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2. 01:04

갤럭시 S3 쓰다가 아이폰 5S로 기변하고 느낀 점 10가지

1년 반 전 제가 갤럭시 S3를 비싸게 구입하고 바로 2주일 후 갤럭시 S3 17만원 대란이 터진... 슬픈 트라우마가 제겐 남아 있습니다ㅜㅜ

다행히 이번에는 2·11 소란?에 무사 탑승하여 다시 아이폰 5S로 저렴한 가격에 갈아탔답니다(사실 씁쓸한 뒷이야기도 있긴 합니다만-_-).

제목에는 기변이라고 썼습니다만 업계 용어로는 기변 아니고 번이가 맞고요.

 

이런 보조금 대란 사태는 숫자놀음에 불과한 점유율 싸움에 엄청난 거액을 쏟아붓는 기형적 마케팅의 산물입니다.

요즘 TV 광고의 반쯤은 통신업체 광고인데... 대체 저 광고비와 보조금이 다 어디서 왔을까요?

통신요금은 요금대로 비싸고, 그 수익이 서비스 품질 개선과 기술/설비 투자에 들어가지 않고 온통 마케팅에만 들어가고 있으니,

결국 선의의 소비자들만 손해를 입을뿐입니다.

보조금 대란에 편승한 제가 이런 말 하긴 뭐합니다만, 아무튼 한국의 통신 시장, 뭔가 대수술이 필요합니다.

 

지난 번에 두 번에 걸쳐(☞링크 1☜, ☞링크 2☜) 아이폰에서 갤럭시로 기변하고 느낀 점을 썼는데요.

반대로 갤럭시에서 아이폰으로 기변한 느낌은... 예전 생각 그대로인 부분도 있는 반면, 새롭게 느끼게 된 사실도 있습니다.

1년 반 동안 스마트폰 업계의 변화도 작지 않았고요.

 

 

1. Look & Feel과 User eXperience

 

아이폰의 좋은 점부터 꼽아가자면 우선 '느낌'이 좋습니다.

심플하고 군더더기가 없으면서도 단단하고 우아하고 부드럽고 깔끔하고 귀엽고 말이죠.

 

故 잡스 옹이 추구하던 철학이기도 하고, User eXperience에 수많은 인력과 정성을 투입하다 보니 확실히 예쁘면서도 사용성이 좋습니다.

iOS 7에서 기존 iOS의 스큐어모피즘(skeuomorphism)을 버리고 미니멀리즘 디자인으로 바뀌었을 때 처음엔 적응이 잘 안 됐지만,

적응 되고 나니 iOS 6가 구닥다리로 느껴질 정도로 iOS 7은 감각적이고 세련됐습니다. 

iOS 7에서 바뀐 요소 중에 저는 특히 리스트 선택 시 나타나는 이 휠 느낌이 좋더라고요.

유저 편의를 위해 선택 아이템이 확대되게 만들어놨는데 아 이게 마치 진짜 휠 위에 확대경이 놓여있는 것 같은 모습을 잘 흉내냈습니다.

잠금 해제 시 아이콘들이 사방에서 날아와 박히는 것도 재미 있고, 폰을 기울일 때마다 배경화면이 아이콘 뒤에서 움직이는 효과도 재밌고,

UX의 애니메이션 효과 등이 전반적으로 참 부드럽고 우아해요.

 

아이폰 UX의 또다른 장점은 일체감, 통일감입니다.

안드로이드의 자유분방한 모양과 크기의 아이콘도 나름 괜찮지만,

역시 아이폰의 통일된 모양과 크기의 아이콘이 질서정연한 느낌도 들고, 아이콘과 여백의 황금비율이랄까 미적으로도 좋습니다.

 

그리고 안드로이드 갔다가 아이폰으로 돌아와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폰에서는 애플 앱 이외의 앱들도 UX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습니다.

왼쪽 화면 가장자리부터 오른쪽으로 스와이프하면 이전 페이지, 반대로 스와이프하면 다음 페이지가 나온다든지,

리스트 아이템을 왼쪽으로 스와이프하면 삭제를 할 수 있다든지 하는 iOS 특유의 UX가 서드 파티 앱에서도 어느 정도 먹힙니다.

반면에 안드로이드 앱들은 UX가 좀더 제각각이라 앱마다 조작법에 익숙해지려면 다소의 시행착오가 필요하고요.

