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프라 (건담 프라모델)/건프라 테크닉'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2.07.23 메탈릭 도료의 원리와 분류 16
  2. 2012.03.20 먹선 색상에 관한 고찰 10
  3. 2009.11.05 에어브러시를 위한 최적의 도료 농도 맞추기 14
2012. 7. 23. 15:44

메탈릭 도료의 원리와 분류

레전드BB 나이트 건담을 메탈릭 도색하면서 메탈릭 도료에 대해서도 공부를 좀 했습니다.
공부한 내용을 정리도 할 겸, 지식 공유를 위해 글을 써봅니다.

여기에서 '메탈릭 도료'라는 것은 '메탈릭 블랙'이니 '메탈릭 레드'처럼 일반 유색 도료에 메탈릭 펄을 섞은 도료가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아예 노출된 금속 표면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칠하는 도료 말씀인데요,
엔진이나 배기구, 버니어, 프레임 등을 표현하거나, 황금색으로 빛나는 일부 기체^^의 바디 색상을 재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 말입니다.
색상 이름도 주로 'OO 실버', '△△ 골드', 'XX 알루미늄', '□□ 티타늄' 같은 금속 이름을 가집니다.

리핑 효과 (Leafing Effect)

이런 사용목적 상 모형용 메탈릭 도료에 요구되는 특성은 '도색 결과물이 얼마나 진짜 금속 같은 외관을 갖느냐'하는 것입니다.
예전의 일반적인 모형용 메탈릭 도료들은 아무래도 진짜 금속처럼 느껴지지는 않을 수준밖에 안 됐더랬지요.
그러다가 최근 몇 년 간 금속 재질이라고 거짓말 해도 깜빡 속을 만한 금속광택을 내는 모형용 메탈릭 도료들이 많이 늘어났는데요,
이렇게 요즘 메탈릭 도료에서 금속 느낌이 크게 향상된 원인이 바로 '리핑 효과(leafing effect)'라는 것입니다.

leaf란 단어는 '나뭇잎'이라는 뜻도 있지만 '얇은 금박, 은박'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리핑 효과란 도료 액체성분의 표면장력에 의해 메탈릭 안료가 도료 위에 떠서 정렬되면서 은박처럼 보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도료는 일반적으로 색을 내는 안료, 안료를 고정하고 도막의 형태를 유지하는 바인더 수지, 그리고 바인더 수지를 녹여 액체 상태로 만드는 신너의 세가지 성분으로 이루어집니다.
메탈릭 도료의 안료는 아주 곱게 갈린 금속 가루고요.
도색 후 건조되고 나면 신너는 날아가고 바인더 속에 안료가 둥둥 뜬 상태로 굳어 도막을 형성합니다.
리핑 현상을 이해하는 데는 이 안료가 어떤 모양으로 떠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왼쪽 그림이 리핑 없는(non-leafing) 메탈릭 도료의 도막 단면도인데, 바인더 내에 안료가 균등하게 퍼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면 빛이 안료에서 반사될 때 제각각의 방향으로 난반사되기 때문에 금속 표면 느낌보다는 딱 '은색 자동차 도색면' 같은 느낌이 납니다.

한 편, 오른쪽 그림은 리핑 효과가 강한 도막의 단면인데, 우선 메탈릭 안료 자체가 매우 평평한 형태입니다.
(그림에선 가는 막대기 같은 모양으로 보이지만 그건 옆에서 본 모습이라 그런 것이고, 위에서 보면 아래 사진처럼 평평하고 넓적합니다)

리핑 도료의 바인더는 점성이 작고 신너는 표면장력이 강하기 때문에 액체 분자들끼리는 서로서로 끌어당기고,
안료는 지방산 같은 것으로 코팅을 해놔서 액체들로부터 밀려나 도막 표면에 가지런히 늘어서게 됩니다.
리핑 효과가 강하게 일어난 표면은 빛을 비췄을 때 반사 방향이 거의 일정하여 마치 거울처럼, 크롬 도금면처럼, 광낸 금속면처럼 보입니다.
실제 도료들은 위 양쪽 그림의 중간 형태가 되는데, 리핑 효과가 약할수록 왼쪽에 가까운 형태가 되고, 강할수록 오른쪽에 가까운 형태가 됩니다.

강한 리핑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안료가 일단 아주 고우면서도 평평한 형태를 가져야 하고,
수지와 신너도 점성이 적고 표면장력이 강한 것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렇게 만들려다 보니 도료 값이 비싸지죠.

일반적으로 리핑 효과가 큰 메탈릭 도료일수록 더더욱 금속 느낌이 강하고 비싸며,
리핑 효과가 적거나 없을수록 금속 느낌이 약하고 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러 크롬 계열

가장 비싼 메탈릭 도료는 거울처럼 상이 비쳐보일 정도로 리핑 효과가 강한데요.
메이커에 따라 미러 크롬, 멕기 실버, 수퍼파인 크롬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데, 편의 상 '미러 크롬 계열'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보통 이런 미러 크롬 계열 제품은 리핑 효과를 극대화하려다 보니 수지와 신너가 다른 제품과 호환이 되지 않으며,
설명서에도 '신너에 희석하지 말고 그냥 쓰라'고 나옵니다.

 
그런데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미러 크롬 계열에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합니다.
리핑 효과를 극대화하려다 보니 바인더 수지 성분이 물리적으로나 화학적으로나 약합니다.
그래서 피막이 물리적인 상처를 입기도 쉽고, 마감제를 올리면 바인더가 마감제에 녹아나오면서 리핑된 안료들이 흐트러지고 광택을 잃습니다.
이런 이유로 미러 크롬 계열의 바인더를 녹이지 않는 안전한 전용 마감제가 필요합니다.

