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프라 (건담 프라모델)'에 해당되는 글 81건

  1. 2022.12.05 PG Unleashed RX-78-2 Gundam 제작기 #2 - 아크릴 도색 공정 준비 4
  2. 2022.11.28 PG Unleashed RX-78-2 Gundam 제작기 #1 - 조립
  3. 2020.03.07 PG GAT-X105+AQM/E-YM1 퍼펙트 스트라이크 건담 리뷰 4
  4. 2018.12.26 SDCS MSZ-006 Zeta Gundam 완성
  5. 2018.12.22 SDCS Zeta Gundam 제작기 #2 - 도색
  6. 2018.11.19 SDCS Zeta Gundam 제작기 #1 - 개수 작업 2
  7. 2018.11.09 SD Cross Silhouette Zeta Gundam 리뷰
  8. 2018.11.06 RG MSN-04 Sazabi 완성 4
  9. 2018.11.01 RG MSN-04 Sazabi 제작기 #2 - 도색 10
  10. 2018.10.16 RG MSN-04 Sazabi 제작기 #1 - 개수 및 디테일 업
  11. 2018.10.03 RG ZGMF-X10A 프리덤 4
  12. 2018.10.01 RG ZGMF-X10A 프리덤 먹선 데칼 마감 작업기
  13. 2018.10.01 어와나 그랑 프리 (Awana Grand Prix) 자동차 제작
  14. 2012.08.02 MG RX-0 유니콘 건담 2호기 밴시 제작기 #1 - 표면정리 8
  15. 2012.07.25 MG RX-0 유니콘 건담 2호기 밴시 철 지난 리뷰 19
  16. 2012.07.23 메탈릭 도료의 원리와 분류 16
  17. 2012.07.15 레전드BB 나이트 건담 완성 14
  18. 2012.07.12 레전드BB 나이트 건담 제작기 #2 - 도색 14
  19. 2012.06.14 레전드BB 나이트 건담 제작기 #1 - 골다공증과 접합선 수정 17
  20. 2012.06.04 RG GAT-X105 엘 스트라이크 건담 완성 22
  21. 2012.03.24 RG GAT-X105 엘 스트라이크 건담 제작기 #3 - 먹선/데칼/마감 8
  22. 2012.03.20 먹선 색상에 관한 고찰 10
  23. 2012.01.22 RG GAT-X105 엘 스트라이크 건담 제작기 #2 - 도색 8
  24. 2012.01.07 MG RX-0 풀 아머 유니콘 건담 Ver. Ka 리뷰 25
  25. 2011.05.14 RG GAT-X105 엘 스트라이크 건담 제작기 #1 - 사포질 4
  26. 2011.05.03 RG GAT-X105 엘 스트라이크 건담 리뷰 14
  27. 2011.04.27 1/100 스트라이크 제타 건담 제작기 #5 - 도색 (2010년) 10
  28. 2011.02.08 건프라 진열장 리뷰 6
  29. 2010.09.03 1/100 스트라이크 제타 건담 제작기 #4 - 표면 정리 32
  30. 2010.08.25 1/100 스트라이크 제타 건담 제작기 #3 - 디테일 업 16
2022. 12. 5. 13:54

PG Unleashed RX-78-2 Gundam 제작기 #2 - 아크릴 도색 공정 준비

원래 두번째 제작기는 도색 작업기에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도색 환경이 워낙 여러가지로 바뀌다 보니 나중에도 참고할 수 있도록 글로 남겨놔야 할 것 같아서, 준비단계인 도색환경의 정비 과정을 정리해 봅니다.

 

한국에서 건담을 도색한다면 어느 도료를 쓸지 제 마음 속에는 이미 아래와 같이 딱 정해져 있는데요.

  • 흰색: Finisher's 파운데이션 화이트
  • 파랑: Finisher's 라벤더
  • 빨강: Finisher's 루미 레드
  • 노랑: Finisher's 딥 옐로우
  • 회색: 가이아노츠 뉴트럴 그레이 I ~ V
  • 금속색: IPP 수퍼파인 실버

얘네들은 전부 래커 도료입니다. 이런 인화성 물질은 미국 통관 시에 걸리면 골치 아파진다고 해서, 갖고 있던 것들을 한국에서 다 처분하고 왔거든요. 그런데 발색과 은폐력이 좋은 저의 최애 래커 도료 Finisher's를 미국에서 다시 구해보려고 했더니, 구입은커녕 검색조차 안 되네요ㅜㅜ 위 도료들 중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건 가이아노츠뿐이고,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미국 모형인들은 주로 아크릴과 에나멜 도료를 사용하고, 래커 도료는 거의 안 쓰는 듯합니다.

그래서 가이아노츠나 GSI크레오스 래커 도료라도 어떻게든 구해서 친숙한 래커 도료 기반의 도색 공정을 꾸역꾸역 이어가느냐, 아니면 아크릴이나 에나멜 도료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아예 전환해버리느냐의 기로에 섰는데요. 결국 아크릴 도색 공정을 선택했고, 여기서 가장 결정적이었던 요인은 환경 문제였습니다. 래커 도료는 냄새만 맡아봐도 톨루엔이나 크실렌 같은 유기용제 냄새가 코를 찌르면서 건강과 환경에 안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확 들거든요. 휘발유 냄새가 나는 에나멜과 비교해도 수용성인 아크릴이 더 저공해 친환경적이죠. 환경이니 뭐니 거창하게 얘기했지만 사실은 아들 공부방으로도 사용하는 방에서 도색을 해야 하는데, 냄새가 심하면 쫓겨날 것 같아서 아크릴 도료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크릴 에어브러시 도색 공정

우선 인터넷에서 아크릴 도료를 사용한 모형 도색 관련 자료를 찾아봤는데, 한국어로 '아크릴 도색'을 검색하면 대부분 붓이나 스펀지 도색에 대한 내용들이고, 에어브러시 도색에 관한 내용은 찾기 힘들더라고요. 한국에서 모형 아크릴 도색은 안 그래도 마이너한데, 그 중에도 에어브러시 도색은 아싸 중에서도 진짜 아싸인가 봅니다. 아크릴 에어브러시 도색 방법에 대해 잘 정리된 한글 자료는 ☞LONDO BELL님의 블로그☜가 거의 유일하고, 많은 참고가 됐습니다.

전에 쓰던 래커 도료에는 도색 공정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장점이 있었습니다.

  • 플라스틱 모형 재질(폴리스티렌, ABS)과 친화성이 우수해서 딱히 서피스 프라이머를 칠하지 않아도 정착력이 좋다.
  • 에나멜이나 아크릴 신너에 녹지 않기 때문에 래커 도색면 위에 바로 에나멜이나 아크릴 도료로 먹선작업이나 워싱을 할 수 있다.

반면에 아크릴 도료는 플라스틱에 정착력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도색 전에 미리 프라이머를 올리는 것이 필수이며, 아크릴 도색면은 모든 종류의 신너에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먹선을 넣거나 워싱을 하려면 미리 유광 마감제를 올리는 것이 안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에는

래커 본도색 → 에나멜 먹선→ 데칼 → 마감제

로 이렇게 심플하던 저의 4단계 건프라 도색 공정이

프라이머 → 아크릴 본도색 → 유광 마감제 → 아크릴 먹선 → 데칼 → 마감제

의 6단계로 늘어나게 됐네요.

 

아크릴 도료의 선택

한 마디로 아크릴 도료라고 해도 종류와 메이커가 엄청 다양하고, 모형용보다 미술용이 더 많은데요. 건담에는 워낙에 원색적인 색들이 사용되는지라, 국방색 같은 칙칙한 색들만 한가득 있는 모형용 도료보다 채도 높은 미술용 물감이 오히려 더 맞기도 합니다(건담 원작 애니메이션을 어떤 물감으로 채색했을지 생각하면 바로 답 나오죠). 미술용 도료가 평균적으로 더 저렴하기도 하고요(진귀한 안료를 쓴 일부 색상은 모형용보다도 훨씬 비쌉니다만). 하지만 미술용을 모형에 적용하려면 안료의 은폐력, 플라스틱 표면에서의 정착력, 표면 강도, 갈라짐, 농도 희석 문제 등 위험요소가 꽤 있습니다. 이 문제점들 모두 해결 방법은 있습니다만, 처음 아크릴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한꺼번에 넘어야 할 산이 좀 너무 많은 것 같죠? 미술용 도료는 일단 아크릴 도색에 익숙해지고 나서 도전해볼까 합니다.

 

모형용으로만 선택의 폭을 좁혀도 Citadel, AK Interactive, Testors 등등 여러 회사의 아크릴 도료들이 많은데요. 그 중에서도 Vallejo(바예호)가 색상도 다양하고, 품질에 대한 평가도 좋고, 무엇보다 Mecha Color라고 건프라를 위한 도료 라인업이 아예 따로 있더군요. 웹사이트에도 이렇게 떡하니 건담 사진이 있고요 (어째 SEED 계열 모델에 우주세기 형식번호와 OO 엠블럼이...)
아크릴 초보 입장에서 이것저것 잡다하게 시도해보는 것보다는 한 종류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일단은 필요한 모든 도료 종류들을 Vallejo 제품으로 싹다 구비했습니다. 그런데 구하기 쉽고 흔하다는 말이 저렴하다는 말과 동격은 아닌가 봅니다. 일본제 래커보다 살짝 비싼 데다가 Vallejo의 에어브러시용 도료는 훨씬 묽습니다. 같은 도색 면적으로 비교하면 가이아노츠나 GSI크레오스 대비 Vallejo가 두 배 이상 비싸게 먹힌다는 계산이 나오네요.

 

 

아크릴 도색 시의 주의사항

농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회사에 따라 좀 다르지만 일본제 래커 도료들은 에어브러싱을 위한 최적의 도료원액 : 신너 희석비가 보통 1 : 1에서 1 : 2 사이의 어딘가에 있습니다. 그래서 도색 시에 도료보다 신너가 더 많이 소모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반면에 에어브러시용 Vallejo 도료는 원액을 희석 안 하고 그냥 에어브러시에 넣고 바로 뿌리면 됩니다. Vallejo 에어브러시 신너 제품 설명서를 봐도 도료 : 신너의 권장 희석 비율은 10 : 1 에서 5 : 1입니다. 그리고 아크릴 도료의 경우 그냥 증류수나 신너만으로 묽게 희석해서는 정착성과 도막 강도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미디엄을 섞어줘야 한다고 하더군요. 제가 구입한 'Vallejo 에어브러시 플로우 임프루버'가 일종의 플로우 미디엄이라고 합니다. 그라데이션 도색처럼 많이 묽게 희석해야 할 경우에는 클리어 미디엄이라는 것도 섞어줘야 된다는 것 같네요.

 

저는 도료 희석 농도를 조절할 때 도료의 점성도를 기준으로 맞추는데요. 투명한 병에 도료를 넣고 기울였다가 세웠을 때, 벽면에 묻은 래커 도료가 흘러내리는 시간이 1초 걸리는 농도가 (적어도 제게는) 에어브러시 래커 도색에 최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아크릴 도료를 동일하게 1초 만에 흘러내리는 점성에 맞추어 희석해서 뿌려봤더니 도색면에 도료가 살짝 뭉치고 얼룩지더라고요. 아크릴 도료의 경우 좀더 진하게 약 1.5초에 흘러내리는 농도여야 래커 도료와 비슷한 느낌으로 도색이 되더군요. 도료 정착성의 차이 또는 래커 신너의 휘발성 때문인 듯한데, 아무튼 아크릴 도료는 래커 대비 좀더 진한 농도라야 비슷한 에어브러시 도색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도료를 균일하게 잘 교반하는(섞는) 문제입니다. 도료병 바닥에 가라앉은 안료와 무거운 성분들을 도료 사용 전에 골고루 다 뒤섞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요, 조색스틱 같은 막대를 도료병에 직접 넣고 바닥까지 긁으며 휘휘 돌려서 저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죠.

 

그런데 Vallejo 도료 용기는 입구가 좁고 조색 스틱을 넣을 수가 없어서, 그 대신으로다가 도료병 안에 이런 쇠구슬을 하나둘씩 넣어줬습니다. 쇠구슬 넣은 도료병을 한 1~2 분쯤 신나게 흔들어주면 그럭저럭 잘 섞이는 것 같습니다.
보니까 서양 모형인들은 고속의 진동과 소용돌이를 일으켜 도료를 병째로 섞어주는 페인트 믹서를 사용하는 것 같더군요. 아래와 같은 기계를 사용하면 조색 스틱이나 쇠구슬 없이도 10초 만에 완벽히 균일하게 잘 섞인 도료를 얻을 수 있다네요.

 


이 물건이 한 10만원 정도 하는데, 이 기계 값의 뽕을 뽑을 정도가 되려면 도료를 한 100 병 이상은 섞어줘야 할 듯합니다. 과연 제 인생에서 앞으로 100 병 이상의 도색을 하게 될 운명일까요, 아닐까요? 일단 이번 Perfect Grade Unleashed (이하 PGU) 건담까지는 열심히 손으로 흔들어 섞어 도색해주고, 다음번 작업 때 페인트 믹서 구입을 고려해보는 걸로 하겠습니다.

아크릴 에어브러시 도색 자료를 찾다보면 단골로 나오는 말로, 에어브러시 청소를 제대로 안 하면 아크릴 도료 찌꺼기가 굳어서 에어브러시가 막혀버린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저는 래커 도료 사용할 때는 보풀 없는 휴지(delicate task wipe)와 싸구려 신너만으로 에어브러시를 대충 닦았었는데요. 이번에는 에어브러시 전용 청소도구 세트도 구입해서, 아크릴 도색이 다 끝난 후에 붓과 물로 한 번, 에어브러시 분해 후 청소도구와 Vallejo 에어브러시 클리너 용액으로 또 두세 번 정성들여 닦아주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의 청소도구들 중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맨 아래 바늘처럼 생긴 도구일 겁니다. 저것을 에어브러시의 노즐에 넣고 돌려서 노즐 안에 쌓인 도료 찌꺼기를 긁어내거든요.

 

이제 처음 접한 아크릴 도료를 곧바로 모형에 칠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위험성이 있으니, 새 도료들의 특성도 파악할 겸 제가 원하는 색상도 찾을 겸 해서, 시험 삼아 각각의 도료들을 플라스틱 메모 자석에 에어브러시로 뿌려봤습니다.

1. 흰색

PGU 건담은 흰 외장 컬러에 백색, 그리고 아주 밝은 회색의 2단계 색상을 사용하게 됩니다. 흰색에 적용할 서피스 프라이머로는 사진 왼쪽의 Premium 화이트 프라이머를 구입했고, 도료로는 Premium 화이트, Mecha Color 퓨어 화이트, Mecha Color 화이트 그레이를 구입했습니다. 사진의 동그란 메모 자석들 위에 우선 프라이머를 에어브러시로 다 깔아주고, 그 위에 도료들을 칠해봤는데요.

 

순백색의 경우 화이트 프라이머, 프리미엄 화이트, 퓨어 화이트의 색감이 대동소이한 것 같습니다. 플라스틱 사출색보다는 훨씬 깨끗한 흰색들이긴 하지만, 하얗게 표백된 종이보다는 덜 흽니다. 사실 흰색은 색감뿐 아니라 은폐력이라든지 다른 색상과 혼색은 잘 되는지 등도 중요한데요, 여건이 안 돼서 테스트를 못 해봤네요. 사실 테스트해봤자 답정너인 것이, 프리미엄 화이트가 다른 도료 대비 3배 이상 용량이 커서 빨리 써버려야 되거든요. 게다가 Vallejo 프리미엄 도료는 순수 아크릴이 아니라 폴리우레탄이 섞여 있어서 다른 도료와의 혼색용으로 쓰기도 곤란할 것 같고요. 아무튼 PGU 건담의 흰색 장갑은 이 프리미엄 화이트로 칠해야 할 듯합니다.
Mecha Color 화이트 그레이는 PGU 건담의 어두운 백색 장갑을 염두에 두고 구입한 색상인데, 이게 뉴트럴한 회색이 아니고 제가 안 좋아하는 누르스름한 색이네요. 사진 오른쪽 끝에 있는 그레이 프라이머 쪽이 더 중성적인 느낌이고 플라스틱 사출색과도 더 비슷합니다. 그렇다고 도색을 프라이머로 하면 좀 찜찜할 것 같고, 화이트 그레이에 보라색이라도 조금 섞어서 좀더 뉴트럴하게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2. 파랑

저는 개인적으로 순수한 파란색보다는 보랏빛이 도는 파란색을 선호하는데요. Finisher's 라벤더 도료가 딱 제가 원하는 건담 가슴 색깔입니다. Vallejo에는 당연히 그 색상이 없고, 다른 기존 색상들을 가지고 조색해서 만들어야 합니다.
신기하게도 Vallejo에는 Ultramarine이라고 파란 프라이머가 존재하더군요. 그래서 사진의 메모 자석들에는 파란 프라이머를 다 깔아줬는데, 막 여기저기 뭉치고 색분리까지 일어나더라고요. 실제 건프라에 도색할 때 주의를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도료는 Game Air 에일리언 퍼플, Model Color 블루 바이올렛, Mecha Color 퍼플, 라이트 블루, 그리고 블루를 구입해서 칠해봤습니다. 저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색상은 에일리언 퍼플입니다. 사진 상에는 '보랏빛을 띠는 파란색'처럼 찍혔지만, 실물 색감은 '파란 빛을 띠는 보라색'이라 그대로 쓸 수는 없을 것 같고요. 플라스틱 사출색에 가장 가까운 것은 Mecha Color 블루였습니다. 에일리언 퍼플과 블루, 라이트 블루를 잘 섞어서 PGU 건담의 2단계의 푸른색을 조색해야겠습니다.

 

3. 빨강

Vallejo에는 파란 프라이머뿐 아니라 빨간 프라이머도 있습니다. 색분리가 일어나는 정도는 아니지만 얘도 파란 프라이머처럼 정착성이 좀 안 좋은 듯, 색이 균일하게 안 먹히고 얼룩덜룩하게 됐습니다. 역시 도색 시에 조심해야 할 것 같네요.

 

저는 채도가 높고 약간 오렌지 빛이 도는 빨강을 좋아하는데, Mecha Color 레드가 딱 그런 빨강이네요. 혹시나 조색에 필요할까 해서 Mecha Color 오렌지도 구입했는데, 빨간색 표현에는 굳이 섞을 필요 없을 듯합니다. SZ 레드는 사자비 용 빨간색인 듯한데(아마 상표권 때문에 '사자비' 대신 SZ로 한 듯), 사진에선 눈에 잘 안 띄지만 색이 좀 탁합니다. Game Air 블러디 레드 역시 색감은 좀 다르지만 탁한 빨강이고요. PGU 건담의 빨간색 2단계 톤은 Mecha Color 레드에 화이트 약간 섞고, 블러디 레드에 블랙을 살짝 섞어서 표현하면 될 것 같습니다.

 

4. 노랑

Vallejo에는 아이보리와 모래색 프라이머도 있는데, 굳이 구입하지 않고 화이트 프라이머를 칠한 위에 노란색 도료들을 올려줬습니다.

 

사출색과 가장 유사한 것은 Mecha Color 옐로우이긴 한데요. 얘는 레몬 옐로우랄까 아주 약간 연두색을 띤 노랑이라서 제 취향이 아니네요. Game Air 골드 옐로우가 제가 좋아하는 개나리색 딥 옐로우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Mecha Color 오렌지를 살짝 섞은 후 화이트로 밝기를 조절해주면 PGU 건담의 2단계 노랑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5. 회색

PGU 건담은 본체 프레임에 3가지, 무기 외장에 2가지 회색이 사용되어 총 5가지의 다른 회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반다이 건프라의 회색 사출색들은 전반적으로 제 생각보다 너무 어둡고요. 제 취향 상으로나 퍼스트 건담 설정화 상으로나 가장 어두운 부분의 색상이 Mecha Color 팬텀 그레이 정도면 맞는 듯합니다. 다른 회색 부품들은 그보다 밝은 회색 도료들을 다단계로 적절하게 혼합해서 칠해줄 계획이었고요.

 

구입한 Vallejo Mecha Color의 그레이 계열 도료들을 직접 칠해보고서야 제 계획에 차질이 생겼음을 알아챘습니다. 제 도료들은 무채색의 뉴트럴 그레이가 아니고 색감들이 상당히 치우쳐 있네요. Mecha Color 화이트 그레이는 누리끼리하고, 그레이는 청록색을 띱니다. 팬텀 그레이도 푸른 빛을 띠기는 하나, 제 기준으로 허용범위 이내고요. 아예 팬텀 그레이에다가 흰색을 여러가지 비율로 섞어서 다단계의 밝은 회색들을 다 조색해줄까 하는 생각도 해봤으나, PG 프레임을 다 칠하기에는 17 ml의 팬텀 그레이와 퓨어 화이트 도료 양이 간당간당할 것 같습니다. 화이트 그레이에 보라색 한 번 살짝 섞어보고, 그레이에는 빨간색을 약간 섞어서 좀더 뉴트럴하게 만들어 사용해볼까 계획 중입니다.

 

6. 메탈릭

아예 금속 도금이 되어 나온 PGU 건담의 런너들은 금속 광택이 너무 훌륭해서 따로 도색이 필요 없는데요. 펄 그레이 플라스틱으로 사출된 T런너의 트러스 프레임 부품들은 메탈릭 컬러로 도색을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그걸 위해서 Vallejo 도료들 중에서도 더욱 비싼 Metal Color 시리즈로 실버와 스틸 색상을 구입해봤네요.

 

그런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얘네들은 자동차 페인트의 메탈릭 실버나 메탈릭 그레이 같은 느낌이고, 리핑(Leafing)이 전혀 없는 메탈릭 도료네요. 제가 애용하던 SMP/IPP의 수퍼파인 계열 메탈릭 도료는 리핑이 훌륭해서 플라스틱 표면이 그대로 금속 표면처럼 변하는 그야말로 연금술 느낌인데요, 그 정도까지 바라는 건 아니지만 리핑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죠. 금속 질감으로 이름난 Alclad나 Spaz Stix 같은 도료들 모두 래커 도료인 걸 보면 아크릴로는 리핑이 불가능한가 봅니다. 금속 박편 입자들이 도색면 위에 촥 펼쳐지는 리핑을 위해서는 금속과 도료 바인더가 서로를 밀쳐내야 하는데, 둘다 극성 입자인 금속과 아크릴 수지는 서로 밀치지 못해 리핑 효과를 못 내는 것은 아닐지 한 번 뇌내망상을 펼쳐봅니다.

 

트러스 프레임이 굳이 실제 금속 느낌이 필요한 부분도 아니고, 비싼 돈 주고 사기도 했으니 이번에는 Vallejo Metal Color를 그냥 쓰려고 합니다. 사출색과 비교해봤을 때 실버는 너무 밝고 스틸은 너무 어두우니, 반반씩 섞어서 칠해줘야겠습니다.
혹시 나중에 백식이라든지 스트라이크 프리덤의 관절 부위처럼 실제 금속 질감의 도색이 필요할 경우에는 환경오염이 좀더 되더라도 다른 리핑 래커 도료를 사서 칠해줘야겠습니다.

 

7. 부품 표면 클리어 코팅

클리어 부품이나 금속 도금 부품 위에 데칼을 붙이게 되면 데칼이 긁히거나 떨어지지 않게 부품 표면에 마감제를 올려줘야 합니다. 그런데 마감제도 역시 아크릴 도료니까 프라이머 없이는 플라스틱 표면에 잘 정착이 안 될 겁니다. 그렇다고 불투명한 프라이머를 깔아주자니 투명한 클리어 플라스틱과 금속 광택이 다 가려질 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래서 프라이머 없이 마감제만 직접 부품 위에 올려보는 테스트를 했습니다. 투명 클리어 부품 런너와 은색 도금 런너에다가 프라이머를 올리지 않고 바로 Vallejo Premium 유광 바니시(아크릴 쪽에서는 마감제를 clear coat보다 varnish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를 에어브러시로 뿌려줘봤습니다. 바로 옆 부분에는 비교용으로 화이트 프라이머를 뿌린 위에 바니시를 올려봤고요(이런 표면검사 용도로는 회색 프라이머가 좋다는 걸 다 칠하고 난 후에야 깨달았습니다-_-). 금속 도금 런너의 결과는 그나마 좀 봐줄만 했지만, 클리어 런너는 마감제가 플라스틱 면에 붙지 않고 방울지고 따로 놀며 난리도 아닙니다ㅜㅜ (사진 상으로는 잘 알아보기 힘드네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느낌으로 메탈릭 컬러용으로 나온 메탈 바니시도 한 번 칠해봤는데요, 얘는 좀 상태가 괜찮은 것 같습니다. 프라이머 위에 올린 것보다는 정착성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봐줄 만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나서 하루 동안 건조시킨 후에 한 번 나이프로 긁어서 정착성을 검증해 봤는데요. 사진으로는 알아보기 힘들지만 프리미엄 바니시를 클리어 플라스틱에 올린 경우는 역시나 도막이 다 들고 일어나고 벗겨졌고요, 메탈 바니시의 경우를 포함, 그 외의 모든 조합에서는 다행히 그런 문제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면 일단 메탈 바니시라는 대안이 있어 안심이긴 한데요, 나중에 실제 도색 때 좀더 주의깊게 테스트를 다시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 안 되면 저공해 도색을 포기하고 가이아노츠의 래커 마감제라도 사서 뿌려주면 되겠지요.

이상으로 에어브러시 아크릴 도색을 위한 만반의 준비는 마쳤습니다. 다음번에는 진짜 도색 작업기로 찾아뵙겠습니다.

2022. 11. 28. 10:30

PG Unleashed RX-78-2 Gundam 제작기 #1 - 조립

저는 미국에 오면 건프라에는 더이상 손을 안 댈 줄 알았습니다. 미국 통관 시 인화성 물질이 걸리면 골치아파진다고 하길래, 아끼던 모형용 래커 도료들을 미리 한국에서 다 처분한 것이 일단 타격이 컸습니다ㅜㅜ. 그리고 미국 반다이에서 건담 프라모델은 공식 수입을 안 하는지 건프라 가격이 거의 한국의 두 배쯤 비싸기도 하고요.
아근데 안 된다고 하니까 왠지 자꾸 더 하고 싶고 마음이 더 쏠리는 이 심리는 뭘까요? 한국 떠나기 직전에 회사 후배님에게 미개봉으로 구매해서 들고 온 Perfect Grade Unleashed (이하 PGU) RX-78-2 퍼스트 건담 박스를 결국 깠습니다.

1/60 스케일의 Perfect Grade (이하 PG)는 반다이 건프라의 최고가 라인이었는데, 2020년말에 새 버전의 퍼스트 건담을 내면서 PG 건담 Ver. 2.0이 아니라 아예 PG Unleashed라고 한층 더 비싸고 특별하며 고급진 등급을 새로 개설했는데요. MGEX라는 고가 라인업이 나온 이후에도 일반 MG 등급 킷은 계속 발매되고 있지만, PG는 최고/완벽이라는 위상을 생각해볼 때 아무래도 앞으로는 모두 PGU로만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아무튼 실제로 PGU 건담을 조립해 보니, 가격 대비 내용물이 좀 적기는 합니다만... 금색도금/은색도금 런너에, 자석에, 빛이 바뀌는 LED 모듈이라든지, 에칭 스티커라든지, 호화로운 재질의 부품들이 많이 들어있어서, 제대로 돈값을 한다는 느낌은 듭니다.

 

네, 일단 이렇게 조립했습니다.
제 취향의 이상적인 비율보다는 하체가 다소 짧긴 합니다만, 전반적인 프로포션과 디테일은 마음에 듭니다. 가동성이 좀 떨어진다고 듣기는 했는데, PG 가지고 과격한 포즈로 갖고놀 일이 뭐 그리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시간에 따라 색이 변하는(색이 변하는 패턴도 4가지 있습니다) LED 모듈 하나로 눈과 가슴에 동시에 빛이 들어오게 돼있고요. 발광 빔 사벨은 이렇게 클리어 빔 부품에 빛이 나게 할 수도 있지만, 백팩에 꽂은 상태로 스위치를 켜면 버니어에 불이 들어오도록 구성돼있습니다.

 

뭔가 unleashed됐다는 느낌적인 느낌으로다가 구석구석 여러 군데 장갑 해치가 열리게 돼있는데요. 열어봤자 내부 기계부품이라기보다는 트러스 프레임 같은 것만 보여서 딱히 해치 오픈의 효과는...

프레임 상태로도 사진을 좀 찍어봤습니다. 기존 PG들도 일부 내부 프레임이 이중으로 돼있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번 PGU 건담의 내부 프레임은 기본이 이중이고 일부는 삼중으로 겹겹이 돼있는 부분도 꽤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프레임 상태로도 상당히 멋집니다.

 

이런 멋지고 아름다운 프레임을 장갑 속에만 숨겨놓는 것이 너무 아쉬워서, 외장 장갑을 클리어 버전 부품들로 교체해주었습니다. 본체 부분의 클리어 부품은 내부 프레임이 보여서 좋지만, 무기류는 딱히 프레임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보니 클리어 외장을 씌워놓을 이유가 별로 없겠더군요.

 

아무튼 그런데 외장 부품을 갈아끼우는 과정에서 여러 군데 부품 파손이 있었는데요ㅜㅜ PGU 건담은 전반적으로 부품들끼리의 결합력이 매우 강하고 빡빡합니다. 문제는 부품 간 결합 강도가 부품 자체 내구성보다도 높은 부품들이 일부 있다는 것인데요. 최대한 조심해서 해체를 한다고 했지만, 여지없이 몇몇 부품의 결합 핀들을 부러뜨리고 말았습니다.

 

사진 위 왼쪽은 발등 부품, 오른쪽은 허리 뒤쪽 부품, 아래쪽은 발바닥 버니어 클리어 부품입니다. 발바닥 버니어는 사진 상으로는 잘 눈에 띄지 않지만 가장자리 두께가 얇아서 분해 시 흡집이 좀 생겼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일지도 모르지만, 분해한 모든 부품들의 결합 핀 길이를 거의 다 1/3쯤 니퍼로 잘라줬습니다. 이 사실을 일찍 알았다면 조립 전에 미리 잘라놨을 텐데 말이죠. 참고로 일부 프레임의 결합 핀 중에는 조립 후 장갑 밖으로 노출되는 것도 많습니다. 도색을 위해 미리 결합핀을 잘라놓을 계획이시라면 주의하셔서 외부로 튀어나오는 핀까지 자르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클리어 플라스틱은 불투명 플라스틱에 비해서 경도는 단단하지만 인장강도가 약해서 더 잘 부러집니다. 클리어 바디 킷의 설명서에도 보면 "재질 특성 상 파손의 우려가 있으므로, 일단 클리어로 조립하고 나면 분해가 불가능하다"는 무시무시한 경고가 써있습니다. 도색하려면 당연히 다 해체해줘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클리어 부품들은 더욱 정성 들여서 결합 핀들을 거의 절반 길이로 잘라줬습니다. 워낙에 결합 핀들이 많고 길어서, 반 정도 자른다고 해도 부품이 막 빠져버리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주의에 주의를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조립조차 하기도 전에 파손돼버린 클리어 부품이 있으니... 발 뒤꿈치의 J7 부품입니다. 런너 구조 상 이 부품을 떼어내려고 하면 부품이 좌우로 밀쳐지는 힘을 받게 되는데, 부품의 정가운데 부분이 깊게 패인 형태라 이곳에 응력이 집중되게 되고, 부러지기 쉬운 클리어 플라스틱 재질과 만나다 보니 엄청 쉽게 부러집니다. 저는 양쪽 클리어 발뒤꿈치 부품 모두 다 런너에서 떼어내는 과정에서 가운데가 똑 부러졌습니다ㅜㅜ PGU가 부품 강도 면에서는 영 perfect하지 못하네요.

 


아무튼 조립기는 이만 마치고 다음번에는 도색 작업기로 찾아뵙겠습니다.
불투명 부품들은 게이트 자국과 눈에 띄는 싱크마크 정도만 안 보이게 사포질하는 간단한 수준의 표면정리만 했고요. 클리어 부품들은 사포를 댔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질 것 같아서, 니퍼와 나이프로 게이트 자국만 다듬는 선에서 자제했습니다.

2020. 3. 7. 00:18

PG GAT-X105+AQM/E-YM1 퍼펙트 스트라이크 건담 리뷰

한 마디로 평가하자면 '2% 부족한 건프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퍼펙트 그레이드 (PG) 퍼펙트 스트라이크 건담으로 그 명칭 안에 퍼펙트라는 단어가 두 번이나 나옴에도 불구하고, 그 품질은 영 퍼펙트와는 거리가 머네요.
그래도 치명적인 결함은 없고 원판인 PG 스트라이크가 워낙에 명품 킷이다 보니, 기본기는 갖추고 있는 제품입니다.

PG 1/60 퍼펙트 스트라이크 건담은 2004년 발매된 PG 스트라이크 건담과 2005년 발매된 PG 스카이그래스퍼 + 엘 스트라이커 팩 이후 무려 15년 만에 엘/소드/런처 스트라이커 팩을 한꺼번에 장착할 수 있는 멀티 어설트 스트라이커 팩을 스트라이크 건담에 합본해서 발매한 킷입니다.
또 한 가지, 15년 묵은 PG 스트라이크 소체를 그대로 우려먹기에는 미안했는지 소체 장갑 곳곳에 디테일도 추가됐습니다.

 

그런데 저 두 가지 추가 요소 모두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1. 소드/런처 스트라이커 팩

 

이번에 새로 추가된 소드 스트라이커 팩과 런처 스트라이커 팩의 기본적인 프로포션과 조형 디자인은 꽤 좋습니다.
1/100 MG의 확대복사 수준이었던 전작 PG 더블오 세븐소드/G의 무장과는 달리 PG 퍼펙트 스트라이크의 멀티 어설트 스트라이커 팩은 MG와도, 1/144 RG와도 다른 PG만의 설계와 형태로 구성돼 있습니다. 디자인도 잘 빠졌고, 크기가 크기이니 만큼 포스 뿜뿜입니다.

 

그렇지만 골다공증, 색 미분할, 접합선 노출 등 이전 PG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무성의한 부분들이 속속 눈에 띕니다.

 

위 사진에서 보조 손잡이 옆의 홈은 마치 오른손을 고정하기 위한 홈처럼 생겼지만, 실은 순수한 골다공증입니다. 손바닥에 있는 고정 핀을 끼우기에는 홈이 좁습니다.

 

위 사진은 슈베르트 게베어(Schwert Gewehr, 칼)의 백팩 장착 부품인데, 정말 아무런 몰드나 디테일이 없는 뻥 뚫린 파이프라 심히 당황스럽습니다. 제가 조립을 제대로 한 건지 의심스러워서 설명서를 몇 번이나 확인했습니다.

 

소드/런처 팩은 표면의 패널 라인과 몰드가 오밀조밀 많이 들어있어서 디테일의 밀도가 높은 것은 좋지만, 대부분 통짜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어 색분할이 부족한 편입니다. "여기는 부품 분할이 확실히 잘못됐다"라고 콕 찝어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으나, 몰드로만 되어있는 수많은 덕트들을 보고 있으면 "부품 분할 좀 해 주면 좋았을 텐데" 싶은 생각이 듭니다.

 

고정성에 문제가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런처 팩의 어깨 개틀링포는 길이가 연장되는데요. 사진의 1-2번 부품과 3-4번 부품끼리는 서로 고정되어 있고 2번과 3번 부품이 서로 슬라이드되면서 길이가 연장되는 기믹인데, 1-2번과 3-4번 간의 결합력이 2-3번 부품 간의 마찰력보다 약해서 연장할 때마다 자꾸 빠집니다. 그냥 접착해버리는 게 속 편할 듯.

 

아무튼 소드/런처 팩은 밀도감과 퀄리티 면에서 오밀조밀한 본체와는 비교 대상조차 못 되고 나름 내부 프레임까지 구현된 엘 팩보다 한 수 아래로 보입니다.

엘(Aile, 날개) 팩은 소드/런처 팩 동시 장착을 위해 2005년판 대비 앞뒤로 길어지고 날개 부착 위치도 후퇴됐습니다. 퍼펙트 스트라이크가 아닌 엘 스트라이크로 전시하려고 하면 날개가 너무 뒤쪽에 있고 휑한 중간 부위의 뻥 뚫린 소드/런처 팩 장착 구멍 때문에 어색합니다.

 

MG 1/100 스트라이크 리마스터 버전의 엘 팩은 소드/런처 장비 시에는 길어지지만 평상시에는 컴팩트하게 줄어들고 구멍도 가려지는 식으로 가동되는데, 훨씬 더 비싼 PG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배려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다만 2005년판 엘 스트라이커 팩 부품도 동봉되어 있으니 완벽한 엘 팩을 굳이 원하신다면 분해 후 기존 부품들로 재조립하시면 됩니다.

스트라이크 본체는 이 모든 짐들을 다 들고도 꼿꼿이 잘 설 수 있는 지지력과 고정성이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풀 장착하고 직립시키기엔 15년 전 설계의 폴리캡 관절들이, 특히 발목과 골반 쪽이 불안불안합니다. 그리고 아직은 조립 직후라서 튼튼한 편이지만 폴리캡이 노후되면 어떨지 모르겠고요.
그나마 무기를 손에 들면 앞뒤 무게 균형이 잡혀서 괜찮지만 무기를 전부 등에 짊어질 경우 직립이 꽤 힘듭니다. 다리를 뒤로 쭉 빼고 배를 내민 배사장 포즈를 피할 수 없고, 그렇게 한다 해도 상당히 불안정합니다.