 

또 요즘 안드로이드 폰들은 기능 경쟁이라도 하는 것인지 정말 아무도 쓰지 않을 듯한 기능들이 한가득 들어가는 것이 보통인데요.

아이폰은 기능 하나를 구현하더라도 더 아름답게, 더 사용성 좋게 만드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생각되네요.

물론 안드로이드에서 베껴간 요소들도 더러 있긴 합니다만^^

iOS 7의 제어센터 따위 안드로이드의 짝퉁이라고 생각했지만... 만져보니 '역시 애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어센터를 열어서 와이파이나 블루투스를 껐다켰다 하려고 해보죠.

갤럭시 S3의 경우 커다란 폰의 맨 위에 버튼들이 위치돼서 한 손 조작이 불편하지만

아이폰은 폰도 작은 데다가 버튼이 화면 중간 쯤에 위치하기 때문에 폰을 쥔 손의 엄지로 쉽게 탭할 수 있습니다.

 

정말 아이폰의 다른 모든 것이 안드로이드 폰보다 뒤떨어진다 하더라도(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만^^;;)

look & feel과 UX의 우월성만으로도 아이폰을 선택하겠다는 사람들이 꽤 되며, 어느 정도 수긍할 만하다고 생각됩니다.

 

 

2. 작은 화면의 딜레마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폰을 쓸 때라든지... 실생활에서 폰을 한 손으로 조작할 수밖에 없는 경우는 의외로 많습니다.

저는 손가락도 짧은 편이고-_-, 한 손으로 조작해야 할 경우도 많습니다.

작은 폰이 아담하고, 들고 다니기도 편하고, 셔츠 가슴 주머니에도 들어가고, 암튼 저는 큰 폰보다는 작은 화면의 작은 폰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안드로이드 폰 중에는 아이폰처럼 작은 폰이 정말 없어요. 기껏 찾아도 동세대 다른 폰보다 스펙이 많이 떨어지든지 하죠.

갤럭시 S3는 한 손 조작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한 손으로 쥐고 위쪽 귀퉁이를 터치하려면 파지가 불안정해져 폰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습니다.

아이폰은 화면 사이즈뿐만 아니라 설계 철학 자체부터 한 손 조작을 목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위에 얘기한 제어센터의 예처럼요.

 

저는 "작은 화면은 문제가 없다. 해상도만 충분히 높다면 그냥 가까이서 보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있었습니다.

실제로 동영상 감상 같은 건 그냥 좀더 가까이 들여다 보면 작은 화면이라고 감흥이 덜한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갤럭시 S3에서 아이폰 5S로 바꿔 들자마자 바로 작은 화면의 단점 한 가지를 발견했는데요.

오타가 잘 난다는 겁니다.

오타가 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겠지만 그 첫번째가 바로 화면 사이즈죠.

사진을 보시면 한 눈에도 키보드 크기가 확연히 차이 납니다.

설상가상으로 제가 갤럭시 S3에서 사용하던 구글 단모음 키보드는 키 간격이 일반 2벌식 키보드보다 더 넓거든요.

어느 정도는 적응의 문제이긴 하지만 물리적으로 이렇게 대놓고 크기 차이가 나다 보니 오타율에 어떤 물리적 하한선 같은 게 생긴 느낌입니다.

뭐... 셔츠 주머니에도 쏙 들어가는 아담한 사이즈와 한 손 조작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희생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3. 터치감이 다르다, 달라

 

1년 반 전에 아이폰 3GS 쓰다가 갤럭시 S3로 바꿨을 때는 조작감 적응이 어렵긴 했지만 타자 자체에서 오타가 생기는 일은 거의 없었거든요.

아이폰으로 다시 돌아와서는 거의 1주일이 오타와의 전쟁이었고, 결국 오타의 원인 세 가지를 밝혀냈습니다.

한 가지 이유는 위에 설명한 화면 크기이고요, 나머지 두 가지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의 터치 인식 차이 때문이었습니다.

아이폰에서 갤럭시로 넘어갈 때는 화면이 더 커진 관계로, 터치 인식 방식이 달라도 폰이 대충 알아먹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나봅니다.

이번에 작은 화면으로 돌아오니 터치 인식 차이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왜 이리 원하는 부분이 터치되지 않는지 정말 오래 고생했습니다.

