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6. 15:57

스틱!(Made to Stick) - 1초 만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에 숨겨진 6가지 법칙


회사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인데, 읽고 나니 너무 내용이 좋아서 소장하려고 구입했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상대방의 뇌리에 스티커처럼 착착 붙는 메시지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선거운동 문구, 프레젠테이션, 광고, 회사의 비전, 신문 기사 등등... 듣는 이의 마음 속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가 필요한 분야는 많죠.
하다 못해 이렇게 블로그나 카페에 올리는 글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끝까지 읽고 싶어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게 글쓴 이의 인지상정입니다.

이 책의 저자들이 발견해 낸 '스티커 메시지'의 특성은 다음의 6가지였습니다.
이 6가지 요소만 갖춰주면 아무리 창의성이나 말재주가 없는 사람이라도 강력하게 전달되는 메시지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1. 단순성(Simple) : 메시지의 핵심을 찾는 원칙
2. 의외성(Unexpected) : 사람들이 메시지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원칙
3. 구체성(Concrete) : 메시지를 이해하고 기억하게 만드는 원칙
4. 신뢰성(Credible) : 메시지에 동의하고 신뢰하게 만드는 원칙
5. 감성(Emotional) : 메시지에 상대방이 마음을 쓰도록 자극하는 원칙
6. 스토리(Stories) : 상대방의 행동을 유발하는 원칙

신기하게도 머릿글자를 따면 SUCCESs(성공)가 됩니다.
6가지 특성에 대해 좀더 설명해보도록 하죠.

단순성

여기서 단순하다는 것은 그냥 긴 메시지를 짧게 요약한다는 것이 아니고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찔러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간결하면서 핵심이 되는 내용은 메시지의 첫 문장(lead)으로 놓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학교신문의 기자에게 다음과 같은 정보가 들어왔다고 칩시다.

'오늘 베벌리 힐즈 고등학교의 교장은 다음주 목요일 전교직원이 새크라멘토에서 열리는 새로운 교수법 세미나에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세미나에는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 시카고 대학 학장,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이 강연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

여기서 lead로 뽑아야 하는 내용은 위 정보의 요약문이 아닙니다.
'다음주 목요일 휴교!'라는 사실이죠.

이렇듯 단순한 메시지는 '간결하면서도 동시에 심오한' 속담과 같은 것입니다.
짧은 메시지 안에 심오하고 다양한 의미를 압축하여 채워 넣는 방법으로는 도식(schema)이라고 해서 이미 존재하는 것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헐리우드에서 어떤 영화를 제작할 때는 제작자, 감독, 작가, 배우 등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해서 엇박자가 나지 않도록
그 영화에 대해 통일된 하이컨셉트(high concept)라는 것을 공유합니다.
예를 들면  SPEED의 하이 컨셉트는 '버스 버전 다이 하드', 에일리언은 '우주선 버전 조스' 이런 식입니다.
다들 다이 하드나 조스가 어떤 영화인지 도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의견 충돌의 여지가 없어지게 되죠.


의외성

관심을 끄는 스티커 메시지는
1) 사람들의 상식, 도식이라는 추측 기제를 충격적이고 반 직관적인 방법으로 깨뜨린 후
2) 새로운 추측 기제를 구축할 수 있게 해줍니다.
 
백화점을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상식적인 '친절한 백화점 점원들'에 대한 추측 기제는
"웃는 얼굴로 대하지만, 살 사람에게만, 물건을 구매하기 전에만 친절하다"는 것일 겁니다.
그렇지만 노드스트롬이 말하는 '친절한 백화점 점원들'은
"다른 백화점에서 구입한 선물도 포장해 주고, 고객의 차에 히터를 틀어놓고 기다려 주고, 노드스트롬에서는 취급하지도 않는 타이어 체인을 환불해달라는 고객에게 환불도 해주는 점원들"로 상식을 깨고 있습니다.

메시지 자체에 이런 상식을 깨는 의외성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인간의 본성을 이용한 '지식의 공백' 활용 방법이 있습니다.
'당신이 아는 것은 이것이다. 자, 그리고 여기 당신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라는 식으로 처음에 지식의 공백을 만들고
추리소설 형식으로 맨 마지막에 그 해답을 제시하면 보통의 사람들은 끝까지 읽게(듣게)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태양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체라 일컬어지는 토성의 고리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각국 과학자들이 궁지에 몰렸다가 단서를 발견하고 추리소설처럼 한꺼풀 한꺼풀 벗겨나가는 식으로 마지막에 밝혀낸다면
비록 그 결론이 단순히 '우주의 먼지로 이루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독자가 충분히 흥미롭게 읽게 만들 수 있습니다.


구체성

이솝 우화의 여우와 신 포도 얘기는 수천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이해하고 기억합니다.
신 포도 얘기의 강점은 '여우'와 '포도'라는 구체적인 사물이 등장하는 것으로,
만약 '실패를 합리화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같은 추상적 단어들로 이루어졌다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것입니다.

추상적인 개념은 메시지를 이해하거나 기억하기 힘들게 만들고, 사람마다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개발도상국 아이들 수백만 명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은 설사병에 의한 탈수증인데,
탈수증에 효과적인 것은 ORS(Oral Rehydration Solution, 경구용 수분보충액)입니다.

UNICEF 사무총장 그랜트 씨는 소금 1스푼과 설탕 6스푼을 섞어 봉지에 넣고 다녔는데, 이것을 물 1리터에 녹이면 간이 ORS가 됩니다.
그랜트 씨는 개발도상국 정상들을 만날 때면 그 봉지를 보여주면서 "차 한 잔 가격도 안 되는 이것이 당신 나라 수천 수백의 어린이 생명을 살린다"는 구체적이면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답니다.
소금, 설탕, 물, 차 한 잔 같은 것들은 다소 추상적으로 보이는 ORS라는 약자에 비해 훨씬 구체적이죠.