또한 미러 크롬 계열의 최대의 리핑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하도 도장도 최대한 매끄럽게 칠해놓아야 하고,
칠할 때도 최대한 얇게 뿌려야 하는데... 실수로 조금이라도 두껍게 뿌리면 광이 확 죽기도 하고,
도색과 건조 공정에 시간도 무지 많이 소모되고,
여러 모로 까다롭고 골치 아픈 점들이 많습니다.

'크롬 같은 거울 광'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일반 바인더와 신너를 사용하는 도료들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반 바인더와 신너를 사용하는 메탈릭 도료는 가장 급이 높은 제품이라도 미러 크롬 계열의 ½~⅔ 가격밖에 안 합니다.
그치만 미러 크롬 계열의 이 거울광... 한 번 맛 들이면 헤어나오기 힘든 매력과 중독성이 있습니다^^

 

금속 광택이 뛰어난 황금색 도료는 없다?

리핑 효과에는 한 가지 달갑지 않은 부작용이 있으니... 바로 '황금색'을 포함한 유색 금속을 제대로 재현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리핑 효과가 없는 안료는 안료 자체가 금색 구리색 등 여러 가지 색깔을 내도록 만들 수 있지만,
리핑 안료는 알루미늄 재질로밖에 못 만들기 때문에 은색밖에 못 내는 것 같습니다.
리핑 안료로 황금색 도료를 만들기 위한 궁여지책은 바인더에 누런 염료를 섞어서 메탈릭 안료에 반사된 빛이 누런 바인더 층을 통과하여 금색처럼 보이게 하는 것입니다만...
문제는 리핑 효과의 특성 상 메탈릭 안료가 바인더의 최상층으로 밀어올려진다는 것이죠.
리핑효과 단면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안료가 맨 위에 있기 때문에 빛이 누런색을 내는 바인더 층 자체를 거의 통과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SMP의 수퍼파인 골드나 GSI크레오스의 수퍼 골드 같은 도료는 뿌릴 때는 황금색이지만 건조되면 샴페인 골드 같은 연한 색으로 바뀝니다.

정말로 샴페인 골드 같은 색을 원하시는 거라면 저런 도료를 구입하셔도 무방합니다만...
샛노란 황금색을 원한다면 리핑 효과에 의한 금속 광택을 좀 포기하고 싼 황금색을 쓰시든지,
아니면 리핑 잘 되는 비싼 실버 도료를 바탕으로 깐 후, 그 위에 클리어 골드를 따로 오버코팅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위 사진에서 왼쪽이 SMP 수퍼 파인 골드입니다.
금속 광택은 리얼하지만 이게 과연 골드라는 이름을 붙여도 될까 싶을 정도로 색이 연하죠.
가운데가 가이아노츠 스타 브라이트 골드인데 안료 입자도 굵고 금속 느낌은 떨어지지만 색깔 자체는 금색에 가장 가깝고요.
오른쪽은 FINISHER'S 적금(赤金)입니다. 리핑 없는 도료이고, 금속 안료 자체에 색이 들어가 있습니다.
리핑 없는 도료 치고는 금속 광택이 좋지만 색상이... 제가 원하는 금색과는 다르네요.


메탈릭 도료 비교 테스트

백문이 불여 일견이라고, 시험 삼아 제가 갖고 있는 메탈릭 도료들을 모두 직접 뿌려서 비교해보았습니다.
검정 바탕 위에 칠하는 것이 금속 광택을 돋보이게 해주기 때문에 프라판에 FINISHER'S 퓨어 블랙을 먼저 올린 후 메탈릭 도료들을 칠했습니다.
도색에는 이와타 3호 에어브러시를 사용하였고, 신너는 SMP 레벨링 신너를 사용했습니다.
에나멜 도료의 경우 에나멜 신너에 희석했고요.

그런데 얼마나 진짜 금속 표면같은 광택을 가지는지 사진 상으로는 좀처럼 잘 나타낼 수 없더군요.
최대한 머리를 짜내고 짜내서 고안한 방법이 건프라 박스에 밀착시켜 박스의 글자가 얼마나 잘 반사되는지 비교하는 것이었습니다.
금속 광택 이외의 도막 표면에 의한 반사는 제거하기 위해 카메라 렌즈 앞에 CPL 필터를 사용했습니다.

우선 리핑 없는(non-leafing) 도료에 해당되는 도료들입니다.
반사는 뭐 거의 안 됩니다. 건프라 박스의 글자들은 한 줄 정도 가까스로 반사될락말락 하죠?


FISNISHER'S CLK실버

FISNISHER'S 적금(赤金)

SMP 울트라 레드 골드


FINISHER'S 적금이 의외로 반사가 훌륭해서 화들짝 놀랐는데...
자세히 보니 제가 도료를 너무 성기게 뿌려서 밑색인 블랙에서 반사되는 거더라고요.
이제 와서 새로 칠하기는 귀찮고^^;; 그냥 옆의 애들과 비슷할 거라고 감안하고 봐주세요.
SMP 울트라 레드 골드는 가격이 쎄서 리핑 도료인 줄 알았는데, 뿌려 보니 리핑 없는 도료였습니다-_-


SMP 라이트 건메탈

SMP 건메탈

타미야 크롬 실버

SMP의 라이트 건메탈과 건메탈은 메탈릭 안료 자체는 리핑 안료입니다만... 안료 양이 적어서 그런지 리핑 도료 느낌은 거의 안 납니다.
타미야 크롬 실버는 에나멜 도료입니다. 리핑 도료는 아니지만, 이름에 '크롬'이 들어가는 만큼 반사광은 제법 좋네요.

이제부터는 리핑 도료들입니다.

싼 것은 일반 도료 가격과 같은 것부터 비싼 것은 3배 가격까지 하지요.

리핑 없는 도료에 비하면 확실히 금속 광택이 뛰어납니다.
 