 

터치 인식 차이 중 한 가지는, 아이폰이 실제 물리적으로 터치된 지점보다 좀더 위쪽이 터치된 것으로 인식한다는 사실입니다.

원래 사람은 '손끝이 가리키는 곳'에 심리적으로 집중하게 돼있습니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폰을 터치하게 되면 손 끝보다 꽤 아래쪽의 손가락 불룩한 부분이 스크린에 닿게 되죠.

안드로이드 폰은 그래도 곧이 곧대로 정직하게 스크린에 닿은 위치를 인식하는데,

아이폰은 실제 터치지점보다 좀더 위쪽을, 즉 위 그림처럼 좀더 손끝 위치에 가까운 지점을 터치한 것처럼 인식합니다.

아이폰에서 뭔가 인간의 심리를 잘 이해해서 인체공학적으로 배려해주긴 했는데...

안드로이드의 곧이곧대로 터치에 적응된 사람이 아이폰을 쓰려면, 의식적으로 좀더 아래쪽을 탭하는 식으로 재적응 훈련이 필요합니다.

 

원하는 대로 터치되지 않는 또 한 가지 이유는 팜 리젝션(palm rejection) 때문입니다.

요즘 아이폰과 아이패드 모든 제품에는 팜 리젝션, 즉 폰을 쥔 손바닥의 터치를 무시하는 기능이 들어있습니다.

솔직히 갤럭시 S3는 팜 리젝션이 안 되기 때문에 폰을 잘못 건드려 원치 않는 동작을 해버릴 경우가 많았는데요.

반대로 아이폰은 팜 리젝션을 너무 잘 해서... 손바닥이 아닌 손가락으로 터치를 해도 터치가 스크린의 가장자리에 닿으면 무시해버립니다.

 

키보드에서 'ㅂ'이나 'ㅔ' 같은 가장자리에 있는 글자를 칠 때나, 앱에서 화면 좌우 양쪽의 화살표를 탭해야 하는 경우,

터치가 털끝만큼이라도 화면 가장자리에 닿으면 묵묵부답 무반응인 겁니다ㅜㅜ

아이폰에서 화면 가장자리에 가까운 곳을 터치해야 할 때는 꾹 누르지 말고 살짝, 약간 화면 가운데 쪽으로 치우쳐 터치하는 것이 비결이더군요.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그런지, 이런 터치감의 차이는 뭐 1~2주 지나니까 익숙해져서 얼추 원하는 대로 조작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화면이 큰 폰으로 갈아탈 경우에는 대충 터치해도 폰이 대충 잘 알아먹으니까 더 단기간에 익숙해질 것 같고요.

반대로 노트 사이즈의 커다란 폰을 쓰다가 아이폰으로 넘어오실 경우는 어쩌면 2주 이상 고생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4. 이젠 아이폰에서도 멀티태스킹이 되네

 

1년반 전 제가 아이폰을 떠나갈 때만 해도 아이폰은 멀티태스킹을 흉내만 낸 수준이었고, 진정한 멀티태스킹이 아니었습니다.

은행 앱에서 송금할 때 보안카드 앱으로 전환했다가 다시 은행 앱으로 돌아가면, 은행 앱 세션이 종료돼서 송금이 불가능했습니다.

또 아이폰을 만보계로 쓰려면 하루 종일 만보계 앱을 메인화면에 띄워놓은 상태로 써야 했고요(이건 뭐... 쓰지 말란 얘기죠-_-).

 

이번에 아이폰으로 돌아오면서 그런 불편은 어느 정도 감수하겠노라 각오를 했는데...

아니 iOS7에선 진짜 멀티 태스킹이 되는 겁니다.

지금은 은행 앱과 보안카드 앱 간에 왔다갔다 하면서 스마트폰 뱅킹이 가능하고.

만보계를 메인으로 띄워놓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백그라운드 실행으로 만보계의 뱃지에 표시된 걸음 수가 늘어나요.

애초부터 멀티태스킹이 제대로 되는 안드로이드 폰 사용자는 "그게 뭐가 신기한데?"할지도 모르지만

예전 아이폰에선 꿈도 못 꾸던 혁명적인 일이거든요^^

멀티 태스킹을 비롯해서 기존 아이폰에서 불편했던 것들이 하나씩하나씩 개선되어 가는 느낌입니다.