 

아무래도 역시 바닥에 세우는 것보다는 스탠드 위에 올려놓는 게 안전하겠습니다. 그런데 스탠드도 아래 사진의 저 부품이 고정력이 약해서 자꾸 빠집니다. 자칫 잘못하면 스트라이크가 뒤로 훌러덩 넘어갈 수 있으니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저 부품을 받침대에 접착해버리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2. 본체 디테일 업 장갑

PG 스트라이크의 조각조각 분할되고 입체적으로 굴곡진 장갑은 15년 전은 물론이고 지금 다시 봐도 여전히 세련된 디자인입니다만, 현세대의 제품들과 비교하자면 패널 라인 등의 디테일이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죠. 반다이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곳곳에 좀더 디테일이 추가된 장갑으로 교체를 해줬습니다. 그런데 그 디테일이 좀 뭐랄까, 디자인 센스가 약간 호불호가 갈릴 듯합니다.

 

디테일 추가 부위에 번쩍번쩍한 금속 코팅 부품들을 많이 썼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장갑에 금속 재질이 드러나는 건 별로 안 좋아하고요. 무엇보다 금속 코팅 부품들이 언더게이트 사출이 아니라서 게이트 자국들이 훤히 보입니다.

 

반다이는 4200엔짜리 RG 1/144 뉴건담에는 언더게이트를 그렇게 정성스레 때려박아서 뽑아놓고, 6배 비싼 PG를 이렇게 푸대접해도 되는 건가요?

그리고 변경된 종아리 부품이 디테일 밀도는 높아진 반면에 형태가 뚠뚠해져서 PG 스트라이크 특유의 날렵한 프로포션을 잃었습니다. MG 스트라이크도 구판에서 리마스터 버전으로 넘어갈 때 종아리가 뚱뚱해지더니 PG에서도 그렇게 했네요.
뚱뚱한 종아리가 트렌드인지는 몰라도 저는 날렵한 느낌이 좋아서 디테일을 포기하고 예전 부품으로 다시 되돌려 놓기로 했습니다.

 

변경된 디테일 업 장갑
기존 구판 종아리 장갑

PG 퍼펙트 스트라이크에는 예전 구판 외장 부품들도 그대로 다 들어있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한 건데요. 기존의 D러너(x2) 같은 경우 전체 부품 13x2개 중에 작은 부품 3x2개만 쓰고 나머지 20개가 정크로 버려지도록 러너 운영이 방만하게 되어 있습니다. 만약 반다이에서 D 러너의 기존 부품 3x2개마저 새 러너에 옮겨 찍고 D 러너를 아예 안 넣어줬다면 종아리를 제 취향에 맞게 바꾸지 못해서 꽤 곤란했을지도 모릅니다.

 

어찌 보면 이게 사용자들 입맛에 맞게 외장 부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준 반다이 나름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생각되기도 합니다(배려는 개뿔, 금형 제작비를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이렇게 했을 가능성이 90%쯤 될 겁니다).

그리고 기존 PG 스트라이크 이마의 흰색 안테나(뿔)는 GP02나 어비스 건담의 것처럼 중간이 잘록하고 끝부분이 볼록한 형태였는데요. 설정화와 다르게 생긴 족보 없는 디자인인 데다가 중간 부분이 얇은 구조적 문제로 잘 부러지기까지 했었죠. 아마도 그런 이유로 PG 퍼펙트 스트라이크에서는 좀더 두껍고, 끝으로 갈수록 뾰족해지는 일반적인 뿔 디자인으로 회귀한 것 같습니다.

 

변경된 이마 안테나
기존 구판 이마 안테나

하지만 저는 100% 개인 취향으로 구판의 GP02 스타일 뿔이 더 마음에 들어서 원래 걸로 바꿔주기로 했습니다. 일단 예전 뿔을 달아서 전시하다가 혹시라도 사고로 부러지면 새 뿔로 교체해주면 되겠죠.

3. 부품 구성 문제

대단한 문제는 아닐 수도 있으나 부품 구성 면에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꽤 있습니다.
슈베르트 게베어(칼)와 아그니(대포)를 잘 지지해주는 고정손들을 추가해준 건 고맙지만 손등 부품은 안 추가해줘서 기존 손등을 뽑아내야 합니다.

 

바로 전 PG였던 더블오 세븐 소드/G의 경우 칼 잡는 고정손용 손등 부품은 당연히 추가로 들어있었고, 사실 이딴 손등 부품 공유는 2천엔짜리 HG에서도 잘 안 하는 짓거리인데 PG 중에서도 최고가에 가까운 2.5만엔짜리 제품에다가 버젓이 해놨네요.
그뿐 아니라 소드 팩의 판처 아이젠(Panzer Eisen, 로켓 앵커)을 팔에 장비하려면 실드의 연결 부품을 뽑아써야 합니다. 실드는 안 쓸 때 스탠드에 꼽아놓으라고 설명서에 나와 있지만 정작 접속 부품이 없어져서 못 끼우고요.

 

그리고 또 하나 아쉬운 것은 스카이그래스퍼(스트라이커 팩 실어나르는 비행기)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PG 스트라이크 루즈에는 넣어줬으면서 퍼펙트 스트라이크에선 왜 굳이 뺐나 싶네요. 러너 2개(+폴리캡)만 더 넣어주면 되는데 치사합니다. 뭐 사실 넣어줬다 해도 저는 안 만들었을 것 같지만요ㅋㅋ

그리고 원래 PG 스트라이크에 들어있던 거대한 대함도인 그랜드 슬램도 빠져 있습니다. 그랜드 슬램은 사실 원작 설정엔 없고 건프라 홍보 영상이라 할 수 있는 Gundam Evolve에만 등장한 무기라서 계속 넣어줄 명분이 없긴 합니다. 슈베르트 게베어와 그랜드 슬램으로 쌍칼 이도류를 갖춰주려고 하셨던 분은 좀 아쉬울 수도 있겠습니다.

4. 가성비

PG 퍼펙트 스트라이크의 정가는 25,000엔(소비세 제외)인데요. 러너 수와 금속 코팅 부품을 고려하면 적절한 가격이라고 생각되지만, 정크 부품이 많은 관계로 가격 대비 최종 완성 결과물의 볼륨은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가격을 분석해보자면 2004년 발매된 PG 스트라이크의 정가가 14,000엔이었고요. 작년말에 웹한정으로 PG 엘/소드/런처의 멀티 어설트 스트라이커 팩을 따로 팔았는데 이게 8000엔입니다. PG 퍼펙트 스트라이크는 저 둘의 합보다 3000엔 비싼데, 이 차액 만큼이 디테일 업 외장부품들의 가격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기존 PG 스트라이크를 갖고 계시고, 걔가 아직도 관절 폴리캡이 짱짱하고, 이번에 추가된 외장 디테일이 별로 마음에 안 드신다면 저렴하게 PG 퍼펙트 스트라이크를 장만하실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웹한정판 'PG 1/60 스트라이크 건담 용 퍼펙트 스트라이크 건담 확장 파츠'를 구입하셔서 기존 스트라이크에 달아주시는 겁니다. 이미 작년 11월말에 클럽G에서 96,000원으로 예약은 끝났지만, 3월 중에 물건이 풀리고 나면 중고나X 같은 곳에서도 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반면 위 경우에 해당 안 되시는 분, 특히 기존 PG 스트라이크를 안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퍼펙트 스트라이크 합본 팩'과 '구판 스트라이크 + 한정판 퍼펙트 스트라이크 확장 파츠'의 두 가지 구매 옵션이 있을 수 있는데요. 전자에는 추가 디테일업 장갑 부품들이 들어가고, 후자에는 그랜드 슬램이 포함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합본으로 된 일반판 PG 퍼펙트 스트라이크를 추천 드립니다. 일반판 합본팩에 포함된 디테일 업 장갑은 호불호가 갈리니 어쩌니 해도 15년 전 디자인보다는 확실히 신상 느낌이 납니다. 예전 장갑 부품도 그대로 들어있으니 저처럼 새 부품 중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다면 예전 부품으로 조립할 수 있는 선택권도 있고요. 또한 일반판 건프라는 인터넷에서 정가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웹한정 PG 퍼펙트 스트라이커 확장 파츠는 96,000원 정가로만 팔았고, 만에하나 한정판 프리미엄이라도 붙는다면 더 비싸질 겁니다. 구판 PG 스트라이크 + 한정판 스트라이커 팩 조합이 가격표 상으로는 3천엔 더 싸지만 한국에서 실구매가 차이는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 됩니다.
거의 같은 값이라면 족보도 약한 그랜드 슬램보다는 신상 느낌 디테일업이 더 낫지 않을까요?

 

결론

다 써놓고 보니 너무 단점 위주로만 부정적으로 쓴 것 같은데요. 제가 애초에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결점들만 부각돼 보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전체적으로 보면 프로포션도 아주 준수하고 15년 묵은 우려먹기 치고는 옛날 티도 별로 안 나고요. 가동성은 원판부터 훌륭하다고 소문난 제품이었고, 고정성도 괜찮아서 저런 잡다한 무장들을 다 달고도 떨어지거나 빠지는 부품 없이 포징을 잘 할 수 있습니다.
위에 얘기한 단점들도 '완전 실망인', '산 게 후회되는' 수준의 치명적 문제점이라기보다는 '아쉬운', '옥에 티' 수준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킷 자체는 종합적으로 괜찮은 제품으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구멍을 뻥뻥 뚫어놓는다든지, 과거 제품보다도 퇴보한 것 같은 부분이 눈에 띄는 것을 보면 건프라 최고의 플래그쉽인 퍼펙트 그레이드의 쇠퇴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최근 PG 라인업을 보면 완전 신규 제품의 발매 주기는 점점 더 길어지고 있고, 우려 먹기 재활용 제품들만 연달아 나오고 있죠.

모쪼록 퍼펙트 스트라이크가 많이 팔려서 그 이익금으로 외계 기술을 갈아넣은 완전 신금형 차기 PG를 개발해주면 좋겠습니다ㅎㅎ

2018. 12. 26. 00:13

SDCS MSZ-006 Zeta Gundam 완성

11월초 생일에 선물로 받았던 SD건담 Cross Silhouette Zeta Gundam을 크리스마스나 되어서야 완성했습니다.

SD 제작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귀여운 모습에 비해서 (제대로 만들려면) 작업량이 꽤 많네요.

제작기가 혹시 궁금하시면 이 글과 이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대부분의 시간 많이 잡아먹은 개수 작업들은 이 뒷면 사진에 있습니다.

등 가운데 스태빌라이저 부품이 원래는 뻥 뚫려있는데, 거기에다가 프라판과 메쉬 플레이트로 버니어 같은 구조를 만들어줬고요.

오른손 하박부의 실드 꼽는 구멍은 갈고 메꾸어서 없앴고,

오른손 뒷면도 원래는 골다공증으로 뻥 뚫려있는데 손가락을 만들어줬고요.

정강이 부위는 접합선 수정 후에 버니어를 새로 달아줬고요.

발바닥도 골다공증으로 뻥뻥 뚫린 것을 에폭시 퍼티와 프라판으로 막아주고 패널라인도 새로 팠습니다.

비포어 애프터 샷으로 가조립 상태와 비교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일단 다리 짧아진 게 보이시나요?

크로스 실루엣 프레임 정강이 길이가 너무 길어서 SD 느낌에 저해되는 것 같아 정강이 프레임을 잘라서 단축시켰습니다.

뒷면 비포어 샷을 안 찍어놓은 게 너무 아쉽네요.

액션 샷도 조금 찍어봤습니다.

SDCS 제타 건담 킷에는 원래 SD 특유의 흰색 플라스틱 몽둥이 빔 사벨이 들어있으나,

RG 제타건담에 들어있는 SB-6 런너의 반투명 빔 부품으로 바꿔줬습니다.

눈과 센서부위, 그리고 빔 사벨은 형광도료로 칠했기 때문에 블랙 라이트를 비추면 빛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눈동자 있는 눈으로 바꿔봤습니다.

저 손들은 HG 1/144 차원 빌드 너클즈 각(KAKU) 타입의 L 사이즈 손들을 사용했습니다.

빔 라이플 손잡이는 빌드 너클즈에는 안 맞아서 빔 라이플은 킷의 원래 손으로 잡습니다.

박스 아트 흉내

이상입니다.

최애캐인 제타건담이 20년 만에 SD로 나왔길래 만들었지, 한동안은 SD에 다시 손대고 싶지 않습니다.

SD가 절대적인 작업량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다들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이 꽤 필요한 귀찮은 작업들뿐이라 골머리 좀 썩였네요.


다음엔 RG 풀 아머 유니콘을 만들어볼까 합니다.

부품 수는 많지만 왠지 아무 생각 없이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요.



SDCS 제타 건담 작업기 바로 가기


2018. 12. 22. 00:04

SDCS Zeta Gundam 제작기 #2 - 도색

크로스 실루엣이 SD 치고는 색분할이 잘 돼있다고는 하나 SD는 SD일 뿐, MG나 RG와는 차원이 다르고요.
특히 구석구석 알록달록 들어가있는 제타 건담의 경우 마스킹 분할 도색을 아주 열심히 해야 했습니다.

골다공증 시술이나 접합선 수정한 부위도 많고, 사출색과 다른 색을 올릴 부위 또한 많아서 일단 전체적으로 서페이서를 뿌려줬습니다.
서페이서 도포 후 흠집이나 표면이 고르지 않은 부분이 눈에 띄면 래커 퍼티 바르고 사포질 후 다시 서페이서 뿌렸고요.

사벨의 빔 부분을 RG 제타의 투명 폴리에틸렌 빔 부품으로 바꿔줬기 때문에 빔 부품에는 피니셔즈 멀티 프라이머를 뿌려줬습니다.
RG 사자비 MS 조인트 부품에도 같은 멀티 프라이머를 썼는데 도색이 좀 까졌거든요.
폴리에틸렌이나 폴리프로필렌 재질에는 역시 플라스틱 프라이머가 맞겠지만...
집에 놔둔 플라스틱 프라이머가 변질됐는지 에어브러시로 뿌리면 거미줄처럼 돼버려서 어쩔 수 없이 멀티 프라이머 썼습니다ㅜㅜ

본도색에 사용한 도료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 흰색: 피니셔즈 파운데이션 화이트 + 퍼플
- 파란색: 피니셔즈 라벤더
- 검정색: 가이아노츠 미드나이트 블루
- 관절 회색: 피니셔즈 파운데이션 그레이
- 라이플 회색: 피니셔즈 파운데이션 그레이 + 퓨어 블랙 비율을 2가지로 다르게
- 빨간색: 피니셔즈 파운데이션 화이트 > 피니셔즈 루미 레드 + 새먼 핑크
- 노란색: 피니셔즈 파운데이션 화이트 > 피니셔즈 딥 옐로우 + 파운데이션 화이트 + 루미 오렌지
- 눈 녹색: SMP 수퍼 파인 알루미늄 > 가이아노츠 형광 그린

- 센서 파란색: SMP 수퍼 파인 알루미늄 > 가이아노츠 형광 블루

- 빔 부품: GSI 화이트 그라데이션 > 가이아노츠 형광 핑크 그라데이션 > GSI 루비 레드

색깔이 참 많죠?

설정 일러스트를 보면 노란색도 두 가지 다른 색이 적용됐는데, 그냥 통일하는 게 나아보여서 그나마 한 색 줄였습니다.

마스킹 도색도 아주 원 없이 했습니다.
외장 부품들은 마스킹 도색을 안 하는 부품보다 해야 하는 것이 더 많은 건 물론이고, 한 부품에 3가지 색을 올려야 할 경우도 많았습니다.

킷에 포함된 스티커를 마스킹 씰처럼 사용하기도 했지만 그건 정말 일부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은 마스킹 테이프를 잘 재단해서 마스킹해야 됩니다.


언뜻 보기엔 팔 색분할 잘 나왔다고 좋아했지만... 손목 부분 색분할이 미비하여 분할 도색을 또 해줘야 합니다.

가슴도 사출색이 분할 잘 된 것 같죠?
연결부위를 회색으로 칠해줘야 해서 양쪽 부품 다 마스킹 도색해야 됩니다.

CS 프레임에도 마스킹 도색 해줘야 하는 부분들이 꽤 됩니다.

게임 하느라고마스킹 작업 자체에 걸리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건조를 기다리는 시간도 길어서 전체 도색에 시간이 오래 걸렸네요.
부품 수는 많지 않은데도 색색들이 겹치는 관계로 한 색 칠할 때마다 건조되기를 기다렸다가 마스킹하고 다음 색을 칠해야 했거든요.

곳곳에 존재하는 오목하게 들어간 마이너스 몰드 색분할 부위는 에너멜로 도색 후
삐져나온 부분을 에너멜 신너로 닦아내는 방식으로 처리했습니다.
회색은 별 문제가 없지만 노란색과 빨간색은 은폐력이 약해서 파란 바탕이나 회색 바탕에선 쥐약인데요.
흰색 에나멜을 진하게 희석한 후 뿌리고 말리고를 반복해서 밑색을 가린 후에 노란색과 빨간색을 올려줬습니다.


노란색은 타미야 에나멜 옐로우, 화이트와 오렌지를 섞어서 가급적 래커로 조색했던 노란색과 비슷하게 보이도록 했고요.

빨간색도 타미야 레드와 오렌지 에나멜을 섞어 썼습니다.
뒤 스커트 아래쪽에는 원래 빨간 원통형 버니어들이 있어야 하는데 이 킷에는 그냥 네모난 몰드밖에 없네요.
회색은 래커 도료로 마스킹 도색했고, 빨간색은 에나멜 도색 후 닦아주기로 분할도색해서 버니어 느낌을 내줬습니다.

뒷 스커트는 어차피 플라잉 아머에 가려져서 잘 안 보이는 부위인데, 그에 비해 공임을 많이 들였네요.
사실 반다이에선 색분할이 미비한 부분이나 골다공증 같은 걸 가급적 잘 안 보이는 부위에 배치하는데...
모델러는 그걸 기를 쓰고 수정 보완하려고 하다 보니 결국에는 잘 안 보이는 부분일수록 더 공을 많이 들이게 되네요.

SD 제타 건담이 각 부위 개수에다가 마스킹 도색 투성이라 손이 참 많이 간 관계로,
다음 작업은 가급적이면 접합선이나 색분할 별로 없는 유니콘 같은 걸로 해보고 싶습니다.

먹선은 바탕색에 맞게 흰색에는 회색, 노랑과 빨강에는 브라운, 그 외에는 검정 패널 라인 액센트 컬러로 넣어주었습니다.

데칼은 집안에 굴러다니던 데칼들 중에서 특징적인 마킹 몇 가지만 골라서 붙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데칼들 출처가 다 달라서 폰트가 제각각이네요-_-

개수와 도색은 손이 많이 갔지만 먹선이나 데칼 작업은 RG나 Ver. Ka에 비하면 가뿐하네요.

마감은 언제나처럼 무게감과 은은한 광택의 적절한 밸런스를 이루는 가이아노츠 EX 플랫 클리어로 했습니다.

눈과 센서부는 가이아노츠 EX 클리어로 유광 마감했고요.

이상으로 SD 크로스 실루엣 제타 건담 도색 작업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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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19. 02:23

SDCS Zeta Gundam 제작기 #1 - 개수 작업

SD건담 크로스 실루엣은 최신 SD 건프라 시리즈이기는 하나...

반다이는 SD 건프라는 저연령 대상의 저가형 모델이라는 마케팅 정책을 고수하는 건지 SDCS 제타 건담은 손봐야 할 곳이 많았습니다.

우선 프로포션 수정인데요.
가동성을 위해서 크로스 실루엣(CS) 프레임을 적용할 예정이긴 한데, 그러면 발목이 어정쩡하게 떠버립니다.
계속 보면 익숙해지기는 하는데, 그래도 진정한 SD라면 다리가 짧아야 한다는 일념에 정강이 CS 프레임을 잘라서 단축시켰습니다.
2.5mm 정도 잘라내면 발목 비율이 제타건담 킷에 원래 포함된 SD 프레임과 비슷해지는데요.
아래 사진처럼 발목 가동 각도가 15도쯤 줄어들긴 하지만... 역시 가동보다는 프로포션이 우선이죠.

그리고 흰색 어깨 연결부 부품이 왠지 위가 뚫려 있습니다.

액션 가동을 위해서일까요?
하지만 CS 프레임을 적용할 경우 팔을 바깥으로 살짝 빼기만 하면 흰색부품에 가동이 방해받지 않으니까 위를 막아줘도 괜찮습니다.
흰색 부품 위쪽 형상을 보면 딱 2 x 2mm 삼각 플라봉이 정확히 들어맞길래 그걸 잘라서 위를 막아줬습니다.

그리고 팔에 보면 실드 끼우는 구멍이 있는데요. 이게 실드를 끼울 일 없는 오른팔에도 있습니다.
오른팔 실드 접속부의 튀어나온 부분은 잘라내고, 구멍은 퍼티로 메꿔주고 나서 주위 몰드와 어울리도록 깎고 갈아줬습니다.

그리고 빔 사벨이 투명부품이 아닌 것이 영 마음에 안 들었는데요.
생각해 보니 RG 제타건담 킷에 빔 라이플에 꼽으라고 SB-6 러너가 잉여스럽게 들어있습니다.
빔 라이플은 하나인데 빔 부품은 두 개라서 때마침 하나 남고 말이죠.
SDCS 제타의 사벨과 대보면 굵기는 딱 맞는 것 같고 길이만 조금 기네요.
아트나이프와 핀바이스를 이용한 간단한 가공과 SB-6 부품을 사용해서 투명 빔 사벨을 완성했습니다.
1000엔짜리 SDCS 제타건담의 빔 사벨이 마음에 안 드시는 분은 3000엔짜리 RG 제타를 사세요.

그리고 빔 라이플의 총구도 톱과 핀바이스, 그리고 아트 나이프를 이용해서 뚫어주었습니다.
RG 제타 빔 부품은 여기도 꼽을 수 있습니다.


자 이제부터 골다공증 수정을 해야겠는데요.
뿔뒷면, CS 프레임의 어깨와 윗팔, 손뒷면, 발등, 발바닥, 스태빌라이저, 그리고 라이플에 골다공증이 있습니다.

손 뒷면은 SD건담 킷의 대표적인 골다공증 단골 부위인데, 모양이 덜 골다공증스럽게 바뀌긴 했습니다.
그래도 수정 안 하고 그냥 쓰기엔 찜찜한 형태라서 우선 'HG 1/144 차원 빌드 너클즈'로 교체를 시도했습니다.
차원 빌드 너클즈 '각(角, KAKU)' 타입의 L 사이즈가 형태나 크기가 그나마 비슷했는데, 안타깝게도 빔 라이플을 못 쥐네요.
빔 사벨 쥘 때와 주먹손, 그리고 편 손은 빌드 너클즈로 대체했지만, 라이플 장비를 위해 기존 손에 골다공증 시술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존 손에 플라판을 붙이고 이리저리 깎다 보니, 골다공증 시술이라기보단 아예 손을 반 정도 조형한 꼴이 됐네요.
상당히 귀찮은 작업이라 왼손은 안 하고 오른손만 개수했습니다.

킷에 포함된 손과 차원 빌드 너클즈 손은 크기와 형태가 좀 차이 나긴 하지만 그냥 넘어가도록 하죠.
빌드 너클즈의 접속부 볼관절은 약간 작기 때문에 볼 크기를 순간접착 퍼티로 키워주...고 싶었지만

우리집 순접 퍼티 따위 이미 몇 년 전에 다 굳어버렸기 때문에 그냥 순간접착제로 볼 크기를 조금 키웠습니다.

설정 상 등뒤 스태빌라이저의 골다공증은 다 막아버리면 안 되고 일부는 버니어 형태로 뚫어놔야 하는데요.
고토부키야제 메쉬 플레이트 디테일업 부품과 플라판을 조형해서 버니어 구조를 만들어 줬습니다.

발바닥은 골다공증을 메꾸기만 하면 맹숭맹숭하고 심심할 것 같아서 0.5mm 플라판에 패널 라인을 파고 붙여줬습니다.

나머지 골다공증 부위는 그냥 다 퍼티로 채우고 사포질해줬습니다.
폴리 퍼티를 쓰려고 했더니만 6년 정도 방치한 사이에 경화제가 변질됐는지 경화가 안 되더군요.
그래서 대신에 (역시 방치되어 상태가 안 좋긴 하지만 경화가 되긴 하던) 에폭시 퍼티로 때워줬습니다.
에폭시 퍼티에는 환경호르몬 비스페놀-A 등 안 좋은 성분이 들어있으니 작업시에 장갑과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런데 조형이 필요한 발바닥 같은 경우 무른 상태의 폴리 퍼티로는 좀 힘들 수도 있었겠다 싶은 것이, 에폭시로 하길 잘 했네요.
에폭시 퍼티 경화 후 사포질과 래커 퍼티로 다듬어줬습니다.

뿔 뒷면의 골다공증 처리와 함께 뿔을 뾰족하게 디테일업 해줬는데요.
뿔 끝에 플라봉을 붙여서 연장시킬까도 생각해봤지만 이미 뿔이 얼굴 대비 큰 것 같아서 뾰족하게 갈기만 했습니다.

라이플의 경우 골다공증은 채워준다 치고 수축이 또 상당히 심한데요.
하필이면 수축 싱크마크 부위에 몰드가 많아서 사포로 그냥 갈아버리면 몰드가 다 사라질 것 같네요.
수축 부위에 플라봉과 래커 퍼티를 먼저 올려준 후에 사포질을 했습니다.


이제는 접합선 수정 차례인데요, 머리, 어깨와 종아리에 접합선이 있습니다.
머리 접합선 수정이 가장 난이도가 높았습니다.
발칸과 덕트 부품이 분할된 것까지는 좋은데, 도저히 접합선 수정 후에 껴넣을 수 있는 모양이 아닙니다.
이 부품이 투구와 얼굴을 연결시키고 지지해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잘라낼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머리 내부에 플라판과 에폭시 퍼티로 지지대를 만들고 중간 연결부만 절단해서 접착해줬고,
이제 절단된 발칸포 부분은 머리 접합선 처리 후에 끼워넣을 수 있게 됐습니다.

접합선 수정은 무수지 접착제와 래커 퍼티, 그리고 사포질로 했고요.

어깨 부분은 안쪽 프레임의 접속부가 C형 가공을 하기 쉽지 않은 형태인데요.
그래도 뭐 별 수 있나요? 접합선 수정 후 조립할 수 있도록 C형 가공을 해줬습니다.

종아리 부품은 접합선이 발 뒤쪽 버니어 정 중앙으로 지나가고 가동식 발목 커버도 껴야 해서 역시 접합선 수정이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다리 프레임이 접합선 수정 후 끼워넣기 쉽게 생긴 형태라서 다행입니다.
버니어는 접합선 수정을 한다 해도 색분할이 또 문제가 되기 때문에

아예 잘라버린 후 빌더즈 파츠 HD 1/144 MS 버니어 01에 들어있던 디테일업 부품으로 교체했고요.

프레임 결합 핀은 좀 깎아내서 후조립이 가능하게 했고,
어차피 같은 흰색으로 도색할 발목 커버는 그냥 조립한 상태로 접합선 수정을 해버렸습니다.

사실 등의 플라잉 아머에도 눈에 잘 띄는 접합선이 나있기는 한데...
접합선 주위에 몰드도 많고 해서 수정이 귀찮은 관계로 '이건 그냥 패널라인이다'하고 자기최면을 걸고 그냥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이상, SD 크로스 실루엣 Z건담 + CS 프레임의 다리 단축, 디테일업, 골다공증 및 접합선 수정 작업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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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9. 00:34

SD Cross Silhouette Zeta Gundam 리뷰

저는 원래 SD (Super-Deformed) 건담을 좋아했더랬습니다.
건담이라는 캐릭터의 특성을 최대한 심플하고 귀엽게 표현하는 형태가 SD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SD 프로포션으로 출시된 건담 프라모델들을 실제로 만들어 봤더니 타 등급 킷들에 비해 색분할도 안 돼 있고,
부품 곳곳에 구멍을 뚫어 골다공증을 만들어 놓는 등 지나친 원가절감에 환멸을 느껴 SD 건프라를 멀리 하게 됐죠.
특히 3년 전부터 나오는 SD건담 EX-스탠다드라는 시리즈는 가격을 반 정도로 낮추고 극한의 원가절감을 추구하기 때문에 극혐입니다.
SD EX-스탠다드는 정말 팔다리가 빵빵 뚫려있고, 색상의 반 이상을 스티커로 커버하는데, 한 마디로 비추입니다.
건프라 초보분이 EX-스탠다드로 입문했다가 건프라 자체가 싫어질까 걱정되는 수준이에요.

올해 중반 쯤에 SD건담 크로스 실루엣(Cross Silhouette, CS)이라는 새 시리즈가 출시됐지만
저는 그 나물에 그 밥이겠거니 지레짐작하고 눈길도 주지 않았죠.
나중에 알고 보니, SDCS는 프레임 교체를 통해 원하는 프로포션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컨셉의 새로운 SD건담 제품군으로,
EX-스탠다드와는 달리 다시 원가를 좀더 후하게 쓰고 우주세기 기체들 중심으로 대폭 리뉴얼된 시리즈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코드지(CODE-G) 커피 영통점에서 SDCS 제타 건담 완성품을 만났습니다.

(구경만 하고 커피만 얻어먹고 구입하지는 않았네요. 코드지 사장님 죄송)
그 아이는 색분할도 준수하고, 얼굴 등의 조형도 잘 생겼고, 일단 첫눈에는 골다공증도 거의 안 보였습니다.
게다가 나의 애정하는 제타 건담이라니!

SDCS 제타를 본 날이 때마침 제 생일이었기 때문에 저희 아들이 생일선물로 사줬습니다.

사진 오른쪽의 크로스 실루엣 프레임은 제가 돈 주고 샀고요.

직접 조립해 보니 색분할이나 골다공증의 수준은 SD EX-스탠다드 시리즈와는 비교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매우 좋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완벽하지는 않고, 하이뉴 건담이나 레전드 BB 같이 색분할이 훌륭한 BB전사 제품보다 약간만 발전된 수준이네요.
눈 부품, 머리 발칸포, 가슴과 하박부 등 상반신의 색분할에는 신경 많이 쓴 게 역력히 보이는데, 다리는 그냥 허여멀겋게 나왔습니다.

뭐 제타 건담 디자인이 원래부터 워낙 곳곳에 자잘하게 여러 색을 써놔서 분할이 어려운 점도 감안해야겠죠.

실제로 색분할이 완벽하게 돼있는 제타건담 건프라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비싼 PG도, 최신 RG도 분할 안 된 부분이 있다는 말씀...

골다공증도 BB전사 후기 제품보다 약간 적은 수준이긴 하지만 있습니다.
뿔 뒷면, 윗팔, 손뒷면, 발등, 발바닥, 스태빌라이저, 라이플... 이렇게 있을 만한 곳에는 골다공증이 다 있네요.

다만 기존 SD 킷의 손 뒷면 골다공증은 누가 봐도 골다공증 티가 나는 반면,
SDCS의 손 뒷면 모양은 덜 골다공증스럽게 바뀌어서 언뜻 보면 골다공증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결론은 SDCS 또한 그럴 듯한 결과물을 위해선 기존 SD건담 중 가장 잘 나온 것 정도의 골다공증 수술과 부분 도색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보다 2배 정도의 가격으로 완벽에 가까운 색분할에 골다공증 없는 SD 건프라를 내면 살 사람 많을 것 같은데 절대 안 내주네요.

그렇다면 크로스 실루엣(CS)이란 건 그냥 번지르르한 이름뿐이고 결국 이전의 SD BB전사로 다시 회귀한 것인가? 하면 그건 아닙니다.
SDCS만의 특징은 바로 프레임 구조인데요.

제타건담 킷에 동봉된 SD 프레임과 별매의 CS 프레임, 이렇게 두 종류의 프레임을 선택해서 조립할 수 있습니다.

이 프레임 구조가 여러 부분에서 이전의 SD 건프라들 대비 SDCS의 차별성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우선 프레임 교체의 주목적이기도 했던 프로포션의 변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SD 초창기의 2두신이 가장 친근하지만 최근의 BB전사나 EX-스탠다드는 거의 3두신에 가까워졌는데요.
SDCS의 SD 프레임 프로포션은 EX-스탠다드와 거의 유사하고, 별매의 CS 프레임을 적용하면 3두신도 넘어가게 됩니다.

아무래도 프레임 구조를 가져가려니 기럭지가 어느 정도 필요했을 것 같고요.
다른 모델들이나 영상물 등을 봐도 SD도 점점 키가 크고 늘씬해지는 것이 요즘 추세인가 봅니다.
비율만 따지면 BB전사 Z건담 킷이 저한테는 딱이긴 한데, 20세기 유물을 이제 와서 만들 만큼의 용기는 없네요.

사진 출처: 달롱넷


프레임 구조의 채용으로 인한 또다른 반가운 변화는 폴리캡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BB전사의 경우 구조 상 팔꿈치 관절 반쪽이 폴리캡이어야 했고, 곳곳에 폴리캡이 드러나서 보기 흉하고 도색도 곤란했더랬습니다.
그리고 폴리캡 관절은 가동 좀 시키다 보면 헐렁해지고 빠지기 일쑤였죠.
SDCS에서는 폴리캡이 폴리스티렌 재질의 프레임으로 완전히 대체되면서 좀더 짱짱해진 느낌입니다.
하지만 SD 프레임의 고관절은 좀 잘 빠지긴 하더군요.

킷에 기본 포함된 SD 프레임의 치명적인 단점은 팔꿈치 관절이 없다는 것입니다.

팔꿈치 가동을 원한다면 별매 CS 프레임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원가절감의 극한을 달리던 EX-스탠다드에조차도 있었던 팔꿈치를 삭제하다니 반다이가 돈독이 제대로 올랐나 봅니다.
크로스 실루엣 프레임은 박스 안에 떨렁 러너 하나만 있는 주제에 EX-스탠다드 킷과 동일한 600엔씩이나 합니다.
아무튼 CS 프레임으로 교체하면 팔꿈치와 무릎 관절도 생기고, 고관절도 정교하게 바뀌어서 포징의 자유도가 높아집니다.

각 관절의 가동 범위는 90도도 될까말까 하고, 스커트가 고정식이라서 정확히 원하는 포즈를 잡아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가동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의 차이는 큽니다.

SD 프레임의 가동성과 골반 고정성 문제를 생각하면 CS 프레임은 거의 필수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600엔이나 더 주고 산 CS 프레임이라고 단점이 없는 건 아닌데요.
제타 건담에 CS 프레임을 적용하면 발목이 붕 뜹니다.
재작년에 산 바지를 입은 성장기 어린이처럼 발목만 껑충하니 올라가 있는 이런 모습은 짤뚱함이 생명과도 같은 SD와는 상극이라고 봅니다.

정강이 CS 프레임을 좀 잘라서 짧게 맞춰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CS 프레임의 다리 비율이 마음에 안 든다면 아래 사진처럼 상체만 쓰고 하체는 SD 프레임으로 놔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프레임 호환성을 추구한 부작용인지 SDCS 제타 건담은 변형이 안 됩니다.
전 사실 굳이 변형된 웨이브 라이더 형태로 전시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변형을 구현하려다가 프로포션, 가동성, 부품 강도가 망가진 건프라 킷들의 사례를 많이 봐와서 건프라의 변형은 회의적으로 봅니다.
사실 저는 변형보다는 하이퍼 메가 런처가 안 들어 있고 날개가 고정돼서 접을 수 없는 점이 더 아쉽네요.

네, 그렇습니다. 하이퍼 메가 런처가 안 들어있습니다.

위 사진은 HGUC의 하이퍼 메가 런처를 들려준 것인데요. 크긴 하지만 들 수는 있네요.
SDCS 제타 건담 킷의 실제 무장은 빔 라이플, 빔 사벨, 그리고 실드의 단출한 구성입니다.
라이플과 사벨은 색분할 따위 없이 각각 통짜부품 하나로 돼있습니다.
이왕 새 SDCS 시리즈를 낸 만큼 빔 사벨도 투명 부품 써서 내주면 참 좋았겠지만 그냥 SD 전통을 따라 도색이 필요한 통짜로 나왔고요.
참고로 설정 상 제타 건담의 빔 사벨 손잡이는 흰색이 아니고 회색입니다.

빔 라이플은 차라리 접합선이 생기더라도 양쪽 부품으로 좀 나눠줬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빔 라이플에 골다공증은 물론이고 수축 싱크 마크도 확연히 보여서 좀 별로입니다.

아무튼 SDCS 제타 건담은 단점도 없진 않지만 종합적으로 품질이 꽤 우수하고, 품질도 품질이지만 일단 예뻐서 추천할 만한 킷입니다.
주관이 다소 개입된 판단이기는 하나, 지금까지 출시된 SDCS 제품 중에는 제타 건담이 가장 예쁘게 나온 것 같습니다.
액션 포징을 원한다면 크로스 실루엣 프레임 화이트도 함께 구매하시는 걸 추천하는데요.
CS 프레임이 내용물 대비 비싸긴 하지만, 사실 600엔이 요즘 세상에 큰 돈은 아니죠.

결론적으로 SDCS 제타 건담은 한 20년 만에 꽤나 훌륭한 모습으로 돌아온 제타 건담의 SD 건프라로서,
기동전사 Z건담과 SD의 팬이시라면 필구하셔야 할 제품입니다.



SDCS 제타 건담 작업기 바로 가기


2018. 11. 6. 00:35

RG MSN-04 Sazabi 완성

RG 사자비 도색 완료했습니다.
오랜만의 도색이라 간단하게 끝내려고 했는데 신경 쓰이는 부분이 여러 군데 있어서 여기저기 건드리다 보니 일이 좀 커지긴 했습니다.
RG 사자비 킷이 프로포션, 가동성, 디테일은 훌륭하지만 버니어 색분할 안 돼있고, 접합선도 있고,

구조가 약해서 군데군데 부러지기도 하는 등 아쉬운 점도 꽤 있더군요.
제가 여기저기 손 대고 분할도색한 내역들은 저의 지난 작업기들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내공이 부족하여 메탈릭 도색은 하지 않고 솔리드 반무광으로 도색했습니다.
계획은 붉은 장갑 부분을 3단계 톤으로 도색하는 거였는데,
실제로 칠해 보니 1단계와 2단계가 너무 비슷해져서 아주 이상한 색 조합이 돼버렸습니다ㅜㅜ

육덕진 사자비 주제에 팔다리 가동성이 쫙쫙 접혀주는 것은 정말 좋긴 하나, 반대로 팔다리를 일직선으로 쭉 뻗지를 못합니다.

