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2. 18:34

헤드라이트 워셔 커버 DIY기

차의 헤드라이트 워셔 커버를 하나 분실했습니다.
그게 뭔가 하면 이겁니다.

차 앞유리(윈드실드)에 이물질이 묻었을 때 와이퍼 레버를 당기면 유리창에 워셔액이 분사되면서 와이퍼가 동작해서 닦아주잖아요?
독일제 차는 헤드라이트가 켜진 상태에서 와이퍼 레버를 당기면 헤드라이트 앞에 워셔 노즐이 튀어나와서 헤드라이트에도 워셔액을 뿌려줍니다.
다른 차에도 있나 하고 살펴봤더니만 신기하게도 독일 차에만 있더라고요.

얼마 전 유리창이 더러워서 어두운 데서 워셔액을 작동시켰더니만,
헤드라이트 워셔 노즐이 분사 후 원위치될 때 커버가 살짝 빠졌다가 운행 중에 떨어져 나간 것 같습니다ㅜㅠ

혹시라도 주차장 바닥에 떨어졌을까 싶어 주차장 바닥을 돌아봤지만 헛수고였고...
그날 운행했던 길을 되짚어 가며 뒤져 보는 것은 그야말로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일 듯, 일찌감치 포기했습니다.

서비스 센터에 문의해 보니 도색이 되지 않은 상태의 이 플라스틱 쪼가리 부품 가격만 35,000원이고,
차체색으로 도색하고 장착하는 데 도색비와 공임으로 112,000원을 더 달라고 합니다.
워셔 커버를 끼우려면 앞 범퍼 전체를 탈착해야 한다나 어쩐다나 하면서 말이죠.
도색도 안 된 손가락 두 개 만한 플라스틱 쪼가리가 35,000원이라니...
게다가 요따만한 거 칠하고 끼워 주는 데 11만원이나 받아먹다니...
안 그래도 폴크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태로 뒤숭숭한데 고객한테 이딴 폭리까지 취하다니... 영 맘에 안 듭니다.

그래도 제가 공대 출신에다가 나름 모델러^^;;잖아요?
왠지 괜한 객기가 동해서 부품만 사다가 에어브러시로 직접 페인트를 칠하고 조립해보겠노라고 결심했습니다.
지난 번에 범퍼에 흠집 생겼을 때 까진 부분 덮으려고 터치업 페인트를 이미 사놓았거든요.


그래서 일단은 서비스 센터에 부품만 사러 갔죠.
구입 당시의 부품은 회색 프라이머 서페이서가 뽀샤시하게 입혀져 있어서,
그 위에 바로 색조 페인트와 클리어 코트를 칠할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아쉽지만 그 상태에서 찍어놓은 사진은 없네요

그렇게 AS센터에서 그것만 사고 돌아나오려는데 부품실 직원님이 공짜로 도색을 해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은색 차량 도색 작업 때 제 워셔 커버도 슬쩍 끼워서 도색해주겠다고 말이죠.
저야 마다할 이유가 없죠. 도색 퀄리티 면에서나 광택 면에서나 강도 면에서나 터치업 페인트보다는 전문 도색작업용 페인트가 훨씬 낫고...
행여라도 실제로 도색해주는 것이 아니라 은색 자동차에서 떼어낸 중고부품을 대신 빼돌려 주기라도 한다면 제 입장에서는 더욱 좋습니다.
AS센터의 도색보다는 생산공장의 열처리 공정 등이 훨씬 확실하니 중고품의 도막 강도가 더 우월할 테니까요.