반대로 안드로이드에서 불편했던 요소들도 버전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좋아지고 있고요.

사용의 편의성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들은 궁극적으로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가 거의 같아지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5. 역시 주변기기는 아이폰

 

제가 뭐 주변기기를 그렇게 많이 쓰는 것은 아닙니다만...

제가 써본 HDMI 변환 케이블과 블루투스 이어폰만 보아도 퀄리티와 편의성의 차이가 느껴집니다.

 

HDMI 변환 케이블은 폰의 화면을 TV 등에 표시하기 위해 폰의 포트를 HDMI 단자로 연결시켜 주는 변환 케이블인데요.

아이폰 용 HDMI 변환 케이블은 그냥 꽂으면 되지만, 갤럭시 S3 용은 별도의 전원 어댑터를 연결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폰용 케이블에도 전원 어댑터를 꼽을 수는 있지만 그건 폰 충전용 옵션인데 비해, 갤3용은 어댑터를 안 꽂으면 화면이 아예 안 나옵니다.

그래서 선 연결이 참 복잡해지죠.

 

그리고 블루투스 이어폰도 아이폰 쪽이 사용성이 좀더 좋습니다.

갤럭시 S3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연결하면 폰의 소리 볼륨 조절이 따로 되고, 이어폰의 볼륨 조절이 따로 됩니다.

IPTV 셋탑박스를 TV에 연결해서 보실 때 셋탑박스 볼륨 조절이 따로 있고, TV 볼륨 조절이 따로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최종적인 소리 크기 = 폰 볼륨 + 이어폰 볼륨이 되죠.

하지만 아이폰에 연결하니 볼륨조절이 일원화되어,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볼륨 조절 버튼을 누르면 그냥 아이폰의 볼륨이 조절되더군요.

당연히 이 방식이 덜 번거롭고 이해하기도 쉽습니다. 

그리고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음악 감상 도중에 전화가 오면 갤3에서는 일단 무조건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통화를 시작하게 되어 있는데,

사실 제 블루투스 이어폰은 운동 모드로 세팅해놓으면 마이크 위치 때문에 통화하기가 좀 안 좋거든요.

그래서 매번 전화가 올 때마다 번거롭게 꼭 폰에서 블루투스 아이콘을 탭해서 폰으로 통화하도록 바꿔줘야 합니다.

그런데 아이폰에서는 한 번 그런 식으로 폰 통화 모드로 바꿔주면 다음부터는 음악 감상 중 전화가 올 때 처음부터 폰으로 통화가 돼서 편합니다.

 

그리고 갤3에서는 음악을 듣다가 일시 정지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블루투스 이어폰 버튼으로는 다시 플레이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반드시 폰에서 음악 앱을 열어 플레이를 시켜야만 음악이 다시 재생되죠.

반면에 아이폰은 일시 정지 후 아무리 한참 지난 후라도 블루투스 이어폰의 플레이 버튼으로 음악을 다시 플레이시킬 수 있더군요.

또 아이폰에는 스테이터스 바에 블루투스 이어폰의 배터리 상황도 표시되는 등 좀더 세심한 배려가 돋보입니다.


스마트폰 주변기기는 이런 것들 외에도 독, 스피커, 키보드나 그 외의 각종 신기한 것들도 많은데요.

전반적으로 아이폰 용 주변기기가 종류도 많고 퀄리티가 더 낫습니다.

결국은 '파편화'가 문제인데, 안드로이드는 폰이 참 각양각색인 반면에 아이폰은 종류가 훨씬 적죠.

아이폰 5S는 사이즈도 모양도 아이폰 5와 똑같이 생겼을 정도고요.

안드로이드 vs. iOS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안드로이드의 우세이지만 단일 하드웨어 모델 단위로는 아이폰 쪽이 훨씬 점유율이 높습니다.


안드로이드 폰은 워낙 다양하다보니 주변기기를 각각의 폰에 딱 안성맞춤으로 만들기도, 모든 폰에 대해 충분한 동작 검증을 하기도 어렵죠.