직립 자세의 박력이 2% 정도 감점되네요.
RG 사자비는 살짝 해치 오픈 기능 비슷하게 장갑을 전개할 수 있습니다.

제가 건프라에서 손 놓고 있던 와중에 기존의 반다이 액션 베이스 1과 2를 대체하는 액션 베이스 4와 5가 새로 나왔더군요.

높이와 각도 조절이 번거롭다는 단점 외에는 고정성, 확장성, 액션의 자유도 등 모든 면에서 액션 베이스 1, 2보다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
특히 액션 베이스 2는 바닥 패널 연결부품과 기둥 지지대 고정성이 꽝이고 투명 컬러도 없었기 때문에 이번 업그레이드가 대환영입니다.
RG 사자비는 덩치가 좀 크긴 하지만 1/144 스케일용 액션 베이스 5로도 충분히 커버가 됩니다.

각 부분 디테일입니다.

Funnel은 대부분의 한국 분들이 일본 발음 환네루를 나름 한국식으로 순화해서 판넬이라고 발음하시지만
터널(tunnel, 참고로 일본 발음은 톤네루입니다)과 맨 앞 자음 하나만 다르니까 외래어 표기법 상 퍼널이라고 쓰는 게 맞습니다.
Funnel은 깔대기라는 뜻인데, 큐베레이에 사용된 최초의 퍼널이 깔대기 모양이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붙인 듯합니다.

직립자세만 찍으면 심심하니까 도색 까짐에 주의해가면서 포징을 좀 해보겠습니다(하지만 결국 까졌습니다ㅜㅜ).

빔 부품은 그라데이션 도색을 하긴 했는데 빔 느낌이 안 나고 마음에 안 드네요.
나중에 시간 나면 신너탕에 담궜다가 새로 칠할까 봅니다.

모노아이와 센서 류는 형광 그린으로 칠했기 때문에 블랙 라이트를 비추면 빛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빔 부품은 원래부터 사출색이 형광 그린이라 블랙 라이트에서 빛나고요.

새 액션베이스에는 퍼널 등을 고정할 수 있는 3mm 짜리 구멍도 많이 뚫려있어서 좋습니다.
퍼널 거치에는 3mm 연질 프라봉이 제격인데 사진 한 장 찍자고 새로 사긴 좀 그래서
뉴건담 Ver. Ka에 들어있는 핀 퍼널 거치 부품과 액션 베이스 4에 포함된 보조 지지대를 활용했습니다.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RG 사자비 작업기 바로 가기


2018. 11. 1. 01:53

RG MSN-04 Sazabi 제작기 #2 - 도색

저의 이번 RG 사자비 도색 작업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사자비 하면 뭐니뭐니 해도 그 온몸을 둘러싼 '붉은 혜성 샤아'의 상징적인 빨간 색인데요.
MS 대도감에 나온 설정 일러스트도 그렇고, 구판 MG나 HG 사자비의 사출색도 두 가지 톤의 진한 붉은 색으로 돼있었습니다.

그런데 MG 사자비 Ver. Ka의 경우 한 눈에도 확연한 쓰리 톤 사출이고, RG도 투 톤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미묘하게 3단계 톤입니다.

바로 옆에 놓고 눈에 힘을 주고 보면 D 런너의 부품들이 F 런너의 색보다 아주 미세하게 약간 더 진한 빨간색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투 톤이든 쓰리 톤이든 적절한 도료를 찾아내기 위해,

갖고 있던 모든 붉은 도료들을 동그란 플라스틱 메모 자석에 시험 삼아서 한 번씩 다 뿌려봤습니다.
제가 이렇게저렇게 사모았던 불그스름한 색깔 도료들이 9가지나 되더군요.
밝은 색부터 어두운 색 순서로 사진 왼쪽부터 GSI 건담 핑크 2, 피니셔즈 새먼 핑크, 루미 레드, 브라이트 레드,

가이아노츠 프리미엄 레드, 피니셔즈 실크 레드, IPP 수퍼 이탈리안 레드 2, 피니셔즈 마룬, GSI 건담 레드 2입니다.

위 사진에서 색상의 밝기를 비교해보면 RG 사자비의 붉은 사출색들은 세 가지가 몽땅 다 실크 레드에 가깝습니다.
RG 사출색은 밝기가 아니라 채도 차이로 레드 톤들이 구분되는 듯하네요.
다른 키트들은 머리 뿔이나 어깨 뽕 부분의 색이 밝은 색이지만,

RG에선 밝기는 거의 같고 대신에 빨강이라기보다는 핑크에 가까운 더 탁하고 연한 색입니다.
저는 탁하고 칙칙한 색깔보다 밝고 채도 높은 색깔을 선호하기에 최종적으로 사출색과는 다르게 아래와 같은 세 색깔을 선택했습니다.
- 밝은 레드: 피니셔즈 루미 레드 + 새먼 핑크

- 중간 레드: 가이아노츠 프리미엄 레드

- 어두운 레드: IPP 수퍼 이탈리안 레드 2


세 톤의 배색은 RG 사자비의 사출색을 기본으로, MG Ver. Ka와 설정 일러스트도 참고해서 살짝 몇 군데 배치를 바꿨습니다.

그런데 이 빨간색들 칠하면서 참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어두운 레드는 처음에는 수퍼 이탈리안 레드 2가 너무 어두운 것 같아서 피니셔즈 실크 레드와 마룬을 혼색해서 칠했으나...
도색 후 건조 중에 두 도료가 분리되면서 부품이 얼룩덜룩해지는ㅜㅜ 현상이 발생해서 신너탕에 담그고 재도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일은 처음 겪어보는데요. 피니셔즈 도료들을 혼색할 때는 충분히 주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이아노츠 프리미엄 레드는 정말 채도가 높고 순수한, 영롱하고 아름다운 빨간색이라서 중간 톤으로 골랐는데요.
단점은 이게 반투명 색이라는 겁니다.
프리미엄 레드뿐 아니라 모든 붉은 도료들은 은폐력이 떨지기 때문에 은폐력이 높은 피니셔즈 파운데이션 핑크를 밑색으로 올려줬습니다.

그런데 밑색 비치는 것만 문제가 아니고, 희석 농도와 어떻게 뿌리냐에 따라 색 밝기가 변하는 것이 골칫거리거든요.
결국... 일부 프리미엄 레드 도색 부품은 밝은 레드와 거의 비슷하거나, 어떨 때는 오히려 더 밝기도 했습니다ㅜㅜ
이 문제는 나중에 데칼 다 올리고 마감제 뿌린 후에 조립하다가 발견한 거라서 어찌할 도리가 없네요.
나름 고심하고 머리 써서 쓰리 톤 색분할을 한 건데 안 한만 못한 결과가...

아무튼 빨강 이외의 다른 색들은 다음과 같은 도료들을 사용했습니다.

- 백팩 및 무기 검정: 가이아노츠 미드나이트 블루

- 버니어 및 파이프 노랑: 피니셔즈 딥 옐로우 + 파운데이션 크림 + 루미 오렌지

빨간색과 마찬가지로 노란색도 은폐력이 낮아서, 밑색으로 피니셔즈 파운데이션 크림을 먼저 깔아줬습니다.
- 프레임 회색: 피니셔즈 파운데이션 그레이 + 퓨어 블랙
프레임 부품들 간에도 톤이 좀 나뉘어 보이도록 혼색 비율을 2가지로 달리 했습니다.

- 라이플 회색: 피니셔즈 퓨어 블랙 + 파운데이션 그레이
프레임보다 더 어두운 회색으로 조색해줬습니다.
- 프레임 일부 포인트 은색: 피니셔즈 퓨어 블랙 위에 SMP 수퍼 파인 알루미늄

- 카메라 녹색: SMP 수퍼 파인 알루미늄 위에 가이아노츠 형광 그린
지난 번 RG 프리덤에 썼었던 메탈릭 위의 클리어 형광이 은근히 건프라 카메라 표현에 좋길래 또 써봤습니다.

모노아이는 4mm 클리어 돔 디테일 업 제품을 썼고요. 돔 부품의 녹색이 옅어서 형광 그린 도료를 덧입혀줬습니다.
- 빔 사벨, 빔 액스 부품: GSI 화이트, 가이아노츠 형광 그린, GSI 터쿼이즈 그린으로 그라데이션

본격적인 빔 이펙트 부품 그라데이션 도색에는 처음 도전해봤는데, 뭔가 빔이라는 느낌이 잘 안 나는 것이 맘에 좀 안 드네요.
테크닉이 문제인 건지, 센스가 문제인 건지, 아니면 둘 다인지...
다음번에는 뭔가 좀더 손잡이 가까운 쪽에서 그라데이션이 끝나고 투명 부분이 더 많이 남도록 하고,
빔 액스는 그라데이션이 좀더 울퉁불퉁하게 되도록 도색해볼까 합니다.

RG 치고는 마스킹 분할도색이 필요한 부품들이 많습니다.
일단 버니어 쓰러스터와 아포지 모터 종류는 내부 색분할이 안 돼있어서 마스킹 도색 해줬고요.

백팩 작은 버니어의 안쪽 회색 분사구는 타미야 미디엄 그레이 에나멜로 붓도색했습니다.

외장 부품 중에는 반대면에 프레임 색을 칠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어쩌면 반다이에서 나름 의도적으로 저렇게 뽑은 건지도 모르지만 제 취향은 좀 다른지라 일일이 회색으로 칠해줬습니다.

또 킷에 보면 은색 스티커 씰을 붙여서 디테일을 주는 부분들이 있는데, 이 스티커들을 마스킹 테이프 대용으로 써서 분할 도색했습니다.
프레임에는 제 맘대로 은색으로 포인트 도색한 부품도 있는 만큼 스티커 씰 부위를 은색으로 칠했지만,
장갑 도색은 솔리드 무광으로 할 예정이라서 장갑 부분은 스티커 부위를 밝은 회색으로 마스킹 도색했습니다.

그리고 또 그냥 단지 멋있어 보이려고 분할도색한 부품도 몇 개 있고요.

도색 후 먹선 작업은 타미야 패널라인 액센트 컬러로 했습니다.
기존에 블랙, 그레이, 브라운 패널 라인 액센트 컬러를 소유 중이었는데, 제가 모형에 손 놓고 있는 사이에 다크 브라운도 나왔더군요.

사자비의 진한 빨강에는 기존의 브라운보다는 다크 브라운이 어울릴 것 같아서 새로 샀는데, 나름 만족스럽네요.
액체상태일 때는 너무 검은 것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됐었는데, 건조 후 결과물을 보니 꽤 괜찮더군요.
빨간 바탕의 패널 라인은 다크 브라운, 노란 바탕에는 브라운, 그 외 다른  패널에는 블랙 패널 라인 액센트 컬러로 먹선을 넣었습니다.

데칼은 모델링홀릭의 습식 데칼을 사용했고, 거의 매뉴얼대로만 붙였습니다.

그런데 설명서 대로 붙이면 왼쪽 스커트 부분의 CD (Casval Deikun) 퍼스널 마크가 원작 애니와는 크기도, 색상도, 디자인도 달라지는데요.
크기가 좀 작긴 하지만 원작 디자인과 같이 높은 음자리표처럼 생긴 금색 데칼로 바꿔줬습니다.

마감은 가이아노츠 EX 플랫 클리어로 했습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고무 지우개 같은 투박한 무광이 아니라,

플라스틱한 광은 잡지만 윤곽의 은은한 광택은 살리는 매끄럽고 고급진 느낌의 반무광이랄까요?
스케일 모형에는 어떨지 몰라도 건프라 같은 캐릭터 모형의 표면으로는 맘에 쏙 드는 마감제입니다.


이상, RG 사자비 도색을 완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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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16. 23:48

RG MSN-04 Sazabi 제작기 #1 - 개수 및 디테일 업

RG 사자비 킷이 정말 잘 나왔다고 소문 났더군요.
얼핏 봐서는 프로포션이며 디테일이며 가동성이며 뭐 흠 잡을 데가 없는 것 같습니다.

화제성 있는 신상으로 오랜만에 도색작업에 복귀해 보고자 이 녀석을 점찍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무리하지 않고 스트레이트 빌드에 전체 도색만 하려고 했습니다만...
RG 사자비가 완성도가 좋기는 하지만 문제도 꽤 있어서 이곳저곳 손을 댈 수밖에 없더군요.

먼저 '개수'에 해당되는 부분인데요.
개수라고는 해도 팔다리를 늘린다거나 하는 대공사는 아니고 킷의 조립 상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간단 개수 정도입니다.
일단 유튜브 리뷰를 보니 어깻죽지 안쪽 관절이 쉽게 파손되는 문제가 있다더군요.
관절이 너무 빡빡해서 반복되는 가동 중에 관절핀이 비틀려 끊어지는 건데요, 특히 도색한다고 뺐다꼈다 하면 더 파손 위험도가 높습니다.
문제의 G26 부품의 핀을 조립 전에 가공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사포질하기는 어려운 위치라서 아트 나이프로 살살살 돌려깎아줬습니다.

그리고 어깨 앞뒤 장갑 조립 시 잘 맞물리지 않고 빨간 부품과 핑크 부품 사이에 틈이 생기더라고요.
자세히 보니 핑크색 부품들에서 사진의 화살표 위치에 있는 숫핀의 길이가 암핀의 깊이보다 더 길더군요.
그래서 니퍼로 한 0.5mm 정도 잘라줬더니 틈 없이 잘 들어맞았습니다.

또한 실드 연결부품이 문제인데요, 실드가 팔꿈치 방향으로 오는 각도에서만 팔에 꼭 맞게 장착이 됩니다.

실드는 팔꿈치보다는 팔꿈치 바깥 방향으로 오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그쪽으로 돌려주려고 하면 실드 연결부품의 모서리가 팔을 밀쳐내면서 팔에서 살짝 빠집니다.
실드가 아주 빠져버리는 것은 아니지만 애매하게 헐렁하게 팔꿈치에 얹혀있는 듯한 형상이 돼버려서 언제 떨어질까 불안합니다.
그래서 오른쪽 사진과 같이 연결 부품의 꼭짓점 부분을 좀 깎아줬습니다.

사진을 보면 저는 한 1mm 가량 깎았는데 저렇게까지 많이 깎을 필요는 없고요, 살짝만 깎으면 됩니다.
건프라에 칼을 대는 것이 부담스러운 분은 사진 상의 저 두 부품을 살짝만 빼서 조금 간격을 띄워두셔도 효과가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아래 사진 위치처럼 실드를 돌려서 장착해도 팔에 튼튼하게 결합돼서 빠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도색을 하겠다고 마음 먹고 보니 부품 분할 문제들이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하는데...
우선 프로펠런트 탱크에 완전 정직하게 접합선이 나있습니다.
건프라에서 이런 당당한 접합선은 꽤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데요, 어쩌면 RG로서는 최초가 아닐까 싶습니다.
접합선 수정을 해줬죠. 무수지 접착제로 꾹 눌러 접착 후 락카 퍼티 발라서 사포질 해줬습니다.

그리고 RG 사자비에는 자잘하게 색분할이 잘못된 곳이 좀 있습니다.
팔이나 실드 뒷면 붉은 장갑 중간의 까만 부분들, 어깨의 핑크색 부분도 사실은 프레임 회색이나 다른 색이어야 맞을 것 같습니다.
다 마스킹 도색 대상이죠.

이런 것들은 사실 따지고 보면 별로 문제가 안 되고 진짜배기가 따로 있는데, 바로 버니어와 아포지 모터 류의 노즐들입니다.
MG 사자비 Ver. Ka와는 달리 노즐의 색분할이 완벽하지 않아서, 버니어 쪽은 대부분 다 마스킹 도색을 해야겠더군요.
버니어 8개가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그 중에 2개만 색분할해놓는 건 대체 무슨 심보일까요?

사자비는 로켓 노즐 형상의 버니어들이 많은데요.

MG Ver. Ka를 보면 바깥쪽은 회색, 안쪽은 노란색, 그리고 맨 안쪽 분사구 부분은 다시 회색으로 돼있습니다.

※ 이 사진은 RG가 아닌 MG 사자비 Ver. Ka입니다.

일단 버니어 노즐 안쪽이 노란색인 것은 단순히 MG Ver. Ka의 기술력 과시를 위해 넣은 것이 아니고,

MS 대도감을 보면 엄연히 설정화에도 명확히 나오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저도 RG 사자비 버니어 색분할을 Ver. Ka 기준으로 할 예정이고, 처음에는 그냥 마스킹으로 분할도색을 적용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RG 사자비의 팔이나 양 옆 스커트의 노즐은 그나마 최소한의 부품 분할이라도 되어 있지만,

다리와 백팩은 전혀 자비 없는 통짜 부품이더군요.
특히 다리 버니어는 안쪽이 좁은 데다가 중앙 분사구 형태가 복잡해서 안쪽을 분할해서 칠하려면 마스킹 난이도가 상당합니다.
사실 과학적으로 보면 버니어 노즐의 안쪽은 아무 것도 없이 그냥 밋밋하고 throat라는 구멍이 뻥 뚫려있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냥 구멍보다는 뭔가 기계장치 같은 것이 있는 게 멋져 보이니까 분사구 구조물을 만들어놓으려는 건데요.

아무튼 여기부터가 디테일 업 작업이 되겠습니다.
버니어 색분할의 대책으로 우선 생각 나는 것이 메탈 버니어로 교체하는 것인데요.
다리 뒤쪽 버니어들이 난관인데, 버니어 세 개가 한 부품으로 붙어있는 데다가

그 자체가 다른 부품의 연결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버니어 교체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워 보입니다.
버니어 안쪽의 고난이도 마스킹 도색 작업과 까다로운 메탈 버니어 교체 작업 중 제 선택은요... 버니어 교체였습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작업 후반부에 불확실성을 가져가는 것보다는 손은 많이 가더라도 미리 초반에 노가다를 해놓기로 했네요.

다리 뒤쪽 버니어는 위 사진과 같은 덩어리 부품을 세 조각으로 잘라내고 모델업제 SV 버니어 7mm로 교체해 줬습니다.
다리 옆면 버니어 노즐도 메탈 버니어에 맞게 기존 부품들을 썰고 깎아낸 후 모델업 SV 버니어 11mm로 바꿔 달아줬습니다.
과학적으로는 diverging section 안쪽면에 저렇게 뱅글뱅글 몰드가 파여 있으면 와류 생기고 효율이 나빠지겠지만,

보기에 예쁘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죠.

백팩의 큰 버니어와 형태가 맞는 메탈 버니어는 제가 갖고 있지 않아서 대신에 분사구 부분에만 2.5mm 메탈 비즈 하나 심어줬고요.
잠깐, 그렇다면 다리 버니어도 가운데 메탈 비즈만 심어주면 훨씬 간단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이쯤에서 들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ㅜㅜ
작은 버니어에는 비즈조차 심을 공간이 안 나와서 가운데에 송곳으로 구멍을 콕 찍어줬고, 나중에 붓도색으로 등으로 커버해볼 생각입니다.


팔과 옆스커트 노즐은 중앙부에 부품 분할이 돼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입 닦고 넘어가기는 미안하니 중앙 분사구 핀을 자르고 2mm 메탈 비즈로 교체해줬습니다.
그리고 팔의 버니어는 크기에 비해 너무 두께가 두꺼워 보여서 로터리 툴로 안쪽을 갈아서 넓혀줬습니다.

뒷 스커트 양쪽의 아포지 모터 부분도 사실감을 주기 위해서 구멍을 뽕 뚫어줬습니다.

복부 메가입자포는 색분할도 그렇고 형상 자체가 마치 메탈 비즈를 꼽아 달라고 호소하는 듯한 모양새라서 2mm 메탈 비즈를 심어줬습니다.

디테일 업이라고 하면 뿔 연마를 빼놓을 수 없죠. RG 사자비의 머리 뿔은 처음부터 꽤 뾰족하게 나온 편이라서 조금만 갈아냈습니다.

모노아이도 디테일업 부품으로 교환할까 말까 하던 차에 때마침 킷 부품이 똑 부러지더라고요.

어깻죽지도 그렇고, 모노아이도 그렇고, RG 사자비가 킷이 좀 전반적으로 튼튼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갖고 있는 4mm 클리어 돔 디테일업 부품의 녹색이 좀 옅어서 클리어 도료를 뿌려 좀더 진하게 만들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표면 정리 작업입니다.
RG 사자비의 외장은 둥글넓적한 부분이 많고 부품 안쪽에는 칸막이 같은 구조물이 많아서 눈에 띄는 수축 싱크 마크들이 많습니다.

크고 작은 싱크 마크 부위들을 전부 다 사포로 갈아주었고요.
게이트 자국과 파팅라인도 사포로 밀어주는 정도로 해서 표면정리는 마쳤습니다.

도료가 정착되기 힘든 폴리프로필렌 재질의 MS 조인트에는 피니셔즈 멀티 프라이머를 뿌려줬고,
메탈 버니어 부품과 비즈에는 메탈 프라이머를 올려줬습니다.

일반 폴리스티렌 부품들은 세척만 잘 해준 후에 서페이서를 뿌리지 않고 바로 도료를 칠했습니다.
집에 회색 서페이서밖에 없어서 자칫 잘못하면 빨간색이 칙칙해져 버릴지도 몰라서요(귀찮은 것도 있고ㅋ).

이렇게 해서 간단 개수, 디테일 업, 표면정리를 마치고 RG 사자비를 도색할 준비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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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3. 23:31

RG ZGMF-X10A 프리덤

RG 프리덤을 완성했습니다
MG 2.0도 아니고 HGCE도 아니고 RG맞습니다^^
RG 프리덤이 발매된 게 2011년이니까 나온 지 벌써 7년 됐네요.
7년 전 킷이지만 기술이나 구성 면에서는 최신 킷에 그다지 꿀리지 않습니다.
(손가락이 좀 잘 빠지고 관절이 서서히 낙지가 돼서 문제지-_-)
어쩌면 건프라 기술의 발전은 이미 어느 정도 한계점이나 포화상태에 온 것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오랜만에 건프라 작업을 다시 잡은 관계로 이번 RG 프리덤은 워밍업이란 의미에서 도색은 안 하고 먹선/데칼/마감 작업만으로 끝냈습니다.
실물로 보면 도색 안 한 티가 납니다만, 사진만 봐서는 그럴싸하지 않나요?

구판 MG 프리덤 시절부터 날개에 쓰여있는 DIECI(디에치)는 이탈리아어로 10을 뜻합니다.
형식번호가 ZGMF-X10A이기 때문인데요.
같은 이유로 형식번호가 5로 끝나는 GAT-X105 스트라이크에는 CINQUE(칭퀘, 5)라는 표기가 되어 있고,
ZGMF-X09A 저스티스에는 NOVE(노베, 9), ZGMF-X20A 스트라이크 프리덤에는 VENTI(벤티, 20)라고 써있습니다.
참고로 스타벅스 커피의 벤티 사이즈는 20 fl oz(591 ml)입니다.

ET 표시는 소속함인 이터널(Eternal)을 나타냅니다.

RG 프리덤 킷 설명서를 보면 이터널 사양 데칼과 자프트 사양 데칼을 선택해서 붙일 수 있게 돼있는데요.
개인적으로 ET는 폰트가 별로라서 자프트 엠블럼이 디자인 측면에서 더 예쁘긴 한데...
극중에서 프리덤의 등장 시점이 자프트에서 탈취한 이후부터이다 보니 자프트 엠블럼은 붙이기가 좀 애매합니다.

스트라이크 프리덤의 경우 극중에서 이터널과 아크엔젤(ArchAngel)을 갈아타기 때문에 ET와 AA를 선택해서 붙일 수 있는데요.
스트라이크 프리덤 만들 때는 꼭 AA로 붙일 계획입니다.

반다이에서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1/144 RG 프리덤의 빔 사벨 용으로 1/100 MG 프리덤 용 클리어 부품을 넣어줘서 무지 깁니다.

킷의 빔 사벨이 본체 키보다도 길어서, 사진 찍을 때는 RG 저스티스의 빔 부품을 빌려서 대신 꼽아줬고요.

SEED 시리즈에서는 무기에도 각각 이름을 붙여놓았는데요, 특이하게도 그 이름들은 모두 동물의 학명(学名, scientific name)입니다.

빔 사벨은 '라케르타(Lacerta)' 빔 사벨이라고 하는데, 도마뱀(생물분류학적으로는 모래장지뱀속)의 학명이고,
'루푸스(Lupus)' 빔 라이플은 늑대 종을 뜻하며, 머리에는 '피쿠스(Picus, 딱따구리속)' 발칸포가 있습니다.

날개의 빔 캐논은 발라에나(Balaena, 북극고래속), 허리춤의 레일 건은 크시피아스(Xiphias, 황새치속) 같은 식입니다.

SEED 원작자 중에 누군가 생물학 전공자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라틴어 전공자일지도? (학명은 원래 라틴어 단어를 씁니다)

카메라 아이와 빔 라이플 센서 등은 제가 형광 클리어 색깔로 칠해줬기 때문에 블랙 라이트를 비추면 빛나 보입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플라스틱 특유의 투명감이 느껴진다든지 도색 안 한 티가 약간 나긴 하지만,

사진들만 봐서는 어느 정도 도색작같은 느낌 안 나나요?
먹선/데칼/마감 작업이 노력 대비 결과물의 만족도가 예상보다 꽤 높네요.
앞으로도 RG 킷 중에 색분할이 잘 된 녀석은 도색 생략하고 먹선/데칼/마감 공정을 종종 애용해줘야겠습니다.

그렇지만 RG가 그 조그만 킷에 패널라인도 오밀조밀 많고 데칼도 상당히 많아서 먹선/데칼 작업이 생각보다 시간이 꽤 많이 들었네요.

생각해 보면 도색을 안 해도 전체 작업 시간이 확 줄었다는 느낌은 별로 안 듭니다(실은 작업 중간에 3년 정도 묵히기도 했고요^^).

RG 프리덤의 하늘색 같은 파란색도 나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약간 보라색 끼 도는 파랑이 더 좋은데...
먹선 데칼 마감만으로 끝내려니 사출색에 얽매일 수밖에 없네요.
또 RG는 어드밴스드 MS 조인트 재질의 특성인지 프레임 사출색이 너무 검은 반면, 저는 밝은 회색 프레임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사실 모형 작업 중에 플라스틱 표면에 예쁜 색깔이 입혀져가는 걸 보는 것도 재미와 성취감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말이죠.
이것저것 생각하니 역시 저는 웬만하면 풀 도색을 하는 게 낫겠습니다.
이번 먹선/데칼/마감 작업으로 컴프레서에 시동도 걸어놨으니...
다음 차례로는 신상 킷 하나 전체 도색에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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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1. 23:36

RG ZGMF-X10A 프리덤 먹선 데칼 마감 작업기

최근 5~6년간 이래저래 생업도 바쁘고 다른 취미에 신경 쓰다 보니 건프라 작업에 손을 못 대고 있었습니다.
신상들 나오면 그나마 조립은 틈틈이 하고 있었습니다만... 최근에는 그 조차도 전혀ㅠㅜ
최근 아들내미 학교 과제 때문에 먼지만 쌓이던 컴프레서와 에어브러시를 다시 잡은 관계로 건프라도 다시 해보려고 집어들었습니다.

도색하다가 중단한 킷들도 여럿 있지만, 오랫동안 손 뗐던 도색작업을 다시 시작하기엔 벌여야 할 일의 규모가 커서 엄두가 안 나고...
그냥 도색 없이 먹선/데칼/마감만으로 완성하고 치우려고요.

PG나 MG 같은 비싼 킷들은 풀도색을 안 하면 왠지 킷에게 미안하고...
HG는 색분할도 불완전하고 디테일이 밋밋해서 먹선마감만으로는 허전하고...
가격 부담으로 보나 색분할과 디테일 면으로 보나 RG가 도색 안 하고 먹선/데칼/마감으로 끝내기에 딱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그 첫번째 먹선/데칼/마감 대상 실험체는 RG 프리덤 되겠습니다.

SEED는 제가 두번째로 좋아하는 건담 시리즈인데(첫번째는 제타 건담) 그 주역 기체 중 하나인 프리덤을 아직 완성해본 적이 없네요.
사실은 얘도 작업하다가 한 3년 손 놓고 있었습니다.

정말 먹선 데칼 마감만 하려고 했는데, 눈에 밟히는 부분들이 몇 군데 있어서 가공을 조금 해줬습니다.
일단 뿔은 좀더 뾰족하게 갈았고요.
RG가 워낙 작다보니 너무 갈면 부러질까봐 적당히 뾰족해진 선에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가슴의 기관포? 센서?가 막혀있어서 장난감 티가 좀 나는데, 핀바이스로 좀 더 깊이 파줬습니다.
등짐의 빔 캐논도 막혀 있는데 그렇다고 뚫으면 속이 비쳐보여서 더 장난감 같아지니 뚫지 않고 안쪽을 무광검정으로 도색했습니다.


게이트 자국은 모두 사포질로 정리했고, 유색 부품에서 허옇게 뜬 게이트 자국은 건담 마커를 이용해서 살짝 커버해줬습니다.
어드밴스드 MS 조인트는 공정 상 ABS 재질 부분의 게이트를 사출기에서 힘으로 뜯어내버리나 본데요.
게이트 자국이 깊은 데다가 색상도 검어서 특히 눈에 더 띄더군요.


이 빨간 부품처럼 너무 확연히 수축 싱크마크가 눈에 띄는 부품들은 사포질로 갈아서 평평하게 정리해줬습니다.


그리고 풀도색이었다면 그냥 도료로 덮어버려도 되었을 프라 표면의 물결무늬(웰드 라인)도 사포질로 정리했습니다.


먹선/데칼/마감 작업이라 가급적 에어브러시는 안 잡으려 했는데, 제아무리 색분할이 잘 된 RG라지만 클리어 부품은 어쩔 수가 없죠.
메탈릭 도료 위에 형광 클리어 도료로 부분도색 해줬습니다.

SMP 수퍼 파인 알루미늄을 먼저 칠해줬고요.
눈은 그 위에 가이아노츠 형광 옐로우를 올려줬고, 이마 카메라와 라이플 조준경은 가이아노츠 형광 블루를 썼습니다.

눈 테두리는 무광 검정색으로 에너멜 도색 후 눈알 부분만 에너멜 신너로 닦아냈습니다.

라이플 조준경 중앙의 가로 막대는 렌즈 부위 마스킹 후 저먼 그레이 에너멜을 뿌려줬습니다.

조준경 도색은 좀 실수를 하긴 했지만 오랜만에 이런 작업을 해보니 재밌네요^^

카메라 아이 같은 부분의 표현으로 메탈릭 위에 형광 클리어는 처음 시도해 보는 조합인데 예상보다 효과가 괜찮습니다.

사진으로는 지저분해 보이지만 실물로 보면 꽤나 그럴듯합니다.

이제 먹선을 넣어줄 차례인데 패널 라인이 좀 너무 흐릿하더군요.
그렇다고 패널 라인을 정성스레 다 깊이 파주자니 RG 그 조그만 것이 패널 라인은 또 무지 많잖아요?
도색을 전제로 할 경우 패널 라인 파다가 삐끗 실수하더라도 어떻게든 감출 수 있겠지만
무도색으로 하려니 패널 라인 파주기 작업의 리스크가 너무 커서 생략했습니다.

먹선은 타미야 패널 라인 액센트 컬러로 흘려넣었고요.
흰색 바탕엔 회색 패널 라인 액센트 컬러를, 노란색과 빨간색 바탕에는 갈색, 그 외에는 검정색으로 넣었습니다.
삐져나온 부분은 가이아노츠 피니시 마스터에 에나멜 신너를 찍어서 지워줬습니다.
먹선작업 후 지저분해진 표면을 닦는 데는 연필지우개가 괜찮다는 제보를 받아서 시도해 보니 정말로 좀더 깨끗해지는 느낌이었고요.


RG는 역시 패널 라인이 좀 과한 면이 없지 않네요.
먹선 작업에만 하루에 한두 시간씩 꼬박 일주일 걸렸습니다.
저도 패널 라인 좋아하는 편이지만 RG의 패널 라인 밀도는 제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수준보다도 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데칼은 킷에 동봉된 테트론 재질의 리얼리스틱 데칼 대신에 모델링홀릭 습식데칼을 사용했습니다.


패널 라인이 워낙 많다 보니 크기가 큰 마킹 데칼의 경우 패널 라인에 걸쳐있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데칼에 마크 소프터를 발라 패널 라인의 굴곡에 밀착시킨 후에 패널 라인을 따라 아트 나이프로 데칼을 재단해줬습니다.


마감은 가이아노츠 EX 플랫 클리어로 무광마감했는데요.
어드밴스드 MS 조인트의 폴리 프로필렌 재질 부분은 도료나 마감제가 잘 안 먹습니다.
그래서 피니셔즈 멀티 프라이머를 일단 뿌려준 후에 무광 마감제를 올렸고요.
가조립만 하다가 데칼이 예쁘게 올라간 무광무광한^^ 표면의 느낌을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데, 왠지 뿌듯하면서 각별하더군요.

투자 대비 효율만 놓고 비교하자면 모형 키트를 조립하고 개조하고 도색하는 것보다
중국 아줌마 장인^^의 손으로 완성된 완성품을 구입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죠.
하지만 뭔가 나의 노력을 통해 건프라가 차근차근 완성돼가는 재미와 결과물에 대한 보람? 이런 맛에 모형 제작을 하는 것 같습니다.
풀 도색도 아니고 기본적인 먹선 데칼 마감 작업이었지만, 오랜만에 해보니 좋네요.



RG 프리덤 작업기 바로 가기



2018. 10. 1. 21:14

어와나 그랑 프리 (Awana Grand Prix) 자동차 제작

아들내미 학교에서 '아빠 캠프'라는 행사의 일환으로 나무를 깎아서 자동차를 만들고 경주하는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속도경쟁만 하는 거라면 스피드에 올인해서 아무렇게나 만들겠지만 디자인 부문에도 시상을 하기 때문에 예쁘게 만들어야 합니다.
프라에서 손 놓은 지 어언 5년이 넘었지만 그래도 나름 모형에 손 대봤다는 인간으로서 허투루 대충 만들 수 없죠.
그렇게 다시 바람붓을 잡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목각 자동차 경주는 어와나(Awana)라는 개신교 아동선교단체에서 많이들 하고요,
인터넷에서도 Awana Grand Prix로 검색하면 많은 자료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재료는 아래 사진과 같이 심플하고요. 저 나무토막을 깎고 다른 재료를 붙이고 해서 자기가 원하는 디자인의 자동차를 만든답니다.

아빠캠프의 테마가 '아빠 냉장고를 부탁해'였기 때문에
저희는 냉장고를 부탁해 프로그램에 나오는 셰프 유니폼을 디자인 모티브로 하기로 했습니다.

아래와 같이 대략적인 스케치와 상세 작업설계도를 그렸습니다.


일단 나무를 깎아야 하는데, 이쪽은 하는 방법도 모르고 공구도 없는 관계로 목공방에 의뢰를 했습니다.

그리고 180번 사포로 갈아내서 좀더 모양을 잡고, 400번 -> 600번 순서로 표면을 정리했습니다.
스카프를 상의에 고정하는 고리는 0.5mm 프라판을 휘어서 만들고 순간접착제로 붙였습니다.

이렇게 목재를 다뤄보니 플라스틱이야말로 정말 최적의 모형 소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됐는데요.

나무에는 나뭇결이라는 골치아픈 성질이 있더군요.
유니폼 옷깃 모양을 나타내는 패널라인을 파려고 해도 나무의 섬유가 결 방향으로만 쪼개지려고 해서 패널라인이 마구 망가집니다.
그리고 나뭇결 무늬 때문에 아무리 고운 사포로 사포질을 해도 표면이 매끈해지지 않고요.
나뭇결에 수직 방향인 표면은 액체를 너무 잘 흡수합니다. 도료를 그냥 쫙쫙 흡수해서 표면에 남아나지 않더군요.

목공의 '목'자도 모르지만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플라스틱 모형의 표면 정리 테크닉과 용품들을 무식하게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피니셔즈 멀티 프라이머를 뿌리고 그 위에 GSI크레오스 프라이머 서페이서를 올려줬습니다.

목재가 액체를 흡수하는 성질 때문인지 비싼 멀티 프라이머를 반 병이나 쏟아붓게 됐는데,

목재에는 액체 프라이머를 쓰면 안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서페이서를 뿌리면 사진과 같이 표면의 적나라한 나뭇결 무늬와 다 깨진 패널라인이 드러나게 되는데요.

피니셔즈 락카 퍼티를 전체적으로 바르고 사포로 다 갈아내고, 다시 프라이머 서페이서를 뿌렸습니다.

결국 다음과 같은 꽤 봐줄만한 매끄러운 표면을 얻기까지 상당한 노가다가 필요했습니다.

도색은 외관은 펄 화이트, 운전석은 검정, 바닥은 은색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펄 화이트는 피니셔즈 파운데이션 화이트 위에 GSI크레오스 문스톤 펄을 올렸는데요.
이 문스톤 펄이 그냥 순수한 하얀 펄이 아니고 약간 아이보리-베이지 느낌을 띄며 바탕의 흰색을 어둡게 톤 다운시키더라고요.
그냥 하얀 펄 느낌을 내려면 문스톤 펄이 아니라 동사의 다이아몬드 크리스털을 올려야 하나 봅니다.

나중에 유니콘 건담 만들 때 참고해야 할 듯...

운전석은 가이아노츠 미드나이트 블루, 바닥은 SMP 수퍼파인 알루미늄으로 칠했습니다.

그리고 차체 왼쪽에 마스킹 테이프 노가다로 셰프들 유니폼 왼팔에 있는 냉장고를 부탁해 엠블렘을 그렸습니다.

