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24. 08:02

RG GAT-X105 엘 스트라이크 건담 제작기 #3 - 먹선/데칼/마감

표면 정리 후 8개월간 방치했던 과거를 반성하며, 도색 이후엔 바로바로 완성하자고 마음 먹었으나...
그놈의 파이널 판타지 13-2 한다고 또 몇 주간 방치했다가 돌아왔습니다^^

우선 먹선 작업입니다만, 표면정리 때 미리 패널 라인 등 먹선 넣을 부분을 깊숙히 파준 관계로 수월하게 넣을 수 있었습니다.
수월하다곤 해도 워낙 패널 라인이 많은 Real Grade인지라 정말 오래 걸렸네요ㅜㅜ
한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RG 킷이 사이즈가 더 큰 MG보다도 먹선 작업량이 (훨씬ㅠㅠ) 더 많다는 것입니다.

오웃, 그런데 제가 프라에서 잠시 손을 놓고 있던 사이에 타미야에서 놀랍도록 편리한 제품이 나왔습니다.
이름 하여 패널 라인 액센트 컬러(Panel Line Accent Color)!
기술적으로 대단한 물건은 아니지만...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제품이랄까요?
에나멜 먹선작업에 안성맞춤인 제품입니다.
혹시라도 에나멜 먹선 테크닉을 모르시는 분을 위해 좀 설명 드리자면...
에나멜 도료 원액 : 신너 비율을 1 : 5~10 정도로 묽게 희석하여 패널라인 일부에 붓으로 콕 찍어줍니다.
그러면 모세관 현상에 의해 저절로 전체 패널 라인에 쪽쪽 퍼져나가주죠(요거 보고 있으면 상당히 쾌감이 있다는^^).
그리고 건조된 후에 붓자국과 삐져나온 자국 등을 신너로 살짝 지워주면 패널라인 먹선이 완성됩니다.

그런데 기존 에나멜 도료로는 희석 농도 맞추기가 어려우며, 작업 후 붓과 조색접시 등을 세척하기가 귀찮다는 불편한 점이 있었습니다.
특히 희석 농도는 너무 진하면 먹선이 잘 안 퍼지고, 너무 연하면 패널 라인의 색상 균일성이 떨어져서, 나름 까다롭게 맞춰야 하는데...
보통 먹선 용으로는 에나멜을 코딱지만큼밖에 안 쓰니까 도료와 신너의 양을 계량하기도 힘들고 농도 맞추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 패널 라인 액센트 컬러는 이미 패널 라인 먹선 넣기에 적절한 농도로 희석되어 있어서 농도 잘못 맞출 걱정도 없고,
병에 붓까지 달려있어서 쓰기도 편하고, 보관도 편하고, 세척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것도 딱 제가 자주 쓰는 색깔 별로 그레이, 블랙, 브라운의 3종이 출시돼 주었습니다.

RG 엘 스트라이크 작업에서는 세 가지 색을 각각 다음과 같이 부위 별로 적용했지요.

  • 그레이 : 흰색 장갑 부분
  • 브라운 : 붉은색, 노란색 장갑 부분
  • 블랙 : 파란색 장갑, 회색 프레임 부분

저는 처음에 Panel Line Accent Color 그레이의 색이 너무 밝아서 걱정 했습니다.
내부 프레임 색이 화이트 : 블랙 = 2 : 1로 섞은 밝은 회색인데, 그보다도 더 밝고, 거의 서페이서의 색과 맞먹을 수준의 밝은 회색입니다.
그런데 이게 실제로 먹선을 넣어놓고 보니 또 꽤 괜찮고 잘 어울리더군요.

그래서 ☞먹선이 검정색이 아닌 더 흐린 색이 잘 어울리는 이유☜에 관해 생각하고 정리해봤습니다.

저처럼 먹선 색상에 대해 고뇌^^해보신 적 있는 분이라면 링크의 글을 한 번 읽어보시길...


아무튼 먹선은 잘 일단락되었고요. 문제는 데칼인데...
RG 엘 스트라이크가 발매된 지 1년이 다 되어가고, 소드/런처 스트라이커 팩까지 발매됐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RG 스트라이크 용 반다이 제 습식 건담데칼은 발매 예정조차 안 잡혀 있습니다.