가이아노츠 스타 브라이트 실버

가이아노츠 스타 브라이트 골드

GSI크레오스 수퍼 아이언

가이아노츠 스타 브라이트 시리즈는 가격 대비 금속 광택이 매우 좋네요.
스타 브라이트 골드의 경우 샛노란 금색도 제 취향에 맞고요.
한 가지 단점은 안료 입자 크기가 꽤 크기 때문에 가까이서 보면 입자들이 좀 튑니다.
스케일 모형의 경우 금속 광택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입자가 작은 동사의 브라이트 실버나 브라이트 골드 쪽이 낫겠는걸요.
GSI크레오스의 수퍼 메탈릭 시리즈는 그 비싼 가격 대비 금속 광택은 꽤 부실한 편입니다.


SMP 수퍼 메탈릭 실버

SMP 수퍼 아이언 실버

위의 두 도료는 SMP의 '수퍼 OO 실버'라는 나름 저가형 메탈릭 도료 시리즈인데요.
가이아노츠 스타 브라이트 시리즈보다 광택은 야악간 떨어지지만 입자가 아주 고와서 더 고급스러운 금속 느낌이 납니다.
가격 차이가 2배 나는 GSI크레오스의 수퍼 메탈릭보다는 모든 면에서 뛰어난... 정말 가격 대 성능 비가 좋은 도료들입니다.

그런데 이 시리즈의 문제점은... 단종됐습니다.
마앗님의 제보에 따르면 단종된 이유는 워싱이나 먹선작업 시 에나멜 신너에 녹아나오는 문제 때문인 것 같네요.
SMP 라인업에서 '수퍼 OO 실버' 도료들이 없어지고 비슷한 이름의 'OO 실버'들이 새로 생겼지만... 광택은 많이 떨어집니다-_-
뭐 좀 써보려고 하면 단종되고, 성분이 바뀌고, 이름이 바뀌고, 용량이 바뀌고... 국내 도료 회사들은 성능은 좀 좋을지 몰라도 신용이 안 가네요.
 

SMP 수퍼 파인 알루미늄 실버

SMP 수퍼 파인 골드

위 사진의 것들이 일반 도료 대비 3배 이상 비싼 SMP의 고급 메탈릭 도료 '수퍼 파인 OO' 시리즈입니다.
사진 상으로는 저가형과 큰 차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물로 보면 입자도 더 미세하고, 리핑 효과가 더 두드러지기 때문에 진짜 금속이라고 해도 깜빡 속아넘어갈 만한 하이 퀄리티 느낌이 납니다.
위에서 말씀 드렸듯이 수퍼파인 골드는 흐릿한 샴페인 골드 같은 색깔만 나지 절대로 '황금색'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일반 도료 가격의 5배 이상 되는 미러 크롬 계열의 SMP 크롬 실버입니다(요즘 이름은 수퍼파인 크롬입니다).
작업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까탈스러운 도료입니다만,
제대로만 칠하면 사진에서 보듯이 다른 메탈릭 도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완벽한 거울면이 됩니다.


리핑 효과를 높여주는 메탈릭 전용 신너

가이아노츠에서는 '메탈릭 마스터'라고 리핑 효과를 높여주는 모형용 신너를 최초로 발매했습니다.
일반 신너 대비 2배 비싸서 가격 부담은 좀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IPP라는 메이커에서 '메탈릭 이노베이션'이라는 유사품이 나와 있습니다.
저는 가이아노츠의 메탈릭 마스터를 사용하고 싶었지만 품절이라 못 사고, IPP 메탈릭 이노베이션을 사서 테스트해봤습니다.

메탈릭 이노베이션을 사용함으로써 금속 느낌이 얼마나 향상될지, 아래에 사진으로 1:1로 비교해보았습니다.
왼쪽이 SMP 레벨링 신너로 희석한 것, 오른쪽이 IPP 메탈릭 이노베이션으로 희석한 것입니다.
먼저 리핑 없는 도료들입니다.


FISNISHER'S CLK실버

FISNISHER'S 적금(赤金)

SMP 울트라 레드 골드

SMP 라이트 건메탈

SMP 건메탈

타미야 크롬 실버


리핑 없는 도료들은 메탈릭 이노베이션을 사용해도 별 차이가 없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FINISHER'S 적금은 메탈릭 이노베이션과는 관계 없이 왼쪽 것이 밑색이 비쳐보이기 때문에 더 반사가 잘 되는 겁니다.
그리고 타미야 에나멜 도료는 메탈릭 이노베이션 사용시 표면이 갈라져 버리네요. 에나멜에는 사용하면 안 되겠습니다. 

이번엔 저가형 리핑 도료들인데요. 



가이아노츠 스타 브라이트 실버

가이아노츠 스타 브라이트 골드

GSI크레오스 수퍼 아이언


SMP 수퍼 메탈릭 실버

SMP 수퍼 아이언 실버

메탈릭 이노베이션의 효과가 눈에 확 들어오지는 않네요.
그냥 느낌 상 조금 더 광택이 좋아졌다는 느낌?
더 묽게 희석해서 그런지 골드의 노란 색감이 약해졌다는 건 느껴지지만 금속 광택 면에서 뭔가 눈에 띄는 극적인 변화는 없는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고급 리핑 도료입니다.


SMP 수퍼 파인 알루미늄 실버

SMP 수퍼 파인 골드

이쪽 역시 메탈릭 이노베이션을 써봐도 광택 면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고, 느낌 상 조금 좋아진 정도네요.
수퍼 파인 골드는 메탈릭 이노베이션 쪽을 더 묽게 희석했더니 색깔이 더 옅어져 '샴페인 골드'도 아니고 '티타늄'이라고 불러야 할 판입니다.