실물로 볼 때는 그럭저럭 괜찮아 보였는데, 사진으로 찍어보니 조금 허접하네요, 흐.

아들내미 이름과 번호를 데칼로 붙여주었고, 유광 마감을 해줬습니다.

원래는 GSI크레오스 수퍼클리어 III 마감제를 쓸 계획이었는데, 5년이라는 보관기간 동안 변질이 돼버렸더라고요.
다른 도료 구입 시 증정품으로 받았던 IPP 수퍼클리어가 있길래 그걸 사용했습니다.
차량용 맥과이어 얼티밋 컴파운드와 타미야 컴파운드 Finish로 열심히 문대서 광택을 좀더 내줬습니다.

운전기사 피규어와 스티어링 휠은 레고를 이용했고요.
유니폼의 검정색 스카프 부분은 아이가 갖고 놀던 검정색 플레이도우라는 지점토 같은 재료로 빚어서 붙여줬습니다.

바퀴도 마스킹 도색으로 휠 부분에는 프라이머를 뿌리고 가이아노츠 스타 브라이트 실버를 올려줬는데 좀 망쳤습니다.
타이어의 글자 부분은 플랫 화이트 에나멜을 붓에 묻혀서 강조해줬고요.

바퀴를 생각 없이 꼽으면 바퀴와 차체 간 마찰이 감속 요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플라스틱 파이프를 잘라서 차체와 바퀴 사이에 끼워줬습니다.
그리고 바퀴가 잘 돌아가도록 바퀴축을 전동 드릴에 꽂아서 돌리면서 사포질도 해줬고요.
바퀴와 축 사이에 흑연가루를 뿌리면 윤활제 역할로 좋다고 하여 집에 굴러다니는 2B 연필의 심을 칼로 긁어서 뿌려줬습니다.

그리고 바닥면에는 무게추를 붙여줬습니다.
동력이 없는 자동차이다 보니 비탈길에서 중력으로 가속해서 속도경쟁을 하게 되는데요.
가속과 속도 유지를 위해서 무게는 무거울수록 좋고, 무게 중심도 뒤쪽이고 낮을수록 좋나 봅니다.
하지만 150g이라는 계체량 제한이 있어서 최대한 150g에 가깝도록 무게 추를 붙여줬습니다.
실제 차량의 휠 밸런스 조정에 사용되는 쇳덩어리들을 순간 접착제로 붙여줬네요.

이렇게 해서 완성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아무런 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속도 경쟁은 무게중심과 공기저항을 속도에만 최적화해서 올인한 다른 자동차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고요.
너무 광택에만 집중해서 디자인이 너무 심플했기 때문인지 한 반에 3명씩 주는 디자인 상도 못 받았습니다.

디자인 상 심사위원들은 아마도 냉장고를 부탁해 셰프 유니폼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겠죠.


결국 이번 작업에서 남은 거라곤...

플라스틱이라는 재질의 우수성을 깨닫게 된 것과, 5년 동안 먼지만 쌓여있던 도색 용품들을 다시 꺼내는 계기가 된 정도 뿐이네요.


2012. 8. 2. 09:08

MG RX-0 유니콘 건담 2호기 밴시 제작기 #1 - 표면정리

제가 건프라에 (본격적으로) 손 대기 시작한 것도 어느덧 5년이 다 되어 갑니다만...
5년동안 만든 완성작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밖에 안 됩니다.

아이 키우는 직장인 분들이 다들 그러실 테지만 취미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도전도 하고 싶고, 고수 분들 작례도 따라해 보고 싶고, '특별한 나만의 무엇'도 추구하고 싶어서...
개조에, 개수에, LED에, 메탈 디테일업에, 패널 라인 추가에, 명암 도색에, 특수 도료에, 별의별 시도들을 많이 하다 보니...
괜히 고민하고, 시도하고, 노가다하고, 실패하고, 포기하고 하느라 시간만 흐르고 흘러...
이제 와 돌이켜 보니 힘들기만 하고, 남는 것도 없고 허무한 것 같습니다ㅜㅜ

원래 취미생활이란 이런 게 아닐 건데 말이죠.
아무 생각 없이 조립만 해도 참 즐겁고, 그냥 에어브러시 쥐고 색깔 뿌려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 좋은데 말이죠.

그래서 앞으로 한동안은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자고 결심했습니다.
괜히 특별하고 자랑스러운 뭔가를 만든답시고 깔짝대느라 결과물도 못 내고 시간만 흘려보내는 것보다는
그냥 매뉴얼 대로 스트레이트로 만들면서... 작업 과정 그 자체의 순수한 즐거움에 집중함과 동시에 결과물 내는 속도도 올려 보려고요.
생각대로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_-


귀찮은 작업 없이 매뉴얼 따라 스트레이트 빌드만 해도 만족감이 높은 모델은 역시 인젝션, 그 중에서도 MG와 RG 그레이드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당분간 MG 아니면 RG만 제작하려고 하고요, 이번 대상은 MG 밴시 되겠습니다.

밴시는 최신 킷을 가장한 전통의 우려먹기 사골국물 MG 유니콘의 배리에이션 킷인데요.
MG 유니콘 하면 마스크 키우기, 혀 늘리기, 목 늘리기, 어깨 키우기, 허벅지 줄이기 등 이미 정석으로 굳어진 개수 패턴이 있습니다만...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고, 속도를 우선하기로 했으니 개수 같은 건 일절 안 할 겁니다^^

그래도 인간적으로 뿔은 뾰족하게 갈아주고, 면수축 정도는 잡아주는 것이 도리겠죠^^?
근데 얘는 뭐 이렇게 삐죽삐죽 튀어나온 뿔도 많고, 게다가 가동식에 유니콘 모드 고정식에 디스트로이 모드 고정식에... 뿔 부품 숫자도 많은지-_-

뿔이 워낙 많다 보니 하나하나 뿔끝을 뾰족하게 갈아낸다기보다는 둥그스름 뭉뚝한 엣지들만 살짝 잡아주는 식으로 갈아... 엇!

아니 이건 도대체ㅈㄱㅁ대ㅑㅗㅊ수ㄱ재ㅠㅁㅈ표ㅣㅕ뮤ㅔ!!?!ㅠㅜ
멘붕 회복 후 곰곰이 생각해보니 며칠 전에 아이가 밴시를 떨어뜨렸는데 그 때 뿔에 금이 갔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사포질 하는 동안 부러져버린 거죠ㅜㅜ
그냥 접착만 해버릴까 하다가...
돌출되어 걸리는 부분이라 또 부러질 가능성이 높은 관계로 0.5mm 황동선을 잘 박아서 보강해준 후에 접착하고 퍼티를 발랐습니다.
아무튼... 뿔끝을 뾰족하게 만든다기보다는 엣지를 강조한다는 느낌으로 갈았고요.
유니콘 모드에서 정면에 오는 뿔의 엣지 부분은 특히 신경 써서 날카롭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저는 고정식 뿔을 선호하는 관계로 가동식은 내버려두고 고정식 뿔들만 갈아주었습니다.
흰색 유니콘일 때는 잘 몰랐는데 남색의 밴시 표면은 면수축이 눈에 참 잘 보이고... 그야말로 '모든 곳'에 수축이 있군요!-_-
특히 길쭉하고 넓데데한 부품들이 많은 암드 아머 같은 경우 아주 올록볼록 난리네요-_-
그래도 뭐 인젝션의 수축은 퍼티를 쓰지 않고 열심히 사포질해주는 것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죠.
아 근데 밴시는 부품이 또 왜 이리 많은지-_-

수축은 외장 장갑에만 신경쓰기 쉽지만 사이코 프레임에도 있습니다.
특히 가슴 사이코 프레임의 수축은 MG 유니콘/밴시 부품 전체를 통틀어 가장 깊은 수축이라서 확실히 다듬어줘야 합니다.
이 부품은 패널 라인들이 얕아서 사포질 도중에 지워져버릴 수 있기 때문에 패널 라인들을 다시 깊게 파주었습니다.
사이코 프레임은 클리어 도색 예정이라서 퍼티와 서페이서도 사용하지 않고, 2000방짜리 고운 사포로 표면을 마무리해줬습니다.


그리고 ☞지난 번 리뷰☜에도 언급했지만 허리의 회전 가동을 위해 유니콘 건담 OVA판의 엉덩이 부품을 슬쩍 해왔습니다.
휑한 뒷무릎을 커버하기 위해서 유니콘 건담 OVA판에서 남는 구형 뒷 종아리 부품들을 가져왔고요.


아근데 여기까지 딱 기본만 하고 도색작업 단계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방구석에 쌓인 레진 핸드랑 메탈 버니어들이 눈에 밟히는 겁니다.

전에 레진 핸드를 저렴하게 구할 기회가 있어서 RX-78NT-1 알렉스용 1/100 레진 핸드를 예닐곱 세트나 구해다 놨는데...
아직 한 세트도 안 썼는데...
요즘 나오는 MG들은 디테일이 괜찮은 고정손이라서 앞으로 레진 핸드 쓸 일 없을 것 같아 고민인데...
때마침 MG 밴시가 디테일 딸리는 구식 MG 가동손이라 레진 핸드로 교체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OVA판 밴시의 무기 형태 상 주먹손과 편 손 정도만 제작해도 되겠지요?
그런데 레진 핸드가 손목 연결부품이 짧고 볼관절도 작아서 손목 연결부품은 이식해줘야 할 듯하네요.

메탈 버니어 제품들도 예전에 꽤 많이 사재기해놓고는 안 쓰고 있었는데...
때마침 밴시 버니어 크기와 딱 맞는 비슷한 사이즈의 모델업제 메탈 버니어가 숫자도 딱 맞게 8개가 방구석에 있는 겁니다.
그래서 버니어들도 메탈 버니어로 교체해줄 생각입니다.
위에선 질보다 양이네, 속도를 내겠네 어쩌구 얘기해놓고선
이것저것 시간 잡아먹는 작업들을 꾸역꾸역 집어넣고 있고... 뿔 파손 같은 돌발 사태도 발생하고...
이거 참 잘 될지 걱정입니다-_-
2012. 7. 25. 09:55

MG RX-0 유니콘 건담 2호기 밴시 철 지난 리뷰

레전드BB 나이트 건담 다음으로 제가 제작할 대상은 MG 밴시 되겠습니다.
발매된 지 넉 달이나 지난 킷이고 해서 리뷰 안 쓰고 그냥 바로 작업 들어가려고 했는데...
나중에 제가 참고하기 위해서라도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 리뷰 글을 남겨 봅니다.

MG RX-0 유니콘 건담 2호기 밴시는 기본적으로 5년 전 발매된 MG 유니콘 건담의 색놀이 배리에이션 킷입니다.

'BANSHEE'라는 이름의 유래는 아일랜드 전설에 나오는... 죽음을 앞둔 사람 근처에 나타나 통곡하는 여성 요정? 요괴? 라고 합니다.
고대 그리스가 기원인 '가능성의 짐승' UNICORN과는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기동전사 건담 UC(유니콘)' 소설에 혹시 설명되어 있으려나요?

한정판 vs. 일반판

소설 상에서 밴시는 유니콘 건담 1호기와 바디 색상, 뿔과 얼굴 형태만 좀 다르고 무장이나 그 외 부분은 동일한 놈이었습니다만,
애니화될 때는 그것만으론 심심했는지, 팔에 결합된 형태의 '암드 아머'라는 신무장들이 기존 유니콘의 빔 매그넘과 실드를 대체했습니다.
오른팔의 무기는 암드 아머 BS(Beam Smart gun)라는 사격 무기, 왼팔의 무기는 암드 아머 VN(Vibration Nail)이라는 격투 무장입니다.

이런 사연 때문에 MG 밴시는 두 가지 다른 버전으로 거의 동시에 발매됐습니다.
한정판은 소설판 디자인을 기준으로 하고, 유니콘과 같은 무장에 녹색 사이코 프레임, 그리고 Ver. Ka 타입의 데칼이 들어간 버전인데요.
한정판의 공식 명칭은 'MG 유니콘 건담 2호기 밴시 Ver. Ka 최종결전사양'입니다. 아 길다.
일반판 MG는 OVA(Original Video Animation)판 디자인을 기준으로 양 팔에 암드아머를 장비하고, 사이코 프레임이 오렌지색인 버전입니다.
차이점을 항목 별로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무장 사이코 프레임 색상 목덜미 형태 뿔과 마스크 재질 동봉 데칼
한정판(소설판, Ver. Ka) MG 밴시 빔 매그넘, 바주카 클리어 형광 그린 유니콘과 동일 금색 도금 부품 Ver. Ka 금색 데칼
일반판(OVA판) MG 밴시 암드 아머 BS, VN 클리어 형광 오렌지 금색, OVA 신규 펄 들어간 플라스틱 심심한 데칼

무장 중 빔 사벨은 한정판과 일반판 모두에 포함되고, OVA판에는 설정 상 실드가 없지만, 남는 부품으로 실드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니콘 1호기에서는 OVA판에만 헤드 발칸이 있었고 Ver. Ka에는 없었지만...
밴시는 양쪽 버전 모두 헤드 발칸이 있습니다.

한정판 밴시의 데칼 타입은 습식 데칼인 반면에 일반판 밴시는 건식 데칼과 스티커 씰이 들어있습니다.
저는 금색 Ver. Ka 데칼이 탐이 나서 한정판에 대해 고민도 좀 해봤지만,
저는 애니판의 새로운 무기가 참 마음에 들고 오렌지색 사이코 프레임도 좋아 보여서 OVA 일반판으로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종결전사양'이면 마리다 크루스가 아닌 리디 마세나스가 파일럿일 텐데... 그건 안 되죠, 마리다 쨔응~~ㅎㅎ
<이미지 출처: ろあの~く雑記帳♪♪>

그래도 금빛 데칼엔 아직도 좀 미련이 남기는 하네요.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MG 밴시 한정판 판매는 이미 종료되어 신품 구입은 불가능하긴 합니다만-_-


사출색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도색 안 하고 조립만으로 끝내시려는 분은 한정판이 훨씬 나아 보입니다(라고는 해도 이미 한정판은 신품 구매 불가-_-).

일반판 MG 밴시의 뿔과 유니콘 모드 얼굴, 목덜미 부품들이 있는 BB 런너는 펄 들어간 오렌지색으로 나왔는데요.
도금이 아닌 사출색으로는 그나마 최선인 것 같긴 합니다.
...만 역시 극중 이미지와는 좀 다른 재질이라 아쉽네요.
한정판은 일반판보다 훨씬 더 극중 이미지에 가까운 고급스러운 금색 도금입니다.
그런데 제 개인적인 느낌엔 색이 좀 연한 것 같습니다. 클리어 오렌지를 한 겹 더 올려주고 싶은...^^
<이미지 출처: ろあの~く雑記帳♪♪>


좀더 문제가 되는 것은 사이코 프레임입니다.
일반판 MG 밴시 사이코 프레임의 클리어 형광 오렌지 색은 따로 놓고 보면 매우 영롱한 아름다운 색입니다만...
조립해놓으면 뒷면의 거무튀튀한 남색과 회색이 비쳐보여서 색이 매우 탁해보인다는 것이 문제죠.
도색을 한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긴 하지만 비도색파들은 어찌하라는...

MG 유니콘 계열의 사이코 프레임은 자외선에 반응하는 형광 재질이기 때문에
한 번 블랙 라이트(라고 하면 뭔가 있어보이지만 정체는 천원짜리 비밀펜^^)도 비춰보았습니다.
뒷면도 안 비치고 훨씬 멋지네요~~
핑크, 초록, 오렌지 삼총사 사이코 프레임 비교 샷!
밴시 바디가 어두운 색이라서 사이코 프레임이 더 돋보이긴 하는데... 개인적으론 풀아머의 영롱한 녹색이 제일 예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헐랭이 삼형제들을 이렇게 일렬로 세워놓는 것만 해도 엄청 힘든 작업입니다. 흐느적거리고 빠지고 넘어지고 완전 휴우-_-
함께 만져보니깐 HD컬러 버전의 뽀도독 소리 나는 탄탄한 관절 고정성이 더더욱 돋보이더군요.
플라스틱 위에 코팅이 한 겹 입혀져 관절이 빡빡한 HD컬러 버전이나 티타늄 피니쉬가 이런 면이 좋네요.

MG 일반판 밴시 사출색 문제의 하이라이트는 BD 런너입니다.
이 런너는 밴시 하반신의 금색 버니어 부품들과 암드 아머 가동부품들이 들어있는 런너인데요.
BD 런너의 초기 계획된 사출색은 BB 런너와 같은 불투명 금색이었다가 도중에 암드 아머 부품들을 클리어 오렌지로 변경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반신 버니어 부품들도 덩달아 클리어 오렌지가 되어버린 건데요.
버니어가 클리어 색상이라니... 설정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도색을 안 하면 좀 흉합니다.
한정판에는 암드 아머가 없는 관계로 BD 런너가 초기 계획대로 클리어가 아닌 불투명 부품으로 나왔습니다.
펄이 안 들어간 싸구려 색깔이긴 하지만 그래도 클리어 색상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네요.
<이미지 출처: ろあの~く雑記帳♪♪>

그리고 암드 아머 말인데요. 대충 설계됐다는 티가 폴폴 납니다.
암드 아머 VN의 관절은 마치 '안녕하십니까, 고갱님? 저는 플라스틱 장난감입니다'라고 말을 거는 듯 관절과 고정핀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아래 사진에서 화살표로 표시한 암드아머 BS의 안쪽면과 둥근 관절부위는 설정 상 본체 프레임과 같은 회색이어야 되는데요.
2012년의 MG에서 이렇게 '색분할 따윈 나몰라라' 식의 통짜 무장이 나올 줄 몰랐네요.
사출색에서 마지막으로 조금 특이한 사항은 BC런너 색상이 다른 남색 부품들과 아주 약간 다르다는 것입니다.
약간 더 밝고 살짝 보라색 끼를 띠는데요.
뭐 큰 의미는 없어 보이고, 다른 남색부품들(PS재질)과 다른 ABS 재질이라서 사출색을 똑같이 맞출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기구 설계 측면

MG 유니콘은 5년이나 된 디자인을 사골 우려먹듯 수많은 버전으로 우려먹은 거라서 지금 관점으로 보면 기구적으로 많이 불만스럽습니다.
그렇게 울궈먹으면서도 유니콘 소체의 치명적인 발목 고정성, 지나친 롱다리 프로포션 등의 문제점은 개선할 생각도 안 하고,
금형 노후화로 인해 사출 불량 같은 문제점들은 오히려 자꾸만 늘어나고 있고요.
제가 구입한 밴시 킷에서는 A런너에 지느러미들이 많았고, H, I런너의 관절 부품들은 너무 헐겁다는 느낌이 들었고,
C런너의 머리 부품에는 사출불량이 있었습니다(C런너 머리 부품은 버려지는 부품이라 큰 문제는 아닙니다만...).

MG 유니콘이 이렇게 많은 배리에이션 버전을 거쳐오면서 가동성이나 편의성 관련한 수정 사항들이 전혀 없었던 건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제대로 서기도 힘든 헐렁 발목, 전후/상하 가동 안 되는 어깨, 황당하게 긴 다리 등등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들은 무지 많지만...
수정된 문제는 무릎과 허리 회전 가동성 정도밖에 없는 데다가
세대를 거듭할수록 점점 나아지는 게 아니고 이미 수정된 사항들조차 다시 슬그머니 빼버리기나 하고... 참 맘에 안 듭니다.
역대 유니콘들의 수정 사항을 발매일 순서대로 표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은데요.

  60˚ 접히는 종아리 부품 90˚ 접히는 종아리 부품 허리 회전 엉덩이 부품 디스트로이 모드 고정뿔
유니콘 Ver. Ka, 티타늄 피니쉬 O X X X
OVA판 유니콘 O O O O
풀아머 유니콘 Ver. Ka X O X X
밴시 (OVA판, Ver. Ka 공통) X O X O

현존하는 MG 유니콘 중에서는 ☞OVA판 유니콘☜이 기구적인 면에서 가장 진보되어 있습니다(그래봤자 엄청나게 개선된 건 아니지만^^).

허리가 회전되는 엉덩이 부품 이거 좋은데 왜 그 이후 버전에서는 안 넣어주는지 모르겠네요.
밴시는 왠지 역동적인 박스아트 느낌부터 유니콘 1호기보다 허리가 더 잘 돌아가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요번에 밴시 제작하면서 OVA판 유니콘의 엉덩이 부품을 훔쳐다 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무릎이 90˚까지 접히는 종아리 부품들은 가동성은 향상되는 대신 무릎 안쪽이 휑하니 들여다 보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문제점도  ☞요기☜ 내용처럼 종아리 양 옆 부품은 90˚ 부품을 쓰고, 종아리 뒤쪽 부품은 60˚짜리를 쓰면 간단히 가릴 수 있습니다.
비록 유니콘 모드일 때 무릎 접히는 각도가 85˚ 정도로 다소 줄어들기는 하지만요.
그래서 요번 밴시에는 OVA판 유니콘에 들어있는 60˚ 뒷종아리 부품을 갖다 쓰기로 했습니다^^


결론

일반판 MG 밴시는 사출색이 잘못된 하반신 버니어, 색분할 덜 된 무장, 뒷면이 비쳐 탁한 색이 되는 사이코 프레임, 볼품 없는 펄 재질 뿔 등...
도색 작업이 거의 필수인 킷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신에 잘만 도색한다면 꽤 예쁘게 나올 것 같습니다. 특히 클리어 사이코 프레임의 특성을 잘 살린다면...
 
비도색파 분들께는 금도금 뿔과 불투명한 하반신 버니어가 들어가 있는 한정판 밴시가 더 나을 듯하고요.

MG 유니콘은 2007년 발매 당시에는 그 정교한 변신 기믹이 매우 놀라운 킷이었습니다만...
정교한 변신을 위해 희생된 가동성, 고정성, 프로포션 등의 단점까지 고스란히 2012년의 MG 밴시에 이어지고 있는 건 좀 아쉽습니다.

제가 HD컬러 유니콘과 비교해 보니 관절 강도에 현격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흐느적거리는 관절 고정성 문제는 코팅판 밴시가 나오면 꽤 해결될 것 같은데요.
비도색파 분들은 티타늄 피니쉬 밴시(아직 발매예정 없습니다만)를 기다려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완성품에 거부감이 없으시고 금전적인 여유가 되시는 분이라면 GFFMC 밴시(역시 기약 없습니다만)를 기다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건프라 킷으로서의 MG 밴시는 쉽게 개발할 수 있는 유니콘의 색놀이 배리에이션이고, 때가 됐으니 나왔다는 것 이외에 딱히 내세울 건 없습니다.
새로 추가된 암드 아머라는 무장의 디테일도 좀 별로고요.
그렇지만 어찌됐든 밴시에겐 킷의 그런 문제점들을 다 가려버리는 외모와 매력과 카리스마가 있죠.
역시 건프라는 품질보다는 캐릭터성이 중요한 걸까요^^
2012. 7. 23. 15:44

메탈릭 도료의 원리와 분류

레전드BB 나이트 건담을 메탈릭 도색하면서 메탈릭 도료에 대해서도 공부를 좀 했습니다.
공부한 내용을 정리도 할 겸, 지식 공유를 위해 글을 써봅니다.

여기에서 '메탈릭 도료'라는 것은 '메탈릭 블랙'이니 '메탈릭 레드'처럼 일반 유색 도료에 메탈릭 펄을 섞은 도료가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아예 노출된 금속 표면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칠하는 도료 말씀인데요,
엔진이나 배기구, 버니어, 프레임 등을 표현하거나, 황금색으로 빛나는 일부 기체^^의 바디 색상을 재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 말입니다.
색상 이름도 주로 'OO 실버', '△△ 골드', 'XX 알루미늄', '□□ 티타늄' 같은 금속 이름을 가집니다.

리핑 효과 (Leafing Effect)

이런 사용목적 상 모형용 메탈릭 도료에 요구되는 특성은 '도색 결과물이 얼마나 진짜 금속 같은 외관을 갖느냐'하는 것입니다.
예전의 일반적인 모형용 메탈릭 도료들은 아무래도 진짜 금속처럼 느껴지지는 않을 수준밖에 안 됐더랬지요.
그러다가 최근 몇 년 간 금속 재질이라고 거짓말 해도 깜빡 속을 만한 금속광택을 내는 모형용 메탈릭 도료들이 많이 늘어났는데요,
이렇게 요즘 메탈릭 도료에서 금속 느낌이 크게 향상된 원인이 바로 '리핑 효과(leafing effect)'라는 것입니다.

leaf란 단어는 '나뭇잎'이라는 뜻도 있지만 '얇은 금박, 은박'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리핑 효과란 도료 액체성분의 표면장력에 의해 메탈릭 안료가 도료 위에 떠서 정렬되면서 은박처럼 보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도료는 일반적으로 색을 내는 안료, 안료를 고정하고 도막의 형태를 유지하는 바인더 수지, 그리고 바인더 수지를 녹여 액체 상태로 만드는 신너의 세가지 성분으로 이루어집니다.
메탈릭 도료의 안료는 아주 곱게 갈린 금속 가루고요.
도색 후 건조되고 나면 신너는 날아가고 바인더 속에 안료가 둥둥 뜬 상태로 굳어 도막을 형성합니다.
리핑 현상을 이해하는 데는 이 안료가 어떤 모양으로 떠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왼쪽 그림이 리핑 없는(non-leafing) 메탈릭 도료의 도막 단면도인데, 바인더 내에 안료가 균등하게 퍼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면 빛이 안료에서 반사될 때 제각각의 방향으로 난반사되기 때문에 금속 표면 느낌보다는 딱 '은색 자동차 도색면' 같은 느낌이 납니다.

한 편, 오른쪽 그림은 리핑 효과가 강한 도막의 단면인데, 우선 메탈릭 안료 자체가 매우 평평한 형태입니다.
(그림에선 가는 막대기 같은 모양으로 보이지만 그건 옆에서 본 모습이라 그런 것이고, 위에서 보면 아래 사진처럼 평평하고 넓적합니다)

리핑 도료의 바인더는 점성이 작고 신너는 표면장력이 강하기 때문에 액체 분자들끼리는 서로서로 끌어당기고,
안료는 지방산 같은 것으로 코팅을 해놔서 액체들로부터 밀려나 도막 표면에 가지런히 늘어서게 됩니다.
리핑 효과가 강하게 일어난 표면은 빛을 비췄을 때 반사 방향이 거의 일정하여 마치 거울처럼, 크롬 도금면처럼, 광낸 금속면처럼 보입니다.
실제 도료들은 위 양쪽 그림의 중간 형태가 되는데, 리핑 효과가 약할수록 왼쪽에 가까운 형태가 되고, 강할수록 오른쪽에 가까운 형태가 됩니다.

강한 리핑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안료가 일단 아주 고우면서도 평평한 형태를 가져야 하고,
수지와 신너도 점성이 적고 표면장력이 강한 것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렇게 만들려다 보니 도료 값이 비싸지죠.

일반적으로 리핑 효과가 큰 메탈릭 도료일수록 더더욱 금속 느낌이 강하고 비싸며,
리핑 효과가 적거나 없을수록 금속 느낌이 약하고 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러 크롬 계열

가장 비싼 메탈릭 도료는 거울처럼 상이 비쳐보일 정도로 리핑 효과가 강한데요.
메이커에 따라 미러 크롬, 멕기 실버, 수퍼파인 크롬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데, 편의 상 '미러 크롬 계열'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보통 이런 미러 크롬 계열 제품은 리핑 효과를 극대화하려다 보니 수지와 신너가 다른 제품과 호환이 되지 않으며,
설명서에도 '신너에 희석하지 말고 그냥 쓰라'고 나옵니다.

 
그런데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미러 크롬 계열에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합니다.
리핑 효과를 극대화하려다 보니 바인더 수지 성분이 물리적으로나 화학적으로나 약합니다.
그래서 피막이 물리적인 상처를 입기도 쉽고, 마감제를 올리면 바인더가 마감제에 녹아나오면서 리핑된 안료들이 흐트러지고 광택을 잃습니다.
이런 이유로 미러 크롬 계열의 바인더를 녹이지 않는 안전한 전용 마감제가 필요합니다.

또한 미러 크롬 계열의 최대의 리핑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하도 도장도 최대한 매끄럽게 칠해놓아야 하고,
칠할 때도 최대한 얇게 뿌려야 하는데... 실수로 조금이라도 두껍게 뿌리면 광이 확 죽기도 하고,
도색과 건조 공정에 시간도 무지 많이 소모되고,
여러 모로 까다롭고 골치 아픈 점들이 많습니다.

'크롬 같은 거울 광'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일반 바인더와 신너를 사용하는 도료들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반 바인더와 신너를 사용하는 메탈릭 도료는 가장 급이 높은 제품이라도 미러 크롬 계열의 ½~⅔ 가격밖에 안 합니다.
그치만 미러 크롬 계열의 이 거울광... 한 번 맛 들이면 헤어나오기 힘든 매력과 중독성이 있습니다^^

 

금속 광택이 뛰어난 황금색 도료는 없다?

리핑 효과에는 한 가지 달갑지 않은 부작용이 있으니... 바로 '황금색'을 포함한 유색 금속을 제대로 재현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리핑 효과가 없는 안료는 안료 자체가 금색 구리색 등 여러 가지 색깔을 내도록 만들 수 있지만,
리핑 안료는 알루미늄 재질로밖에 못 만들기 때문에 은색밖에 못 내는 것 같습니다.
리핑 안료로 황금색 도료를 만들기 위한 궁여지책은 바인더에 누런 염료를 섞어서 메탈릭 안료에 반사된 빛이 누런 바인더 층을 통과하여 금색처럼 보이게 하는 것입니다만...
문제는 리핑 효과의 특성 상 메탈릭 안료가 바인더의 최상층으로 밀어올려진다는 것이죠.
리핑효과 단면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안료가 맨 위에 있기 때문에 빛이 누런색을 내는 바인더 층 자체를 거의 통과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SMP의 수퍼파인 골드나 GSI크레오스의 수퍼 골드 같은 도료는 뿌릴 때는 황금색이지만 건조되면 샴페인 골드 같은 연한 색으로 바뀝니다.

정말로 샴페인 골드 같은 색을 원하시는 거라면 저런 도료를 구입하셔도 무방합니다만...
샛노란 황금색을 원한다면 리핑 효과에 의한 금속 광택을 좀 포기하고 싼 황금색을 쓰시든지,
아니면 리핑 잘 되는 비싼 실버 도료를 바탕으로 깐 후, 그 위에 클리어 골드를 따로 오버코팅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위 사진에서 왼쪽이 SMP 수퍼 파인 골드입니다.
금속 광택은 리얼하지만 이게 과연 골드라는 이름을 붙여도 될까 싶을 정도로 색이 연하죠.
가운데가 가이아노츠 스타 브라이트 골드인데 안료 입자도 굵고 금속 느낌은 떨어지지만 색깔 자체는 금색에 가장 가깝고요.
오른쪽은 FINISHER'S 적금(赤金)입니다. 리핑 없는 도료이고, 금속 안료 자체에 색이 들어가 있습니다.
리핑 없는 도료 치고는 금속 광택이 좋지만 색상이... 제가 원하는 금색과는 다르네요.


메탈릭 도료 비교 테스트

백문이 불여 일견이라고, 시험 삼아 제가 갖고 있는 메탈릭 도료들을 모두 직접 뿌려서 비교해보았습니다.
검정 바탕 위에 칠하는 것이 금속 광택을 돋보이게 해주기 때문에 프라판에 FINISHER'S 퓨어 블랙을 먼저 올린 후 메탈릭 도료들을 칠했습니다.
도색에는 이와타 3호 에어브러시를 사용하였고, 신너는 SMP 레벨링 신너를 사용했습니다.
에나멜 도료의 경우 에나멜 신너에 희석했고요.

그런데 얼마나 진짜 금속 표면같은 광택을 가지는지 사진 상으로는 좀처럼 잘 나타낼 수 없더군요.
최대한 머리를 짜내고 짜내서 고안한 방법이 건프라 박스에 밀착시켜 박스의 글자가 얼마나 잘 반사되는지 비교하는 것이었습니다.
금속 광택 이외의 도막 표면에 의한 반사는 제거하기 위해 카메라 렌즈 앞에 CPL 필터를 사용했습니다.

우선 리핑 없는(non-leafing) 도료에 해당되는 도료들입니다.
반사는 뭐 거의 안 됩니다. 건프라 박스의 글자들은 한 줄 정도 가까스로 반사될락말락 하죠?


FISNISHER'S CLK실버

FISNISHER'S 적금(赤金)

SMP 울트라 레드 골드


FINISHER'S 적금이 의외로 반사가 훌륭해서 화들짝 놀랐는데...
자세히 보니 제가 도료를 너무 성기게 뿌려서 밑색인 블랙에서 반사되는 거더라고요.
이제 와서 새로 칠하기는 귀찮고^^;; 그냥 옆의 애들과 비슷할 거라고 감안하고 봐주세요.
SMP 울트라 레드 골드는 가격이 쎄서 리핑 도료인 줄 알았는데, 뿌려 보니 리핑 없는 도료였습니다-_-


SMP 라이트 건메탈

SMP 건메탈

타미야 크롬 실버

SMP의 라이트 건메탈과 건메탈은 메탈릭 안료 자체는 리핑 안료입니다만... 안료 양이 적어서 그런지 리핑 도료 느낌은 거의 안 납니다.
타미야 크롬 실버는 에나멜 도료입니다. 리핑 도료는 아니지만, 이름에 '크롬'이 들어가는 만큼 반사광은 제법 좋네요.

이제부터는 리핑 도료들입니다.

싼 것은 일반 도료 가격과 같은 것부터 비싼 것은 3배 가격까지 하지요.

리핑 없는 도료에 비하면 확실히 금속 광택이 뛰어납니다.
 


가이아노츠 스타 브라이트 실버

가이아노츠 스타 브라이트 골드

GSI크레오스 수퍼 아이언

가이아노츠 스타 브라이트 시리즈는 가격 대비 금속 광택이 매우 좋네요.
스타 브라이트 골드의 경우 샛노란 금색도 제 취향에 맞고요.
한 가지 단점은 안료 입자 크기가 꽤 크기 때문에 가까이서 보면 입자들이 좀 튑니다.
스케일 모형의 경우 금속 광택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입자가 작은 동사의 브라이트 실버나 브라이트 골드 쪽이 낫겠는걸요.
GSI크레오스의 수퍼 메탈릭 시리즈는 그 비싼 가격 대비 금속 광택은 꽤 부실한 편입니다.


SMP 수퍼 메탈릭 실버

SMP 수퍼 아이언 실버

위의 두 도료는 SMP의 '수퍼 OO 실버'라는 나름 저가형 메탈릭 도료 시리즈인데요.
가이아노츠 스타 브라이트 시리즈보다 광택은 야악간 떨어지지만 입자가 아주 고와서 더 고급스러운 금속 느낌이 납니다.
가격 차이가 2배 나는 GSI크레오스의 수퍼 메탈릭보다는 모든 면에서 뛰어난... 정말 가격 대 성능 비가 좋은 도료들입니다.

그런데 이 시리즈의 문제점은... 단종됐습니다.
마앗님의 제보에 따르면 단종된 이유는 워싱이나 먹선작업 시 에나멜 신너에 녹아나오는 문제 때문인 것 같네요.
SMP 라인업에서 '수퍼 OO 실버' 도료들이 없어지고 비슷한 이름의 'OO 실버'들이 새로 생겼지만... 광택은 많이 떨어집니다-_-
뭐 좀 써보려고 하면 단종되고, 성분이 바뀌고, 이름이 바뀌고, 용량이 바뀌고... 국내 도료 회사들은 성능은 좀 좋을지 몰라도 신용이 안 가네요.
 

SMP 수퍼 파인 알루미늄 실버

SMP 수퍼 파인 골드

위 사진의 것들이 일반 도료 대비 3배 이상 비싼 SMP의 고급 메탈릭 도료 '수퍼 파인 OO' 시리즈입니다.
사진 상으로는 저가형과 큰 차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물로 보면 입자도 더 미세하고, 리핑 효과가 더 두드러지기 때문에 진짜 금속이라고 해도 깜빡 속아넘어갈 만한 하이 퀄리티 느낌이 납니다.
위에서 말씀 드렸듯이 수퍼파인 골드는 흐릿한 샴페인 골드 같은 색깔만 나지 절대로 '황금색'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일반 도료 가격의 5배 이상 되는 미러 크롬 계열의 SMP 크롬 실버입니다(요즘 이름은 수퍼파인 크롬입니다).
작업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까탈스러운 도료입니다만,
제대로만 칠하면 사진에서 보듯이 다른 메탈릭 도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완벽한 거울면이 됩니다.


리핑 효과를 높여주는 메탈릭 전용 신너

가이아노츠에서는 '메탈릭 마스터'라고 리핑 효과를 높여주는 모형용 신너를 최초로 발매했습니다.
일반 신너 대비 2배 비싸서 가격 부담은 좀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IPP라는 메이커에서 '메탈릭 이노베이션'이라는 유사품이 나와 있습니다.
저는 가이아노츠의 메탈릭 마스터를 사용하고 싶었지만 품절이라 못 사고, IPP 메탈릭 이노베이션을 사서 테스트해봤습니다.

메탈릭 이노베이션을 사용함으로써 금속 느낌이 얼마나 향상될지, 아래에 사진으로 1:1로 비교해보았습니다.
왼쪽이 SMP 레벨링 신너로 희석한 것, 오른쪽이 IPP 메탈릭 이노베이션으로 희석한 것입니다.
먼저 리핑 없는 도료들입니다.


FISNISHER'S CLK실버

FISNISHER'S 적금(赤金)

SMP 울트라 레드 골드

SMP 라이트 건메탈

SMP 건메탈

타미야 크롬 실버


리핑 없는 도료들은 메탈릭 이노베이션을 사용해도 별 차이가 없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FINISHER'S 적금은 메탈릭 이노베이션과는 관계 없이 왼쪽 것이 밑색이 비쳐보이기 때문에 더 반사가 잘 되는 겁니다.
그리고 타미야 에나멜 도료는 메탈릭 이노베이션 사용시 표면이 갈라져 버리네요. 에나멜에는 사용하면 안 되겠습니다. 

