하지 말고,
점차 변화시킨다.
방어적 성격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불리한 얘기는 적극적으로 변명하며 회피하고, 남의 탓을 한다.
상대가 자아상에 대해 불안감이 있음을 이해한다.
적당한 선에서 상대의 문제를 지적한다.
수동공격성 인격 시키면 앞에서는 하겠다고 하고 뒤에서 뺀질댄다.
불평불만이 많고 논쟁적이다.
권위와 기득권 있는 사람을 비난하고 시기한다.
기대를 완전히 버린다.
스스로 자신의 공격본능과 그 대상을 깨닫고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격장애를 가진 이런 사람들에게 올바르게 대처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본인이 저런 인격장애가 있지는 않은지 '너 자신을 알라'하며 체크해 보는 것입니다.

저도 대략 스스로의 성격에 비춰 보니 반사회성과 분열성, 수동공격성이 약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이 정도면 심하지 않아서 인격장애라고까지 할 정도는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암튼 자기 자신의 특성을 객관적으로 파악한다는 게 참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