미러 크롬 계열의 경우 신너 희석이 금지되어 있으므로 메탈릭 이노베이션을 테스트해보지는 못했습니다.

일반 신너보다 2배나 비싼 메탈릭 이노베이션입니다만... 왜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은 걸까요?
제가 뭔가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원조 가이아노츠 메탈릭 마스터가 아닌 짝퉁이기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SMP 레벨링 신너가 이미 꽤 좋은 신너이기 때문에 차이가 별로 없는 것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메탈릭 도료 서열 분류

위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메이커 별 메탈릭 도료들을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서열을 매겼습니다.
표에서 위쪽으로 갈수록 리핑 효과가 강하고 금속 느낌을 잘 내는 도료입니다.
일단 크게 특수 수지를 사용하는 미러 크롬 계열, 일반 수지를 사용한 리핑 도료, 리핑 없는 도료 이렇게 세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그 분류 안에서 더 금속 광택이 좋은 제품이 더 위쪽으로 올라가도록 서열을 매겨봤고요.

분류 GSI크레오스 SMP하우스 IPP 가이아노츠 Alclad II Spaz Stix
미러 크롬 계열 멕기 실버 NEXT 수퍼 파인 크롬 수퍼 파인 크롬   하이 샤인 시리즈 미러 크롬
일반 리핑 도료 크롬 실버

 기타 수퍼 메탈릭 
 
기타 수퍼 파인
수퍼 계열 (단종)

메탈릭 실버 계열 
기타 수퍼 파인


메탈릭 도료 계열 

 메탈릭 컬러


레귤러 시리즈


 
리핑 없는 도료 Mr. 컬러 시리즈 울트라 골드 계열 메탈릭 골드 계열  


Alclad II나 Spaz Stix는 제가 직접 테스트해보지는 않았지만 가격이라든지 사람들의 평판에 따라 서열을 매겼습니다.
Alclad II 도료는 예전부터 그 금속 광택이 세계적으로 유명했었죠.  
IPP는 대부분 SMP와 비슷한 것 같아서 비슷한 가격대 도료들끼리 동일 선상에 놓았습니다.
IPP에는 '프리미엄' 메탈릭 도료가 있던데, 가격대 상 SMP의 단종된 '수퍼 OO 실버' 계열과 비슷하긴 하나, 확인은 못해봤습니다.

위 표에 없는 FINISHER'S나 타미야의 경우, 모든 메탈릭 도료가 '리핑 없는 도료'에 속합니다. 아마도...
그리고 GSI 크레오스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문질러서 광 내는 타입의 '메탈 컬러'라는 시리즈도 있었습니다.
리핑처럼 안료 입자들을 일렬로 늘어서게 하는 효과를 수동으로 문질러서 내는 도료인데, 저도 이 종류로 '크롬 실버'를 갖고 있긴 합니다.
그렇지만 문지르는 작업도 번거롭고, 마감제도 아무 거나 못 쓰고, 수퍼 메탈릭 시리즈에 밀려서 요즘엔 거의 안 쓰입니다.

국내 회사의 메탈릭 도료들이 성능도 좋고 종류도 다양한 것 같기는 하나...
성능이 좋은 고급 라인 쪽은 타사 대비 그다지 저렴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중저가 라인에서 개인적으로 꽤 맘에 들었던 '수퍼 OO 실버' 계열이 단종된 것도 아쉽고요.
가격대 성능 비 면에서는 가이아노츠 쪽이 가장 좋지 않나 생각됩니다.


결론 - 메탈릭 도료 선택과 사용

지금까지 각종 메탈릭 도료들과 리핑 효과라는 것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메탈릭 도료는 금속 광택에 따라서 가격이 5배까지 차이가 납니다.
내게 정말 필요한 것이 거울 같이 비쳐보이는 금속 광택이라고 하면 비싸고 까다롭기는 하지만 미러 크롬 계열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무쇠', '건메탈', '주철'  같은 둔탁한 느낌의 금속 재질을 재현하는 데는 반짝반짝하는 고급 리핑 도료를 쓸 필요는 없을 겁니다.
오토 모델의 차체를 메탈릭으로 도색하는 것 같은 경우 비싼 리핑 도료보다는 리핑 없는 도료가 오히려 진짜 같고요.
이렇듯 용도와 광택에 맞게 경제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용법에 있어서, 거울 광을 내는 미러 크롬 계열 도료는 다음과 같이 최대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1. 본바탕이 매끄러워야 합니다.
    1000방, 2000방 이런 수준이 아니고 바탕면에서 광이 날 정도로 매끄러워야 하기 때문에
    우레탄 프라이머 도료 같은 것을 먼저 깔아줄 필요가 있습니다.
     
  2. 최대한 얇게 뿌려야 합니다.
    우선 에어브러시 압력을 낮게 해야 합니다. 에어브러시 압력이 높을 경우 과다하게 두껍게 뿌려질 확률이 높고요.
    겹쳐뿌린 곳은 광이 탁해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구석구석 잘 뿌려지면서도 최대한 겹치지 않게 주의하면서 한 번에 뿌려야 합니다.
     
  3. 전용 마감제를 올려야 합니다.
    미러 크롬 계열은 손만 대도 변색될 정도로 피막이 약하기 때문에 마감제는 필수이고,
    미러 크롬의 바인더 수지를 녹이지 않는 전용 마감제를 사용해야 합니다.

미러 크롬 계열의 위와 같은 주의사항들은 모두 리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들입니다.
따라서 일반 리핑 도료의 리핑 효과를 높이고 금속 광택을 향상시키는 데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위 내용처럼 엄격할 필요는 없고요, 일반 리핑 도료 사용 시 주의사항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1. 본 바탕이 매끄러워야 합니다.
    우레탄 프라이머까지는 아니더라도 광택이 좋은 유광 블랙이나 유광 화이트 도료로 하지 도색을 깔아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2. 일반 도료보다 좀더 묽게 희석합니다.
    묽게 희석할수록 점도가 낮아서 리핑이 더 잘 일어날 것이고, 도색도 더 얇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급적이면 메탈릭 전용 신너 또는 레벨링 신너를 써야 건조 시간이 길어져 리핑도 더 잘 일어나고 안료들도 더 잘 퍼지게 됩니다.