이번엔 저가형 리핑 도료들인데요. 



가이아노츠 스타 브라이트 실버

가이아노츠 스타 브라이트 골드

GSI크레오스 수퍼 아이언


SMP 수퍼 메탈릭 실버

SMP 수퍼 아이언 실버

메탈릭 이노베이션의 효과가 눈에 확 들어오지는 않네요.
그냥 느낌 상 조금 더 광택이 좋아졌다는 느낌?
더 묽게 희석해서 그런지 골드의 노란 색감이 약해졌다는 건 느껴지지만 금속 광택 면에서 뭔가 눈에 띄는 극적인 변화는 없는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고급 리핑 도료입니다.


SMP 수퍼 파인 알루미늄 실버

SMP 수퍼 파인 골드

이쪽 역시 메탈릭 이노베이션을 써봐도 광택 면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고, 느낌 상 조금 좋아진 정도네요.
수퍼 파인 골드는 메탈릭 이노베이션 쪽을 더 묽게 희석했더니 색깔이 더 옅어져 '샴페인 골드'도 아니고 '티타늄'이라고 불러야 할 판입니다.

미러 크롬 계열의 경우 신너 희석이 금지되어 있으므로 메탈릭 이노베이션을 테스트해보지는 못했습니다.

일반 신너보다 2배나 비싼 메탈릭 이노베이션입니다만... 왜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은 걸까요?
제가 뭔가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원조 가이아노츠 메탈릭 마스터가 아닌 짝퉁이기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SMP 레벨링 신너가 이미 꽤 좋은 신너이기 때문에 차이가 별로 없는 것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메탈릭 도료 서열 분류

위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메이커 별 메탈릭 도료들을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서열을 매겼습니다.
표에서 위쪽으로 갈수록 리핑 효과가 강하고 금속 느낌을 잘 내는 도료입니다.
일단 크게 특수 수지를 사용하는 미러 크롬 계열, 일반 수지를 사용한 리핑 도료, 리핑 없는 도료 이렇게 세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그 분류 안에서 더 금속 광택이 좋은 제품이 더 위쪽으로 올라가도록 서열을 매겨봤고요.

분류 GSI크레오스 SMP하우스 IPP 가이아노츠 Alclad II Spaz Stix
미러 크롬 계열 멕기 실버 NEXT 수퍼 파인 크롬 수퍼 파인 크롬   하이 샤인 시리즈 미러 크롬
일반 리핑 도료 크롬 실버

 기타 수퍼 메탈릭 
 
기타 수퍼 파인
수퍼 계열 (단종)

메탈릭 실버 계열 
기타 수퍼 파인


메탈릭 도료 계열 

 메탈릭 컬러


레귤러 시리즈


 
리핑 없는 도료 Mr. 컬러 시리즈 울트라 골드 계열 메탈릭 골드 계열  


Alclad II나 Spaz Stix는 제가 직접 테스트해보지는 않았지만 가격이라든지 사람들의 평판에 따라 서열을 매겼습니다.
Alclad II 도료는 예전부터 그 금속 광택이 세계적으로 유명했었죠.  
IPP는 대부분 SMP와 비슷한 것 같아서 비슷한 가격대 도료들끼리 동일 선상에 놓았습니다.
IPP에는 '프리미엄' 메탈릭 도료가 있던데, 가격대 상 SMP의 단종된 '수퍼 OO 실버' 계열과 비슷하긴 하나, 확인은 못해봤습니다.

위 표에 없는 FINISHER'S나 타미야의 경우, 모든 메탈릭 도료가 '리핑 없는 도료'에 속합니다. 아마도...
그리고 GSI 크레오스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문질러서 광 내는 타입의 '메탈 컬러'라는 시리즈도 있었습니다.
리핑처럼 안료 입자들을 일렬로 늘어서게 하는 효과를 수동으로 문질러서 내는 도료인데, 저도 이 종류로 '크롬 실버'를 갖고 있긴 합니다.
그렇지만 문지르는 작업도 번거롭고, 마감제도 아무 거나 못 쓰고, 수퍼 메탈릭 시리즈에 밀려서 요즘엔 거의 안 쓰입니다.

국내 회사의 메탈릭 도료들이 성능도 좋고 종류도 다양한 것 같기는 하나...
성능이 좋은 고급 라인 쪽은 타사 대비 그다지 저렴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중저가 라인에서 개인적으로 꽤 맘에 들었던 '수퍼 OO 실버' 계열이 단종된 것도 아쉽고요.
가격대 성능 비 면에서는 가이아노츠 쪽이 가장 좋지 않나 생각됩니다.


결론 - 메탈릭 도료 선택과 사용

지금까지 각종 메탈릭 도료들과 리핑 효과라는 것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메탈릭 도료는 금속 광택에 따라서 가격이 5배까지 차이가 납니다.
내게 정말 필요한 것이 거울 같이 비쳐보이는 금속 광택이라고 하면 비싸고 까다롭기는 하지만 미러 크롬 계열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무쇠', '건메탈', '주철'  같은 둔탁한 느낌의 금속 재질을 재현하는 데는 반짝반짝하는 고급 리핑 도료를 쓸 필요는 없을 겁니다.
오토 모델의 차체를 메탈릭으로 도색하는 것 같은 경우 비싼 리핑 도료보다는 리핑 없는 도료가 오히려 진짜 같고요.
이렇듯 용도와 광택에 맞게 경제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용법에 있어서, 거울 광을 내는 미러 크롬 계열 도료는 다음과 같이 최대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1. 본바탕이 매끄러워야 합니다.
    1000방, 2000방 이런 수준이 아니고 바탕면에서 광이 날 정도로 매끄러워야 하기 때문에
    우레탄 프라이머 도료 같은 것을 먼저 깔아줄 필요가 있습니다.
     
  2. 최대한 얇게 뿌려야 합니다.
    우선 에어브러시 압력을 낮게 해야 합니다. 에어브러시 압력이 높을 경우 과다하게 두껍게 뿌려질 확률이 높고요.
    겹쳐뿌린 곳은 광이 탁해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구석구석 잘 뿌려지면서도 최대한 겹치지 않게 주의하면서 한 번에 뿌려야 합니다.
     
  3. 전용 마감제를 올려야 합니다.
    미러 크롬 계열은 손만 대도 변색될 정도로 피막이 약하기 때문에 마감제는 필수이고,
    미러 크롬의 바인더 수지를 녹이지 않는 전용 마감제를 사용해야 합니다.

미러 크롬 계열의 위와 같은 주의사항들은 모두 리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들입니다.
따라서 일반 리핑 도료의 리핑 효과를 높이고 금속 광택을 향상시키는 데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위 내용처럼 엄격할 필요는 없고요, 일반 리핑 도료 사용 시 주의사항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1. 본 바탕이 매끄러워야 합니다.
    우레탄 프라이머까지는 아니더라도 광택이 좋은 유광 블랙이나 유광 화이트 도료로 하지 도색을 깔아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2. 일반 도료보다 좀더 묽게 희석합니다.
    묽게 희석할수록 점도가 낮아서 리핑이 더 잘 일어날 것이고, 도색도 더 얇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급적이면 메탈릭 전용 신너 또는 레벨링 신너를 써야 건조 시간이 길어져 리핑도 더 잘 일어나고 안료들도 더 잘 퍼지게 됩니다.

  3. 가급적 얇게 뿌립니다.
    일반 리핑 도료도 가급적이면 압력을 낮게 해서 얇게 뿌리고, 겹뿌리는 것보다는 한 번에 뿌리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리핑 없는 도료라면 뭐 그냥 일반 도료 칠하듯이 사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이상,  메탈릭 도료 선택과 사용 방법까지 짧게 정리해보았습니다.
모쪼록 도색과 모형 생활에 도움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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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7. 15. 04:28

레전드BB 나이트 건담 완성

6월 초에 작업 시작 한 지 한 달 하고도 한 주 정도 더 지나서 드디어 레전드BB 나이트 건담의 완성을 보았습니다.

SMP 크롬실버 관련 도료 건조 시간만 열흘이 넘게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제 작업 치고는^^ 나름 일찍 완성된 편이죠.
SD다보니 부품 개수도 적었고, 데칼 작업이 없었던 데다가...
레전드BB로 오면서 킷 퀄리티가 극적으로 향상되어 기존 SD에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던 원흉인
골다공증 메꾸기, 접합선 수정, 마스킹 도색 작업이 훨씬 줄었기 때문입니다.

거울광 나는 메탈릭 도색은 제가 이번이 처음인데, 그냥 지금까지 사진 찍던 식으로는 안 될 것 같더라고요.
배경이 비쳐보이는 거울광의 특성 상 가급적 지저분한 배경이 안 비치도록 해야 하고...
배경을 너무 균일하게 해놓았을 때 배경과 반사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문제를 방지해야 합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아래와 같은 촬영환경을 마련했습니다.

나이트 건담 앞쪽 양 옆의 흰 보드지로 된 반사판이 지저분한 배경 대신 밝고 깨끗한 흰색이 비치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뒤쪽의 양 옆의 검은 보드지는 나이트 건담의 반사면에 검은 경계선이 생기도록 하기 위해 설치한 것입니다.
저 보드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머리를 짜내서 받침대도 만들어 주었는데... 뒤로 안 넘어가는 대신 앞으로 너무 잘 넘어가네요-_-

이 판대기들의 효과를 한 번 보실까요?
우선은 경장(輕裝) 타입 모드입니다.

골반쪽 부품이 제작 도중 발생한 SMP 크롬실버 전용 마감제 트러블의 최대 피해발생지역이라서ㅜㅜ 티가 꽤 많이 나긴 합니다만...
어차피 갑옷 씌우면 안 보이는 부분이죠.
경장 모드는 프로포션도 별로고 만들다 만 느낌이라서 이 상태로 전시할 일은 없을 듯.

이마의 III 표식은 그냥 킷에 들어있는 스티커 씰 갖다 붙였습니다. 


이제부터가 메인이 되는 나이트 건담 모드입니다.

투구 뒤쪽의 빨간 카메라 센서 부분도 킷에 동봉된 스티커로 처리해줬습니다.
바이저는 가동식이라서 아래 사진처럼 내려쓸 수도 있습니다.
바이저만이 유일하게 런너 상태에서 도금된 부품인데요. 다른 부품들과 비교하면 때깔이 다르죠^^?

전자 스피어 액션~~

요번 나이트 건담 제작에서 가장 신경 많이 써서 마스킹 도색한 부품은 바로 나이트 소드입니다.

나이트 소드 액션~


마지막으로 켄타우로스 모드입니다.

말의 다리가 달렸으니 뭔가 다이나믹한 액션 포즈를 취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앞다리에 있는 관절 세 개 모두 가동범위가 즈질이라서 생각만큼 좋은 포즈는 안 나옵니다.

거의 SMP 크롬 실버(수퍼 파인 크롬) 등의 도료 테스트를 위해서 제작한 거나 다름 없는 킷인데,
테스트의 목적도 잘 달성한 것 같고, 결과물도 꽤 마음에 드네요.
가조립 상태에서는 허여멀겋게 떠보이던 킷인데 거울광을 올려주니 샤프한 맛이 살아나는데요.
앞으로도 종종 메탈릭 도색이 하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또 SD 제품들은 골다공증과 접합선, 색분할 부족으로 인해 그동안 기피해왔는데 레전드BB 정도의 퀄리티라면 앞으로도 해볼만 할 듯합니다.
우주세기 기체들이 레전드BB 퀄리티로 나오면 참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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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7. 12. 09:44

레전드BB 나이트 건담 제작기 #2 - 도색

저의 작업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MG 풀아머 유니콘, 밴시, 마라사이나 RG 마크투 같은 킷들을 마다하고
뜬금없이 BB전사 나이트 건담(기사 건담)을 손에 잡은 이유는 무엇보다 메탈릭 도색이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비싼 SMP 크롬 실버(수퍼파인크롬으로 이름까지 바뀐 지도 벌써 꽤 됐습니다만...-_-) 도료를 사놓고 쓰지도 않고 썩히는 게 아깝기도 했고요.

메탈릭 도색

메탈릭 도색을 진짜 금속 느낌이 나도록 잘 하기 위해선 우선 좋은 메탈릭 도료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요.
그 다음으로는 '반짝반짝 매끈한 도색 표면'과 '붓보다는 에어브러시 사용'이 중요하고,
메탈릭 안료 입자를 잘 퍼지게 하는 좋은 신너, 최대한 얇게 도포하는 테크닉, 정확한 희석비, 적절한 에어브러시 공기압 등도 중요합니다.

베이스 도색, 본도색, 마감처리 어느 것 하나 방심하면 안 되고 아주 공을 들여서 해야 광이 제대로 납니다.
높은 습도, 먼지 부착, 부적합한 마감제 등 단 한가지 실수만으로도 메탈릭 광택이 단번에 죽어버릴지도 모르고요.
그래서 먼지 날리지 않도록 오래간만에 작업대와 방도 깨끗하게 청소했고, 작업하는 도중에 지속적으로 제습기도 돌렸고,
최대한 도료 매뉴얼에 따라 충실하게 작업했습니다.

SMP 크롬 실버 설명서에 보면 플라스틱 부품에 아무 것도 밑칠하지 말고 도료를 그냥 뿌리는 게 최선의 광택을 얻는 방법이라고 나오지만...
그냥 뿌리기엔 골다공증 매립이나 접합선 수정, 파팅 라인 제거 작업 등으로 인해 부품 표면이 이미 너무 거칠어졌거든요.
그래서 설명서에서 차선책으로 제시하는 (비싼) SMP 크롬 실버 전용 우레탄 프라이머를 먼저 베이스로 올렸습니다.

문제는... 설명서에 따르면 프라이머 뿌린 후 4일간 건조시키고 나서 크롬 실버를 뿌려야 하고, 그 후 또 4일을 건조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저는 저 자신의 귀차니즘^^ 이외의 이유로 일정이 지연되는 건 딱 질색입니다만...-_- 
그래도 번쩍번쩍한 광택을 얻겠다는 일념으로 지시한 시간 동안 인내하며 기다렸다가 후속작업을 진행했답니다. 대단대단^^

크롬 실버는 희석하지 말고 원액 그대로, 낮은 압력으로 흩뿌리듯 딱 한 번만 도색해야 한다고 해서 최대한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크롬 실버 이거 뿌리면 스스로 촥~ 퍼져가면서 굳어져서 거울처럼 변하는 것이 정말 신기한 물건이더라고요.
그렇지만 제가 크롬 실버를 제대로 뿌려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서 실수를 많이 했고, 결과적으로 군데군데 거울광이 좀 죽었네요-_-

사진 왼쪽에 손에 들고 있는 부품은 애초에 런너째 은색 도금되어 나온 바이저(기사 투구에서 눈 가리는) 부품인데요,

이것과 비교해봐도 제가 도색한 부품의 거울광이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것 같죠^^?

마감제로는 설명서에서 (비싼) SMP 크롬 실버 전용 유니버설 클리어라는 걸 쓰라길래 그걸 썼습니다만..
읭?
아니 무광도 아닌 유광 마감제가 백화현상을 일으키다니~~ㅜㅜ!!
혹시 "쯧쯧, 습도 높은 장마철에 마감제를 뿌리니까 그러지"라고 손가락질하실지도 모르지만...
저 백화현상 발생일은 장마가 본격 시작되기 전이었고, 제 작업실은 제습기를 돌리기 때문에 습도가 20%도 안 되도록 유지되고 있다고요.
이건 습도 문제나 저의 실수가 아닌 마감 도료의 '변질' 문제인 것이 확실합니다.

정말 SMP하우스 마지막까지 말썽이군요.
지금까지 몇 번의 국산 도료 트러블을 경험한 후 더 이상 국산 도료는 안 사기로 마음 먹었고, 이미 사놓은 것만 쓰고 있는 중인데...
이렇게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질되니... 있는 것들도 다 갖다버려야 될 판입니다-_-

화딱지가 나서 그냥 마감제 안 올리고 말까도 생각해봤지만...
이런 거울광이 나는 미러 크롬 계열 도료는 피막도 약하고 변색도 잘 되기 때문에 일반 도료보다도 더더욱 마감이 필요합니다.
그치만 또 이런 미러 크롬 계열은 일반적인 마감제를 뿌리면 광이 확 죽어버린다는 까다로운 특성으로 아무 거나 못 뿌립니다-_-
요런 도료에 사용할 수 있는 전용 마감제가 나오는 곳은 일본 Spaz Stix 사와 국내 SMP 정도고요,
전용은 아니지만 국내 회사 IPP의 유광 우레탄 클리어도 미러 크롬 계열 도료 위에 사용할 수는 있다고 합니다.

Spaz Stix사 제품은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것 같고, SMP는 또 똑같은 트러블이 발생할지도 모르고...
결국 나이트 건담 킷 값의 두 배쯤 비싼(22,000원) IPP 우레탄 클리어를 새로 구입해버렸습니다-_-
국산 도료 욕은 욕대로 하면서 결국은 돈 다 퍼다주고...ㅜㅜ 왜 이러는 걸까요.

아무튼 IPP 우레탄 클리어를 뿌려본 결과는 위 사진과 같았습니다.
처음 써보는 제품이라 실수를 해서 광이 좀 죽었습니다.
다행히 광이 심하게 죽지는 않았지만 실물로 보면 사진 왼쪽 멕기부품과 광택 차이가 꽤 납니다-_-
그나마 백화 현상은 없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으며...ㅜㅜ
IPP 우레탄을 거울광 메탈릭 도료 위에 올릴 때는 신너는 적게 넣고 에어 브러시 압력은 강하게(3기압 이상) 하는 것이 요령인 것 같습니다.

장갑 안쪽 부분은 검정색으로 칠해줬습니다.
갑옷 안쪽엔 결합핀 같은 장난감 티 나는 구조물들도 많고 해서... 크롬 색깔보다 블랙으로 어둠 속에 묻어버리는 편이 나을 듯했거든요.
설정색이 노란 부품들은 크롬 실버 위에 (마감제 올린 후) 클리어 골드 컬러를 오버코팅하는 기법으로 황금색으로 도색했습니다.
잘만 칠했으면 거울 광 나는 황금색이 됐을 텐데 크롬 실버 도색 시의 실수와 마감제 트러블까지 겹쳐 거울 광까지는 안 나네요-_-
그래도 나름 만족스러운 색상과 광택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황금색 도료를 사용해봤지만 색상이 황금처럼 진하고 좋은 도료는 금속 광택이 약하고,
반면 금속 광택이 제대로인 도료는 순금의 노란색이 아닌 흐리멍덩한 색상(샴페인 골드에 가까운)밖에 안 나오더군요. 
제가 원하는 휘황찬란하면서도 샛노란 황금색을 얻기 위해서는 황금색 단일 도료로는 안 되고 역시 오버코팅이 답인가 봅니다.

마지막으로 광택과 도막 보호 차원에서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Mr. Hi-COATING이라는 비싼 광택 코팅제를 발라줬습니다.
사용법이나 특성이나... 딱 봐도 자동차용 합성 왁스와 동일한 약제 같더군요.
묽은 허연 액체상태인 것이... 바로 클라쎄 High Gloss Sealant Glaze (HGSG)가 떠오르더군요.
제가 자동차 디테일링을 좀 미리 알았다면 이딴 거-_- 이렇게 비싼 돈 주고 사놓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_-;;
하여간에 거울광 나는 미러 크롬 계열의 메탈릭 도색 작업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전용 프라이머, 도료, 전용 마감제의 가격도 가격이지만 시간 부담이 엄청나군요.
프라이머 바르고 4일, 도료 뿌리고 4일, 그 위에 클리어 골드까지 올리려고 하면 마감제 뿌리고 또 3일을 기다려야 하고요.
성질 급한 사람은 숨 넘어갈 듯-_-
기사 갑옷처럼 거울광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건조시간 부담이나 전용 마감제가 필요 없는 그 아래급 도료를 쓰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일반색 도색

메탈릭 도색에서 워낙에 국산 도료에 학을 뗀 관계로, 메탈릭 이외의 일반 색상은 100% 일제 도료만 사용했습니다.
빨간색 부분은 밑색으로 FIINISHER'S 파운데이션 핑크를 깔아준 위에 가이아노츠 프리미엄 레드를 올렸습니다.
가이아노츠 프리미엄 레드는 비싼 안료를 사용한 한정판 도료로, 단가는 일반 도료의 2배였습니다만...
용량 두 배, 한정판, 한국 구입이라는 트리플 크리 작렬로 따따따블 값을 치르고 구했다지요ㅜㅜ
(최근 국내 메이커 IPP에서도 프리미엄 레드가 훨씬 싸게 출시됐다고는 하는데... 안 살 겁니다^^;;)
시난주 칠하겠다고 사놓고(몇 년 전이냐-_-) 아직 개봉도 안 해봐서^^ 어떤 색깔인지 확인도 해볼 겸 한 번 써봤습니다.
뿌려놓고 보니 '고급스러운 다홍색'이라는 느낌이네요. 표면도 매끈매끈하니 광택도 좋고요.
흠흠... 그렇지만 따따따블 주고 살 정도로 좋다거나 그렇지는 않고... 2배 가격이면 사줄만한 정도랄까요^^?
메탈릭 바탕 위에 한 번 올려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반투명 도료라서 얼룩 없이 칠하려면 주의가 필요하고, 여러번 덧칠할수록 색깔이 진해집니다.
파란색 부분은 조색하기 귀찮아서  FINISHER'S 블루 퍼플 그대로가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조색하지 않고 바로 블루 퍼플로 칠해줬습니다.

빨간색 부분과 파란색 부분은 무광으로 마감했습니다.
너무 전체적으로 완전 번쩍번쩍하는 것보단 적재적소에 차분한 무광 포인트도 있는 것이 밸런스 잡혀 보일 것 같아서요.
그것도 그렇고 써본 사람들마다 호평하던 가이아노츠 EX 플랫 클리어를 최근 드디어 입수한 관계로 테스트해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제가 즐겨 사용했던 SMP 우레탄 무광 마감제는 대략 '반광'과 '무광'의 중간쯤 되는 광택을 보이는데 이게 또 나름 고급스러워 보이거든요^^
그래서 혼합하느라 번거롭고, 경화시간 내에 뿌려야 하는 압박도 있고, 트러블이 언제 생길지 모른다는 위험을 무릅쓰고 애용해왔죠.
 
가이아노츠 EX 플랫 클리어를 써보니 우레탄보다는 더 무광에 가깝지만, 약간의 광택이 있는 고급스러운 무광 표면이란 점은 비슷합니다.
무광이긴 하지만 GSI크레오스 수퍼 클리어처렴 허옇게 뜨거나 하는 일 없이 원래 컬러 그대로 잘 드러내주고요.
도막 강도만 어느 정도 받쳐준다면 가이아노츠 EX 플랫 클리어가 정말 무광 마감제로서는 이상적인 특성의 제품인 듯합니다.
앞으로의 무광 마감 작업에서는 SMP 우레탄 무광 대신 가이아노츠 EX 플랫 클리어로 완전 대체해서 사용해 보려고 합니다.


마스킹 도색

레전드BB 나이트 건담의 사출색은 박스아트나 설정화와 거의 동일하게 부품 색분할이 잘 돼 있습니다만...
실상은 킷 색분할에 맞춰 일부러 설정화의 일부 색상을 단순화해서 바꿔 그린 것이더라고요^^
옛 문헌이나 SDX 나이트 건담의 색상을 들여다보면 검 손잡이 같은 부분 등 나이트 건담의 원래 설정색은 좀더 복잡합니다.
그래서 저도 원 설정을 반영하여 마스킹 분할도색을 해줬죠.

그리고 또 레전드라는 명칭이 무색하게시리 애초부터 색분할이 안 된 부품도 좀 있습니다.
이것들도 설정에 맞게 분할도색해주었습니다.


이렇게 레전드BB 나이트 건담의 도색을 완료하긴 했습니다만...
왠지 온통 묵혀둔 도료들의 테스트와 시행착오로 점철된 작업이었던 것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아 있네요^^

이번 도색 작업에서 얻은 교훈은...
"건프라든 도료든 사재기해놓지 말고 당장 필요할 때 구입하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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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14. 09:44

레전드BB 나이트 건담 제작기 #1 - 골다공증과 접합선 수정

오랜만에 메탈릭 도색이 하고싶어져서 레전드BB 나이트 건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몇 년 전 에어브러시 사자마자 멋모르고 풀 도색에 도전했었던 BB전사 레드 프레임의 골다공증과 분할 결핍증에 학을 뗀 이후로는

SD 쪽엔 눈길도 안 주고 살아왔습니다만...
듣기로는 BB전사 윙건담 이후로 색분할 등 도색 편의성이 많이 개선되었다기에,
그리고 이번엔 BB전사 25주년 기념으로 반다이에서 레전드BB라고 뭔가 새 시리즈를 야심차게 내놓았길래 얼씨구나 하고 샀죠^^;;

조립해본 소감은 우선 '색분할은 나름 잘 되어있다'는 겁니다.
세가지 색으로 분할된 방패 따위, 기존 SD 시리즈에선 꿈도 못 꿨죠.

그런데 골다공증은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아쉽습니다.
역시 아직 SD 건프라는 모형이라기보단 완구라는 개념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네요.

인간형 소체 부분의 골다공증은 손 이외에는 눈에 잘 안 띄는 부분이라 용서가 가능하지만...
켄타우로스 모드의 경우는 뒷다리 전체가 뻥 뚫려있는 수준으로... 상태가 열악합니다.
제가 뭐 기사 건담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라도 있는 것도 아니고,
정성 들여 구석구석 빈 뼈속까지 차곡차곡 채워주고, 관절도 조형해주고 하는 작업은 좀 오버액션이다 싶어...
골다공증 메꾸기 작업은 인간형 부분까지만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말다리의 골다공증은 레드썬~^^

골다공증 메꾸기 작업의 Before & After 샷입니다.

에폭시 퍼티와 락커 퍼티를 사용했고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작업량은 최소한도로... 눈에 잘 띄는 부분만 메꿨습니다^^;;

그립손의 골다공증은 위 사진처럼 3mm 핀바이스 드릴을 손에 끼운 채로 에폭시 퍼티를 쳐발랐고, 퍼티 경화 후에 드릴을 빼냈습니다.
드릴이 퍼티에 들러붙지 않도록 미리 이형제를 듬뿍 발라뒀고요.

그리고 뿔, 칼, 창 모두 뾰족하게 갈아냈네요.
다른 것들은 그냥 갈아내기만 했지만 전자 스피어는 워낙 뭉뚝한 관계로 런너 일부를 갖다붙여 길이를 늘인 후 갈아줬습니다.

아래는 접합선 수정 작업의 Before & After 샷입니다.
접합선 수정에는 무수지 접착제와 락커 퍼티를 사용했고요.

이 부품들 외에도 접합선 수정이 필요한 부품들이 있지만... 눈에 잘 안 띄는 부분인 관계로 패스입니다^^;;

이렇게 골다공증과 접합선 수정 작업을 했던 부품들만 1000방까지 사포질을 한 후
표면 확인과 퍼티면의 도료 정착성 향상을 위해 Mr. 프라이머 서페이서 1000을 뿌려줬고요.
다른 부품들은 서페이서 안 뿌리고 간단하게 게이트 자국과 파팅라인 제거 정도만 해주고 바로 도색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메탈릭 도색과 사포질/서페이서는 궁합이 그다지 좋지 않으니까요(라고 쓰고 '귀찮으니까요'라 읽습니다^^).
2012. 6. 4. 11:21

RG GAT-X105 엘 스트라이크 건담 완성

드디어 끝마쳤습니다.
결국 작년 5월에 시작한 지 만 1년을 넘겨버렸습니다-_-
이런 한 뼘 크기도 안 되는 물건 하나 완성하는 데도 1년 넘게 걸리다니... 나란 인간은 대체...
실제 완성은 4월초에 끝냈는데... 카메라 등 다른 것들에만 신경 쓰다보니 사진 찍고 글 올리는 데 두 달이나 지나버렸네요-_-
 

카메라 얘기가 나와서 말씀인데... 이 글의 대부분의 사진들이 새로 산 GX1으로 찍은 사진들입니다.
여기 사진 중에 딱 한 장 1D Mark II로 찍은 사진이 있는데요, 혹시 파일 정보 안 보고 눈만으로 어느 것인지 알아맞추실 수 있을까요^^?

사진이 다들 축소됐고, 포토샵으로다가 색감, 노이즈, 사진 종횡비 등 안 만진 부분이 없기 때문에 제 생각엔 못 알아맞추는 게 정상입니다^^
맞추신다면 정말 '절대 색감'이나 '절대 시각' 같은 능력자이실지도...

AILE는 불어로 날개, 발음은 '엘르', 강조하기 위해 한자로 날개 익(翼)자를 써봤습니다.

완성 사진 몇 장...

요기부터는 액션 샷입니다.
쪼그맣고 부품 복잡한 놈을 되도 않는 액션 샷 찍는다고 폼 잡아주다가 몇 군데 빠지고, 몇 군데 부러지고, 몇 군데 헐렁해졌네요.
선물로 주려고 만든 건데 못 줄 것 같습니다-_-

아무튼 아머 슈나이더 액션

빔 사벨 액션

빔 라이플 액션

마무리는 역시 씨앗포즈로...

뭐 스트레이트 빌드라서 특기할 만한 사항은 별로 없긴 하지만...
  • 자동차용 플라스틱 프라이머를 사용해서 어드밴스트 MS 조인트를 메탈릭으로 도색한 것
  • 컬러링이나 마킹을 PG 스트라이크 느낌이 조금 나도록 어레인지 한 것
  • 킷에 동봉된 씰 대신 모델링홀릭의 데칼을 사용한 점

언급할 만한 내용은 요 정도인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작업기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RG 엘 스트라이크 작업기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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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3. 24. 08:02

RG GAT-X105 엘 스트라이크 건담 제작기 #3 - 먹선/데칼/마감

표면 정리 후 8개월간 방치했던 과거를 반성하며, 도색 이후엔 바로바로 완성하자고 마음 먹었으나...
그놈의 파이널 판타지 13-2 한다고 또 몇 주간 방치했다가 돌아왔습니다^^

우선 먹선 작업입니다만, 표면정리 때 미리 패널 라인 등 먹선 넣을 부분을 깊숙히 파준 관계로 수월하게 넣을 수 있었습니다.
수월하다곤 해도 워낙 패널 라인이 많은 Real Grade인지라 정말 오래 걸렸네요ㅜㅜ
한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RG 킷이 사이즈가 더 큰 MG보다도 먹선 작업량이 (훨씬ㅠㅠ) 더 많다는 것입니다.

오웃, 그런데 제가 프라에서 잠시 손을 놓고 있던 사이에 타미야에서 놀랍도록 편리한 제품이 나왔습니다.
이름 하여 패널 라인 액센트 컬러(Panel Line Accent Color)!
기술적으로 대단한 물건은 아니지만...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제품이랄까요?
에나멜 먹선작업에 안성맞춤인 제품입니다.
혹시라도 에나멜 먹선 테크닉을 모르시는 분을 위해 좀 설명 드리자면...
에나멜 도료 원액 : 신너 비율을 1 : 5~10 정도로 묽게 희석하여 패널라인 일부에 붓으로 콕 찍어줍니다.
그러면 모세관 현상에 의해 저절로 전체 패널 라인에 쪽쪽 퍼져나가주죠(요거 보고 있으면 상당히 쾌감이 있다는^^).
그리고 건조된 후에 붓자국과 삐져나온 자국 등을 신너로 살짝 지워주면 패널라인 먹선이 완성됩니다.

그런데 기존 에나멜 도료로는 희석 농도 맞추기가 어려우며, 작업 후 붓과 조색접시 등을 세척하기가 귀찮다는 불편한 점이 있었습니다.
특히 희석 농도는 너무 진하면 먹선이 잘 안 퍼지고, 너무 연하면 패널 라인의 색상 균일성이 떨어져서, 나름 까다롭게 맞춰야 하는데...
보통 먹선 용으로는 에나멜을 코딱지만큼밖에 안 쓰니까 도료와 신너의 양을 계량하기도 힘들고 농도 맞추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 패널 라인 액센트 컬러는 이미 패널 라인 먹선 넣기에 적절한 농도로 희석되어 있어서 농도 잘못 맞출 걱정도 없고,
병에 붓까지 달려있어서 쓰기도 편하고, 보관도 편하고, 세척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것도 딱 제가 자주 쓰는 색깔 별로 그레이, 블랙, 브라운의 3종이 출시돼 주었습니다.

RG 엘 스트라이크 작업에서는 세 가지 색을 각각 다음과 같이 부위 별로 적용했지요.

  • 그레이 : 흰색 장갑 부분
  • 브라운 : 붉은색, 노란색 장갑 부분
  • 블랙 : 파란색 장갑, 회색 프레임 부분

저는 처음에 Panel Line Accent Color 그레이의 색이 너무 밝아서 걱정 했습니다.
내부 프레임 색이 화이트 : 블랙 = 2 : 1로 섞은 밝은 회색인데, 그보다도 더 밝고, 거의 서페이서의 색과 맞먹을 수준의 밝은 회색입니다.
그런데 이게 실제로 먹선을 넣어놓고 보니 또 꽤 괜찮고 잘 어울리더군요.

그래서 ☞먹선이 검정색이 아닌 더 흐린 색이 잘 어울리는 이유☜에 관해 생각하고 정리해봤습니다.

저처럼 먹선 색상에 대해 고뇌^^해보신 적 있는 분이라면 링크의 글을 한 번 읽어보시길...


아무튼 먹선은 잘 일단락되었고요. 문제는 데칼인데...
RG 엘 스트라이크가 발매된 지 1년이 다 되어가고, 소드/런처 스트라이커 팩까지 발매됐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RG 스트라이크 용 반다이 제 습식 건담데칼은 발매 예정조차 안 잡혀 있습니다.

걱정 되는 건 RG 스트라이크 데칼뿐만 아니고 별매 건담 데칼이라는 시리즈 자체가 재작년말 이후로 1년 넘게 신제품 소식이 없다는 겁니다.
그나마 최근에 건담 데칼 DX라는 한정판 소식이 들려왔지만... 알고 보니 그냥 예전 데칼들을 크게 한 장에 모은 것뿐이더라고요.
1년 전의 동일본대지진으로 반다이의 별매 습식 데칼 신제품 설계 부서가 피해라도 입은 걸까요?
아니면 건담 데칼이 잘 안 팔리니깐 이제부턴 일반 판매 안 하고 한정판 장난질을 치겠다는 걸까요-_-?

아무튼 RG 스트라이크 건담 데칼이 안 나온다고 작업을 중단하고 데칼 나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건 영 성격에 안 맞고...
조사를 좀 해봤더니 작년 11월에 모델링홀릭 카페의 '칠식이' 반찬식님께서 RG 스트라이크 데칼을 만들어서 판매하셨더라고요.
연락을 드려보니 시간이 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재고가 있다고 하셔서 급히 공수해왔습니다.
대부분은 찬식님 데칼을 사용했으며 일부 기존 MG 스트라이크 용 반다이 습식 데칼 또는 범용 코션 데칼을 붙였습니다.
데칼링은 기본적으로 설명서를 따르되, 일부는 PG 스트라이크를 흉내내어 다르게 붙이거나, 다른 위치에 붙인 것들도 있습니다.
PG 스트라이크 흉내를 내자면 스커트의 요 커다란 CINQUE 마크를 빼놓을 수 없죠.
Cinque(칭퀘)란 스트라이크의 형식 번호인 GAT-X105의 마지막 숫자 '5'의 이탈리아어 표기입니다.
제가 PG 스트라이크를 만들 때는 데칼링 후에 페이즈 시프트 아머의 독특한 재질 표현을 위해 펄 파우더를 뿌려주었습니다만...
귀찮아서RG 같은 작은 스케일에는 안 어울릴 것 같아서 생략했습니다.

수퍼 아이언 실버로 도색한 어드밴스트 MS 조인트(AMSJ)의 마감은 유광 우레탄 클리어로 했는데요.
역시 우려했던 바대로 가동시에 까지는 관절 부분도 있고(팔꿈치 관절),
가동부분이 너무 빡빡해서 관절이 빠지기도 하더군요(허벅지 장갑 연동 부분)ㅜㅜ
다음번에 AMSJ를 도색할 때는 좀더 신경써야겠습니다.
AMSJ는 그냥 1차 도색까지만 하고 마감제는 안 뿌리는 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하네요.
그리고 그 외 부분은 전체적으로 SMP 무광 우레탄 클리어로 마감했습니다.
아 그런데 이번엔 SMP 무광 우레탄 클리어의 보존기간이 오래 돼서 그런지 칠하면서 트러블이 많았습니다.
에어브러시 노즐이 막힌다거나 부품 표면에 이따만한 알갱이가 박힌다거나...

SMP 제품들 싼 맛에 잘 써왔는데, 가끔씩 이렇게 트러블이 발생하곤 하면 정신적 비용이 더 크죠-_-
그리고 요즘은 가격도 올라서 안 쌉니다. 15ml 도료가 SMP는 현재 2100원 하는데, 가이아노츠는 일본에서 보통 160엔이면 사니깐 비슷합니다.

맘 같아선 쓰던 SMP 제품들 다 퇴출시켜버리고 싶습니다만... 딱히 대안이 없네요.

가이아노츠나 피니셔즈 도료 제품들은 국내에선 구하기가 힘들고...
GSI크레오스 제품들은 성능도 별로 안 좋으면서 가격만 비싸고...
E5라든지 다른 국내 도료업체들은 SMP 이상 못 미덥고...