제목에는 DIY라고 적었지만 정작 가장 어려운 도색 부분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버렸네요^^;;
아무튼 부품실 직원님 덕분에 한 시름 덜었습니다.
만약 집에 들고 와서 스스로 도색했다가 실수라도 한다면...ㄷㄷㄷ

이제 장착 공정만 남았는데요.
센터 어드바이저의 말이 완전 거짓말은 아닌 것이, 워셔 커버를 범퍼 위에서 그대로 아래로 끼우면 정확히 장착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폴크스바겐 6세대 제타 차량의 경우 헤드라이트 워셔 노즐 양쪽에 각각 2개 씩 총 4개의 플라스틱 핀이 있고, 워셔 커버에는 그것들을 끼우는 구멍들이 있는데,
이게 차 방향 기준으로 앞에서 뒤로 워셔 커버를 밀면서 끼워야 '딸깍'하고 들어맞게 되어있어서
위에서 아래로 끼우면 제대로 안 끼워짐은 물론이고... 까딱 잘못하다가는 비싼 돈 주고 산 워셔 커버가 파손될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그렇다고 가내수공업 주제에 범퍼 탈착은 말도 안 되는 일이고요.

결국 와이프님을 시켜서 운전석에서 워셔를 작동시키게 하고,
제가 헤드라이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튀어나온 워셔 노즐에 워셔 커버를 끼우는 작전을 세웠습니다.

근데 이것도 말처럼 간단하지가 않답니다.
앞유리 워셔액은 와이퍼 레버를 당기는 동안 지속적으로 뿌려지는 반면에,
헤드라이트에는 '찍'하고 한 번만 뿌리고 바로 워셔 노즐이 다시 들어가버립니다.
느긋하게 워셔 커버를 끼우고 있을 시간적인 여유가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한 번 실패 후에 또다시 헤드라이트 워셔가 튀어나오게 하려면 일단 차 시동을 껐다 켠 후에 다시 와이퍼 레버를 작동시켜야만 하죠.

예닐곱 번 실패한 후에야 겨우겨우 성공했습니다.
한 사람을 더 동원할 수 있다면, 한 사람은 와이퍼 레버를 조작하고, 힘센 사람이 튀어나온 헤드라이트 워셔 노즐을 잡고 버티고,
다른 한 사람이 커버를 끼우는 식으로 3인1조로 작업하면 훨씬 수월할 것 같습니다.
서비스 센터에서도 말로는 범퍼를 탈착하네 어쩌네 하지만
혹시 실제로는 이런 식으로 3인1조로 다른 사람에게 워셔 작동시켜 놓고 붙잡고 끼우는 것 아닐까요?

이것이 최종 결과입니다.
만족스럽네요^0^

앞으로는 워셔액 뿌릴 때는 반드시 주차된 상태에서 하고, 그리고 나서 헤드라이트 워셔 커버가 제대로 닫힌 것까지 확인하려고 합니다.
부득이하게 주행 중에 워셔액을 뿌려야 할 경우에는 잠시 헤드라이트를 끄고 하고요.
밤에 앞차가 흙탕물을 튀겨서 헤드라이트 불빛이 가려지거나 폭설로 한치 앞이 안 보이는 극한의 상황이 아닌 이상
주행 중 헤드라이트 워셔는 안 쓰렵니다.
편리하고 안전하라고 있는 기능이 사람을 오히려 불편하게 하고 안전을 위협하고 있네요ㅎㅎ

그리고 앞으로도 혹시 서비스 센터에서 차량 외장부품을 구입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도색이 안 된 상태의 부품만 구입하고,
부품실 앞에서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짓고 기다려봐야겠습니다^^
국내 메이커였다면 부품 수급이나 장착이 이보다 훨씬 싸고 수월했을 것 같기도 하네요.
Trackback 0 Comment 2
  1. 엔비 2019.06.21 12:49 address edit & del reply

    안녕하세요
    궁금한게 있는데 커버를 노즐에 끼우는건지 분사장치에 끼우는건지 알수있을까요?

    • Favicon of https://velvio.tistory.com Velvio 2019.06.21 13:11 신고 address edit & del

      노즐과 분사장치는 똑같은 말 아닌가요?
      아무튼 헤드라이트 워셔액 분사할 때 올라오는 까만 막대기 같은 부분의 맨위에다가 끼웁니다.
      본문의 사진을 참고하시고, 실차의 헤드라이트를 켜고 워셔액을 뿜으면서 관찰해보시면 감이 오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