  3. 가급적 얇게 뿌립니다.
    일반 리핑 도료도 가급적이면 압력을 낮게 해서 얇게 뿌리고, 겹뿌리는 것보다는 한 번에 뿌리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리핑 없는 도료라면 뭐 그냥 일반 도료 칠하듯이 사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이상,  메탈릭 도료 선택과 사용 방법까지 짧게 정리해보았습니다.
모쪼록 도색과 모형 생활에 도움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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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3. 20. 11:26

먹선 색상에 관한 고찰

RG 스트라이크 먹선 작업을 하면서 처음으로 타미야 Panel Line Accent Color를 써보게 됐는데요.
Panel Line Accent Color 그레이의 색이 너무 밝아서 처음엔 걱정이 됐습니다.
이게 건담마커 회색 먹선펜보다 밝은 것은 물론이고, 거의 서페이서의 색과 맞먹을 수준의 밝은 회색입니다만...
'먹선'이라는 어감상 왠지 검정에 가까워야 할 듯한 느낌이고, 제가 지금까지 넣어왔던 회색 먹선도 검정색에 가까운 회색이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실제로 먹선을 넣어놓고 보니 이런 밝은 회색 먹선이 흰색 바탕엔 꽤 괜찮게 잘 어울리더군요.


생각난 김에 먹선이 검정색이 아닌 더 흐린 색이 잘 어울리는 이유에 대해 고찰해봤습니다.
지금까지는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생각 없이 따라서 흰색 바탕에는 회색 먹선을 넣고, 빨간색이나 노란색 바탕에는 갈색으로 넣었는데요.
바탕색 + 검정색의 혼합색으로 먹선을 넣는 것의 과학적인 근거는 대체 무엇일까 이번 기회에 조사도 해보고 또 곰곰이 생각도 해봤습니다.
결국 딱히 적절한 자료는 찾지 못했지만, 그냥 제 생각에^^ 대략 세 가지 정도 이유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물의 패널 라인이라는 것은 조각조각 나뉘어진 외장 패널(판때기)들 사이의 틈입니다.
가장 흔하게는 자동차를 보면 문 틈이라든지 펜더나 범퍼 같은 패널들 사이의 틈새가 패널 라인이죠.

이 차의 패널 라인 근처에서 반사된 빛이 우리 눈에 어떻게 보일지 단면도로 나타내 보면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1. 빛이 외장 패널 표면에서 정상적으로 반사되어 우리 눈에 들어오는 경로를 나타냅니다.
    이부분들의 색상은 정상적으로 밝게 잘 보이겠죠.

  2. 패널 옆면 부분은 그림처럼 패널에 의해 그늘이 지거나, 그늘이 지지 않는 경우라도 빛이 패널 표면보다 비스듬히 비치기 때문에
    1번으로 표시된 패널 표면보다 살짝 어둡게 보이는 것이 보통입니다.
    매우 드문 상황으로 조명 자체의 방향이 아주 비스듬할 경우엔 패널 옆면이 수평 표면보다 더 밝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위 사진에서 도어 뒷부분의 패널 라인 같은 상황이죠.

  3. 패널 라인 사이의 물리적인 틈새는 패널 속의 내부 부품에서 반사된 빛이 보여야 하지만,
    대개의 경우 패널의 그림자 때문에 내부까지 빛이 안 닿고, 따라서 검게 보입니다.

즉, 실물의 패널라인은 패널 옆면(2번)과 틈새 내부(3번) 때문에 빛이 덜 반사되는 관계로 패널 표면(1번) 부분보다 어두워 보이는 것입니다.

모형의 패널라인은 위 그림과 같은 내부구조를 갖지 않고, 부품 표면에 슬쩍 홈만 파여있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런 살짝 파인 홈은 그냥 놔두면 실물 패널 라인만큼 어두워 보이지 않기 때문에 '먹선'을 넣게 되는 것이고요.

실물에서 3번의 틈새 부분은 검정색으로 보이는 것이 맞습니다만, 2번의 패널 옆면은 패널 표면 색에 비해 약간 어두운 정도입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먹선 색깔을 최대한 실물의 패널 라인 톤과 비슷하게 하기 위해서는...
검정색과 패널 옆면의 색을 섞어서 혼합색으로 먹선을 넣어야 맞는 것이 아닐까요?

여담으로 저는 다른 분들 작업 중에 가장 이해 안 되는 것이... 어두운 색 바탕에 밝은 색으로 패널 라인 먹선을 넣는 것입니다.
어떻게 패널 라인이 패널보다 더 밝을 수가 있을까요? 몸 속에서 빛이라도 새나오는 설정일까요?

그리고 또 한 가지, 패널 라인의 굵기와 스케일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시죠.
자동차 패널라인의 경우 폭이 굵어봤자 5mm를 넘지 않습니다.
병기라든지 항공기 같은 경우 더 기밀성이 높아야 하기 때문에 더 패널라인이 좁아야 하겠지만, 편의 상 5mm라고 치도록 하죠.