무광 마감제로 가이아노츠 EX 플랫 클리어를 사고 싶어도 국내 판매점은 모두 품절이고요.
피니셔즈 수퍼 플랫 코트도 사고 싶지만 K모샵에서 20cc짜리가 18,260원이라니...플랫 베이스 대신 금가루라도 탔냐?
나중에 가이아노츠와 피니셔즈 제품 해외구매라도 한 판 뛰어야겠습니다.

네, 뭐, 아무튼... 눈과 엘 스트라이커 팩 분사구 같은 곳에 킷에 들어있는 메탈릭 스티커를 붙여줌으로써 모든 작업을 완료했습니다.

 

2012. 3. 20. 11:26

먹선 색상에 관한 고찰

RG 스트라이크 먹선 작업을 하면서 처음으로 타미야 Panel Line Accent Color를 써보게 됐는데요.
Panel Line Accent Color 그레이의 색이 너무 밝아서 처음엔 걱정이 됐습니다.
이게 건담마커 회색 먹선펜보다 밝은 것은 물론이고, 거의 서페이서의 색과 맞먹을 수준의 밝은 회색입니다만...
'먹선'이라는 어감상 왠지 검정에 가까워야 할 듯한 느낌이고, 제가 지금까지 넣어왔던 회색 먹선도 검정색에 가까운 회색이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실제로 먹선을 넣어놓고 보니 이런 밝은 회색 먹선이 흰색 바탕엔 꽤 괜찮게 잘 어울리더군요.


생각난 김에 먹선이 검정색이 아닌 더 흐린 색이 잘 어울리는 이유에 대해 고찰해봤습니다.
지금까지는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생각 없이 따라서 흰색 바탕에는 회색 먹선을 넣고, 빨간색이나 노란색 바탕에는 갈색으로 넣었는데요.
바탕색 + 검정색의 혼합색으로 먹선을 넣는 것의 과학적인 근거는 대체 무엇일까 이번 기회에 조사도 해보고 또 곰곰이 생각도 해봤습니다.
결국 딱히 적절한 자료는 찾지 못했지만, 그냥 제 생각에^^ 대략 세 가지 정도 이유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물의 패널 라인이라는 것은 조각조각 나뉘어진 외장 패널(판때기)들 사이의 틈입니다.
가장 흔하게는 자동차를 보면 문 틈이라든지 펜더나 범퍼 같은 패널들 사이의 틈새가 패널 라인이죠.

이 차의 패널 라인 근처에서 반사된 빛이 우리 눈에 어떻게 보일지 단면도로 나타내 보면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1. 빛이 외장 패널 표면에서 정상적으로 반사되어 우리 눈에 들어오는 경로를 나타냅니다.
    이부분들의 색상은 정상적으로 밝게 잘 보이겠죠.

  2. 패널 옆면 부분은 그림처럼 패널에 의해 그늘이 지거나, 그늘이 지지 않는 경우라도 빛이 패널 표면보다 비스듬히 비치기 때문에
    1번으로 표시된 패널 표면보다 살짝 어둡게 보이는 것이 보통입니다.
    매우 드문 상황으로 조명 자체의 방향이 아주 비스듬할 경우엔 패널 옆면이 수평 표면보다 더 밝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위 사진에서 도어 뒷부분의 패널 라인 같은 상황이죠.

  3. 패널 라인 사이의 물리적인 틈새는 패널 속의 내부 부품에서 반사된 빛이 보여야 하지만,
    대개의 경우 패널의 그림자 때문에 내부까지 빛이 안 닿고, 따라서 검게 보입니다.

즉, 실물의 패널라인은 패널 옆면(2번)과 틈새 내부(3번) 때문에 빛이 덜 반사되는 관계로 패널 표면(1번) 부분보다 어두워 보이는 것입니다.

모형의 패널라인은 위 그림과 같은 내부구조를 갖지 않고, 부품 표면에 슬쩍 홈만 파여있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런 살짝 파인 홈은 그냥 놔두면 실물 패널 라인만큼 어두워 보이지 않기 때문에 '먹선'을 넣게 되는 것이고요.

실물에서 3번의 틈새 부분은 검정색으로 보이는 것이 맞습니다만, 2번의 패널 옆면은 패널 표면 색에 비해 약간 어두운 정도입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먹선 색깔을 최대한 실물의 패널 라인 톤과 비슷하게 하기 위해서는...
검정색과 패널 옆면의 색을 섞어서 혼합색으로 먹선을 넣어야 맞는 것이 아닐까요?

여담으로 저는 다른 분들 작업 중에 가장 이해 안 되는 것이... 어두운 색 바탕에 밝은 색으로 패널 라인 먹선을 넣는 것입니다.
어떻게 패널 라인이 패널보다 더 밝을 수가 있을까요? 몸 속에서 빛이라도 새나오는 설정일까요?

그리고 또 한 가지, 패널 라인의 굵기와 스케일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시죠.
자동차 패널라인의 경우 폭이 굵어봤자 5mm를 넘지 않습니다.
병기라든지 항공기 같은 경우 더 기밀성이 높아야 하기 때문에 더 패널라인이 좁아야 하겠지만, 편의 상 5mm라고 치도록 하죠.

오토 모형 같은 경우 1/24 스케일이니까 스케일에 맞게 0.2mm 정도의 패널라인을 파놓고 검정색으로 먹선을 넣어도 크게 문제가 안 됩니다.
그렇지만 건담 프라모델 같은 경우 1/100, 1/144와 같은 소축척 모델들이 대부분인데...
스케일에 맞는 0.05mm, 0.035mm 같은 머리카락보다도 얇은 패널라인은 플라스틱 재질과 인젝션 공정 상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반다이 건프라를 보면 패널라인 폭은 0.2~0.3mm 정도 되는 것 같더라고요.
여기에 검정색으로 먹선을 넣는다면 '패널라인 폭이 막 20mm, 40mm 되는 실물 건담'의 모형이 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부자연스럽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실물 비율보다 훨씬 굵게 나온 건프라의 패널라인들을 어떻게 하느냐?
결국 바탕색과 검정색의 혼합색 먹선이 해법 아닐까 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예를 들어 실물보다 4배 굵은 패널라인의 색은 검정색 : 바탕색 = 1 : 3으로 혼합된 색이 되어야 자연스럽습니다.

사진 이미지를 축소할 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패널라인 굵기가 이미지의 픽셀 크기보다 작아질 정도로 사진을 축소한다면, 결국 픽셀 굵기의 혼합색 선이 남는 거죠.
아래 왼쪽 사진은 위 자동차 사진을 축소한 건데요.
오른쪽의 좀더 크게 표시한 사진을 보시면 더 확실히 알아보시겠지만
위 사진에서 새까맣게 보였던 앞 펜더 패널 라인들조차 차체의 은색과 혼합되어 회색처럼 돼버린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유로 착시현상의 일종인 명도대비도 무시할 수는 없겠습니다.
밝은 바탕에 그어진 어두운 선은 명도 대비에 의해 실제 색보다 더 어둡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흰 바탕에 진한 회색의 먹선을 그으면 거의 검정색으로 먹선을 그은 것과 다름 없게 보입니다.
그래서 흰 바탕에는 Panel Line Accent Color의 회색 같은 밝은 회색 먹선 정도가 딱 알맞은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반면에 어두운 바탕의 패널라인은 명도대비가 거의 없어 워낙에 먹선이 잘 안 보이고...
그래서 귀찮게 바탕색과 검정색을 혼합할 필요 없이 그냥 검정색으로 먹선을 넣어도 괜찮은 것이고요.


뭐, 이 정도로 먹선 색상에 대해서 과학을 가장한 추측성 고찰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2012. 1. 22. 09:26

RG GAT-X105 엘 스트라이크 건담 제작기 #2 - 도색

표면정리까지만 하고 묵혀두었던 엘 스트라이크 건담을 8개월만에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그동안은 프라가 아닌 차 표면정리^^에만 빠져있었더랬는데... 추운 겨울이 되니깐 그짓^^도 귀찮더라고요.
나름 자동차 월동준비도 다 해줬고, 이제 다시 건프라 복귀!!
겨울은 역시 따땃한 아랫목에서 조립이나 하는 게 최고입니다만... 역시 프라질의 꽃은 도색이죠~
도색은 환기와 통풍 관계로 겨울 날씨에 하기가 만만치는 않습니다만... 세차에 비하면야^^

8개월 전 제작기에서 RG 어드밴스트 MS 조인트(AMSJ)의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 PP) 재질 런너에 각종 모형용 프라이머를 뿌렸다가
완전 모두 실패한 모습-_-을 보여드렸는데요.

결국 모형용 프라이머/서페이서 중에선 AMSJ에 적합하게 PP표면에 도료를 잘 정착시켜주는 제품을 찾을 수 없었고,
꼭 모형용이 아니라 하더라도 PP 전용 프라이머 제품을 찾는 수밖에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실은 집에 PP전용 프라이머라는 딱지가 붙은 제품이 이미 있었는데...(사진 왼쪽)
문제는 도색용이 아닌 접착용이라서... 설명서에는 PP 재질 표면에 칠한 후 마르자마자 순간접착제를 발라서 접착시키라고 합니다.
제 경우 접착을 할 게 아니니 프라이머가 마르자마자 도료를 칠해야 된다는 건데... 도색 공정상 쉽지 않아 얘는 후보에서 탈락시켰습니다.

그래서 결국 인터넷을 검색해서 PP 재질에 사용할 수 있는 도색용 프라이머를 구입했습니다(사진 오른쪽).
노루표 자동차용 플라스틱 프라이머 PP-100이란 제품인데요. 참 공업용스럽게 생겼죠-_-?
용량도 1ℓ나 됩니다. 모형용 서페이서처럼 회색 제품도 있는데 그건 4ℓ라서-_- 포기하고 1ℓ짜리 투명 프라이머로 했고요.

'자동차용'이니깐 혹시라도 킷이나 에어브러쉬에 해가 되지는 않을까 해서 런너에 실험해봤습니다.

건프라의 주된 재질인 폴리스티렌(Polystyrene, PS), 그리고 관절 폴리캡 재질인 폴리에틸렌(Polyethylene, PE),
프레임 가동부에 많이 쓰이는 ABS(Acrylonitrile Butadien Styrene), 그리고 ABS와 함께 AMSJ에 들어가는 폴리프로필렌(PP),
이렇게 네 재질의 런너를 조금씩 잘라서 조색 접시에 넣고 PP-100 프라이머 제품을 부었습니다.

10초도 지나지 않아 PS 런너의 붉은 색이 프라이머 용액에 녹아 나옵니다.
그리고 30분을 이 상태로 놔두니 PS 런너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떡이 돼버리네요.
ABS는 PS처럼 완전히 녹아내리진 않았지만 자세히 보면 녹아서 번호가 뭉개진 걸 알 수 있습니다.
재질이 녹아서 물러졌기 때문에 핀셋으로 집으면 핀셋이 런너에 푹 박혀버립니다.
PE와 PP 재질 런너는 30분을 담가놔도 눈에 띄는 이상은 없었고, 안전한 것 같네요.

사실 30분이나 푹 담가놓는다는 것은 상당한 가혹환경 테스트이고,
그냥 에어브러쉬로 뿌려주기만 하는 정도라면 ABS와 PP로 이루어진 AMSJ에 큰 위해는 끼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지만 PS 재질의 일반 부품에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일반 부품에 쓸 수 없다면 대체 저 1ℓ는 언제 다 쓰냐고요ㅜㅜ)

그리고 정말로 PP 재질 도료 정착에 좋은 효과가 있는지 도색 실험도 직접 해보았습니다.
이 프라이머는 신너로 희석하지 않고 바로 뿌리는 제품인데, 점성이 다소 있어서 2기압 이상의 압력으로 뿌려줘야 매끄럽게 칠해집니다.
이전 실험과 마찬가지로 프라이머를 뿌린 24시간 후에 SMP 울트라 화이트를 칠해주고, 다시 24시간 건조시킨 후에 긁어봤습니다.

손톱으로는 거의 안 긁힙니다.
그리고 아트나이프로 긁으니 아래처럼 정확히 칼로 긁은 부분만 벗겨지더군요.
손톱으로 살짝만 긁어도 나무껍질 벗겨지듯 확 들고 일어나던 다른 프라이머들과 완전 비교됩니다.

노루표 PP-100 자동차용 플라스틱 프라이머 제품 꽤 괜찮네요^^
AMSJ 도색에 딱 알맞은 제품을 찾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폴리캡이 외부로 노출되는 일부 킷 등 폴리캡 도색이 필요할 경우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폴리캡의 PE 재질은 연질이라서 프라이머가 아무리 좋아도 가동하다보면 도색이 깨질 수밖에 없긴 합니다만...

최대한 취급에 주의하시면 어느 정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문제는 포장단위가 너무 큽니다. 일생동안 RG 프레임만 도색하든지 누군가와 나눠 써야 할 듯...

 

 

AMSJ에는 위의 PP-100 프라이머 시공 후 SMP 수퍼 아이언 실버(단종되었음)를 올려주었습니다.
AMSJ같은 가동 프레임 뼈대 부분은 역시 메탈릭이 잘 어울릴 것 같죠?
도색이 조금 까지기는 했는데-_- 이건 프라이머의 문제라기보다는 관절 부품이라는 특성 상 동작 시 마찰되는 부위가 까진 겁니다.

어드밴스트 MS 조인트 이외의 대부분의 부품들은 모두 GSI 크레오스 서페이서 1000(회색)으로 표면정리를 마무리했고요.

흰색은 RG 사출색을 반영해서 3가지로 해주었습니다.
가장 밝은 흰색: SMP 울트라 화이트
약간 어두운 흰색: SMP 울트라 화이트 (95%) + SMP 울트라 블랙 (5%)
갈색 느낌 나는 어두운 흰색: SMP 울트라 화이트 (85%) + SMP 탠(15%) + SMP 울트라 블랙 약간

갈색 느낌 나는 어두운 흰색은 처음엔 흰색에 초콜릿색을 섞어봤는데, 갈색 느낌이 아니고 붉은 느낌이 나는 어두운 흰색이 나오더군요.

생각해 보니 커피우유가 누런 갈색인 반면 초코우유는 약간 붉은색이죠.

그래서 커피우유 색에 가까운 탠(tan)을 사용해서 다시 조색했습니다.

일부 부품은 원 사출색과는 달리 PG 스트라이크나 RG 퍼스트 건담 같은 느낌으로 분할 도색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출색 대로 칠하면 도색 안 한 것 같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꼭 있어서-_- 요런 식으로 살짝 배리에이션을 주는 게 좋겠죠?

도색 여부도 못 알아보는 사람이 분할도색을 알아볼 확률이 얼마나 될지는 논외로 합시다-_-

레드도 RG 사출색처럼 2가지로 했습니다만 역시 RG 사출색과는 다르게 칠한 부분이 한두 군데 있습니다.
먼저 공통으로 SMP 울트라 화이트를 바탕색으로 깔아주었고요.
밝은 레드: Finisher's 브라이트 레드 (90%) + Finisher's 파운데이션 화이트 (10%)
어두운 레드: Finisher's 실크 레드

RG 스트라이크의 파란 사출색은 원래 1종류이지만 억지로 2가지로 나눠봤습니다.
밝은 블루: Finisher's 수퍼파인 코발트 (40%) + Finisher's 블루퍼플 (40%) + Finisher's 파운데이션 화이트 (20%)
진한 블루: Finisher's 수퍼파인 코발트 (60%) + Finisher's 블루퍼플 (40%)
노란색은 Finisher's 딥 옐로우(90%)에 Finisher's 파운데이션 화이트를 약간(10%) 섞어서 칠했습니다.
레드와 마찬가지로 바탕색은 SMP 울트라 화이트로 깔아줬고요.


엘 스트라이커 팩의 검정색은 가이아노츠 미드나이트 블루를 사용했습니다.

관절이나 프레임 부분은 원래 픽스 풍의 밝은 회색으로 도색하고 싶었습니다만...
스트라이크 건담은 프레임이 외부에 많이 노출되는 디자인인데,

외부 노출 프레임을 밝은 색이나 메탈릭 컬러로 도색한 다른 작례를 보니 뭔가 좀 들떠 보이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예전에 PG 스트라이크 도색 작업에서 했던 것처럼 노출된 프레임과 그렇지 않은 프레임을 다른 색으로 칠했습니다.

노출된 프레임과 무기는 PG 스트라이크 작업에도 사용했던 GSI 크레오스 건담컬러 CG101 팬텀 그레이로 칠했습니다.

사출색과 거의 비슷하게 블랙에 가까운 진한 회색인 듯...


관절이나 버니어처럼 노출이 덜 되는 전형적인 프레임 부위는 밝은 회색으로 칠했는데, 처음 계획했던 밝은 회색보다는 좀 어둡네요.

SMP 울트라 화이트 : SMP 울트라 블랙 = 2 : 1 비율로 조색했습니다.


킷에 동봉된 메탈릭 스티커를 마스킹 테이프처럼 활용해서 이런 식으로 분할 도색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머 슈나이더 칼날 부분은 진짜 칼처럼 보이라고 SMP 크롬 실버(수퍼파인 크롬으로 명칭 변경되었음)로 칠했습니다.

빔 사벨은 투명하게 빛나는 빔의 느낌을 주기 위해 웨이브 제 붉은색 마이크로 펄 파우더를 뿌렸습니다.

메인 카메라와 라이플의 조준경 부분은 파랗고 투명한 느낌을 주기 위해 푸른색 마이크로 펄 파우더를 뿌려줬습니다.
카메라 아이 부분은 전체적으로 무광 검정으로 도색한 뒤 눈 부분만 지워줘서 투명하게 비치도록 했습니다.
눈알 부분이 톡 튀어나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이것으로 도색은 완료!
이제 먹선 넣고 데칼 붙이고 클리어 코트를 올리면 될 텐데요.
RG 스트라이크가 나온 지 9개월이나 됐음에도 불구하고 습식 건담 데칼이 아직도 발매가 안 됐습니다.
그렇다고 킷에 들어있는 '리얼리스틱 데칼'이라고 이름은 거창하지만 실상은 스티커인-_- 물건을 붙여주긴 쫌 그런데...

뭐 어떻게든 되겠죠^^

2012. 1. 7. 23:48

MG RX-0 풀 아머 유니콘 건담 Ver. Ka 리뷰

MG RX-0 Fullarmor Unicorn Gundarm "Ver. Ka"를 구입했습니다.
오랜만에 건프라에 마음이 동해서 '내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로서 무려 예약구매를 했고, 12월 23일 금요일 저녁에 받았습니다.
'풀 아머' 유니콘이니까 오랜만에 '풀 도색'해볼까 생각중이고요.
크리스마스에 조립은 이미 완료했지만, 리뷰 쓰는 데는 해를 넘겨 버렸네요^^

MG 유니콘 건담은 2007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발매된 MG RX-0 Unicorn Gundam "Ver. Ka"를 시작으로 해서
티타늄 피니쉬, OVA판, OVA 특별판 등등 여러 번 우려먹힌(?) 킷인데...
저도 작년에 그 중에서 OVA 특별판인 HD 컬러 + MS 케이지 버전을 이미 구입했었습니다.
건프라 팬이라면 MG 유니콘 건담은 익히 잘 아실 거라 생각되니 기존 MG 유니콘 킷들과의 차이점과 장단점 위주로 리뷰를 진행하겠습니다.

이번 풀 아머 버전의 가장 큰 특징은 사이코 프레임 색깔이 청록색으로 바뀌었고, 엄청난 대량의 무기들과 베이스재버까지 포함됐다는 점인데요.
저는 어느쪽이냐면... 덕지덕지 붙인 무장들보다는 청록색 영롱한 사이코 프레임 색깔에 반해서 구입했습니다^^

박스 아트가 꽤나 박력 있는데요.
기존 Ver. Ka 제품들은 흰 바탕에 별다른 액션 포즈 없이 카토키 자세로 서있는 MS의 약간 물빠진 보라색 톤의 담담한 박스아트가 특징인데...
풀 아머 유니콘도 그 기조는 동일하지만 박스 아트가 담담하지 않고 막 사이코 프레임에서 막 불똥이 튀고 이럽니다^^

HD 컬러 + MS 케이지 버전도 OVA 1화의 클라이막스 장면을 재현하여 폭풍이 난무하는 박스아트가 멋졌지만...
풀 아머 Ver. Ka는 뭔가 절제된 위엄 속의 폭풍 간지랄까? 그런 게 느껴지는군요^^

박스 가로 세로 길이는 유니콘 건담 Ver. Ka의 사이즈를 유지하면서 박스 두께(높이)만 키워놔서 언뜻 별로 안 커 보입니다.
MS 케이지 버전(7500엔)은 박스가 가로로 엄청 길어서 한 눈에도 커보였죠.
처음엔 '아니 풀 아머는 8000엔이나 되는데 박스는 왜 이리 작아?'라고 생각했지만 속을 들여다 보니 확실히 MS 케이지 버전보다 양이 많습니다.
런너가 38장이나 됩니다(그 중에 Q런너만 6장-_-).

MG 유니콘 건담은 변신 기믹이 매우 정교해진 대가로 가동성과 장갑 고정성, 발목 지지력 등을 희생한 킷으로 유명한데요.
과연 이런 유니콘이 저런 많은 무장들을 잘 지고 서있을 수 있을까요?

1. 부품 교체

'07년에 나온 최초의 MG 유니콘 Ver. Ka는 가동성이 워낙에 악명 높은 킷이라서... 작년에 OVA판이 나오면서 가동성이 개선되었습니다.
OVA판에서는 가동성 개선을 위한 신규 교체 부품을 아래 사진과 같이 R런너로 따로 사출해주었습니다.

오리지널 유니콘 Ver. Ka의 원래 부품은 그대로 원래 런너(C, F런너)에 여분으로 남아있고요.
그리고 종아리 속 사이코 프레임 교체 부품은 B런너에 시스템 인젝션 형태로 금형을 추가로 파서 붙어 나왔습니다.
이 덕분에 최초의 유니콘 Ver. Ka는 무릎이 60˚밖에 안 꺾였지만 OVA판에서는 90˚까지 꺾이게 되었고,
유니콘 Ver. Ka에서는 회전이 거의 불가능했던 허리도 OVA판에서는 360˚ 홱홱 돌아가고,
디스트로이 모드에서 덜렁거리던 뿔도 OVA판에서는 고정된 부품으로 장착이 가능하게 되었는데요.

그러나... 풀 아머 유니콘 Ver. Ka는 마치 '원조인 Ver. Ka 계열이 OVA판 따위의 부품을 쓸 순 없다'는 무언의 외침과도 같이
위 사진의 R런너를 확 빼버리고 아예 기존 F 런너 자체를 새로 개선해서 넣어주었습니다.
F런너는 다리 부품만 있는 런너인데요, 오리지널판의 60˚ 꺾이는 다리 부품을 영상판 R런너처럼 90˚ 꺾이도록 F런너 금형 자체를 새로 판 거죠.
(허겁지겁 뜯어서 조립하느라 런너 사진을 못 찍은 관계로^^ 사진은 달롱넷에서 퍼왔습니다)

그렇지만 다리 부품의 F런너만 개량하고 엉덩이와 머리 부품이 있는 C런너의 금형은 새로 파지 않았기 때문에,
풀 아머 유니콘은 OVA판처럼 허리가 자유자재로 돌아가지도 않고, 디스트로이 모드 고정식 뿔도 없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풀 아머는 엉덩이 부품 때문에 허리가 안 돌아가지만 OVA판은 그 부품 높이가 낮아 허리 가동에 영향이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엄청난 등짐을 지고 허리 돌릴 일이 뭐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필요가 없어서 안 돌리는 것과 불가능해서 못 돌리는 건 다르죠.


반다이는 왜 R런너를 안 넣어주고, 이렇게 F런너만 새로 파고 C런너는 그냥 놔두는 선택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가네요.
R런너를 넣어주는 편이 유저들도 더 행복하고, 반다이에서도 F런너 금형 신규 제작 비용을 아낄 수 있어 더 이득이었을 텐데요.

제 불만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OVA판에는 신형 부품과 함께 여분으로 구형 부품이 들어있기 때문에 그 둘의 조합이 가능했습니다.
신형 종아리 뒤쪽 부품은 너무 짧아서 무릎 뒤쪽 내부의 플라스틱 장난감스러운 구조가 훤히 들여다보인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아래와 같이 종아리 양 옆쪽 부품은 신형부품을 사용하되 뒤쪽 부품은 여분의 구형부품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인데요.
가동성은 90˚는 아니지만 거의 그에 가까운 85˚쯤 되면서 무릎 뒤쪽은 들여다보이지 않는 (제가 생각하기에) 최적의 조합이 됩니다.

그렇지만 풀 아머에서는 F런너 자체를 신형으로 새로 뽑아버렸기 때문에 구형 F런너 여분 부품이 없어 이런 식의 조합이 불가능합니다-_-

풀 아머 무기 장착을 위해 교체된 부품들도 있습니다.
양쪽 종아리에 핸드 그레네이드를 달기 위해 종아리 프레임 부품의 버니어들이 부품 연결홈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바주카 양 옆과 아래쪽에 추가 무장을 주렁주렁 달기 위해 바주카 포신 부품들도 교체되었습니다. 

풀 아머 유니콘 Ver. Ka의 부품 교체에 대해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투자 대비 효율이 매우 안 좋은 변경이었다는 느낌입니다.
돈 들여 금형을 새로 파기까지 했으면서도 OVA판에서 이미 개선된 엉덩이 부품과 NT-D 고정뿔은 빼고 유저의 부품 선택권도 빼앗아버리고...


2. 사출색 변경

뭐니뭐니 해도 눈에 확 띄는 것은 청록색의 영롱한 사이코프레임입니다.

원작 소설 7권(OVA로는 아마도 5화)에서 유니콘 건담이 2호기 밴시와 싸우던 중에 사이코 프레임이 기존의 붉은색에서 '무지개빛'으로 바뀝니다.
그 후로도 평상시에는 붉은 색이다가 주인공 버나지가 뉴타입 능력을 극한까지 발현했을 때 무지개색으로 바뀐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무지개빛'이라는 것이 쉽게 형상화할 수 있는 색깔이 아니죠.
그래서 지금까지 나온 모든 풀 아머 유니콘 모형과 소설책의 표지 그림까지 무지개색이어야 할 사이코프레임이 '청록색'으로 돼있습니다.

'무지개빛은 표현하지 못하겠지만 아무튼 붉은색은 아니다'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붉은색의 보색인 청록색으로 한 건지도 모르죠.
MG 풀 아머 박스아트의 사이코 프레임에서 불똥이 튀는 것도 어쩌면 무지개색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MG 풀 아머 유니콘 건담의 사이코 프레임 사출색은 박스아트의 색깔보다는 더 어둡고, 더 블루 톤이 강합니다.
횡단보도의 푸른 신호등이나 열대 바다 색깔을 연상케 하는 깔끔하고 신선한 느낌의 청록색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기존의 붉은 색에 비해서 훨씬 마음에 드는 색감이네요.
설정 상으로도 '짱 쎄진 모드^^'의 색상이라서 더더욱 좋은 것 같습니다.

블랙라이트(자외선 등)를 비추면 사이코 프레임이 자외선에 반응해서 빛을 내는 것처럼 보입니다(물론 무지개색은 아닙니다).
전시할 장식장에 블랙 라이트를 켜두면 분위기 대박일 것 같네요.

제가 사용한 블랙 라이트는 '비밀펜'이라고 문구점에서 파는 천원짜리 제품에 들어있는 싸구려 LED 블랙라이트입니다.
이런 장난감 같은 것 말고 좀 제대로 된 블랙 라이트 제품은 만원 정도 하는 것 같네요.

기존 MG 유니콘 건담의 붉은색 사이코 프레임도 마찬가지로 블랙 라이트에 반응합니다.
MG는 확실히 빛이 나는데 가격이 저렴한 HGUC와 헤드 스탠드는 사진 상에서는 빛이 안 나는 것처럽 보입니다.
얘들도 사실 블랙 라이트에 반응하기는 하는데 MG보다 많이 희미해서 잘 안 보이는 겁니다. 이런 데서도 가격 갖고 차별하나-_-

MG 유니콘의 사이코 프레임은 일반 형광등 조명에서도 왠지 광채랄까 오묘한 색감이 느껴지는데, 그것도 자외선 반응 재질 때문인 듯합니다.

그리고 발과 백팩의 남색 부분 사출색도 청록색의 사이코 프레임에 어울리도록 맞춘 것인지
기존 유니콘 Ver. Ka의 약간 붉은 끼는 사라지고 좀더 진한 남색이 되었습니다.


그 외의 사출색은 오리지널 유니콘 Ver. Ka와 동일합니다.
OVA판은 관절 부품이 흑철색이었지만... 풀 아머 유니콘은 기존 유니콘 Ver. Ka와 같이 관절은 연한 회색, 무기는 짙은 회색입니다.
빔 사벨은 OVA판은 옅은 푸른색이었지만 풀 아머는 Ver. Ka 판과 동일하게 투명한 핑크색입니다.
여러 모로 '나는 OVA판이 아닌 Ver. Ka의 핏줄을 잇는 자다'라고 외치는 듯한 느낌이네요.


3. 추가 무장

결국 풀 아머 유니콘 건담의 포인트는 풀 아머인 것이죠.
소설 9권에서 유니콘 건담의 최종결전 출격 사양으로다가 함내에 있는 모든 무기를 주렁주렁 달고 나가는 설정이 풀 아머 유니콘 건담이고요.

아머(armor)라 하면 보통은 장갑(裝甲)을 의미하고, 기존의 풀 아머 건담이나 풀 아머 ZZ건담 등이 실제로 장갑이 강화된 데 반해,
풀 아머 유니콘 건담은 장갑은 한 톨도^^ 보강되지 않고 무기만 많이 들고 다닙니다.
기존 풀 아머 건담 류는 RX가 아닌 FA로 시작되는 형식번호를 가졌으나 풀 아머 유니콘은 그냥 RX로 시작하는 점도 다르고요.
그래서 풀 아머 유니콘의 명칭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비난과 논쟁이 있었습니다.

뭐 어쨌든 중요한 건 저는 이렇게 장갑 강화 안 하고 무기만 주렁주렁 달린 게 싫지는 않다는 것이죠^^

기존 유니콘 무장은 빔 매그넘 하나, 바주카 하나, 빔 사벨 4개(빔 부품은 2개), 그리고 실드 하나가 전부였지만...
풀 아머 유니콘에서는 빔 매그넘과 바주카는 각각 2개가 되고, 실드는 3개가 되고, 여기에 추가로
하이퍼 빔 자벨린 2개, 빔 개틀링 6개, 3연장 미사일 포드 2개, 3발짜리 핸드 그레네이드 8개, 그레네이드 런처 2개, 부스터 2개가 더 들어갑니다.
이 중에 미사일 포드, 그레네이드 런처, 그리고 핸드 그레네이드 중 4개는 바주카에 덕지덕지 붙는 무장들입니다.
기존 바주카 포신은 원통형의 통짜 사출이었는데, 추가 무기 장착을 위한 신형 바주카 포신은 두 쪽으로 나뉘어 있는 게 눈에 거슬리네요.
그리고 이번에 추가된 거대한 부스터 부품도 양쪽으로 나뉘어 있어서, 이들은 접합선 수정이 필요합니다.
바주카와 부스터에 접합선이 있다는 점, 빔 매그넘과 바주카 탄창이 헐렁해서 고정이 잘 안 된다는 점 정도가 불만이긴 하지만
무기의 디테일이나 퀄리티 측면에서 합격점 정도는 된다고 봐줄 수 있습니다.
웬만해서는 MG 급에는 구현해주지 않는 버니어 내부 색을 부품 분할로 구현해준 정도거든요^^
그런데 무기 조립을 위해 부품 다듬다가 부품이 너무 많아서 지쳐 죽는 줄 알았습니다.
런너 개수만 봐도 전체 38개 런너 중 소체 런너 18개보다 무장 런너 20개(베이스재버 포함)가 더 많은 데다가...
무장은 비슷비슷한 걸 막 6개씩 8개씩 만들기 때문에 훨씬 더 지겹습니다-_-

그래도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조립을 완료하고 나면 뽀대는 대박!!
언뜻 보시기에 이렇게 세우는 게 쉬워보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완전무장 상태로 바닥에 직립하는 건 엄청나게 어렵습니다. 저는 처음에 세울 때 한 시간 걸렸습니다ㅜㅜ
제가 시행착오를 가장 많이 겪은 부분은 뭐냐면 저 부스터를 올려놓는 받침대인데...
이걸 보면 누구나 "아, 이걸로 받치면 지지점이 네 군데가 되니 네발짐승처럼 안정적으로 설 수 있겠구나" 생각하겠지만, 그건 크나큰 오산입니다.
저 받침대는 정확히 수직 방향의 힘만 지탱해줄 수 있고, 아주 약간만 기울어져도 그냥 쓰러져버립니다.
부스터 받침대는 오로지 부스터만을 받치기 위해 사용해야지 행여 본체 무게를 의지하고 받치려 하다간 몇 시간이 걸려도 못 세웁니다-_-

그리고 고정하기가 매우 힘든 발목, 조금만 건드려도 후두둑 쏟아져 내리는 본체 장갑, 주렁주렁 달린 무기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는 팔 때문에
완전무장 상태로 바닥에 직립시키는 것은 무지무지 어렵습니다.
발목과 장갑 고정성 등은 반다이에서 계속 우려먹으면서 런너를 많이 찍어대서 금형이 노후화된 탓인지 기존 킷보다 더 헐렁해진 것 같습니다.
풀 아머 유니콘의 관절 및 장갑 고정성은 부품 표면의 코팅 두께 덕분에 매우 빡빡한 OVA 특별판이나 티타늄 피니쉬와는 비교도 안 되고,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최초의 오리지널 Ver. Ka판보다도 헐렁해진 느낌이라고 합니다.

완전무장 상태의 유니콘 건담을 자립시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발목을 지지할 수 있도록 발 옆의 뿔처럼 생긴 장갑과 발목 커버 부품의 아귀를 딱 맞춰 고정시키는 것입니다.
발목 관절이 워낙에 부실한 관계로 실질적으로는 발목장갑들이 무게를 지탱해줘야 하거든요. 

그리고 부스터 장착은... 제가 시행착오를 거듭해본 결과,
먼저 다른 무장만 장비한 상태에서 유니콘을 제대로 직립시키고, 그 후에 부스터를 끼우는 것이 그나마 쉽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딱 저 부스터만 빼고 다른 무장은 다 장비하고 세우면 조금 어렵긴 하지만 그럭저럭 잘 세워지긴 하거든요.
처음부터 부스터가 끼워질 각도와 부스터 받침대의 높이를 잘 계산해서 세우는 것이 포인트!!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이퍼 빔 자벨린의 아래쪽 부분을 발에 살짝 걸쳐놓으면... 비로소 직립 포즈가 가능해집니다.
팔 포즈는 그냥 늘어뜨리거나 이렇게 어딘가에 무기를 걸쳐놓거나 하는 포즈 정도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게 마음 편합니다.
각 팔마다 실드에 하이퍼 빔 자벨린에 빔 개틀링 두 개에... 워낙 무거워서 다른 포즈를 취해놔도 시간이 지나면 줄줄 내려옵니다-_-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많은 무장들을 유니콘 등에 고정시켜 주는 부분은 매우 튼튼해서 이쪽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죠.
풀아머 유니콘 킷에는 무장들을 등에 결합/고정시켜주는 하니스 같은 기구가 들어있는데요.

기존 MG 유니콘 킷을 만들어보신 분은 백팩이 잘 빠진다는 걸 아실 겁니다.
그렇지만 마지막 하니스 부품을 사진처럼 꽂으면 하니스가 백팩과 등을 완벽하게 잡아주기 때문에 절대로 흔들리거나 빠지지 않습니다.
또 이 부품은 무기 무게 때문에 허리가 뒤로 넘어가는 것도 막아주고, 유니콘을 액션 베이스에 연결하는 역할도 합니다.
가히 MG 풀 아머 유니콘 건담의 핵심부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여기에 액션 베이스를 연결하면 완전무장 상태에서도 무게중심이 딱 맞기 때문에 애물단지 부스터 받침대도 필요 없습니다.
풀 아머 유니콘의 전시는 이렇게 액션 베이스 위에 올려놓으시는 것을 강력히 추천 드립니다.
저 가냘픈 유니콘 발목과 부스터 받침대를 믿고 위태위태하게 직립시켜 놨다가 넘어져서 어디라도 부러진다면...ㅜㅜ
그보다는 그냥 액션 베이스에 꽂아놓는 게 속 편하고 안전하고 백 배 낫죠.
들고 있기 힘든 무장들은 OVA 특별판 제품에 포함된 MS 케이지에다가 꽂아놓으셔도 됩니다.
그렇지만 오로지 풀 아머 유니콘의 무기 보관만을 위해 MS 케이지판 유니콘을 사실 분은 안 계시겠죠^^?
가격도 가격(7500엔)이거니와 풀아머 유니콘의 모든 무기를 수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4. 94식 베이스재버

MG 풀 아머 유니콘 건담 킷의 특징적인 옵션 장비가 바로 이 94식 베이스재버 입니다.
국적 불명, 의미 불명의 ベースジャバー(베에스쟈바아)라는 명칭을 영어 계열 외래어 표기법 식으로 변환 하려다 보니
그 중 베이스재버라는 이상한 표기가 그나마 제일 나아 보이긴 합니다만...

얘도 OVA 특별판의 MS 케이지와 마찬가지로 덩치는 무지 크기는 한데 디테일이 참 엉성합니다.
조그맣게 조각조각 기믹들로 채워진 유니콘 소체를 만들다가
접합선도 정직하게 나 있고 디테일도 뭉뚝하며 큼직큼직한 부품 몇개로 이루어진 베이스재버를 보니 뭔가 허전하네요.

