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8. 19:42

HGUC 막투 3종 세트

RX-178 건담 Mk-II...
3종 세트라고 하면 제타 건담 스토리 상의 막투 1호기, 2호기, 3호기를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앞에 HGUC라는 수식어를 붙이면 의미가 좀 달라질 수 있죠.
반다이에서 HGUC(High Grade - Universal Century) 시리즈로 발매한 건담 Mk-II 킷이 3종이기 때문입니다.


Universal Century라는 용어는 타이핑 하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화끈거립니다만...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Universal = 우주의, Century = 세기, 즉 '우주세기'라는 뜻입니다.
퍼스트 건담부터 V건담까지가 이 '우주세기'라는 연호를 공유하는 가상의 미래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건담 세계의 설정에 따르면 최초의 스페이스 콜로니가 세워진 것을 기념하여 우주세기 0001년으로 삼았다고 하죠.
문제는 영어와 별로 친하지 않았던 건담 제작진들이 세기 → century라고 영문으로 번역해 버린 것인데요.
어원을 조금만 알아도 century는 단어 자체에 'cent(= 100)'라는 숫자가 들어있어서 무조건 100년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을 텐데...

그럼 우주세기를 사는 사람들은 100년이 지나고 나면 무슨 연호를 써야 하는 걸까요?
우주세기 0093년에 샤아가 액시즈를 지구에 떨어뜨리려고 했던 것도 Universal Century와 함께 지구를 끝장내버리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거기다 연호 자체에 Century = 100년이라고 명기해놓고 꼭 4자리로 읽는 이 모순은 또 뭘까요?

참고로 이런 의미의 세기(世紀)에 맞는 단어는 Era이고, 건담 SEED에서는 CE(Cosmic Era)라는 연호를 사용합니다.

건담 SEED는 '유치하다, 막장이다, 먼치킨이다' 비난하며
'우주세기만이 진리'라고 외치는 일부 우주세기 팬들은
SEED가 우주세기보다 '의미론적으로 더 올바른 우주세기'라는 사실을 알랑가 모르겠네요.


얘기가 좀 곁길로 샜습니다만
아무튼 HGUC 건담 Mk-II는 2002년에 검은색 티탄즈 컬러가 발매되고, 뒤이어 에우고 컬러로 수퍼건담이 발매됐죠.
그러다가 2005년에 극장판 Z건담 1편 개봉에 발맞추어 '+플라잉 아머'라는 형태로 제3의 막투가 발매됐습니다.

하하하 제타 팬인 제가 하나라도 놓칠 수 있겠습니까?
셋 다 구입해 버렸죠.

그리고 이번에 민봉기의 건프라월드의 '티탄즈 프로젝트'에 막투로 참여하면서
에우고 막투들도 다 한꺼번에 도색완성해 주기로 했습니다.
비슷비슷한 놈들을 한 번에 만들면 왠지 시간이 절약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요.


2002년이면 나온 지 7년이나 된 킷인데,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프로포션은 상당히 쓸만합니다.
목이 짧고, 팔도 좀 짧고, 허벅지가 좀 짧고, 발이 좀 크고, 바주카가 좀 가늘다는 점 정도만 빼면 말이죠^^


막투는 왠지 요즘 킷들처럼 다리만 늘씬늘씬 길쭉한 것보다는 어느 정도 중량감 있는 이런 프로포션이 어울리는 듯...

프로포션은 합격점이지만 그 외의 거의 모든 부분은 옛날 킷 티가 풀풀 납니다.
우선 팔다리가 딱 정직하게 90도까지밖에 안 꺾이는 가동성과...


허벅지부터 발등까지 면면히 이어지는 이 정직한 접합선...
다리만 여섯 갠데 이것들 접합선 수정을 언제 다 하냐고요.


그리고 좀 흥미로운 것이...
동일할 것 같은 수퍼 건담과 플라잉 아머 버전의 에우고 컬러 막투 소체가 서로 쪼금 다르다는 겁니다.

왼쪽이 수퍼 건담, 오른 쪽이 플라잉 아머 버전인데요.
관절&무기 부분의 사출색이 다르지요.
플라잉 아머 버전은 MG 2.0과 거의 동시에 출시되면서 MG 2.0과 비슷한 청회색이 되었습니다.

설정 상의 컬러링은 관절 부분이 청회색, 무기가 진한 회색이기 때문에
소체만 보면 플라잉 아머 버전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고, 무기만 보면 수퍼건담 버전이 더 나아보입니다.


사출색이야 뭐 도색하면 다 덮일 거니까 뭐 그렇다 치고요...
또 다른 점은 플라잉 아머 버전의 백팩 연결 파이프가 플라스틱에서 메쉬 파이프로 변경됐다는 점입니다.
플라잉 아머에 엎드려 탔을 때 빔 사벨 랙을 꺾어세울 수 있게 하기 위해 추가됐다는 것 같더군요.



안 그래도 메쉬 파이프로 디테일업 해주려 했는데, 수고를 덜어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플라잉 아머는 거의 아래 사진과 같이스탠드처럼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극중에서는 주로 납작하게 엎드려 타는데... 그래서야 별로 뽀대가 안 나잖아요?)


두 킷 가격이 동일하게 2000엔인데(티탄즈 버전은 1000엔), 추가 파츠 크기가 너무 차이가 나네요.
(부품 수는 수퍼 건담의 G 디펜서 쪽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시험 삼아 HGUC 제타 건담의 웨이브 라이더 변형 상태(하이 메가 런처 최대 연장)하고도 비교해 봤는데, 역시 큽니다.


수퍼 건담과 플라잉 아머 중 하나를 선택해서 구입해야 한다고 하면...
수퍼 건담에 특별한 애착이 있지 않은 한 아무래도 플라잉 아머 쪽이 좀더 나을 듯하죠?


이번에 개수해야 될 포인트들을 좀 살펴봤습니다.

접합선도 많고요, 골다공증도 좀 있네요.

그리고 HGUC 막투의 어깨 아머는 요즘엔 잘 사용하지 않는 방식인 팔 앞뒤에서 연결되는 방식으로 고정되는데요.
몸 쪽에서 보면 어깨 안쪽이 휑하니 뚫려서 폴리캡도 보이고 영 좋지 않습니다.
접합선 수정도 할 겸 어깨 아머를 몸통과 팔 연결 축에 고정하는 방식으로 개수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손목이 너무 가늘어 틈새가 너무 썰렁해 보입니다.
손목 길이를 좀 줄이든지 테두리 같은 걸 좀 씌워서 틈이 안 보이게 해줘야 할 듯합니다.


발목 또한 너무 가늘어서 폴리캡까지 다 드러나 보이니 테두리를 씌워줘야 될 것 같고요.
또 막투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 없는 발목 실린더가 중간까지밖에 없는데,
번쩍번쩍 빛나는 금속 실린더를 심어 디테일업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