오토 모형 같은 경우 1/24 스케일이니까 스케일에 맞게 0.2mm 정도의 패널라인을 파놓고 검정색으로 먹선을 넣어도 크게 문제가 안 됩니다.
그렇지만 건담 프라모델 같은 경우 1/100, 1/144와 같은 소축척 모델들이 대부분인데...
스케일에 맞는 0.05mm, 0.035mm 같은 머리카락보다도 얇은 패널라인은 플라스틱 재질과 인젝션 공정 상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반다이 건프라를 보면 패널라인 폭은 0.2~0.3mm 정도 되는 것 같더라고요.
여기에 검정색으로 먹선을 넣는다면 '패널라인 폭이 막 20mm, 40mm 되는 실물 건담'의 모형이 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부자연스럽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실물 비율보다 훨씬 굵게 나온 건프라의 패널라인들을 어떻게 하느냐?
결국 바탕색과 검정색의 혼합색 먹선이 해법 아닐까 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예를 들어 실물보다 4배 굵은 패널라인의 색은 검정색 : 바탕색 = 1 : 3으로 혼합된 색이 되어야 자연스럽습니다.

사진 이미지를 축소할 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패널라인 굵기가 이미지의 픽셀 크기보다 작아질 정도로 사진을 축소한다면, 결국 픽셀 굵기의 혼합색 선이 남는 거죠.
아래 왼쪽 사진은 위 자동차 사진을 축소한 건데요.
오른쪽의 좀더 크게 표시한 사진을 보시면 더 확실히 알아보시겠지만
위 사진에서 새까맣게 보였던 앞 펜더 패널 라인들조차 차체의 은색과 혼합되어 회색처럼 돼버린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유로 착시현상의 일종인 명도대비도 무시할 수는 없겠습니다.
밝은 바탕에 그어진 어두운 선은 명도 대비에 의해 실제 색보다 더 어둡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흰 바탕에 진한 회색의 먹선을 그으면 거의 검정색으로 먹선을 그은 것과 다름 없게 보입니다.
그래서 흰 바탕에는 Panel Line Accent Color의 회색 같은 밝은 회색 먹선 정도가 딱 알맞은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반면에 어두운 바탕의 패널라인은 명도대비가 거의 없어 워낙에 먹선이 잘 안 보이고...
그래서 귀찮게 바탕색과 검정색을 혼합할 필요 없이 그냥 검정색으로 먹선을 넣어도 괜찮은 것이고요.


뭐, 이 정도로 먹선 색상에 대해서 과학을 가장한 추측성 고찰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2009. 11. 5. 08:33

에어브러시를 위한 최적의 도료 농도 맞추기

에어브러시를 처음 잡아본 지 2년도 안 된 제가 감히 에어브러시 강좌를 올린다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최근 에어브러시에 관한 책을 한 권 구입했는데 그 안에 좋은 내용이 있어서 그것을 공유하고자 이렇게 글을 씁니다.

제 경우 에어브러시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최근까지 자주 실수하고 고민해 왔던 것이 '도료의 희석'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도료의 농도에 관한 질문이 도색 관련 질문 게시판에 올라오는 질문들 중에 1위는 아니더라도 수위권 안에 들지 않을까 생각 되고요.
도료의 농도, 희석비라는 것은 저뿐만 아니라 에어브러시를 사용하는 많은 중하수 모형인들에게 있어서 중요하고 알쏭달쏭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에어브러시란 것은
유체가 빠른 속도 흐르면 압력이 낮아진다는 베르누이의 원리를 이용해서
공기를 좁은 통로에 빠른 속도로 통과시키면서 도료를 공기의 흐름 속으로 빨아들이고,
그 빠른 속도로 인해 도료 방울이 아주 잘게 흩뿌려지게 해서 안개처럼 분무하는 과학적인 미술(도색)용구지요.

그런데 모형용 도료의 희석하지 않은 원액은 농도가 아주 높고,
고농도의 도료는 내부의 수지 성분 때문에 끈끈하게 점도(viscosity)가 높아서 잘 빨아들여지지도 않고 흩뿌려지지도 않죠.
그래서 도료의 농도/점도를 낮추기 위해 신너를 섞어 희석해서 뿌려야 되는 것입니다.

그럼 무조건 많이 희석해서 농도를 낮추기만 하면 좋은 것이냐면... 낮은 농도는 낮은 농도 대로 또 문제가 있습니다.

도료의 농도가 낮으면 점도가 낮기 때문에 도료가 도색면에서 '흐르기' 시작하고 '표면장력'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도료가 한쪽으로 쏠려 얼룩이 진다든가 모서리에만 색이 안 칠해진다든가 하는 문제들이 이런 이유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트러블이고요.
그런 문제가 안 생기도록 얇게 뿌리면 색깔이 옅고 은폐력(차폐력이라고도 하죠)이 낮기 때문에 귀찮게 여러 번 덧뿌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도료의 농도는 너무 묽지도 진하지도 않게 '적당하게' 희석하는 것이 가장 좋겠습니다.

그럼 어떤 농도가 적당한 농도냐... 하는 의문이 들 텐데요.
우선은 절대 불변의 만능의 황금 비율 같은 농도는 없다고 보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최적의 도료 농도란 것은 도료 별로 다르고 에어브러시에 따라서도 조금씩 달라지며,
무엇보다도 '무엇을 어떻게 칠할 것이냐?', 즉 용도에 따라 크게 좌우됩니다.


1. 용도에 따른 도료의 농도

1) 높은 은폐력이 필요할 경우 - 도료 농도↑


예를 들어 픽스 풍으로 건프라를 솔리드 컬러로 색칠한다든가 다른 색의 발색을 위한 밑색을 깔아줄 경우,
또는 카 모델의 차체를 매끈하게 칠할 경우, 도색면 아래의 색이 완전히 가려지도록 칠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도료의 농도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좀더 진하게 조정해야겠죠.

2) 은폐력이 낮아야 할 경우 - 도료 농도↓

그라데이션 도색과 같이 칠하는 색과 그 아래의 색이 겹쳐지면서 밑색이 살짝 비치도록 할 경우...
당연히 도료의 농도는 보통의 경우보다 옅게 해야겠죠?