유니콘에서 부스터를 떼다가 베이스재버에 붙여줘야 그나마 좀 봐줄만하고, 아마도 데칼을 다 붙여놔야 좀더 느낌이 살아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정성 들여 데칼 붙여줘 봐야 결국은 그냥 낙동강 오리알 신세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OVA 특별판의 MS 케이지 같은 경우는 유니콘 건담을 전시할 때 스탠드와 수납함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베이스재버는 풀 아머 유니콘 건담과 같이 전시하기가 좀 애매합니다.
일단 유니콘 건담을 베이스재버에 올려놓는 자세는 OTL자세라서 전혀 멋지지가 않습니다!
그렇다고 따로 전시하자니 유니콘 건담을 보완하는 역할이 아니라 부스터를 서로 가지려고 유니콘 본체와 경쟁하는 관계고요.
장비하고 남는 무기들을 걸어놓는 수납 역할이라도 하면 좋을 텐데 그런 것도 못 하며...
유니콘 건담 이외에 딱히 함께 놓으면 어울릴 만한 다른 킷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결론적으로 베이스재버는 그냥 어디까지나 재미로, 옵션으로 넣어준 것일 뿐,
퀄리티 면에서나 용도 면에서나 별 도움 안 되고 의미 없는 장비인 것 같습니다.


5. 씰과 데칼

Ver. Ka 하면 특유의 빨간 동그라미 데칼이 수백 개씩 들어있는 '지옥 데칼'로 유명하죠.
이번 풀 아머 유니콘은 그런 면에서 정말 데칼 지옥의 밑바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진의 커팅 매트 크기가 A4인데요. 스티커 씰과 데칼이 반 이상을 뒤덮는군요ㅜㅜ

건식 데칼과 씰의 갯수에서 지금까지의 최고 기록이었던 시난주도 가뿐히 눌러버립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난주에 비해서 데칼 크기들이 작고, 붙여야 할 부분이 곡면이 아닌 평면이라는 것이겠죠.
그래도 며칠은 눈과 손이 고생할 각오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소체 부분의 데칼은 이전 오리지널 MG 유니콘 건담 Ver. Ka와 거의 다르지 않고,
갯수가 늘어난 것들은 대부분 추가 무장에 붙이는 것들입니다.

저 두껍고 잘 떨어지는 스티커 씰은 붙이고 싶지 않은데요-_-
원래 제 생각은 씰을 쓰지 않고 킷에 포함된 건식 데칼과 기존 MG 및 HG 유니콘 건담용 별매 습식 데칼을 대충 이용해볼 계획이었습니다.
다행히 무장용 마킹들은 대부분 씰이 아닌 건식 데칼 형태로 킷에 포함되어 있는데...
3개나 되는 실드와 신규 무장 하이퍼 빔 자벨린에는 유난히 스티커 씰이 많이 붙네요.
요것들은 안 붙이면 티가 많이 날 것 같은데 걱정입니다-_-

풀 아머 유니콘 건담용 습식 별매 데칼이 좀 빨리 발매돼 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건담 데칼은 1년 동안 신규 발매 소식도 없고... 갑갑하네요ㅜㅜ


6. 사출 불량

제가 구입한 이번 MG 풀 아머 유니콘 건담 Ver. Ka는 이상하게도 사출 불량 제품이 걸렸습니다.
런너들의 사출 상태가 전반적으로 불량하네요.

파팅 라인 부분에 붙는 플라스틱 지느러미들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는데(사실 이런 것도 기존 반다이 킷에서는 거의 볼 수 없죠)
일부 부품은 움푹 파이거나 이빨 빠진 것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습니다.
제 경우 C런너가 이런 현상이 가장 심했네요.
정수리를 덮는 장갑과 왼쪽 뺨 부품에서 이런 사출 불량이 확연히 보입니다.

이미 뜯어서 조립중이었고, 때마침 문제 있는 부품들이 제가 가진 OVA판 버전에서 남는 부품이라서 그냥 넘어가기로 했습니다만...
처음 구입하신 분들은 런너를 한 번 꼼꼼히 확인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풀 아머 유니콘 건담을 구입한 다른 사람들에게 문의해본 결과 그들에게는 이런 사출불량 문제가 없었다고 하더군요.
어쩌면 정말 재수 없게 저한테만 불량품이 걸린 것 같기도 하고요-_-


결론

풀 아머 유니콘 건담 Ver. Ka의 세일즈 포인트는 두 가지입니다.
기존과는 다른 청록색의 사이코 프레임, 그리고 거의 본체에 맞먹는 볼륨의 무장들이죠.
형광빛을 띤 청록색의 광채는 확실히 핑크색과는 다른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이 볼륨이 8000엔이라는 것은 5000엔짜리 기존 일반판이나 딸랑 MS 케이지 추가하고 7500엔인 특별판에 비해선 가격 대 성능 비가 좋은 겁니다.
용도가 애매한 베이스재버를 빼고 생각한다 해도 말이죠^^

추가된 무장 자체는 아주 단단히 고정됩니다.
문제는 이 무장을 들고 서 있는 유니콘 건담의 발목과 부스터 받침대인데요.
그냥 마음 편히 '원래 직립용 킷이 아니다', '액션 베이스는 필수다' 생각하시고 액션 베이스에 올려놓으시면 모든 고민은 해결됩니다.
유니콘 전용으로 나온 액션 베이스도 팔잖아요^^

그 외에 기존 제품에 비해 무릎 뒷부분이 휑해지고 OVA판에 비해 허리 가동도 안 좋아졌다는 단점도 있고,
베이스재버는 딱히 쓸 데가 없다는 점 등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장점이 단점을 커버하고도 남는 킷이라고 판단 됩니다.

주의점은 무기 조립과 지옥 데칼 때문에 일반 MG 킷에 비해서는 2배 이상의 작업량이 예상 되므로 각오하고 구입하시라는 것과
혹시라도 저처럼 사출 불량 킷이 걸릴지 모르니 봉지 뜯으시기 전에 잘 확인해 보시라는 점 정도네요.

결론은 저처럼 이미 기존 MG 유니콘 건담을 갖고 계신 분이라도 또 구입하실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킷이라는 겁니다.
급하신 게 아니면 어쩌면 앞으로 이 킷의 단점까지 보완된 OVA판 풀 아머 유니콘이 발매될지도 모르니 더 기다려 보시는 것도 괜찮겠고요.
2011. 5. 14. 10:23

RG GAT-X105 엘 스트라이크 건담 제작기 #1 - 사포질

오랜만에 신상 리뷰도 썼것다, 탄력 받아 RG 엘 스트라이크를 도색까지 달려보려고 합니다.

5월 첫 주 징검다리 연휴가 정말 절호의 찬스였는데...
5월 6일에 휴가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집에 말 안 통하는 개구쟁이 한 명이 있으니 절호의 찬스고 뭐고 하루에 프라 작업 할 수 있는 시간은 회사 출근할 때랑 아무 차이가 없습디다ㅜㅜ
그래서 열흘 동안 진행한 작업이라곤 겨우 사포질뿐-_-

일단 디테일업의 기본인 뿔과 칼을 깎았습니다.

왼쪽이 뿔 깎기 전, 오른 쪽이 뿔 깎은 후...


아머 슈나이더도 좀더 칼처럼 보이도록 날을 세웠습니다.
위쪽이 칼 갈기 전, 아래쪽이 갈아낸 후...

뿔이나 칼처럼 좁은 면을 각을 세워 갈아내는 것은 사실 사포 종류로는 예쁘게 되기 힘들고요,
カンナマスター 또는 Planing Master 혹은 파팅라인 마스터 같은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파팅라인 제거용품이 효과가 발군입니다.


나이프와는 달리 사진의 화살표처럼 날의 직각 방향으로 밀어서 표면을 긁어내는 도구랍니다.
이건 요즘 국내에선 구하기 힘드니, 대용품으로 아트 나이프 날을 세워서 칼 옆 방향으로 긁어주셔도 됩니다.
(근데 나이프로 이 짓을 하면 칼날이 나갈 확률이 높으니-_- 칼날이 저렴한 아트 나이프를 쓰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RG 스트라이크에는 RG답지 않은 골다공증 부품들이 많습니다.
스커트 안쪽은 물론이고 어깨 가동부 안쪽이나 무릎 부품 안쪽, 실드 안쪽 등등...
그래도 다른 부분들은 눈에 잘 안 띄는 위치에 있길래 레드 썬~했지만
이 실드의 노란 부품은 참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으면서도 찍어내다 만 듯한 모습을 자랑하더군요.


그래서 오른쪽 사진처럼 구멍난 곳을 퍼티로 메꾸고 좀더 입체적으로 보이게 깎아주었습니다.
골다공증 메꾸는 데는 폴리퍼티를 사용하는 게 정석이겠지만...
요 손톱 때만한 곳 때우자고 경화제랑 30:1로 계량해서 섞고 그러는 작업은 못할 짓 같아서 락커 퍼티로 두어 번 칠해서 메꿨습니다.

헤드 양쪽의 발칸을 메탈 부품으로 디테일업해줄까도 생각해봤는데...
발칸이 달려 있는 부분의 부품이 좁고 얇아서 쉽지 않아보이더군요. 그래서 패스~


이런 작업들을 다 해주고 나선 부품의 패널라인들을 찐하게 다시 그어주었습니다.
얕고 희미하면서 자잘한 패널라인들이 많아서 그냥 도색하고 나면 먹선 긋기가 꽤 곤란할 것 같더라고요.
근데 패널라인 진하게 새로 파줘야 할 곳이 정말 많더군요.
코딱지만한 부품에 오밀조밀하게 패널라인하고 몰드는 어찌 그리 많은지...
사진은 한 장도 없지만 이번에 한 일 중에 시간이 제일 오래 걸린 작업이 패널라인 다시 파기였네요. 며칠 걸렸습니다ㅜㅜ

그리고는 이제 대충 표면 사포질까지 완료~

손톱 만한 부품들에 수축은 왜 그리 많은지...-_-

퍼티질 하기는 귀찮아서 그냥 온리 사포질로 수축면들을 잡아줬습니다.



이제 서페이서 뿌릴 타임이 왔습니다.

작년 12월에 집을 이사했습니다만... 이사 후로 컴프레서와 에어브러시를 한 번도 안 돌려봤습니다.
사실은 아예 짐에서조차 안 풀었었죠.
드디어 5개월 만에 도색 환경을 연결하고 꾸며봤습니다.


스프레이 부스는 타미야 '스프레이 워크 페인팅 부스' 구형 제품인데 흡입력이 딸립니다, 딸려요.
서페이서처럼 분진 많이 나오는 도료를 뿌리면 아무리 흡입구에 정조준해서 뿌려도 온 방안에 분진이...
방진, 방독 마스크는 거의 필수라고 할 수 있죠.
스프레이 부스를 교체하고 싶긴 하지만 귀찮고, 돈도 없고...


그리고 자바라 호스는 장윤 형님이었던가 누구한테 들은 대로 골판지 상자를 이용해서 창문 틈을 밀폐하고 구멍으로 빼냈습니다.


음하하 이젠 마구마구 뿌려대기만 하면 된다~~~고 하기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RG 건프라의 어드밴스트 MS 조인트(이하 AMSJ)의 재질이 문제인데요.
ABS와 폴리프로필렌(이하 PP)의 이중사출로 되어 있습니다만...
ABS는 락커 신너에 의해 재질이 열화된다는 문제가 있고, PP는 표면에 도료가 정착이 안 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ABS는 신너 성분이 고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모든 부품을 분리해서 조심조심 도색하는 것이 원칙인데,
AMSJ는 특성 상 분리 안 되는 부분이 많아서 걱정이고요.

더 문제는 PP입니다.
무엇에든 잘 들러붙지 않는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성질 때문에 이중사출을 하고도 관절이 붙어버리지 않고 가동이 가능한 AMSJ가 실현될 수 있었던 것이고,
식품 포장지 안쪽면 코팅 등에도 널리 쓰입니다만...
도색을 하고 나서 잘 벗겨진다는 문제가 있죠ㅜㅜ

그래서 PP 재질 부분에는 좀 뭔가 특수한 표면처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만...
때마침 GSI크레오스 사에서 'Mr. 프라이머 서페이서'라는 신제품이 나왔네요.
기존의 서페이서는 폴리스티렌이나 ABS처럼 락커도료와 친화력이 좋은 재질 용이라면,
Mr. 프라이머 서페이서는 그런 재질은 물론이고 금속이나 레진에도 적합하다는 겁니다.

'오호~ 반다이하고 사이가 좋은 GSI크레오스에서 RG 시리즈 발매 시기와 비슷하게 이런 신제품이 나왔다는 것은...
혹시 RG의 AMSJ에 쓰라고 나온 것인가?'
라는 생각에 바로 구입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런너를 이용해서 한 번 실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AMSJ의 런너는 100% PP 재질입니다. ABS 소재의 런너는 제조 과정에서 떼어내 버리는 듯...)
비교를 위해 집에 있는 각종 프라이머, 서페이서류를 모두 동원했죠.
아래 사진을 보시면 왼쪽부터 Mr. 프라이머 서페이서, Mr. 서페이서, Mr. 레진 프라이머, Mr. 메탈 프라이머, Finisher's 멀티 프라이머입니다.
이것을을 아래 사진에서 빨간 선으로 연결된 부분에 뿌렸습니다.


이들을 각각 두 겹으로 뿌린 후 하루를 건조시킨 뒤 아래 사진처럼 도료도 두 겹으로 뿌렸습니다.
사용한 도료는 SMP 울트라 화이트였고요.


그리고 또 하루를 건조시킨 뒤 일단 손톱으로 살살 긁어보았습니다.
손톱으로 긁어도 멀쩡할 경우 사포나 아트 나이프로도 긁어보려 했는데...
손톱만으로도 모두 긁히더군요ㅜㅜ
느낌 상 신상 프라이머 서페이서가 젤 잘 긁히는 것 같은...

 
아 이제 어쩌죠-_-?

손끝의 느낌에 주의해 가면서 긁어보니 레진 프라이머가 확실히 다른 프라이머류보다는 좀더 피막이 강하고 덜 긁힌다는 건 알 수 있었습니다.
그치만 레진 프라이머는 ABS 재질에는 잘 안 먹힌다고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ABS와 PP가 막 뒤섞여 있는 AMSJ에 선뜻 뿌리기는 좀 그렇네요.

레진 프라이머 다음으로 피막이 괜찮았던 것은 Finisher's 멀티 프라이머 같습니다.
근데 뭐 사진을 보셔도 아시겠지만 레진 프라이머는 다른 것들과 확실히 차이나는 반면,
멀티 프라이머는 '고만고만한 것들 중에 꼭 하나를 뽑긴 해야 한다면 그래도 느낌 상 얘가 좀 나은 것 같다' 수준입니다-_-.

아 이제 어쩌죠-_-?
AMSJ 실제 부품에는 런너와는 달리 사포질을 했기 때문에 표면이 거칠어서 그나마 좀 덜 벗겨질 것 같기는 한데...
그냥 멀티 프라이머 뿌리고 도색한 후 안 벗겨지길 강하게 염원할-_- 계획입니다만...
이 방법 말곤 별로 뾰족한 수가 없는 걸까요?

2011. 5. 3. 14:25

RG GAT-X105 엘 스트라이크 건담 리뷰

드디어 3번째 Real Grade(RG) 모델로 최초의 비우주세기 킷, 엘 스트라이크 건담이 나왔습니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Aile Strike Gundam의 Aile은 '날개'라는 뜻의 프랑스어입니다.
발음기호로 [ɛl]이고, 실제 프랑스인의 발음을 한글로 표기하면 '엘르'에 가장 가깝습니다.
하지만 엘르라고 하면 모 패션잡지와 혼동되니 전 '엘'이라고 쓰겠습니다. 아무튼 '에일'이라고 읽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저는 개인적으로 이 킷에 기대가 컸던 만큼,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지난 토요일에 택배로 받자마자 냅다 조립해 보았습니다.

조립해본 첫인상은 '뭔가 새롭게 확 와닿는 임팩트는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최초의 RG 제품이었던 퍼스트 건담을 접했을 때 부품 몇 개 조립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던 '문화적 충격'은 이젠 느껴지지가 않는다는 말씀...
뭐 아무리 충격적인 경험도 세 번이나 반복되면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거겠지요?

뭔가 획기적으로 발전됐다기 보다는 기존 RG의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안정화시키고 약간의 마이너 체인지들을 더했다는 느낌입니다.


장점

Real Grade 엘 스트라이크 건담을 만져보면서 '좋다'고 느껴졌던 점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어드밴스트 MS 조인트(이하 AMSJ)의 3단 허리관절입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허리 관절 - 옆구리 관절 - 등 관절입니다.

AMSJ란 RG 건프라의 내부 프레임을 말하는 것으로,
ABS 수지와 폴리프로필렌 수지의 2중 사출 기술을 이용해 가동이 가능하게 만들어진 내부 관절 프레임들이
팔 한 짝, 다리 한 짝, 이런 식으로 완성된 형태로 런너에 붙어있어, 바로 떼어 사용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RG 처음 만들어보시는 분들은 이것만 보셔도 신기할 듯...

RG 퍼스트 건담에 사용되었던 프레임이 AMSJ 1, 자쿠에 사용된 프레임이 AMSJ 2였고, 스트라이크에는 AMSJ 3가 사용됐는데요.
기존 건담과 자쿠의 AMSJ는 허리 가동부가 아래위 2개의 볼 조인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보통 우리가 '허리'라고 부르는 부분에 있고요, 또 하나는 '윗배' 쯤에 있습니다.
그런데 윗배 쪽 볼 조인트는 외장장갑이 걸리적거려서 사실 그다지 가동에 도움이 되지 않았지요.

그런데 RG 스트라이크의 AMSJ 3는 아래부터 순서대로 볼 조인트, 좌우가동 관절, 전후가동 관절의 3단계 관절로 되어 있습니다.
맨 아래의 허리 볼관절은 기존과 동일하지만,
그 위의 좌우(옆구리) 관절과 전후(등) 관절은 외장 장갑과 연동되어 자연스러우면서도 꽤 효과적인 가동 범위를 갖습니다.

위 사진들을 보시면 양 옆구리의 흰색 부분을 기준으로 그 위의 빨간색과 파란색 부분이 좌우로 가동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 사진들에서는 옆구리의 흰색과 빨간색 부분을 기준으로 회색과 파란색 부분이 내부 프레임에 연동되어 앞뒤로 가동됩니다.

상당히 머리를 잘 쓴 아이디어라고 생각되고요. 이런 3단 허리관절은 향후 RG 제품에 많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AMSJ 3의 또다른 놀랄만한 기능은 발목 가동에 따른 정강이와 종아리 외장 장갑의 슬라이드 연동입니다.
무릎 가동에 따른 허벅지와 무릎 아머의 슬라이드도 물론 구현되어 있고, 이건 뭐 요즘 MG나 RG에선 뭐 당연한 것이라고 봐도 되죠.
그렇지만 하퇴부쪽 장갑이 슬라이드되는 것은 지금까지 전 건프라를 통틀어 PG 스트라이크(와 그 배리에이션 킷)밖에 없었습니다.
MG에도 적용된 적 없는 기술이 그보다도 작은 RG에 곧바로 적용되다니 정말 대단하네요.


사진을 보시면 느껴지시겠지만 정강이와 종아리 아머의 슬라이드 연동은 겉보기에 멋질 뿐만 아니라 실제 가동성에도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발이 더 꺾여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기 때문이죠.

허리나 하퇴부 이외의 다른 부분의 뛰어난 가동성이야 뭐... 이미 RG 퍼스트와 자쿠에서 검증이 되었죠.
아래 사진처럼 PG 흉내내기 놀이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스트라이크에서는 기존 RG에서 문제 되었던 자잘한 문제들도 상당 부분 수정되었습니다.

RG 퍼스트 건담은 얼굴이 목에 걸려서 고개를 일정 이상 못 숙이는 문제가 있었는데요, RG 스트라이크는 잘 숙여집니다.
사진을 보시면 얼굴도 그럭저럭 잘 생겼죠?
뫀업 사진으로 봤을 때 콧구멍이 거대해서 걱정했는데,
제품으로 직접 보니 박스아트처럼 구멍의 양쪽 끝이 아래로 꺾인 형태라서 그렇지, 구멍이 크지는 않고 봐줄만 하네요.


조금만 힘 줘도 빠져버리던 기존 RG 킷들의 손가락들에 비해 가동 손가락 연결부도 더 견고해진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냥 느낌뿐만이 아니고, 실제로 AMSJ 3의 런너에 가동형 손이 붙어있는 형태는 AMSJ 1과 2의 모양과는 다른 형상으로 되어 있더군요.
손가락이 잘 안 빠지도록 하는 모종의 보완 설계가 행해진 게 아닐까요?

그리고 RG 퍼스트에선 다리를 조금만 움직여도 앞뒤 스커트가 막 후두둑 쏟아져내리곤 했는데,
스트라이크에서는 그런 일은 없네요(사이드 스커트가 말썽이긴 한데, 요건 좀 나중에 얘기하죠).

또 RG 건담이나 자쿠에 비해 발이 완전 길어서 큰 등짐을 졌음에도 불구하고 잘 안 쓰러진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리고 PG보다 뛰어난 점마저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어떤 등급의 스트라이크에서도 색분할되어 있지 않았던 등 중앙의 버니어까지 RG에서는 빨간 색으로 색이 분할돼 있습니다.


그외에도 전반적으로 다른 RG 킷들처럼 하이 퀄리티입니다. 1/144 크기에 MG에 비견될 수준의 디테일과 가동성이라는...
아직 RG 킷을 경험해 보지 않은 분이라면 충분히 놀랄 만한 좋은 품질입니다. 


단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색분할 수준이 기존 다른 RG 킷들만 못합니다.

리얼 그레이드 RX-78-2 퍼스트 건담을 처음 만졌을 때는 그 색분할에 정말 경악했었더랬지요.
도쿄 오다이바의 시오카제 공원과 시즈오카의 동시즈오카역 광장에 전시됐었던 1:1 건담의 색상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했습니다.
화이트만 해도 다 같은 화이트가 아닌 미묘하게 다른 3가지 화이트 사출색의 부품들이
RG 건프라의 작은 팔다리에 오밀조밀 박혀있는 모습은 정말 '건프라 기술의 승리'를 상징한다고 여겨졌습니다만...
그래서 저를 포함한 건프라 팬들에겐 이런 무지막지한 외장 색분할이 RG라는 등급의 대표 특성으로 각인됐을 거라고 예상합니다만...
RG 스트라이크도 퍼스트 건담과 완전히 동일한 3가지 화이트 컬러로 사출되긴 했습니다만...

이 서로 다른 색들이 어우러지는 형태에서 퍼스트와 스트라이크는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퍼스트에서는 정말 오밀조밀하게 뒤엉킨 세 가지 화이트가 외장표면 정보량을 증가시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강렬한 디테일을 느끼게 한 반면,
스트라이크에서는 세 가지 화이트 색이 디테일감의 측면에 그다지 공헌을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리 쪽을 보면... 분할된 부품 자체가 더 큼직큼직하고,
서로 다른 화이트 색의 부품들이 인접하지 않고 서로 떨어진 경우가 많아 얼핏 봐서는 색이 서로 다른지 눈에 안 띕니다.
한 마디로 '따로 논다'는 거죠.

화이트를 2가지 이상의 색으로 사출했었던 건프라는 RG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현존 최고의 건프라(라고 제가 생각하는) 퍼펙트 그레이드(PG) 스트라이크 건담입니다.
그런데 RG 스트라이크의 화이트 컬러 패턴은 PG의 패턴과도 또 다르고, 약간 더 단순합니다.
(PG 스트라이크 건담의 사진은 달롱넷 http://www.dalong.net 에서 퍼왔습니다)

그리고 또 PG와 비교하면 사출색 말고 외장 디테일의 디자인 방향 차이도 좀 보이죠?
RG는 자잘한 패널라인과 표면 몰드가 많은 반면,
PG는 장갑 자체가 여러 조각으로 분리돼 있고 몰드들이 올록볼록, 울퉁불퉁 입체적인 스타일의 디테일입니다.
개인적으론 PG 스트라이크 스타일의 디테일이 더 마음에 드네요.

아무튼 RG 퍼스트 건담의 색분할이 가장 완성도 높은 퍼스트 건담 모형인 시즈오카 1:1 건담을 최대한 재현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RG 스트라이크의 색분할도 가급적 현존하는 가장 완성도 높은 스트라이크 건담의 모형인 PG를 재현해줬으면 했는데... 아쉽습니다.

이렇게 색분할이 단조로워진 이유는 뭘까요?
아무래도 가장 가능성 높은 것은 RG 퍼스트의 조각조각 색분할로 인한 부품 결합력 저하를 보완하기 위해 바꾸었을 가능성이겠고요.
아님 스트라이크의 디자인 자체가 퍼스트처럼 밋밋하지 않기 때문에 외장을 분할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겠지요.
아니면 그냥 귀찮아서^^?

어떤 이유가 됐든지 간에 앞으로 당분간은 RG 퍼스트 건담과 같은 현란한 색분할의 킷은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프로포션도 다소 마음에 안 듭니다.

다른 등급들은 유행에 따라 점점 더 머리와 몸통이 작고 팔다리가 길게 강조되는 프로포션으로 가고 있는데...
RG는 이런 경향이 조금 덜한 것 같습니다.
등급 이름처럼 '리얼'을 추구하기 때문일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좀 머리가 작고 팔다리가 과장되게 긴 프로포션을 선호하는데(신체 컴플렉스^^?) 약간 아쉬운 부분입니다.
물론 인체 비율에 비하면 여전히 다리가 길지만, 10두신을 가뿐히 넘는 '요즘 건프라'들과 비교했을 때 왠지 다리가 짧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게다가 처음에 그냥 조립해서 딱 세워놓고 사진으로 찍었을 땐 그나마 좀 괜찮아 보이는데...
다리를 좀 움직여 액션포즈를 취하다 보니 왠지 이상하게 상체가 더 길어지고 다리가 더 짧아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 이유를 곰곰이 따져본 결과, 고관절이 매우 낮은 위치에 달려 있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겉모습은 다리가 적당히 길어보이지만, 벗겨보면 다리가 시작되는 부분 자체가 매우 아래쪽에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으로 치면 밑위길이가 월등하게 긴 거죠.

이건 스트라이크만의 문제가 아닌 다른 RG에서도 볼 수 있는 문제인데요.
AMSJ에서 골반을 앞뒤로 기울이는 가동을 가능하게 하다 보니 고관절을 이렇게 아래쪽에 놓을 수밖에 없었나 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사이드 스커트가 다리 가동에 상당히 방해됩니다.

얘는 사이드 스커트가 위로 많이 튀어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가동축은 스커트 중간 쯤에 있어서
아래 왼쪽 사진처럼 다리를 벌리려고 하면 사이드 스커트의 위쪽이 허리부품을 눌러 간섭이 일어납니다.
그 때문에 더 이상 벌어지지 않고, 힘으로라도 벌릴라 치면 사이드 스커트가 쏙 빠져버리는 일이 발생하죠.

사이드 스커트가 일단 빠지고 나면 다시 끼우기도 힘듭니다.
다른 킷들은 사이드 스커트가 빠지면 그냥 밀어 끼우기만 해도 안쪽에서 다리의 윗부분이 스커트 연결 부품을 받쳐줘서 잘 끼워지지만...
RG 스트라이크는 고관절이 아래로 밀려나서 다리 위쪽에 넓다란 허공이 있단 말이죠.
위 오른쪽 사진처럼 스커트 연결부품이 그 공간 속에서 덜렁거리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으론 잘 안 끼워집니다-_-

스커트가 걸리적거리지 않게 처리하는 기술은 이미 PG나 MG 킷들에 적용된 좋은 가동기구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RG는 공통의 AMSJ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데다가
공교롭게도 RG 스트라이크에서 다른 등급과 달리 사이드 스커트 위쪽을 뾰족하게 디자인한 것이 겹쳐지면서 특히 문제가 된 듯합니다.

아무튼 RG 스트라이크의 다리를 양 옆으로 잘 벌리는 방법은 사이드 스커트를 빠지지 않게 조심조심 뒤쪽으로 밀어내는 것 뿐인데요.
이렇게 해도 다리가 좌우로 올라가는 각도엔 한계가 있고,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자잘한 단점들이 있습니다.
  • 엘 스트라이커 팩과 몸체의 연결이 다소 불안합니다. 정확히 끝까지 꽉 끼워놓으면 괜찮은데, 조금이라도 각도를 잘못 끼워놓으면 힘 없이 쏙 빠져버립니다.
  • 엘 스트라이커 팩의 날개가 MG처럼 아래로 완전히 수직으로 접히지 않고, 45도 정도까지밖에 안 접힙니다.
  • 빔 라이플을 손에 고정하는 부품을 빔 라이플에 고정하는 부위(아 어렵다)가 약해서 부러지기 쉽습니다.
  • 그리고 PG에서는 종아리 뒤쪽의 버니어가 가동되는데, RG에서는 그냥 고정돼 있습니다.



향후 배리에이션 제품 예상

RG 엘 스트라이크 건담의 런너들을 보면 배리에이션 제품을 준비하는 흔적이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런너에서 위 사진과 같은 형태의 부분을 '시스템 인젝션 스위치'라고 하는데요.
사출성형 시에 액체상태의 플라스틱이 런너를 따라 흘러들어갈 때 방향을 조절하거나 막는 밸브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것을 어느 방향으로 돌려놓느냐에 따라 런너의 일부분이 사출될지 사출되지 않을지 결정됩니다.
그래서 이런 스위치는 주로 배리에이션 킷을 만들 때, 런너의 공유 부품 부분과 비공유 부분 사이에 들어가는 것이고요.

RG 엘 스트라이크 건담에는 대부분의 런너에 이런 스위치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떤 곳에 있는가 보면... 우선 키라 야마토 피겨 있는 곳에 있네요.
흠흠... 엘 스트라이크 건담에서 키라 야마토를 빼버리고 딴 피겨를 넣고 사출색을 바꾼다는 것은? 스트라이크 루즈군요.

그리고 엘 스트라이커 팩 부품이 있는 부분에도 예외 없이 시스템 인젝션 스위치들이 박혀 있습니다.
이건 소드/런처 스트라이크 건담 발매를 위한 준비겠지요.
그치만 MG의 경우 이런 런너 스위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드/런처 스트라이크 발매에 4년 이상 걸렸다는 것을 고려하면...
RG 소드/런처 스트라이크가 곧 발매될 거라고 확신할 수는 없겠습니다ㅜㅜ

그리고 현재 시기적으로 SEED 외전 작품들의 인기는 시들한 상태이니 만큼, IWSP 같은 외전 제품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결론


Real Grade 엘 스트라이크 건담은 기본적으로 고품질인 RG 킷의 바탕에다가
허리와 하퇴부의 새로운 가동 기믹 같은 약간의 새로운 요소를 도입하고 기존 RG 킷의 몇몇 문제를 수정한 킷입니다.

사출색이 RG 퍼스트에 비해 좀 수수해졌다는 점이나 사이드 스커트가 걸리적거리는 등의 약간의 단점은 있지만...
뭐 세상에 단점 없는 제품이 어디 있나요?
아주 치명적인 문제는 아니고, 제작 기간과 비용과 품질 사이에서 타협을 하다 보면 이 정도의 문제는 생기기 마련이죠.

다른 등급의 스트라이크들과 비교하자면 PG는 정말 넘사벽이지만 HG는 물론이요 MG 스트라이크보다도 우수한 킷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트라이크 건담이나 SEED 스타일 건프라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당연히 구입해야 하는 제품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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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4. 27. 11:14

1/100 스트라이크 제타 건담 제작기 #5 - 도색 (2010년)

원래는 도색을 완벽히 끝내고 나서 전체적으로 글을 정리해서 올리려고 의도했는데...
이건 뭐 몇 달씩 기약 없이 손을 놓고 있는 통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마음을 다잡는 의미에서라도 일단 작년까지-_- 진행한 도색작업 내용을 블로그에 올립니다.

워낙에 오랜만이라 다시 적자면, 이 작업은 원래 작년 '민봉기의 건프라 월드' 카페 컨테스트를 목표로 하던 작업입니다.
초반에 너무 게으름을 피우다 보니 막판에는 시간이 없어 컨테스트 마감 날짜 맞추려고 일단 대충대충 도색에 개발새발 먹선을 넣었더랬습니다.
그런데 며칠 밤 새며 헤롱거리는 정신머리에도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즈질 작업질을 해서 컨테스트 출품해봤자 좋은 점수도 못 받을 것이고, 내 이름으로 이딴 물건을 내놓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며,
차라리 컨테스트를 포기하고 시간은 좀 오래 걸리더라도 다 다시 제대로 만드는 게 낫겠다고요 (이렇게나 오래도록 완성이 안 될 줄은 몰랐죠-_-).

그럴 때 때마침 울고싶은 놈 뺨 때리듯 에어브러시 컨디션이 급속히 나빠져 주시고,
우레탄 마감제도 찐득하게 굳어져버리면서 막 방울방울 뿌려져 버리시고...
그래서 컨테스트 포기 결정!

일부 부품들은 마감제까지 올렸음에도 눈물을 머금고 신너탕에 담궈 도색을 다 벗겨낸 후 도색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신너탕

컨테스트 기한에 맞추겠다고 허겁지겁 도색하고 먹선질한 게 맘에 안 들어서 새로 칠하긴 해야 하는데...
제가 웬만하면 도막 두꺼워지는 것에 대해 눈 질끈 감고 현 상태 그대로 덧칠하겠습니다만...
사용한 마감제가 우레탄 클리어(SMP제)라서 마감제 올린 부품들은 안 벗길 수가 없었습니다.
제조사에서는 자기네 우레탄 클리어 위에 락커 도료를 덧칠할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장을 못한다나 뭐라나...-_-

그래서 신너탕에서 도색을 말끔히 다 벗겨냈습니다.
가급적이면 우레탄 마감제만 벗겨내고 싶긴 하지만 그게 어디 그렇게 마음대로 되나요?
괜히 일 줄이려다가 도리어 나중에 표면이 정말 이상하게 되어 일이 더 커질지도 모르기 때문에 도료와 서페이서까지 빡빡 다 벗겨냈습니다.
보통 락커 도료는 신너탕 속에서 사르르~녹아 없어지지만
우레탄 마감제는 손을 물에 오래 담그면 손바닥 피부가 쪼글쪼글해지는 것처럼 쪼글쪼글한 막 형태가 되어 벗겨집니다.
으으~ 징글징글... 이거 잘 닦아내지 않으면 지저분해지겠더라고요.

말은 신너탕이라고 해도 공업용 신너 담은 통에 부품을 한동안 담궜다가 헹구는 문자 그대로의 신너탕은 레진 부품에만 실행하였고요.
신너에 녹을 수도 있는 인젝션 부품은 붓으로 모형용 신너를 찍어 바른 후 붓과 휴지로 표면을 닦아낸 정도입니다.
화학적으로 취약한 ABS 부품은 신너 때문에 파손될 우려가 있으니 신너를 가급적 쓰지 않고 사포로 갈아내...는 게 정석이겠지만...
아시다시피 ABS 부품은 가동부위에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거 참 형태가 오밀조밀하고 입체적이어서 전면 사포질이 매우 귀찮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ABS 부품은 그냥 레드썬~하고 재도색 포기했고, 정말 못봐주겠다 싶은 몇 개 부품만 조심조심해서 신너로 닦아냈습니다.

신너탕을 하면 도료와 서페이서, 거기다가 락커 퍼티까지 다 깨끗이 씻겨나가기 때문에 표면정리부터 다시 해줘야 됩니다ㅜㅜ
색칠할 때 들였던 시간보다 그 칠해진 색 지우고 복구하는 데 든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렸네요.


센티넬 풍 분할 패턴

당초에 스트라이크 제타 건담의 제작 컨셉을 잡을 때 파란 부분은 GFF 제타플러스처럼 센티넬 풍 색분할 무늬를 넣겠다고 계획했습니다만...
컨테스트 마감에 쫓길 때 이 부분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어 그냥 계획을 취소하고 과감하게 단색으로 칠했더랬습니다.

하지만 그래서야 다른 사람이 만든 것과 차별화도 안 될뿐더러 '남자라면 초지일관'이 중요하겠기에
처음 계획으로 되돌아가
센티넬 풍 분할 패턴을 다시 넣기로 했습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포토샵을 이용해서 대략적인 컬러링 스킴을 그렸습니다.




좀 그럴 듯한가요?
GFF 제타플러스와 MAX 와타나베 씨의 아무로 전용 제타건담 작례의 색분할 패턴을 참고했습니다만
둘다 스트라이크 제타 건담과는 푸른 색 부분의 위치나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대부분 그냥 제가 대충 알아서 그렸습니다-_-.


조색 레시피

컨테스트에 출품하려 했던 작품이니만큼 발색도 좋고 웬만큼 실수해도 깔끔하고 예쁜 표면을 뽑아주는 Finisher's 도료를 가지고 조색했습니다.
피니셔즈 도료를 사용해서 가급적 '마스터 피스 롤아웃 제타 건담' 책에 나온 작례와 비슷한 색을 흉내내려 노력했습니다.
메인으로 사용한 색깔은 아래 다섯 색입니다. 왼쪽부터...

 

 본체 화이트
파운데이션 화이트 (100%) + 블루 퍼플 (극미량^^)
 장갑 그레이
파운데이션 화이트 (95%) + 퓨어 블랙 (5%)
 프레임 그레이
파운데이션 화이트 (90%) + 퓨어 블랙 (10%)
 진한 블루 수퍼파인 코발트 (60%) + 블루퍼플 (30%) + 파운데이션 화이트 (5%) + 수퍼딥 블루 (소량) + 루미 핑크 (소량)
 밝은 블루
위의 진한 블루(80%) + 파운데이션 화이트 (20%)

약간 커멘트하자면 파운데이션 화이트 + 퓨어 블랙의 회색은 발색과 은폐력은 좋지만 도료가 마르면서 처음 조색한 색보다 어두워집니다.
그래서 퓨어블랙 섞는 농도를 처음부터 많이 낮춰서 조색했습니다.
조색할 때는 '블랙 5% 섞는다고 뭐 회색 티 나겠어?' 싶지만 건조 후에는 진짜 '본격적인 회색'이 됩니다.
피니셔즈 이외의 도료로 동일한 색을 내려면 좀더 블랙이나 그레이를 많이 섞어줘야 할 듯하고요.