* 스티커 메시지의 적 - 지식의 저주
효과적인 메시지를 방해하는 악당 중 가장 악명 높은 것이 지식의 저주입니다.
바로 '다른 사람들 모두 내가 아는 것을 안다'고 착각하는 현상이죠.

사람은 일단 뭔가를 알게 되면 알기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고, 모른다는 느낌을 까먹습니다.
스티커 메시지를 만들기 위해선 배경지식이 전무한 상대방을 상상해야 하고,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에 대해 '왜? 왜? 왜?'하고 질문하고 대답을 찾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인간의 본성 상 뭔가를 아는 사람, 전문가들은 추상적인 언어와 개념을 사용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공통언어는 결국 구체적인 것이니 구체적인 언어를 쓰도록 합시다.


신뢰성

권위자(유명 인사, FDI, 안전보장이사회)의 말이나 실화(폐기종으로 사망한 흡연자 팸 라핀,
위궤양 원인을 밝히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를 직접 마신 배리 마셜)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처럼
'메시지 외적 신뢰성'이 있을 경우는 그것으로 OK입니다.

그런데 이런 메시지 외적 신뢰성의 지원이 없을 경우에도 다음과 같은 '메시지 내적 신뢰성'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1. 세부사항 - 포괄적인 메시지보다 세부사항 묘사가 들어간 메시지가 더 신뢰성 있게 느껴집니다.
2. 통계 - 요즘처럼 통계를 이용한 속임수가 횡행하는 시대에서는 오히려 역효과일 수도 있습니다.
3. 시내트라 테스트(뉴욕에서 성공할 수 있다면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다) - 택배사의 보안성과 안전성을 논할 때 '수능시험지와 답안지를 운송한 택배사'라는 사실은 큰 신뢰성을 주겠죠?
4. 검증가능한 신용(testable credential) - '웬디스에서 여러분은 더 작은 빵과 더 많은 고기를 드실 수 있습니다'라는 광고는 실제로 소비자 스스로가 검증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감성

상대방이 내 메시지를 신경 쓰고 소중히 여기게 하는 방법은 감성에 호소하는 것입니다.
일반론을 내세우기보다는 특정 개인에 감정적인 연합을 느끼게 하고, 상대방의 욕구를 파악하여 동기부여를 시키고, 그들의 정체성을 자극하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마더 테레사의 "대중을 위해서라면 행동하지 않겠지만 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발 벗고 나설 것이다."라는 말처럼
실제로 우리는 대중보다는 특정 개인에게 감정적인 자극을 느끼기 쉽고,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험에 따르면 '아프리카 빈민 실태 통계자료'를 보여주었을 경우와 '말라위 소녀 로키아의 불쌍한 삶 이야기'를 보여주었을 경우
사람들이 내는 성금 금액이 크게 차이가 났다고 합니다.

감성적 자극을 직접 불러일으키는 방법은 상대방에게 주어지는 개인적인 이익을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는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 중 직접적인 하부 단계(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에서 벗어나
위쪽 단계(미적 욕구, 자아실현 욕구, 초월 욕구 등)로 올라가는 것이 좋습니다.
"나는 단순히 병사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들의 사기를 책임지고 있다"라고 자랑스러워하는 이라크 바그다드의 페가서스 군사식당 주인처럼 말이죠.

그리고 그들의 정체성에 호소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텍사스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텍사스를 더럽히지 마시오"라고 말하는 캠페인으로 텍사스인들이 고속도로에 쓰레기를 버리는 빈도가 다른 주보다 반으로 줄어든 예처럼 말입니다.



스토리

메시지가 스토리 형태를 하고 있으면
듣는 이에게 시뮬레이션(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에 대한 지식)과 동시에 영감(행동에 대한 동기)를 주는 작용을 통해 행동을 고취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일례로 샌드위치점 서브웨이의 가장 성공적이었던 광고는
아침저녁으로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고 110kg 감량한 재레드라는 대학생의 스토리였습니다.

그런데 스토리라는 건 스스로 지어내기는 어렵고, 주위에 돌아다니는 스토리 중 좋은 것을 잘 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력한 메시지를 주는 스토리의 플롯은 대체로 다음 3 종류의 플롯 중 하나로 되어 있습니다.

  • 도전 플롯 - 다윗과 골리앗처럼 도전에 직면하지만 장애를 넘어 성공을 성취하는 스토리.
    끈기와 용기, 장애 극복을 격려하므로 새로운 프로젝트 오프닝 등에 적합
  • 관계 플롯 - 선한 사마리아인의 얘기처럼 인종, 계급, 종교, 문화, 민족 같은 간극을 메우는 관계를 발전시키는 이들에 관한 스토리. 파티 연설 등에 적합
  • 창의성 플롯 - 뉴턴의 사과와 만유인력의 법칙, 잉거솔 란트의 개발자들이 테스트 기간을 줄이기 위해 공구를 차에 매달고 달리기한 스토리처럼 듣는 이의 창의력을 불러일으키고 싶을 때 적합


이 정도가 책 내용의 요약입니다.


그런데 돈 주고 구입한 책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의 '개정증보판'이네요. 표지 디자인도 다르고...
내용 면에선 뒤쪽에 부록 비슷하게 6가지 법칙의 실생활 활용법 정도만 추가됐구요,
책 안의 모든 소제목들을 구판의 평이한 번역체에서 낚시성^^ 제목으로 바꿔놨군요.
한 편으로는 재미있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살짝 눈에 거슬리기도 합니다.

가격적으로 구판이 훨씬 싸니깐 구판을 구하실 수 있으면 구판을 사시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