그래서 안드로이드 주변기기는 주로 폰 회사에서 만든 순정 제품이 주류이고, 대상 시장 자체가 좁다 보니 가격 대비 퀄리티도 그다지^^;;

하지만 아이폰 주변기기는 하나 잘 만들면 팔 수 있는 시장이 크기 때문에 주변기기 전문 서드파티 회사에서 경쟁적으로 더 많이 더 잘 만듭니다.

동작 테스트도 단지 몇 종류의 폰/패드에 대해서만 하면 되니까 검증도 좀더 잘 돼있고요.

스마트폰 주변기기 쪽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역시 안드로이드보다는 아이폰이 답일 듯합니다.

 

 

6. 역시 배터리도 아이폰?

 

확실히 아이폰 5S는 갤럭시 S3에 비하면 배터리 줄어드는 속도가 반밖에 안 됩니다.

동일한 LTE 조건이었고, 비교에 사용한 갤럭시 S3의 배터리는 최근에 교체한 신품이라서 나름 공정한 비교였습니다.

아이폰은 크기도 작은 것이 참 대단하지요.

탈옥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갤럭시 S3보다 배터리 지속시간이 2배나 오래 가다니요.

 

그러나... 광탈의 갤3보다 두 배 오래 간다고 해봤자 고작 8~12시간입니다.

중요한 타이밍에 꺼지지 않고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아이폰 5S 역시 집과 직장, 양쪽에 충전기를 비치해야만 합니다.

요즘 폰들은 LTE 모뎀이 워낙 파워 소모가 크고, 프로세싱 파워도 높아지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인가 봅니다.

아이폰 3GS 때는 배터리가 거의 하루 가까이 지속됐기 때문에 충전기를 집에만 둬도 충분했는데 말이죠.

 

평상시 외근을 많이 다니시고, 전화 쓸 일이 많으신 분들은 아이폰이 배터리 교체가 안 되는 것이 문제가 되겠지만...

그런 분들을 제외하면 1년반쯤 전만 해도 배터리 교체는 안 돼도 지속시간 자체가 더 긴 아이폰이 월등히 좋았더랬는데 말씀이죠.

현세대 아이폰은 비록 '동급 최강' 배터리 지속시간이긴 하나, 어차피 하루를 못 버티기 때문에 절대적 우위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하루 이상 버티는 큼지막한 배터리가 들어가는 더 상위 체급의 노트 기종이 배터리 계의 챔피언이죠.

 

유출 사진에 따르면 이젠 애플에서도 대형 폰이 나올 것 같기도 합니다만...

그러면 다시 챔피언을 탈환할 수 있을까요?

 

 

7. 용량 용량 용량

 

제가 구입한 아이폰 5S는 '대란용' 16GB 모델이기 때문에 용량이 부족합니다.

지금 보면 눈이 침침해질 정도로 화면 해상도 낮은 아이폰 3GS에서도 32GB를 썼고, 갤3에선 내장 32GB, 외장 32GB로 도합 64GB를 썼는데

아이폰 5S가 16GB라니 그야말로 쪼그라든 거죠.

게다가 OS와 필수 데이터가 이미 3GB 정도를 잡아먹고 있기 때문에 실제 사용자 용량은 13GB가 채 안 됩니다.


지금까지 32GB나 64GB를 쓸 때도 거의 메모리를 꽉꽉 채우고 다녔거든요.

제 사용량 패턴을 보면 음악, 동영상, 사진 같은 멀티미디어 데이터가 대부분이었고, 앱도 참 가지가지 깔아서 앱 용량도 무시 못했습니다.

 

이제 앞으로 한 2년간은 16GB짜리 5S를 사용할 수밖에 없으니 사용 패턴에 변화가 필요합니다.

당분간 쓸 일이 없는 앱들은 바로바로 지워서 용량을 확보해야 할 듯합니다.

Pages나 Numbers는 아이폰/아이패드 신규 구입자에게 무료라고 해서 받아놓긴 했지만, 용량에 위기가 닥칠 경우 정리 대상 1순위입니다^^

그리고 게임도 용량을 많이 차지하니, 현재 플레이 중인 게임 한두 개만 남기고 다 지우려고요.

 

음악, 동영상 같은 멀티미디어 데이터는 최대한 클라우드 서비스 같은 것을 이용해서 폰이 아닌 서버에 올려놓고 필요할 때만 받아 쓰려 합니다.