이건 파운데이션 화이트 도료의 특성 같습니다.
나노입자 어쩌구... 특성 때문인지 다른 도료와 섞은 후 오래 놔두거나 건조시키면 파운데이션 화이트 도료 입자는 가라앉고 다른 도료는 뜹니다.
다른 도료와 조색해서 칠한 후 건조시켜 보면 확실히 액체상태일 때보다 색깔이 더 진해집니다(화이트 성분이 좀 빠집니다).
그래서 은폐력 낮은 붉은색 계열이나 노란색 계열에 섞어주면 착 가라앉아서 마치 밑색으로 화이트 깔아준 듯한 효과가 나는 것 같습니다.

블루 조색은 최대한 선명하고 짙으면서도 촌스럽지 않은 색이 되도록 고심하다가 별별 도료들을 다 섞어보았습니다.
그 중에서 패착이다 싶었던 건 수퍼 딥 블루였는데요. 얼마 섞지도 않았는데 색의 채도가 급격히 줄어드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더랬습니다.
그래서 색을 되살리려고 메인 컬러들을 처음 넣었던 양만큼 더 넣어주고, 화이트로 밝게도 해보고 별 짓 다 해봤음에도 차도가 없더군요.
그 때 혜성처럼 나타난 구세주가 있었으니... 바로 루미 핑크(형광 핑크)였더랬습니다.
몇 방울 안 섞어주었는데도 색이 급속히 살아나며 퍼플 색감이 강해지더군요.

뭐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원하는 파란색을 얻긴 했습니다만...
사실 저기서 수퍼 딥 블루는 아예 빼버리고 파운데이션 화이트와 루미 핑크의 양을 좀 줄여도 동일한(또는 더 나은) 색이 나왔을 것 같네요.
덕분에 수퍼 파인 코발트 도료 한 병을 완전 다 썼고, 먹고 죽을 만큼의 파란색 조색 도료가 남았습니다-_-
이 조색 도료 때문에라도 다음번 도색 킷은 리젤 확정... 일까요?

위 표의 색들 외에 조금씩 사용된 색으로는 버니어 부 테두리 노란색(SMP하우스 오렌지 옐로우 + SMP 울트라 화이트)과
서브유닛 메인 노즐의 은색(SMP 수퍼 아이언 실버)이 있습니다.
노란색은 아무래도 은폐력이 떨어지는 감이 있어 서페이서 위에 직접 칠하지 않고 본체 화이트 색을 깔아준 후 올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메탈 재질의 버니어 부품들은 클리어 컬러로 도색하여 너무 생철판 느낌이 나지 않게 하면서도 특유의 금속 광택도 살렸습니다.
버니어 내부 기구들은 SMP 클리어 블러드 레드 + 울트라 클리어, 메인 버니어 안쪽은 SMP 클리어 오렌지,
메인 버니어 바깥쪽과 헤드 발칸은 GSI크레오스 스모크 그레이를 칠했습니다.

클리어 오렌지나 스모크 그레이는 색 농도가 옅기 때문에 그대로 신너에 희석해서 뿌려도 괜찮지만 클리어 레드나 블루 같은 색상은 너무 진해서
신너만으로 희석해서 뿌리면 너무 순식간에 원하는 색보다 진해져버리든지 너무 묽어서 한 곳에 고여버리든지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클리어 도료와 거의 같은 양의 그냥 투명한 클리어(울트라 클리어, 수퍼클리어)를 타서 쓰죠.
클리어 대신 투명한 메탈 프라이머를 섞어도 무방합니다.

버니어 부품의 안팎을 서로 다른 클리어 컬러로 칠할 때는 뭐 대단한 테크닉은 아니지만 아래와 같은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클리어 도료는 아래가 비쳐보이기 때문에 마스킹을 한다고 하면 먼저 칠할 색이고 나중 칠할 색이고 모두 마스킹을 해야 되죠-_-


먼저 안쪽에 들어갈 클리어 컬러를 뿌립니다.
그리고 바깥쪽에 삐져나온 안쪽 색을 신너 묻힌 휴지 등으로 다 닦아버립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메탈 프라이머까지 다 지워져버리겠죠?
그래서 바깥쪽 색깔은 클리어 도료에 아예 메탈 프라이머를 섞어서 조색해주었습니다.
바깥쪽을 칠할 때는 에어브러시의 분사각을 잘 조절하면 도료가 안쪽에 묻지 않게 바깥쪽에만 칠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은 도료를 너무 많이 뿌려서 안팎의 테두리 부분에 도료가 방울지거나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죠.


제습기

작년 GPW 컨테스트의 마감 날짜는 8월 31일이었습니다만...
중부지방엔 8월 23일 월요일부터 8월 27일 금요일까지 연속 5일간 비가 왔습니다.
그 후로는 딱 그쳤냐면 그것은 절대 아니고, 이번엔 하루 걸러 하루씩 왔습니다. 9월 2일에는 태풍도 오고 말이죠.

제가 도색을 시작한 것이 딱 그 기간과 겹쳐서 도저히 비를 피해서 도색할 수가 없었습니다.
습도가 높을 때 도색을 하면 도색면도 탁해지고, 정착력도 떨어지고, 광도 잘 안 나고, 아무튼 도색이 잘 안 먹죠.
무광마감제의 경우는 백화현상도 일어나고 말입니다.

그렇게 절망하고 있을 때 @donnydr님의 제습기 제보가 있었습니다. 10만원대 중반으로 살 수 있고, 제습 효과가 정말 좋다고요.

그 때는 정말 컨테스트 마감이 절박했기 때문에 앞뒤 안 재보고 아래 제품을 13만원대 초반에 덜컥 주문해서 받았습니다.


위니아도 아닌 위닉스라는 듣보잡 메이커의 DHP-1305T라는 제품인데, 효과 하나는 정말 기가 막힙니다.
스펙에 하루에 6L를 제습한다고 나오는데, 내심 '어느 정도 뻥튀기한 수치겠지' 싶었습니다만... 진짜였습니다.
처음 돌려본 날, 습도가 높아서 그랬는지 딱 세 시간만에 공기중의 습기 1L를(즉 하루에 8L) 물통에 모아놓더군요.


제습기 앞면 통풍구로 공기를 빨아들여 압축과 단열팽창을 거쳐 습기는 아래쪽 물통으로 뽑고
건조하고 따뜻한(아무래도 전기 에너지를 가하니 따뜻해질 수밖에 없겠죠-_-?) 공기는 뒤쪽 통풍구로 빼내는 식으로 동작합니다.

그래서 도색한 부품들을 제습기 뒤쪽에 널어놓고 말리면
제습 효과로 인해 백화현상 없이 매끄러운 도색 표면을 얻을 수 있는 데다가 따뜻한 바람으로 건조도 빨리 시켜줘서 딱 좋습니다.
뭐 전용 건조기 성능과는 비교 대상이 안 되겠지만... 건조기 없을 땐 제습기라도 이런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거죠. 


결국 컨테스트 출품의 꿈은 좌절되어 아직까지 제대로 제습기 덕을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이젠 날씨나 습도와 상관 없이 도색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는 점에서 손해 본 건 없는 것 같고요.
습기 많은 장마철 같은 계절에 가족 건강과 가정 위생에도 도움될 것으로 기대합니다(피부 건강에 최적의 습도는 50%라더군요).

제가 살 때는 13만원대 초반이었는데 8월말의 강력한 연속강우와 습한 날씨 덕에 불티나게 팔렸는지 18만원이 넘게 올랐습니다!!
반년 이상 지난 아직까지도 인터넷 최저가는 18만원대네요. 사놓길 잘했다는 느낌^^


이것으로 뭔가 특정 상품 광고처럼 되어버린 도색 제작기...라기보다는 도색 준비기-_-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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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2. 8. 13:31

건프라 진열장 리뷰

블로그에 글 쓰는 것, 참 오랜만이네요.
12월엔 이사도 하고 기타 여러가지로 바빴고,
블로그에 글을 하도 오래 안 쓰다 보니 점점 더 못 쓰게 되더군요.

아무튼 오랜만에 마음 잡고 다시 쓰는 첫번째 글부터 자랑질 되겠습니다^^
좀더 넓은 집으로 이사 해서 제 방도 더 넓어졌으니, 숙원사업이던 건프라 장식장을 들여놓았습니다.

장식장을 한동안 알아봤지만 다들 작고 비싸더군요.
3P Case라는 곳이 모형 전용 장식장으로 인기 있는 것 같던데, 가격은 제 예산 범위 안쪽이지만 원하는 사이즈보다 많이 작더라고요.
중고 알아보라는 조언도 많이 들었지만 품질에 대한 확신도 그렇고, 무엇보다 알아보고 운반하고 하기가 귀찮아서...^^;;

결국 아주 예전에 동호회 분이 소개해주신 데코랜드라는 곳의 알루미늄 진열장으로 결정했습니다.
크기도 큼직하고, 가격도 괜찮았거든요.
여기에 추가 옵션으로 아이의 안전을 위해 앞유리와 옆유리를 강화유리로 바꾸고,
뒷면의 유리는 통거울로 바꿨습니다.
기본가는 30만원인데, 옵션 추가로 43만원으로 상승했고, 배송비가 6만원(후덜덜) 나와서 토탈 49만원 들었네요.


받아 보고 나니 전반적으로 좋기는 한데, 몇가지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첫째로, 진열장 정 중앙의 철제 선반 지지대와 기둥이 시야에 걸리적거린다는 점입니다.


둘째로, 진열장 위쪽에 들어있는 형광등이 건프라 모형들의 앞이 아닌 뒤쪽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맨날 실루엣만 비춰보고 있으라는 건가요-_-

셋째로, 형광등의 전원선이 안 보이게 뒤쪽으로 슬쩍 나오는 것이 아니고 떡하니 앞문으로 빼게 되어 있는 데다가
그나마도 짧아서 어디 꼽기도 힘들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 문제점들은 모두 '진열장이 뒤집혔다'는 사실에서 기인합니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이 물건은 원래부터 가정용 장식장이 아니고 점포에서 손님들을 향해 물건을 디스플레이하는 상업용 진열장인 겁니다.
그래서 내용물을 넣고 꺼낼 수 있는 문 달린 쪽은 점원측 방향이 되고, 문이 없는 통유리 쪽이 고객측 방향이 되어,
고객측 방향의 통유리가 앞면이라는 가정 하에 앞면에 신경을 써서 제작된 제품입니다.

그런데 제 사용 환경에서는 물건 늘어놓을 사람과 보는 사람이 동일 인물이고, 벽에 붙여놓아야 하기 때문에
문이 달린 쪽이 앞면이 되었단 말씀이죠.

그래서 상업용 진열장을 가정용 장식장으로 전용하려다 보니 결국 앞뒤가 뒤집혀
선반 지지대와 기둥이 뒤가 아닌 앞으로 오게 된 것이고,
형광등도 앞이 아닌 뒤로 간 것이고,
형광등 전원선도 뒤쪽이 아닌 앞문쪽으로 빼는 형상이 되어 버린 것이죠.

형광등이야 뭐 어차피 안 켤 거지만 지지대 기둥이 좀... 보면 볼수록 거슬리네요.
다음 번에 주문을 또 하게 되면 이부분을 뒤집어달라고 요청해야겠습니다.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리고 저가형 진열장이다 보니 구석구석 마감처리가 좀 미흡한 부분이 있습니다.
멀리서 대충 보면 꽤 그럴 듯하지만
가까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꽤 티납니다, 싼티가...-_-
3P Case 쪽 제품도 재질은 비슷하다고 하지만 마감처리는 얘보다 좀더 깔끔하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요 마크가 강화유리(Tempered Glass)라는 표시 같긴 한데... TEMPERED가 아니고 TEMPERER?
뭔가 좀 가짜 강화유리가 아닐지 의심 가는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진짜 강화유리 맞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 깰 수도 없는 노릇...-_-


아무튼 일단 스팀 청소기까지 동원해서 진열장의 먼지와 찌꺼기들을 말끔히 씻어내고...
건프라를 진열하기 시작했습니다.

높이 1.8m(실제 진열 공간 높이는 1.5m), 폭 1.5m의 엄청나게 큰 진열장에 비해
제 건프라 완성작은 너무도너무도 적기에...
완성작뿐 아니라 가조립 상태의 킷들도 함께 진열하기로 마음 먹었지요.

그런데 막상 가조립 킷들까지 늘어놓으려고 하니 엄청나게 크다고 생각했던 진열장이 좁은 겁니다-_-
하는 수 없이 킷들을 일렬로 놓지 못하고 앞뒤 2열 횡대로 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아무렇게나 진열하자니 합리성과 규칙성과 통일성을 추구하는 제 성격이 가만 있지를 못하는 겁니다.
그래서 궁리 끝에 킷의 스케일과 MS의 등장 시대별로 따로 분류해서 진열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이렇게 하려고 하다 보니 1/100 스케일 킷은 가조립해놓은 것이 많은데, 상대적으로 1/144 스케일 킷들이 적고,
우주세기 80년대(제타건담 시대) MS들은 많이 가조립해놨는데, 다른 시대는 많이 부족하고...

그래서 균형을 맞추겠다고 프라탑의 박스를 몇 개 까서 더 조립했습니다.
진열장이 집으로 배달된 건 1월 초였지만...
킷 가조립하느라 시간을 많이 소비해서 배치하고 정리하는 데 2주일이나 걸렸습니다.

정리된 내역들을 한 번 함께 보시죠^^


위쪽 두 줄에는 1/144 스케일 킷들을 놓았습니다. RG 두마리와 HGUC들, 픽스 따위죠.
나름 MS 등장 시대에 신경을 써서 맨 위쪽에는 우주세기 70~80년대(퍼스트 건담, 제타건담, ZZ건담)의 기체들을 놓았습니다.
두번째 줄에는 우주세기 90년대 기체들(역습의 샤아, 유니콘)을 놓았고요.


1/100 스케일 킷들은 원래는 세번째 네번째 줄에만 놓으려고 했으나...
수적으로도 1/144보다 많은 데다가 덩치도 크기 때문에 우주세기 70년대(퍼스트 건담 시대)의 MG 킷들이 두번째 줄로 밀렸습니다.
그리고 세번째 줄에는 우주세기 80~90년대 킷들과 완성작을 놓았고요.
시대를 맞춰놓으려다 보니 세번째 줄이 좀 과밀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_-


네번째 줄은 비우주세기 1/100 킷들입니다.
시드 데스티니의 건프라와 피겨들이 좀 있고, 윙과 더블오 시리즈가 달랑 하나씩 있네요.
세번째 줄에 비하면 상당히 널럴하죠.

맨 아래줄은 대형 킷들을 놓았습니다.
PG 스트라이크 프리덤은 정말... 날개를 펴니 혼자서 반쪽을 다 차지하는군요.
그런데 아뿔싸! 초회특전으로 받은 미러 베이스가 너무 넓어서 진열장에 다 안 들어가고 문에 걸리는 겁니다-_-
눈물을 머금고 미러 베이스는 포기ㅜㅜ


그리고 맨 아래 수납함에는 각 킷들의 매뉴얼과 옵션 부품들을 정리해서 넣어놨습니다.


뭐 이정도로 1차 진열장 배치는 일단락되었습니다만...
세번째 줄이 너무 과밀한 게 마음에 걸리네요.

그리고 완성을 기다리는 PG 스트라이크와 1/100 스트라이크 제타 등이 완성되면 어디에 놓아야 할지,
곧 입수될 MG 리젤과 데스사이드 헬 같은 것들이 들어오면 어디에 놓을지,
RG 스트라이크가 들어오면 최초의 비우주세기 1/144 킷이 되는데 얘는 또 어디에 놓아야 할지,
덴드로비움이라도 조립하게 되면 너무 커서 진열장에 안 들어가지는 않을지,
덴짱뿐 아니라 저 프라탑의 대형 킷들과 사이코 건담은 어디에 놓을지...
참 걱정이 태산입니다.


일단 스케일과 시대별로 나누어 놓은 현재 진열 포맷은 포기해야 할 것 같고요.
가조립 킷 중에 몇 개는 진열장에서 빼야 될 것 같고,
회사 전시회에서 얻어온 아크릴 장식장 3개도 동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골치 아파요.
뭐 나중 일은 걍 나중에 걱정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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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9. 3. 01:33

1/100 스트라이크 제타 건담 제작기 #4 - 표면 정리


표면 정리라 함은 부품 표면의 단차, 수축이나 오목한 흠집은 퍼티로 메꾸고,
역시 단차, 게이트 자국이나 볼록한 흠집, 울퉁불퉁한 표면은 사포질을 해서 아름답게 정리된 표면을 만드는 작업이죠.

매끄러운 표면도 표면이지만 칼같은 각을 목적으로 표면정리를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특히 인젝션 제품 같은 경우 모서리가 둥글둥글 처리되어 있는 게 보통인데, 이게 아무래도 사실적이지 않고 멋이 없죠.
그래서 사포질로 표면을 열심히 깎아주시면 둥근 모서리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칼각이 잡힌 모서리가 남겠죠.

뭐 저도 시간적인 여유만 된다면야 모든 부품의 전면을 사포질하여 칼각을 잡겠지만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관계로 정말 눈에 확 띄는 문제점들만 처리했습니다.

특히 레진 부품들은 단차가 문제입니다.
인젝션 프라모델만 해보신 분들은 '단차'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하실 겁니다.
인젝션 제품은 주형이 금속이기 때문에(그래서 보통 '금형'이라고 부르죠) 양쪽의 주형 사이에 오차가 거의 없고,
사출된 플라스틱에서 두 금형이 만나는 부분의 자국은 '파팅라인'이라고 하는 아주 얇게 톡 튀어나온 금 같은 형태만 남습니다.
파팅라인 같은 것의 처리야 뭐 사포 한 번 왕복 시키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주는 수준인데요.
레진 제품은 주형이 말랑말랑한 실리콘이라서 양쪽으로 분리되는 주형을 맞춰놓을 때 서로 살짝 어긋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운 나쁘면 레진 부품 상에 대략 1mm 정도까지 양쪽 표면 높이가 안 맞는 자국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걸 단차라고 하고, 단차의 파여들어간 쪽 부분에는 퍼티를 올리고, 튀어나온 쪽 부분은 사포로 갈아서 평면을 맞춰줘야 하죠.

네오그레이드 스트라이크 화이트 제타 킷은 단차가 아주 심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없는 건 아니고 나름 상당량의 단차가 있습니다.
깜빡해서 사진 찍어놓은 것은 없네요.

1. 퍼티질

개수 작업이나 공작 작업에는 에폭시 퍼티, 폴리 퍼티, 순접 퍼티 같은 다양한 종류의 퍼티들이 많이 쓰이지만
표면정리에는 그야말로 전통적이고 가장 싼 일반 퍼티(= 베이식 퍼티, 락커 퍼티)를 씁니다.
일반 퍼티는 수축도 있고 굳는 데 오래 걸린다는(특히 지금처럼 초 다투는 시기엔ㅜㅜ) 단점이 있지만,
프라 표면에 찰싹 달라 붙고 기포가 안 생긴다는 점만으로도 표면정리에는 최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래도 수축이나 단차가 너무 광범위해서 퍼티 떡칠을 해야 하는 부분은 일반 퍼티 굳는 데 시간이 하루 이상 걸릴 듯해서
순접 퍼티를 1차로 깔고, 그 위에 일반 퍼티를 얇게 발랐습니다.
순접 퍼티는 재료 자체가 분말이라서 그런지 사포질하고 나면 표면이 참 거칩니다.
그래서 그 위에다가 거의 반드시 일반 퍼티를 발라줘야 하고요.
시간상으로 여의치 않으면 일반 퍼티 대용으로 순접 퍼티에서 분말을 빼고 액체만 바른다거나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사용한 퍼티는 Cryth![채수동]님께서 일본으로부터 공수해 주신 Finisher's 락커 퍼티입니다(아래 사진 왼쪽).


제가 직접 시간 재서 비교해보지는 않았지만 피니셔즈 락커 퍼티의 장점은 빠른 건조시간인 것 같습니다.
타미야 베이식 퍼티 같은 경우 바르고 하루는 놔둬야 굳어서 사포질 가공이 가능했던 것 같은데,
피니셔즈 퍼티의 경우 서너 시간 후엔 딱딱하게 굳어서 사포질을 할 수 있더군요.
근데 잘 마르는 덕분에 신너는 필수입니다. 막 바르는 도중에도 굳기 때문에 원액 그대로 바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그리고 느낌상 사포질한 후의 표면도 다른 퍼티에 비해서 더 매끄러운 듯한 느낌입니다.

그런데 비싸고 구하기 어려운 관계로다가... 저거 다 쓰고 나면 그냥 다른 분들 많이 쓰시는 3M 레드 퍼티 쓰려고 합니다.

시간에 쫓기는 관계로 일단 프라판으로 개수한 부분과 레진 부품 중 표면 문제가 크게 눈에 띄는 부품 위주로 퍼티 작업을 했고,
인젝션의 수축 문제 같은 것은 레드 썬~ 해버렸습니다.


2. 사포질

표면정리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사포질입니다만...
전 웬만한 수축이나 흠 같은 건 레드썬~ 잘 하는 편인데 그래도 컨테스트작이라고 신경 좀 써서 열심히 사포질했습니다.
(이미 컨테스트 기간 지나서 탈락됐지만서도ㅜㅜ)

아주 예전에는 종이 사포 잘라서 많이 썼지만 사포스틱에 맛들인 이후로는 주로 사포스틱만 씁니다.
스틱 형태라 종이보다 잡기 편할 뿐더러 어느 정도 딱딱하기 때문에 손 왕복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판판한 평면을 깎기에 편하거든요.

제가 주로 쓰는 사포스틱은 HIQ Parts의 사포스틱이고요.
그런데 얘네들이 400번, 600번, 800번까지는 내구성이 아주 좋아서
사포질 많이 해서 먼지가 끼었을 때 물에 담가 치솔질 몇 번 해주면 다시 완전 깨끗한 상태로 돌아오고 오랫동안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1000번대 이상의 사포 스틱은 안 그렇네요. 딱 보기만 해도 재질 차이가 눈에 보입니다.
표면도 상당히 무르고, 한 번 쓰고나서 닦고 다시 쓰려고 하면 절삭력이 급격히 저하됩니다.
그래서 1000번 이상 대 HIQ Parts의 사포스틱은 이미 모두 유명을 달리하셔서 지금은 1000번대는 타미야 종이사포를 쓰고 있습니다.


역시 시간에 쫓기는 관계로 일단 프라판으로 개수한 부분과 레진 부품처럼 갈아낼 것이 많은 부품은 400 → 600 → 800 → 1000번,
인젝션 부품의 게이트 처리는 600 → 800 → 1000번 사포 스틱 순서로 사포질 했습니다.

사포스틱은 HIQ Parts 말고 한국 업체 마하공구의 '필름사포스틱'이란 것도 비슷한 느낌으로 쓸 수 있습니다만...
이쪽은 좀 트리키한 것이... 기본적으로 사포 번호가 안 맞습니다.
마하공구 220번의 절삭력이나 표면 거칠기는 실제로는 400번 사포와 비슷하고요, 대략 쓰여있는 숫자의 2배 해주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800번 사포스틱이 실제로는 1600번 사포만큼 곱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안 써봐서 잘 모르겠고요^^


이 사진이 퍼티 바르고 사포질한 후의 사진이죠. 퍼티 색이 녹색이라서 특이합니다.
녹색(빨간색도 동일)의 장점이라면 1차 서페이서질 후에 또 퍼티질을 할 경우에 서페이서와 색이 다르기 때문에 상태 확인이 쉽다는 것이죠.
타미야 베이식 퍼티의 경우 서페이서와 비슷한(+좀 진한) 회색이라 구분이 좀 힘든 편...


3. 세척

서페이서를 올리기 전에 부품 표면의 사포질 찌꺼기나 손때를 닦아내기 위해 세척합니다.
세척은 당연히 지난 번에 구입한 초음파 세척기를 사용했죠.
세제 찌꺼기가 남으면 안 좋을 테니 맹물에 초음파 세척했습니다.
그런데 이형제 같은 화학물질이 아니라 물리적인 때를 떼어내는 거라서 그런지 맹물에 사용해도 아주 깨끗하게 세척됩니다.
몇 분 세척하고 나면 물이 탁해지고, 때뿐만 아니라 꼽아놓았던 디테일업 부품까지 다 빠져버리고...-_-
아무튼 초음파 세척기라는 것이 정말 세척력 하나는 짱인 것 같습니다.




4.  메탈 프라이머 도포

디테일업 작업 시에 에칭 파츠, 마이너스 몰드, 메탈 비즈, 스틸 볼 등의 금속 재료들을 접착해 버린 부품들이 있었죠.
이런 금속 재료들에는 도료는 물론 서페이서도 잘 정착하지 못하기 때문에 GSI 크레오스 사의 메탈 프라이머를 뿌려 도료 정착성을 높여줬습니다.


메탈 프라이머를 에어브러시에 넣은 김에 버니어처럼 프라 표면에 접착하지 않은 부품들도 뿌려줬습니다.
이런 소형 부품들은 도색 집게로 집을 만한 부분조차 없어서 순간 접착제로 도색 막대(마트에서 파는 산적대)에 접착해주었습니다.
나중에 도색이 완전히 끝나고 떼어주면 되고요.


5. 서페이서 도포

서페이서를 뿌리는 목적은 표면의 미세한 문제점들을 덮어버리고, 표면을 회색으로 통일해서 표면 정리가 잘 됐는지를 확인하는 역할입니다.
그리고 부차적으로 부품이 도료와 친하지 않을 경우 잘 안착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결합해 주는 프라이머 역할도 합니다.

사포질 안 한 인젝션 부품이라면 표면도 매끈하거니와 락커도료와 나름 친하기 때문에 서페이서를 칠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레진은 보통 표면정리가 꼭 들어가줘야 되고, 도료와도 별로 안 친하기 때문에 도색 전에 프라이머 + 서페이서가 필수죠.
그런데 이번에 또 문제는 레진 전용 서페이서의 경우 인젝션 부품과 친하지 않아서 나중에 그냥 스르륵 벗겨져 버립니다.

제 경우 서브유닛 같은 곳에 레진 부품과 프라판 부품이 섞여있고 해서
PS 수지와 레진에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고, 사람들의 호평이 자자한 E5 사의 그레이 서페이서를 처음 사용해봤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악몽의 시발점일 줄이야~
문제는 제가 E5사의 서페이서만 사고 신너는 안 샀다는 점입니다. 신너가 비쌌거든요.
그래서 SMP사의 레벨링 신너로 희석해서 뿌려주는데... 너무 급속도로 마릅니다.
조금만 떨어져서 뿌리려고 하면 프라 표면에 닿기도 전에 공기중에서 굳어버려서 표면에 자잘한 알갱이들이 생겨버립니다.
(혹시 너무 빨리 마르는 것이 새로 사다놓은 제습기 탓일지도 모르겠군요)
그리고 희석 후 몇 분만 놔두면 아래 사진처럼 신너와 서페이서 원액이 분리됩니다-_- 그만큼 상성이 좋지 않다는 것이겠죠.


어쨌든 저쨌든... 일부 부품 표면이 마치 방금 400번대 사포질을 한 듯한 거친 표면이 나오기는 했으나...
그냥 레드 썬 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다음 단계라면 서페이서 도포 후 맘에 안 드는 표면을 다시 퍼티질 → 사포질 → 서페이질 하는 2차 표면정리겠죠.
극히 일부 부품은 3차 표면 정리까지 마치고 도색에 들어갑니다.


아, 그리고 표면정리 도중에 중요한 디테일 업 하나를 빼먹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스트라이크 제타 건담은 주 무기가 서브유닛이나 허리춤-_-에 달려있기 때문에 손은 무기를 쥐지 않는 주먹손과 편손이 메인이 됩니다.
그런데 네오그레이드 킷의 레진 주먹손은 아래 사진 왼쪽처럼 손가락 접힌 틈 사이가 막혀 있습니다.
레진 생산 공정 상 어쩔수 없는 부분이었을 수도 있겠지요.
이 부분은 그냥 먹선 칠하듯이 까맣게 칠하는 걸로 넘어갈 수도 있긴 하지만
좀더 사실적인 디테일을 위해 핀바이스, 패널라이너, 아트 나이프 등을 이용해 사진 오른쪽과 같이 구멍을 뽕 뚫어줬습니다.



이제 표면정리 작업기는 이 정도로 접고요.
다음번 도색 제작기에서 계속 이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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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25. 05:55

1/100 스트라이크 제타 건담 제작기 #3 - 디테일 업


원래 계획대로라면 디테일 업 작업에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아주 풍성하고 긴 내용이 될 예정이었습니다만...
현재 완전 발등에 불이 떨어져 활활 타올라오고 있는 관계로 가장 필수적이고 간단한 디테일 업 작업만 진행했습니다.
사실은 제작기 쓸 시간 여유도 별로 없는 관계로 간단하게 결과 위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양해 부탁 드립니다.

1. 헤드

건담류 헤드에서 필수 디테일 업 작업이라면 뿔을 뾰족하게 갈아주는 것이겠죠.
그런데 MG 제타건담 2.0의 뿔은 연질 재질이기 때문에 가는데 정말 애먹었습니다.

사포로 아무리 갈아도 안 갈리고 이리저리 밀리기만 하는 겁니다 이게...
그래서 아트 나이프도 동원하고 별 짓 다 해서 가까스로 뾰족한 모양을 만들긴 했습니다만...
중간에 거의 부러질 뻔하기도 하고 최종적으로 라인과 표면도 울퉁불퉁해졌습니다-_-.


그리고 헤드 양쪽의 발칸은 메탈 디테일업 파츠로 교체해주었습니다.
그 외의 디테일업으로는 카메라의 테두리 부분(베젤)을 얇게 갈아주었고, 발칸 탄피 배출구와 패널라인들을 파주었으며,
1mm짜리 스틸볼(鋼球)을 포인트로 박아주었습니다.




2. 가슴

가슴의 덕트부는 아래 사진의 오른쪽처럼 디테일 업해주었습니다.


일단 덕트 테두리가 두꺼워서 장난감처럼 보이는 문제는 테두리를 얇게 갈아줘서 완화시켜주었으며, 
하세가와제 육각 가는 눈 에칭메쉬를 안에 넣어주어 덕트 내부의 디테일감 향상을 꾀했습니다.
양 옆 안팎으로 패널라인을 추가해 주었고요.

그리고 목 아래쪽 부분이 너무 밋밋한 듯하여 프라판과 코토부키야 디테일업 프라부품을 이용하여 몰드를 만들어줬습니다.


키트의 양쪽 가슴 장갑판 한 가운데 있는 틈새부위는 통짜 레진 상태 그대로 도색할 경우 진짜 내부 장치처럼 보이게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별도 부품으로 구성하려고 일단 자잘한 몰드들을 밀어버리긴 했는데...
뭘로 다시 채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곤충채집 핀과 프라판을 이용해서 안테나 형태를 만들어줬습니다.
안테나가 왜 머리 꼭대기가 아니고 가슴 장갑판 틈새 사이에 있는지(와중에 좌우 비대칭) 이유는 며느리도 모릅니다-_-
그 외에 별매 코토부키야 에칭 부품도 사용했고, 원래 있던 몰드도 경계선을 또렷하게 깎아서 디테일 감을 향상시켰습니다.



3. 팔

가조립기에서 네오그레이드 킷 어깨의 A자 몰드 형태가 스트라이크 제타 건담과 다소 달라서 MG 제타 2.0 부품을 사용한다고 했는데요.
MG 부품 그대로 놔두는 것은 밋밋하므로 코마츠바라 씨 스타일의 패널라인을 추가하였습니다.
이것은 국내 모 업체 킷의 패널라인을 따라한 것 아니냐고 하시는 분 계실지도 모르지만.... 아시는 분은 아시겠죠.
진실은 저 너머에~


그리고 하박부 안쪽의 파이프는 스트라이크 제타 건담에서는 체인 형태가 아닌 밋밋한 파이프이기 때문에
오른쪽 사진의 오른쪽처럼 파내고 3mm 프라봉을 이용하여 새로 넣어줬습니다.
원래 계획은 Studio Reckless의 킷처럼 밋밋하면서도 구부러진 모양의 파이프로 만들 생각이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일자로 했습니다.


4. 스커트

앞 스커트 장갑 틈새에 있는 몰드는 사실감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어 사진 오른쪽처럼 밀어버렸습니다.
뭘로 다시 채워넣을지는 아직 미정이네요. 아마도 다른 색 부품으로 채워넣어야 할 것 같아서 도색 시에 디테일 업을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곧휴부분은 네오그레이드 킷 부품이 파손되어 MG의 것을 사용하는데요, 너무 밋밋해서 패널라인을 추가해줬습니다.


사이드 스커트에는 디테일업으로 1.5mm 메탈 비즈를 박아주었습니다.

원래 뒤쪽 스커트에는 사실감이 많이 떨어지는 새빨간 사출색의 소형 버니어들이 5개가 들어있는데요.
몇가지 메탈 버니어 제품에 들어있는 부품들을 조합해 가지고 아래 사진과 같은 형태로 교체해주었습니다.



5. 다리

종아리 뒤쪽의 버니어도 별매 메탈 버니어 파츠로 디테일업해주었습니다.
모델업제 SV 버니어 7mm를 사용했습니다만, 기본형태는 다소 심심한 감이 없지 않더군요.
이너 버니어 뒤쪽에 프라봉으로 스페이서를 만들어 넣어서 이너 버니어를 좀 띄워줌으로써 좀더 느낌 있는(?) 형태를 만들었습니다.


정강이 옆쪽에 보면 여기도 내부 프레임 부품이 들여다보이는 듯한 연출이 있습니다만... 보이는 내부 부품들이 좀 밋밋하죠.
일단 밀어버리고 HIQ Parts의 마이너스 몰드, 그리고 코토부키야의 에칭 파츠와 플라스틱 디테일업 파츠로 재구성했습니다.


그리고 발목에 보면 안쪽 부품들이 보이게 되어 있는데요. 사진 왼쪽을 보시면 프라 결합부가 노출되기 때문에 장난감스러워 보입니다.
여기도 역시 에칭 파츠와 플라스틱 파츠로 디테일업하였습니다.


이 작업 후 발바닥 부품과 시험삼아 맞춰보는데, 숨어있던 순간접착제가 흘러나와 발바닥 부품까지 붙여버리는 사고 발생...ㅜㅜ
붙은 상태로 마스킹 도색 하기엔 도저히 답이 안 나와서 2시간동안 별 짓 다 해서 떼기는 뗐습니다.
근데 ABS 부품은 막 녹고 레진 부품은 네 조각 나고... 후유증이 크네요.


6. 서브유닛

서브유닛은 지난 번에 프라판 접착까지만 끝냈기 때문에 디테일 업 이전에 표면정리를 해줘야 됩니다.
딱 들어맞는 원래의 킷부품이 아니고 프라판끼리 얼기설기 접착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표면정리에 사용할 퍼티는 어느 정도의 기계적 강도와 접착력을 가진 순간접착 퍼티를 사용하였습니다.


위 사진처럼 바깥쪽 모서리에 모따기(chamfer) 처리를 해줘야 할 경우는 안쪽면에다가 순접 퍼티로 보강을 해주는 것이 좋겠죠.

순접 퍼티 얘기가 나온 김에 순접 퍼티 사용 팁이라도 좀 말씀 드릴게요.

분말과 접착액을 섞어서 사용하게 되어 있습니다만, 접착액을 계량할 때 보통 방울방울 떨어뜨려 방울 수로 계량하죠.
이 때 방울 수 세며 떨어뜨리는 것을 분말 위에 직접 하지 마시고, 그 옆에 다 떨어뜨린 후 마지막에 섞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저 분말이 접착액이 굳어지는 속도를 빠르게 해주는데요.
분말 위에 바로 떨어뜨리게 되면 마지막 방울 떨어뜨릴 때쯤엔 처음에 떨어진 방울은 이미 분말들과 반응하여 굳어버릴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접착액과 분말을 섞으실 때도 도료 섞듯이 마구 휘저으시는 것보다는 퍼티 주걱 등으로 바닥에 문댄다는 느낌으로 섞어주시는 게 좋습니다.
폴리퍼티만큼은 아니지만 순접퍼티도 섞을 때 내부에 기포가 들어갈 가능성이 있어서요.
퍼티에 섞인 기포는 표면정리할 때 재작업을 부르는 존재죠. 가능한 한 기포 안 생기게 얌전하게 섞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튼 퍼티질과 사포질을 한 후 패널라인을 파주었습니다.
입체 형태부터 오리지널 스트라이크 제타건담의 서브유닛과 다르기 때문에 패널라인도 '분위기만' 비슷하게 재현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안쪽면에 있는 전선 같은 형태의 몰드는 레진 사출 상태가 지저분해서 삭제했습니다(아래 사진 오른쪽). 삭제하는 김에 둥근 몰드도 없앴고요.
다시 채워 넣을 디테일 부품에는 색분할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어, 나중에 도색 시에 디테일 업해야 할 것 같습니다.



7. 테일 스태빌라이저

테일 스태빌라이저에 있는 장갑 틈새 몰드들도 작은 것들은 밀어버리고 HIQ Parts의 마이너스 몰드로 교체하였고,
큰 놈은 밋밋한 느낌이 들어서 각을 살린 후, 그 위에 코토부키야 디테일 업 에칭파츠를 올려주었습니다.




이번 제작에 있어서 하고 싶은 디테일업 작업은 정말 많았는데, 시간 관계 상 대충 이 정도에서 그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정도만 하는 데도 나흘이나 걸려서 마감 시한을 맞추기 위한 마지노선을 마구 넘나들고 있군요.

다음 번 제작기는 표면 정리 및 도색 작업 차례입니다만...
과연 도색 제작기 쓸 수 있는 시간이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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