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2. 09:08

MG RX-0 유니콘 건담 2호기 밴시 제작기 #1 - 표면정리

제가 건프라에 (본격적으로) 손 대기 시작한 것도 어느덧 5년이 다 되어 갑니다만...
5년동안 만든 완성작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밖에 안 됩니다.

아이 키우는 직장인 분들이 다들 그러실 테지만 취미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도전도 하고 싶고, 고수 분들 작례도 따라해 보고 싶고, '특별한 나만의 무엇'도 추구하고 싶어서...
개조에, 개수에, LED에, 메탈 디테일업에, 패널 라인 추가에, 명암 도색에, 특수 도료에, 별의별 시도들을 많이 하다 보니...
괜히 고민하고, 시도하고, 노가다하고, 실패하고, 포기하고 하느라 시간만 흐르고 흘러...
이제 와 돌이켜 보니 힘들기만 하고, 남는 것도 없고 허무한 것 같습니다ㅜㅜ

원래 취미생활이란 이런 게 아닐 건데 말이죠.
아무 생각 없이 조립만 해도 참 즐겁고, 그냥 에어브러시 쥐고 색깔 뿌려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 좋은데 말이죠.

그래서 앞으로 한동안은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자고 결심했습니다.
괜히 특별하고 자랑스러운 뭔가를 만든답시고 깔짝대느라 결과물도 못 내고 시간만 흘려보내는 것보다는
그냥 매뉴얼 대로 스트레이트로 만들면서... 작업 과정 그 자체의 순수한 즐거움에 집중함과 동시에 결과물 내는 속도도 올려 보려고요.
생각대로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_-


귀찮은 작업 없이 매뉴얼 따라 스트레이트 빌드만 해도 만족감이 높은 모델은 역시 인젝션, 그 중에서도 MG와 RG 그레이드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당분간 MG 아니면 RG만 제작하려고 하고요, 이번 대상은 MG 밴시 되겠습니다.

밴시는 최신 킷을 가장한 전통의 우려먹기 사골국물 MG 유니콘의 배리에이션 킷인데요.
MG 유니콘 하면 마스크 키우기, 혀 늘리기, 목 늘리기, 어깨 키우기, 허벅지 줄이기 등 이미 정석으로 굳어진 개수 패턴이 있습니다만...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고, 속도를 우선하기로 했으니 개수 같은 건 일절 안 할 겁니다^^

그래도 인간적으로 뿔은 뾰족하게 갈아주고, 면수축 정도는 잡아주는 것이 도리겠죠^^?
근데 얘는 뭐 이렇게 삐죽삐죽 튀어나온 뿔도 많고, 게다가 가동식에 유니콘 모드 고정식에 디스트로이 모드 고정식에... 뿔 부품 숫자도 많은지-_-

뿔이 워낙 많다 보니 하나하나 뿔끝을 뾰족하게 갈아낸다기보다는 둥그스름 뭉뚝한 엣지들만 살짝 잡아주는 식으로 갈아... 엇!

아니 이건 도대체ㅈㄱㅁ대ㅑㅗㅊ수ㄱ재ㅠㅁㅈ표ㅣㅕ뮤ㅔ!!?!ㅠㅜ
멘붕 회복 후 곰곰이 생각해보니 며칠 전에 아이가 밴시를 떨어뜨렸는데 그 때 뿔에 금이 갔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사포질 하는 동안 부러져버린 거죠ㅜㅜ
그냥 접착만 해버릴까 하다가...
돌출되어 걸리는 부분이라 또 부러질 가능성이 높은 관계로 0.5mm 황동선을 잘 박아서 보강해준 후에 접착하고 퍼티를 발랐습니다.
아무튼... 뿔끝을 뾰족하게 만든다기보다는 엣지를 강조한다는 느낌으로 갈았고요.
유니콘 모드에서 정면에 오는 뿔의 엣지 부분은 특히 신경 써서 날카롭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저는 고정식 뿔을 선호하는 관계로 가동식은 내버려두고 고정식 뿔들만 갈아주었습니다.
흰색 유니콘일 때는 잘 몰랐는데 남색의 밴시 표면은 면수축이 눈에 참 잘 보이고... 그야말로 '모든 곳'에 수축이 있군요!-_-
특히 길쭉하고 넓데데한 부품들이 많은 암드 아머 같은 경우 아주 올록볼록 난리네요-_-
그래도 뭐 인젝션의 수축은 퍼티를 쓰지 않고 열심히 사포질해주는 것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죠.
아 근데 밴시는 부품이 또 왜 이리 많은지-_-

수축은 외장 장갑에만 신경쓰기 쉽지만 사이코 프레임에도 있습니다.
특히 가슴 사이코 프레임의 수축은 MG 유니콘/밴시 부품 전체를 통틀어 가장 깊은 수축이라서 확실히 다듬어줘야 합니다.
이 부품은 패널 라인들이 얕아서 사포질 도중에 지워져버릴 수 있기 때문에 패널 라인들을 다시 깊게 파주었습니다.
사이코 프레임은 클리어 도색 예정이라서 퍼티와 서페이서도 사용하지 않고, 2000방짜리 고운 사포로 표면을 마무리해줬습니다.


그리고 ☞지난 번 리뷰☜에도 언급했지만 허리의 회전 가동을 위해 유니콘 건담 OVA판의 엉덩이 부품을 슬쩍 해왔습니다.
휑한 뒷무릎을 커버하기 위해서 유니콘 건담 OVA판에서 남는 구형 뒷 종아리 부품들을 가져왔고요.


아근데 여기까지 딱 기본만 하고 도색작업 단계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방구석에 쌓인 레진 핸드랑 메탈 버니어들이 눈에 밟히는 겁니다.

전에 레진 핸드를 저렴하게 구할 기회가 있어서 RX-78NT-1 알렉스용 1/100 레진 핸드를 예닐곱 세트나 구해다 놨는데...
아직 한 세트도 안 썼는데...
요즘 나오는 MG들은 디테일이 괜찮은 고정손이라서 앞으로 레진 핸드 쓸 일 없을 것 같아 고민인데...
때마침 MG 밴시가 디테일 딸리는 구식 MG 가동손이라 레진 핸드로 교체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OVA판 밴시의 무기 형태 상 주먹손과 편 손 정도만 제작해도 되겠지요?
그런데 레진 핸드가 손목 연결부품이 짧고 볼관절도 작아서 손목 연결부품은 이식해줘야 할 듯하네요.

메탈 버니어 제품들도 예전에 꽤 많이 사재기해놓고는 안 쓰고 있었는데...
때마침 밴시 버니어 크기와 딱 맞는 비슷한 사이즈의 모델업제 메탈 버니어가 숫자도 딱 맞게 8개가 방구석에 있는 겁니다.
그래서 버니어들도 메탈 버니어로 교체해줄 생각입니다.
위에선 질보다 양이네, 속도를 내겠네 어쩌구 얘기해놓고선
이것저것 시간 잡아먹는 작업들을 꾸역꾸역 집어넣고 있고... 뿔 파손 같은 돌발 사태도 발생하고...
이거 참 잘 될지 걱정입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