지금은 KT와의 계약 상 무지막지한 LTE 데이터 요금제를 유지해야 하니 이런 사용 패턴도 가능합니다만... 석 달 후엔 어찌 될지-_-

앞으로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대세니까 단말기 용량이 그다지 필요 없는 시대가 오겠지요.

아마도 아이폰 5S는 그 이전에 수명을 다하겠지만^^;;

 

아무튼 살다살다 참 오랜만에 이런 코딱지 만한 용량에 데이터 구겨넣느라 생쑈를 부리게 됐네요.

외부 메모리 증설이 불가능하고, 내부 용량 기껏 16GB 늘리면서 10만원이나 더 받아처먹는 애플의 상술은 분명히 비난 받아 마땅합니다.

 

 

8. 탈옥이 능사는 아니구나

 

☞지난 번 글☜에도 썼지만, 순정 아이폰은 안드로이드에 비해 미디어 코덱, 파일 전송, 화면 꾸미기, 키보드 변경 등이 불가능하거나 불편해서

아이폰으로 오게 되면 반드시 탈옥을 하리라고 마음먹었고, 실제로 바로 아이폰 5S 구입 다음날 탈옥을 했습니다^^

 

1년 반 전에 비하면 탈옥 환경도 좋아졌습니다.

그냥 PC에 연결하고 탈옥 툴을 클릭하기만 하면 되고 말이죠.

예전엔 탈옥하면 금융 앱은 못 쓰는 줄 알았는데, tsProtector P라는 유료 Cydia 트윅(탈옥 폰 전용 앱)을 설치하니 금융 앱도 잘 되더군요. 

하지만 탈옥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곧바로 깨닫게 된 한 사건이 있었으니...

제가 나름 구글 단모음 키보드 예찬론자이다 보니(☞참고☜) 아이폰에서도 구글 단모음 키보드를 쓰고 싶었습니다.

제가 탈옥한 다음날 구글 단모음 키보드를 지원하는 Cydia 트윅 'Yookey Pro for iOS 7'이 출시되어 옳다꾸나 하고 거금 $4를 주고 깔았습니다.

 

아 진짜 욕 나오더군요. 살다 살다 이렇게 버그 많은 유료 프로그램은 처음 봤습니다. 홈페이지에 문의를 올려도 묵묵부답이고 말이죠.

1주일 만에 버그는 해결되긴 했지만, 동작도 안 하는 물건을 돈 받고 팔며 일언반구 사과도 없는 것은 최소한의 상도덕도 없는 거죠.

게다가 이 Yookey Pro는 유료인데도 안드로이드의 무료 앱 '반츄 키보드'보다 안 좋아요.

 

OS도 iOS 7으로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가 CPU도 아이폰 5S에서 64bit 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탈옥 앱들이 불안정합니다.

앞으로도 OS나 하드웨어에 변화가 올 때마다 한 차례씩 이런 사태를 치르고 가겠죠.

Cydia는 어쨌든 블랙 마켓입니다. 공식 앱스토어나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앱보다는 책임과 지원이 미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뭐 그렇다고 순정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은 아니고요^^ 탈옥할 때는 자신이 위험과 책임을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거죠. 

또 아이폰에서 가장 아쉬운 것 중 한 가지가 위젯인데, 위젯은 탈옥을 해도 별로 신통치 않더군요.

탈옥 아이폰용 위젯은 기껏해야 시계, 날씨, 달력 같은 것들 뿐이고 안드로이드의 각종 다양한 기능의 위젯들은 거의 없어요.

위 화면은 제가 갤3에서 애용하던 통신 사용량 위젯, 만보계 위젯, 사진액자 위젯인데요. 아이폰에선 탈옥해도 이런 위젯은 없습니다.


아이폰에서 사용량 확인은 위젯이 아닌 통신사 고객센터 앱으로 봐야 하는데,

사용량의 실시간 업데이트도 안 되고, 올레 고객센터는 버그 투성이라 5S에서는 로그인조차 안 되고 말이죠.

 

 

 

9. 한국에서 아이폰을 쓴다는 것

 

 

스마트폰 같은 유형의 제품은 네트워크 효과라는 것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네트워크 효과 혹은 네트워크 외부성(network externality)이란 어떤 재화가 홀로 존재할 때는 거의 아무런 가치를 가지지 않으나,

같은 재화를 소비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네트워크 연결을 통해 그 재화로부터 얻는 효용이 증가하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지난 1년반 동안에 한국의 안드로이드 : iOS 점유율 격차는 더더욱 벌어져서 이제는 9 : 1쯤 되는데요, 점유율이 높을수록 많은 면이 유리합니다.