걱정 되는 건 RG 스트라이크 데칼뿐만 아니고 별매 건담 데칼이라는 시리즈 자체가 재작년말 이후로 1년 넘게 신제품 소식이 없다는 겁니다.
그나마 최근에 건담 데칼 DX라는 한정판 소식이 들려왔지만... 알고 보니 그냥 예전 데칼들을 크게 한 장에 모은 것뿐이더라고요.
1년 전의 동일본대지진으로 반다이의 별매 습식 데칼 신제품 설계 부서가 피해라도 입은 걸까요?
아니면 건담 데칼이 잘 안 팔리니깐 이제부턴 일반 판매 안 하고 한정판 장난질을 치겠다는 걸까요-_-?

아무튼 RG 스트라이크 건담 데칼이 안 나온다고 작업을 중단하고 데칼 나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건 영 성격에 안 맞고...
조사를 좀 해봤더니 작년 11월에 모델링홀릭 카페의 '칠식이' 반찬식님께서 RG 스트라이크 데칼을 만들어서 판매하셨더라고요.
연락을 드려보니 시간이 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재고가 있다고 하셔서 급히 공수해왔습니다.
대부분은 찬식님 데칼을 사용했으며 일부 기존 MG 스트라이크 용 반다이 습식 데칼 또는 범용 코션 데칼을 붙였습니다.
데칼링은 기본적으로 설명서를 따르되, 일부는 PG 스트라이크를 흉내내어 다르게 붙이거나, 다른 위치에 붙인 것들도 있습니다.
PG 스트라이크 흉내를 내자면 스커트의 요 커다란 CINQUE 마크를 빼놓을 수 없죠.
Cinque(칭퀘)란 스트라이크의 형식 번호인 GAT-X105의 마지막 숫자 '5'의 이탈리아어 표기입니다.
제가 PG 스트라이크를 만들 때는 데칼링 후에 페이즈 시프트 아머의 독특한 재질 표현을 위해 펄 파우더를 뿌려주었습니다만...
귀찮아서RG 같은 작은 스케일에는 안 어울릴 것 같아서 생략했습니다.

수퍼 아이언 실버로 도색한 어드밴스트 MS 조인트(AMSJ)의 마감은 유광 우레탄 클리어로 했는데요.
역시 우려했던 바대로 가동시에 까지는 관절 부분도 있고(팔꿈치 관절),
가동부분이 너무 빡빡해서 관절이 빠지기도 하더군요(허벅지 장갑 연동 부분)ㅜㅜ
다음번에 AMSJ를 도색할 때는 좀더 신경써야겠습니다.
AMSJ는 그냥 1차 도색까지만 하고 마감제는 안 뿌리는 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하네요.
그리고 그 외 부분은 전체적으로 SMP 무광 우레탄 클리어로 마감했습니다.
아 그런데 이번엔 SMP 무광 우레탄 클리어의 보존기간이 오래 돼서 그런지 칠하면서 트러블이 많았습니다.
에어브러시 노즐이 막힌다거나 부품 표면에 이따만한 알갱이가 박힌다거나...

SMP 제품들 싼 맛에 잘 써왔는데, 가끔씩 이렇게 트러블이 발생하곤 하면 정신적 비용이 더 크죠-_-
그리고 요즘은 가격도 올라서 안 쌉니다. 15ml 도료가 SMP는 현재 2100원 하는데, 가이아노츠는 일본에서 보통 160엔이면 사니깐 비슷합니다.

맘 같아선 쓰던 SMP 제품들 다 퇴출시켜버리고 싶습니다만... 딱히 대안이 없네요.

가이아노츠나 피니셔즈 도료 제품들은 국내에선 구하기가 힘들고...
GSI크레오스 제품들은 성능도 별로 안 좋으면서 가격만 비싸고...
E5라든지 다른 국내 도료업체들은 SMP 이상 못 미덥고...

무광 마감제로 가이아노츠 EX 플랫 클리어를 사고 싶어도 국내 판매점은 모두 품절이고요.
피니셔즈 수퍼 플랫 코트도 사고 싶지만 K모샵에서 20cc짜리가 18,260원이라니...플랫 베이스 대신 금가루라도 탔냐?
나중에 가이아노츠와 피니셔즈 제품 해외구매라도 한 판 뛰어야겠습니다.

네, 뭐, 아무튼... 눈과 엘 스트라이커 팩 분사구 같은 곳에 킷에 들어있는 메탈릭 스티커를 붙여줌으로써 모든 작업을 완료했습니다.