3) 넓은 면적을 칠할 경우 - 도료 농도↑

덴드로비움의 등짝이라든지 스케일 모델의 동체처럼 넓은 면적을 도색해야 될 경우 도료를 넓게 촥촥 뿌려주는 것이 좋겠죠?
넓게 촥촥 뿌려주려면 에어브러쉬의 도료 노즐을 최대 개방하고 고압으로 뿌려야 되겠습니다.

그런데 이 때 도료를 묽게 희석한다면...
위에 말씀 드린 저농도의 문제점인 얼룩, 도료 쏠림 현상 등등의 많은 애로사항을 겪게 될 겁니다.
그래서 티없이 매끈하고 널따란 도색면을 얻기 위해서는 진한 도료 농도가 좋은 것입니다.

경제적인 여건이 허락되고, 맞는 색상만 있다면 넓은 면적은 캔 스프레이 도료로 도색하는 것이 에어브러시 도색보다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구경 0.3mm짜리 3호 에어브러시로는 최대개방을 한다고 해봤자 도색면의 지름은 2cm 정도밖에 안 될 테지만 캔 스프레이는 5cm 이상을 한번에 뿌릴 수 있으니까요.
(캔스프레이는 도료 농도 자체는 일반적인 에어브러시 용 농도보다 진하지는 않지만 기구 구조상 더 넓게 흩뿌려 칠할 수 있는 것입니다)

4) 좁은 면적을 칠할 경우 - 도료 농도↓

MAX식 명암도색을 한다든지 미채(위장 무늬) 도색을 할 경우는 좁은 면적에 섬세하게 도료를 뿌려줘야 합니다.
따라서 에어브러시의 레버를 살짝만 당겨 노즐 구경을 작게 만들어야 하고,
바람이 팍팍 불면 어려우니 압력도 낮아야 됩니다.

이렇게 할 경우 도료 농도가 짙으면 굵은 방울로 뿌려지든지 아예 도료가 나가지 않을 수가 있기 때문에...
도료를 옅게 희석해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네 가지 경우의 예를 들어 봤는데요.
그렇다면 위의 1)~4)에 해당하지 않은 일반적인 경우의 도료 농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야 그냥 일반적인 보통의 적당한 도료 농도로 맞춰서 사용하시는 것이 무난합니다.

이쯤 되면 '대체 그냥 일반적인 보통의 적당한 도료 농도라는 건 기준이 뭐냐?'는 의문이 들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일반적인 농도에 신너를 얼마나 더 섞어야 MAX식 명암 도색에 적당한 묽은 농도가 되며,
넓은 면적에 적합한 진한 도료 농도란 대체 보통 농도의 몇 배나 진하다는 의미인가?
이러한 기준과 측정방법이 궁금해집니다.


2. 도료 농도의 측정방법과 기준

질문 게시판에 많이 올라오는 "에어브러시에 사용할 도료에 신너를 얼마나 섞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같은 질문에 달리는 답변이라면

 1) 도료와 신너를 일 대 몇으로 섞으세요.
 2) 대충 섞고 에어브러시로 뿌려봐서 너무 진하면 신너를 더 섞고, 너무 묽으면 도료를 더 섞으세요.
 3) 아놔 똑같은 질문이 벌써 백만스물한 번째삼. 검색 좀 하지?

이런 류의 답변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1)번의 '도료 대 신너 비율'은 정말 도료마다 다르고 절대적인 기준이 없습니다.

모델링 도료 계의 레퍼런스라고 할 수 있는 GSI 크레오스의 도료들은 원액 자체가 다소 묽은 반면,
국산인 SMP 도료라든지 Finisher's 도료 같은 경우 GSI 크레오스 제와 같은 농도를 맞추려면 신너를 좀더 많이 섞어야 하지요.
그리고 지난 번 사용 후 남은 희석된 도료를 다시 도료 원액과 섞어 보관한 경우,
락커 도료가 아닌 에나멜이나 아크릴 도료를 사용할 경우 등등...
몇 대 몇의 적당한 희석비라는 건 정답이 없고 그때그때 다릅니다.

그리고 2)번의 '뿌려보면서 맞춰가기' 방법은...
고수분들이라면 한두 번의 조절로 최적의 농도를 맞출 때 초보자들은 한두 번의 좌절을 맛볼 수도 있습니다.

일단 에어브러시에 옮겨서 뿌려보고 다시 희석해서 또 뿌려보는 과정 자체가 번거로운 것은 둘째 치고
농도가 너무 진하거나 너무 묽은 것은 알아볼 수 있겠지만 약간 진한 것과 약간 묽은 것은 구별하기 어렵고요.
농도가 너무너무 진해서 에어브러쉬가 막혀버리기라도 하면 일이 훨씬 번거로워질 겁니다.

그런데 제가 최근에 구입한 カンペキ塗装ガイド3 エアブラシ完全攻略(완벽도색 가이드 3 에어브러시 완전 공략)라는 책에
흥미로운 도료 농도 측정방법과 기준이 실려있어서 소개합니다(혹시나... 다들 이미 아시는데 저만 몰랐다는-_-?).

1) 투명한 용기에 도료와 신너를 섞습니다.
2) 용기를 기울입니다. 희석된 도료가 용기 벽에 묻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3) 용기를 재빨리 수평 상태로 되돌려놓고 용기 벽에 묻은 도료가 흘러내리는 시간을 잽니다.

4) 원하는 시간보다 빨리 흘러내리면 도료를 더 섞고, 느리게 흘러내리면 신너를 더 섞은 후 2)번으로 돌아갑니다.

3)번에서 흘러내리는 시간의 측정 기준은 용기 뒤쪽의 사물이 도료면을 투과해서 보이게 될 때까지의 시간을 재면 됩니다.
전기 스탠드 같은 것에 비춰보면 알아보기 편합니다.