한국에서 나온 앱이나 서비스는 이제 확연히 안드로이드 쪽을 더 발빠르게 잘 지원해줍니다.

예를 들어 위 화면은 카카오톡 무료 이벤트 이모티콘 페이지인데요. iOS에 비해 안드로이드 쪽이 훨씬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또 제가 기변 당시 애니팡2라는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안드로이드에서 쏠쏠하게 뿌려주던 무료 아이템들이 아이폰에선 뚝 끊겼고요.

그리고 안드로이드에서 애용하던 앱 중에 Noom 다이어트 코치라는 앱이 있는데, iOS 판은 완전 다른 앱이던데요.

제가 Noom에서 가장 즐겨 사용하던 기능이 실시간 운동 트래킹 및 기록 기능인데 iOS 판에서는 껍데기뿐이고, 전반적으로 미흡하더군요.

 

어느 한 쪽 OS에 특별한 애착이 있다거나, 뭔가 부득이한 이유가 있다거나, 저처럼 양쪽 모두 번갈아 가며 한 번씩 쓰고 싶으신 게 아니라면...

그냥 주위 사람들이 많이 쓰는 폰을 구입하시는 것이 속 편합니다.

 

 

10. 결론: iOS와 안드로이드

 

결론은 ☞지난 번 글☜과 비슷합니다.

개인에 따라 어느 한쪽이 좀더 취향에 맞을 수는 있지만, iOS와 안드로이드 모두 저마다의 장점이 있고, 체계가 잡혀 있습니다.

어느 쪽도 쓰레기 취급을 받으며 가루가 되도록 까여야 할 수준은 분명 아닙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전세계의 몇억명이나 되는 iOS 또는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이 전부 바보라서 그걸 쓰는 걸까요?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서 어느 한쪽 제품에 익숙해지면 실제로는 불편사항이 존재하는데도 불편을 못 느끼게 되며,

다른쪽 제품을 만져보면 단지 낯설고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안 좋다, 불편하다' 느끼기 마련인 것입니다.

반대 진영 제품도 실제로 써보고 익숙해지면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장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나 iOS를 까고 욕하는 사람들은 욕하는 진영의 최신기기를 진득하게 한 달이라도 써보고 욕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먹어보지도 않고 편식하는 건 안 좋아요. 인생의 일부를 손해보는 일입니다.

 

저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2년 정도 아이폰 잘 쓰고서, 그 후에는 또다시 안드로이드로 갈아타볼까 합니다.

다음번에는 삼성폰 말고 구글 레퍼런스 폰 영입을 고려 중입니다. 물론 싸게 나올 경우에^^

 

아, 그리고 OS 갈아타기를 고려중이신 분은 주소록에 사람 이름 저장할 때 성 따로 이름 따로 넣지 마시고 '이름'에만 세글자를 모두 넣으세요.

안 그러면 아이폰에서 안드로이드로 가실 때 성과 이름이 뒤집힙니다.

 

간혹 보면 다른 제품을 써보고 싶지만 앱스토어나 플레이 스토어에 유료 앱 구입한 것이 너무 많아서 못 가겠다는 분도 계신데요.

저도 1년 반 전에 아이폰을 떠나며, 10만원 어치 이상 사서 쟁여놨던 앱스토어 유료 앱이 아까워 하염없이 눈물 흘렸던 기억이 생생한데...

1년 반만에 돌아와 보니 구입했던 유료 앱 중에 아직도 쓸 만한 건 거의 없더군요-_-

게임 같은 것들은 뭐 이미 유행 다 지났고,

당시 특이한 기능으로 눈길을 끌었던 신기한 유료 앱들은 이미 더 뛰어난 다른 (게다가 무료) 앱들에 잠식당한 경우도 많고 말이죠.

 

앱의 수명이란 게... 고작 1년 남짓밖에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막 100만원 이상 질러놓으신 게 아니라면 미련 없이 떠나셔도 무방합니다.

 

 



 

이상,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를 왔다갔다하면서 느꼈던 여러가지 생각들을 또 한 번 정리해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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