용기를 수평으로 되돌린 후 뒤쪽이 비쳐보이기까지 대략 1초가 걸리는 것이 '일반적인 보통 농도'인 겁니다.
그라데이션 도색에 적합한 '묽은 농도'라면 거의 순간적으로 뒤쪽이 비쳐 보일 것이고요.
넓은 면을 칠하기 좋은 '진한 농도'라면 대략 2초 정도 걸립니다.
2초 넘게 걸린다면 에어브러시 도색에 부적합할 정도의 진한 농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도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긴 합니다.
그 자체가 투명한 클리어 도료에는 적용하기 힘들고,
은폐력이 아주 높은 도료나 메탈릭 도료 등등에 대해서는 빛이 투과되는 기준을 조금 달리 해야 할 수도 있겠죠.
또 투명 용기가 없으시면 농도 맞추려고 새로 사기도 그렇고 말이죠.

그렇지만 '일반적인 색상'에 대해서는 도료와 용제의 종류나 조성에 관계 없이 폭넓게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 방법의 강점입니다.

연습을 (피나게-_-) 하셔서 감각을 익히시면
용기가 꼭 투명이 아니더라도, 도료가 클리어 도료나 메탈릭 도료 등등이라 하더라도 응용하실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3. 도료 농도에 따른 에어브러시의 조절

1번 항목에서도 조금 얘기했지만 도료의 농도가 달라지면 에어브러시와 에어 소스(컴프레서)의 세팅도 달라져야 합니다.

농도가 진할 경우 노즐이 막히지 않도록 더 많이 개방해서 뿌려야 하고, 더 많이 개방된 노즐의 끈끈한 도료를 제대로 흩어뿌려내기 위해서는 압력도 같이 높아져야 합니다.
농도가 묽을 경우 한꺼번에 많이 뿌리거나 압력이 너무 세면 도료가 쏠려버릴 수도 있고 물결이나 왕관 같은 모양의 무늬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노즐을 적게 열고 압력도 줄여야 합니다.

이렇듯 도료 농도와 노즐의 개폐도와 에어 압력은 서로 밀접한 상관 관계가 있습니다.
이들 상관 관계는 외우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셋 중 어느 하나가 높아(커)져야 한다면 다른 두 가지도 높아(커)지면 되고,
셋 중 어느 하나가 낮아(작아)져야 하면 다른 두 가지도 낮아(작아)지면 됩니다.

세 가지 요소 간의 상관 관계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출처: カンペキ塗装ガイド3 エアブラシ完全攻略).
◎ 표시는 최적(매우 좋음), ○ 표시는 괜찮음, △는 어려움, x는 불가능함을 나타냅니다.

구경      
 
 
 
농도
 
압력      
 
 
 
농도
 
구경      
 
 
 
압력
 

 

농도의 기준 (2.에서 설명한 도료 흘러내림 테스트)

순식간 1초 2초

 

노즐 구경의 기준 (3호 에어브러시 기준)

 소 중 
도료가 나올락말락 할 정도 반만 개방 최대 개방

 

압력의 기준 (단위: kg중/cm2*)

 저 중 
0.5~0.75 1.5~2 3 이상

* 세상에 압력만큼 다양한 단위를 가진 물리량도 없는 것 같습니다만 몇몇 단위는 거의 같습니다.
1기압 = 1 Bar = 1kg중/cm2 = 0.1 MPa(메가파스칼) 얘네들은 소수점까지 똑 떨어지게 동일하지는 않지만
거의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그대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MPa 단위의 압력계를 사용하신다면 '중간' 압력이 0.15~0.2MPa에 해당합니다)
PSI(pound per square inch, lb/in2으로도 표기)는 미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단위이고 1 기압 = 14.5 PSI로 환산할 수 있습니다.
('중간' 압력이 대략 20~30 PSI에 해당)
그 외에 torr나 mmHg 같은 단위도 있긴 한데 왠지 컴프레서 압력 표시할 때는 거의 안 쓰더군요.

압력은 레귤레이터의 압력계를 보고 알 수 있는데요, 공기가 안 나가고 있을 때보다 에어브러시로 공기가 나갈 때 압력이 좀더 낮아집니다. 공기가 나가고 있을 때의 실제 사용 압력을 맞춰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압력계와 에어브러시 사이에 미니 수분필터를 달았다든지 에어브러시 내부에 풍량 조절 기능이 있는 기종을 사용할 경우에는 이들 기구가 약 30% 정도까지 압력을 잡아먹는다는 것을 감안하여 레귤레이터의 압력계 수치를 그만큼 더 높게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위 그래프에서 보이듯이 높은 농도에는 최대 개방과 높은 압력이 잘 어울리고, 낮은 농도에는 노즐을 조금만 열고 압력도 낮게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래프를 보시면 또 참고하실만한 사항이...
◎인 최적의 상태보다
 1) 농도를 다소 낮게 하거나
 2) 노즐 구경을 약간 크게 하거나
 3) 압력을 조금 높은 방향으로 조절해서 사용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1)~3)의 반대 방향으로 조절하는 것은 농도와 노즐 구경에 비해 압력이 부족하게 되어 도료가 제대로 흩뿌려지지 않아 도색면이 울퉁불퉁해진다든지 하는 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않 좋습니다.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최적의 세팅보다 농도를 기분상 살짝 더 묽게 희석하고, 에어브러시 레버를 기분상 약간 더 당겨주시고, 컴프레서 압력을 아주 살짝 더 올려서 사용하시는 것이 좀더 안전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상 에어브러시에 사용하는 도료의 농도에 대해 몇가지 측면에서 고찰해 보았습니다.
저와 같은 초중급 모델러 분들의 도색(桃色?) 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